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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의 책무 | 기본 카테고리 2019-04-27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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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레몬

권여선 저
창비 | 2019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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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레몬>을 미스터리물로 읽을 것이고, 누군가는 해결되지 못한 어떤 사고를 상기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뒷이야기를 상상하거나 빈 공간에 숨은 이야기를 집어넣어 새로운 소설로 만들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이 소설은 다양하게 읽힐 여지가 충분하며 독자에 따라 감상도 각기 다를 것이 틀림없다.

 

소설 <레몬>은 제목이 주는 느낌을 배반하는 책이다. '레몬'은 그 색감 자체가 주는 청량감에 더하여 그것을 발화함과 동시에 침이 고이며 몸을 부르르 떨게 만드는 낱말이다. 검정 바탕에 밝은 노랑빛이 중앙에 떠있는 표지를 보며 침을 한번 꼴깍 삼킨 뒤 후르륵 읽어버렸다. 뒤통수 제대로 맞은 느낌이었다. 너무 급하게 읽었다 싶었고 띵한 머리를 진정시키려고 며칠간 덮어두었다. 다시 읽으면서는, 어떤 부분은 몇번을 읽고 또 읽었고 소리 내어보기도 했다.

아팠다!

명치 끝이 아려왔다!!

"당신의 삶이 평하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말이 눈물겨웠다...

 

나는 세월호 사건이 소재로 쓰인 문학작품을 읽지 않았다. 굳이 찾아 읽지 않았고 일부러 외면도 했다. 도저히 내 감정을 대면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고, 누군가에겐 형언못할 고통을 애도라는 말로 언어화한다는 것 자체가 모욕스런 행위가 되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러움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권여선이란 정보만 가지고 받아든 이 소설은 그 사건으로 자동링크되게 만들어두었다. 어찌할 도리없이 그 안타까운 죽음들을 대면하게 되었다. 이 세상 어떤 죽음이 슬프지 않으랴만 누가 죽였는지, 왜 죽어야만 했는지도 모른다면 그야말로 미칠 노릇일 것이다. 남은 가족들은 그 고통의 바다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소설 속에서는 고등학교 3학년 김해언이라는 소녀의 죽음을 둘러싸고 주위 인물 몇 명의 서술이 전개되는데 가해자는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오히려 숨은 이야기들만 드러날 뿐이다. 사건 당시 경찰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그러면서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생의 고통들이 수면위로 드러난다. 누구는 그 정도 어려움이야 늘상 겪는 일이라 덤덤하게 살아가고, 누구에게는 너무나 힘든 고통이라 죽을 것만 같은, 그런 것들 말이다.

 

열일곱살 6월까지도 나는 내가 이런 삶을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이런 삶을 원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살고 있으니, 이 삶에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지만, 내가 이 삶을 원한 적은 없지만 그러나, 선택한 적도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p.35

 

위 내용은 주 서술자라고 할 수 있는 해언의 동생 다언이, 언니가 죽었던 2002년을 회상하며하는 말이며 초반에 나온다. 처음 읽었을 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가 다시 앞뒤를 왔다갔다하며 읽어보니 많은 의미를 품은 말이다.

누구나 주체적으로 산다고들 하지만, 간혹 자신의 삶이 이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것만 같다거나 어떤 불가항력적 존재에 의해 움직여지는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은 기실, 자신이 선택한 것임에도 모른체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궁금하다. 우리 삶에는 정말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걸까. 아무리 찾으려 해도, 지어내려 해도, 없는 건 없는 걸까. 그저 한만 남기는 세상인가. 혹시라도 살아 있다는 것, 희열과 공포가 교차하고 평온과 위험이 뒤섞이는 생명 속에 있다는 것, 그것 자체가 의미일 수는 없을까.

p.198

 

우리는 삶에 너무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오래전 학습된 것이 뼛속깊이 DNA로 새겨져 유전되는 것처럼 보인다.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으므로 민족의 독립과 인류 공영에 힘써야만 할 것 같은... 하지만 왼쪽 겨드랑이에 목발을 끼고 오른손에 긴 스팀다리미를 쥐고 시트를 다림질하면서도, 아무 생각없이 무릎을 약간 벌려 세우고 앉아 있는 그 찰나의 순간순간들도 삶의 의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작가는 살아있는 하루하루, 순간순간에 의미를 두자고 말한다. 왜? 살아있다는 것 자체로 이미 충분하니까.

 

다언은 언니의 죽음을 애도한다는 말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 17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작가는 열일곱에 언니를 잃은 다언이 그 두 배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만들어 두었다. 그만큼 고통스러움을 표현한 것이리라.

