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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의 지도를 그리자 | 기본 카테고리 2020-05-31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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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 몸의 지도를 그리자

가이도 다케루 저/요시타케 신스케 그림/서혜영 역
니케북스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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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케북스 / 내 몸의 지도를 그리자 / 가이도 다케루 지음,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


그동안 인체에 대해선 크게 관심이 없었더랬다.

무한한 신비로움을 발산하는 경이로운 곳이 바로 내 몸이란 사실에 감탄하면서도 생소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단어 때문에 쉽게 호기심을 붙이지 못했던 분야가 바로 인체였는데 저자인 '가이도 다케루' 박사는 의사가 되고 싶은 어린 친구라면, 의사 따윈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아프지 않고 잘 살기 위해 이 책을 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어쨌든 인체의 원리에 대해선 인간이라면 응당 알아야 된다는 논리인데 그게 또 묘하게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아마 관련 자격증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이 책에 대한 관심이 덜 가졌을 텐데 이보다 딱 좋을 순 없게 인체와 관련된 시험을 앞두고 있기에, 거기다 평소 사랑해 마지않는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의 그림이라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다.

자! 눈을 감고 우리 몸속 장기나 신체 용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떠올려보자.

생각보다 많이 떠오르지 않는다는데 의외의 놀라움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내 몸의 지도를 그리자>는 공부 전 내 몸속 장기와 신체 어느 부위에 어떤 장기가 있는지 먼저 단어나 그림을 그려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런 후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성분과 세포를 만드는 물질을 보다 쉽게 그림으로 나타내고 있어 글로만 보면 어렵게 느껴지는 내용을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표현해놓고 있다.

또 재밌게 느껴진 것은 몸의 외부와 내부의 설명이었는데 음식이 입안으로 들어와 항문으로 나간다고 했을 때 보통 음식물이 몸을 통과할 때 외부에 있다가 내부로 들어와 다시 외부인 항문으로 나간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의학에선 그렇게 인식하지 않고 입으로 들어가 항문으로 나가는 그 모든 것을 내부가 아닌 외부를 통해서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음식물의 소화, 공기의 호흡, 배설과 출혈, 혈관과 신경, 면역 등을 아파트의 관리에 비유해 아이들이 보기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되어 있고 골격계와 뇌, 장기, 혈관, 크게 순환 기계, 내분비계 등으로 나누어 그림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시험을 앞두고 있는 나로서는 이미 배웠던 인체에 대한 내용을 복습하는 의미로 읽을 수 있었고 그동안 헷갈리던 부분들은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님의 간결한 그림을 통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수확이었던 것 같다. 공부할 때 인체와 관련된 교과서에 이 책이 함께 첨부되어 있었다면 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생기지만 어쨌든 시험 전에 인체에 대해 고루고루 정리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아마 그동안 아이들이 만나보았을 어마 무시한 인체 그림 때문에 호기심은커녕 반감을 느꼈을 많이 아이들에게 뭔가 어설퍼 보일 수도 있지만 각각의 인체 구성대로 그려진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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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 | 기본 카테고리 2020-05-2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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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

박용희 저
꿈꾸는인생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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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 : 동네책방 역곡동 용서점 이야기 / 박용희 지음 / 꿈꾸는인생

뜨거운 열기를 보여주듯 인천의 오래된 서점이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오래된 중고서적이 켜켜이 쌓인 서점들이 골목을 따라 포진해있어 학창 시절 친구와 뚜벅뚜벅 걸으며 책 구경도 하던 곳이었기에 그때에 비해 서점도 많이 없어져 버리고 골목도 썰렁해졌지만 드라마의 여파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론 가슴을 쓸어내렸었다. 그런데 방문할 때마다 참 재미있었던 풍경은 책을 사는 사람보다 깔깔거리며 다양한 포즈로 사진 찍기에 바빴던 사람들이었는데 드라마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책방 주인의 주머니가 두둑해지진 않으리라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더랬다.

그리고 최근 동네책방이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 여파로 인기를 끌었던 서점도 어떻게 유지를 할까 싶어 걱정이 한가득인데 임대료가 비싸지 않은 주택 사이사이 등장하는 동네책방을 보며 반가운 마음 한편으론 역시 유지가 잘 될까 싶은 괜한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책방 주인이 아니더라도 일반인이 바라보는 책방의 시선은 나의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대형 서점에선 볼 수 없는 동네책방 버전 표지 한정판이 나오기도 하고 아기자기한 굿즈나 작가와의 만남 등의 이벤트로 대형 서점과 차별화를 두고 있어 사장님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는데 최근 뒤늦게 동네책방을 알아가는 나로서는 대형 출판사와 대형서점이란 다소 삭막한 풍경과 달리 동네책방이 주는 아기자기함에 새로운 재미를 붙이고 있었기에 <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는 그런 궁금증에 부합한 필연적 만남이었을 것이다.

