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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와 가나코』 by 오쿠다 히데오 | 2015년(125) 2015-05-31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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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저/ 김해용 역
예담 | 2015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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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이 백화점에 근무하는 스물여덟 살의 '오다 나오미'는 오랫동안 독신에 연인도 없다. 서양미술사를 전공해 미술 전시회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했지만 외판부 경력만 7년째 접어든다. 외판부가 다루는 고객은 물 쓰듯 돈을 소비하는 사람들이며, 따라서 외판부 직원들은 고객과의 관계가 밀접하다. 그녀의 대학 동창이자 유일한 친구인 '시라이 가나코'는 처음 만나던 열여덟 살 때부터 바로 친해질만큼 호흡이 잘 맞았다. 가나코는 대학 졸업후 대형 가전업체에서 일하다가 작년 가을에 서른한 살의 은행원인 '핫토리 다쓰로'와 결혼하면서 전업주부가 되었다. 사회인이 되고 나서는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그녀들의 관계는 여전히 끈끈하다.

 

"가나코가 바라는 건 뭐야?"

"평범하게 살고 싶어. 밤이면 꼬박꼬박 잠을 자고 맛있는 물만 먹을 수 있으면 돼." -p124


아버지는 어린 시절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어른이 된 지금에 와서는 어색한 존재라 갑작스레 사이좋은 부녀가 될 수 없는 이유다. 나오미의 어머니가 이혼하지 않는 건 혼자 살아갈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줄곧 전업주부로 살아와서 아무런 기술도 없고 세상 풍파에 휩쓸려 살아갈 자신도 없다. 그건 자식들이 출가한 뒤 두 분이 각 방을 사용하고 있는 현재까지도 여전하다. 나오미가 제일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버지의 폭력보다 지배당하는 엄마의 작은 동물 같은 표정이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곱디고운 얼굴에는 남편으로부터 받은 무차별 폭력의 흔적이 역력하다. 가나코는 심각한 일상에 익숙해져 있었고, 이혼할 마음도 없으며, 경찰서에 신고할 생각도 없다. 나오미는 자신의 어머니가 아버지로부터 얻어맞던 폭력의 현장에서 성장해왔던 터라 더 큰 충격을 받는다. 저항도 못하고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한 채 계속 맞았던 나약한 인간을 가나코에게서 또다시 발견한 것이다. 어릴 땐 폭력 현장을 도망치고 자신의 귀를 막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지만 성인이 된 그녀는 더이상 사랑하는 사람을 방치할 수가 없었다.

다쓰로가 살아 있는 한 가나코는 계속 위협을 받을 것이므로 그를 죽이는 것은 중요한 선택지에서 가나코의 생존을 위한 필수임을 납득시킨다. 그리하여 나오미와 가나코는 이른바 폭력 남편을 제거할 '클리어런스 플랜(clearance plan)'을 실행해 나간다. 시체 묻을 장소도 직접 찾아가 예행연습을 거치고, 원정백도 구하고, 치매 걸린 돈많은 미망인 고객을 유치시키고, 다쓰로를 닮은 쌍둥이 남자까지 대동해 치밀한 사전 계획을 설정하지만 시누이라는 복병을 만나 진퇴양난에 빠진다. 결과론적으로 그들의 '완벽한 플랜'은 아마추어 발상에  헛점 투성이였을 뿐이다. 과연 그녀들의 플랜이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릴 수 있을지눈을 부릅뜨고  마지막 한 장까지 읽게 된다.

 

 

 

 


 

번역가 김행용 씨가 '옮긴이의 말'에서 영화 <델마와 루이스>가 생각났다고 했다. 나 역시 제일 먼저 자연스럽게 떠오른 영상이 여자들의 우정과 모험을 그린 그것이었다. 가나코의 일상 자체가 폭력이 되어버린 결혼 생활은, 감옥 안에 갇혀버리는 신세와 다름 없었을 것이다. 다쓰로의 죽음과 함께 그토록 원하던 자유가 찾아오고 맛있는 물도 마시게 되지만 그와 동시에 친구 나오미와 가나코는 도피가 시작된다. 그러나 폭력에 눌려왔던 그녀들의 자유를 향한 의지는 힘차고 다이나믹하다. 살인을 저지르고도 죄책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어찌 보면 사람이 아닌 짐승을 죽인 게 아니었을까! 나 역시 그녀들을 응원하고 그녀들의 앞날을 희망하게 된다. 남편이 아내에게 행사하는 폭력은 성차별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구조와 가족관계에서 출발한다. 아무리 여권이 신장되고 세대가 달라졌어도 기존 관념을 깨부수긴 어려운 걸까? 그러고 보면 일본도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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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손그림 일러스트』 by 사월. 이상은 | 2015년(125) 2015-05-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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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월의 손그림 일러스트