 

5년이 지나서야 바다에서 죽어간 이들의 고통과 그 가족들의 아픔을 진심으로 가늠해본다. 그 당시의 애도는 슬픔이란 단어로 화장한 것이었지 싶다. 하지만 <레몬>을 통해 그들의 죽음을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다. 이 소설에서 세월호를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았다. 여고생 해언의 죽음이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은 채 끝난 것으로 비유하고 있다. 살아서 리뷰를 쓰는 이 순간과 그들의 죽음을 기억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될까? 그것은, 살아남은 자의 책무를 잊지 않는 것일 게다. 그 일은, 꽃같은 나이에 스러져간 생명들을 돋을새김하여 어여뻤던 그 생을 영원히 살아가게 할 양각화로 남기는 것이다.

 

덧, 이 책으로 느끼는 바는 모두들 다르겠으나 그들의 슬픔을 대면할 기회를 준 작가님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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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5월호 | 기본 카테고리 2019-04-27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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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샘터 (월간) : 5월 [2019]

샘터편집부 편
샘터 | 2019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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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5월호의 표지는 5월의 꽃 카네이션이다. 그림인가 싶어 자세히 보니 자수다. 꽃과 잎, 벌과 나비 자수를 보니 봄의 한가운데인 5월에 성큼 다가간듯 하다.

 

"이 남자가 사는 법"에 소개된 이는 팝 아티스트 찰스장이다.


처음 듣는 이름이었는데 우리나라 팝아티스트의 대표주자라고 한다. 어릴 때부터 좋아한 로봇을 팝아트로 그려 여러가지 콜라보제품을 만들었고 대표 캐릭터인 "해피하트"도 만들어냈다고 한다. 어른이 철딱서니 없이 장난감도 못떼냐는 타박은 '이제 그만!'이다. 이렇게 좋아하던 취미를 직업으로 연결한 아주 바람직한 사례가 있으니 말이다.

 

이번호 특집사연 주제는 "그렇게 어른이 된다"이다.

 

인생을 살면서 만나는 난관과 상실같은 어려움 뿐 아니라 여행을 통해서 어른이 되어간다는 사연들에 공감이 갔다. 아마 누구나 고개 끄덕일 사연들이다. 나이가 많아도 스스로 아직 덜 자랐다고 여기는 이가 있을 터이다. 어쩌면 인간은 어떤 일을 겪을 때마다 조금씩 성장하니 생이 끝나기 전까지는 계속 어른이 되어가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사연들을 읽으며 내 경험을 반추하고 비교해보면 좋을 것이다.

 

이번 호에는 샘터상 수상작과 심사평이 실려있어 좋았다.

 

생활수기부문 당선작을 읽으며 가슴이 아주 따뜻해졌다. 시청각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첼로를 배우려고 노력한 과정을 읽으니 장애란 한낱 단어에 불과할 뿐임을 다시 한번 느꼈고 격려의 박수를 아낌없이 보내고 싶다. 수상소감에서 박관찬씨는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닌 개인의 특성'이라고 했다. 다양한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래본다.

그리고 그의 사연을 읽으며 아직 마음 따뜻한 이웃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최근 옆집과의 갈등이 있어서 그런지 저런 배려심 많은 이웃이 있을까 싶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나도 옆집입장에선 배려 없는 이웃인가 싶기도 하지만...

 

5월호 샘터의 사연들을 읽으면서 내 주위를 많이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을 본다. 아직 어른이 덜 되었고 남탓만 하며 아름다운 세상은 누군가 만들어 내 앞에 대령하리란 착각을 하고 사는, 자신을 본다.

부끄럽다.

작고 평범한 이야기들로 큰 울림을 주는 샘터가 오늘따라 더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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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면? | 기본 카테고리 2019-04-27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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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참는 게 죽기보다 싫을 때 읽는 책

이시하라 가즈코 저/김한결 역
샘터 | 2019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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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는 게 죽기보다 싫을 때 읽는 책>의 저자는 일본의 심리상담사 '이시하라 가즈코'이다. 일본에서 밀리언셀러 작가이며 우리나라에서도 <도망치고 싶을 때 읽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이 책은 평소 인간관계에서 주로 참기만 하거나 타인의 눈치를 보는 사람들에게 요긴한 코칭을 해주는 책이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참을수록 독이 되는 나쁜 인간관계는 빨리 청산하라고 말한다. 그러려면 자신을 소중히 해야하며 소중히 한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느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느끼는 힘과 감각을 길러보라고 권유하며 지침도 알려주고 있다. 당장 그만둬야 할 관계습관 다섯가지는 사고방식, 태도, 듣기, 말하기, 행동방식이다.