학과 수업에 취미를 붙이지 못한 박용희 책방 주인은 해외 원서를 취급하는 서점에서 아르바이트하던 것이 인연이 되어 대학교에 입점하는 서점에서, 책방 매니저, 잡지사 홍보팀장, 출판사의 직영 서점 관리자란 다양한 포지션으로 7년을 보내고 안식년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 6개월 동안 북한 접경 지역, 티베트, 인도를 자전거를 타고 돌며 다양한 경험을 한 후 한국에 돌아왔을 때 아는 지인은 보증금 없는 40평 정도의 공간에서 뭔가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하고 그렇게 '덕은동 용서점'이 탄생한다.

오랫동안 책과 관련된 일을 하였지만 자신이 책방 주인이 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자신이 했던 일들이 책방을 이끄는 데 도움이 되어 순조롭게 지내던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가 쓰러지게 되고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덕은동의 용서점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게 된다. 책방을 접어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어머니의 뜻에 따라 병원에서 가까우며 세도 저렴한 역곡동에 새로운 '용서점'을 오픈하면서 재밌고도 이상한 역곡동 용서점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부천의 역곡동, 1년 반 동안 출퇴근하는 길목에 오래되고 노후한 건물들이 즐비한 동네 이름이 역곡동이란 것을 알고 있었기에 처음 용서점이 역곡동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괜한 반가움이 들었었다.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늘 지나치기만 했던 곳인데도 이런 반가움이 드는데 그곳에 사시는 분들에게 작은 동네 서점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것처럼 남다른 의미로 다가와질 것 같다.

책방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갈까?, 책은 어디서 떼오고 운영은 어떻게 할까?, 이윤이 남긴 할까?, 책방을 열면서 개인적인 생활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상대하기 곤란한 손님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등등 금전적인 문제와 책방을 하면서 일어나는 소소한 궁금증들이 책을 읽기 전 앞섰던 생각들이었는데 책을 읽다 보니 용서점에 출몰하는 단골들의 다양한 일화들이 재밌어서 퇴근 후 도란도란 모여 앉아 하루의 고단함을 푸는 '심야식당'을 보고 있는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오다가다 빵 한 조각 떼어주고 가던 길을 재촉해서 가는 손님, 자유분방함이 활력소가 되는 어린 손님, 더 이상 걷지 못할 것을 대비해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를 찾는 할아버지, 시 낭송을 멋들어지게 하시는 고운 할머니, 11시에만 나타나 매대 책을 구매하는 손님, 그리고 필사나 글쓰기 모임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 모두 제각기 다른 인생이지만 책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평소 책을 읽는 것은 좋아하지만 일정한 기간 동안 한 가지 책을 통해 생각을 공유하는 모임은 좋아하지 않는지라 독서모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는데 용서점의 용모임 이야기를 듣다 보니 책을 통한 인생 모임이라면 즐겁게 참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하나만으로 이어져 결국엔 사람으로 남는 용서점의 이야기는 어쨌거나 남는 것은 사람이란 불변의 진리를 일깨워주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읽고 가슴 한켠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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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빛나는 순간 | 기본 카테고리 2020-05-2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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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가 빛나는 순간

파울로 코엘료 저/윤예지 그림/박태옥 역
자음과모음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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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 / 내가 빛나는 순간 / 파울로 코엘료 지음


나 자신 스스로 빛나는 사람이라 믿으며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 자신은 모르지만 타인의 눈에 빛나 보이는 사람일 수도 있고 타인의 빛나 보이는 모습을 부러움에 담아내는 사람이 있다.

빛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고 그 빛나려는 노력을 시샘하는 사람도 있다.

생각해보니 타인의 시선 속에 갇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나 자신을 바라볼 기회를 놓치며 살았는가 싶다.

