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블로그 | 랜덤블로그 쪽지
예스24에서 글쓰기 막은 지 여덟 해째
https://blog.yes24.com/hbooklove
리스트
태그 & 테마링 | 방명록
숲노래
곁말+곁책+쉬운말이평화+책숲마실+우리말글쓰기사전+우리말동시사전+마을에서살려낸우리말+시골에서책읽는즐거움+비슷한말꾸러미사전+10대와통하는새롭게살려낸우리말+숲에서살려낸우리말+
파워 문화 블로그

PowerCultureBlog with YES24 Since 2010

7·9·10기 책

프로필 쪽지 친구추가
5월 스타지수 : 별25,685
작가 블로그
전체보기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숲노래가 지은 책
숲노래 도서관
사진책 읽는 즐거움
숲집 놀이터
숨은책시렁
시-동시
시-어른시
수다 떨기
책노래
숲노래 살림말
오늘 읽기
읽는 마음
책삶+글쓰기
책 언저리
책숲마실
시로 읽는 책
그림책 헤아리기
어린이문학 생각
우리말 사랑
숲노래 우리말꽃
말넋삶-람타 공부
말 좀 생각합시다
우리말 살려쓰기
새로 쓰는 우리말
꽃으로 살려낸 우리말
아이들과 숲노래
내가 걷는 길
우리는 어른입니까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책 읽는 아이
꽃아이
시골아이
꽃밥 먹자
아버지 그림놀이
살림노래
책사랑
시골노래 숲노래
시골 이야기
나의 리뷰
내 사랑 1000권
사진책
그림책
만화책
어린이+푸름이+교육
숲책+사전/우리말
문학책
동시집+시집
이오덕 책읽기
인문책
영화읽기
영화생각-아쉬운
시골사람 책읽기
태그
예스24F1963 부산예스24 검흙 부엽토 수단방법 단풍나무언덕농장의1년 마틴프로벤슨 앨리스프로벤슨 단풍나무언덕농장의사계절 몽캐는책고팡
2023년 5월 1 post
2023년 2월 209 post
2023년 1월 250 post
2022년 12월 171 post
2022년 11월 271 post
2022년 10월 162 post
2022년 9월 159 post
2022년 8월 124 post
2022년 7월 180 post
2022년 6월 174 post
2022년 5월 153 post
2022년 4월 178 post
2022년 3월 153 post
2022년 2월 145 post
2022년 1월 216 post
2021년 12월 184 post
2021년 11월 216 post
2021년 10월 149 post
2021년 9월 165 post
2021년 8월 153 post
2021년 7월 110 post
2021년 6월 86 post
2021년 5월 70 post
2021년 4월 89 post
2021년 3월 86 post
2021년 2월 86 post
2021년 1월 135 post
2020년 12월 157 post
2020년 11월 149 post
2020년 10월 150 post
2020년 9월 148 post
2020년 8월 124 post
2020년 7월 156 post
2020년 6월 138 post
2020년 5월 146 post
2020년 4월 175 post
2020년 3월 183 post
2020년 2월 193 post
2020년 1월 142 post
2019년 12월 118 post
2019년 11월 121 post
2019년 10월 166 post
2019년 9월 142 post
2019년 8월 121 post
2019년 7월 111 post
2019년 6월 121 post
2019년 5월 200 post
2019년 4월 233 post
2019년 3월 365 post
2019년 2월 457 post
2019년 1월 385 post
2018년 12월 520 post
2018년 11월 394 post
2018년 10월 410 post
2018년 9월 434 post
2018년 8월 286 post
2018년 7월 291 post
2018년 6월 215 post
2018년 5월 250 post
2018년 4월 253 post
2018년 3월 329 post
2018년 2월 335 post
2018년 1월 327 post
2017년 12월 293 post
2017년 11월 256 post
2017년 10월 257 post
2017년 9월 217 post
2017년 8월 249 post
2017년 7월 196 post
2017년 6월 243 post
2017년 5월 242 post
2017년 4월 322 post
2017년 3월 314 post
2017년 2월 326 post
2017년 1월 349 post
2016년 12월 378 post
2016년 11월 382 post
2016년 10월 340 post
2016년 9월 300 post
2016년 8월 271 post
2016년 7월 300 post
2016년 6월 288 post
2016년 5월 222 post
2016년 4월 186 post
2016년 3월 272 post
2016년 2월 311 post
2016년 1월 288 post
2015년 12월 283 post
2015년 11월 288 post
2015년 10월 356 post
2015년 9월 329 post
2015년 8월 410 post
2015년 7월 275 post
2015년 6월 299 post
2015년 5월 337 post
2015년 4월 436 post
2015년 3월 403 post
2015년 2월 325 post
2015년 1월 259 post
2014년 12월 375 post
2014년 11월 505 post
2014년 10월 485 post
2014년 9월 409 post
2014년 8월 371 post
2014년 7월 393 post
2014년 6월 398 post
2014년 5월 310 post
2014년 4월 346 post
2014년 3월 365 post
2014년 2월 225 post
2014년 1월 280 post
2013년 12월 333 post
2013년 11월 367 post
2013년 10월 274 post
2013년 9월 216 post
2013년 8월 218 post
2013년 7월 308 post
2013년 6월 373 post
2013년 5월 262 post
2013년 4월 236 post
2013년 3월 209 post
2013년 2월 177 post
2013년 1월 233 post
2012년 12월 218 post
2012년 11월 219 post
2012년 10월 165 post
2012년 9월 164 post
2012년 8월 29 post
달력보기

2016-01 의 전체보기
‘만화 하느님’ 곁에 있는 수많은 ‘하느님’ (블랙잭 창작 비화 2) | 만화책 2016-01-31 23:41
http://blog.yes24.com/document/8415258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만화]블랙잭 창작비화 2

미야자키 마사루 원저/요시모토 코지 그림
학산문화사 | 2014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만화책 즐겨읽기 604



‘만화 하느님’ 곁에 있는 수많은 ‘하느님’

― 블랙잭 창작 비화 2

 미야자키 마사루 글

 요시모토 코지 그림

 김시내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4.4.25. 1만 원



  만화를 그린 하느님이라는 이름을 얻은 테즈카 오사무 님 이야기를 그린 《블랙잭 창작 비화》(학산문화사,2014) 둘째 권을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테즈카 오사무 님이 숨을 거둔 지 스무 해 남짓 지났는데, 일본에서는 아직도 이녁을 기리거나 그리는 사람이 참으로 많구나 싶습니다. 이렇게 동료와 후배가 그리운 목소리로 되새기면서 빚은 《블랙잭 창작 비화》는 얼마나 따끈따끈한 사랑이 깃들며 태어났는가 하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여러분, 일에 목숨을 걸어 주세요!” ‘네?’ ‘목숨이요?’ (6쪽)


“롯폰기의 콘소메 수프가 먹고 싶어!” “지금 당장 만화에 대해 잘 아는 중국어 통역을 찾아 줘요!” “멜론!” “카이메이 잉크를 사 와요!” “안경이 없어요!” “햄 없나요?” “케이크가 없으면 못 그려!” “의치가 또 없어!” “슬리퍼가 없으면 그릴 수 없어요!” “초콜릿!!” (19∼20쪽)



  《블랙잭 창작 비화》 둘째 권을 보면, 첫머리부터 좀 그악스럽다 싶은 한 마디로 엽니다. 테즈카 오사무 님은 도움이(어시스턴트)들한테 ‘그림(만화)’을 그릴 적에 목숨을 걸어 달라고 외칩니다. 도움이들은 가뜩이나 밤잠을 미루며 그림을 그리는데 그 말을 듣고 놀랄 뿐입니다. 잠도 못 자는데 목숨까지 걸어야 한다고, 하면서.


