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이란 일본 드라마를 일부 보았다. 우에스기가의 뛰어난 인물인 가네스쿠란 인물을 주인공으로 그려나가는 드라마였다. 내가 본 부분은 끝부분이었다. 거기에는 오사카 겨울 전쟁, 그리고 해자를 다 덮고 다시 그 이듬해 여름에 이루어진 여름 전쟁의 내용이 있었다. 가네스쿠는 그 전쟁 속에서 토요토미가를 궤멸하여 후환을 없애려는 이에야스의 집요함을 보면서 평화의 탑을 쌓기 위해 심정적으론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유자 히데요리에게 마음을 주고 현실적으론 이에야스에게 협력을 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그러면서 히데요리에게 가 있었던 2대 장군 히데다다의 장녀 센히메 공주를 적장 유키무라와 묵시 하에 구출하는 역할을 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그 부분을 그린 소설 대망의 내용은 이에야스 부분에서 정 반대로 나타난다. 이에야스가 평화의 탑을 쌓기 위해서 눈물로 사랑했던 손녀 사위인 히데요리를 끝까지 구출하고자 했고, 히데다다 중심으로 통치를 위해 그들이 제거되어야 한다는 뜻을 세워 토요토미 가를 몰락으로 몰아갔다고 그리고 있다.
어느 것이 진실인 지는 중요하지 않다. 위의 이야기를 인용한 이유가 진실 유무와는 별개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실을, 어떤 인물을 바라보는 각도가 다르면 내용이 너무나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 보기 위해서 위의 이야기를 제시했다. 나는 삼국지를 여러 번 읽었다. 그리고 고산의 대삼국지를 읽고 있다. 그러면서 내용이 내 기억하고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이 읽어나가고 있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삼고초려 이야기나 적벽대전 이야기도 전에 읽었던 느낌과 너무 다르게 다가와 오히려 혼란스럽기도 하다. 앞으로 읽어나가면서 더욱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것이나 소설이란 측면에서 허구성을 마음에 담으면서 충분히 작가의 의도를 느끼며 읽어야 하리라 혼자 생각해 본다. 삼국지는 정말 다양하게 각색되는 텍스터로 존재해 왔다. 이런 각색된 삼국지를 역사라고 생각을 하면서 읽으면 많은 우를 범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스스로 해본다.
이 책의 첫 번째 이야기에선 공명의 등장을 그리고 있다. 공명은 어릴 적부터 제시된다. 그리고 남양 땅으로 유비가 찾아가기 전에도 몇 번 등장한다. 전에 자주 읽었던 책에서는 볼 수 없는 내용이다. 삼고초려를 하는 중에서도 유비가 두 번째 찾아갔을 때 공명이 의도적으로 만나지 않는 듯한 표현을 하는 것은 기존 읽었던 내용하고는 조금 다르다. 작가가 공명의 의지를 좀더 강화하기 위한 설정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본다. 공명은 인간의 역사가 최고의 지헤로 인식하는 분이다. 분의 등장은 삼국지를 삼국지답게 만들어 가는 기초가 된다. 그 이전까지는 사실 촉 세력이란 미비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은 씨앗만 있고 싹도 돋지 않은 상태로 말할 수 있을 듯하다. 그 싹에 해당하는 것이 관우 장비, 조운 등이라고 해도 될 성싶다. 이런 상황에서 제갈공명이 등장하고 삼국은 그의 혜안에 의해서 정립되어 간다. 그 출발점이 적벽대전이다. 적벽대전 이전까지는 천하가 거의 조조의 손에 들어가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정사에서는 조조를 중심으로 역사를 그려나가고 있기도 하다. 그것이 적벽의 대전이 있고 조조가 패퇴한 후 여력이 없는 틈을 타, 손권과 유비가 세력을 펼쳐 오와 촉을 반석에 올리는 상황을 만든다.
이 책의 두 번째 이야기는 적벽대전이다. 적벽대전은 세계의 역사상 가장 이름 있는 전쟁 중의 하나다. 제갈공명이 연출자고 유비와 주유가 조조를 대상으로 해서 마음껏 전술의 묘미를 펼친 전쟁이었다. 조조의 백만 대군이 주유의 간자가 준 연환계라는 계책에 속아 배를 묶어 양쯔강으로 적벽에 이르렀다가 주유가 행한 화공에 의해 배는 전부 불 태워 지고 대패를 하는 전쟁이다. 이 전쟁은 동양의 후대 글 속에 많이 등장하고, 이야기로 노래로도 전해지는 무한한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사건이다. 우리의 판소리에도 적벽가라고 해서 불려지고 있다. 전쟁은 조조가 쳐내려와 유비가 작은 고을로 전전하는 와중에 그것을 타계하기 위한 제갈공명의 지혜로 출발한다. 공명이 손권과 주유의 자존심을 건드리면서 조조에게 굴복할 것인가를 재촉한다. 그런 와중에 전쟁에 이길 수 있는 계책을 그들에게 주고, 손권과 주유는 전쟁을 결심하게 된다. 동남풍을 불어오는 것을 대를 쌓아서 빈다든지, 장수에게 홀대하여 진에 들어와 있는 간자들을 이용해 거짓 항복을 하게 하는 계책을 준다든지, 화살을 짧은 시간 안에 모아 준다는 등의 일은 공명의 능력을 보여주는 일 뿐만 아니라, 공명의 촉과 연합한 병력에 의해 조조가 패하게 됨을 말해주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싸움은 오가 많이 했지만 이득을 많이 취한 것은 촉이 되는 결과를 보여주는 전쟁이었다. 이 전쟁이 뒤의 많은 일들에 영향을 미쳐 가고, 결국 형주를 중심으로 유비와 손권이 대치하게 만드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서술자가 어떤 각도에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가가 글의 내용과 인물의 특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이야기의 재미에도 관여한다는 것을 인식했다. 도교의 하나인 오두미도의 이야기도 곳곳에서 그려나가고 있다. 화자는 이 글을 통해서 일개인에 의해서 평화를 모색하는 것보단 어떤 사상, 어떤 집단에 의해서 인갑답게 살 수가 있고, 평화를 이루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래서 그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지속적으로 이야기의 핵심부에서 인물들을 만나게 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형주의 한 구석인 강하에서 황조가 손권과의 전쟁 중에 많은 병사가 상할 것을 미리 짐작케 하여 그 처리를 준비하는데 그들을 내세우는 처리는 작가의 의식과 관련이 되는 듯하다. 평화와 민심의 측면에서 이야기를 재구성해 나가고 있는 듯한 작가의 생각을 따라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