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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읽는 을유 세전시리즈 | 기본 카테고리 2022-11-2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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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머니

막심 고리키 저/정보라 역
을유문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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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_막심 고리키/정보라

번역가의 저력이 느껴지는 작품. 고전소설임에도 유려하게 읽히는 흐름과 가독성에 박수를 보내며, 정보라작가님의 다른 면모를 발견한 시간. 벽돌책과 비슷한 모양새의 진입장벽만 넘어선다면 고전문학이라는 특유의 낯섦은 금세 잊혀질 것이다. 나 역시 첫 장을 펼치기에 걸렸던 시간이 무색하게 몰입한 나를 발견할 수 있었기에.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창시자로 평가받는 막심 고리키의 작품을 읽다보면, 우리가 역사 속에서 또는 현실에서 경험해왔던 바와 많이 다르지 않은 소재와 관계성을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 본인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라는 단어 자체가 형성되기 전에 집필하였음에도, 무수한 시간을 지나 우리의 곁에서 읽히는 이 책은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에 대단함을 더불어 크게 달라지지 않은 현대사회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고 바라보게 된다.
더불어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인물들의 묘사이다. 고전문학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을 변화의 주체적 대상으로 여긴다는 점 그 여성이 또한 젊은 신여성이 아닌 가부장제의 피해자 여성인 '어머니'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읽는 이로 하여금, 고전 소설과 현대 소설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느끼게 한다. 을유문화사의 세계문학전집시리즈, 번역가, 여성의 주체성까지 모든 작품성을 갖춘 책은 아마도 빠르게 만나기는 어렵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본다.

??그들의 하루는 공장이 잡아먹었고 기계는 자기가 필요한 만큼의 힘을 사람들의 근육에서 빨아먹었다. 하루가 흔적 없이 삶에서 지워졌고 인간은 무덤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섰지만 눈 앞에 보이는 것은 그저 휴식의 달콤함과 연기 자욱한 술집의 기쁨 뿐이었다. 인간은 그것에 만족했다.

??삶의 힘겹지만 평온하고 음울하게 올바른 흐름을 방해할 만한 뭔가를 던져 놓지 않을가 두려워 했다. 사람들은 삶이 언제나 똑같은 힘으로 자신들을 찍어 누르는데 익숙해졌고 더 좋은 쪽으로의 변화를 전혀 기대하지 않은 채 모든 변화는 오로지 그 억압을 더 심하게 만들 것이라고 여겼다.

??화를 내면 활동하는 데 방해가 되고 그런 화난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는 건 공연히 시간만 낭비하는 짓이에요. 그런 인생리아니! 전 예전에는요, 사람들한테 화도 내고 그랬는데 생각해 보니까 보이더라고요, 그럴 가치가 없다는 게. 사방을 다 겁내서 마치 이웃 사람이 자기를 때릴까 봐 그전에 얼른 내가 먼저 한 방 먹여 주겠다는 것 같잖아요. 그런 인생이라니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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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세계사에 대하여 | 기본 카테고리 2022-11-25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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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있는 그대로 알제리

박연구원 저
초록비책공방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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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알제리_박연구원

솔직히 고백하자면 알제리에 대해 알고 있는 바는 카뮈의 고향이란는 점. 그리고 그로 인해 알제리라는 국가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는 점을 먼저 고백한다. 프랑스와 가장 밀접해 있는 아프리카 지역인 알제리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아프리카를 소개하는 책이 거의 전무하며, 이로 인해 학술적 접근 외 대중들이 이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저자가 연구한 아프리카는 꽤 애틋하고도 가깝게 느껴진다. 무엇인가에 시간을 들인다는 것에 대한 가치를 아는 저자의 마음까지 전달되는 듯하다.

초록비책공방의 모토가 참 마음에 든다. 어려운 것은 쉽게, 쉬운 것은 깊게, 깊은 것은 유쾌하게. 라니!

??첫 만남부터 너무 많은 것을 말해주려고 하면 지레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나의 친한 친구를 소개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 우리는 이미 알제리에 대해 꽤 알고 있다. 다만 알고 있는 것이 알제리에 대한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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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스 | 기본 카테고리 2022-11-2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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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딥스

버지니아 M. 액슬린 저/주정일,이원영 역
샘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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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스_버지니아 M. 액슬린

책의 표지가 굉장히 인상깊었다. 아직 다섯살 밖에 안 된 아이가, 무슨 이유로 세상에 마음을 닫았을까, 읽는 내내 이 책이 픽션이었으면 싶은 마음이 들었다. 책의 저자는 심리적, 정서적 장애를 겪는 아이를 위한 놀이치료의 권위자로 자신이 직접 아이들의 입장이 되어 결국에는 닫아버렸던 마음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다. 주인공 아이 딥스는 환경적으로 모든 이들이 배려를 하고 받고 있지만 모든 것을 거부한 채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운 행동 및 문제행동이라 불리우는 언행을 반복한다. 사실 그 내면에는 짧은 이해와 포용으로는 치유될 수 없는 정신적 상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주위의 모든 도움이 소용없는 것으로 보여져왔던 것이다. 딥스의 상담과정을 토대로 구성된 내용을 통해 아이의 세계에 보다 가까이 닿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진다.