  그런데 테즈카 오사무 님은 이녁 목숨을 걸면서 만화를 그렸어요. 도움이는 며칠쯤 잠을 미루면서 그리고, 또 바탕그림을 그릴 원고가 넘어오기까지 살짝 쉴 겨를이 있지만, 테즈카 오사무 님은 쉴 겨를이 없습니다. 방송에서 만화영화가 나오거나 극장판 만화영화를 다 마무리짓고 다른 이들은 모두 쉬거나 뒤풀이를 가더라도 테즈카 오사무 님은 늘 ‘다음 만화’를 그리고 밑틀(콘티)을 짜야 했어요.


  《블랙잭 창작 비화》 둘째 권에는 ‘목숨을 걸며 만화를 그리다’가 그만 머리가 펑 하고 터지면서 갑작스레 트집이나 핑곗거리를 찾는 테즈카 오사무 님 모습이 잔뜩 나옵니다. 아마 이런 이야기는 이녁 자서전에는 안 나왔지 싶은데, 한겨울 한밤에 수박을 먹고 싶다고 외친다든지, 그림을 잘못 그려서 종이를 덧대야 하기에 본드를 사오라고 시킨다든지, 가까운 편의점 말고 멀리 있는 편의점에서 파는 컵라면을 사 달라든지, 초콜릿이나 케익을 노래한다든지, …… 어느 모로 보면 짓궂은 장난인데, 어느 모로 보면 이 ‘장난을 맞추어’ 주는 동안에는 펜을 손에서 놓으면서 쉴 겨를이 납니다. 이레나 열흘씩 만화가 곁에서 원고 마무리를 지켜보면서 기다리던 출판사 편집자도 이런 심부름을 하면서 한숨을 돌리거나 바람을 쐬기도 하고요.



테즈카 선생님은 작품에 관해서는, 절대로 타협하지 않습니다. 작품을 위해서라면 수고, 아이디어, 인재, 조직, 그리고 돈, 모든 것을 쏟아붓는 거예요! (35쪽)


계속 무리하면서 만화를 그리던, 테즈카 선생님의 안경이니, 이렇게 폭삭 삭았죠. 지금 생각해 보면, 테즈카 선생님은 자신의 몸에, 가장 억지를 부리셨던 게 아닐까요? (44∼45쪽)



  1928년에 태어나 1989년에 숨을 거두었으니, 예순을 갓 넘기고서 저승사람이 된 테즈카 오사무 님입니다. 그렇지만 숨을 거두는 날까지도 손에서 펜을 놓지 않았고 다음 작품을 떠올렸다고 해요. 다시 말하자면, 그무렵 테즈카 오사무 님 곁에서 도움이로 일하던 이들이 이제 와서 옛날 옛적을 돌아보노라면 ‘스스로 가장 억지를 부리며 만화를 그린’ 테즈카 오사무 님이라고 할 만합니다. 다른 사람은 잠을 자도록 해도 테즈카 오사무 님은 잠을 거의 안 자면서 만화를 그렸으니까요.



저희가 잠든 사이에도 테즈카 선생님은 주무시지 않고 계속 그리고 계셨어요. 돌이켜 보면, 도우러 간 닷새 간, 결국 한 번도 테즈카 선생님이 주무시는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171쪽)


그 다음 날이 졸업식이었는데, 아버지가 ‘테즈카 오사무를 만날 일은 흔치 않으니 다녀와!’라는 거야. 졸업식도 흔치 않은데 말이야. 아하핫! (186쪽)



  밤잠을 달게 자면서 만화를 그렸다면, 테즈카 오사무 님은 일흔이나 여든이나 아흔까지 살았을는지 모르지요. 그런데, 어느 모로 보면, 자꾸자꾸 새롭게 그리고 싶은 만화가 떠오르기 때문에 도무지 잠을 잘 수 없다고도 할 만해요. 한꺼번에 열 가지가 넘는 만화를 이어서 그리는 동안에도 이 작품들에 이어 새로운 작품을 떠올리지요. 마감이 닥치면 열 가지가 넘는 원고를 모두 책상에 올려놓고서 한꺼번에 한 쪽씩 재빠르게 이야기를 채워 넣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도쿄를 떠나서 다른 고장으로 가서 마감에 쫓기며 만화를 그릴 적에 그 고장에서 만화가를 꿈꾸는 고등학생을 불러서 도움이 노릇을 해 달라고 할 적에, 고등학생들 어버이는 ‘졸업식보다 테즈카 오사무를 만나러 가라’고 말할 만하구나 싶습니다. 졸업식에 가지 못하더라도 며칠 동안 밤샘을 하면서 도움이 노릇을 하라고 아이들 어버이가 등을 떠민다고 할까요.


  이런 뒷이야기를 읽으며 곰곰이 돌아봅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대접을 받을 만한 만화가가 있었을까요? 앞으로 한국에서 이만 한 대접을 받을 만한 만화가가 나올 수 있을까요? 졸업식도 입학식도 대수롭지 않으니 ‘그분’을 만나러 가라고 아이 등을 떠밀 어버이는 몇이나 있을까요?



특이한 사람들만 모여 있었지. 아니, 우연히 모인 게 아니고, 모은 거야. 난 테즈카 선생님이 사회에서 동떨어진 젊은이들에게, 있을 곳을 주신 거라고 생각해. (59쪽)


“당신이면 됩니다. 그런 당신이니 좋은 거예요! 제가 할 수 있으니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80쪽)



  만화 하나가 태어나려면 만화가 혼자서는 엄두를 낼 수 없습니다. 만화가 한 사람 곁에 수없이 많은 도움이가 있습니다. 테즈카 오사무 님처럼 한 주에 열 가지가 넘는 연재만화를 그린 만화가한테는 도움이가 스무 사람이나 서른 사람으로도 모자랍니다. 게다가 잡지 연재 만화뿐 아니라 만화영화까지 함께 그렸기 때문에, 한창 일꾼을 많이 둘 적에는 이백 사람이 넘게 도움이 구실을 했다고 해요. 한 사람 머릿속에서 태어나는 만화 이야기를 받치려고 그야말로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달라붙어서 땀을 흘린 셈입니다.