이상은 저
시대인 | 2015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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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둘러보면,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일러스트 일색이다.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낙서와 그림 그리기를 무척 좋아했지만

미술을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의 꿈은 언제나 디자이너,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었다고~

 

취미로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을 올린 블로그에 많은 네티즌들이 호응해 줘서

지금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게 되었다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림엔 영 잼병인 내게 생각보다 잘 그려진 그림이라 생각해서 올려보았다.

의외로 꼬리 부분이 그리기가 가장 어려웠다.

 

연필 스케치 할 때는 그나마 뽀대가 좀 났었는데..

마지막 싸인펜으로 테두리를 그리고 나니 어째 처음 느낌도 안나고..

졸작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럭셔리한 케이크도 그려보리라 생각했는데 뜻대로 되질 않아, 좀더 숙련의 기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둘째가 여섯 살이다 보니, 자주 마주 앉아서 그림 그릴 일이 많다.

"엄마, 사자 그려 주세요." "호랑이도요~" "공주랑 왕자도 멋지게 그려주세요~"

어찌나 요구사항이 많은지 ..

하지만 난 부끄럽게도 아이가 원하는 그림을 그려줄만큼의 그림을 척척 그리는 엄마가 못된다.

아무렇게나 손가는 대로 그리다 보면 이건 죽도 밥도 안된다.

그림이란 건 최소한 상대방이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는 그려야 하지 않을까?

그런 엄마가 되기 위해 난 이 책을 아이와 함께 보면서 매일 그릴 생각이다.


기본형으로 여러 가지 캐릭터를 보여주는 얼굴에

헤어 스타일만 조금씩 변형해서 차례대로 그리다 보니

제법 나도 그림쟁이가 된 것 같기도 하고 재미가 쏠쏠하다.

아이가 좋아하는 동물들 코너에서는

움직임에 따른 패턴 익히기도 그런대로 따라할만하다.


펜+마커, 색연필, 태블릿+포토샵 등의 도구에 따라 다양한 일러스트 패턴을 익힐 수 있다.

부록으로 딸려있는 두 장의 손그림 스티커는 다이어리나 선물 포장에 사용하면 꽤나 실용적일 듯~

내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로 예쁜 책갈피를 꼭 완성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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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배운다』 by 애거사 크리스티 | 2015년(125) 2015-05-28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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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랑을 배운다

애거사 크리스티 저/공경희 역
포레 | 2015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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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여왕'이라 불렸던 '애거사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이십오 년에 걸쳐 발표한 장편소설 여섯 권 중에 한 권인 『사랑을 배운다』이다. 우선 난 이 책에서 오독을 범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로라의 내면 또는 뇌 속에 악마가 박혀 있다고 접근했기 때문이다.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아이', '너무 순하고 말을 잘 들어서 불안한 아이', 셜리의 세례식 때에도 '얘가 죽어버리면 좋겠어'라고 마음속으로 외치던 아이.. 이러한 문장들이 편견을 심어주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찰스 오빠가 죽자 자신이 그 자리를 대신할거라는 믿음을 깨고 새로 태어난 동생 셜리가 그들의 사랑을 차지한다. 신께 아기를 천국으로 데려가라는 로라의 기도 응답은 하루만에 이루어져 집에 화재를 일으키지만, 로라는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맹목적인 사랑에 이끌리고 핏덩이 같은 셜리를 구출해낸다. 그 순간 열 살의 소녀는 동생에 대한 헌신적이고도 불안한 사랑을 시작한다.



