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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거시제 | 기본 카테고리 2023-03-2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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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래과거시제

배명훈 저
북하우스 | 202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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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거시제_배명훈

배명훈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접했다고 하면 놀랄 이들이 많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 대한 나의 솔직한 첫 인상은 뭐지? 이 사랑스럽고 울컥하게 만드는 sf물은? 그리고 이 애틋하고 섬세한 감정묘사에 대한 감탄이였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에게는 그만한 능력과 저력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된 수순이였다고 할 수 있겠다.

??유희는 영감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 영감은 오랫동안 고민해온 물음에 대한 직관의 답이다.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인 셈이다.

??당황스러웠지만 유희는 이 특별한 감각을 되도록 길게 이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유희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꺠달음의 순간은 일상에 금방 침식되고 휘발된다는 사실을. 그러므로 우선 일상을 차단해야 했다. 세상이 자신에게 부여한 직업이라는 역할에 너무 깊이 몰입하지 않도록 한 발 물러서야 했다.

??마사로가 옆구리께에서 말했다.
“나 걸을 수 있는데.”
“느리잖아.”
“존엄하게 두 발로 걸어가고 싶다고.”
“걸음걸이가 존엄해보이지 않았어.”
(...)
“저기, 말로만 부탁해도 언어 기능 스스로 꺼줄 수 있어?”
“아, 미안. 부처 놀이 계속해.”

??”다행이다. 그럼 됐어. 잘 가고 잘 살아. 내 걱정은 안 해도 돼. 나야 뭐 공사 재개되면 어떻게든 나갈 수 있겠지. 그림 좀 보다가 전원 내리고 자면 돼. 누가 또 깨우겠지. 중간에 꺠어나서 너를 만나 즐거웠어. 나는 그거면 됐으니까 너는 너를 구해.“

??“ 그러니까 ‘마음껏’은 마음의 끝이 닿을 때까지 가라는 말이야. 알겠니, 마사로? 원 없이 펑펑 쓰고 와야 해. ”

??세상이 갑자기 환해졌다. 눈앞에는 유희가 서 있었다.
마침내 깨어난 마사로에게 유희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마사로, 다시 가서 세상을 구해.“
성능이 꽤 좋은 마사로의 기억에 그 말은 영원히 각인되었다.

??미래의 일을 마치 과거에 직접 겪은 것처럼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사람.

??은경은 곧 역행하는 시간의 눈금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사람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지만 페이지 넘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책갈피도 없이 덮어두었던 바로 그 페이지로 돌아왔다. 제목만 봐도 눈물이 터져 나올 듯 숨 막히는 기억. 인사도 없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첫사랑.

??모든 것을 다해 사랑하기로 한 사람이 사라진 날, 심장이 뛰는 순간순간마다 안으로 돋친 가시가 1밀리씩 자라났다. 안으로 자라는 외골격에 갇힌 채 껍질을 강요하는 모양대로 간신히 서서 비틀거리던 삶. 그렇게 은경은 시간을 버텨냈다. 어른이 되고 외골격보다 튼튼한 피부를 갖게 됐다. 스스로 서고 싶지 않으면 서지 않았다.

??결코 이 세상에는 속하지 않는 완전한 아름다움을 지닌 사람. 때로는 주어이고 때로는 목적어여서 그 사이에 들어갈 술어를 잘 골라내기만 하면 몇 번이고 둘이 함께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문장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영혼의 파트너.

#북하우스 #미래과거시제 #배명훈 #sf소설 #배명훈작가 #북하우스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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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무엇인가 | 기본 카테고리 2023-03-1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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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죽음이란 무엇인가

셸리 케이건 저/박세연 역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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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무엇인가_셸리 케이건/백세연

우리는 죽음에 관해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관련 주제에 대한 관심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일지 모른다. 죽음을 다루는 다양한 글들 중, 오직 이성과 논리로 파헤치는 죽음과 삶의 의미라는 관점에 이끌렸다. 예일대 강의자료를 모든 작품 답게 전공책 처럼 쫙쫙 밑줄치며 읽을 수 있는 시원시원한 판형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삶과 죽음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역설하기에, 저자는 엄청난 가정과 예시를 통해 이를 입증한다. 결국 그만큼의 시간을 들여 읽어야 하지만, 또한 그 만큼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는 점.