  그래서, ‘만화 하느님’ 곁에는 수많은 ‘도움이 하느님’이 있었다고 해야지 싶습니다. 수많은 ‘도움이 하느님’이 흘리는 땀방울로 ‘만화 하느님’이 태어날 수 있었다고 해야지 싶어요.


  테즈카 오사무 님은 언제나 “제가 할 수 있으니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하고 말하면서 도움이를 북돋아 주었다고 합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테즈카 오사무 당신이니까 하지요’ 하는 생각이 으레 떠오른다고 하지만, 참으로 온몸에서 새롭게 기운이 솟는다고 해요. 참말 우리는 저마다 다른 ‘하느님’이기 때문입니다.


  지치지 않고 만화를 그리니, 아니 새롭게 일어서면서 만화를 그리니, 이 만화가 곁에 수많은 사람이 즐겁게 찾아옵니다. 지치지 않고 만화를 그릴 수 있도록 다 함께 밤잠을 미룹니다. 그러고 나서 다 함께 활짝 웃으면서 ‘다 함께 흘린 땀방울로 태어난 만화책과 만화영화’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습니다. 4349.1.31.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시골에서 만화읽기)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파워문화블로그 2016년 1월 활동 | 수다 떨기 2016-01-31 22:37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8415101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이달 2016년 1월에는 지난 여러 달보다

그림책이며 어린이책을 놓고

글을 한결 많이 썼구나 싶습니다.


이달에 장만한 그림책이 많기도 했고

집안에 그림책이 많이 쌓이는구나 싶어

신나게 책이야기를 쓰고는

이 책들을 우리 '서재도서관(사진책도서관)'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파워] 유아동/청소년 hbooklove


그림책

blog.yes24.com/document/8412258

+ 8408913 + 8405378 + 8400596 + 8400007 + 8398292 + 8395297 + 8391610

+ 8388912 + 8386263 + 8382673 + 8380818 + 8378891 + 8376291 + 8372825

+ 8369964 + 8364889 + 8362770


어린이책

8398835 + 8397983 + 8389901 + 8384578 + 8370752 + 8364774


동시집

8395305 + 8382666 + 8367601


어린이만화

8408375 + 8372574


청소년만화

8406706 + 8403276 + 8397129 + 8393486 + 8380324 + 8373034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포스트를 | 추천 0        
전철에서 시집 읽기 | 시-어른시 2016-01-31 18:39
http://blog.yes24.com/document/8414563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전철에서 시집 읽기



시집 한 권 꺼낸다.

큰아이는 그림책을 펼친다.

작은아이는 창밖을 본다.


대화역서 고속터미널역 가는

기나긴 전철길


어느새 두 권째 시집 꺼내고

작은아이는 누나 그림책 가로챈다.


둘이 아옹다옹 툭탁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오랫동안 앉으니 힘들단다.


이제 세 권째 시집

두 아이 노는 모습 보다가

시 한 줄 읽다가

아이들이 묻는 말에 대꾸하다가

시 두 줄 읽다가


문득 고개 들어 둘레를 살피니

곧 내릴 곳이네.

찬찬히 짐을 꾸린다.

고흥으로 돌아갈 버스 타자.



2015.11.30.달.ㅅㄴㄹ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포스트를 | 추천 0        
꽃밥 먹자 237. 2016.1.19. 감자랑 딸기밥 | 꽃밥 먹자 2016-01-31 18:31
http://blog.yes24.com/document/8414553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꽃밥 먹자 237. 2016.1.19. 감자랑 딸기밥



  감자랑 당근이랑 고구마를 삶으면, 두 아이 모두 맨 먼저 당근을 집는다. 당근이 그리 맛나나? 곰곰이 돌아보면 두 아이는 모두 갓난쟁이일 무렵 젖떼기밥으로 당근물을 자주 먹었다. 갈아서 마시는 당근이 얼마나 달콤한가를 몸으로 알고, 당근을 갈고 남은 부스러기로 부침개를 부쳐서 먹기도 했지.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포스트를 | 추천 0        
아끼면서 읽기 (사진책도서관 2016.1.27.) | 숲노래 도서관 2016-01-31 12:33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8414006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아끼면서 읽기 (사진책도서관 2016.1.27.)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



  한 권을 아끼면서 읽는다. 우리 사진책도서관은 더 많은 책을 건사하는 자리이기보다는 책 한 권을 살뜰히 아끼면서 건사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라면서 오늘 이곳에 있다. 두고두고 되읽되, 이 책을 이웃하고 오래도록 즐거이 나눌 수 있기를 바라면서 천천히 책살림을 꾸린다. 내가 읽은 책을 이웃님이 읽고, 이웃님이 읽은 책은 마음에 남아서 새로운 이웃님한테 퍼진다.


  온누리에는 수많은 책이 수없이 태어나는데, 여느 도서관이나 새책방에는 잘 팔리는 책이 놓이더라도, 우리 사진책도서관에는 앞으로도 종이책으로 남아서 새롭게 이야기꽃을 길어올리도록 북돋우는 책을 건사하면서 아낀다고 여긴다. 그래서 한 권을 나부터 아끼면서 읽고, 아이들은 책을 아끼는 손길을 곱게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그나저마 마을 어귀에 뭔 걸개천이 하나 걸린다. 우리 마을이 있는 ‘신호리’에 ‘기업형 돼지우리’가 들어오려고 하는가 보다. 집에서 작게 키우는 소가 돼지가 아닌, 기업형 돼지우리라면 마을 어르신들이 반길 수 없으리라. 기업형 돼지우리가 들어선다면 이 마을에 살려고 들어올 젊은이가 있을까.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을 보태 주셔요 *

☞ 어떻게 지킴이가 되는가 : 1평 지킴이나 평생 지킴이 되기

 - 1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1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10만 원씩 돕는다

 - 2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2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20만 원씩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ㄱ : 한꺼번에 200만 원을 돕거나, 더 크게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ㄴ : 지킴이로 지내며 보탠 돈이 200만 원을 넘으면 된다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가 되신 분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포스트를 | 추천 0        
‘죽고 까무라칠’ 다짐으로 사진을 배우는 할배 (사진하는 태도가 틀렸어요) | 사진책 2016-01-31 12:03
http://blog.yes24.com/document/8413971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사진하는 태도가 틀렸어요

박찬원 저
고려원북스 | 2016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내 삶으로 삭힌 사진책 106



‘죽고 까무라칠’ 다짐으로 사진을 배우는 할배

― 사진하는 태도가 틀렸어요

 박찬원 글·사진

 고려원북스 펴냄, 2016.1.5. 15000원



  무엇이든 배운다고 할 적에는 ‘새로움’을 배웁니다. 한국사람으로서 영어를 배우든, 사내가 부엌일이나 뜨개질을 배우든, 나이 마흔 줄에 자전거를 처음으로 배우든, 나이 쉰이나 예순에 처음으로 운전면허를 따려고 배우든, 예순을 지나고 일흔이 되는 나이에 그림이나 사진을 배우든, 배우는 사람은 늘 ‘새로움’을 느끼려고 이 길을 걸어요.



