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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 by 홍수연 | 로맨스소설 2023-11-1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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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키메라 1~3 세트

홍수연 저
파란 (파란미디어) | 2022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로맨스 소설인가, 생명 공학 소설인가. 헷갈리지만 너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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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만큼 중요한 것이 표지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책을 통해서 하고 싶은 메시지를 명확하게, 디자인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해 내는 게 표지이다.

이 책의 표지를 보면서 여자 주인공인 신정은의 방 같다고 어렴풋이 생각했다.

그리고 책을 읽다 보니 확신이 들었다.

분홍색 가방. 신현이 정은에게 처음으로 사준 가방이었고, 정은은 그동안 잘 숨겼는데, 분홍색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았는지라는 표현을 했다.

책마다 바뀐 커튼의 화려한 색깔은 알록달록 예쁜 색깔을 좋아하는 정은의 성격을 말해주는 듯하다. 정은이 좋아하던 색색의 간식 포장처럼.

어두운 색조의 방은 쓸쓸해 보인다. 한편으로 누구나 한 번쯤 뒤돌아 볼 만큼 화려한 미모를 가진 정은이지만 그토록 갖고 싶었던 신현이 없는 그녀의 삶은 건조하고 쓸쓸하다.

표지는 정은의 방이자 곧 정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남자 주인공 차신현

보육원에서 자란 수학 천재, 수능 만점자, 연구자의 길이 아니라 제약회사에 취업한 후 승승장구 승진하며 미래가 촉망받는 인재, 냉미남.

 

여자 주인공 신정은

외할아버지는 국내 굴지의 제약회사 사장, 아버지는 세계에서 저명한 생명공학자, 어머니는 보육원 이사장, 여자 주인공이 외할아버지의 제약회사를 물러 받았다. 손꼽히는 현금 보유자, 화려한 미모의 소유자.

 

키메라. 유전학 용어였다. 이종(異種)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또 하나의 종.

p.89

키메라는 신현(新現), 새롭게 태어나다, 유전자 교정 아이, 신현 그 자신이자, 제약회사의 딸과 가난한 고아, 어울릴 수 없는 두 사람의 관계를 말해주는 듯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보유원과 보육원을 지원하는 외할아버지와 어머니의 연결고리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지만,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서로를 인식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 열여섯, 열일곱, 열여덟, 청춘이 시작되는 순간, 서로를 열망하지만 다가갈 수 없고 마음을 표현할 수 없다.

꽁꽁 봉인해 둔 마음이 새어 나올 때면 자신을 다독인다. '그러면 안 돼, 참아야 해.'

진심을 감춘 사랑은 가시가 되어 서로의 심장을 찌른다.

 

2011년, 23살.

정은과 신현은 2주일간 육체적인 관계를 이어갔다. 육체적인 관계가 전부이더라도 좋았다. 아무것도 아닌 관계보다도 접점이 생겼으니깐..

2020년, 32살.

두 사람은 현일바이오 인허가 팀장이자, 현일 이사장과 기획조정실의 상무로 다시 만나게 된다.

 

사람들은 두 사람을 모른다.

머리는 뛰어나지 않지만, 외할아버지가 물러준 제약 회사의 이념을 지키기 위해 매일 공부하는 정은이다.

부모에게 물러 받은 재산으로 먹고 노는 줄 알지만 사실은 사업감각이 누구보다 뛰어나다.

사람들은 정은을 골 때리는 이사로만 안다.

화려한 미모와 몸매로 화끈한 인생을 사는 줄 알지만, 첫사랑을 잊지 못해 평생 한 사람을 그리워하는 걸 모른다.

 

근육질의 건장한 몸, 핸섬한 얼굴, 하얀 와이셔츠, 집중해서 일할 때가 진정 멋있는 남자.

냉미남이라는 별명에 맞게 여자에게 무관심, 철벽의 소유자, 표정 없는 남자, 차신현.

해산물 알레르기가 있는 데도 일식집에 점심을 먹으러 가는 이유.

자신에게 아낌없이 지원 해준 윤 이사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집으로 찾아가는 은혜 갚는 까치인 줄 알지만, 이사장은 정작 먹지 않을 색색깔의 달달한 간식을 챙겨가는 이유.

하루 종일 누군가를 쫓고, 간간이 웃음을 짓는 이유.

선배가 부사장 자리를 준다고 해도 현일에 남아있는 이유.

비서의 이름이 신상은인 이유.

신현의 모든 이유의 끝에는 신정은이 있다.

 

"남자가, 크리스마스이브를 같이 보내자는 건, 그래도 호감이 있다는 듯인 거겠죠?"

...

"이 남자가 나한테 무언가같이 하자고 한 게 처음이어서 그래요. 연인들이 함께 지내는 날인데 나랑 같이 보내자니까, 내가..., 내가,"

억울함에 목소리가 낮게 떨려 나와서 정은의 말이 막혔다.

"기뻐서요. 아픈데 너무 기뻐서."

현일바이오 가치가 하루 만에 몇천억 원이 올라도, 세계가 집중하는 신약의 3상을 성공해도 정은에게는 별 감흥이 없었다. 기적이 따로 있나. 높은 담 위에 있는 것처럼 고고했던 이 남자가, 드디어 정은에게 함께 시간을 보내자고 하는 이 순간이 정은에겐 인생에서 처음 만난 기적이었다.

2권, p.226

 

 

사랑하지만 말할 수 없고, 지척해 있으면서 다가설 수 없고, 함께하고 싶지만 멀리서 바라보기만 한다.

그리움, 애잔, 열망, 질투.

