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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 타오르다 | 서평단 관련 책읽기 2021-07-2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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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미 린. 19세에 등단해서 21세 두 번째 소설인 이 <최애, 타오르다>로 아쿠타가와상 수상을 했다. 젊은 작가에게 쏟아지는 찬사와 함께 이 책이 눈길을 끈 거 바로 제목이다. ‘최애,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것인데 그게 타오르다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결론적으로 여기에서 말하는 타오르다라는 말은 온라인상에서 비난, 비판 등이 거세게 일어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는 의미이다.

 

 

보건실에서 병원 진단을 받아보라고 권했고, 두 개쯤 병명이 붙었다. 약을 먹으면 기분이 나빠져서 자꾸만 예약을 빼먹었더니 병원에 가는 것조차 두려워졌다. 육체의 무게에 붙은 이름은 나를 잠깐은 편하게 해줬지만 그에 더해 그 이름에 의지하고 매달리게도 했다. 최애를 우원할 때만 이 무게로부터 도망칠 수 있다. (P.14)

  고등학생 아카리는 학교생활도 일상생활도 남들은 쉽게 하지만 자신은 뭐든지 쉽게 되지 않는다. 병원을 다니며 약을 먹지만 그 또한 그녀에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양호실에 누워있기가 일쑤이다. 그런 그녀에게 혼성 아이돌 그룹 멤버 우에노 마사키는 삶의 유일한 돌출구이며 그녀의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존재이다.

 

내 방식은 작품도 사람도 통째로 꾸준히 해석하는 것이다. 최애가 보는 세계를 보고 싶었다. (P.24)

  그가 나오는 프로그램, 공연, 사진을 수없이 돌려보고 그의 행동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의미를 파악할 정도로 그녀는 마사키의 열혈팬이다. 블로그도 그만을 위한 이야기로 채워나가고 같은 팬끼리 소통을 하며 마사키만을 생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녀의 삶은 그가 없이는 아무 의미가 없어보인다.

 

분주하게 움직일수록 실수를 하고 그러지 않으려고 하면 갑자기 일시정지가 되는데. 이렇게 말하는 동안에도 아직 손님이 있다고 비명을 지르는 내 의식 속의 목소리, 몸속에 퇴적된 그것이 넘쳐서 역류한다. 아까부터 나를 향한 것인지 손님을 향한 것인지 모르게 수없이 밀어 넣은 죄송합니다에 질식할 것 같아, 나는 누런 벽지와 벽지가 벗겨진 이음매 부근에 걸린 시계를 훔쳐봤다. 한 시간 일하면 사진을 한 장 살 수 있고, 두 시간 일하면 CD를 한 장 살 수 있고, 만 엔을 벌면 티켓 한 장이 된다. 이런 식으로 견뎌온 여파가 몰려온다. (P.56)

  CD를 사고, 굿즈를 사고, 공연장을 가는 등 오로지 마사키와 관련되어 들어가는 돈을 벌기 위해 어떻게든 아르바이트를 한다. 잦은 실수와 혼미해지는 정신을 붙잡고 있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수는 없다.

 

 나는 서서히, 일부러 육체를 몰아붙여 깎아내리고 기를 쓰는 대신, 괴로움을 추구하는 자신을 느끼고 있었다. 체력과 돈과 시간, 내가 지닌 것을 잘라버리면 무언가에 파고든다. 그럼으로써 나 자신을 정화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괴로움과 맞바꿔 나 자신을 무언가에 계속 쏟아붓다 보니 거기에 내 존재가치가 있다고 여기게 됐다. 할 말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닌데 매일 블로그에 글을 썼다. 전체 조회 수는 늘었으나 글 하나하나의 조회 수는 줄었다. SNS를 보기 두려워서 로그아웃했다. 조회 수 따위 필요 없다, 나는 철저하게 최애만 응원하면 된다. (P.77)

승승장구할 것 같던 마사키가 여성 팬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하며 안티 팬들의 급증과 그룹 내에서의 인기 하락 등 그의 연예계 활동에 먹구름이 끼지만 그래도 아카리는 그를 응원하며 그가 다시 그룹내 인기 1위가 되기를 응원한다.