진정한 성장을 위해 넌 다른 사람이 될 필요가 있어. 세상의 고민을 다 네 어깨에 짊어지려 하지 마라.. 그건 예수그리스도가 우리를 위해 하신 일이니까. 타인의 인생을 대신 살 수는 없어. -p161


오래전, 아주 오래전에 경고하셨죠. 간섭하지 마라, 그러셨어요. 왜 우리는 자기가 남들에게 최선이 뭔지 안다고 생각할까요? -p306


비범하고 독특한 영혼을 가진 로라는 동생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려고 했고, 셜리는 로라의 과잉 희생과 보호를 부담스러워 한다. 로라 자신의 욕망이나 만족은 오로지 동생 셜리에게서만 얻어지는 지속적이고도 집중적인 사랑이며 계산 없는 아가페적 헌신의 전형으로써 풍요롭게 완성된다. 이런 로라를 들여다 보면, 신경질적이면서도 여린 마음이 읽힌다. 반면 셜리는 유약한 듯 보이나 의외의 강한 집념과 불굴의 근성을 지닌 여인이다. 로라의 유일한 친구였던 존 밸독은 이 모든 것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중재자였고, 신의 전도자이자 상대의 심리를 꿰뚫어보는 루엘린 녹스 역시 오류에 빠지기 쉬운 로라의 현실을 든든히 받쳐주는 기둥과도 같은 남자다. 셜리에게도 운명의 두 남자가 존재한다. 불성실한데다가 씀씀이까지 헤픈 바람둥이 헨리 글린 에드워즈, 그리고 부자인데다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다정다감하기까지 한 리처드 와일딩이다. 독자는 자연스레 로라가 선택했던 리처드 와일딩에게 마음이 쏠릴 것이다. 그것이 보편타당한 사랑 또는 현실적인 결혼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셜리는 과거 헨리의 무심함에 끌렸고 결혼한 뒤에도 여전히 무심한 헨리를 끝까지 사랑한다. 반면 리처드에게서 또다른 로라의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 그녀는 점차 무너져 간다.


셜리의 입장에서 보면, 순정한 사랑만이 최선은 아니다. 아내를 두고도 적당히 여러 여자들을 만나며 두루 유혹하고 매력도 발산해야 한다. 적성에 맞지 않다고 여러 직장을 전전하기도 하며, 파산 직전까지의 빚도 져야 한다. 그렇게 전혀 완벽하지 못한 동시에 구속하려 들지 않는 남자여야만 셜리를 쟁취할 수가 있다. 자유분방한 성격에 결점이 많았던 헨리에게는 셜리 자신이 해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겠지만, 자신이 아무 것도 해줄 수 없게 모든 것을 완벽하게 추구한 리처드로부터는 도망치고 싶지 않았을까? 이미 언니로부터 도망쳤더니 그를 닮은 또다른 형태의 사랑을 만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의미가 아니었을까? 소설의 원제는 '짐(The Burden)'이라고 하지만 = '사랑'이라 불러도 무방하겠다. 사랑에는 그만큼의 짐이 얹어지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사랑 자체가 자유가 아닌 압박이 되고 짐이 될 수 있음이니, 이것이 정녕 사랑의 이중성이고 아이러니다. 사랑에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동시에 불확실한 형태를 띠고 있다. 고로 그것에는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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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농의 샘 2』 by 마르셀 파놀 | 2015년(125) 2015-05-26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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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농의 샘 2

마르셀 파뇰 저/조은경 역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5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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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농의 샘』의 중심축에는 '샘'이 있다. 현지인과 외지인이 한 개의 샘을 둘러싸고 보이지 않는 쟁탈전을 벌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복잡하게 꼬인 인간관계에 살짝 화가 난다. 우리 한국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막장 드라마의 원조를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막장 드라마에 꼭 등장하는 출생의 비밀이 여기에 있다. 그리고 하나 같이 주인공이 할 말을 못해서 답답한 구석이 있더니 여기에도 그런 요소들이 다분하다. 플로레트가 파페에게 보낸 편지가 전달되지 않은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왜? 전시 상황이었으니까. 배달 사고는 요즘같은 현실에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걸 이해못하고 애를 지운다고 언덕에서 뛰어내리고 약까지 먹었으니 정상적인 아기가 나왔을 리 만무하다. 장도 그렇다. 무슨 독불장군도 아니고, 처음 이사오자마자 마을 주민들한테 떡도 좀 돌리면서 인사라도 할 것이지.. 프랑스에선 떡 대신 포도주를 돌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열사병으로 쓰러질 지경까지 오면 도움의 손길이라도 청하든가 했으면 좀 수월하지 않았을까. 결국엔 폭약으로 우물 파다가 명줄만 앞당겼지만 말이다. 베르나르의 등장으로 깨갱하고 수베랑 가의 위신을 저버리긴 했지만 위골랭의 뜸금없는 애정 공세는 눈물겨웠다. 마농은 그저 '숲의 요정' 내지는 '샘 처녀'의 이미지다. 제목에 그녀의 이름이 들어갔지만 그녀의 육감이 뛰어나다는 것 외에 큰 존재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마농과 마을 사람들 간을 중재하고 나선 베르나르 선생이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독자들의 마음을 이미 읽었기 때문이다.


