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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책읽아웃] 중독은 사회가 만들어 낸 결과 | 채널yes[스크랩] 2023-03-0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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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박의 선택

『어리고 멀쩡한 중독자들』

키슬 저 | 좋은생각



부제는 '어떤 고도 적응형 알코올 중독자의 자기혐오 해방 일지'라고 적혀 있네요. 이런 종류의 고도 적응형 알코올 중독자 책을 제가 좀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제까지 <책읽아웃>에 나와서 소개한 적도 있고. 이 분야의 고전이라고 한다면 캐롤라인 냅의 『드링킹』이 있을 것이고, 이후에 한국에서도 여성이 저자인 알코올 중독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었어요. 박미소 저자의 『취한 날도 이유는 있어서』도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걸로 기억을 하고요. 제가 생각했을 때 올해 말에는 키슬 저자의 『어리고 멀쩡한 중독자들』이 그 계보를 잇는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어떻게 저자가 알코올 중독이 되었고 중독의 늪에서 빠져 나와서 상처를 회복했는가, 그 노력을 십여 년 간의 엄청난 노력을 담은 에세이집이라고 할 수 있고요. 흔히 여성이 고도 적응형 알코올 중독이 되면 많은 경우에 식이 장애랑 같이 나오게 되더라고요. 사회적으로 여성들한테 '너는 해야 할 일을 맞춰서 해야 되고, 동시에 너의 신체적인 요건도 날씬하고 마르고 예뻐야 한다'라는 방식을 끊임없이 주입시키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남성의 고도 적응형 알코올 중독과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저자는 15년 동안의 알코올 중독과 10년여 정도의 식이 장애를 자력으로 극복했다고 본인 소개에 썼고요. 고통 속에서 자신이 왜 아파야 되는지 연구하다가 모든 고통은 멘탈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라고 저자 소개에 써져 있습니다. 책이 꽤 두껍습니다. 300페이지 조금 넘고요. 에세이치고는 약간 두께가 있는 편인데, 그만큼 저자가 어떻게 알코올 중독에 빠지고 거기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는지가 많이 나와 있습니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나오는데요. 저자가 스무 살 이후부터 계속해서 술을 마셨대요. 저자는 '동경하거나 좋아하는 대상 그리고 중독 물질, 동경이 치명적인 중독으로 연결되는 최초의 순간이었다'라고 회고를 하게 되고요. 섭식 장애뿐만 아니라 우울증 진단도 같이 받게 돼요. 저자가 스무 살에 자취를 시작하면서, 식이 장애가 시작되고 그것 때문에 상담을 갔더니 우울증이라고 진단을 받게 되고요. 그러면서도 약간 자만심 같은 게 들었대요. 나는 이것을 다 알아서 해결해 나갈 수 있어, 라고 생각하고 치료나 상담을 몇 번 가다가 그만두게 됩니다. 그것이 아주 잘못된 일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깨닫게 되고요.

의사가 이야기를 해요. 술부터 끊어야 될 것 같다,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술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는 건 알코올 의존증이다, 너는 알코올 중독이다, 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저자는 이 사실을 분노의 5단계로 받아들여요. '부정 - 분노 - 타협 - 우울 - 수용의 단계'를 통해서 내가 알코올 의존증이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하나의 어떤 기점이 생기는데요. 저자가 아침에 해장술을 마시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머릿속에 메시지가 떠올라요. '내 영혼은 이제 죽었다'라고 메시지가 뜨는 거예요. 그래서 엄청난 절망감에 휩싸이면서 계속 마십니다. 다음 날 또 마시는데 다시 그 메시지가 뜹니다. 

'너의 영혼은 이제 완전히 죽었다.'

