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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리스 | yes24 서평단 리뷰 2021-01-31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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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클로리스

라이 커티스 저/이수영 역
시공사 | 2020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고립된 여성들이 제2의 인생을 펼치기 위한 생존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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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 이상 남자든 여자든 함부로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사람은 사람일 뿐, 그 문제에 대해 그렇게 많은 말이 필요하다고 믿지 않는다.

 

미국의 소설가 라이 커티스가 2020년 발표한 클로리스는 그의 데뷔작으로 영국과 미국의 영화사가 합작으로 영상화 판권을 사들이는 등 일찍이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이 소설은 72세의 여성 클로리스가 비행기 추락사고로 홀로 살아남아 80여 일간의 깊은 산속에서의 생존기를 다룬 이야기다. 클로리스의 생존기와 함께 그녀가 분명히 생존해 있을 거라는 집념으로 수색을 포기하지 않는 37세의 여성 산림경비대원인 루이스의 이야기가 함께 교차한다. 이 사건 발생 이후 20년을 더 산 클로리스가 자신의 생존기에 대한 글을 쓰게 된다.

 

1986831일 일요일, 클로리스는 54년을 같이 살아온 남편 월드립과 함께 비터루트 국립공원의 통나무집에서 휴가를 보내기 위해 소형비행기를 타고 이동 중 추락사고로 남편과 조종사는 사망하고 홀로 살아남는다. 이 소설의 원제인 킹덤타이드(Kingdometide)’는 기독교의 연간 전례 행사 중 부활절과 강림절 이후부터 성탄절 이전 대림절까지의 중간 시간을 의미한다. 이 연중시기란 특별한 전례가 없는 기간 즉, 평범한 기간을 의미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클로리스에겐 평범하지 않은 고난의 시기가 시작된다. 홀로 남겨진 그녀는 추락사고 지점을 벗어나 누군가 자기를 구조해 주기를 기다리지만 구조대는 보이지 않고 배고픔과 추위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걷고 쉬고 기도하는 일밖에 할 수가 없다. 그런 누군가 숲속에서 그녀를 지켜보며 먹을 것을 몰래 가져다주고 아픈 그녀를 돌봐주기까지 한다. 자신의 존재를 다른 이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그는 얼굴을 티셔츠로 가리고 눈과 입만 내놓은 상태로 그녀에게 가끔씩 모습을 드러내며 차량이 다니는 도로까지 갈 수 있는 길을 알려준다. 급류에 떠내려가던 클로리스의 목숨까지 구해준 그를 의지하게 되던 그녀는 자신이 구조될 수 있었던 순간 돌연 다시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다시 홀로 남겨진 그녀는 결국 마스크맨을 따라가겠다고 선택하고 그의 은둔처에 같이 머물게 된다. 마스크맨은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일로 오해를 받아 사람들이 없는 이 산속에서 지내게 되었다고 얘기를 해주지만 특별히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지는 않는다.

 

그 순간 나를 엄습한 것은 지독한 슬픔이었다. 비터루트 산속에서 견뎌야 했던 그 모든 고난에도 불구하고 나는 집으로 돌아갈 아무런 좋은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클래런던의 우리 집은 더이상 내가 텍사스 주 팬핸들의 평원에 남겨두고 온 그곳이 될 수 없었다. (중략) 그 당시 나는 저 위대한 형형색색의 야생이라는 성벽 너머에 어떤 것이 존재할 수 있는지 확신이 없었다. 돌아가면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P.241)

루이스 일행이 산속에서 클로리스의 이름을 외치며 수색을 벌일 때 돌연 클로리스는 자신이 구조되는 것을 망설이게 되며 자신의 이름을 외치다 갑자기 멈추며 이런 생각을 한다. 50년 넘게 같이 지내온 남편이 없는 자신의 일상을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더 앞섰기에 순간의 망설임으로 결국 구조되지 못하고 마스크맨도 없이 2주를 홀로 지내야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사실 이 부분이 이해가 안 되고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그녀의 나이에 어쩌면 세상에 나가 홀로 살아가는 것보다는 오히려 자신을 돌봐주는 마스크맨에게 의지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분명 사람들은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컸고 마스크맨과 있으면 자신이 보호를 받고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을 거란 생각을 해보았다.

 

비터루트의 산림경비대원인 루이스는 3중혼을 한 남편과의 이혼을 겪은 후 하루하루 술로 버티던 중 비행기 추락사고를 접하게 된다. 월드립씨와 조종사의 시신은 찾았으나 클로리스의 시신을 찾지 못했기에 분명히 그녀가 살아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지속적인 구조를 시도하지만, 날씨도 구조에 힘들 날들이 지속되고 그 나이에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사람들의 의견에 구조가 쉽게 진행되지 못한다. 함께 일하게 된 수색대원인 블루어와 가깝게 지내게 되고 그의 딸 질, 동료대원 클로드와 그의 친구 피트와 함께 클로리스를 찾아 나선다.