“도대체 뭘 하는 거여? 아직도 찍을 게 남았어?” 나를 볼 때마다 한결같이 하는 단골 멘트다. 할아버지 입장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었을 것이다. 염전에 뭐 찍을 게 있다고 일주일에 두세 번씩, 그것도 몇 년씩이나 출근 도장을 찍느냔 말이다. (14쪽)



  1944년에 태어난 박찬원 님은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신나게 사진을 찍고 전시회를 열며 책을 내는 ‘늦깎이 사진가’입니다. 예순다섯 언저리에 처음으로 그림(물빛그림)하고 사진을 나란히 배우고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 《사진하는 태도가 틀렸어요》(고려원북수,2016)라는 사진책까지 선보입니다. 느즈막하다 싶은 나이에 예술대학원까지 다녔으니, 대학원에서는 거의 쉰 살까지 벌어지는 젊은이하고 함께 배운 셈입니다. 딸아들이 아니라 손주하고 함께 사진을 배웠다고 할까요.


  이 사진책을 읽으며 문득 ‘수채화가 박정희 할머니(1923∼2014)’가 떠오릅니다. 할아버지 박찬원 님하고 할머니 박정희 님은 다른 삶길을 걸었지만, 두 분은 예순이 넘은 나이에 ‘스스로 새길을 걸었다’는 대목에서 비슷합니다. 박정희 할머니는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마지막 숨을 쉬는 날까지도, 손에서 붓을 놓지 않으셨어요.


  박찬원 님이 걸어온 길을 말하지 않을 수 없을 텐데, 이분은 한국에서 손꼽히는 기업을 이끄는 일을 오랫동안 했다고 합니다. 그 일을 마친 뒤에는 대학교에서 석좌교수 일을 했다고 합니다. 여러모로 내로라하는 발자국을 남긴 셈인데, 이분이 그림이나 사진을 새로 배우려 한다면 ‘이제껏 쌓은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해요.


  왜냐하면, 배움이란 ‘내려놓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내려놓은 자리에 ‘채움’을 하지요. 그저 내려놓아서 비우기만 해서는 ‘명상’은 될는지 모르나 ‘배움’은 되지 않아요. 새롭게 배우려 하기에 이제껏 머릿속이나 몸에 채운 것을 모조리 뱉어냅니다. 이름값을 내려놓아야 하고, 나이를 내려놓아야 해요. 고집이 있다면 고집까지 꺾어야 하지요. 이름값이나 나이나 고집을 고스란히 붙잡는다면 아무것도 못 배워요. 그냥 ‘살아온 대로’ 앞으로 살아갈 테지요.



“사진하는 태도가 틀렸어요!” 지도교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당황한 내 표정 위로 혹평이 이어졌다. “패턴을 버리라고 했는데 똑같아요. 핀트가 안 맞는 건 사진이 아닙니다!” … 내게 화를 내준 교수가 고마웠다. 나이 많은 학생이란 이유로 마음에 안 들어도 완곡한 표현을 써 왔는데, 오늘은 정말 화가 많이 났던지, 아니면 작심하고 야단을 칠 각오를 했던 것 같다. (16쪽)



  박찬원 님은 대학원에서 사진을 배울 적에 어느 날 “사진하는 태도가 틀렸어요!” 하고 나무라는 말을 듣습니다. 큰 꾸중을 들어요. 아무래도 옛날 버릇을 말끔히 털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느낍니다. 버릇을 버리고 새로운 매무새가 되어야 ‘배울’ 수 있는데, ‘배우겠다면서 대학원까지 들어온 사람’이 낡은 틀을 단단히 붙잡은 채 제자리걸음이나 뒷걸음을 치니까, 지도교수로서는 더는 봐줄 수 없었을 테지요. 아무리 할아버지 나이인 분이라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따끔하게 나무랄 노릇입니다.


  배우는 자리에 서면 우리는 모두 똑같습니다. 배우는 자리에서는 대통령이나 시장이나 군수가 따로 없습니다. 배우는 자리에서는 모든 사람이 똑같이 ‘배움이(학생)’입니다. 배우려고 한다면, 흔한 말로 ‘계급장·훈장·밥그릇·가방끈·은행계좌·얼굴값’을 버려야 할 뿐 아니라, ‘이제껏 배워서 익힌 지식’마저 모두 내다 버려야 합니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교사가 굽신굽신하면서 높임말을 써 가며 가르쳐야 하지 않아요. 대통령도 배움자리에 서는 배움이가 되려 한다면 교사한테 높임말을 쓰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고개숙여서 새롭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리하여, 박찬원 님은 “패턴을 버리라고 했는데 똑같아요!” 같은 말을 들어요. 사진학과 지도교수는 ‘패턴’이라는 영어를 씁니다만, 이 영어는 한국말로 하자면 ‘버릇’입니다. 오랫동안 몸에 길든 몸짓이 바로 버릇입니다. ‘길든 몸짓’을 버리고 ‘새 몸짓’이 되어야 새롭게 사진을 찍을 텐데, 길든 몸짓 그대로 제자리걸음에 머무니까 ‘길든 사진’만 찍을밖에 없어요. ‘길든 사진’이란 ‘낡은 사진’이요 ‘틀에 박힌 사진’이며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을 흉내내는 사진’이에요.


  다만, 지도교수는 “핀트가 안 맞는 건 사진이 아닙니다!” 하고 외쳤습니다만, ‘초점(핀트)’이 어긋나도 사진은 사진입니다. 왜냐하면, 초점이 안 맞아도 눈빛하고 이야기가 살아서 숨쉬면 사진이기 때문입니다. 초점이 잘 맞아도 눈빛이 흐리거나 이야기가 없으면 사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진에서 우리가 깊이 바라보면서 헤아릴 대목은 바로 ‘눈빛’이요 ‘마음’이며 ‘생각’이고 ‘이야기’입니다. 삶을 사랑할 줄 아는 몸짓이 되어야 비로소 새롭게 사진 한 장을 찍을 수 있어요.



물 위에서 익어가고 있는 소금 알들은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들 같았다. 나도 모르게 ‘그래, 나비는 죽은 것이 아니라 먼 하늘로 여행을 가고 있는 거야.’라고 중얼거렸다. (19쪽)


사진을 하면서 외모도 많이 달라졌다. 정확하게는 대학원을 다니면서부터다. 외모가 프리 스타일로 변하니, 마음도 따라 편하고 자유롭다 … 내가 운동화를 신기 시작하자 딸이 스니커즈를 선물했다. 식사 자리에서 지도교수는 내 신발이 바뀐 것을 눈치채고 패션도 바꿔 보라고 조언했다. 평생 처음으로 청바지를 샀다. (32∼33쪽)



  박찬원 님은 ‘전문(프로) 사진가’로 살아 보겠노라는 꿈을 일흔 가까운 나이에 품고서 사진을 처음으로 배우면서 ‘소금밭(염전)’을 이녁 사진감(사진 주제)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소금밭이라는 곳을 적어도 백 차례는 찾아가서 들여다보고 사진으로 찍어 보겠노라 하고 다짐을 했다고 해요.


