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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란 차원과 삶의 본질에 대한 사유 | 에세이,평론 2007-06-2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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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시간을 달리는 소녀

츠츠이 야스타카 저/김영주 역
북스토리 | 2007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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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출현 이래 통제하지 못하는 유일한 것, 시간!

시간은 그래서 우리 인간들의 이상이자 고통과 경이로움을 함께 전해주는 잡히지 않는 현상이며, 해결하지 못해 안달하는 영원한 과제이다.

수없이 많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이를 소재로 한 무수한 창작물들이 여전히 탄생한다.

5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츠츠이 야스타카’의 이 작품을 접하는 기대는 그 낭만적 상상의 구성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시간을 거스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어떠한 형태로 그려졌을까? 우울한 것일까? 행복을 가져다주는 즐거움일까? 아니면 인간 탐욕의 한계를 이야기하려는 걸까?

주인공 ‘가즈코’는 과거로의 회귀와 이로 인한 미래에 대한 사전 인지에 대해 행복을 느끼기 보다는 두려움과 거부감을 보여준다. 그러나 의외의 반전, 아니 이야기의 절정에 이르러 하루나 몇일의 Time Lift가 아닌 2600년, 6세기를 훌쩍 뛰어넘는 시간여행의 진지함을 이야기 한다. 그러나 작가는 미래에서 온 소년 ‘가즈오’와 정신적 교감의 단절을 보여주고 현재의 인간들에게서 자신의 기억을 지워버린다. 우리가 이해해서는 않되는 영역, 현 인류가 아직은 시간을 통제하는 능력을 가지기에는 불안한 존재임을 보여주려 했던 것 아닐까?

이 작품집의 두 번째 작품인 ‘악몽’은 프로이트식 ‘꿈’에 대한 정신분석학의 기반을 두고있는 듯 하다. 인간의 잠재의식, 원초적 죄의식이나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이 의식의 저편에 묻혀져 있고 그러한 의식은 정신분석에 의해 견인할 수 있다고 본 프로이트의 이론을 현실에서 그려 보려한 실험적 작품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비의식(Nonconsciousness)또는 무의식(Unconsciousness), 적응무의식에 대한 심리학적 이해가 진전된 오늘에 있어서 50여년전 주류를 이루었던 프로이트의 꿈에 대한 해석은 상당부분 왜곡된 이론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자칫 소설이 특정 이론을 실험하려 할 경우 세월이 경과되어 유치한 내용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한낱 에피소드에 불과한 사례처럼 보인다. 재미있는 줄거리와 순수한 주인공의 감성적 이성체계에 대한 사랑스러움이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 거리로 이해함으로 충분 할 듯하다.

마지막 작품인 ‘The other world'(또 하나의 다른 세계)는 재미있는 상상력과 오늘에도 손색이 없는 구상이라 여겨진다. 우리 각자가 살아가는 이 세계의 우리는 또 다른 곳에도 존재하는 그래서 얼마든지 우리의 의지에 따라 삶의 방향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꽤나 긍정적인 그리고 매혹적인 세상을 그려내고 있다. 수 없이 많은 시간의 날줄, 바로 이웃하는 시간의 날줄은 이웃하는 세계와 거의 유사하다. 그러나 2개,3개,..100개,...무한대의 날줄로 갈수록 낯선 내가 존재한다. 그러나 동질의 그 존재. 시간의 차원에 대한 이해와 삶의 본질에 대한 진지하고 멋진 사유가 만들어낸 걸작이다. 작가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는 달리 주인공이 꿈꾸었던 스타연예인으로 달리는 것으로 이야기를 맺는다. 우리들의 시간에 대한 이해에 대해 조금은 관대해지고 싶었을까?

순간 순간 과거로 지나버리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인간들의 애틋함과 안타까움은 현실의 충실함과 아름다운 꿈만으로도 행복으로 대체될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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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울하고 기괴하나 관능적이고 가학적인...탐미주의 걸작! | 소설,시 2007-06-1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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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암보스 문도스

기리노 나쓰오 저/김수현 역
황금가지 | 2007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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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심연에 자리한 배반적 심리를 섬세하고 탐미적으로 드러낸 걸작 단편집!