저자는 그때 선택합니다. 마시던 보드카를 들고 싱크대로 가서 다 붓습니다. 모든 술을 다 꺼내서 싱크대로 흘려 보냅니다. 이후로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후의 일도 꽤 길게 나옵니다. 단주 후에 또 새로운 고난이 저자한테 닥치게 되고요. 제 생각에는 자기가 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뿐만 아니고, 사회적으로 자기가 너무 힘들고 어딘가 의지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자의 경우에는 알코올과 담배 같은 중독 물질을 향한 중독이었지만, 우리가 가진 중독이 그것 뿐만은 아니잖아요. 중독에 빠지게 되는 결과가 어떻게 보면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한자(황정은)의 선택

『비올레트, 묘지지기』

발레리 페랭 저 / 장소미 역 | 엘리



먼저 비올레트가 어떤 인물인지를 소개를 해보겠습니다. 이름은 비올레트 투생. 결혼 전의 이름은 '비올레트 트레네'였고, 프랑스하고 벨기에 국경이 맞닿는 지역에서 부모를 모르는 채로 태어난 인물입니다. 비올레트는 어렸을 때부터 위탁 가정과 사회 복지사 가정을 떠돌며 자랐는데요. 항상 순종적인 건 아닌데, 남의 눈치를 보고 그의 요구에 맞춰서 사는 그런 태도가 익숙한 인물이고요. 열여덟 살 정도의 읽기 능력이 초등학교 1학년 수준일 정도로 오랫동안 교육에서 소외되어 있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아이를 임신하면서 혼자서 읽기 학습을 하는데요. 미국 소설가 존 어빙이 쓴 소설을 교재 삼아서, 삶이 나에게 준 것과는 좀 다른 것들을 딸에게 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글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딸이 태어나서 어느 정도 자랐을 때 자기가 글을 공부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딸에게 읽기를 가르치기도 하는데요. 비올레트가 현재 묘지지기로 일을 하고 있는데요. 이 현재 시점에 딸이 없습니다. 그리고 남편도 없습니다. 이 사정은 조금 뒤에 말하기로 하고요.

묘지를 열고 닫고 청소하고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일들이 묘지지기가 하는 일인데, 비올레트는 아주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이 일을 합니다. 묘지에 망자가 도착해서 장례식이 진행되면 비올레트는 그날의 상황을 노트에 반드시 기록을 하는데요. 날씨는 어땠는지 어떤 관계의 사람들이 참석을 했는지 그리고 고인을 기리는 추도사의 내용까지 노트에 기록을 합니다. 그 이유는 나중에 소설 중반 이후에 밝혀져요. 

비올레트가 시에 고용되어서 이 묘지로 들어온 것이 1997년입니다. 소설의 현재 시점이 얼추 2017년이니까 20여 년 전에 이 묘지로 들어왔고, 당시는 비올레트에게 이미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난 뒤이기도 하거든요. 남편인 필리프 투생과 함께 묘지지기로 일을 하려고 왔는데 이듬해에 남편은 집을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습니다. 19년째 행방이 불명한 상태예요. 그리고 딸인 레오니는 1993년에 화재로 죽어서, 이 부부가 묘지지기로 들어왔을 당시에는 이미 사망하고 없는 상태입니다. 

이 소설에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등장을 하거든요. 그런데 누구도 부족하지 않고 꽉 찬 입체감으로 나름 저마다의 생을 살고 있어요. 삶이 대단히 복잡하다는 점을 생생한 인물들을 통해서 대단히 잘 그려낸 소설이에요. 제목 그대로 비올레트의 이야기로 시작을 하지만 이 책에는 비올레트의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에요.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을 오가면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양하고도 생생하게 소개가 되고요. 

소설 속에 (필리프 투생 외에) 남성이 등장하는데, 상황이 이렇습니다. 어느 날 어떤 남자가 묘지지기의 집 문을 두들기는데요. 내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이 묘지에 묻힌 어떤 남자의 묘에 같이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 유언을 가지고 비올레트를 방문한 사람의 이름은 '쥘리앵 쇨'입니다. 직업이 경찰입니다. 이 사람의 등장이 비올레트의 남은 인생에서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 되기도 하는데요. 쥘리앵은 어머니의 이해할 수 없는 유언 때문에 묘지를 방문했다가 독특한 묘지 관리자 비올레트를 더 알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을 가지게 됩니다. 마을을 드나들면서 묘지를 계속 찾아오고, 그러면서 비올레트의 남편이 실종 중이라는 이야기도 듣게 되는 거죠. 쥘리앵은 비올레트의 남편인 필리프 투생의 행적을 추적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날 비올레트를 찾아와서 필리프 투생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를 알고 있다고 말을 합니다.