 

조금 전까지 흥분으로 경련하며 꿈틀거리던 내장이 하나씩 얼어붙었고, 척추까지 그 생각이 침투하자 그러지 말아달라고 바랐다. 그러지 마,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생각했다. 무엇을 향해서인지 모르겠다. 그러지 말아줘, 내게서 척추를 빼앗아가지 마. 최애가 사라지면 나는 정말로 살아갈 수 없다. 나는 나를 인정하지 못한다. 식은땀처럼 눈물이 흘렀다. (P.119)

 

아직 정식 출판되지 않아 가제본으로 만나본 이 이야기는 소비적 덕질의 진면목을 여실히 드러낸다. 연예인을 이렇게까지 좋아해 보지 못한 내가 느끼는 감정은 아카리에 대한 안타까움이 먼저 앞섰다. 뭐든 자신 없어 하는 그녀가 최애에 대한 덕질에는 너무 적극적이니 그녀의 이런 모습은 가족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 내 생의 의미를 지닌 누군가를 위해 몸을 혹사하는 것을 희생이라고 한다면 아카리가 덕질을 위해 행하는 일들은 무엇으로 정의해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삶의 의미가 오로지 최애 때문이며 그 최애 때문에 살아간다고 하니 읽는 내내 그렇게라도 살아가라고 해야 할지 그러지 말라고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최애가 선택한 길은 아카리가 원하는 길이 아니기에 그녀가 앞으로 어떻게 현실을 이겨나갈지에 대한 열린 결말은 그리 밝게 느껴지지 않는다. 덕질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라면 아리카에 대해 공감을 하며 아리카의 모습에서 자신은 과연 어떤 사람으로 비추어질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덕질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이 책을 통해 덕질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기회라 여겨진다.

 

 

#최애타오르다 #우사마린 #최애타오르다가제본서평단 #미디어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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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 개인 리뷰 2021-07-29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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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파친코 1

이민진 저/이미정 역
문학사상 | 2018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일제강점기를 시작으로 재일교포의 투쟁같은 삶을 그려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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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핫하다는 책 중 내가 읽어보지 않은 책 <파친코>는 단연 눈에 띄는 책이었다. 책의 내용도 몰랐던 내게 이 책이 왜 유명하지라는 생각에 살펴보니 재미교포인 이민진 작가가 재일교포의 이야기를 그려냈다고 한다. 게다가 남편은 일본계 미국인이었기에 재일교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라 하니 이거 참 묘한 조합이란 생각이 들었다. 재미교포가 재일교포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사실 의구심이 먼저 들기도 했지만 읽고 나니 나의 의구심이 무색할 만큼 이야기는 큰 흡입력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 부산 영도에서 어부이면서 돈을 더 벌기 위해 하숙까지 하는 부부는 아들 셋이 있었으나 그 중 막내 훈이만 살아남는다. 훈이는 언청이에 다리 하나도 기형이었지만 부모 곁을 지키며 건실하게 살아간다. 훈이 28살이 되어서야 중매로 15살의 양자와 혼인을 하게 되고 아이 셋은 태어나서 얼마 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 넷째 아이이자 유일한 여자아이 선자는 건강하게 자랐다. 훈이에게 딸 선자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한 존재로 자리 잡았다. 선자가 열세 살이던 해 훈이는 결핵으로 세상을 떠난다. 어머니와 하숙집을 운영하던 선자가 16살이 되던 해에 사업을 한다는 한수를 만나 아이를 갖게 되지만 한수는 이미 결혼해서 일본에 딸이 셋이나 있는 유부남이었다. 선자에게 첩으로 지내라고 하지만 선자는 이를 거부한다. 선자가 아비 없는 자식을 낳게 된 상황을 딱히 여긴 목사 백이삭은 결핵이 재발한 자신을 병간호해준 이 모녀에게 은혜도 갚아야 하고 아이는 축복이며 고통받는 자를 돌보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 여기며 선자를 아내로 맞이하기로 한다. 선자는 원래 일본에서 목사 생활을 하려 했던 이삭을 따라나서며 그렇게 일본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이삭의 형 백요셉의 부부와 함께 생활하며 첫째 노아, 둘째 모자수를 낳아 힘든 생활을 견디며 그나마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던 중 이삭이 경찰에 끌려가게 되고 언제 다시 풀려날지 기약 없는 날들이 지속된다. 요셉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경제적 문제를 이제 선자와 요셉의 아내 경희가 나서게 된다. 어느날 예고없이 감옥에서 풀려난 남편 백이삭은 집으로 돌아오지만 워낙 건강하지 못했던 그는 그들 곁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일본이 전쟁에서의 패하게 될 거란 소식들이 간혹 들리는 가운데 선자 앞에 다시 나타난 한수는 그동안 그녀의 가족들에 관련된 일들을 자신이 다 손을 써서 도왔던 사실을 말하며 곧 오사카에 미국의 폭격이 시작될 것이니 가족과 함께 시골로 거처를 옮기라는 말에 오사카를 떠나게 된다. 몇 년간의 시골 생활을 끝내고 다시 오사카에 돌아온 선자의 가족들은 다시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을 해나간다.

