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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옥수수 : 우리의 음식, 땅, 미래에 대한 위협 GMO』 by 케이틀린 셰털리 | 2018년(90) 2018-01-30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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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슬픈 옥수수

케이틀린 셰털리 저/김은영 역
풀빛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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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GMO 수입 1위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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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이 책을
시작하기 두 달 전에 <엘르Elle>라는 잡지에 기사를 기고했는데, 그것은 4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끈질기게 그녀와 함께 한 살된 아들까지 괴롭혔던 질병에 대한 기사였다. 그 질병은, 
DNA가 조작된 GMO 옥수수 단백질에 예민해지면서 생긴 증상이었으며, 이상 유전자가 면역 시스템을 교란시킨 것이다. 해충에 대한 내성을 지닌 옥수수를 만들기 위해(장내 독소로부터 생성된 단백질과 옥수수를 '라운드업 레디(Roundup Ready)' 상태로), '몬산토 사'가 라운드업이라는 상표명으로 개발한 글리포세이트 제초제에 내성을 갖도록 만들기 위해 삽입한 단백질에 대해 만성적인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대다수 사람들 중에 저자 또한 포함된 것이다. 식단에서 옥수수를 빼자, 아들은 호흡 곤란과 발작을 멈췄고 저자 역시 통증이 사라졌다. 위험한 수준까지 내려갔던 남편의 혈소판 수치까지 높아졌다. 처음에는 개인적인 열망으로 시작했던 것이 나아가 작가라는 사명감으로, 논쟁의 중심지인 GMO 옥수수 밭과 콩밥을 직접 목격했던 그녀의 여정은 아이오와주의 옥수수 밭에서부터 출발한다. 미국의 농업계는 모든 문제의 해답이 언제나 '생산량 증가'에 있다고 말한다. 자연의 변덕스런 대재앙을 겪으면서 1980년대 말 유전자 조작 곡물이 등장하고, 초대형 다국적 화학 기업들은 초원과 곡창 지대의 농부들에게 가뭄과 해충에도 끄떡없고, 잡초 제거도 더 이상 필요 없는, 강한 생산량을 약속한 유전자 조작 곡물 종자를 홍보한다. 그리고 그들의 초원에는 다국적 화학 기업들의 돈과 권력이 공고한 성으로 집중되었다. 

GMO란, 간단하게 말해 두 개의 서로 다른 종으로부터 유전자를 가져오는 것이다. 과학자가 어떤 식품을 유전학적을 조작하려면, 두 개의 서로 다른 종을 취해 그 두 재료의 DNA를 이어 붙이거나 포획한다. 유전자를 포획하기 위해서는 대개 유전자가 원하는 형질을 가진 DNA 가닥과 때로는 텅스텐 파우더가 첨가된 시료에 살짝 담근 금 탄환을 쏜다. 이 탄환을 유전자 총으로 쏜다. 사실상 진짜 탄환에, 진짜 총이다. 크로스먼 공기권총이 최초의 GMO를 만드는 데 쓰였다. GMO는 오직 실험실에서만 만들어진다! Bt는, 주로 토양에 서식하는 박테리아로 포자와 함께 특정 곤충, 특히 나방과 비슷한 나비목 곤충에게 강한 독성을 갖는 단백질로 구성된 특이한 결정이 만들어진다. 이 독성 물질로 덮인 잎을 먹은 유충은 마비되거나 먹이 섭취를 멈추고 죽게 된다. 미국 전역의 여러 회사에서 농약에 내성을 갖기 시작한 곤충을 제거할 농약 대체품으로 Bt를 제조했고, 1995년 Bt의 DNA를 갖도록 유전자가 조작된 최초의 유전자 조작 Bt 옥수수가 몬산토 사에 의해 미국 한경보호청 EPA에 등록되었다.