※ 작가가 정한 아래 용어의 의미를 알면 설명이 헷갈리지 않는다.

- 타자중심 : 사회의 상식과 규범 및 규칙에 얽매여 이를 따르고, 주변 사람에게 자신을 맞추는 등 외부에 기준을 두고 매사를 결정하려는 삶의 방식

- 자기중심 : 자신의 욕구와 기분, 감정 등 내면에 기준을 두고 가능한 자기 마음을 따르고 충족하는 방향으로 결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삶의 방식, 자신을 사랑하는 것.

 

이제 당장 그만둬야 할 관계습관 다섯가지를 알아보자.

 

<사고 방식>

 

1. 주변의 색깔과 똑같아지려는 '카멜레온 사고'를 버리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자. 자신을 인정하듯 상대도 인정하며 상대의 영역에 무단으로 침범하지 않음으로 '이기주의'와 구별하자.

 

2. 호의로 시작해 놓고 알아주길 바라면 동시에 상대를 책망하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상대가 내 생각을 헤아려주길 멋대로 바라지 말고 상대를 먼저 이해하는 마음을 기르도록 하자.


<태도>

 

1. 억지 웃음(두려움의 웃음)은 다른 사람들도 알아차린다. 습관이 되면 정작 울고 싶을때 마음껏 눈물이 나오지 않게 된다. 억지 웃음이 습관이 된 사람들은 먼저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긴장 완화법을 실천해 보자.

 

2. 타자중심인 사람은 남의 안색을 살피느라 정작 자신의 마음은 보지 못한다. 상대의 행동을 오독하여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고 자신이 기분좋게 느끼는지를 기준으로 상대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자.


<듣기>

 

1. 남의 이야기를 끝까지 다 들어줄 필요는 없다. 아무리 유익해도 고통스럽게 듣는 것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을 기준으로 이야기를 끝맺게 해보자.

 

2. 우리는 상대에게 무언가 부탁을 받으면, 거의 자동적으로 자신의 기분과 감정은 무시한 채 곧장 상대의 부탁을 들어주려고 한다. 이것이 스트레스의 원인이다. 자신을 우선하는 표현을 사용하면 오히려 '나를 존중해주길 바란다'는 메시지가 전달된다.

 

 

<말하기>

 

1. '하지만'을 많이 사용하면 인생까지 부정적이게 된다. 아무 의미없이 사용해도 상대는 자신을 부정한다고 느끼게 된다. '하지만' 대신 잠시 사이를 두고 말을 해보자. 훨씬 홀가분해진다.

 

2. 시선을 피하면 눈을 맞출 때보다 말하기가 더 편해지는 것은 맞지만 오히려 심한 말을 하게 된다. 상대와 마주보며 서로의 기분과 감정을 이해하고 태도와 표정을 살피며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행동방식>

 

1. 하기 싫어도 게으름을 피우면 안되니까 끝까지 해야한다고 생각하며 한계직전까지 노력하는 성실은 이제 그만~~ 누군가의 '허락'을 받기보다 '인정'하는 감각을 키우도록 하자.

 

2. 자신에게 안전한 사람에겐 신경쓰지 않으면서 싫어하는 사람의 주의를 끌려고 노력한다. 상대가 나를 좋아해도 내가 관심이 없으면 그것은 그의 자유니까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결론 내리듯, 그 반대도 똑같이 생각하면 된다.


☞ 직장내에서 닥치는 어려움들을 위 다섯가지 사례처럼 분류하여 자신이 실천가능한 것들 위주로 직접 연습해보면 좋을 책이다. 직장인들에게 유용하겠지만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라면 누구나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작가의 말대로 자신의 감정을 느끼는 게 우선이다. 우린 너무 자신을 모르기도 하고 감정을 들여다보는 훈련도 해보지 못했다. 꼭 문제를 겪고 있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도움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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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속에 살아있는 흔적 | 기본 카테고리 2019-04-27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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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장영희 저/정일 그림
샘터 | 2019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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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장영희교수의 에세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 100쇄 출간기념 에디션으로 나왔다. 그의 글이야 두말할 필요 없지만 작가를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해 소개를 해본다.


