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에 대한 환상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을 한 것과 달리 치열한 현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디즈니만이 하는 것>은 디즈니에 대한 이야기만 실려 있지 않았다. 그렇지만 디즈니에서 느낄 수 있는 그 이상의 것들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디즈니 CEO라고 해서 처음부터 디즈니 CEO라고 생각했는데, ABC 방송국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 책의 앞 부분은 디즈니 CEO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주로 그리고 있다. 디즈니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CEO가 되는 과정에서 겪어냈던 수 많은 스토리를 읽을 수 있었다. 누군가의 승진과 이직에 대한 이야기겠지만 마치 저자가 직접 겪었던 그 상황들처럼 생생하고 치열함이 느껴졌다. 특히 연출가 '룬'에 대한 이야기는 중요한 지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참 커보였던 사람이 결국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많은 시간이 지났겠지만 그 안에서 저자는 점차 디즈니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전반부가 디즈니의 CEO가 되기까지의 일이라면 후반부는 디즈니에 입성하고 나서의 일을 서술하고 있다. 디즈니에 가는 과정이 결코 쉽지 많은 않았지만 디즈니에 들어가서도 인수합병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저자였다. 어떤 방식으로 그 상황을 잘 해쳐나가는가까지는 잘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알 수 있는 것은 그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도 할 수 없는 것들을 그는 직접 실천했고 실행하는 사람이었다. 방송국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던 사람이 디즈니의 CEO가 되기까지의 과정, 약간의 자서전 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디즈니'와 상관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디즈니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가 아니라서 조금 아쉬움을 갖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디즈니가 변화해 가는 과정을 볼 수 있고, 그 것을 만드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읽을 수 있으니 아쉬움은 내려 놓아도 될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연출가 '룬'에 대한 이야기가 참 많이 나오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스타워즈에 대한 이야기를 제치고 말이다. 왠지 만나본 적도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지만 그의 연출 능력에 대한 신뢰가 생기는 내용, 완벽하지 않으면 시간이 촉박해도 처음부터 다시 하는 그의 선택이 무엇보다 기억에 남았다. 어느 누가 그럴 수 있을까, 이후의 결과에 대한 자신감이 그를 그렇게 만들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물론 저자의 이야기에 룬의 이야기가 좀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저자와 경쟁 상대가 아닌, 함께 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써의 역할로 보여진다.
지금의 디즈니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역사를 보고 싶다면 이 책은 아주 적합한 책이 아닐까 한다. 출발은 물론 다른 사람이 했지만 변화의 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탄생했다는 것을 이 책 한 권으로 살펴볼 수 있다. 디즈니에 대한 환상이 있다면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 수 있지만 한 권으로 ABC 방송국과 디즈니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는 이 뿐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