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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하는 몸, 변화하는 몸 | 책 리뷰 2023-09-10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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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베테랑의 몸

희정 글/최형락 사진
한겨레출판 | 2023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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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던지며 노동하는 삶이란 어떤 모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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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어떤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기술이 뛰어나거나 노련한 사람] 

사전적 정의다. 우리가 장인, 전문가라 부르는, 자신의 분야에서 경지에 오른 이들이다. 베테랑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까. 노동을 거듭한 몸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또 어떤 이야기를 닮아 변해있을까. 작가 희정은 그들을 인터뷰한다. 베테랑이란 무엇인가를 물으며 대화한 기록을 남겼다.


세공사 김세모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어릴 적 지인 소개로 작업장에 들어간 김세모는 작은 통나무 위에서 노래를 불러야했다. 그렇게 신고식을 치렀다. 배우는 것은 알아서, 눈치껏 배워야 했다.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며 버티며 결국 기회를 얻어 일을 시작했다. 하루 15시간 일을 했다.

 

귀금속에 광을 낸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업계에서는 누가 한 지 알 정도다. 날카롭게 돌아가는 휠에 금속을 갖다 댄다. 힘 조절을 잘해야 한다. 마지막 단계인 광 작업에서 불량이 나면 앞선 모든 작업들도 날아가는 거다.

 

기계의 발전으로 이제는 더욱 복잡하고 세밀한 작업을 해야 한다. 손가락 서너 개로 휠의 회전력을 감당하는 손목은 휘고 어깨는 말려있다. 허리 디스크가 있지만 그러려니 한다. 세공작업에는 유해 물질이 가득하지만 건강을 생각할 틈이 없다.


"열심히 하면 되니까요. 열심히 하는 걸 못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가 하는 말이다. 열심히, 꾸준히. 그게 쌓여 몇년, 십수년이 넘는다. 열심히 하는 것, 쉽게할 수 있는 것일까? 베테랑들에게는 나름의 자부심과 즐거움이 있었다. 다들 어쩌다 보니 오래 일하고, 베테랑이 되었다고 말하지만 그 순간순간을 그저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조리사 하영숙은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일했다. 2000명이 넘는 사람의 밥을 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옛날에는 기계도 없었다. 당연히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보람을 느낀다. 음식 하나하나에는 고려할 것이 많고 계산해야 할 것이 많다. 먹는 사람의 취향, 특성까지 고려한다.

 

하영숙은 살아남기 위해 노조도 가입하며 정말로 열심히 살았다. 육아를 하며 자격증을 땄다. 이는 그 시절 어머니들의 몫이었다. 우리는 베테랑이라는 단어로 삶을 단순히 짐작할 수 있을까. 그녀는 회계 일이 하고 싶었지만 타인을 위해 고생하며 살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래도 잘 살았다" 말한다. 자신만의 가치를 쫓는 의지가 보인다.

로프공 김영탁은 대학 졸업 후 돈을 벌기 위해 청소 업체를 차렸다. 젊으니 줄을 타보라는 권유에 연고 없는 대전에서 먹고 자며 3개월을 배웠다. 지금은 실리콘 보수 작업을 한다. 로프공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추락을 생각하지만 떨어지지 않을 거라 믿는다. 로프공들의 추락사 소식이 들려온다. 그것을 듣는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심지어 주민이 방해된다고 줄을 잘라버려 사망하는 경우도 있었다. 놀이 기구도 무서워 못 타는 그는 어쩌다 보니 로프공이 되어있었다. 어쩌다 보니, 먹고살기 위해. 그것이 베테랑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었다.

 

세신사 조윤주는 월 300이라는 당시로선 큰 금액을 준다는 말에 시작했다. 물에 불은 손이 때수건과 계속해서 비벼졌다. 목욕탕에 자릿세를 내고 사람들의 때를 벗긴다. 안마사의 역할도 한다. '시원하게'밀어줘야 한다. 손맛에 따라서 인기가 판가름 난다. 처음이라면 눈물을 머금고 배워야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

 

어부 염순애와 박명순, 조산사 김수진, 마필관리사 성상현, 수어통역사 장진석,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전시기획자인 전포롱, 연극 배우 황은후, 식자공 권용국은 몸을 던진다. 노동에 의해 몸이 변화한다. 보이지 않는 노동이 아름답게 보이는 세상을 만든다. 참 모순적이다.