여기까지 들었을 때는 장르를 잘 짐작할 수가 없죠. 로맨스도 있고 드라마도 있고 추리도 있고 온갖 것이 다 담겨 있고요. 이 책의 대단한 장점이기도 한데, 진부한 면이 없고요. 처음부터 끝까지 저는 이 소설이 좋았어요. 뒤표지에 박연준 시인의 추천사도 실려 있거든요. '어떤 이야기는 길어서 행복하다.'라는 문장으로 시작이 되는데, 저도 그랬어요. 이 이야기가 길어서 너무나 좋았고, 이 소설이 어떤 순간으로 끝이 나는데 그렇게 끝나서 좋았고요. 그렇지만 이 소설이 끝나서 싫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소설가라는 사람들은 대체로 삶을 어떻게든 사랑하고자 하는 사람들이고 또 사랑하고야 많은 사람들인데, 그들이 써낸 소설 중에 어떤 좋은 소설은 그걸 나눠 받을 수가 있거든요. 이 책을 읽는 동안에 저도 삶을 사랑하는 마음을 나눠 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소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결말로 갈수록 대단히 분명해지는데, 삶에 필요한 것이 사랑이라는 메시지입니다. 어떻게 보면 클리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메시지인데, 이 소설은 한 톨의 진부함이 없이 삶에 필요한 것이 사랑이라는 메시지에 다다릅니다. 연말이기도 하고, 요즘 마음이 어렵고 힘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그냥의 선택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김사과, 김엄지, 김이설, 박민정, 박솔뫼 저 외 18명 | 작가정신



출판사 작가정신이 창립 35주년을 맞아서 23명의 소설가들에게 '소설에 대한 에세이'를 받아서 엮은 책입니다. 서로 다른 작가의 스타일대로 소재도 문체도 분위기도 다양한 글들이 실려 있어요. 소설을 쓸 때 잘 써지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요. 소설의 주제나 작법, 소설이 안 써지는 시간에는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김이설 작가님이 하루에 6시간 동안 글을 쓰신대요. 이 루틴을 갖기까지 15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두 아이를 키우면서 소설을 쓰면서 살림을 하시다 보니까, 둘째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한 후에야 이 루틴이 생길 수 있었던 거예요. 고정적으로 일을 하면서 생겨난 변화 중 하나가 마감을 정말 잘 지키게 된 거라고 합니다. 그래서 김이설 작가님은 꼬박꼬박 무언가를 하는 것에는 분명히 힘이 있다고 이야기를 하세요.

이 책의 제목은 오한기 소설가의 글에서 따온 건데요. 실려 있는 동명의 에세이를 보면, 오한기 소설가는 육아를 하면서 직장생활을 하기도 하면서 쓰기를 병행하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글을 암살자처럼 쓴다고 이야기해요. 틈을 보다가 찰나의 순간에 과감하게 칼날을 휘두르는 암살자처럼 항상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가 짬이 나면 빠르게 쓰는 거죠. 그렇게 지내다가 한 선배로부터 "내가 스마트 스토어를 운영하면서 월 3억 원을 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돼요. 매출이 3억 원 정도 되고 순이익이 20%라서 월 6천만 원 정도를 버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오한기 작가가 나도 소설 쓰기를 그만두고 스마트 스토어를 해야겠어, 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스마트 스토어를 준비하고 운영하는 과정이 조금 의미 없게 느껴진 거예요. 그래서 그만둡니다. 그러고 나서 스마트 스토어에서 자신을 판매하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해요. 스마트 스토어를 준비할 때는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했지만, 소설을 쓸 때는 손가락이 춤을 추는 것처럼 날아다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따지고 보면 나는 3억 대신 소설을 택한 셈이다. 그런데 내가 소설을 썼을 때 이익은 얼마일까? 순수하게 나에게 남는 건 뭘까? 과연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최진영 작가님은 '인정과 단념'에 대해 말하는데요. 내가 쓴 문장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을지라도, 미완성인 걸 알면서도, 인정해야 된다는 거예요. 그리고 단념해야 된다고 합니다. 언제까지 이걸 계속 고칠 수 없고 붙들고 있을 수 없다는 걸 받아들여야 된다는 거죠. 어떤 때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썼지만, 결국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는 다소 허무한 결론에 다다를 수도 있다고 해요. 그럴 때도 인정하고 단념하면서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거예요. 그러면 이 과정이 어떤 의미가 있고 무슨 소용이 있냐고 말할 지도 모르겠지만, 최진영 작가님은 "한 편의 글을 쓰고 나면 나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쓰는 동안 나를 유심히 들여다봤고, 타인의 삶을 상상해봤고, 어떤 상황을 구체적으로 그려봤기 때문에, 나는 이전과 다른 인간이 되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작가님은 "소설은 나를 변화시킵니다. 소설은 나를 삶의 방향으로 끌어당깁니다. 소설은 나를 형편없음의 늪에서 건져냅니다. 소설을 쓰고 읽으면서 나는 다른 삶을 꿈꿀 수 있습니다. 계속하여, 꿈을 꿀 수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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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책읽아웃] 기후위기, 무력감에 손놓을 때가 아니다 (G. 남성현 해양학자) | 채널yes[스크랩] 2023-03-0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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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설 쓰는 황정은입니다. 올해 겨울이 유난히 춥습니다. 인간의 과도한 활동으로 초래한 기후비상을 우리가 점차 일상으로 겪고 있죠. 임계점을 알리는 비상벨이 점차 빠른 주기로 더 크게 울리고 있다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기후학자로서 이 벨을 누르는 작업을 해온 저자를 만나보겠습니다. <황정은의 야심한책>, 시작합니다.