농부들은 추수가 끝난 가을에 다우 케미컬 사가 생산한 유기 염소계 살충제 2,4-D를 살포한다. 2,4-D는 염소 가스를 사용해서 염소와 석유에서 추출한 탄소 원자를 융합하여 만드는데, 효과가 뛰어난 독극물이며 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이 광범위하게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4-D는 2,4,5-T와 똑같은 비율로 혼합해 에이전트 오렌지(몬산토와 다우가 제조하는)를 제조하는 데 쓰이는 물질이다. 미군이 밀림의 나무와 작물을 제거하기 위해 베트남전에서 에이전트 오렌지를 대량 사용했는데 약 50만 명의 아기가 심각한 선천적 기형을 가지고 태어났고, 각종 암과 B세포 림프종, 연부조직 육종과도 관련이 있다. 베트남 토양에 잔류한 높은 수치의 다이옥신은 지금도 계속해서 선천성 기형과 사산을 유발, 내분비계 교란, 후두와 폐, 전립선 등의 암을 발생시키고 있다. 2,4-D로 처리한 식물에서 질산염 성분이 급격히 증가했고 그 성분이 소들을 죽이고 있다(레이철 카슨, <침묵의 봄>). 신젠타 사가 제조하고 있는 예방적 제초제인 아트라진은 내분비계를 교란하고 에스트로겐의 분비를 증가시켜 성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든다. 한 연구 결과에서 아스트라진에 노출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남자 아기들이 생식기 기형을 가지고 태어날 위험이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몬산토 사가 생산하는 제초제 라운드업의 주요 성분인 글리포세이트와 파트너를 이루는 GMO가 시장에 등장하면서 라운드업 사용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잡초가 라운드업에 대한 내성을 키우면서 더 많은 글리포세이트를 사용하게 한 탓이다. GMO 작물이 등장하고 무분별하게 라운드업이 살포되면서 박주가리 개체수가 급속히 감소했고 제왕나비 개체수의 감소로 이어졌다. 이에 천연자원 보호위원회(NRDC)는 2014년에 EPA를 고소했다(라운드업을 무분별하게 사용되도록 허가한 것). 2015년 WHO는 글리포세이트를 발암물지로 추론한다고 발표했다. 농약은 2차 세계대전 직후 널리 퍼져 있었고, 미국은 세계 식량 생산의 주도권을 이용해 전 세계로 영향력을 확장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군용 폭발물의 핵심 원료인 질소 생산 능력을 향상시킨 2차 세계대전은, 폭발물과 비료 제조에도 중요한 원료였고 종전 이후의 질소 제조업체는 비료 생산으로 방향을 전환했으며, 전 세계의 무기비료 생산량은 1700만 톤에서 1억 5천만 톤으로 증가했다. 또한, GMO가 애초에 농약을 덜 쓰고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해 준다는 약속과 달리, 상황은 농약을 필요로 하는 유전자 조작 곡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6대 화학 회사들이 농부들이 재배하는 곡물의 종자 90%를 소유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농업지대에서 벌이 가장 많이 모아들이는 꽃가루가 바로 옥수수 꽃가루이다. '벌 군집 붕괴'라는 용어는 2006년 미국에서 만들어졌는데 북아메리카에서 엄청난 숫자의 벌 군집들이 한꺼번에 사라지고 벌집만 남는 것이 특징이다(GMO작물이 확산되던 때와 시기가 일치한다). 일벌들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여왕벌이 말라 죽기도 한다. 결국 병에 걸린 벌들이 모두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는 사실이다. 2014년, 하버드 대학교 연구진은 219종의 꽃가루와 53종의 꿀 샘플 중 70%가 네오니코티노이드에 오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옥수수의 대부분은 플라스틱, 화학물질, 의약품, 동물 사료, 생물 연료, 에탄올 등의 원료로 쓰인다. 80%가 GMO 옥수수나 GMO 콩으로 제조된 성분을 함유한다. 유기농 식품의 첨가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대다수가 공업적으로 생산딘 옥수수나 GMO 옥수수를 원료로 만들어진다. 거의 모든 식품에 옥수수가 포함돼 있다. 베이킹파우더, 치즈, 비타민, 약품, 티백, 주스, 주방 세제, 보존제, 종이컵 코팅제, 과일의 왁스 코팅제, 치약, 소금, 소아용 이부프로펜, 심지어 벌꿀까지 한도 끝도 없다. '천연', '유기농' 표시가 되어 있더라도, '100% 유기농', 'non-GMO'라는 표시가 붙은 유아식조차 보존제로 구연산과 아스코르브산을 사용하는데 둘 모두 GMO 옥수수에서 만들어진다. 
생명과학 대기업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은 관료들과 학자들은, 그들이 끝까지 생계를 책임져 주기라도 하는 것인지 GMO 상용화를 홍보하고 장려한다. 광고수입에 매달리는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2015년 3월, WHO는 제초제 농약의 80%를 점하는 몬산토 사의 제초제 주성분 글리포세이트가 발암성 물질이라고 공표하였지만 우리 정부의 농촌진흥청은 "농약은 과학이다."라며 헛소리를 해댔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식품들 중 일부 국산농산물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식품이 GMO지만 GMO 함유 표시는 없다.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도, 과거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GMO 표시제 허용'을 승인하지 못했다. 참고로, 두 사람 모두 GMO 표시제를 공약으로 내건 사람들이다. 나라의 대통령도 어쩌지 못하는 거대 기업이 세계의 음식과 환경을 잠식하고 있는 상태니, 개인은 물론 단체조차 생명공학 회사를 상대로 한 재판에서 번번이 패소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러시아는 GMO를 재배하거나 판매하면 테러범에 준하는 형사 처벌을 한다는데 우리와 너무 대조적인 현상 아닌가!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OECD 국가 중 최저이며 그 자리를 수입농산물이 차지한다. IMF 이후로 수입농산물이 허용되었고 GMO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됐으며 1년에 1천만 톤이 넘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수입되고 있다. 총량으로는 일본에 이어 세계 2위, 일본은 동물 사료용이 대부분이기에 식용으로만 따지면 세계 1위다. 식용으로 수입되는 220여 만 톤에 달하는 GMO는 콩, 옥수수, 카놀라가 대부분이다. 콩은 대부분 식용유로, 옥수수는 식용유, 전분, 올리고당과 액상과당으로, 카놀라는 카놀라유로 변신하고 있다. 외식할 때, 기름에 튀긴 음식은 이젠 정말이지 꺼려진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주 기본적인 음식부터 직접 만들어 먹고 농산물 직거래 장터와 제철 채소를 자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닭고기도 옥수수 사료를 먹이지 않는 닭과 계란, 풀을 먹여 기르는 소, 직접 가꾼 텃밭의 채소 등 먹거리 비용이 증가하더라도 다른 곳에 지출을 줄이고, GMO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대한의 방안을 강구해야만 한다. 생태계 교란은 물론 우리의 건강,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지구까지 파멸로 몰아갈 거대한 괴물에 대한 최소한의 대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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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 by 황선미 | 2018년(90) 2018-01-27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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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

