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옹호하라, 류은숙, 코난북스, 2019.
10장, 인권의 마음 -인권은 왜 마음을 중요하게 다루는가
* 감정은 움직인다. 바람이 습기를 빨아들여 태풍으로 크듯이 감정은 에너지를 키운다. 감정의 움직임은 다양한 효과를 낳는다. ...... 그런 감정의 발산을 따라하도록 동조하는 세력을 규합한다. 타인과 전체 사회를 향해 자신들이 하는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 특정한 감정의 올가미에 걸린 사람은 더 이상 고유한 개인일 수 없다. 특정 집단에 대한 고정관념이 그의 몸에 와서 박힌다. 우리 안과 밖을 들락거리며 키워진 감정은 때로는 타인을 향해 공격적으로 표출될 뿐 아니라 자기비하와 자기혐오로 굴절되기도 한다.
* 움직이는 감정의 효과는 특정 정체성을 만들어 의미를 부여한다. 그런 정체성을 타인에게 강제하고 강요한다. 타인에게 특정한 표식을 부착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억압적인 사회적 구조를 만든다. 사람 사이에 경계를 만들고 사람들이 부딪히는 공간을 재배치한다.
* 인권이 감정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정한 감정을 배양하고 장려하는 사회문화적 환경을 살피고 정치적으로 대응할 방안을 찾아보려는 것이다.
* 인권 감수성이란 어떤 상황을 인권과 관련한 문제로 감각하고, 상황을 재해석하고, 지금과는 다른 행위를 상상할 수 있는 역량, 그 상황과 자신을 연결함으로써 택임성을 공유하는 역량이다.
* 인권 감수성은 혐오나 증오범죄 같은 것을 극단주의자들이 저지르는 일이라 여기고 내치지 않는다. 그보다는 보통 사람들이 보통의 감정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중요하게 여긴다. 감정의 유통은 연속적인 효과를 낳는다고 했다. 그런 유통 속에서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이 특정 감정을 매개하고 전파하는 마디가 된다. 우리는 누구나 인권 침해의 목격자이자 개입자가 되기도 하고 방관자이자 공모자가 되기도 한다.
* 인권 감수성에 대한 흔한 오해가 있다. 흔히들 인권 감수성을 친벌함, 너그러움, 선량함 같은 기질에 고정하고는 한다. 또는 약자에게 베푸는 일방적인 것으로 여기기도 하고, 개인의 양심과 인격을 고양하는 것 같은 개인적인 차원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인권 감수성은 그와 반대다. 역동적이고, 상호적이며, 사회적 차원에서 논해져야 하는 것이다.
* 어떤 상황을 인권 문제로 감각한다면 상황을 재해석하고 지금과는 다른 행위를 상상할 수 있고, 그 상황과 자신과의 연결성과 거기에서 나오는 책임성을 공유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감응의 공동체를 꾸릴 수 있는 인권 감수성의 역량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