여성들이 가지는 외모와 그 내면의 뒤틀린 대비, 성의 이성적 진화에도 불구하고 의존적 삶을 선택하는 모순적 배신, 통속적인 불륜의 정당성과 사회에 대한 그리고 자아의 갈등, 파격적 일탈에 대한 희구, 엘렉트라 콤플렉스와 상실, 탐욕과 사악의 근원이 전편에 음울하면서도 교교(姣姣)하게 흐른다.

어두움을 잔뜩 머금은 듯한 제목의 단편 두편인 “식림”과 “독동(毒童)”에서는 외형적 미(美)에 대한 불신의 기저위에선 주인공 여성들의 내면을 심하게 손상된 기형적 심성으로 묘사된다.

사회의 속물적 근성에 대항하지만 그녀들의 표출되는 행동 또한 아름답지 않다. 동네 슈퍼의 꼬마에게 느닷없이 다가가 “내가 네 엄마야”하고 괴기스런 웃음을 흘리는가 하면, 악(惡)을 통해 계부를 죽음으로 내몰기도 한다. 그러나 그 악에 자신도 희생되는 우울함이 그득하다. ‘기리노 나쓰오’가 표현하는 여성들은 동굴과 같은 근원적 관능과 눌려진 팜므파탈의 본성이 교차한다.

“괴물들의 야회” 그리고 “암보스문도스”는 유부남과의 사랑을 소재로 하고 있다. 직업을 가진 독신여성의 불륜이 부여하는 가질 수 없는 욕망에 대한 갈증이 섬세하게 묘사되고 있다. 가질 수 없다면 파괴하는 것도 하나의 자기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고..., 그러나 “괴물들의 야회”에서 주인공은 쓸쓸이 목을 메달고 삶에서 퇴장한다. 그러나 “암보스문도스”의 주인공인 초등학교 여교사는 자신의 밀회에 정당성을 주장하며, 오히려 불륜을 사회의 희생물로 악용한 기성의 관념을 비난하기도 한다. 앞의 작품은 여성 개인의 관념에서, 뒤의 작품은 집단속에서의 자아를 중심으로 갈등을 모색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작품 “루비”는 성(性)에 대한 여성의 인식구조에 대해 생각케 하는 구조이다. 종이상자를 집삼아 후미진 공원에 노숙하는 하층 집단사회에서도 엄연히 권력과 지배구조가 존재한다.정작 호감을 가진 남성이어도 그에게는 권력이 없다. 5명의 노숙자 남성 집단에 기생하여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들 공동의 여자이어야 한다. 이런 파렴치한 세계에서 그녀를 탈출시키려 하지만 그녀는 보호능력을 가진 권력자의 편에 서버린다. 어리석은 남자는 배신 당했음을 느낀다. 여성의 성적 의존감에 대한 심원을 보여주려 한 것일까?

이와 더불어 “사랑의 섬”은 여성의 성적 일탈에 대한 극한적 관능을 보여준다. 숨겨진 욕망의 표출에는 매조히즘과 새디즘이 교차한다. 심미적 낭만주의의 전형이라 할 수 있겠다.

앞면과 뒷면, 오이디푸스와 엘렉트라, 새것과 낡은것, 미녀와 추녀,... 상반되는 관념의 불투명성으로 대변되는 “암보스문도스”가 표제임은 이렇듯 여성내면의 저편에 웅크린 원죄적 낭만주의 배반적 표상인 듯 하다. 음울하고 기괴하나 관능적이고 가학적인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세계는 어느덧 깊디깊게 우리를 끝모를 동굴에 탐닉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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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끈을 놓치못할때...이라부를 그리자! | 소설,시 2007-06-1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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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죽한 입담이 괴물 의사 이라부와 함께 돌아왔다. 유연하게 흐르는 이야기의 맛을 고이 간직한 채 친근한 문장으로 우리의 폐부를 거침없이 들추어내는 재치와 위트속으로 다시금 빨려 들어간다.

이 작품집의 표제인 『면장선거』는 우리들 치기어린 삶의 위태로움을 인구 2500명의 섬마을로 안내한다. 마을주민이 서로 모두 알 수 있는 그런 작은 마을에 극단적으로 양분된 두세력의 오랜 면장직에 대한 싸움은 정말이지 끝나지 않을 것만 같다. 터무니 없어보이는 등장인물들의 억척스런 니전투구(泥田鬪狗)와 같은 표 얻기 싸움은 우리의 해결사 이라부의 황당한 제안인 ‘장대눕히기’라는 놀이의 승자에게 숙원사업인 노인전문요양시설 공약을 지원하는 것으로 제안된다. 이 놀이는 작은 섬마을 ‘센주시마’ 주민들의 결속과 사랑을 확인하는 축제로 변한다. 작가는 타락하고 추한 정치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지만 우리들 인생은 한낱 게임에 지나는 것  아니냐고 그래서 즐거운 놀이라는 한 발짝 떨어져 유쾌하게 삶과 사회를 보는 시야를 던져주려는 것 같다.