<인터뷰 – 남성현 해양학자 편>

오늘은 지구환경을 연구하는 과학자를 모셨습니다. "인간과 지구의 공존 해법을 찾는 가장 중요한 첫 단추는 과학이 되어야만 한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과학 상식을 전해주는 분입니다. 『반드시 다가올 미래』를 쓴 남성현 선생님 모셨습니다.

황정은 : 반갑습니다. 선생님, 자기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남성현 : 저는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지구환경과학부에서 해양 쪽을 담당하고 있는 남성현 교수입니다. 

황정은 : 선생님 이력을 보다 보니까, 어느 책에는 환경학자라고 되어 있고 또 어디서는 기후학자라고도 돼 있어요.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남성현 : 저는 자연과학을 하니까 자연과학자가 맞고요. 자연과학자 중에서 또 지구환경을 하니까 지구과학자고, 지구환경 중에서 해양 쪽을 담당하니까 해양과학자가 정확한 분류죠.

황정은 : 선생님은 바다를 연구하셨는데 기후비상 이야기를 계속 하고 계세요. 해양 생태계와 바다가 기후하고 그만큼 긴밀하게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이겠죠?

남성현 : 그렇죠. 사실은 우리가 '기후', 그러면 대기 과학이나 기온을 많이 생각들을 하시는데요. 매일매일 바뀌는 '기상', '날씨', 이런 게 아니고 장기간의 평균 상태인 기후를 이야기할 때는 해양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해양을 지구의 기후 조절자라고 부를 정도거든요. 대기를 한쪽에서 데우고 식히고, 또 바닷물이 증발해서 구름이 만들어지고, 구름이 돌아다니다가 비를 뿌리고, 이런 거라서 지구의 물 순환과 온도 분포 같은 것들을 좌우하는 게 해양에서 따뜻한 바닷물과 차가운 바닷물이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해양의 기후 조절자라고 불리는 것이죠.

황정은 : 책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이 책은 과학책이다'라고 거듭 강조를 하셨어요. '이 책은 소설책이 아니라 과학 책이다.' 이 문장이 책의 첫 문장인데요. 왜 그런 말을 붙이셨나요?

남성현 : 기후 이야기를 하는 여러 종류의 책들도 있고, 이제 기후변화는 과학자만 쓰는 용어가 아니잖아요. 일반에서 많이 사용하는 용어인데, 중요한 건 과학적인 팩트거든요. 이 과학적인 팩트를 잘못 이해하거나 약간 왜곡하거나 오해할 때 여러 가지 잘못된 문제들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과학적인 팩트를 정확하게 아는 게 중요합니다. 기후하고 관련돼서 지금 지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과학자들이 밝혀낸 연구 결과들이 굉장히 중요하고, 그런 과학적인 팩트에 근거해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저는 이런 책을 쓴 거라서, 저는 이걸 과학책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황정은 : 저희가 대표적으로 크게 잘못 이해하고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요?

