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언제 가도 즐거운 곳이다.
하지만,작년 2월에 갔던 2박 3일의 제주 여행은 좋았다고 해야할 지 말아야할 지......
첫 날은 미리 계획한 일정대로 차곡차곡 재밌는 추억들을 만들었다.
그런데,저녁부터 중 3 아들 녀석이 열이 나기 시작했다.
호텔측으로부터 해열제를 가져다가 먹이고 물 수건을 해줬더니 조금 괜찮아졌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호텔 조식을 잔뜩 기대했던 아들은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제주까지 왔는데 그냥 있을 수는 없어서 컨디션이 썩 좋지도 않은 아이를 데리고
둘째날의 일정을 채워나갔다.
거기까진 그나마 괜찮았다.
해비치를 예약하면서 꼭 야외 풀장을 갈거라고 가족들의 수영복을 모두 챙겨 간 나.
여기까지 와서 수영 안하고 가면 안된다고,가기 싫어하는 남편과 아들을 끌고 수영장으로 갔다.
엄마가 가자고 하니 내키진 않지만 따라나선 아들.
마누라의 성화에 후한이 두려워 어쩔수 없이 따라나선 남편.
실내에만 사람들이 있고,야외 풀장은 추워서 사람들이 몇 없었는데,
겨울 바람 맞으며 앉아있는 야외풀장도 나름 운치가 있다며 야외풀장까지 다녀왔다.
밤새 열 난 아들이 그 날 밤에 더 심해진건 당연한 사실.
둘째날 밤은 얼음주머니 만들어 아들 열 내리느라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집에 돌아와서는 링거 맞고 한 이틀 고생을 했다.
지금도 그 여행 얘기가 나오면 남편이 나에게 하는 말이 있다.
본전 생각에 애 잡을뻔 했다고.
지금 생각하면 아들한테 참 미안하다.
아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고생은 했지만 겨울의 야외수영장 참 재밌었다고......
고마워,아들.
아들 열 내리느라 잠을 못 자는 바람에 수평선을 발갛게 물들이면 떠오르는 일출을 보았다.
완전히 나쁜 것도 완잔히 좋은것도 없는 것같다.
세상 일이란.
자다 깨다 보니 창 밖이 환해지면 수평선으로 두둥실 해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