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엄마,아빠,초등학교때에도 어버이날이 다가오면 학교에서 이런 편지를 쓰게 했지만,언제나 시작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생각나는대로 적어보겠습니다.
오늘 신문을 보니,자식들이 한 말 중에 부모님이 가장 상처 받으신 말은
'말이 안 통해','이것도 못해요'였어요.
저도 무심코 그런 말을 던졌었는데 제가 대수롭지 않게 한 말에
속이 상하진 않으셨는지 새삼 걱정이 됩니다.
매년 이런 편지를 쓰지만 '~하겠습니다'라는 말은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죄송하고 고마웠던 것들을 쓰려고 해요.
쉽게 우울해 하는 딸이라서 죄송합니다.
저는 쓸데없이 생각이 많아 걱정도 많고,고민도 많아 쉽게 우울해 하는 성격입니다.저 혼자 우울해 하는 건 상관없겠지만 제가 우울해 하는 걸 알아채시고 걱정하시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최대한 극복해 볼게요.그 때마다 저를 지켜봐 주세요.
스스로 극복하려는 제 노력을.....
의욕이 없고 게으른 딸이라 죄송합니다.
부모님의 정성을 알아채지 못하는 딸이라 죄송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 만족하지 못하는 딸이라 죄송합니다.
14년을 살며 제게 가장 가깝고 소중한 것은 가족이었습니다.
이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고마워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감사함을 편지로써 쓰려고 합니다.
다른 무심한 부모같으면 무시해버릴 제 슬럼프 시기를 같이 걱정하고 이해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때 만약 이해받지 못했다면 저는 아직도 그 우울함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헤엄치고 있겠죠.그때 제 곁에서 굳건히 저와 이야기를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시기에 가족,부모님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낀 것 같습니다.
저를 잘 일깨워 주시고 이끌어 주시고 저를 지금 여기까지 잘 키워주셔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를 낳아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아빠
제겐 약 70년의 인생이 남았겠지요?
그때까지 영원히 이 마음을 안고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합니다.엄마,아빠
from 딸
2009.5.8 금요일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학교에서 쓴 편지와
중간고사 성적표가 날아왔다.
3월에 1통,4월에 1통,5월에 1통 세통의 편지를 받았다.
2통은 자신의 어려움을 너무나도 깊이 토해내는 편지였다.
힘든 시기를 잘 넘기고,지금은 밝은 딸로 돌아왔지만,
오죽하면 편지는 절대 사절이라고 말했을까?
남편은 그랬었다.
내 딸이 나이에 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게 너무 가슴아프다고,
고민도 하고,그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는 딸이 기특하다.
하지만,딸아 너무 많은 고민은 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