 

베테랑의 삶은 스스로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삶이었다. 어쩌다 보니 일했고, 살아야 하니 계속했고, 그저 재밌어서 했다. 그들은 자신만의 삶과 기술을 만들어갔다. 기술자의 세계에선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그들의 직업은 안전뿐 아니라 안정을 보장하지 않았다. 우리가 베테랑을 바라볼 때 노동의 위대함을 보지만 그 뒤에는 그들이 버텨왔던 시간과 고통, 또 변화하는 몸이 있었다.

 

세공, 급식, 외벽청소 전문교육과 법의 보호가 없는 일들. 위험과 함께한 세월을 느낀다. 세상은 좋아졌을까? 1년동안 2천명 이상이 산재로 사망한다. 베테랑들은 오히려 위험을 감내하고 피곤을 참아낸,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어찌보면 운이 따랐던 삶을 살았다 말할 수 있다.

 

베테랑이 되어가면서 같이 사는 방법을 배운다. 세신사들은 인기에 따라 모든 것이 정해지지 않도록 돈을 똑같이 나눴고, 경마장에서는 성과금의 일부를 모아 서로의 월급에 보탰다. 어촌에서는 서로 돌아가며 그물을 던졌다. 결국 ‘같이 사는’ 일이다. 이것이 베테랑들의 삶이 전해주는 또다른 지혜가 아닐까.


"늘 인터뷰 마지막엔 베테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는데, 그럴 때면 그들은 각자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관계, 성실, 연대, 인간다움, 가능성. 그걸 듣는 순간이 좋았다." (P.330)


가치를 잃지 않고 사는 삶, 그것이 베테랑이 되는 자리까지 이끌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선 땀 냄새보다는 몽글몽글 피어나는 희망과 세월과 함께 굳어진, 단단한 의지가 느껴진다.


사진과 함께 그들의 삶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우리 주변이 다르게 보인다. 나는 어떤 의지를 갖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일하고 또 살아갈까. 베테랑이 된다는 것은 사전의 정의처럼 그저 오래일하고, 잘하기만 해서 되는게 아닐 것이다.

*한겨레 출판에게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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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겸손함 | 책 리뷰 2023-08-3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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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식인종에 대하여 외

미셸 에켐 드 몽테뉴 저/고봉만 역
책세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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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종에 대하여>는 몽테뉴 수상록에 있는 일부분을 가져온 것이다. 제목 그대로 식인종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몽테뉴가 살던 16세기에는 대항해가 시작되면서 인류학적인 연구혹은 보고들이 이제 막 들어오고 시행되기 시작했을 때다. 몽테뉴는 지적 겸손함의 관점이라고나 할까. 타인의 삶을 그저 미개로 판단하는 것을 보류하고, 다각도에서 인간의 삶을 바라보라 말한다. 당대에 굉장히 진보적인 시각이다.

 

내가 대학을 다닐 때 교수님께서 콜럼버스 발표를 맡기셔서 잠도 못 자고 조사한 적이 있었다. 핵심(?)만 말하자면 콜럼버스의 항해는 당시 종교적, 정치적, 지적 호기심, 콜럼버스 개인의 출세욕, 물질욕 등의 동력으로 행해진 매우 복잡하고 시대상을 잘 드러낸 현상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되었다고 볼 수 있는 '타자'와의 이야기, 단순히 동방견문록의 호기심 세계의 오리엔탈리즘적 타자가 아닌, 기술문명이 완전히 차이 나는, 어찌 보면 죄책감이 들 정도로 순진한 ‘이용 가능한 타자'와의 만남이 대두되었다.

 

그리고 올해 초에 아바타 물의 길을 봤다. 누군가는 이 영화에서 생물학과 따듯한 가족애와 착취-억압구조 같은 사회구조를 봤겠지만 나는 타자의 삶, 원시인류 혹은 인디오로 묘사되는 현대인의 시각으로 보는 그들만의 문화를 보았다.

