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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최단경로

강희영 저
문학동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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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우리 시대의 아이러니를 감각적으로 표현해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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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혜서가 직장 전임자 진혁이 남긴 트랙에 대한 궁금증으로 네덜란드로 그의 자취를 따라 나서고, 진혁의 옛 여자친구였던 애영을 만나는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애영은 진혁의 아기를 혼자 네덜란드에서 낳아 기르던중 교통사고로 잃고 안락사를 고려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혜서 - 진혁- 애영으로 각 인물간의 연결고리를 따라가다보니 소설이 끝났다. 사실 진혁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진혁은 애영에게 어떤 마음일까, 젊은 날의 자신의 선택에 대한 죄책감을 갖고 있었을까. 혜서가 말한대로 의뭉스럽고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인 이유가 젊은 날의 자신의 선택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애영의 말대로 원래 겁이 많은 사람이라 그런걸까. 진혁도 회사를 잘 다니다가 네덜란드로 온 이유에는 애영에 대한 미안함이 있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영에게 곰인형을 사주고 떠난 것을 보면 과거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그가 살던 방식대로 계속 살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혜서가 단순히 진혁의 트랙을 매개로 네덜란드로 휴가를 떠나는 부분이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호기심이 많아서인가. 진혁이 전임자라는 것 외에는 연결고리가 없는데 왜 그에게 트랙에 대해 물어보고싶은 것인지 이유가 충분치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혜서가 애영을 만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항공권을 취소하고 회사를 그만두는 상황을 보면서, 그녀는 타인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이면서 최단경로를 찾으며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아닌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맵에서 최단경로를 찾으며 숨가쁘게 살아가는 것이 보편적이고, 오히려 주변 상황을 살피고 이해하며 살아가는 것은 특이하게 여겨진다. 그런 의미에서 혜서의 선택은 그녀의 성향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무언가 잘못되었을 때 우리는 원망의 대상을 찾고 그에 대한 마음을  추스리고자 노력한다. 그런데 애영은 아이를 교통사고로 잃었음에도 원망할 대상이 운전자가 아닌 도로위의 횡단보도를 표시하지 않은 맵이라는 데에서 큰 허무함을 느끼는 것 같다. 그녀가 암스테르담대학의 빅데이터 수업을 수강하는 이유도 사후에 아이에게 설명해주기 위해서라는 그녀의 대답이 의미심장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그리 단순하지 않아서 이젠 원망할 대상조차 이해할 수 없다면 무엇을 탓해야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하물며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으로 교통사고 이후 맵에 표시된 횡단보도가 애영의 심정을 위로해줄 수 없으니 말이다.

 

이야기는 참신하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이리저리 스파게티면처럼 꼬인 서사가 가독성이 좋은 요즘 소설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작가의 소설이라 하면 보통 가독성이 좋은 웹소설과 같은 느낌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이 소설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오히려 그런 면이 좋았다. 강희영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을 앞으로 만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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