  날마다 소금밭을 찾아가지는 못했어도 아흔 몇 차례째 소금밭에 찾아갔다고 하는데, 백 차례 가까이 소금밭 나들이를 할 무렵 ‘소금밭 이야기’로 사진 전시회를 열 수 있었다고 합니다. 숫자로 100에 이르지는 않았으나 그동안 소금밭에 들인 땀방울로 길어올린 사진을 지켜본 둘레 사람들이 ‘소금밭 이야기 사진잔치’를 열어도 넉넉하겠다고 말해 주었다고 해요.


  숫자 100은 그리 대수롭지 않습니다. 숫자 10이나 1000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한 가지 주제로 열 장을 찍거나 백 장을 찍거나 천 장을 찍거나 하나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만 장이나 십만 장쯤 찍어 보아야 사진을 알 수 있지는 않아요.


  사진을 알려면 처음부터 ‘사진을 알고 싶다’는 생각을 품어야 합니다. ‘사진을 배워서 알고 싶다’는 생각을 품을 때에 비로소 사진을 배워서 알지요.


  이리하여, 사진을 배워서 알려는 사람은 사진을 한 장 찍으면 ‘한 장 찍은 만큼 압’니다. 열 장을 찍으면 ‘열 장 찍은 만큼 알’아요. 백 장이나 천 장을 찍으면 ‘백 장 찍은 만큼’이나 ‘천 장 찍은 만큼’ 알기 마련이에요.



“왜 아마추어 때 찍은 사진이 더 좋은가요?”라고 물어보았다. “대학원에 들어와 찍은 사진들엔 힘이 들어가 있어요. 억지로 찍은 것 같아요.” (57쪽)


단체 관광을 가더라도 미술관을 갈 때는 혼자서 다닌다 … 작품 감상이란 나와 대화하는 시간이다. (77쪽)



  사진을 쉰 해쯤 찍은 분이 사진을 더 많이 잘 알지는 않습니다. 그저 ‘쉰 해 동안 사진을 찍은 경험이 있을’ 뿐입니다. 사진을 다섯 해쯤 찍은 분이 사진을 더 적게 알지는 않습니다. 그저 ‘다섯 해 동안 사진을 찍은 경험이 있을’ 뿐이에요.


  대학교를 다녔기에 사진을 더 잘 알지 않습니다. 대학원을 다녔거나 유학을 다녔기에 사진을 더 깊거나 넓게 알지 않습니다. 그저 ‘대학교 사진’하고 ‘대학원 사진’하고 ‘유학 사진’을 마주하고 배웠을 뿐이지요. 그런 경험을 그동안 쌓았을 뿐입니다.


  아이를 낳아서 키울 적에 ‘육아 강의’를 들어야 아이를 잘 낳거나 슬기롭게 키우지 않습니다. 모든 어버이는 저마다 다른 살림을 꾸리면서 다른 사랑으로 아이를 보살펴요. 이러한 얼거리처럼, 사진을 배워서 찍을 적에도 저마다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길을 걸으면서 저마다 다른 눈길·눈빛·눈높이·눈매·눈짓·눈썰미에 따라서 사진을 받아들이고 찍습니다.


  《사진하는 태도가 틀렸어요》를 읽으면, “대학원에 들어와 찍은 사진들엔 힘이 들어가 있어요. 억지로 찍은 것 같아요.” 같은 이야기가 나오지요. 힘이 들어간 사진은 ‘힘이 들어간’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억지로 찍은 사진은 ‘억지로 찍은’ 느낌을 감출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사랑을 담아 찍은 사진은 ‘사랑스러움’을 숨기지 못해요. 웃고 노래하는 기쁨으로 찍은 사진은 ‘웃음·노래·기쁨’이 사진에 고스란히 드러나요.



사진을 하면 눈이 좋아진다 …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환해졌다. 매일 출퇴근길에서 보던 나무, 꽃, 도로, 자동차, 건물인데 그것들이 새롭게 보였다 … 벚꽃, 개나리, 철쭉이 그렇게 아름다운지 몰랐고, 아침에 떠오르는 해와 저녁에 지는 노을이 그렇게 가슴을 설레게 하는지 몰랐다. (120쪽)


사진을 하면서 얼굴이 두꺼워졌다. 욕을 먹어도 아무렇지가 않다. 욕을 하던 분들도 다음에 만나면 수그러든다. 사진을 하려면 우선 사람과 친해져야 하고 그들 세계에 들어가야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끈기가 생긴 것이다. 염전은 다시 인간을 배우게 해 주었다. (145쪽)



  새롭게 배우는 길을 걷기에 모든 것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사내(아버지) 자리에 서는 이들이 기저귀 갈기라든지 집안일을 잘 안 합니다만, 아이키우기나 집안일을 즐겁게 맞아들여서 새롭게 배우려 한다면,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는 동안 ‘새로움’에 눈뜰 수 있어요. 새로움에 눈을 뜨면, 집안일만 하는 분들, 이를테면 가정주부도 사진기를 손에 쥘 적에 ‘새로운 사진’을 찍어요.


  외국으로 나간다든지, 출사여행을 한다든지, 낯선 마을을 걷는다든지 해야 ‘새로운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마음과 몸짓과 생각이 새로움으로 가득할 때에 비로소 ‘새로운 사진’을 찍어요. 마음과 몸짓과 생각이 새로움이 아닌 ‘낡은 버릇’이라면, 외국으로 나가거나 출사여행을 하거나 낯선 마을을 걷더라도 늘 똑같이 ‘낡은 버릇(똑같은 패턴)’대로 사진을 만들어 내고 말아요.


  그러니, 사진을 찍을 적에는 더 값진 장비가 있지 않아도 됩니다. 사진을 찍을 적에는 렌즈를 골고루 갖추지 않아도 됩니다. 사진을 찍을 적에는 대형필름이나 중형필름을 구태여 써야 하지 않습니다. 나 스스로 어떤 ‘새로운 마음’이요 ‘새로운 눈길’이며 ‘새로운 생각’을 건사하거나 다스리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지으려 하는가를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합니다.


  렌즈 하나로도 얼마든지 사진을 잘 찍는 사진가가 있습니다. 낡고 작으며 값싼 사진기로도 얼마든지 사진을 즐겁게 찍는 사진가가 있어요. 사진은 마음으로 찍어서 마음에 새깁니다. 마음으로 먼저 찍지 않는다면 사진이 태어나지 않습니다. 마음에 먼저 새기지 않으면 ‘필름이나 메모리카드나 종이’에 새로운 숨결을 사진으로 새기지 못한다고 느낍니다.