??결론적으로 말해서, 영혼의 존재를 인정한다고 해서, 육체적 죽음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위안을 주는 요소는 여러분의 몸을 이루는 부분들이 자손을 통해 지속된다는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고귀한 인격체를 길러낸다는 것이 인생을 바칠 만큼 중요하고 고귀하고 성취라는 ‘믿음’이다.

??유사 영생의 진정한 가치는 사후에 계속해서 존재할 의미 있는 성취를 일궈낸 삶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짧은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오랫동안 남게 될 뭔가를 남기고 간다면 더욱 가치 있는 삶이 될 것이다.

??비관론자들의 말대로 삶이 가질 만한 가치가 없는 존재라면, 삶의 상실은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것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삶을 보다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삶은 전체적으로 나쁜 것이라는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는 일이다.

#죽음이란무엇인가 #웅진지식하우스 #셸리케이건 #박세연 #웅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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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말하는 사람과 대화하는법 | 기본 카테고리 2023-03-1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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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함부로 말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

샘 혼 저
갈매나무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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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말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_샘혼

괴물과 싸우면서 괴물이 되지 않는 대화의 기술이라니. 평소 화술과 관련된 분야는 크게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일단 읽는 것에는 흥미가 있다 하더라도 적용할 수 있을리가? 싶은 나만의 고착화된 언어습관 때문도 한 몫을 하리라 생각한다. 화술 분야의 독보적인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의 저자의 작품이라고 갈매나무에서 보내주셨으니, 감사한 마음으로 읽어보았다. 한국어판 서문에서부터 직장인의 심금을 울리는 작가님. “먼저 이 책이 새로운 모습으로 한국의 독자들과 마주할 수 있게 되어 기쁘고 감사하다. 한편으론 여전히 못된 사람들의 괴롭힘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책을 찾는 한국 독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무례한 괴물은 여전히, 어디에나 있다.”
사회에는 분명 이해할 수 없는 혹은 이해할 필요가 없거나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자명하다. 그저 무대응이나 무관심으로 나의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것만이 그럴듯한 현실적 방안이라 여겨왔던 나에게, 이런 적극적인 액션을 취할 수 있는 방법들은 신세계에 가까웠다.
그중 상처로 가득했을 피해자에게 이야기하는 작가의 태도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괴물이 자폭할 때까지 기다리라’느니 괴물도 ‘힘든 시기를 겪는 중이니 쉬게 해주라’느니 ‘비정상적인 가정에서 성장한 탓이니 용서하라’느니 하는 말은 없다. 이런 말들은 나쁜 조언이다. 달래거나 이해하려는 시도는 괴물에게 보상이 된다. 그리고 보상받은 행동은 반복된다. 자, 이제 좋은 소식을 전하겠다. 괴물과 맞설 실질적인 기법을 당신도 배울 수 있다. 당신에게 당신 삶의 통제권을 되찾게 해주자. 특히 언어의 사무라이 되기 챕터를 추천해주고 싶다ㅋㅋㅋㅋㅋㅋ

한줄요약 : 아무튼 우리는, 괴물에게는 이해해주려는 시도조차 하지말고 그냥 칼이나 들고 맞서자.

??동료의 거부, 친구들의 반대, 사회의 분노에 맞설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도덕적 결단은 전장에서의 용기나 위대한 지혜보다 훨씬 어렵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꼭 필요하다_로버트 케네디(전 미국 법무장관)

??인간은 온갖 장애와 위험, 압박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일을 한다. 그것이 인간 도덕성의 바탕이다_존F. 케네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더라도 용기가 없다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용기가 없다면 이 세상에 가치 있는 자가 되지 못한다. 나는 좋은 사람들이 악에 맞서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_시어도어 루스벨트


#갈매나무 #함부로말하는사람과대화하는법 #샘혼 #적을만들지않는대화법 #화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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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국 여인의 두 번째, 런던에 가다 | 기본 카테고리 2023-03-1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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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두 번째, 런던에 가다

E. M. 델라필드 저/박아람 역
이터널북스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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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두 번째, 런던에 가다_E. M. 델라필드

더없이 사랑스러운 자조와 풍자로 100여 년 동안 수많은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E. M. 델라필드의 자전적 소설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의 속편이다. 지방 소도시보다 훨씬 더 크고 복잡한 런던에서 그녀는 어딜 가나 가장 촌스러울 뿐 아니라 대화에 자연스레 낄 만큼 문화 예술에 관한 지식도 갖추지 못했다. 그러나 주인공은 이 모든 어려움을 자신만의 무기인 자조적 유머로 헤쳐 나간다. 주변 환경이 독해진 만큼 유머도 독해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번째 일기에서는 어쩐지 여유가 느껴진다.