정작 타인의 시선 따위 나 자신보다 중요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한참이나 지나서야 그것을 깨달았기에 <내가 빛나는 순간>이 더욱 소중한 의미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실수와 실망, 돌이키고 싶지 않은 기억들 속에서, 혹은 너무 기분이 좋았거나 반대로 기분이 너무 좋지 않았기 때문에 평소와 달랐던 그날 의도치 않게 타인에게 상처를 주었던 일들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이미 그런 일들을 많이 겪어봤기에 파울로 코엘료는 책 속에 이렇게나 가슴을 뚫고 들어오는 말들을 적을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고 꿈꿨던 것과는 다른 내 모습이지만 그럼에도 이런 나의 모습은 타인이 결정해 주는 것이 아니며 오로지 나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는 것을, 타인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지만 그전에 나 자신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있어야만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시작이 무서워 생각에만 머무르다 포기했던 수많은 일들에 파울로 코엘료는 그럼 시작하지 말라고 말한다. 하지만 결심했다면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는 그의 말에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결심 앞에서 망설여질 때 이 구절을 생각하면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시기와 질투에 휩싸여 그 사람에 대해 알아가기보다 쉽게 예단하고 헐뜯으며 내 속에 있던 화를 풀어냈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가슴 한구석에 남아있던 찝찝함을 경험해봤을 것이다. 타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내 관심사로 두고 힐난하며 나 자신이 정상이라 조금은 안도했던 그 순간들이 나의 행복을 갉아먹는 순간이었음을, 겪어봤고 다시는 되풀이하고 싶지 않기에 한 장 한 장 펼쳐지는 다독임에 반성하고 결심하게 되는 것 같다.

구구절절 말하지 않고 간결하게 말하면서도 사람을 무장해제 시킬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그 사람만이 지닌 강력한 무기일 것이다. 간결해서 휘리릭 넘겨볼 수 있는 책이지만 그 짧은 문장 안에서 수십 번의 미움이 허물어지는 것을 경험하며 누군가가 미워서 못 견딜 때,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잃어버렸을 때 꺼내 읽으며 나 자신을 다독거린다면 어제의 나보다 더 빛나는 사람이 되어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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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 기본 카테고리 2020-05-28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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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은희경 저
창비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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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 은희경 소설집

어릴 적 이혼하여 더 이상 함께 살지 않는 아버지와 함께 간 이태리 식당에서 보았던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은 이후 소년의 가슴에 오랫동안 남아있다. 그리고 무엇 하나 두드러지는 일 없이, 어쩌면 거기에 그가 있는지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 게 당연한지도 모를 정도의 존재감인 그는 유년부터 이어온 뚱뚱한 자신의 외모를 바꾸기 위해 저탄고지 식단을 고집한다. 그리고 그의 곁에 친구인 B는 2대 독자인 집으로 시집와 첫딸을 낳은 어머니가 자기 바로 위의 누나가 죽은 지 얼마 안 된 이부자리에서 자신을 잉태하기 위한 육체적 교접을 이룬 것부터 자신은 잘못 탄생한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뚱뚱했고 볼품없어 초라하다고 느꼈던 소년, 반면 아버지는 잘 차려입은 정장에 중후한 멋을 자랑하는 신사였으니 그런 아버지의 눈에 비칠 자신의 모습에 소년은 더 움츠러든다. 그렇게, 어쩌면 그랬기에 아버지에게 버려졌다는, 사랑받지 못한 이유가 바로 비루한 살덩이에 있기라도 한 듯 오랜 세월을 이어온 DNA 운운하며 그렇게 탄수화물을 끊어내고 한 달 만에 12킬로그램을 감량한다. 그러는 동안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했으며 살 가망성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어머니에게는 알리지 않는다. 그리고 독하게 탄수화물과 당분을 줄이며 몰라볼 정도로 달라진 그는 장례식장에서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마주한다. 어린 시절 뚱뚱하고 초라한 자신의 모습만 기억하는 아버지에게 지금 나의 모습은 보이지 못한 채....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기억하는 아버지에게 감량은 어쩌면 마지막 자존심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를 버리고 갔지만 그렇게 뚱뚱하던 아니는 이렇게 잘 크고 있다며 상처 따윈 받지 않았다는 표정을 아버지에게 짓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끝내 그는 아버지의 기억에 지금의 모습을 심어주지 못했다. 비너스를 보면서 그는 '아름다운 것들은 나를 멸시한다'라고 생각했을 뿐이니까....

주인공과 친구인 B의 유년시절은 순탄치 못하다. 어떤 방식이든 부모로부터 상처를 받았고 자신 내면을 뒤흔드는 상처의 깊이만큼 자신의 존재감 또한 매번 부정당하거나 쉽게 흔들렸을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날씨와 생활>에 등장하는 소녀 또한 아버지와 큰 오빠의 부재 속에 도시의 변두리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토요일 청소를 마치고 학교에서 단체로 영화관람을 가기로 했던 그날 엄마가 24개월 할부로 사들인 세계문학전집 값을 수금하러 온 영업사원 때문에 결국 극장에 가지 못한다.