 

고도로 발달된 과학사회에서조차 극복하지 못한 인류의 탐욕, 또 그것과 겹쳐지는 대항해시대의 거대한 살육. 제임스 캐머런은 자연을 신성화하며 인간에게 철퇴를 내린다. 에리히 프롬이 자신에 대한 태도가 타인을 대하는 태도의 조건이라 말했다면, 우리가 타자를 어떻게 대하느냐 또한 우리를 규정한다.

 

누구는 타자라는 주제로 욕망이론을 만들고 몽테뉴는 지적 겸손함으로 타자를 대하지만, 결국 타인과 소통해야 한다는, 호모 사피엔스의 필연적 특징의 한계 속에서 더 나은 삶을 만들고자 한다면 우리는 나름대로 타자에 대해 사고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새로운 것, 혹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마주쳤을 때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가? 어떤 사고를 하게 되는가?

 

가끔 생물학이나 문화인류학을 공부하면 사고의 전환이 일어난다. 나는 원시인처럼 사고해야 하고, 문어처럼 뇌보단 감각으로 사고해야 한다. 대게 '주체' 혹은 '인간'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결정한다. 그것이 실로 다양한 세계를 이해하는, 다양한 관점을 배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를 어떻게 정의 내려야 하는가, 그럼으로써 타자를 어떻게 대할 수 있는가. 제임스 캐머런이 인디오의 복수라는, 실현 불가능한 꿈을 영화로나마 이뤄낸 걸지도 모르지만, 이런 철학의 빈곤이 아타우알파를 단순 멍청한 인물로 묘사하게 만들고 자연과 타자를 단순히 대상으로만 바라보게 만드는 게 아닐까.

 

이 책은 몽테뉴의 글이다보니 철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기에 다른 인디오 관련, 인류학 관련 도서와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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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여행 | 책 리뷰 2023-08-29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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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생각의 요새

고명섭 저
교양인 | 2023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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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배울게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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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알 수록 복잡하고, 사람들은 세상을 다양하게 바라본다. 우리는 알 수 없는 세상에 다양한 돋보기를 대보며 더 정확한 이해에 다다른다. <생각의 요새>저자 고명섭은 다양한 학자들의 저서와 고전도서, 동서양을 넘나드는 최신 연구작까지 다양한 저자들이 갖고 있는 '생각의 요새'를 파고든다.

 

1장 '사유의 숲길'에서는 주로 서양 철학을 논하고, 2장 '생각의 요새'에서는 사회사상을, 3장 '사상의 기원'에서는 서양 사상과 신학을, 4장 '회통에서 개벽으로'에서는 동아시아 사상을, 5장 '마음과 우주'에서는 문학과 과학철학을, 6장 '지혜의 시대'에서는 대립의 극복을 다룬다. 자세한 도서목록이 궁금하다면 목차를 참고하면 된다.

 

프랑수아 줄리앙은 "자신과 자신의 일치, 자신에 대한 자기적응에 균열을 냄으로써 '자아'의 마비에서 빠져나오는" 탈합치 개념을 창안했다. 리처드 도티<우연성, 아이러니, 연대>에서 우연적인 사건을 거듭해온 사회가 자유주의라는 가장 좋은 사회를 만들었고,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며 잔인성을 최소화한 사회를 추구해야 함을 주장한다. 알랭바디우는 정치, 과학, 예술, 사랑이라는 영역의 사건들에서 기존의 여론의 지배를 깨뜨리는 보편성을 창출하면서 진리가 출현하며 혁명 집단과 같은 세계 내부의 몸체에 개인들이 합류할 때 개인은 진리의 주체가 된다 말한다.

 

이와 같이 사유의 근본 사고를 건드리는 책들을 읽으면, 세상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틀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만나게 된다. 로티가 말하는 자유주의자들에겐 모든 것을 초월한 특정한 진리라는 것은 없으며 각자의 자기창조 활동을 이어나가며 세상을 발전시킬 뿐이다. 바디우는 자신을 주체로 일으켜 가장 완전한 이상을 마음에 품고 진리의 주체로 나아가는, 이념화를 통해 이념의 빛을 따라 나아가는 삶을 참된 삶으로 보았다.