나는 손주들 사진 찍어 주려고 사진가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100일 사진은 직접 찍기로 했다. 간단한 조명을 설치하고 배경을 만들었다.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다. (217쪽)



  사진책 《사진하는 태도가 틀렸어요》를 읽는 동안 ‘할아버지 사진가’ 모습이 자꾸 떠오르면서 즐겁습니다. 박찬원 님은 할아버지 나이로 사진가 길을 걷겠다고 밝혔습니다. 모든 것을 가볍게 내려놓겠다고 하면서 사진을 배웁니다. 다만, 사진을 배우는 동안 아직 다 가벼이 내려놓지는 못한 탓에 ‘젊은(그렇지만 많이 젊다고는 할 수 없는) 교수’한테서 꾸지람을 듣기도 하는데, 이런 꾸지람을 달게 받아들이면서 씩씩합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죽기살기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사진을 배운다고 할까요.


  왜 그러한가 하면, 낡은 버릇을 ‘죽여야’ 새로운 몸짓이 ‘태어나’거든요. 사진을 새롭게 찍으려면 오래되어 낡은 틀을 스스로 ‘죽이’듯이 ‘깨서 부수어’야 해요. 스스로 새로운 마음을 끌어내야 합니다. 그래서 박찬원 님은 일흔 가까운 나이에 ‘처음으로 청바지를 장만하는 일’을 겪습니다. 흰머리를 ‘처음으로 그대로 두기’로 합니다. 흰머리를 까맣게 물들이지 않기로 합니다. 청바지에 운동화를 차려입고서, 흰머리를 그대로 나풀거리면서, 어깨에는 사진기를 걸고서 활짝 웃는 몸짓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길을 나섭니다.


  아마 이런 삶은 박찬원 님으로서는 처음 겪는 일이 되리라 느낍니다. 그리고, 이런 삶을 처음으로 느즈막하게 겪으면서 새로운 바람을 마셨으리라 느낍니다. 바야흐로 ‘남 눈치를 안 보는’ 몸짓이 된다고 할까요. 남 눈치가 아니라 ‘내 눈길을 생각하는’ 몸짓으로 거듭난다고 할까요.


  사진을 찍을 적에는 ‘사진을 찍는 내 모습이 멋있어 보이는가’를 따질 까닭이 없습니다. ‘사진에 얹히는 빛과 그림과 그림자와 이야기’가 내 마음속에 눈부시게 피어나는가 하는 대목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박찬원 님이 양복을 벗고 염색을 그만두면서 청바지와 운동화와 흰머리인 모습을 꾸밈없이 받아들이면서, 시나브로 새로운 눈길로 씩씩하게 서는 사진길이 펼쳐집니다.



자기가 잘 찍었다고 생각되는 사진을 크게 뽑아 걸어 놓으면 그것이 작품이다.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든다 … 일 년 동안 찍은 가족사진을 모아 탁상용 캘린더를 만들어도 좋다. 항상 흐뭇한 추억과 함께 할 수 있다. (153쪽)



  할아버지가 손주를 찍는 사진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할아버지가 흰머리를 바람에 날리면서 골목을 걷고 소금밭을 걷고 숲을 걷고 시내를 걷고 시골길을 걸으면서 사진을 찍는 모습은 얼마나 예쁠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사진감(사진 주제)은 남달라야 하지 않습니다. 남다른 것을 찾아내려 한다면 ‘남다른 것’은 되더라도 ‘새로운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늘 곁에 있는 가장 흔하고 수수한 것이어도 스스로 새로운 눈길이 될 적에 ‘새로운 사진’을 찍어서 ‘새로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사진책 《사진하는 태도가 틀렸어요》는 바로 이 대목을 즐겁게 건드려 줍니다.


  일흔 넘고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 사진가로 거듭나려고 하는 몸짓은 ‘사진 역사에 이름을 남기려는 뜻’이 아닙니다. 이제까지 살아온 모든 버릇을 버리고, 새로운 몸과 마음으로 거듭나서 신나게 새로운 삶·살림·사랑을 가꾸는 ‘새로운 사람’이 되려는 뜻이지 싶습니다. ‘할아버지 사진가’가 앞으로 선보일 새로운 사진과 사진책을 즐겁게 기다려 봅니다. 4349.1.31.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사진책 읽는 줄거움/사진비평)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겹말 손질] 낙숫물 | 우리말 살려쓰기 2016-01-31 11:40
http://blog.yes24.com/document/8413937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겹말 손질 379 : 낙숫물



낙숫물

→ 낙수

→ 처맛물

→ 떨어지는 물


낙수(落水) : 처마 끝 따위에서 빗물이나 눈 또는 고드름이 녹은 물이 떨어짐. 또는 그 물

낙숫물(落水-)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물



  ‘낙숫물’은 겹말입니다. 그런데 이 겹말도 한국말사전에 올림말로 나옵니다. 한자말을 쓰려 한다면 ‘낙수’로 쓰면 되고, 한국말을 쓰려 한다면 ‘처맛물’이나 ‘떨물’로 쓰면 됩니다. 떨어지는 물이기에 그대로 ‘떨물’이에요. 4349.1.31.해.ㅅㄴㄹ



낙숫물에 가슴이 패는 막돌

→ 낙수에 가슴이 패는 막돌

→ 처맛물에 가슴이 패는 막돌

《유종인-얼굴을 더듬다》(실천문학사,2012) 105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포스트를 | 추천 0        
아름다운 책 한 권을 아이들하고 | 책 언저리 2016-01-31 09:12
http://blog.yes24.com/document/8413800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아름다운 책 한 권을 아이들하고



  그림책 《꽃밭의 장군》을 아홉 살 큰아이하고 함께 읽는다. 번역이 살짝 아쉬워서 몇 군데는 연필로 고쳐서 함께 읽는다. 마흔 쪽을 살짝 넘는 ‘이야기가 살짝 긴’ 그림책인데, 그림결이나 이야기결이 무척 상냥하면서 곱다. 무엇보다도 한국에서는 이만 한 너비와 깊이를 드러내는 그림책이 아직 드물거나 없다고 느끼고, 이처럼 따스하고 부드럽게 평화로운 살림살이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책이 앞으로 한국에서도 태어날 수 있기를 비는 마음이다.


  전쟁을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담는 인문책도 재미있고, 전쟁이 얼마나 무시무시한가를 그리는 사회과학책도 뜻있다. 그런데 어린이도 아주 쉽고 재미나면서 아름답게 배우면서 깨닫도록 북돋우는 그림책은 재미랑 뜻뿐 아니라 사랑에다가 꿈까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어른들이 ‘글만 있는 인문책’도 꾸준히 즐기되, 아이들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흐르는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참으로 재미나면서 사랑스러운 삶터가 될 만하리라 하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손길로 아름다운 그림책을 쥐고, 아름다운 아이들을 우리 아름다운 어른들 무릎에 앉혀서 아름다운 눈길로 함께 읽는다면, 그 얼마나 아름다운 책놀이요 책살림이 될까나. 4349.1.31.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책 언저리)



꽃밭의 장군

재닛 차터스 글/마이클 포먼 그림/김혜진 역
뜨인돌어린이 | 2011년 03월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포스트를 | 추천 0        
하느님 . 징검다리 . 마늘빵 . 힘내자 | 숲노래 우리말꽃 2016-01-31 08:19
http://blog.yes24.com/document/8413776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하느님


