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교류하면서 뛰어난 글력과 번역가라는 꿈을 가지고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아왔기에 책을 내신다고 했을 때 그리 놀라지 않았다. 이제나 저제나 출간 소식을 기다렸는데 드디어 읽게 되었다. 작가 조혜경으로 불리게된 예스 블로거 모나리자님의 <책만 읽어도 된다>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에 대한 보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저자는 책과 문학이 좋아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고,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도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책의 힘을 몸소 체험한 저자가 자신의 경험 속에서 알게 된 독서에 대한 팁들을 아낌없이 풀어놓았다. 옆에 누군가 책을 읽는 것만 봐도 무슨 책일까 궁금하고, 어떤 독서생활을 해 나가고 있을까 얘기나누고 싶어지곤 하는데, 궁금했던 부분들에 대한 언급들이 많아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고 전작주의자가 되었던 경험, 어려운 고전을 읽어나갈 수 있는 방법, 일드 <런치의 여왕>을 보고 셰프의 세계가 궁금해서 셰프에 관한 책들을 읽었던 경험을 토대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법을 알려주었다. 그 외에도 시를 읽는 법, 시간을 쪼개 책을 읽는 방법등 알짜배기 노하우가 많았다. 저자는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꼭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알지만 독서 후기를 쓰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라 읽기만으로 끝내는 경우가 많은데, 친절하게도 독서 후기 잘 쓰는 법도 알려주었다. 저자의 블로그에서 만나는 리뷰가 좋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것같았다. 책 읽기와 리뷰 쓰는 것도 체력을 소모하는 일임에 분명한데, 독서에 도움이 되는 운동법까지 가르쳐주셔서 '와'하고 탄성이 절로 나왔다. 책을 읽다보면 눈도 침침하고 허리도 아픈데, 나에게 맞는 운동도 찾아서 해보고 산책도 꾸준히 해서 오랫동안 책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겠다. 책을 쓰기 위해 과장하는 글이 아니라, 온전히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하게 쓰여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본어 번역가를 목표로 하고 계신만큼 일본어 공부에 대한 경험담을 자세하게 들려주셨다. 나도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는 입장이어서 맘에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자격시험 도전과 원서 읽기, 100일 포스팅 도전으로 확실한 공부 습관 만들기, 뉴스 기사 읽기 등은 꼭 일본어뿐만 아니라 어떤 외국어를 공부하든 활용하면 좋을 방법들이었다. 나도 저자처럼 일본어 공부를 나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커다란 차이점을 발견했다. JLPT N1 자격증도 땄고, 원서도 열심히 읽고, 듣는 연습도 많이 하고 있는데 무엇을 위해서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대답할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번역가라는 꿈과 목표를 잡은 것도 이제는 중간에 포기하거나 멈추는 일 없이 끝까지 공부를 해보자는 생각때문이었다. -P 189
꼭 공부만이 아니라도 무언가를 꾸준히 해나가는데는 구체적이고 확고한 목표만큼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는 것은 없을 것이다. 일본어 공부에서도 그렇지만, 내가 살면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고싶어졌다. 50 초반을 지나고 있어서인지 <50에 꿈을 찾고 이루는 습관>이라는 부제가 더 크게 다가왔다. 나도 지금부터라도 꿈을 찾고, 이뤄나가려고 노력한다면 가능할까? 책에 대한 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휠씬 더 많은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구나. 저자의 글 중에서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었다.
그런데 행운은 어떻게 오는 것일까? 준비하고 있는 사람에게 온다. 이 말은 특별한 능력이 있는 누군가가 아니라 준비하는 사람에게 행운의 여신이 더 미소를 보내준다는 뜻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습관처럼 계속하고 있었기에 이런 행운을 맞이할 수 있었다. -P 208
준비하는 사람에게 행운이 온다는 말은 너무나도 흔한 말이다. 내 마음을 끈 것은 '좋아하는 일을 습관처럼 계속하고 있었기에' 라는 문장이었다. 어려운 삶의 시간들도 있었지만 책을 통해 힘을 얻고, 좋아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꾸준히 해왔던 저자에게 책을 쓰게되는 행운은 찾아올 수 밖에 없었던 거였다. 책 쓰기와 번역가라는 꿈 중에서 하나를 이루셨으니 '번역 조혜경'이라는 글자가 적혀있는 책을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어야겠다. 이웃 블로거로서 자주 글을 읽었지만 한 권의 책으로 만나는 느낌은 너무나도 새로웠다. 이렇게 글을 잘 쓰시는 분이었구나 새삼 놀라웠다. 평소 좋아하는 일을 습관처럼 계속 해왔던 모나리자님과 좋은습관연구소 대표님의 탁월한 안목이 만난 멋진 결과물이 아닐까싶다.
* 좋은 책 읽을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