 

세상에는 어떤 진리가 필요한 것일까? 그저 진리는 중요하지 않고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세상은 어떤 수식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일까?

 

<자살론>과 같은 저서로 '사회'라는 틀로 많은 현상들을 바라본 뒤르켐의 이야기와 그의 사고를 비판하면서, 모든 것을 사회로 수렴할 수 없으며 총체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마르셀 모스의 주장도 소개된다. 모스는 사회적으로 인행 신체의 기능이 바뀐다는 <몸 테크닉>을 저술하며 브루디외 이전에 교육,관습,유행,신분에 따라 태도,외관,복장,습관이 달라진다는 비투스 개념을 발견한다.

 

로고스 주의를 바탕으로 여성/남성과 같이 이분법으로 개념을 나눠 한 쪽을 무시했던 사유를 바꾸고자 한 엘렌 식수의 여성적 글쓰기와 남녀의 확실한 이분법을 나누는 운동을 비판하며 이분법을 없애는 작업, 즉 공생적 시각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해 내부, 외부 모두에게 논쟁을 일으킨 도나 해러웨이의 이야기도 소개된다.

 

여기서 인간은 사회를 구성하는 그저 기능적 존재인가, 사회 구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그 근본 원인이 되는 존재인가 하는 질문과 더불어 사회가 작동하는 법칙과 관성적이고 불평등한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운동을 벌여야 하는가의 질문이 이어지게 된다.

 

동방의 선교를 위해 인토르체타가 고민하여 번역한 <중용>은 역으로 서양 계몽주의에 영향을 미쳤다. 제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가 화두였는데, 이를 우상숭배로 금지해야 할까, 그저 문화현상으로 보고 이해 해야할까? 타자의 문화를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린 두 가지의 것을 대립으로 볼 수도, 하나의 현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새로운 학문>을 쓴 잠바티스타 비코는 당대 사회가 신이 만든 세상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태도를 불경하다 여긴 것과 달리 "인간의 사회와 역사는 인간이 만든 것이므로 인간의 지성으로 그 본질을 꿰뚫을 수 있다고 보았다."(p.259) 사상의 기원은 이와같은 태도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태도.

<계몽이란 무엇인가>에서는 다양한 학자들이 계몽에 대해 논하는데, 여기서 "과감히 알려고 하라!"라고 말하는 임마누엘 칸트의 정신이 돋보인다. 그에겐 인간은 이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자율적 주체였다. 우린 이성이란 무기로 세상을 이해한다.

 

이도흠의 <18~19세기 한국문학, 차이의 근대성>에서는 원효의 화쟁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원효는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 곧 대대하는 것들을 아울러 더 큰 하나로 회통하는 방법을 내세웠다. 통합을 위한 것. 모든 존재는 서로의 영향을 받아 존재하는 것이라 말한다.

 

하이데거와 불교를 비교한 권순홍<불안과 괴로움>에서는 '존재의 의미'를 묻게된다. 니체의 허무주의를 기반해 사고한 "하이데거에겐 현존재의 실존은 '던져져 있음'으로 요약된다."(p.342) 그의 사고에는 탄생 이전과 죽음 이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불교와 달리 "실존의 불안, 삶의 괴로움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막혀버렸다" 고 비판한다. 인간 존재란 무엇일까.

 

과학적 사고도 그저 이성의 산물이었을까? 뉴턴은 '중력'의 근원적 설명을 하지 않았는데, 그의 중력 사고의 배후에는 연금술과 점성술 같은 마법적인 사고가 있었음을 야마모토 요시타카의 <과학의 탄생>에서 말하고 있다. 토니 로스먼은 <빅뱅의 질문들>에서 우주의 많은 현상과 특히 기원에 대한 설명의 어려움을 말하는데, 여기서 결국 뉴턴을 포함한 수많은 우주과학자들의 질문들은"왜 아무것도 없지 않고 무언가가 있는가?"하는 질문으로 귀결된다."(p.465)고 말한다. 여기서 저자는 과학과 철학의 경계가 지워진다 주장한다. 다양한 가설로 우주를 설명하듯, 다양한 가설로 사회를, 세계를, 인간을 설명한다. 결국 세상에 대한 과학적 질문들도 철학으로 돌아오게 되어있다.