  내가 우리 아버지·어머니를 가리킬 적에는 ‘아버지·어머니’처럼 쓰고, 동무나 이웃 아버지·어머니를 가리킬 적에는 ‘아버님·어머님’처럼 씁니다. 다른 집 딸·아들을 높이려는 뜻에서 ‘따님·아드님’처럼 써요. 어버이는 제 아이를 놓고 ‘님’을 붙이지 않아요. 아이도 제 어버이를 놓고 ‘님’을 붙이지 않고요. 그런데 ‘딸·아들’을 높일 적에 ‘딸님·아들님’처럼 안 적어요. ‘ㄹ’이 떨어져서 ‘따 + 님’이고 ‘아드 + 님’이에요. 이와 같은 얼거리로 “하늘에 계신 님”을 가리킬 적에도 ‘하늘 + 님’은 ‘하느 + (ㄹ 떨굼) + 님’이 되어 ‘하느님’처럼 적어요. ‘님’은 누군가를 높일 적에 붙여요. 흔히 사람을 높일 적에 붙이지만, 사람이 아닌 자리에도 붙이지요. ‘해님’이나 ‘달님’은 해와 달을 사람으로 여겨서 섬기려는 뜻이에요. 그래서 ‘땅님·숲님·비님·눈님’이라든지 ‘풀님·꽃님·나무님·벌레님’처럼 쓸 수 있어요. 동무한테는 ‘동무님’이라 할 만하고, 이웃한테는 ‘이웃님’이라 할 만해요. 학교에서 어린이와 푸름이를 가르치는 교사를 두고는 ‘선생 + 님’이라 ‘선생님’이지요. 그러면 학생은 ‘학생님’이라 하면 될까요? 배우는 사람이 학생이니까 ‘배움님’이라 해 볼 수 있을 테고요.


+


징검다리


  치마가 길면 어떤 치마일까요? ‘긴치마’이지요. 바지가 길면 어떤 바지일까요? ‘긴바지’예요. 다리가 길면 어떤 다리일까요? ‘긴다리’일 테지요. 팔이 길면 ‘긴팔’일 테고요. 다리는 우리 몸에도 있지만, 이곳에서 저곳으로 건너가는 자리에도 있어요. 돌로 지은 ‘돌다리’, 나무로 지은 ‘나무다리’, 쇠로 지은 ‘쇠다리’가 있어요. 골짜기에 놓는 ‘흔들다리’가 있고, 나무나 잔가지로 엮은 뒤에 흙을 덮는 ‘섶다리’가 있어요. 냇물이나 도랑이나 웅덩이에 돌을 하나씩 놓는 ‘징검다리’도 있는데, 다리 구실을 하도록 사이사이에 놓는 돌을 가리켜 따로 ‘징검돌’이라 해요. ‘징검돌’은 ‘다릿돌’이라고도 하는데, 여러 사람 사이를 살뜰히 잇는 구실을 슬기롭게 하는 사람을 가리킬 적에 ‘징검돌’과 같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이곳하고 저곳을 잇는 다리가 길면 이때에도 ‘긴다리’라 할 수 있어요. 두 곳을 잇는 다리가 커다랗다면 ‘큰다리’라 할 테지요. 서울이나 부산 같은 큰도시를 보면 ‘긴다리·큰다리’ 같은 이름보다는 ‘대교’라는 한자말을 흔히 쓰지만, 길거나 커다란 다리를 ‘한강큰다리’나 ‘광안긴다리’ 같은 이름으로 즐겁게 붙일 만해요.


+


마늘빵


  마늘을 넣어 밥을 지으면 마늘밥이 됩니다. 고구마를 넣어 밥을 지으면 고구마밥이 됩니다. 쑥을 넣으면 쑥밥이요, 팥을 넣으면 팥밭이며, 콩을 넣으면 콩밥입니다. 보리로 지으면 보리밥이고, 쌀로 지으면 쌀밥이에요. 이리하여, 마늘을 써서 빵을 구으면 마늘빵이 될 테지요. 한국사람도 오늘날에는 빵을 널리 먹으니, 마늘로 얼마든지 빵을 구울 만합니다.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는 ‘마늘’이 아닌 ‘갈릭’이라는 낱말을 쓸 테니 ‘갈릭 브레드’라 해요. 한국말에서는 ‘빵’이지만 영어에서는 ‘브레드’이기도 해요. 그러고 보니 ‘바게트’ 같은 서양말도 한국에서는 그냥저냥 쓰기 일쑤입니다. 한국말로 손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막대빵(막대기빵)’이라 해도 될 텐데 말이지요. 마늘을 써서 구운 빵이기에 ‘마늘빵’이라 하면 누구나 쉽게 알아볼 만하고, 막대기처럼 길게 구운 빵이기에 ‘막대빵’이라 하면 참말 누구나 바로 알아차릴 수 있어요. 팥빵도 한국말로 ‘팥빵’이라 해야 알아듣기에 좋아요. 일본말로 ‘앙꼬빵’이라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일본말로 쓰는 ‘소보로빵(소보루빵)’도 ‘곰보빵’이나 ‘오돌빵’이나 ‘못난이빵’ 같은 한국말로 고쳐서 쓰면 한결 낫습니다.


+


힘내자


  밥을 먹으면서 새롭게 힘을 내요. 몸을 움직인다든지 다른 것을 움직이려면 ‘힘’이 있어야지요. 힘이 없으면 어쩐지 축 처져요. 힘이 빠지면 고단하거나 고달파요. 힘이 없으니 아무것도 못하기 마련이고, 힘이 여리면 여러모로 벅차거나 버겁기까지 해요. 몸을 살찌우려고 밥을 먹으면서 힘을 낸다면, 마음을 가꾸려고 사랑을 받아들여서 힘을 내요.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꿈을 꾸는 힘을 길러요.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온누리에 따사로운 기운이 퍼져요. 해님이 곱고 따스히 베푸는 기운을 받아서 꽃이며 풀이며 나무가 자라요. ‘봄기운’을 받아서 씨앗이 싹이 트고 겨울눈이 터져요. 오래달리기를 하다가 힘이 빠져서 축 처질라치면 “자, 조금 더 힘내렴!” 하고 옆에서 북돋아 줘요. 아무래도 안 되거나 못 하겠구나 하고 느껴서 기운이 빠질 적에 “괜찮아, 다시 기운을 내 보자!” 하고 곁에서 빙긋 웃으면서 일으켜세워 주어요. 새롭게 힘내고, 다시금 기운내요. 때로는 “젖 먹던 힘”을 내기도 하는데, 이때에는 한꺼번에 힘을 모아서 내려고 ‘용’을 쓴다고 할 수 있어요. 있는 대로 다 모아서 기운을 쓴다든지, 모질고 단단하게 기운을 내려고 할 적에는 ‘악’을 써요.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포스트를 | 추천 0        
능금풀 . 감알빛 . 창문천 . 물뿅뿅이 | 숲노래 우리말꽃 2016-01-31 07:22
http://blog.yes24.com/document/8413758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능금풀, 감풀, 토마토풀


