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아들이 여행 겸 도쿄에 가는 길에 사오라고 부탁한 책이다.
왼쪽에 세워진 책 3권은 모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다.
맨 왼쪽부터 신참자, 뻐꾸기의 알은 누구의 것인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순이다.
그렇게 유명한 나미야...도 아직 번역판으로 읽어보지 못했으니 그것부터 읽어야겠지.
중고서적으로 세금 포함 한 권당 200엔이니 모두 600엔 우리 돈으로 6천원!
정말 싸다. 상태도 아주 깨끗하다.
오른쪽은 문고판으로 새 책,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과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슌킨 이야기다.
일본은 아직도 저렇게 표지를 포장해 준다.
옛날엔 우리도 그랬는데 언젠가부터 사라졌다.
이 두권은 각각 400엔으로 800엔, 우리 돈으로 8천원 정도다.
중고서적의 두께와 부피에 비해 아주 얇은 것이 더 비싸다.
활자가 큰 책을 원했지만 오래된 책(특히 고전)은 문고판밖에 없다고 했다.
언제 읽게 될지는 모르지만 책은 갖고 있기만 해도 뿌듯하다.
가와고에かわごえ[川越]에 갔다가 과자를 사왔다.
가와고에는 에도의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전통 도시로서 작은 에도라고 불린다.
이케부쿠로いけぶくろ[池袋]에서 30분 정도 걸린다고 했다.
과자 상자의 표지도 예술이다.왼쪽 것은 겨울(ふゆ)을 소재로 한 그림이다.
과자 상자 디자인에도 저렇게 공을 들이다니, 그래서 상자를 버릴 수가 없다.
맨 앞의 것은 유명한 로이스 초코렛. 너무 달지 않는 적당한 단맛이 좋다.
왼쪽은 우리의 찹쌀떡과 비슷한데 정말 부드럽다.머리 희끗한 노인들의 사진은 이분들이 만든 제품임을 알려주는데
그들의 장인정신이 그대로 느껴진다.
앞에 자른 것은 속에 든 것이 고구마다.촉촉한 고구마의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여행책에서 보았는데 가와고에는 고구마로 만든 특산물이 많았다.
이렇게 많은 제품을 보여주는 안내지.과자의 유례나 마을의 이야기가 촘촘히 들어 있는 이런 종이도 함부로 버릴 수가 없다.
일본어를 공부에 빠진 사람은 알겠지만,
활자만 보아도 반갑고 예쁘다.
마치 활자 중독증에 걸린 사람처럼 버리지 못하고 모으기 바쁘다.
우리집엔 여행때마다 모은 잡지, 각종 카탈로그, 여행 안내서, 신문까지 읽을 거리가 넘친다.
둥글둥글한 히라가나의 예쁜 글씨에 사랑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아직 일본어 공부에 빠진 것이 아니라고 나는 감히 장담해본다.ㅎ
가와고에에 가면 이런 종탑이 보이는데도키노카네(ときのかね)[時の鐘]'시간의 종'이라고 하며 그곳의 랜드마크라고 한다.
4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는 것을 여행책에서 읽고 가보고 싶었는데
아들이 먼저 다녀왔다.
저 그림은 그곳에서 그림을 그린지 9년이 되었다는 사람에게 샀단다.
1000엔이니까 만 원 정도. 세 시간이나 걸려서 그렸단다.
와, 세시간이면 그곳 시급으로 쳐도 3만원은 해야 하지 않겠니?
그러게요.
하긴 그래서 우리 손으로 들어왔을 수도 있겠지.
펜 하나로 그린 그림인데 이렇게 세밀하고 살아있는 듯하다.
그곳을 다녀온 기념이 되고도 남겠다.
언젠가 꼭 가서 종탑에서 울리는 소리를 들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