 

우리는 지혜를 어떻게 다루고 평가해야 할까. 백낙청은 민주주의, 평등주의가 제대로 구현되려면 '지혜의 등급'은 반드시 필요하다 말한다. 평등주의 이념에 따라 지혜조차 모두 평등한 것으로 취급하면 모든 말이 같은 취급을 받아 난장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 삶과 세계가 얼마나 넓게, 얼마나 깊게 통찰되느냐가 지혜의 등급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p.477)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지혜의 질서는 고정되지 않고 역동적이고 가변적이어야 한다. 언제나 옳고 위계를 가진 지혜는 없으니 말이다. 지혜의 세계에서는 이런 모순관계가 존재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이 모순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것, 대신 그가 말한 것처럼 통찰의 힘과 노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

 

<생각의 요새>는 고병권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소개로 마무리하는데, 고병권은 민주주의는 제도라기보단 제도에 대응하는 힘의 표출로 인식하며, 대의제 강화와 완성을 목표로 내세우며 시민운동의 중요성을 내리치는 최장집의 저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비판한다. 고병권은 최장집이 추구하는 완벽한 대의제 같이 제도적으로 완성된 '완성된 민주주의'란 존재할 수 없으며, 민주주의는 민중의 힘과 함께하는 것으로 여겼다. 제도와 운동은 보충관계 혹은 평행관계라는 의미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안으로 설명되는 고병권의 발언에서는 자아실현을 외치는 자유주의적 마르크스의 유토피아와도 겹쳐보인다. 결국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의지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 구체성과 설계의 문제다. 인간은 여기서 수만가지로 뻗어나간다. 헤겔과 같이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까지도 다른 생각을 한다.

 

깊은 사유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서로의 영향을 받으며 때론 극단을 지양하며 사고의 통합을 추구했던 학자들의 이야기와 민주주의 논의로 마무리되는<생각의 요새>를 곱씹은다면 현재 사회에 함의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평생을 연구해온 이들의 생각과 노력을 적은 돈을 들여 손쉽게 들여다본다. 이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세계와 인간을, 현명한 삶의 방식을 더 잘 이해한다.

 

*읽고싶었던 도서인데 교양인 서평단에 당첨되어 제공받아 읽었다 감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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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없음의 비판 | 책 리뷰 2023-08-2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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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개소리에 대하여

해리 G. 프랭크퍼트 저/이윤 역
필로소픽 | 2023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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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턴대 철학과 교수인 프랭크퍼트는 '개소리'에 대한 철학적 분석을 시도한다. 그는 여기서 수사학적 이용 및 악용을 다루지는 않는다. 그는 이 책의 목적으로 "개소리의 본질이 무엇이고, 개소리가 아닌 것과 개소리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제시하는 것"이라 말한다.

 

초반에는 개소리와 의미가 가까운 '협잡'의 의미란 무엇인지 논하면서 맥스 블랙의 정의를 가져온다. 맥스 블랙은 다음과 같이 형식적 정의를 제안한다. <협잡:누군가가 자신의 생각, 느낌 또는 태도에 대해 특히 허세 부리는 말 또는 행동을 통해 기만적으로 부정확하게 진술하는 것으로 거짓말에는 미치지 못함.> 하지만 프랭크퍼트는 이 정의에 만족하지 못하는데, "개소리에 대해서도 그것이 거짓말에 미치지 못하며, 또한 개소리를 하는 사람은 자신에 대해 어떤 식으로 부정확한 진술을 한다고 말하는 것은 옳다."(p.24)라고 말하고 있지만 개소리의 설명에서 중요한 점을 빗겨나가 개소리의 본질적 특성을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비트겐슈타인의 개소리 혐오를 이야기하며, 그와 관련된 한 일화를 소개한다. 편도선 제거 수술을 하고 요양원에 있던 파스칼은 비트겐슈타인을 만나자 자신의 처지를 "차에 치인 개가 된 느낌"이라 말했다. 그러나 비트겐슈타인은 "당신은 차에 치인 개가 무엇을 느끼는지 알 수 없소"라며 이것이 개소리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파스칼이 자신의 상태를 너무 구체적으로 묘사했고, "실제를 묘사한다는 기획의도가 담겨있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비트겐슈타인이 파스칼을 꾸짖은 것은 바로 이 생각 없음 때문이다." (p.35) 핵심은 "파스칼이 현실을 정확하게 묘사하려 할 때 요구되는 제약에 성실히 따르지 않은 채 어떤 사태를 묘사 했다는 것"이다.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우리가 묘사를 할 때는 현실의 제약에 맞게 해야 한다. 하지만 그녀는 의도적 거짓 전파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기에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다. 여기서는 형식보단 저 생각 없음이 강조된다.