작가의 시선은 이처럼 한걸음 물러나서 사물과 사건과 자아를 보도록 권유한다.

이 작품집의 첫 단편인 『구단주』는 ‘이승엽’이라는 야구선수로 인해 우리에게 친근한 일본의 한 신문사와 프로야구팀을 연상케 한다. 78세의 언론사사주이자 구단주의 ‘자율신경실조증’은 권력과 명예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사회지도층 인사의 병명이다.

나이듦에 자연스러이 붙어 다니는 ‘죽음’과 그 죽음 속에서도 명예와 권력의 작은 부분도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그 탐욕이 불러온 일종의 정신병이다. 세상의 있는 그대로만 보면 되는 우리 철부지 같은 의학박사 이라부는 ‘생전 장례식’을 권하고 이 웃지못할 예식을 거룩하게까지 진지한 삶의 이해의 장으로 다가오게 한다. 은퇴를 결심한 이 원로구단주의 삶은 가뿐함과 행복으로 충만해진다. 눈에 보이는 욕망을 던져버리는 순간 우리는 구원될 수 있는 것이라고.....

두 번째 단편인 『안퐁맨』과 셋째인 『카리스마 직업』은 각기 떠오르는 청년재벌인 IT기업의 CEO와 40대 미모의 여배우가 주인공이다. 이성과 합리성만이 존재를 의미한다는 젊은 기업가는 어떠한 감성도 가치를 부여하지 않으려 한다. 급기야 ‘히라가나’의 쓰는 법을 잃어 버린다. 한편, ‘카리스마 직업’의 주인공인 여배우는 젊음과 몸매의 유지를 위해 강박적으로 절식과 운동을 해댄다. 삶의 시간을 수용하지 못하는 거슬림, 우리사회의 미모지상주의에 대한 우울한 단상을 보여준다.

‘이라부종합병원’원장의 아들이자 정신과 의학박사 ‘이라부 이치로’는 이들을 유치원으로 안내하고 유아들과 글자놀이를 하게 하는가 하면, “살찌면 되잖아”라고 시큰둥하게 한마디 던지는 외마디 음절속에 창조적인 의식 전환을 담고 있다.

이라부는 환자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단순히 진찰하고 처방전을 주는 의사가 아니다. 환자와 같이 뒤엉켜 놀기를 좋아한다. 대언론사주를 말타기처럼 등에 업고 뛰어다니고, 고급파티장에서 게걸스럽게 음식을 쑤셔 넣는, 그리고 외딴섬 마을에 포르쉐를 타고 다니며, CT 촬영기를 들여다 놓고 노인들을 위해 무료로 마구 찍어대는 그런 사람이다.

그에게는 함께하는 기발한 퍼포먼스(Performance)가 있다. 환자는 동화되고 그러면서 자아에 대해 객관적 통찰력을 갖게 해준다.

우리들 삶을 한번 둘러보자. 심각하고 진지하며 놓치고 싶지 않고 꼭 가져야만 하는 것들이 무엇이 있겠는가? 네가 하면 어떻고 또 내가 못하면 어떻다는 말인가? 그저 유쾌하고 즐거움만 다하기에도 부족한 것이 우리 인생 아닌가? 이라부의 철없음?, 바보스러움?, 그러나 진정한 삶의 이해자 아닌가, 우린 그를 미치도록 좋아하지 않는가 말이다. 그에게 발길이 저절로 다가가고 그리고 그에게 연민을 느끼고 그를 어느덧 사랑하지 않은가!