 

이 소설은 훈이로부터 시작되어 앞으로 노아의 자식들까지 4대에 걸친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한다. 또래 비해 속이 깊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노아와 철부지 모자수의 삶이 2권의 큰 틀일 거라 짐작해본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가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교포들의 삶을 아주 덤덤하게 그려낸 이야기에 어느새 빨려 들어가게 된다. 누구도 완벽하게 행복할 수 없고, 어느 누구도 불행을 비켜 갈 수 없었던 그 시대의 이야기가 성실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전달된다. 그 시대를 살아보지 못했던 내게 조금이나마 어떤 삶을 살았을지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보기도 했다. 큰 욕심을 내지 않는 인물들의 순박한 마음과 행동에 감동하고 이삭이 고문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버지가 얼마 살지 못할 거라 예감하며 자신이 없을 때 아버지가 떠나게 될까 걱정하며 노아는 학교로 가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지만, 이삭은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노아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학교를 가라고 말하는 장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삭의 친아들이 아니지만 이삭의 속이 깊고 섬세함을 닮은 노아와 친아들이지만 오히려 큰아버지 요셉이나 한수와 비슷한 면모를 지닌 모자수가 성장해서 펼쳐낼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파친코 #이민진 #이미정 #문학사상 #재일교포의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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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제주편 | 일상의 독서 2021-07-2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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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제주도를 가본지 3년 정도 된 것 같다.

아이들이 어려서, 날씨가 추워서, 너무 더워서 등 갈 때마다 아이들 컨디션에 맞추다 보니

정작 오름이나 한라산 등반은 20대의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제주도가 너무 그리운 나에게 <나의 문화유산답사지 제주편>이 도착했다.

한국의 문화탐방 여행 책 하면 바로 떠오르는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보는 순간 아~이번엔 제주도임을 바로 떠올리게 하는 감귤 에디션 표지의 상큼함이 내 손안에^^

 

책에 실린 사진만으로도 이미 마음은 제주도에 ~~

과거의 제주도 모습도 볼 수 있는 흑백 사진들도 실려 있어

과거와 현재를 오갈 수 있는 제주 이야기

제주도는 아직도 가보지 못한 곳이 많아서

이 책으로 다음 제주도 여행을 가기 전에 

미리 제주도 공부하는 기념으로 책읽기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주편 감귤 에디션

유홍준 저
창비 | 2021년 07월

 

#나의문화유산답사기제주편 #유홍준 # 창비 #돌하르방어디감수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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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캉스는 신화의 이야기와 함께 | 일상의 독서 2021-07-24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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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캉스 : 읽고 싶은 책 참여

원전번역 일리아스 오뒷세이아 세트

호메로스 저/천병희 역
숲 | 2007년 01월

 

그리스 로마  신화는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여러 요소를 가지고 있다.

현대인이 고대의 이야기에 빠져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 신화가 가진 

매력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아닐까.

여러 신들이 등장해 인간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저마다 다양한 능력과 선보이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인간과 같이 질투하고 감성에 젖고 분노를 참지 못하는 등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서 친밀감을 느끼기에

신화에 대한 매력을 더 높이는 거라 여겨진다.

<오뒷세이아>는 접해보긴 했지만 원전으로 만나보지 못했기에

원전이 전해주는 느낌은 어떨지 궁금하다.

<일리아스>는 트로이 전쟁의 막바지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그 이야기의 핵심인물인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일으키게 한 파트로클로스를

아름다운 이야기로 창조한 매들린 밀러의 <아킬레우스의 노래>를 읽고 나니

트로이아 전쟁과 관련된 신화이야기를

다시 읽어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엔 코로나도 문제가 되지만 휴가 계획을 세울 수 없을 정도로 

바쁜 남편으로 인해 방콕 여름 나기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 뭐 집에서 열심히 에어컨 틀어놓고 팥빙수 만들어 먹고 옥수수로 하모니카 불며 

재미있는 신화이야기와 함께 하는 걸로.