황선미 글/노인경 그림/이보연 상담
위즈덤하우스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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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을 시작하기에 앞서 황선미 작가가 들려주는 '작가의 말'에는, 바쁜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해 줄 든든한 어른이 있었으면 바랐던 작가의 어린 시절이 회고된다. 그러나 엄마를 대신하는 맏언니였기에 집안일과 동생들 챙기기에 바빴고 너무 일찍 성숙해져 '어린 시절을 통째로 잃어버린', 나이에 맞지 않는 시절을 살았던 작가님의 상실감에 코끝이 절로 찡해졌다. 『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에는, 이처럼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고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것이 익숙한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 기훈은, 친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거리가 멀어진 친구의 관심을 기다리고, 엄마가 없어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도, 어느새 자신의 마음은 무너져 있음을 깨닫는다. 다행스럽게도 마지막 부분에는, 친구와의 관계도 개선되고, 좋은 후견인도 만난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진다. 2017년 5월에 출간된 『건방진 장루이와 68일』에 이은 후속작품으로 등장인물과 상황이 기훈의 시선에서 묘사된 어린이 성장동화다. 동화를 마치면, 이보연 아동심리 전문가의 <나를 성장시키는 관계 수업>이 그 뒤를 잇는다. 조부모를 제대로 이해하고 관계를 맺으려면 비밀이 없어야 하며,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고, 또래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자신을 지지해주는 주변 어른들에게도 마음을 터놓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동화 속의 기훈이를 내담자로 한 상담 시스템이다.