남성현 : 대표적인 게 그런 거죠. 지금 지구온난화인데 왜 이렇게 춥냐.(웃음)

황정은 : 그렇죠. 올겨울에 그런 이야기 하는 분 많을 것 같습니다.

남성현 : 그러니까요.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 같은 분들이 트위터 같은 데에서 '뉴욕에 지금 눈 내리고 너무 춥다, 우리 지구온난화 필요해' 이러면서 비꼬고 그랬거든요. 이게 과학적인 팩트를 잘못 이해해서 그렇습니다. '지구온난화'라는 기후 현상하고, 춥고, 덥고, 한파, 폭염, 이런 매일매일의 기상 현상을 섞어서 이해해서 그런 것이죠. 과학적인 이해가 중요합니다.

황정은 :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은 과학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씀을 하셨는데요. 지구환경과 관련해서 지금 우리한테 과학 지식과 과학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남성현 : 우리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해결책에 너무 집중을 해서 섣부른 해법들 이런 것들에 많이 집중을 하거든요.

황정은 : 그때그때 임기응변 식으로 대처를 하죠. 

남성현 : 그렇죠. 어떤 방법으로 바로 해결할 수 있을까를 너무 쉽게 생각을 하는데, 자연 현상이 원인이 돼서 생기는 문제들은 지구환경의 과학적인 작동 원리를 알고 근본적인 해법들을 찾아내는 것들이 중요하거든요. 과학에서 출발을 해야 된다는 거죠. 사회 정책적인 해법도 나올 수 있고 정책적인 해법, 경제적인 해법 나올 수도 있고, 또 기술적인 공학적인 해법이 나올 수도 있는데, 그런 것들이 다 철저하게 과학적인 팩트에 근거해야만 어설픈 해법으로 인한 부작용이라든가 더 큰 피해를 막을 수가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과학에서 출발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죠.

황정은 : 그렇게 출발해야 잘 대응할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

남성현 : 네, 맞습니다. 기후 문제도 마찬가지거든요. 과학에서 출발하는 게 정말 너무 중요합니다.

황정은 : 2021년에 『2도가 오르기 전에』를 쓰셨는데요. 그리고 딱 1년 만에 이번 책 『반드시 다가올 미래』를 쓰셨어요. 1년 사이에도 감지되는 변화의 폭이 느껴졌을 것 같은데, 이 상황에 대해서 선생님의 인식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남성현 : 그 사이에 과학적인 팩트 자체가 크게 바뀐 건 아닌데요. 같은 내용인데 전달하는 방식이 조금 달라졌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반드시 다가올 미래』에서 조금 더 톤을 강하게 표현한 건데요. 『2도가 오르기 전에』에서는, (대부분) 기후가 바뀌면서 나타나는 변화만 이야기하고 원래 기후가 어땠는지 잘 설명을 안 해주니까, 원래 기후가 어땠고 그게 하늘과 땅과 바다와 얼음 각각에서 어떻게 바뀌고 있는 건지를 좀 설명하고 싶었다면, 『반드시 다가올 미래』는 현재 그런 변화가 얼마나 심각하고 시급한 대응을 필요로 하는지를 보여주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되는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런 미래가 반드시 다가온다는 경고를 좀 더 강하게 하고 싶었던 겁니다.

황정은 : 올겨울에 한파도 유난했는데요. 강력한 한파가 한국뿐만 아니라 북반구 여러 나라를 뒤덮었잖아요. 이렇게 추운 날씨도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아까 말씀을 하셨는데, 상황을 조금만 설명을 해주시죠.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남성현 : 지구 평균 온도가 올라간다는 게 한쪽에서는 더 더워지고 한쪽에서는 더 차가워지고 이런 것들도 가능하거든요. 예를 들면 영상 20도와 영하 20도를 평균하면 0도잖아요. 그런데 영상 51도와 영하 50도를 평균하면 1도입니다. 평균 온도가 1도 바뀌었지만, 영상 51도와 영하 50도 환경이라는 건 아주 극단적인 온도 변화잖아요. 영상 20도 영하 20도에 비해서 훨씬 변동 폭이 크잖아요. 과거에 비해서 지금 변동 폭이 굉장히 커지고 있습니다. 기온 같은 것들이. 북극이 따뜻해지는 것하고 관련이 있어요. 북극의 빙하가 사라지면서 태양을 반사해주던 얼음이 사라지니까 해양에 그대로 흡수가 되고, 그러면 북극해 수온이 올라가면서 북극이 따뜻해지는 거예요. 