장영희 : 서강대 영문과 졸업, 뉴욕주립대에서 영문학 박사학위 받았고, 컬럼비아대에서 1년간 번역학 공부, 서강대 영미어문 전공교수이자 번역가, 칼럼니스트, 중고교 영어교과서 집필자로 왕성한 활동을 했다. 문학에세이 <문학의 숲을 거닐다>와 <생일>,<축복>의 인기로 '문학전도사'라는 별칭을 얻었으며, 아버지 장왕록 교수의 10주기를 기리며 기념집 <그러나 사랑은 남는 것>을 엮어 내기도 했다. 번역서로는 <종이시계>, <슬픈 카페의 노래>, <이름 없는 너에게>등 다수가 있다. 김현승의 시를 번역하여 '한국번역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수필집 <내 생애 단 한번>으로 '올해의 문장상'을 수상했다. 암 투병을 하면서도 희망과 용기를 주는 글들을 독자에게 전하던 그는 2009년 5월 9일 57세로 세상을 떠났다.


 

예전에 중,고딩들에게 장영희를 작가로 소개하면 잘 몰라서 중학영어교과서 "두산 장"에서 장이 바로 장영희다! 라고 하면 다들 "아~하!"하며 고개 끄덕였었다. 그렇게 영어로 에세이로 유명하던 분이었는데 암의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해 너무 일찍 떠나버렸다. 보통 아는 작가의 경우 저자소개를 잘 안 읽는 편인데 리뷰 쓰려고 읽어보니 짧은 생애동안 참 많은 일들을 하고 가셨다.

 

그의 에세이는 모두 사서 읽었고 학생들에게도 읽어주곤 했다. 이 책도 물론 읽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펼쳐보니 제목만으로 내용이 기억나는 에피소드들이 있어 반가웠다. 내 기억력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글을 워낙 진솔하고 재미있게 쓰신 그분 덕분이리라~~

 

이 책은 <샘터>에 연재되었던 글들로 미국에서 안식년 지낸 경험, 투병후 쉬었다가 일상으로 복귀하며 연재, 연구년동안 한국에 지내며쓴 글들을 모아서 내었던 것이다. 시간이 10년도 더 지난 예전의 글들이라 조금 촌스럽지 않을까 했던 생각은 그야말로 기우였다. 그러고보면 논어같은 고전을 두고 어디 촌스럽다고 하는가. 오히려 시간을 초월하는 보편성과 진리를 담고 있다며 필독 고전이라하지 않나. 오랜만에 읽은 그의 글은 간만에 만나도 엊그제 헤어진 것 같은 벗처럼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예전에 재미있게 읽어서 지금껏 기억하고 있는 에피소드 몇편을 골라봤다.

 

1. 보스턴 미술관에 가족들과 함께 가서 찍은 사진 이야기.

한국인이 아주 자~알 나왔을거라며 기분좋게 찍어준 사진을 인화해보니 가족들 머리를 다 잘라놓은 것, 동생 발만 크게 찍은 것, 피카소의 그림이 연상될 정도로 기괴하게 찍힌 사진이었다. 저자는 몹시 불쾌했지만 조카는 추상화처럼 멋지게 나왔다며 좋아하더라는 것이다. 그 글은 엽기적인 사진들 덕분에 가족과의 미술관 방문은 '예술적'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우리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가슴속에 남아있다며 마무리된다.

정말 웃지못할 에피소드이다. 지금처럼 디지털 시대에는 경험해보지 못할 일이다. 그렇게 몸통만 찍어 줄리도 없거니와 마음에 안드는 사진은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삭제해버리는데에야 저런 일은 낭만에 가까운 일이 되어버렸다. 참으로 아날로그적 에피소드이다.

 

2. 꽃 폭죽이 터졌다고 표현한 조카이야기.

우리는 종종 마음속의 어린아이를 부끄러워한다. 힘든 세상을 이겨내기 위해 윽박질러 꼭꼭 숨겨둔 마음속 어린아이를 자유롭게 해주자고 했다. 그래서 이 찬란한 계절을 누리고 감탄하도록 내버려 두자고~~ 바쁜척 하는건지, 마음속 어린아이가 죽은건지, 지천에 알록달록 피어나는 꽃들을 보며 꽃 폭죽 터졌다고 느끼지도 못하며 살고 있다. 내 마음 속 지퍼를 열어두어야겠다.

 

3. 명품핸드백이든, 비닐봉지든 중요한건 내용물이라 갈파한 이야기.

저자는 어릴 때 앓은 소아마비때문에 목발을 짚고 다녔다. 그래서 외모때문에 겪은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이렇게 말했다. "내가 살아 보니까 중요한것은 껍데기가 아니라 알맹이"라는 것이다. 남들과 나를 비교하는 것은 시간낭비이고 자신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바보같은 짓인줄 알게되었다는 것이다. 살아보니!!

아무리 말해도 진짜 몸으로 살아내야 깨닫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 누구는 자신이 해봤으므로 다 안다며 잘난척을 하니 듣기 거북살스럽지만 저자처럼 진짜 몸으로 살아낸 이의 말에는 고개 끄덕일 수밖에 없다.