 

 

기훈이더러 더럽다고 질타했던 아줌마를 엄마로 둔, 일면식이 있는데도 눈길도 마주치지 않는 건방진 '장루이'가 기훈이 반에 전학생으로 온다. 반장 선거일, 오랜 친구 하나가 내가 아닌 전학생 장루이를 반장 후보로 추천했다. 그리고 장루이는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어정쩡한 윤기를 반장 후보로 추천했다. 더 어이없는 건, 장루이가 윤기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한 것이다. 더군다나 윤기는 기훈이더러 "나는 너를 지지해"라는 소리까지 했다(p35). 기훈이는 반장이 됐어도 장루이와 윤기가 버린 걸 주운 기분, 하찮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기훈이는 처음부터 장루이가 마음에 들었다. 친구가 되고 싶었지만 어쩐 일인지 자꾸 어긋나기만 했다. 싸운 건, 윤기와 장루이였지만 장루이가 전학 간 뒤로 걔네들은 이상하게 친해져 있었다. 학교까지 빠져가면서. 그래도 기훈이에겐 유치원 때부터 가장 친한 친구 야무진 의리파 '하나'가 있다. 학원까지 빠져가면서 기훈의 일에 자신의 일처럼 앞장서고 든든한 대변인이 되어준다. 삐지면 말도 안하고 모른 체 하다가도 결정적인 일에는 기꺼이 팔을 걷어붙이고 도움이 되어준다. 그래서 친구가 필요한 것이고, 가장 강력한 후원자이자 조력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엄마와 아빠 없이 조부모 손에 자란 기훈은, 할아버지마저 얼마 전 돌아가시고 몸이 불편한 할머니와 단 둘이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할머니를 책임져야 할 사람은 자신 뿐이라고 생각하는 속깊은 아이, 부모님 잔소리에 지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자신은 혼자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서 좋다며 위안하곤 한다. 그런데 할머니가 요즘 수상하다. 낯선 사람들이 집에 찾아오고, 통화를 하다가도 급하게 끊기 일쑤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대형마트에서 대량의 식료품 봉투가 배달되기 시작한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같은 반 친구 윤기와 함께 '국제 구호 단체 행사장'을 찾게 되면서 윤기에게 여러 경험을 시켜주는 엄마가 있다는 것에 부러운 시선을 차마 거두지 못한다. 기훈이에게 그런 어른은 없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매사에 거슬리는 전학생 장루이도 와 있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남자 어른,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상가 빵집에서, 국제 구호 단체 행사장까지 와서 마주쳤다. 참 이상한 우연도 다 있다. 하지만 왠지 기훈이는 그 어른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기억에도 없던 아빠 이름 '박장한'을 사진 전시회 안내 자료에서 발견한다. 정말 그 남자는 아빠가 맞을까? 왜 둘만 살고 있는 집앞에 대량으로 먹거리를 세 번이나 배달시켰는지, 집은 왜 나가서 다시 오지 않았는지, 자식의 책임을 왜 지려고 하지 않는 것인지.... 이 모든 것이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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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탐정 정약용』 by 김재희 | 2018년(90) 2018-01-26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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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유랑탐정 정약용