무언가 큰 사건이나 동요가 없는 흐름이지만 전집 값을 수금하러 온 영업사원과 집으로 향하는 와중에도 소녀는 끊임없이 몽상에 빠져드는데 그런 몽상들이 소녀의 감수성이나 기발함을 나타내기보다 자신의 상황을 부정하고 현재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하는 소녀의 처절한 몸부림으로 비쳐 안타깝게 느껴졌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는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날씨와 생활', '지도 중독', '고독의 발견',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 '의심을 찬양함'이란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앞쪽부터 세 편에 연이어 B가 등장하고 있어 각기 다른 주인공이 등장하는 B 시리즈인가란 생각을 했었는데 단편마다 이니셜의 등장도 흥미롭긴 했지만 끝까지 이어지는 단편 속에 불편하지만 딱 꼬집어 말하기엔 뭔가 복잡하게 느껴지는 감정선들이 독특하게 다가와졌던 것 같다.

나도 모르는 사이 잃어버린 것, 부정해버리고 타락해진지도 모른 채 앞으로만 나아가려는 인간의 모습들이 이런 이야기로, 이렇게 다양한 표현법으로 탄생할 수도 있음에 감탄이란 감정마저도 하찮게 여겨졌던 단편들이 아니었나 싶다.

야생동물한테 먹이를 주면 안 돼.

스스로 먹이를 찾지 않고 점점 남의 것을 뺏으려 하거든.

아니면 구걸을 하거나. 훈련된 곰을 야생에 풀어놔봐.

적응을 못하고 먹이를 얻기 위해서 등산객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놈이 반드시 나오지.

인간이든 곰이든 마찬가지야.

친구가 되려고 하면 안 돼.

타인으로 대하는 게 서로 살아남는 길이야.

모두들 다른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 진화야.

인간들은 다르다는 것에 불안을 느끼고 자기와 다른 인간을 배척하게 돼 있어.

하지만 야생에서는 달라야만 서로 존중을 받지.

거기에서는 다르다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이야.

사는 곳도 다르고 먹이도 다르고 천적도 다르고,

서로 다른 존재들만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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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팽 양 | 기본 카테고리 2020-05-28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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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모팽 양

테오필 고티에 저/권유현 역
열림원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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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원 / 모팽 양 / 테오필 고티에 지음

 

 

 

 

 

정적이며 한편으론 광인인가 싶을 정도로 복잡 미묘한 기복을 품고 있는 22살의 시인 달베르,

<모팽 양>은 달베르가 친구인 실비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편지의 주요 내용은 폭발하는 나이와 시인의 감성에 걸맞게 온통 이성에 관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편지를 통해 달베르의 이성관이 지나칠 정도로 몽상가적인 느낌이지만 어찌 보면 너무도 사실적인 표현이라 나도 모르게 공감하게 되는 면이 생기기도 하는데 어쨌든 이래서 연애란 걸 해볼 수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때 달베르는 미망인에 대한 예찬을 늘어놓는다. 너무 어리면 연애에 대해 가르치는 게 힘들고 유부녀이거나 창녀는 마뜩잖으며 또한 더럽거나 가난하면 안 된다는 그의 연애관에서 검은 옷을 입고 황금빛 눈물방울을 달고 있는 미망인이야말로 자신의 욕망을 불태우기에 좋을 대상이었는데 달베르는 그에 부합되는 부유한 미망인 로제트를 만나 곧 연인 사이가 된다.

 

자신의 연애 가치관에 부합되는 로제타, 이제 평생 사랑할 일만 남을 것 같은 그에게 로제타와의 관계가 지속될수록 애정이 식는 것을 느끼게 되지만 다시 혼자로 돌아가는 것 또한 선택하고 싶지 않다. 불같은 사랑은 금세 식어버리고 이런 자신의 마음을 로제타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달베르의 마음을 재미있게도 로제타는 꿰뚫어보고 있다. 환상 속에서나 나타날 것 같은 불멸의 사랑이란 현실에서 나타날 수 없으며 가장 현실적인 사랑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라 이들의 심리에서 왠지 나는 작은 전율을 느꼈다.

 

초반 부분 길게 이어지는 달베르의 연애 가치관과 이후에 로제타와의 만남까지 조금은 지루한 감이 있어 '설마 이렇게 끝나지는 않겠지' 싶은 마음에 조바심이 났지만 남자들의 모습을 관찰하기 위해 남장으로 모습을 바꿔 사는 테오도르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처음엔 이야기가 이렇게 전개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던지라 테오도르인 모팽 양이 등장하면서 왠지 <위험한 관계>가 떠올랐는데 스토리가 비슷해서라기보다 잔인할 정도로 현실적인 사랑에 대한 표현과 심리묘사, 고전이 주는 느낌이 비슷해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어쩌면 지루할 수도 있을 복잡 미묘한 심리묘사는 한편으론 숨이 턱 막힐 만큼 섬세하여 이중적인 느낌마저 풍기는데 재미있게도 이런 부분에서 꽤 매력을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오래전이나 지금이나 사랑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심리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진리 앞에서 처절한 사랑을 탐닉하는 그들의 모습은 꽤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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