 

장의 죽음으로 인해, 샘을 차지한 위골랭은 카네이션 재배로 큰 돈을 번다. 남편의 죽음으로 에메의 정신 상태는 혼란스러워지고, 열다섯 살이 된 마농은 마을에 전혀 내려가지 않고, 토끼와 염소를 기르고 고독한 르 플랑티에 동굴에서 살았다. 마을 학교에는 스물다섯 살의 젊은 남자 선생인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왔다. 그는 학교에 작은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 광석 견본을 채취하러 언덕에 올랐고 그가 흘린 다용도칼을 마농이 습득하면서 그녀만의 방식으로 돌려준다. 그리고 위골랭은 물웅덩이에서 전라의 몸으로 목욕하는 성숙한 마농에게 온통 마음을 뺐기면서 상사병에 걸리고 만다. 마농에게 위골랭은 비이성적인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에서 농가를 빼앗은 이후 증오의 감정으로 변했다. 하지만 베르나르에게는 무심한 척 다정하게 군다. 위골랭이 상사병으로 미쳐가고 피골이 상접하던 중 마농은 마을 사람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통해 샘길을 막은 수베랑 가의 위선과 계략을 듣고 오열한다. 아빠의 3년간의 노력과 고통은 그들의 끔찍한 장난으로 희생된 것인데, 범죄로 부자가 된 위골랭이 감히 자신에게 사랑을 외치고 신부가 되어달라고 했다. 이제 그녀의 슬픔은 깊은 분노로 탈바꿈했다.


어느 날, 마농은 사람들이 모르는 곳에 숨어 있는 샘길의 근원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고, 수베랑 가에서 물길을 막았던 것처럼 그녀는 마을의 샘길을 막아버린다. 50년 전부터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던 마을 분수의 물줄기는 멈춰버렸고 마농은 그들의 놀라움과 절망을 지켜본다. 마을의 재앙을 지켜보기 위해 미사에 참석했던 마농은 마을 사람들 앞에서 파페와 위골랭이 아버지의 물을 훔친 죄인이라고 지목하지만, 위골랭은 마농에게 엉뚱한 사랑 고백만 늘어놓곤 달아난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장이 차지한 재산(샘)을 알고 있었지만 그의 생명을 구해낼 한 마디를 단 한 명도 안 했다는 것은 그들이 범죄의 공범임을 증명한 셈이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장이 '플로레트'의 아들이었다는 것에 반가움을 표하고 진작 알아보지 못했음을 후회한다. 하지만 베르나르 선생의 말을 빌려 '제가 플로레트의 아들입니다'라고 마을의 대표자한테 가서 인사만 했더라면 이 지경까지 왔을까 그런 의문부터 든다.


마농은 베르나르의 회유로 자신이 막아두었던 샘길을 연다. 샘길이 열리는 날, 어머니(에메)와 함께 오페라 공연을 했던 빅토르가 나타나고 그들은 마르세유 오페라 극장 근처 옛 항구에 있는 넓은 아파트에서 결혼해서 살아간다. 4월의 아름다운 아침에 베르나르와 마농은 결혼식을 올리고 아이도 임신한다. 파페는 전시 상황에서 받지 못한 편지로 인해 인생 전체가 뒤틀렸음을 옛 친구를 통해 알게 된다. 플로레트가 파페의 아이를 가졌지만 그의 답장이 없었기에 악마의 탕약을 먹고 아이를 지우려고 했고, 꼽추인 장이 태어난 것이다. 그 진실을 알게 된 파페는 자력으로 숨을 거두고, 마농의 아들은 같은 시간에 태어난다. 파페의 유언장에는 수베랑 가의 모든 재산을 손녀인 마농과 그녀의 아가에게 물려준다고 써 있었다. 평생을 기다려운 수베랑 가문의 후손을 죽인 사람이 결국 아버지였다니! 정말이지 비극도 이런 비극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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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농의 샘』 by 마르셀 파뇰 | 2015년(125) 2015-05-26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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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농의 샘 1