이 작품집은 가끔 우리가 욕망의 끈을 놓치 못할때 가까이 두고 가볍게 작가의 해학과 위트속으로 들어가기에 안성마춤인 책이다. ‘오쿠다 히데오’는 통쾌함과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줄줄 아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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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선과 반전이 팽팽한 긴장을 옥죈다.. | 소설,시 2007-06-0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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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백합향기가 어둠 속에서 죽음 같은 향기를 발한다. 낭만을 느끼기에는 두려움이 앞서는 바람과 덜그럭 소리, 창가에 앉아 밖을 응시하는 한 소녀, 우리와는 다른 세계의 낯선 막연한 외경심을 드리운다.

할머니의 사망과 함께 6개월간 손녀인 ‘미즈노 리세’의 거주 후 매각할 수 있다는 유언에 따라 영국유학생활을 잠시 접고 할머니와 살았던 백합향이 진동하는 오랜 양옥집의 생활을 시작한다. 집에는 돌아가신 할머니의 의붓딸 둘이 살고 있다. 조용하고 여성스러운 리나코와 경박하고 육감적인 리야코 자매. ‘리세’의 고모뻘 되는 여자들, 리세는 아주머니라 부른다.

이웃들과의 교류는 단절된 듯한, 아니 외면된 집, 이웃들은 ‘백합장’ 아니 ‘마녀의 집’이라 부른다. 이들 여성주인공들의 섬세한 성격의 묘사가 작품에의 몰입을 더욱 부추긴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듯한 그러나 여고생 ‘리세’의 학교생활과 한동네 친구 ‘도모코’와의 싱그런 생활이 덤덤히 진행된다.

작품의 중간에 이르러서 작가는 암시와 복선을 제시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중간부까지는 독자들에게 다소의 인내를 요구한다. 이제 느슨했던 긴장감을 죄어오기 시작한다.

도모코를 짝사랑하던 남자아이가 급작스럽게 실종되고, 할머니의 제사를 위해 사촌오빠 ‘와타루’와 ‘미노루’가 등장하고 또다시 은근슬쩍 작가는 ‘리세’와 ‘와타루’의 어두운 로맨스를 양념으로 살짝 친다.

아! 그런데 작품내내 무언가 홀린듯한 애매한 이 기운은 무엇일까? 했다.

리세의 신중한, 이세상사람 같지 않은, 그러나 여성스러움과 아름다움, 지성미까지 드러내는 주인공, 그리고 천박한 창녀같은 리야코와 음흉스러워 보이기도 하나 조용한 여성미를 간직한 리나코, 백합향 흐드러지는 음울한 언덕위 저택이 괴기스러움과 공포와 관능성을 동시에 자극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요사스러운 분위기... 그러나 거부하고 싶지 않은...

작가의 팜므파탈적 성향이 보이지 않게 녹아있다.

탐욕으로, 죽은 엄마와 조카 리세와의 편지를 읽던 리야코는 ‘쥬피터’라는 야릇한 알 수 없는 존재를 알게 되고 엄청난 재산으로서의 보물로 여기게 된다. 리야코의 욕심은 끝내 낡은 백합장 지붕의 양철조각이 떨어져 사망에 이르고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급하게 진전된다. 등장인물들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한 듯이 얽히고 리세는 친구 도모코가 사촌오빠 와타루에게 ‘살인자’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게 된다. 도모코는 리세에게 아무도 없는 자신의 집에 밤늦은 시각 불러들이고 리나코는 리세를 구하겠다는 명분으로 식칼을 들고 나타난다.

와~!, 자신을 짝사랑하던 남자친구를 암흑의 구덩이로 밀어 넣었음과 리세에의 살인적 광기를 유인하고 리나코는 리세로부터 경계를 풀어버리게 한다. 사건의 급반전! 범인이 밝혀지고.... 우린 ‘백합의 뼈’를 목격하게 된다. 복선과 반전이 이제 다 끝났다 하는 순간 대반전이 또 기다린다. 팽팽한 내 목덜미와 신경이 끊어질 듯한 순간 리세는 구원을 얻는다. 온다리쿠의 섬세한 여성적 필치와 요사스러운 분위기, 그리고 그녀만이 가능한 흥미로운 반전이 작품속으로, 또 작품속으로 끝없이 빨아들인다. 이작품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삼월은 붉은 구렁을”과 일종의 전작(前作)인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로 또 다른 ’리세‘와 반전의 여행을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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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아무런 희망도 남기지 않았다.... | 소설,시 2007-06-03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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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눈뜬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저/정영목 역
해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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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활한 사회, 이기적이고 탐욕스런 권력만이 삶의 영속성을 보장하는 사회, 이타적 인간들은 이들의 한낱 이용물일 수 밖에 없는 그런 현대사회에 비관적인 외마디를 남기는 소설.