??그들은 이해받지 못했지만 스스로의 권리를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또 싸웠다. 아이들 각자의 느낌과 생각, 환상, 꿈, 희망 등이 밖으로 표출되면서 그들의 가능성의 지평은 넓어졌다. 아이들은 공포와 걱정에 사로잡혀서 견뎌내기 힘든 세상에 대해 자신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주장하려 했다. 다행히 건설적으로 세상에 적응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을 새롭게 찾은 아이들도 있었고, 견뎌내지 못하고 실패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한 인간이 내면에 지닌 성장 가능성의 지평은 다른 사람이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삶에 대한 이해는 각자 개인적인 경험들을 통해 커지는데, 너무나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의미들을 보면서 결국은 스스로의 자기 인식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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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애도의 과정 | 기본 카테고리 2022-11-0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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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랑과 나의 사막

천선란 저
현대문학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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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시간 동안 잠들어 있던 로봇 고고가, 자신을 깨워내 다시 삶을 함께 살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친구 랑. 애정하는 랑의 죽음으로 인해, 고고는 자신의 여행을 통해 고고를 애도하는 과정을 경험한다. 애도의 과정 속에서 만난 다른 이들. 전쟁으로 돌이킬 수 없는 황폐한 사막에서 살아가는 인간 혹은 다른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 생명이 아닌 것조차 애틋하게 여기며 마음을 나누어준 랑이의 모습과 그런 랑이를 통해 감정을 배우고 느끼게 된 로봇 고고를 바라보며, 우리 주변의 상실된 마음의 여정이 이러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온전히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붉은빛의 고운 모래를 꺼내 랑의 고개를 돌려가며 귀에 조금씩 흘려 넣었다. '세상은 시끄러우니까. 더 듣지 말고 편하게 잠들라고'

효율적이지 못한 손짓이었다. 하지만 지카의 '믿을 수 없을 만큼 느린 몸짓'은 랑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한 행위라는 걸 알고 있다. 감정에는 효율을 따질 수 없다. 따져서는 안 된다. 절대로 그래서는 안된다고, 조가 떠난 뒤 랑이 방패처럼 말했다.

그림에는 감정이 들어가고 사진에는 의도가 들어가지. 감정은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고 의도는 해석하게 만들어. 마음을 움직인다는 건 변화하는 것이고, 변화한다는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다는 것.

숱하게 오갔어도 익힐 수 없는 사막의 방향감각. 일직선으로 나아가다 눈 깜빡임으로도 길을 한순간에 잃을 수 있는 곳. 사막은 그런 곳이다. 단 한순간도 자신을 믿어서는 안 되는.

어림잡아 생각하는 건 좋지 않아. 인간은 대체로 많은 일들을 어림잡아 생각해서 망친다.

지카는 나를 보고 있지만 보고 있지 않다. 이말은 모순적이지만 인간은 가끔 사물 너머의 무언가를 본다. 지카를 따라 겉대중을 해보자면 지카는 지금, 나를 보며 자신의 기억이 왜곡시킨 슬픈 랑을 떠올리고 있다.

"인간은 헛된 희망을 품는군."
"완벽한 희망을 품어야 하나?"
"....."
"그게 말이 되는 문장이기는 하고?"

우주에는 기본적인 법칙이 존재하는데 생명이 많은 변수를 만들어 기능성을 증폭시키기 때문이지.

살아남는 것보다, 살아 있는 것보다, 숨 쉬는 것보다, 내일을 맞이하는 것보다 더 고귀하고 중요한 건 없다. 추악하더라도, 구질구질하더라도, 눈물겨워 화가 나더라도 살아 있으면 그만인 거라고. (...) 생존에 모든 추를 놓으면 인간은 존엄성을 잃고 만다.

나는 단 한 순간도 랑을 해치고 싶다 생각한 적 없다. 그런 생각이 아주 잠시라도 스쳤다면 나는 나를 파괴할 방법을 찾았을 거고 결국 나는 랑을 해치기 전에 스스로 파괴되었을 것이므로 알아이아이의 말처럼 어떤 과정을 거쳤든 최악의 결말에 도달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 알갱이가 내 속을 막 두드리면서 돌아다녀. 나는 그게 무척 거슬려. 고고, 이게 뭔지 알아? 이게 울음덩어리야. 나오고 싶어서 난리가 났지. 근데 버틸 거야. 울지 않을거야, 나는.

나는 빠짐없이 랑의 감정을 느꼈던 걸까.
그렇다고 믿고 싶다.
믿고 싶다는 걸 믿고 싶다.

이번에는 너와 함께 늙어갈 수 있겠다는 헛된 희망을 품고 랑을 떠올리며, 더 깊은 어둠으로 내려간다.
간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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