김재희 저
위즈덤하우스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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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탐정 정약용』은, 18세기 실학자이자 개혁가였던 다산 정약용과 천재학자의 면모를 펼치는 금대 이가환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에 걸맞게 다산과 대결구도를 이루는 인물 또한 개혁을 꿈꾸는 인물이다. 민본 사상에 의거한 개혁정신과, 아울러 서학과 기독교 사상에 심취한 점 역시 소설에서도 잘 드러난다. 논리적인 사건 해결이라고까지 단정짓기는 뭣하지만(사건을 화끈하게 해결했다고 보이는 부분이 미약했다), 암호를 풀어내는 방식과 시체를 두고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을 밝히는 조선판 CSI 다운 면모만큼은 흥미를 끈다. 또한, 진(이기명)이라는 인물의 설정은 판타지 소설과 결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노론에 의해 장악된 조선의 부패한 시대상도 함께 조명한다. 약용과 가환 두 사람 모두 천재학자인지라 곳곳에 치고 들어오는 학문적 지식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약용이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임 포교'와 임 포교를 충성스레 따르는 '한상오' 포졸, 아름다운 무녀 '채련' 등 매력적인 인물들이 가세하여 소설의 재미를 한층 풍부하게 한다. 약용과 진의 명승부는 어떤 방식으로 이끌어 나갈지 살짝 긴장하며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서른한 살의 약용은, 정조로부터 수도 한양을 벗어나 수원에 난공불락의 요새를 짓고 그 안에 수만 호의 백성을 살게 할 계획을 구상받는다. 고향 마재에서 부친상으로 여막살이를 하며 거중기와 화성 설계를 정리하던 중 배를 가르고 장기를 꺼낸 부녀자연쇄살인사건과 맞닥뜨린다. 그 사건은 16년 전에 만난 한 사내를 두려운 마음으로 소환한다. 16년 전, 한양에서 마재로 가던 중 길을 잃었을 때 그림 속에서 나온 듯한 반듯하고 서늘한 느낌의 한 남자를 만난다. 그는 한 번도 접하지 못한 외국의 기이한 풍습과 진기한 사상을 들려줬고, 풍부한 향의 고깃국과 핏빛 홍차를 대접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마주한 세 구의 시신, 장기가 모두 제거된 복강, 약용과 기환은 바로 정신을 잃는다. 그가 남긴 한 글자 '진(震: 우레, 흔들림)'은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충격적인 그 사건은 세월이 흘러도 두 사람의 머리 속에서 뚜렷한 각인을 남겼다.

여막살이를 끝낸 서른네 살의 약용은 정조에게서 받은 명을 완수한 뒤 어사의 임무를 받들어 연천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2년 전에 물 속에 빠졌던 자신을 구해준 무당의 딸 '채련'을 다시 만난다. 사건의 중심지와 약용의 행선지를 의도적으로 맴도는 것만 같은 그녀가 수상하다. 한편, 해당 사건의 수사관이었던 임 포교 역시 연천 지방에서 일어난 영아의 채생절할(採生折割: 사람을 죽여 내장을 떼어내고 신체를 끊어 약으로 조제하는 행위) 사건을 두고, 진이 나타났음을 직감하며 그 행적을 쫓는다. 약용이 암행을 나온 연천 고을에 거중기에 매달린 시신이 발견되고, 그 속에 담긴 암호를 풀어 약용 일행은 폐광산 인부들이 모여 사는 '광대골'에 흘러 들어가는데...

소설은, 정조가 즉위한 해인 1776년 열다섯 살의 어린 정약용부터 천주교 탄압과 함께 몰락하는 가문, 전라도 강진으로 유배간 노회한 정약용까지를 풀어낸다.
이가환은 정약용보다 실제 스무 살 연상이지만 소설에서는 일곱 살 위로 두었다. 소외된 계층과 백성의 입장에서 생각한 진정한 사상가 정약용은 힘없는 백성들이 무고로 희생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형사 사건과 법의학을 연구하고 집필했는데 작가는 정약용이 실제로 저술한 형법서인 <흠흠신서> 속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사건에 맞물려 백성들을 살피는 정약용의 행적부터, 기본 골격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나머지 사건들과 인물은 모두 픽션이다. 추리만으로 점수를 매기자면 약용과 가환은 명탐정이 맞지만, 문과 출신의 그들이 무예에 출중하지 못해서 대립구도에 놓인 적들에게 당하기만 한 것에 실망감이 컸다. 유교사상에 물든 조선을 평등사상으로 돌리려 했던 진의 사상은 기득권을 처단하여 새로운 평등의 세상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진의 시각으로 본다면 과연 만족할까? 그가 원하는 세상은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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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영화 『코코』 보고 왔어요^^* | 2018년(90) 2018-01-23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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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코코

