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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저
자이언트북스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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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가진 이들에게 주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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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김초엽>은 더스트가 증식해 생명체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위기 속에서 살아남으려 애쓰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이다. 많은 이들이 더스트를 피하기 위해 돔시티를 건설하거나 협력하면서 자신들만의 마을을 만들고 살아간다. 절망적인 세계들이 그렇듯 사람들은 서로의 도시를 침략하거나 약탈하거나 사람들을 서로 공격하며 생존했다.

 

이같이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배경이나 절망적인 상황을 바탕으로 한 소설에서는 이기적인 인간 상이 대표적으로 나타난다. <지구 끝의 온실>은 물론 이러한 인간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도피처가 있다고 믿는 등장인물 '아마라'의 절박함으로 나타난 희망의 모습이 이후 모스바나라는 식물로 이어져 꽃을 피운다. 3장으로 이루어진 내용은 서로 맞물려 연결되는데, 주요 내용은 연구원 아영이 더스트 종말 이전 시대에 존재했던, 지수와 레이첼이 살았던 프림 빌리지에 대한 흔적을 찾아가는 것이다.

 

나오미와 아마라가 도착한 프림 빌리지의 모습은 다양한 이야기가 스며든 곳이었다. 뮤지컬 배우를 꿈꿨던 하루, 그림 그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던 대니, 그리고 작물을 키우며 희망을 가졌던 많은 이들. 기계를 다뤘던 지수, 각종 작물들을 키우고 연구하며 마을의 생기를 불어넣었던 레이첼까지.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 또 잊지 않고 꿈을 꾸며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한국 최대 로봇 생산지였던 해월의 모습과 피폐해진 도시, 더스트가 나타낸 사회는 기술만을 중요시하다 변해버린 미래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이와 대비되는 프림 빌리지의 모습은 생존에 대한 희망과, 자신의 꿈을 버리지 않은 희망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프림 빌리지 사람들은 스스로의 이야기가 존재했다.

 

하지만 이전에도 연구원으로 식물을 연구했던 레이첼은 그저 기계처럼 일을 한다. 사람 같은 기계가 일을 한다고 하는 게 맞을 수도 있겠다. 그저 당연한 것,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레이첼은 자신의 일을 할 뿐이었다. 그와 달리 지수는 희망을 가졌었다. 머물러 있어도 좋지만, 더 많은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길 원했다. 매우 다른 성격의 둘은 처음에는 그저 필요에 의해 관계를 맺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게 의존하게 되고, 결국 모스나바처럼 깊숙하고 복잡하게 얽히게 됐다.

 

"생각해 보면 저의 호기심도, 지수가 제게 가졌던 것과 근본적으로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어쩌면 우리는 서로의 내면을 평생 궁금해하기만 하다 끝나버린 것인지도 모릅니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맺어진 관계. 레이첼과 지수의 관계는 그저 거기까지였다. 지수는 마을 사람들과는 친해졌지만, 유일하게 그 본심까지 다가갈 수 없었던 존재는 레이첼이었다. 하지만 레이첼도 지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버튼을 눌러 자신을 살려주었던 지수에게 끌림을 느꼈던 레이첼은 희망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이것이 삭막한 미래에서 작가가 심고 싶었던 따듯함이었을 것이다.

 

인간이 살아가며 만들어내는 것들은 결국 덩굴과 같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스스로를 구해내지만 오히려 스스로를 구속한다. 그것이 현대 문명일지도, 현대인의 심리일지도, 혹은 그것들을 넘어서는 어떠한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삶을 살아가야 하고 현재의 머물지 못한다. 결국 안전함을 갈망하지만 불안하고 더 나은 대안을 찾는 존재들이다.

 

"저는 그냥 그곳에서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던 거예요. 프림 빌리지를 다시 만들 수 없다는 것도, 그런 곳은 오직 프림빌리지뿐이었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식물들을 심었어요. 오직 그것만이 저를 살아가게 했으니까요."

이후에 밝혀지지만, 프림빌리지가 공격받은 이후 다른곳에 나오미와 아마라만 모스바나를 심은 것이 아니었다. 프림빌리지에서의 기억을 위해 살아갔던 사람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사람들의 흔적들이 연구 결과에서 나타났다. 그들은 믿음으로 살아갔다. 모스바나를 통해 살고싶었기보단, 그것이 희망이었고 약속이었기 때문에 심어나간 것이었다.

 

모스바나는 그 모습이 가시가 있고, 만지면 독이될지라도 희망을 의미했다. 또 모스바나는 일종의 관계를 의미하기도 했다. 그 모습이 처음엔 알지 못하고 어려워보여도, 결국 파고드는 것. 또 모순적이고 알 수 없는 것.

