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문학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한권 끝까지 읽고 나면 어딘가 몽환적이면서도 여운이 남는 소설이었다. 주요 등장인물들의 비극은 아무래도 인정받고싶은 욕구의 대상이 달랐고 그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기에 그 안에서 괴로워하고 갈등하고 실망하고 좌절하게 된것이 아닌가 싶다.
바이올린의 천재 바옐에게 인정받고싶었던 고요, 단 하나뿐인 자신을 이해해줄 청중을 기다리다 키욜을 만나 그에게 인정받고 싶었지만 결국 그 이해를 받지 못한 바옐, 얼음나무 숲에서 자신을 깨운 바옐의 단 하나뿐인 청중이라 주장하며 그의 음악을 계속해서 듣고자 끔찍한 살인들을 저질렀던 듀프레.
음악이라는 소재로 환상적이면서도 괴기스럽고, 몽환적이면서도 현실적고 흡인력 있게 이야기를 전달할수 있다는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열등감, 사랑 등 온갖 원초적인 감정들이 괴기스럽게 얽혀 있고 결국 파국을 맞이하며 그 욕망에 대한 좌절감을 맛봐야했던 고요와 바옐을 통해 해갈되지 못하는 욕망의 괴로움을 엿볼 수 있었다.
읽으며 내내 왜 그렇게 바옐이 자신을 이해해줄 단 하나의 청중을 찾아댔는지는 마지막에 외전을 통해 알 수 있었는데, 그 전까지는 이해되지 않던 그의 심리를 조금 알게 된 느낌...
한가지 안타까운건 바옐만큼이나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음에도 그를 쫓아다니며 '바옐의 친구'로서 남기를 더 원했던 고요가 좀 이해가 안됐다. 좁혀지지 않는 삼각관계를 본 것 같다서 안타까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