자신을 관통하는 굵직한 마음은 머물 곳을 잃고 헤맨다.

 

정은은 신현이 자신을 혐오한다고 오해하고 자신을 사랑할 거라는 기대를 전혀 하지 않는다. 가벼운 척, 육체적 관계만 원하는 척, 신현에게 다가가지만, 사실 정은이가 원한 건 딱 하나, 차신현이다.

부모의 잘못으로 신현에게 마음을 표현할 수 없다.

 

신현은 정은이의 마음이 가볍다 생각한다. 가벼운 여자라고 오해한다. 그 성격에 정은이의 엄마인 혜조에게 열일곱 그 언제쯤 말한다. 정은을 사랑한다고.

혜조의 완강한 거절. 그래서 그녀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되기 위해서 미친 듯이 일한다.

그리고 이제는 괜찮지 않을까? 혜조에게 다시 정은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혜조는 태생 때문에 안된다는 대답을 한다.

키워준 은혜를 배반할 수 없으니, 정은이에게 더욱더 냉담할 수밖에.

 

다른 소설은 주인공 한 명의 시점으로 전개하지만 이 소설은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여자 시점과 남자 시선이 번갈아 가면서 나온다. 그래서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절제된 감정 속에서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하다.

그래서 너무 안타깝다. 두 개의 마음이 서로 소통하지 않고 솔직하지 않아서 함께 할 수 없다.

두 사람이 솔직할 수 없는 이유가 있지만, 두 사람이 솔직했다면 그 오랜 시간 동안 엇갈리지 않았을 텐데.

사랑을 시작할 때면 그 마음만으로 가능하지만, 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솔직함과 이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이, 이, 개 같은 인생

주르륵 흘러내리는 뜨끈한 액체를 신현은 손바닥으로 닦아냈다. 툭, 안경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죽이고 싶은 만큼 형욱이, 혜조가 원망스러웠다. 찾아가서 목을 조르고 싶었다. 그에게서 정은을 빼앗아 간 모든 존재를 다 없애버리고 싶었다. 쥐어뜯어도 시원치 않을 만큼 가슴이 아팠다.

그런데도 이 바보 같은 성격 탓에 정은에게 말하지 않은 것들이 많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너 하나가 실은 내가 갖고 싶은 전부였다고.

내가 이 세상에서 만난 존재 중 네가 가장 아름다웠다고.

그렇게 진심으로 너를, 사랑했다고,

3권 p.95

 

 

정말이지, 내가 원하는 건 그냥 너랑 같이 사는 거였는데.

...

고개를 젖히고 정은은 펑펑 눈물을 쏟으며 소리 내어 울었다.

네가 나를 잊으면 나는.

네게 다른 여자가 생기면 나는.

내 잘못도 아닌데. 방법이 없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데.

아아, 아아아아.

어떻게 이런 나를, 네가 나를 버릴 수가 있어

3권 145~146

 

0.0001% 확률 때문에 헤어졌다.

헤어지고 나서 정은은 신현이 자신을 사랑했음을,

신현은 정은이 자신을 사랑했음을 알게 되었다.

헤어지고 나서 깨닫고 떨어있어야 하나가 되는 사랑이라.

두 사람의 사랑은 희한하다.

 

 

 

이 소설은 사랑 이야기이다. 로맨스 소설인데 알고 보면 생명 공학 소설이다. 책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약학 용어, 생명공학 용어가 나온다. 그게 실제 하는 용어인지, 작가가 지어낸 허구의 용어인지 알 수 없으나 상당히 전문적이다.

상상 속에서 머무르는 소재를 머릿속에서 꺼내 그것을 현실 가능한, 실제 할 것 같은 이야기로 풀어내는 작화 실력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자칫하면 유치하고 잘못하면 허무맹랑하기 때문이다.

소설을 전공서적으로 만든 홍수현 작가님의 노력이 대단함을 느낄 수 있다.

 

생명공학 박사이자 정은의 아버지인 신현욱.

'유전자 가위, 인류에게 완벽한 유전자를 만들어 낼 인류의 구원자.'

박사를 수식하는 말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죽어간 배아, 사산된 태아, 영유아의 사망, 수많은 생명이 죽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이 아이들은 이름 없이 프로젝트 HW-001, HW-002, ...HW-076으로 기록되었으며 오류라고 불렀다.

인류를 위해서 소수의 생명을 희생시키는 걸 보면 공리주의의 재연인가 싶었다.

몇 해전 AI가 바둑 천재를 이기는 모습이 생중계되어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오늘날 AI의 발달로 기존에 로봇이 할 수 없는 분야까지 진출하여,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보다 더 빠르게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 과학은 점차 발전할 것이며 인간은 그 영예를 로봇에게 물러줘야 할 판이다.

생명윤리에 대한 뒷받침 없이 맹목적인 유전자의 발전만을 위해 어떠한 일도 자행하는 형욱과 혜조를 보면서 화가 났다. 형욱과 혜조와는 다른 선택을 하는 신현과 정은을 보면서 결국 선택하는 것도 인간이며, 인간이 인간으로 가지는 가치는 인간성이라는 것을 느꼈다.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생명공학의 발달도, 과학의 발달도 유의미해질 것이다.

 

곧 이 아이가 그들 곁을 찾아올 것이다.

포동포동한 엉덩이에 기저귀를 차고 온 집안을 기어다니다가, 그가 퇴근하면 타다닥 쫓아와 손을 바짝 올릴.

...

비밀의 문에 들어서는 기분이라고 신현은 생각했다. ...

신비롭고 경이로운.

지구상 생명체가 만들어 내는 가장 아름다운 여행

3권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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