답답한 시골에서 화려한 대도시의 삶을 꿈꾸던 그녀는 이제 때가 되면 아내이자 엄마의 삶으로, 정겨운 지방 소도시의 삶으로 기쁘게 돌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더 큰 세상으로 나갈 각오를 다진다.

“이제 그녀는 매주 문예지 공모전에 지원할 필요도 없고 1등을 시샘할 필요도 없으며 채우지 못한 물욕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 주인공이 꿈을 이뤘으니 기뻐할 일이지만, 그럼 이제 더 이상 그 솔직하고 매력 넘치는 주인공을 만날 수 없게 되는 걸까? 다행스럽게도 그녀에겐 여전히 집안의 문제가 끊이지 않고 가정에서의 역할도 변하지 않는다. 게다가 지방 소도시에서 나름대로 지역사회를 이끄는 듯 보였던 주인공은 더 넓고 역동적인 세계로 나아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경험과 사유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초라해진다.”

??예정되어 있는 영국 여인의 미국일기와 전쟁일기 등 두 편의 속편이 너무나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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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 | 기본 카테고리 2023-03-1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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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

E. M. 델라필드 저/박아람 역
이터널북스 | 202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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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아름다운 만듦새의 책을 좋아한다. 일정한 취향은 없지만 책의 내면을 잘 나타내는 디자인, 그리고 가능하다면 오랫동안 작품을 안전하게 보관 할 수 있는 각양장본이라면 바랄 것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에서 내 모든 취향을 저격하고, 시각적으로 감상하기에도 더 없이 좋았던 작품:)

영국의 주간지 <시간과 조수(Time and Tide)>를 통해 처음 발간된 작품. 당시 여성 참정권 운동의 열기가 식지 않은 1920년 진보적 정견과 페미니즘을 기치로 창간되었고, E. M. 델라필드는 중산층을 위한 가벼운 읽을거리를 써 달라는 편집장의 요청을 받고 1929년 12월부터 매주 일기 형식의 이 자전적 소설을 연재했다. 작품은 특히 지방 소도시의 독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듬해 연재가 끝난 뒤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대공황이 세계 경제에 그늘을 드리우고 여성의 참정권을 위한 투쟁이 막 결실을 보기 시작한 1929년 말 잉글랜드의 지방 소도시. 주인공은 지적이고 현대적인 여성의 삶을 꿈꾸지만 작은 시골 마을의 궁색한 생활은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쪼들리는 살림 때문에 독촉장은 쌓여 가는데 명색이 상류층 지식인으로서는 보이지 않는 현실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진 것도 없는 보통 여자로서 소심하게나마 고정관념과 가부장제에 저항하기 위한 방법으로 남편의 고용주 대지주 레이디 복스에게 기싸움, 말싸움 하나에 지고 싶어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은 현실적이고도 실제와 흡사한 인물로서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더불어 인상깊었던 옮긴이의 말.
아울러 이 여인은 1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를, 특히 여성을 괴롭히는 구태를 꾸준히 건드린다. 표면적으로는 가부장제에 순응하고, 고정관념을 깨지 못하는 다른 여성들에게 동조하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개탄하기를 잊지 않는다. 남편의 고용주인 듯 보이는 레이디 복스의 무심한 언행에 속수무책 당하면서도 뒤에서 반기를 들거나 복수를 꿈꾼다. 가진 것을 모두 내팽개치고 나설 용기도 없고 그럴 형편도 되지 않는 ‘보통’ 여성들에게 그녀는 소심하게나마 저항하는 방법을 일깨운다. 이 작품이 처음 연재된 <시간과 조수>는 급진적 페미니즘의 맥락을 제공했지만 이 여인의 페미니즘은 소심하되 무해하고 유효 기간이 길다. 한 영문학자는 ‘일상 페미니즘(Everyday Feminism)’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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