  감을 얇게 썹니다. 동글배추를 얇게 썹니다. 케챱과 마요네즈를 뿌린 뒤에 둘을 섞습니다. 접시에 담아 밥상에 올립니다. 네 살 아이는 ‘감과 동글배추를 섞어서 놓은 접시’를 보더니 “‘감풀’이네.” 하고 말합니다. “그래, 감풀이로구나.” 아이들한테는 감과 풀이 함께 있는 접시입니다. 이 아이들한테 ‘샐러드’라는 이름을 알려줄 수 있지만, 아이들이 처음 느끼면서 스스로 붙인 이름대로 ‘감풀’이라 하기로 합니다. 며칠 뒤, 능금을 얇게 썹니다. 동글배추를 또 얇게 썰어요. 이런 뒤에 마요네즈만 넣어서 섞습니다. 이제는 ‘능금풀’이 됩니다. 며칠이 또 지난 뒤에는 토마토를 얇게 썰어서 동글배추하고 섞습니다. 이제 어떤 풀이 될까요? ‘토마토풀’이 될 테지요. 당근을 넣으면 ‘당근풀’이고, 고구마를 넣으면 ‘고구마풀’이 돼요. 달걀을 넣으면 ‘달걀풀’이고, 딸기를 넣으면 ‘딸기풀’입니다. 자, 우리 함께 감풀도 능금풀도 토마토풀도 모두 맛나게 먹자. 밥도 맛나게 먹고, 국도 맛나게 먹자.


+


감알빛, 감잎빛


  가을에 감알을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감은 ‘감빛’으로 나타냅니다. 살구는 ‘살구빛’이고, 앵두는 ‘앵두빛’입니다. 딸기는 ‘딸기빛’이에요. 그런데 딸기꽃이나 앵두꽃은 하얗습니다. 그래서 빨강을 나타내려면 ‘앵두알빛’이나 ‘딸기알빛’이라 가르고, 하양을 나타내려면 ‘앵두꽃빛’이나 ‘딸기꽃빛’처럼 새롭게 적어 볼 수 있어요. 찔레를 살피면, 꽃은 하얗고 열매는 빨개요. 그러니 ‘찔레꽃빛’하고 ‘찔레알빛’도 새삼스레 다르게 적을 만합니다. 이처럼 ‘석류꽃빛’하고 ‘석류알빛’을 나눌 수 있고, ‘감알빛’하고 ‘감꽃빛’을 쓸 만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잎빛을 말할 수 있으니, ‘감잎빛’도 말할 만해요. 잎빛은 모두 풀빛이라 할 테지만, 나무나 풀마다 잎빛이 저마다 다르기에 ‘딸기잎빛’이나 ‘앵두잎빛’이나 ‘찔레잎빛’ 같은 빛깔말을 써 볼 만합니다. 그리고 감알을 놓고도, ‘풋감알빛·말랑감알빛·단감알빛’처럼 갈라서 쓸 수 있어요. ‘감잎빛’을 말할 적에도 새봄에 돋는 옅푸른 감잎빛이랑 한여름에 짙푸른 감잎빛이랑 가을에 누렇게 물드는 감잎빛은 저마다 다르니, ‘봄감잎빛·여름감잎빛·가을감잎빛’ 같은 낱말을 새롭게 지어서 기쁘게 나눌 만합니다.


+


창문천


  마루문하고 창문에 쓰려고 천을 끊습니다. 마루문에 대는 천은 ‘마루문천’이나 ‘마루천’이라 할 수 있고, 창문에 대는 천은 ‘창문천’이나 ‘창천’이라 할 수 있어요. 요새는 흔히 ‘커튼’이라고 하지요. 어떤 천을 쓰면 좋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창문에 대는 두꺼운 천은 겨울에 쓰기 때문에 눈송이가 펄펄 내리는 무늬가 박힌 천을 맞춥니다. 그런데 이 천을 본 우리 집 아이들이 문득 “사랑이 가득 있네. ‘사랑천’이야?” 하고 묻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이 천에는 눈송이뿐 아니라 ‘사랑’을 나타내는 ‘하트’ 무늬가 가득 있습니다. 다른 천에는 사슴 무늬가 큼직하게 있습니다. 이 무늬를 보더니 어느새 “와, 이건 ‘사슴천’이네!” 하면서 웃습니다. 나는 마당에 나가서 길다란 대나무를 들고 들어옵니다. 이레쯤 앞서 미리 잘라 온 대나무입니다. 마루문 길이에 맞게 자른 대나무에 천을 엮습니다. 이리하여, 마루문하고 창문에 ‘사랑천’하고 ‘사슴천’을 대면서 ‘마루문천’하고 ‘창문천’을 새로 꾸밉니다.


+


물뿅뿅이


  남녘에서 ‘거위’라고 하면 오리하고 닮았으나 목이 더 길고 덩치도 한결 큰 새를 가리켜요. 그렇지만 북녘에서 ‘거위’라고 하면 “사람 몸으로 들어와서 사는 벌레”인 ‘회충’을 가리켜요. 어느 모로 본다면 ‘회충’은 ‘거위(붙어살이벌레)’를 가리키는 한자말이라고 할 만합니다. 그러면 북녘에서는 오리하고 닮은 새를 어떤 이름으로 가리킬까요? 북녘에서는 이때에 ‘게사니’라는 이름을 써요. 그리고, 북녘에서는 ‘물뚱뚱이’라는 이름으로 가리키는 짐승이 있어요. 자, 남녘에서는 ‘물뚱뚱이’를 어떤 이름으로 가리킬까요? 바로 ‘하마’입니다. 물에서 살기를 좋아하면서 몸집이 뚱뚱한 짐승이라고 하기에 북녘에서는 ‘물뚱뚱이’라는 이름을 붙여요. 우리 집 아이들하고 읍내 가게에 갔다가 ‘물게임기’라는 장난감을 보았어요. 이 물게임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아이들은 “그거 있잖아요. 물 뿅뿅 쏘는 거. 그거 사 주세요.” 하고 부릅니다. 그래요, 아이들 말마따나 물을 뿅뿅 쏘는 장난감은 ‘물뿅뿅이’입니다. 단추를 눌러서 바람을 뿅뿅 넣으면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면서 고리가 춤을 추는데 작은 막대기에 꽂힐랑 말랑 흔들려요.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포스트를 | 추천 0        
1 2 3 4 5 6 7 8 9 10
진행중인 이벤트
최근 댓글
'빈 곳'을 그런식으로 알아듣다니 현.. 
책보다 이 리뷰를 읽으며 감탄했습니다.. 
제가 본 책은 북두신권이라 제목이 붙.. 
카렐 차페크의 <평범한 인생&g.. 
마음을 녹이는 사랑 가득한 한해 되시.. 
나의 친구
오늘 328 | 전체 6090735
2010-08-13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