 

당신이 진전시킬 수 없거나 아니면 진전시키기 싫은 사람한테 관심이 간다는 게 부럽지는 않아요. 하지만 충동의 지배를 받을 건지 후회의 지배를 받을 건지 결정은 해야 할 거예요. 뭔가를 할 때 그게 옳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잘못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죠. 나중에 옳은 일로 밝혀질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그럴 줄 어떻게 알겠어요? 가능한 행동들의 결과를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결코 알 수 없는 건지도 모르죠. (P.305~306)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는 블루어에게는 이성적인 감정을 느끼지 못하지만 그의 딸 질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느끼던 루이스는 10살 소녀 납치 용의자를 쫓던 FBI 요원들과 함께 산속 쉼터로 가 혹시 그의 흔적을 찾는다. FBI 요원 중 한 명이 루이스에게 음주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고 그녀에게 도움이 필요한지를 물어보며 나눈 대화 중 그가 그녀에게 들려준 이야기이다. 타인과의 관계는 그렇다치고 자신과 친해지기 힘들다는 그녀는 맨정신으로 버티지 못하고 내내 보온병에 술을 담아 물처럼 마시고 남들이 보기에도 위태로워 보이는 지경이 된다. 누구를 좋아하거나 관계를 맺는 것에 관한 결정은 모두 자신의 몫이고 그 결과가 과연 어떨지 알 수는 없지만, 그 결과에 대해선 받아들여야 함을 이야기한다. 지금 그녀가 무언가로부터 도피를 위해 술에 의존하지만 그 선택의 결과 또한 피할 수 없음을 받아들여야 함을 상기시킨다.

 

클로리스와 마스크맨의 산속 동거는 클로리스의 실수로 벌어진 화재로 인해 끝이 나고 마스크맨은 결국 심한 화상을 입고 죽음을 맞이한다. 엉망이 돼버린 삶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술로 지탱해나가던 루이스는 자신처럼 10대의 평범한 생활을 하지 못하며 어쩌면 자신과 비슷한 모습의 질에게 특별한 애정을 느끼고 그 감정을 정확히 정의하지 못한 채 그녀와 같이 지내고 싶어 하지만 질은 그녀의 곁에 남는 것을 거부하며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간다. 루이스는 다른 곳에서 새 출발을 시작하기 위해 비터루트를 떠나고, 클로리스는 천신만고 끝에 숲을 빠져나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비터루트를 떠난 루이스는 자신이 평소 듣던 청취자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던 라디오 프로그램 닥터 하우에게 물어보세요에 전화를 해 삶에는 사랑이라는 말로는 정의되거나 표현되지 않는 감정들이 존재하며 오히려 사람들은 사랑이라 규정한 것에 대한 허상을 쫓고 있는 것이라며 자신은 이제 이런 감정 없이도 살아보려 한다고 말한다. 아마 실패해버린 결혼 생활로 인해 사랑이라 생각했던 남편과의 관계가 허무하게 끝이 나며 사랑에 실패했다고 여기며 허우적거리던 자신을 털고 일어나는 모습이라 여겨졌다. 삶의 이유가 오로지 사랑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미안하지만 당신이 원하는 그런 식의 사랑은 불가능하다고 봐요. 그러니 당신은 이야기들 속에서나 그걸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사랑이라는 게 진짜 존재한다는 말은 우리가 절대 인정해서는 안 되는 거짓말들 중 하나일 뿐이에요. 우리가 계속 몰두하고 즐기고 찾아 헤매다가 실패하게 만드는 헛것이요. 그저 또 다른 멍청한 빌어먹을 유령 이야기인 거죠. (P.406)

비터루트를 떠난 루이스는 자신이 평소 듣던 청취자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던 라디오 프로그램 닥터 하우에게 물어보세요에 전화를 해 삶에는 사랑이라는 말로는 정의되거나 표현되지 않는 감정들이 존재하며 오히려 사람들은 사랑이라 규정한 것에 대한 허상을 쫓고 있는 것이라며 자신은 이제 이런 감정 없이도 살아보려 한다고 말한다. 아마 실패해버린 결혼 생활로 인해 사랑이라 생각했던 남편과의 관계가 허무하게 끝이 나며 사랑에 실패했다고 여기며 허우적거리던 자신을 털고 일어나는 모습이라 여겨졌다. 삶의 이유가 오로지 사랑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벤저민 머베크가 그 불쌍한 소녀를 납치했는지 나로서는 확실히 말할 수 없다. 이제 내가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주제는 몇 가지 남아있다. 그러나 나는 그가 그랬다고 믿지 않는다. (중략) 내가 아는 한 우리 모두는 분명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상당한 문제를 일으킨다. 우리 모두는 어떤 방식으로든 타인의 불이익의 수혜자들이다. 뭐라고 변명을 하든지 말이다. (P.413)

 클로리스는 자신을 산속에서 돌봐주었던 그 마스크맨이 사실은 10살 소녀의 실종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그가 용의자인 것은 인정하지만 그가 과연 그 일을 저질렀다는 것에는 확신할 수가 없다. 자신을 돌봐준 그 사람에게 본 것은 오로지 따뜻한 보살핌과 고마움이었기에 클로리스는 직접 겪어본 그의 행동에 대해서만 판단할 수 있었다.
 

두 여성은 이처럼 그동안 자신이 알고 살았던 것들에 대한 이면들과 마주하며 예전의 시선과 사고를 버리고 새 출발을 해 나아간다. 나는 그녀들이 각자 2의 인생을 살아가게 된 것이라 정의하고 싶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허상과 보고 느끼는 것과는 다른 진실이 존재함을 깨달으며 그녀들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새롭게 나아갈 수 있었다.

루이스가 언제 클로리스를 구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나의 바램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20년이 지난 날까지도 그 둘의 만남은 이루어지지도 못했지만 오히려 클리셰를 벗어난 결말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산속의 부적응자인 클로리스와 사회 부적응자인 루이스가 만들어나간 적응의 시간 후에 찾아온 그녀들만의 적응 방식에 박수를 보내며 무언가를 자세히 정확히 알게 되는 것은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함을 생각해보며 누군가를 섣불리 판단하거나 무언가를 잘 안다고 자신만만해 하지 말아야겠다.

 
*yes24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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