신화는 아이들도 너무 좋아하는 이야기이니 일석이조.

이 여름 나는 푸르른 바다는 접하지 못하더라도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역경의 10년 기간동안 등장하는 바다와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바다의 님프 테티스가 사는 바다도 만나

상상의 바다에서 신들과 함께 여름 바캉스를 지내야겠다.

나만의 홈캉스에 같이 하고 픈 책은  <일리아스> & <오딧세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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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우스의 노래 | 개인 리뷰 2021-07-24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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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킬레우스의 노래

매들린 밀러 저/이은선 역
이봄 | 2020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의 아름다운 서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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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를 읽으려다 이 책보다 앞서 작가 매들린 밀러가 <아킬레우스의 노래>를 10년 동안 집필해서 출판을 했다기에 <아킬레우스의 노래>를 먼저 보기로 했다.

작가는 일리아스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이 책의 방향을 설정했다고 한다. 아킬레우스가 아가멤논과의 의견충돌로 트로이아와의 전쟁에서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그리스진영은 이어지는 전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 아킬레우스는 아가멤논이 직접 와서 사과를 하기 전까지 참여하지 않겠다는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그의 동료 파트로클라스가 헥토르에 의해 죽고 나자 그의 복수를 위해 헥토르를 죽이고 다시 트로이아 전쟁에서 활약을 한다. 

작가는 일리아스에서 비중이 크지 않은 파틀로클라스가 도대체 아킬레우스에게 어떤 존재이기에 그를 분노에 빠뜨려 다시 전쟁에 참여하게 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어느 왕국의 왕자로 태어났으나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귀족의 아들을 사고로 죽게 한 죄로 인해 열 살의 나이에 자신의 나라에서 추방당하고 프티아라는 곳으로 가게된다. 그곳의 왕은 펠리우스이며 그의 아들이 아킬레우스였다. 어디서나 주눅이 들어있고 남들과 어울리는 것도 힘들고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는 파트로클라스는 그런 자신을 도와준 아킬레우스와 가까워지게 되고 둘은 이제 무엇이든 함께 하는 사이가 된다. 그렇게 둘 사이에는 남다른 감정이 생기게 되고 트로이아와의 전쟁에도 같이 참여하게 된다.

파트로클로스가 화자가 되어 아킬레우스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성장기를 거쳐 트로이아 전쟁에 참여한 10년까지의 과정과 죽음에 이르까지의 이야기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죽음 이후에도 그들의 관계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가 마지막으로 그 둘의 사랑을 인정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나는 내가 아는 소년을 소환환다. 씩 웃으며 무화과를 손으로 으깨는 아킬레우스. 내 눈을 보며 웃음을 짓는 그의 초록색 눈동자. 받아. 그가 말한다. 하늘을 등지고 강가의 나뭇가지에 매달린 아킬레우스. 잠결에 내 귀에 와닿던 진하고 따뜻한 그의  숨결. 네가 꼭 나가야 한다면 나도 따라갈 거야. 그의 품안이라는 특별한 항구 안에서 잊히던 나의 두려움.

 추억들이 떠오르고 또 떠오른다. 그녀는 묘석의 결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내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 모두 거기에 모여 있다. 신과 인간과 양쪽 모두였던 소년이.

(p.426~427)

 

파트로클라스와 아킬레우스가 죽고 화장된 후 같은 항아리에 담기지만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티테스도 아킬레우스의 아들 피로스도 아킬레우스의 묘비에 파트로클라스의 이름을 같이 새기는 것을 거부했다. 그로 인해 파트로클라스의 영혼은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배회하는데 결국 테티스와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파트로클라스의 이름은 묘비에 새겨지게 된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흥미롭지만 워낙 방대한 이야기라 등장하는 인물들이 이름을 다 외우기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비중이 낮게 등장하는 파트로클라스를 화자로 내세워 이야기를 이끌어 간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을 할 수 밖에. 영웅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라스를 연인 관계로 설정하며 진행되는 이야기는 어느 순간 정말 둘 사이가 그랬으니 아킬레우스가 분노할 만 하구나라 여겨졌다. 그리고 서로를 위하는 둘의 마음과 사랑도 너무 아름답게 표현되었기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이야기였다. 원전으로는 아니지만 <오디세우스>를 읽었었는데 아직 <일리아스>는 읽어보지 못했기에 조만간 <일리아스>를 읽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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