리 언크리치
미국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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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017. 1. 21. 일요일. 13시
영화 : 애니메이션 코코
런타임 : 105분
장소 :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무료한 일요일, 초딩 1학년생인 둘째랑 둘째 절친과 함께 픽사 애니메이션 『코코』를 보러 갔답니다. 사전 정보를 알지 못했던 저는, 코코가 올라와야 하는데 난데없이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가 25분 가량 상영돼서 당황했다는 점입니다. 다행히 곧이어서 코코가 상영되더군요. 제작비만 1억 7천만불, 3주 연속 북미 박스오피스 1위라는 인기에 힘입어 제75회 골든글로브, 제23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각각 장편 부문 애니메이션 상까지 수상했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영화 『코코』는, 뮤지션을 꿈꾸는 소년 '미구엘'이 멕시코의 명절 '죽은 자의 날'에 우연히 '죽은 자들의 세상'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모험을 그린 작품입니다.

아이가 어려서 더빙으로 관람했는데요, 주인공 미구엘 목소리가 너무 듣기 좋고, 노래도 무척 잘하더군요. 알고 봤더니 전문 뮤지컬 배우 문서윤 군 목소리였어요. '기억해 줘(Remember me)', '포코 로코(Un Poco Loco)' 등 코코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까지 모두 직접 불렀다고 해요. 영상이 화려해서 볼거리가 많고, 개성 있는 캐릭터에, 스토리까지 탄탄합니다. 가족들이 이 영화를 찾는 이유는, 시종일관 가족 사랑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때문입니다. 따스하고 무조건적인 애정 세례가 쏟아집니다. 멕시코의 전통 명절인 죽은 자의 날에는 영혼을 안내하는 주홍색 금잔화 꽃잎을 제삿상(?)에서부터 바깥 쪽까지 이어지게 뿌려줍니다. 꽃잎이 뿌려진 길을 통해 망자들이 찾아오고 음식을 먹고 여흥을 즐깁니다. '죽은 자들의 세상'도 '산 자들의 세상'처럼 자본주의 체제로 흘러갑니다. 산 자들의 세상에서 죽은 자들의 사진을 걸어놓고 제사를 지내야만 금잔화가 뿌려진 길을 통해 망자들이 찾아와 제삿밥을 먹을 수 있었던 거죠. 사진이 걸리지 않으면 산 자의 세상에 망자가 발을 못 붙입니다. 망자들이 살고 있는 출입국 시스템에서 출국을 허용하지 않는 겁니다. 더 끔직한 것은, 산 자의 세상에서 더이상 망자를 추억하거나 기억하는 사람이 없으면 죽은 자의 세상에서조차 더이상 살아가지 못하고 한 줄기 빛으로 사라지고 말죠. 인디언에게 있어 죽음이란, 사람들의 추억이나 기억에서 잊혀지는 것이라는 말이 문득 생각나네요.

음악에 심취했던 미구엘의 고조 할아버지가 집을 나가면서 고조 할머니 '이멜다'는 남편의 얼굴을 찢고, 딸 '코코'와 자신의 얼굴만 드러난 가족사진을 간직합니다. 그때부터 미구엘의 가족은 대대로 음악을 멀리하고, 가족들은 모두 수공예로 신발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우연히 유기견 '단테'와 함께 죽은 자의 세상에 들어간 미구엘은 자신의 우상이자 전설적인 가수 '델라 크루즈'가 생전에 지니고 있었던 기타가, 고조 할머니가 찢은 사진 속의 기타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망자의 세상에 있는 동안 점차 망자의 몸으로 변하는 미구엘을 속히 산 자의 세상으로 돌려놓기 위해 조상들은 축복을 내립니다. 하지만 뮤지션을 꿈꾸는 미구엘의 희망 만큼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말죠. 이에 반발한 미구엘은 조상들의 축복을 거부하고,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델라 크루즈를 찾아 나섭니다. 그를 찾기 위해 헤매는 동안, 거지꼴을 한 '헥터'를 만나고 미처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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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거리에서 2』 by 오쿠다 히데오 | 2018년(90) 2018-01-23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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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침묵의 거리에서 2

