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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 | 기본 카테고리 2023-01-3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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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

김효정 저
싱긋 | 202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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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허기가 돌 때, 아울러 적당한 갈증까지 장착되어 있을 때 마시는 맥주는 ‘이대로 죽어도 좋다’고 요절을 선언하게 할 정도로 짜릿하다』

말이 씨가 된다지만, 맥주가 쏘아 올리는 하얀 거품과 뒤따르는 방울방울 팡팡 기포, 맥주잔을 감싸는 탁한 찬 기운이 손으로 스며들며 이어서 목을 적시는 순간! 이 기억만으로도 죽기 전에 ‘나는 참 행복했다’고 말할 것 같다. 이런 요절은 정말 소중하다. 요절의 순간을 기록하다 보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을까? 저자에게 철학보다 더 큰 힘이 되는 맥주임이 틀림없다.

『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
영화 한 컷과 맥주 한 모금의 만남
김효정 저 | 싱긋 | 2023년

이 책은 지난 5년 동안 다닌 브루어리 중 가장 매력적이고 인상적이었던 열 곳을 선정하여 영화와 매칭했다. 영화와 브루어리에 대한 회고록을 시작으로 맥주에게 바치는 러브레터라며 편의점 맥주 네 캔 행사가 성경의 율법보다도 소중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외칠 때는 편의점 캔맥주를 상쾌하게 따는 소리와 함께 거품이 넘칠세라 입을 갖다 대는 찐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적인 배경과 명분을 지닌 영화로운 맥줏집을 마지막 파트에서 소개하는 데 맥주의 셀렉션과 맛을 양보하지 않는 곳이니 믿고 들러봐도 좋다는 고급 정보도 남기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브루어리와 맥줏집 목록은 엔딩 크레디트다.

『뙤약볕이 피부를 뚫을 것처럼 더운 날의 오후, 야외 노동을 마친 죄수들에게 물방울이 송긍송글 맺힌 차가운 맥주가 배달된다. 모두들 환호성을 지르며 앤디에게 박수를 보내고, 앤디의 단짝인 레드 역시 큰 미소를 지으며 맥주 한 병을 집어 든다. (…) 누군가는 벌컥벌컥, 누군가는 홀짝홀짝 아껴 마신 스트로스 보헤미안 맥주의 맛은 어땠을까. 그 순간만큼은 다들 죄수가 아니라 멋지게 일과를 마친 노동자의 일상을 누리는 기분이지 않았을까』

원고 감옥의 탈출 같은 역할을 한 출장 중에 마신 ‘유자 페일에일’에서 이어지는 영화 <쇼생크 탈출>이다. 정말 당장 맥주를 들이켜게 할 장면이고 저자는 옆에서 맛있는 안주를 만드는 셈이다.

노매딕 브루잉과 <경마장 가는 길>을 말할 때 ‘에로틱 시네마’의 일부를 인용한 부분과 카페 구석에서 저자의 첫 책인 ‘야한 영화의 정치학’을 처음 받아 본 날 파울라너의 짜릿함이 기억에 남는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시원함과 상쾌함의 잔향이 따라다닌다. 책 표지에 한 캔, 쇼생크 탈출에서 한 캔, 극장에서 맥주 마시는 이야기에서 두 캔, ‘맥주는 간이 아니라 마음에 스미는 법’을 읽는 순간 정신 차리고 세 캔. 1664를 최애 맥주로 뽑으셨길래 마침 1664가 있어 사진 찍다가 또 한 캔. 리뷰를 쓸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취해서 실패로 돌아갔다. 다 읽고 나면 쓴 트림만 남아 이 책이 남긴 좋은 기억을 쏟아버릴 것만 같았다. 시뻘게진 얼굴로 아주 행복해하며 책을 덮긴 했다.

맥주와 영화,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는 분(쓰고 보니 전 국민이네)이라면 강한 동지애를 느낄만한 책이다. 무엇보다도 주량 높이고 싶은 분께 맥주에 진심인 김효정 영화평론가의 『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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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 비뚤어진 실체 | 기본 카테고리 2023-01-30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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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에드거 앨런 포 저/황소연 역
윌북(willbook)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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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세월은 흐를지 모르지만 그 시절은… 절대로 흐르지 않는다!”

느낌표는 점프 스케어인가.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윌북 클래식 호러 컬렉션
에드가 앨런 포 저 / 황소연 역 | 윌북(willbook) | 2022년 12월


절대 흐르지 않는 시절의 기억이 녹은 납물처럼 머릿속에 흘러 들어가 괴기하게 토해내는 작품집이다. 단편 대부분의 화자가 사이코패스 성향이 짙지만 그가 내뱉는 공포를 유발하는 문장 속에서 뭐 하나 건져내는 일이 즐겁다. 기꺼이 홀림을 당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나를 너무나 좋아했던 존재가 노골적으로 혐오감을 내비치는 것에 처음에는 슬픈 감정이 들었다. 곧 그 감정 역시 분노에 밀려났다. (…) 그 비뚤어진 반항심이 인간의 마음에 깃든 원시적 충동, 즉 인간의 성향을 결정짓는 근원적인 요인 혹은 정서라고 확신한다. (…) 이 비뚤어진 반항심은 나의 최후의 정복자였다』 - 검은 고양이


욕구의 저지와 강요의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이에 대한 저항심은 인간의 내면을 장악한다. 한쪽으로 기울거나 참지 못해 깨지면 극도의 반항이 생각을 지배하고 행동으로 표출된다. 인간의 잔인함을 끌어올렸던 검은 고양이는 끝내 영물의 본분을 다하고 공포감과 승리감이 반씩 섞인 소리를 내며 승리에 이르는데, 그 과정이 숨이 막혀 고요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인간의 행동을 이끄는 선천적이고 원초적인 원리로서 자기모순적인 것이 존재함을 인정했을 것이다. 더 정확한 명칭이 없으므로 ‘비뚤어진 성향’ 정도로 불러도 좋으리라. 사실 그것은 동기 없는 동인, 승인되지 않은 동기다. 우리는 이것에 이끌려 납득할 만한 목적 없이 행동하게 된다』 - 비뚤어진 악령


인간 성질의 사유를 끌어내는 문장이라 좋았다. 모순덩어리에 빠지다 보면 목적의 휘발은 순식간이다. 그래서 편하게 양쪽 다 인정해버리는 삶을 택한다. 모순을 즐기면 정상인이고 모순에 답답함을 느끼면 사이코패스일까? 이 작품의 화자는 사형 집행과 지옥행을 결정짓는 문장을 유독 강조하는 말투로 말이 끊길까 두려운 사람처럼 서두르면서도 또박또박 답을 마쳤다고 한다.


공포란 우리 내면의 비뚤어진 실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어둡게 포장한 조바심은 아닐는지.


“그것을 잠재우지 않으면 우리는 파멸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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