마르셀 파뇰 저/조은경 역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5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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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하게 슬프고 우울한 가운데 1편이 막을 내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과 비극 가운데 웃음을 유발하는 블랙코미디 장치가 요소요소에 등장한다. 소설 초반에 레 바스티드 마을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수베랑 가의 파페와 위골랭, 그리고 외지에서 온 상속인 장 카도레와 그의 아내인 에메와 딸 마농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원수의 마을 크레스팽에서 왔다는 이유로, 수베르의 신세를 지고 있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은 한결같이 장의 집에 샘이 있다는 것을 함구한다. 장의 가족들이 레 바스티드의 미사에 딱 한 번 참석하지만, 뭇사람들의 시선에서 조롱을 느낀 장은 그들에게 경계의 답을 보내고, 공놀이하던 사람들에 의해 그의 꼽추에 공이 떨어지면서 장은 불쾌한 감정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 '레 바스티드'에서 벌어진 이야기이다. 150여명의 주민들은 프로방스 지방에 가장 오래전부터 살아온 토착민이다. 그들이 철저히 지키는 최우선 규율은 '남의 일에 참견하지 않는다'였지만 외부의 적에 대항할 때는 모든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단결해 단체로 싸움을 벌이고 거짓 증언을 서슴없이 했다. 그들의 가장 큰 결점은, 돈이 없는 이유도 있겠지만 병적으로 지독한 구두쇠라는 점이다. 레 바스티드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예순 살에 가까운 세자르 수베랑이었다. 그를 할아버지라는 뜻의 옛말인 '파페'라고 불렀는데 그는 레 바스티드에서 가장 높은 곳, 수베랑 가의 오랜 대저택에서 살았다. 수베랑 가는 마을 주변의 황향한 언덕 위에 드넓은 땅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불행이 그칠 새 없었다. 파페에게는 네 명의 형제들이 있었는데 둘은 전사했고 둘은 자살했다. 


수베랑 혈통의 마지막 희망은 위골랭 뿐인데 그는 자신의 대부이자 삼촌인 파페의 휘하인 마사캉 농가에서 살았다. 위골랭은 앙티브에서 군 복무를 하는 동안 같은 내무반에서 생활하던 '아틸리오 토르나부아'로부터 카네이션 재배가 돈을 많이 벌어들일 수 있는 사업이란 것을 알지만 그것에는 대량의 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레 로마랭에 있는 피크부피그의 샘을 살 수만 있다면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그는 팔 생각이 없었고 우발적인 실수로 그를 죽게 만든다. 그곳에 샘이 있다는 것을 마을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지만 파페와 위골랭은 레 로마랭에 들어올 누군가가 샘을 사용하지 않도록 시멘트를 발라 수로를 막아버린다. 레 바스티드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여인 '플로레트 카무앵'은 오래된 숙적인 이웃 마을 그레스팽의 대장장이와 눈이 맞아 시집갔다. 피크부피그의 누나인 플로레트는 이미 죽어서, 그녀의 아들인 '장 카도레'가 레 로마랭을 상속받아 아내 '에메'와 딸 '마농'을 데리고 도시에서 이사온다.


그들은 대자연 속에서 살아가길 원했고 집도 퍽 마음에 들어했다. 세금 징수원이었던 장은 꼽추였으나 농부가 되고 싶어했고, 열심히 텃밭을 가꾸고 토끼를 길렀다. 그들의 샘은 레 로마랭 토지대장에 없었고, 저수지의 물로 2년 농사까지는 풍성하게 지을 수 있었으나, 긴 가뭄으로 인해 2km 위치에 있는 또다른 상속된 땅 '르 플랑티에' 동굴 계곡에서 샘을 길어오는 노동에 시달린다. 위골랭은 레 로마랭의 샘을 들킬새라 감시하는 가운데 장이 훗날 처분할 농장을 헐값에 얻기 위해 도움을 주고 마을의 유일한 친구가 된다. 하지만 어린 마농은 본능적으로 그를 적대시한다. 가뭄이 지속되면서 '르 플랑티에' 계곡을 향한 장의 행렬이 계속 이어지면서 장은 일사병으로 쓰러지고, 급기야 우물을 팔 목적으로 폭약을 터뜨리다가 폭발에 의해 숨을 거두고 만다. 처음 의도했던대로 수베랑 가에서 레 로마랭을 헐값에 사들인다. 파페와 위골랭이 그 집에서 샘을 뚫는 걸 목격하던 마농은 크게 절망하면서 르 플랑티에 동굴에서 살아가기로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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