 

개소리의 본질은 사태의 진상이 실제로 어떠한지에 대한 무관심이다. 파스칼의 사례로 들면 차에 치인 개에 대한 실제적인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저 내 감정 혹은 상황을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 표현의 비유에 그칠 뿐이었다.

 

저자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을 참조해 흔히 개소리라 불리는 'Bull Shit' 특히 접두사로 많이 붙는 Bull을 분석하는데, Bull은 대체로 진짜 목적에 기여하지 못하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렇다면 개소리의 특징은 무엇인가.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허세 부리기에 가깝다 말하고 있다. 본질이 거짓에 있지 않고 가짜라는 것에 있다. 거짓말의 본성에서 가장 중심적 개념은 '허위성'이지만 허세 부리기는 거짓이 아니라 '속임수'의 문제다. "개소리쟁이에게 유일하게 없어서는 안 될 독특한 특징은 그가 특정한 방식으로 자신의 속셈을 부정확하게 진술한다는 사실이다."(P.57) 저자는 이것이 개소리쟁이와 거짓말쟁이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이라 강조한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진릿값을 알고 있어야 한다. 무엇이 진리인지 알아야 속일 것 아닌가. 또 진릿값이 존재한다는 것은 객관적 제약에 따라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개소리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보다 더 자유롭다. 그래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개소리의 작업은 보다 광범위하고 독립적이며 임기응변과 꾸며냄, 그리고 창의적인 연기의 여지가 많다. 이것은 들인 노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예술의 문제다."(p.58) 그렇다. 꾸며내는 것, 개소리는 예술의 경지다.

 

개소리쟁이에게 유일하게 없어서는 안 될 독특한 특징은 그가 특정한 방식으로 자신의 속셈을 부정확하게 진술한다는 사실이다. 속셈을 정확히 말하지 않는다. 내면의 의도를 드러내지 않고 진리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거짓말과 다른, 책임지지 않고 부끄럼도 없는, 속이기 위함 그 자체를 위한 것이다. 그저 자기 목적에 맞도록 그 소재들을 선택하거나 가공해낸다.

 

"말하는 사람의 입맛에 맞는 것 외에는 어떤 것에도 신경을 쓰지 않고 마구 주장하는 개소리 행위에 과도하게 탐닉하다 보면 사태의 진상에 주의를 기울이는 정상적 습관은 약화되거나 잃어버리게 된다." (P.63)

 

개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이것이다. 진상에 대한 탐구 정신을 말살시키고, 입맛에 맞게 휘둘려줄 수 있는 존재를 양성하는 것. 특히 정파적으로 굳어버린 사고를 원하는 것이다. 무섭지 않은가? 우리 작금의 사태다. 진리를 아는 것은 피곤한 일이 되어버렸다. 단순히 가볍고 짧게 생각해 말할 수 있는 것이 선호되었고, 빠르고 쉽고 자극적이고 효율적이고 충동적인 것들이 우대받는 현실이다. 그것을 삶을 잘 사는 처세술이니 뭐니 하면서 치켜세운다.