북극은 굉장히 추워야 되는데. 북극하고 적도하고 온도 차가 줄어들면 북반구 중위도에 사는 우리나라 같은 이런 나라들 위에 상공에 부는 제트기류가 약해집니다.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심하게 사행을 하면서 굽이쳐서 불어요. 굽이치다 보면, 이게 북쪽으로 올라가서 부는 곳도 있고 남쪽으로 내려가서 부는 곳도 있는데, 남쪽으로 내려오는 곳들은 북극에 가둬뒀던 한기, 냉기를 중위도까지도 내려올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죠. 그러다 보면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서 잘 경험하지 못했던 심각한 한파들도 자주 생긴다는 거예요. 남반구에는 이런 일이 잘 없는데.

황정은 : 그렇군요. 최근에 일본도 한파 때문에 난리를 겪었더라고요.

남성현 : 네, 동아시아 전체가 올겨울에 한파가 아주 심하고, 미국도 2/3정도 영역이 한파 때문에 아주 피해를 많이 보고, 유럽은 서유럽과 동유럽이 희비가 엇갈리고 있잖아요. 러시아 쪽은 아주 추운데 서유럽 쪽은 너무 따뜻해서 알프스의 눈이 다 녹고. 온도 차가 커진 겁니다.

황정은 : 지금은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1도 상승한 상태라고 하셨는데요. 선생님을 비롯해서 많은 과학자들이 경고하는 대로 1.5도까지 상승을 한다면, 그땐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남성현 :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 온도가 1.1도 정도 올라갔는데, 이게 대략 100년 만에 1도 올라간 거거든요.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가 아니에요. 우리 실내 온도를 1~2도 올린다고 피부로 잘 느끼지 못하잖아요. 기후가 변한다는 게 이렇게 아주 작은 변화라서 감지할 수 있는 변화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지구 평균 온도만 올라가는 게 아니라,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심각한 한파도 오고, 반대로 심각한 폭염도 오고, 또 비가 너무 많이 홍수 나고 산사태 나고, 반대로 비가 너무 오랫동안 안 오면 가뭄이 심해지면서 산불이 나고 어마어마하게 지금 피해를 보고, 이런 일들이 과거에 경험하지 않았던 전례 없는 수준으로 자꾸 심해지는 변화들이 동반이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지금 피해가 이렇게 커지는 건데. 지구 역사에서 보면 빙하기도 경험했고 자연적인 기후 변화가 분명히 있었지만,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서 서서히 변했던 것이지, 지금처럼 100년 만에 1도가 오르는 건 굉장히 가파른 변화라는 겁니다. 

여기에 우리가 적응을 못해서 1.5도 이렇게 이상으로 올라가게 되면 전례 없는 기상 이변 같은 것들이 더 일상화가 되고,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그리고 과학적으로 아직도 예측하지 못하는 현상들도 더 많아지면서, 우리 인류가 그런 것에 대비가 안 돼 있으니까 피해를 많이 보게 될 텐데요. 그래서 우리가 적응하는 게 중요한데, 적응을 아무리 높여도 기후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니까 적응하기가 어려운 겁니다. 그래서 기후 변화 속도를 늦추는 동시에 적응력을 높이는, 두 방향의 노력이 다 중요한 거죠. 1.5~2도가 올라버리면 그때 돼서는 우리가 노력한다고 늦출 수가 없어요. 돌이킬 수 없는 걸 건너버리니까. 그래서 티핑 포인트를 넘기 전에, 1.5~2도 수준을 넘지 않게, 우리가 그 아래에서 기후 변화 속도를 빠르게 늦추고 변하는 기후에 적응을 하도록 노력을 많이 해야 되는 겁니다.

황정은 : 정말 실존적 위기네요. 인간에게나 다른 생물 종들에게나.

남성현 : 그렇습니다.