오쿠다 히데오 저/최고은 역
민음사 | 2014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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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거리에서』 2권에서는, 1권에서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이치카와 겐타'와 '사카이 에이스케'의 진가가 드러난다. 나구라를 왕따로 몬 주모자인 줄 알았던 그들의 실상이, 실은 나구라를 위해 뭇매를 맞고도 묵언수행하듯 행동했으며 무엇보다 의로웠으며 정의로웠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다소 불쾌한 부분이 있다. 실제 일본의 여성 인권이 현저히 낮은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유난히 여성성을 약해 빠진 모습으로만 해석하는 '안도 도모미'와 '다카무라 마오'의 혼잣말이 읽는 내내 불편했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사카이는 스스로 '남자다움'을 강요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야기의 맥락은, 나구라 유이치의 죽음 전과 후를 번갈아 조명하고 있는데 겐타와 도모미의 시점이 가장 두드러진다.

어딜 가나 그 학교만의 역사와 전통이라는 것이 있고, 교사와 학생의 벽은 어쩔 수 없이 존재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제2중학교 역시 여름 캠프 취침 시간에 맞춰 선후배 간에 게임을 개최하는 전통이 있었고, 그것은 바로 '운동부 대항 야간 릴레이 경주'였다. 혹여 교사에게 발각되면 혼자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규칙이었으나 나구라는 발각되고 경주 자체를 고자질한다. 십여년을 이어왔던 선후배 간에 중요한 전통을 나구라가 모두 망쳐 버린 것이다. 그것은 나구라 한 명의 오명이 아닌 테니스 부의 오명이었고, 운동부 전체를 먹칠한 결과로 돌아온다. 그것을 계기로 나구라는 정식 '집단 따돌림'의 대상이 되어버린 결정적 계기가 되어버렸다.

가해자로 지목된 네 명의 학생들은 나구라의 불단에 분향하러 오라는 유족들로부터 강요에 가까운 부탁으로 찾아가지만, 이에 성이 차지 않은 나구라의 엄마는 한 달 뒤에도 찾아와 분향할 것을 종용한다. 학교에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나구라의 죽음에 대해 느낀 점을 글로 쓰게 한다. 이에 학생들의 글이 유족에게 보내진다는 점을 알게 된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친다. 그러한 가운데 가해자의 부모들은 모임을 결성하고, 그곳에서는 자기 자식을 향한 애착으로 인한 부모들의 이기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학창 시절, 친구로부터 따돌림을 경험했었고 따돌림을 직접 주도한 경험도 있다.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이 다 그런 경험을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작가는 나구라가 그럴만한 적절한 행동을 취하고 있음을 은연 중에 흘리고 있다. 고급 운동 도구와 값비싼 운동복을 걸쳐 테니부 부원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만큼 눈치코치가 없었고, 상대방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무신경한 소리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으며, 친구들과는 상대적으로 많은 용돈을 자랑질까지 했다. 이것은 모두 상대를 향한 적대감의 원천이다. 한 마디로 주변 사람들이 싫어하는 행동만 골라 했다는 얘기다. 비록 몸이 유약하고 왜소해도 나구라 자신만의 소신이 서 있는 소년이었다면, 부자인 것을 티내지 않고, 허세 대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었더라면, 친구나 후배들에게까지 멸시 당하는 꼴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구라 유이치를 죽인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누구일지.. 그 뒷배경은 결말에 드런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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