 

"진실과 거짓은 사물을 잘못 이해하는 것과 올바로 이해하는 것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전제하는 것이며, 적어도 때로는 그 차이를 구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전제하는 것이다." 사물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있다는 사고가 남아있다면, 그것은 탐구로 이어지겠으나 그 사고 자체가 없으면 물을 흐리기만 한다. 이것이 저자가 이후에 말하는, 현대의 개소리가 넘쳐나는 이유임을 말하고 있다. 거짓말하는 쪽은 적어도 진리의 권위를 인정하지만, 개소리를 하는 쪽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개소리는 진리의 큰 적이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과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말하자면 같은 게임 속에서 반대편으로 활동한다. 그들 각각은 자신들이 이해하는 사실에 반응한다. 비록 한쪽의 반응은 진리의 권위에 따르고, 다른 쪽의 반응은 진리의 권위에 저항하며 그 요구에 맞추기를 거부하지만 말이다. 개소리쟁이는 이러한 요구를 모두 무시한다. 그는 거짓말쟁이와는 달리 진리의 권위를 부정하지도, 그것에 맞서지도 않는다. 개소리쟁이는 진리의 권위에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이 점 때문에,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훨씬 더 큰 진리의 적이다." (P.64)

 

저자는 오늘날 개소리의 확산이 다양한 형태의 회의주의 속에 보다 깊은 원천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진실을 탐구하는 것을 무의미하다 생각하고 사회에서 개인으로 초점이 옮겨가 개인을 주장하는 시대가 되었다. 사실에 충실하지 않고 자신에 충실하면 된다는 사고. 그런데 인간이란 존재는 세계와 맞닿아 있어서 다른 것들을 알아야 우리를 알 수밖에 없는데, 절대적 세상의 진리는 존재하지 않은 사고를 가지면서 동시에 자신에 대한 진리를 주장하는 것이 말이 되는지 저자는 묻고 있다.

 

이런 비판을 가하기 이전에 저자는 개소리에 대한 설명에 들어서면서 우리에게 질문을 남겼다. "개소리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왜 일반적으로 거짓말을 대할 때보다 관대한가?" 라고. 저자는 진리의 관점에서 개소리가 거짓말보다 더 적대시되어야 한다 말한다. 거짓말보다 개소리를 경계하고 주의해야 한다. 개소리가 넘쳐나는 시대다. 저자는 개소리를 더 관대하게 대하는 사회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과거보다 개소리가 더 넘쳐나는지 실증적으로 입증하기는 어렵겠지만 그 형태는 확실히 바뀌고 있다. 누구는 확증편향으로 얼룩진 사회가 미디어의 발달로 더더욱 늪으로 빠져간다고 말하지만 개소리를 걷어내지 못해 다 같이 침몰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걸 단순히 국민의 수준이니 비관하면서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진 않다. 하지만 굉장히 절망적이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책읽지 않고, 찾아보려는 습관이 없이 떠먹여주길 원하는 사회의 결말은 역사만 봐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니, 책을 안읽으니 역사도 모를 것이 아닌가. 개소리에 대한 문제는 태도의 문제로 돌아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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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밝음과 투명함을 표현한 뒤피 | 책 리뷰 2023-08-25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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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것은 라울 뒤피에 관한 이야기

이소영 저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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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 작가 이소영이 라울 뒤피의 삶을 이야기 한다. 뒤피는 인상파, 야수파, 입체파를 넘나들었고, 그림뿐만 아니라 도예, 패션, 직물 디자인, 무대 장식 등에도 도전하고 실험하는 예술가였다. 그만큼 남긴 작품과 후대와 당대 프랑스 사회에 미친 영향력이 상당하다.


많은 화가와 예술가에게 바다는 영감의 원천이자 안식처였다. 뒤피의 고향이자 해변의 도시였던 르아브르는 뒤피 그림의 주제이자 그가 평생 파란색을 좋아한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르아브르는 장르를 초월해 많은 화가들이 사랑한 장소였다.


뒤피는 모네, 피사로 같은 인상파 화가에게 영향을 받아 인상파 스타일의 그림을 그리고 공부했지만 그것에 만족하지 못했는데, 폴 시냑과 마티스의 작품을 보게 되면서 회화의 새로운 존재 이유를 알며 야수파에 사로잡힌다. 야수파는 색의 사용이 자유롭고 활기차고 생명력 넘치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친한 친구 조르주 브라크와 공부하며 입체파에도 영향을 받는다.이 시기 뒤피의 그림을 보면, 형식 측면에서 입체파적인 모습이 굉장히 돋보이는데 세잔이나 피카소 같은 다른 화가가 크게 떠오르진 않는다. 뒤피만의 스타일을 연구한 것으로 보인다.