황정은 : 저는 예전에 『2050 거주불능 지구』라는 책을 대단히 인상적으로 읽은 적이 있어요. 그 책에서는 2050년이면 티핑 포인트에 다다른다는 내용이었거든요. 그런데 선생님의 책을 보니까 그 사이에 10년이 더 빨라졌다는 내용이 있더라고요. 최대 2040년을 예상하신 거죠?

남성현 : 우리가 1.5~2도 사이를 티핑 포인트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물론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지구 평균 온도 1.5도 상승 시점이 다 달라지죠. 그래서 우리가 하기에 달려 있기는 한데 지금처럼 가다가는 1.5도 금방 넘어간다는 겁니다. 과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서 정기적으로 기후변화 보고서를 발간해 왔는데, 과거 보고서들의 예측치에 비해서 가장 최근 6차 평가 보고서의 예측치를 보면 10년이 더 앞당겨진 거예요. 2030년 2004년만 돼도 1.5도는 이미 도달하게 생겼다는 거죠.

황정은 : 얼마 안 남았잖아요. 뭐든 해야겠네요.

남성현 : 엄청나게 해야 됩니다. 우리가 탄소에 기반해서 문명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산업화 이후에 화석 연료랑 탄소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데, 완전히 탄소를 벗어나는 문명을 새로 건설해야 되는 거죠. 짧은 기간에. 엄청난 노력을 해야 됩니다.

황정은 : 『반드시 다가올 미래』에 등장하는 많은 질문들 중에서 사람들은 아마도 이 질문의 대답을 가장 궁금해 할 것 같은데요. "이미 때를 놓쳐서 더 손쓸 수 없다는데 사실인가요?"라는 질문입니다. 선생님은 그 답으로 '일부 사실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다행히 전부 사실은 아니다.'라고 쓰셨죠.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남성현 : 일부 사실이라고 말씀드린 건 때를 놓쳤다는 부분인데요. 과학자들이 기후변화 경고한 지 수십 년 됐습니다. 국제 사회에서 그 대응이 굉장히 소극적이었죠. 한때 원인을 두고도 논란이 있었을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이제 원인도 정확히 알고, 특히 선진국과 개도국 입장이 다르다고 협의가 안 되다가 결국 파리 기후 변화 협약 때 같이 줄이기로 한 거고. 그레타 툰베리나 이런 친구들이 상황을 더 사람들에게 많이 알리고 정치인들에게 변화를 촉구하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공감을 하니까 이제 국제 사회도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단 말이죠. 오래전부터 이렇게 경고를 했는데도 그게 안 됐었으니까, 그래서 때를 놓쳤다는 부분은 사실이라는 거죠. 

그렇지만 전부 다 사실이 아니라고 제가 말씀드린 건, 지금 노력하는 것하고 노력 안 하는 것하고는 천지 차이라는 거죠. 인류가 멸종하느냐 아니냐, 유엔 사무총장 표현대로라면 집단 자살을 하느냐, 거주할 수 있는 지구로 회복시키느냐, 양자택일에 놓여 있단 말이죠.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 세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 그다음 세대가 지구에서 살 수 있느냐 없느냐가 여기서 결정되는 거기 때문에, 우리 노력에 따라 엄청나게 다른 미래가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늦었지만 아직 완전히 끝난 건 아니라는 겁니다. 지금부터 열심히 노력하면 우리가 계속 지구에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성장을 할 수가 있다는 것이죠.



*남성현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로,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지구환경과학부에서 해양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물리해양학으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간과 지구가 공존할 수 있는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해 해양 관측 중심의 자연과학 연구와 교육을 진행 중이다. 국방과학연구소 제 6기술연구본부에서 해군을 위한 해양 연구를, 미국 스크립스 해양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기후와 해양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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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다가올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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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푸껫 : 끄라비 피피 2023~2024

성혜선 저
한빛라이프 | 2023년 03월

 

모집인원 : 1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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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몸은 너의 것이야

엘리자베스 슈뢰더 저/신소희 역/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감수
수오서재 | 2023년 03월

 

모집인원 : 5명
신청기간 : 3월 6일 (월) 까지
발표일자 : 3월 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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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차 저/서영 역
이아소 | 202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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