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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재명의 감정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 기본 카테고리 2021-11-2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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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재명의 나의 소년공 다이어리

이재명,조정미 공저
팬덤북스 |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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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교 신화 등을 보면 인간은 태초에 하나의 영혼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항아리가 깨진 것처럼 우리들이 쪼개져 파편으로 나뉘었다고 얘기한다. 처음에는 그 같은 이야기들이 와 닿지 않았다. 과연 우리가 하나의 영혼이라고? 이렇게들 각자가 다 다른데...?

그러나 실상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주인공에게 동화되고, 타인의 일기장을 읽으면서 느끼는 점은 의외로 ‘너와 나는 다르지 않다’는 감정이다. 우리가 느끼는 희노애락이 알고 보니 나만의 감정이란 없고 공통된 감정이란 것이 놀라운 점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에게 씌우는 이미지는 대부분 터무니가 없다. 금수저니 흙수저니 강성이니 하는 이미지는 그저 하나의 가면일 뿐, 심층적으로 들어가 보면 나와 다르지 않다는 얘기이다.

정치인 ‘이재명’에게 쓰여진 이미지는 어떠한가? 좋게 보면 개혁가, 성공한 흙수저, 똑똑한 행정가, 거침없고 유려한 달변가.. 등등, 반대로 나쁘게 보면 독불장군, 독설가, 강성적.. 이런 것이다. 과연 그러한가?

그런데 이러한 이미지를 다 거두고, 그의 <소년공 다이어리>를 읽어보았다.
거기에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사춘기 소년의 정서가 담겨있었다. 몇 개만 소개해 보자.

쓰레기를 주워 파는 일을 하셨던 아버지가 저녁이고 새벽이고 나와서 일하라고 시키니 어린 이재명은 일기장에 이렇게 한탄한다.

“괜히 슬픈 생각이 들어서 밖에 나가서 누워가지고 한참 울었다. 내가 우는 것은 사춘기 과도기 시기의 표현만은 아니다.”
“교복 한 번 입지 못한 내 신세가 처량해서 즐거운 학창 시절 한 번 갖고 싶은 것이다.”
“차장이 학생을 보여 달라기에 수강증을 보여줬더니 수강증은 안 된다고 하기에 학생이 어디 교복을 입어야 학생이냐고 대들었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중고등학교 교복을 한 번도 입어보지 못했다. 학교를 다니지 않고 공장에 다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교복을 입은 친구들을 보면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내용이 많이 나온다. (교복에 대한 한은 이후 성남시장 당시 학생들의 교복 무상 지원과 같은 대책으로 이어진 것 같다.)

익히 잘 알려진 공장일을 하다가 얻은 팔 장애는 청소년기 그를 극심한 좌절로 이끌었다.

“거기에 쓰여 있는 지체 부자유자 따로 접수한다는 것에 눈길이 갔다. 난 지체부자유자에 들어갈까? 교육청에서 물어볼까도 했지만 발이 들어가질 않았다.”

“형들이 방위 받으러 가는데 내 입장에서 볼 때 행복한 고생이 아닐 수 없다. 나 같은 팔병신은 군역이 면제될테니 말이다. 정말 그렇게 되면 난 어떻게 한단 말이냐.”

굽은 팔로 신체적인 고통도 컸지만, 여름에 긴팔 옷을 입지 못하는데다 군대까지 면제되는 것이 그에겐 큰 고통이었다. 그는 장애로 군대까지 면제되는 것을 매우 부끄럽게 생각했다.

그는 또래 친구들이 학교에 갈 때 공장에 가야하고, 심지어는 장애까지 입어 신체적인 고통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까지 얻자 두 번의 자살 시도를 한다. 연탄불을 피워놓고 수면제를 먹고 자는데 두 번 다 실패했다.
“죽음도 이렇게 어려운가. 죽었으면 편할 것을.” 그는 자살기도가 실패로 돌아간 것을 이렇게 한탄했다. 그만큼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고통스러운 나날이었던 것이다.

여기까지 읽어보면, 진짜 사는 게 너무나 고통스러웠겠구나 몇 번이나 울컥했다. 정말 이렇게 죽었다면 그는 인생 2부작에서 펼쳐지는 꽃피우는 삶을 보지도 못할 뻔했다.

자신의 처지에 비관해 짝사랑한 사람들에게도 모두 고백조차 하지 못하고 마음을 접었어야 했지만, 대학에 들어가기로 작정하고 공부를 시작하면서 그의 인생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검정고시도 단기간에 합격했고, 대학입학 시험에서도 서울대 법대에도 들어갈 만한 높은 점수를 얻었다. 그러나 그는 6학기동안 학비면제와 월 20만원의 생활비까지 지원하는 중앙대 법대에 들어갔다. 그 덕분에 그는 이후부터 경제적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에서 벗어났고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사법시험도 비교적 가볍게 패스했고, 자신의 처지에 비관하여 마음도 제대로 고백하지 못했던 그가 변호사가 되어 만난 지금의 아내에게는 자신 있게 대시하여 결혼에도 쉽게 성공했다. 이후의 삶은 전에는 꿈꾸지 못했던 세계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

일일이 다 기술하긴 어렵지만, 이재명의 다이어리를 읽다보면 울컥하다가도 의외로 ‘희노애락의 감정은 인간이 공통적이구나’라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재명이라고 해서 특별한 감정을 가진 것이 아니고 특별히 강성인 것도 아니고, 그냥 누구나 느끼는 평범한 감성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우리가 그와 같은 처지에 놓였더라면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자살시도까지 했을 것 같다.

그런데 그 거친 삶 속에서도 끝내 자신의 희망을 잃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길을 갔다는 것에서 그의 비범함이 있다고 하겠다. 포기하느냐, 포기하지 않느냐 그 두 갈래 길에서 포기하지 않는 길을 갔다는 것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고 본다.

또 하나는, 그렇게 고생해서 사법고시까지 패스했고 사법연수원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어 판검사의 길을 갈 수 있었음에도 인권변호사로 가려고 마음 먹었던 점도 높이 살 만한 부분이다. 그 계획을 얘기했다가 마음에 두었던 여자에게 채이기도 하고, 가족들에게도 그런 길을 가겠다고 얘기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자신이 자수성가해서 탄탄대로에 진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처럼 공장에서 장애를 입어도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변호하겠다고 마음먹은 것들은 그가 ‘성공’을 나만의 이익으로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나눔으로 전환하려는 따뜻한 마음씨를 엿보게 한다.

자신에게 이물질이 침입한 고통을 이겨내 ‘진주’라는 보석으로 승화시키는 조개들처럼, 인간이 위대한 것은 자신에게 가해지는 고통을 이겨내 승화해나가는 능력이 있다는 점이다.
그 점에서 이재명의 삶은, 좌절에 빠진 수많은 사람들에게 충분히 희망이 될 수 있으며 정치인으로서도 크게 기대해볼 만하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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