"뒤피에게는 모든 미술사조가 영감이었다. 하지만 그 어떤 사조에도 자신의 개성을 얽매이도록 두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관심은 늘 변화하는 스타일에 있었다." (P.84)

 

뒤피는 수채화를 특히 좋아했는데, 투명 수채화와 불투명 수채화인 구아슈(gouache) 작품을 많이 남겼다. 수채화는 연하고 밝은 느낌을 표현하는데 좋다. 특히 구아슈는 선명하고 색이 환해지는 장점이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뒤피가 원하는 색감을 표현하기 좋았을 것이다.

 

저자는 뒤피의 인생에서 중요했던 여러 인물들을 소개한다. 특히 뒤피 작품을 최초로 구매하고 소개한 여성 갤러리스트 베르트 웨일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웨일은피카소, 모딜리아니, 뒤피, 발로몽, 로트렉, 마티스, 시냑의 가치를 알아보고 전시를 열어 컬렉터들을 연결해 주었고 미술사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다. 모딜리아니에게 생애 유일한 개인전을 만들어 준 것이 베르트 웨일이라 할 정도다.


뒤피는 패션계의 대가 폴 푸아레와 협업했다. 뒤피의 텍스타일 디자인을 사용해 디자인을 만들었다. 지금 패션계에서도 뒤피의 패턴은 종종 나올 정도다. 뒤피는 흥미를 느껴 시작한 삽화 작업이 직물 디자인까지 연결되는데, 이후 패턴 연구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 정말 안한 것이 없다.


뒤피는 인상파, 야수파, 입체파의 특징을 모두 흡수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창조했다. 투명하게 발린 색은 이전의 스케치를 숨기지 않고, 감상자가 과정에 참여하게 한다. 특히 드로잉 선과 색면을 비대칭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큰 특징인데, 부조화를 느끼기보단 색들이 자연스레 물 번지듯 퍼진다. 수채화의 강점을 그대로 이용했다.


저자는 뒤피 회화의 세 가지 대표적 특징을 뽑는다.

1) 대담하지만 결코 무겁지 않으면서 투명하게 겹쳐지는 붓질

2) 춤을 추는 듯한 서예 스타일의 드로잉

3) 색면과 선의 분리


"이 세 가지 장점이 뒤피가 당대 화가들에 비해 보다 일러스트적이고 독창적이면서도 융통성은 잃지 않는 지점이다."(p.245)


뒤피의 색에는 따듯함이 느껴진다. 뒤피는 고난 속 피어난 깊은 감정이 느껴지기보단 미술적 실험과 다양한 시도로 지평을 넓혔다. 그래서 화가 개인적 감정과 일화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고 작품 자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뒤피처럼 수채화와 색감 선택을 자신 있게 하는 화가도 드물다. 정확도와 묘사를 중시하는 이들은 뒤피의 그림을 선호하지 않을 수 있겠으나 피카소가 그랬듯이 못해서 정확히 못 그리는 것이 아니다.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자유분방함과 화려함, 따듯함이 관객을 사로잡는다.


"뒤피는 삶이 고뇌에 찰지라도 스스로의 예술에 그 고통을 절대 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p.338)


우리가 미술작품을 보며 화가의 삶 뿐만 아니라 화가의 의지도 느낀다. 그림은 결국 의도된 것이기 때문이다. 작품은 한정된 무대 속에서 벌이는 개인의 열투다. 화가 개인의 삶과 작품의 공간에서 이중적으로 벌어지는 스토리텔링이 한 작품을 완성한다. 그것이 그저 목적을 가지고 수동적으로 행하는 AI가 범접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뒤피는 계속해서 시도하고 만들었다. 그의 삶과 작품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간은 희망찬 발걸음을 내딛고 잔잔히 빛나는 발자국을 남긴다.

 

 

RHK에서 서평단 제안을 해주셔서 제공받아 읽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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