 

작가의 말에서 언급하듯, 작가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등의 소재를 생각하다 모스바나라는 식물을 선택했다. 보통 식물은 희망을 이야기한다. 아스팔트에서도 싹이 나는 것처럼, 인류가 사라진다 한들 식물은 계속해서 자라난다. 모스바나는 어찌 보면 현대 문명과도 같은, 인간과 항상 공존하며 그들의 삶을 도와주고 또 해가 되기도 하는 모순적인 존재를 나타냈다. 모스바나같이 모순적인 존재는 레이첼이 낳은 또다른 레이첼인지도 모르겠다. 필요에 의해 쓰다가 되려 해가 되면 가차 없이 버리는 인류에게 경고를 하듯, 레이첼은 그저 무심히, 더스트 폭풍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달라는 말에 모스바나를 건넸다.

 

그저 존재하는 것, 존재하는 것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것, 그리고 존재하는 것을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을 모스바나가 뒤얽고 있었다. 파란빛은 희망의 신기루였을지도 모른다. 지수의 아름답다는 말에 레이첼이 그저 내버려 두었던 파란빛.

지구 끝의 온실은 없어졌지만, 이제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남아있다.

 

+김초엽의 소설은 대체로 따듯함이 묻어난다. 사람들은 떠나거나 사라지고 기계들이 남아있는 삭막한 미래 배경으로 sf의 특유 감성을 드러내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은 약자의 모습일 때도 있고, 따듯함과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 이런 특유의 따듯함은 독자 나름의 바람을 가지고 끝까지 읽게 하는 동력이 된다. 이것이 김초엽 소설의 매력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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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조건, 자기만의 방 | 책 리뷰 2022-06-08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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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초판본 자기만의 방

버지나아 울프 저/박혜원 역
더스토리 | 2017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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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 버지니아 울프> "이 글은 1928년 10월에 뉴넘대학의 예술학회 및 거턴대학의 오타에서 발표한 강연문 두 편에 기초한다. 강연문 전문은 너무 길기 때문에, 뒤에 수정하고 보충했다."

 

버지니아 울프는 가상의 화자(주인공)와 옥스브리지와 펀엄이라는 가상의 대학을 설정해 도서관에 홀로 출입할 수 없었던 여성의 상황에서 시작해 도서관에서 여성에 관한 책들을 찾으며 여성차별적 내용과 구조들을 분석하는 과정까지, 당대 여성의 삶을 그려낸다. "내 입에서 거짓말이 흘러나오겠지만, 적어도 약간의 진실은 섞여 있겠지요. 이 진실을 찾아내고 그중 간직할 가치가 있는 내용을 판단하는 건 여러분 몫입니다."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주인공은 당대의 교육에서의 여성의 참여가 어려움을 말하고, 당대의 문학작품들 속에서 '여성'을 발견하고자 했다. 당시에 대부분의 저자들은 남성이었으나, 그들의 책들은 변변찮은 작품들이었다. 당대에 현명하다고 불렸던 남성 작가들도 결국 특정한 이미지로 여성을 단정 짓고 있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차별적인 구조에서 남성들이 얻는 이득을 분석했는데, 당대의 남성들은 여성과 남성을 비교하면서 우월감 내지 자신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분석한다. 이는 그들이 여성에 관해 글을 쓰는 내용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그녀는 남성 스스로도 잘못된 교육을 받아온 사회 구조적 틀을 인식했고 또 비판했다.

 

그녀는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어느 정도의 돈'인 숙모의 유산이 이러한 덮개를 걷어낼 수 있게 해줬다고 말한다. 당신에는 당연하다 여겨져 의문조차 가지기 힘들었던 사실인 '여성은 그렇다 할 문학 작품을 남기지 못한 것'을 의문시하면서. 그가 말했던 자기만의 방과 어느 정도의 돈은 '자신감'을 의미하기도 했다. 결국 그녀도 그러한 혜택을 받지 못했으면 이러한 의문도 제기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떠한 대상이나 집단을 일상의 일부나 동질감이 아닌 차별화 혹은 아예'다른 것'으로 여긴다면 실제 자신과 크게 다른 점은 없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넘어 신비화까지 하게 된다. 이는 울프가 말하듯 "매우 기묘하고 복합적인 존재"가 된다. "상상 속에서 여성은 더없이 귀하고 중요한 위치에 서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하찮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는 오리엔탈리즘과 매우 흡사하다. 거리를 두고, 신비화하는 것. 그리고 그 틀 속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

 

그녀는 당대의 여성들이 쉽게 의문시하지 못했을 '가부장 구조'를 인식하고, 글쓰기라는 특권을 통해 구조에 균열을 가하고 있었고, 문학과 같은 일상의 모습을 통해 당대의 여성의 처우를 여성 내부에 돌리는 것이 아닌 사회구조적 분석을 시도했다.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그녀만의 이야기가 아니며, 당대 여성들의 이야기임을 피력했다. 그렇기에 페미니즘 문학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닐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썩 중요해 보이지 않는 한 가지 견해를 여러분에게 전해주는 것뿐입니다. 여성이 소설을 쓸 수 있으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지요."

 

"지적 자유는 물질적인 것에 달려 있지요. 시는 지적 자유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여성은 언제나 가난했습니다... (중략) 이것이 내가 돈과 자기만의 방을 그토록 강조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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