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이가 행복해지는 인문학
김경집
꿈결/2015. 4.13
sanbaram
2015년 가을 선경 도서관에서 실시한 인문학 강좌를 수강하면서 저자 김경집 교수를 만났다. 인간에서 출발하여 인간으로 귀결되는 것이 인문학이며, 진정한 인문학은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한다는 그의 말에 이끌려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강의 였다. 자분자분하게 동서양의 역사와 예술 그리고 철학을 넘나들며 이어지는 강의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인문학에 대한 그의 저술인 <엄마 인문학>을 읽게 되었다.
저자는 서강대학교 영문학과 동대학원철학과를 졸업하고 가톨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였다. <책탐>으로 한국출판평론상을 수상했고, 저서로 <인생의 인프라에 투자하라>, <눈먼 종교를 위한 인문학>, <인문학은 밥이다>, <고장난 저울> 및 청소년 도서<거북이는 왜 달리기 경주를 했을까?>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교양과 지적 자산으로서의 인문학이 아닌, 창의적 융합과 연대의 중심에 위치하여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인문학을 추구하며 저술과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엄마 인문학’ 강연을 묶어 펴낸 것이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할 수 있으며 엄마가 혁명을 해야 이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변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여섯 개의 장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첫째, 질문으로부터 인문학은 시작된다. 이유를 알아야 세상이 보이기 때문이다. 둘째, 역사를 알고 책을 읽어야 한다. 셋째, 예술은 그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다. 역사를 알지 못하고 시대상을 알지 못하면 예술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한다. 넷째, 철학은 나부터 출발한다. 내 삶의 주인인 나를 찾아가기 위해 다양성을 이해해야 한다. 다섯째, 정치와 경제는 우리의 삶과 직결되어있다.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큰 사건은 곧 내 삶에 영향을 미친다. 여섯째, 문학은 세상을 품고 있다. 시, 수필, 소설, 희곡을 읽으며 인생을 행복하게 살자.
우리가 추구하는 세계화를 영어공부로 생각하는 단순하고 잘못된 시각에서 벗어나한다. 그리고 교육에 대한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상은 지금까지 겪어온 ‘속도와 효율’의 프레임이 아니라 ‘창조, 혁신, 융합’의 프레임으로 짜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속도와 효율에 갇혀 있어요. (p.36)” 지식을 암기하고 문제를 푸는 그런 학습방법에서 벗어나 개성과 창의성을 살릴 수 있는 학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를 바르게 볼 줄 알아야 한다. 식민사관이나 서양인의 시각에서 기술하고 있는 역사나 지리, 그리고 사상에서 벗어나지 않고는 우리의 정체성을 제대로 찾을 수 없다. “1990년 포석정지에서 포사(鮑祠)라고 새겨진 기와가 발견됐습니다. 또한 <화랑세기>필사본에는 포석사(鮑石祠)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포석사는 아선 문노라는 화랑을 기리는 사당이었으며, 국가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제사를 지내고 회의를 가진 장소였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p.63)” 이렇게 신성시 되던 곳에서 왕과 귀족들의 연회를 벌이다 망하였다고 식민 사관에서는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이런 역사를 조롱하거나 폄훼하는 식민사관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철학은 시대의 필요에 의해 형성된 사상이다. 서양의 역사를 모르기 때문에 서양철학을 이해하기가 힘든 것이다. “철학을 공부할 때도 반드시 역사적 배경을 짚어보아야 합니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철인이 통치하는 이상 국가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가장 정의로운 인간인 철학자가 통치하는 정치를 이상적인 정치로 여긴 것이죠.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플라톤의 스승인 소크라테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두 번이나 참전했어요. 플라톤도 성장기에 이 전쟁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고요. (p.70)” 이처럼 철학자가 살았던 시대를 이해하면 그의 철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서양의 시각에서 벗어나려면 그들의 역사를 공부하고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역사는 승리한 힘 있는 자들의 기록이다. 그런데 그들의 논리를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그들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성장론자들은 주로 ‘빵이 커야 나눠 먹을 게 많으니, 파이를 먼저 키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도 괜찮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 원칙을 끌어 댑니다. 이런 억지가 어디 있습니까? 공리주의의 핵심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합니다. 비유해서 말하면 이런 거예요. 귀족들만 단맛을 느끼는 혀를 갖고 있느냐? 돈이 없어서 설탕을 못 먹을 뿐이지 누구나 맛볼 수 있는 능력과 권리가 있습니다. 중요한 건 행복의 보편성입니다. (p.161)” 이와 같이 주장이나 이론의 이면을 생각해보는 습관을 길러야 세상을 보는 눈이 바르게 된다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인문학이 왜 엄마들에게 필요한지를 설명하고 있다. 아이들의 교육문제를 시작으로 역사, 예술, 철학, 정치와 경제, 문학 등을 통해 어떤 생각을 갖고 생활하며, 어떻게 하여 사회를 변화 시킬 것인지 이야기 한다. 거대 담론이라기보다는 우리 일상에서 엄마들이 손쉽게 접하고 실천할 수 있는 경험을 개하고 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나와 아이가 함께 행복 하게 살고 싶은 엄마들에게 적극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