작가의 前作인 ⌜눈먼자들의 도시⌟에 이어 작가가 다시금 펜을 들어야 했던 심정이 안타깝게 녹아있는 작품이란 인상을 내내 지울 수가 없었다. 전작에서는 백색실명의 도시에 유일하게 눈멀지 않은 안과의사의 아내, 그녀의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사랑, 지켜내야 하는 마지막 人性을 위한 억척스런 불의에 대응등 마지막 한사람의 따뜻한 인간애를 지켜주고 눈먼자들(오늘의 우리 추한 인간군상)이 모두 눈을 다시 뜨는 그런 낙관의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이번 ⌜눈뜬자들의 도시⌟에서 작가는 마지막 양심, 인간의 저 낮고 깊은 심성에서는 그래도 이러해야 한다는 그 도리 - 경정 - 를 죽이고 만다. 그리고 의사의 아내까지도 그녀의 눈물을 핥던 개까지도 없애버린다. 우리 인간사회는 더 이상 구원을 받을 작은 기회까지도 이제 모두 상실해 버렸음을 전해주고 싶은 것인지?....

무능하기 짝이 없었던 그래서 전작에서는 뒤안길에 묻혀 버렸던 정부가 여기에서는 무능함위에 뻔뻔스럽게 들어서 그 교활함과 권모술수로 무장하여 군림하는 타락하고 이기적인 군상들을 대표한다. 독특한 소재인 ‘백지투표’라는 - 선거에서의 권리행사이기는 하나 무효표도 아닌 어느 편(정당)에도 기표하지 않은 투표로 인한 - 예기치 못한 체제존립의 부적응성을 내용으로 한다는 기발한 흥미요소를 가지고 시작된다. 국가의 수도에 거주하는 인구의 80%가 백지투표를 행사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로서 특정정당의 투표도 아닌 그 어디에도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이 엄청난 사태는 무정부상태를 촉발하리라는 불안을 권력층은 회피해야 한다. 아니 그들만의 명분과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급기야 수도를 포기하고 수도권거주민들을 고립시키고 존재하지도 않는 이 백지투표를 선동한 집단을 조작하려한다.

권력의 유지와 개인의 탐욕을 위해서 말이다. 이들 권력을 유지하기위한 등장인물들은 협잡꾼들이다. 총리, 내무장관, 국방장관, 대통령...., 우습기까지 한 내무장관의 첩자파견과 엉성하고 사악한 고문, 오로지 자신의 권력보존과 야심을 위한 행로는 거듭 실패하고, 이의 실패를 이용한 총리의 기만은 가히 오늘 우리인간조직의 얄팍한 욕망의 끝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묘사하고 있다.

야심으로 인간성이란 이미 지니지 않는 ‘내무장관’은 몰래 경정,경감,경사 3인의 특별공작원을 수도에 밀입 시키고 단지 4년전 온 나라가 백색실명으로 눈이 멀어 있을때 유일하게 눈뜬 의사의 아내를 단지 눈뜨고 있었던 자라는 이유로 백지투표의 선동자라는 억지연계와 누명을 조작할 것을 명령한다. 특수대 조장인 경정의 이 터무니없는 증거조작 사건의 외면은 엄청난 권력인 내무장관의 힘 앞에 외로이 사살당하고, 이 조작의 리더인 내무장관 역시 탐욕과 사악함의 최고자인 총리의 권력 앞에서 퇴장당하고 만다.

작가는 본 작품에서 전작인⌜눈먼자들의 도시⌟의 주요주인공들과 줄거리에 많은 페이지를 할당하고 있다. 단순히 작품의 연계성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지 않았을까? 그들은 한결같이 의사의 아내를 존경하고 사랑하며 4년전 그 눈먼시절부터 여전히 만남을 가지고 있다. 지금의 인류, 21세기 우리현대인들의 심성에 남아있는 작은 사랑과 이타심의 불씨를 져버리고 싶지 않은 애타는 작가의 심정 아닐까? 그런데 경정과 의사의 아내는 모두 죽는다. 어떻게 꺼진 불씨를 다시 일으킬 수 있을까? 우리들의 몫으로 던져진 것 같다. 작가는 아무런 희망도 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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