 

암투병 중에 쓴 에필로그를 읽으며 눈물이 차올랐다.


옆 침대에서는 동생 둘이 간병인용 침대 하나에 비좁게 누워 잠이 들었고, 쌕쌕 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가만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밖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불빛에 천장의 흐릿한 얼룩이 보였다. 비가 샌 자국인가 보다. 그런데 문득 그 얼룩이 미치도록 정겨웠다. 지저분한 얼룩마저도 정답고 아름다운 이 세상, 사랑하는 사람들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 세상을 결국 이렇게 떠나야 하는구나. 순간 나는 침대가 흔들린다고 느꼈다. 악착같이 침대 난간을 꼭 붙잡았다. 마치 누군가 이 지구에서 나를 밀어내듯. 어디 흔들어 보라지, 내가 떨어지나, 난 완강하게 버텼다.

p.238

 

 

누구든 그렇겠지만 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몹시도 힘들 것이다. 저자도 마찬가지였고, 자식 하나 남기지 못하고 떠나매 어떤 흔적 하나 남기고픈 심정이었으리라.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있을지 모를 '희망'을 기다렸던 모양이다. 그렇게 그렇게 생명의 촛불은 스러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가 남긴 글들은 이렇게 남아 우리를 뭉클하게 하고, 이 순간 살아있음을 감사하게 해준다. 이것이 바로 그가 남긴 흔적이리라.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촛불로 남아 세상을 비추고, 사람들의 마음속 희망을 찾을 수 있는 빛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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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어른들의 필독서! | 기본 카테고리 2019-04-16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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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

김현수 저
해냄 | 2019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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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불러서 하는 소리지!"

"공부만 하면 되는데 뭐가 힘들다고?"

 

어렸을 때 어른들한테서 듣던 소리인데, 지금 내가 똑같은 말을 내뱉은 것에 대해 통렬히 반성한다! 요즘 아이들 인생에는 희망은 없고 고생뿐이라는 말을, 배불러서 하는 푸념정도로만 치부해버려 미안하다!!

그렇다!

나는 꼰대였던 것이다.

김현수씨의 책 <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을 읽기 전까지 나는, 꼰대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

이 책은 대한민국 어른은 모두 읽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아이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 없이 죽는게 낫다고 여길만큼 고통속에 살게 만든 건 다 어른들의 잘못이니까.

이 책은 우리 어른들의 잘못을 낱낱이 고발하고 있다.

그 잘못을 몰랐다면? 알아야지!

이렇게 아이들을 병들게 만든 사회구조를 우리가 바꿔야한다.

피해자인 아이들에게 떠넘기면 안된다!

?

작가는 요즘 아이들이 잃어버린 것을 네가지로 정리했다. 희망, 자유, 공감, 체험이다.

아이들이 외치는 "이생망"은 어른들이 먼저 시작한 것이다.

?

[희망의 상실]

"네 싹수가 노랗다. 네 인생은 글러먹었다. 네 인생은 망한 것 같다. 아직도 그런 문제도 풀지 못하다니 도대체 뭘 한거냐? 넌 이번 생애는 안 될 것 같다."

아마도 어른들은 정신차리라는 입장에서 그런 말을 했겠지만, 아이들에게 미래가 없다고 말하고, 상처를 주고, 아이들을 포기하면서 내뱉은 이 말들을 아이들이 가져다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이들의 인생에 대한 판정은 이미 어른들이 시작해서, 이 사회가 하고, 그리고 입시제도를 포함한 여러 제도와 문화가 해왔습니다. 이 판정이 아이들에게 '망함의 감정'들을 강하게 느끼게 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p.85~86

 

 이런 망한 감정을 느끼는 아이들이 취하는 방어적 행동은 순응, 무기력, 자해, 중독, 은둔, 비행이라고 한다. 어차피 미래는 없는데 열심히 하면 뭐하고 노력하면 뭐하겠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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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상실]

"내가 사는 것 같지 않아요. 이건 내 삶이 아닌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우리나라의 많은 아이들은 자기 안에 직접 부모가 들어와 앉아 있는 삶을 살아갑니다. 일본의 아동가족문제의 전문가인 의사 이소베 우시오가 말한대로 '모자일체화'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살지도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도 못합니다. 자기가 죽어버리면 부모도 함께 죽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마음의 상태를 오래 겪으며 점차 무기력해진다고 합니다.

p.111~112

 

 하나 뿐인 자식을 향한 부모(조부모 포함)의 지나친 기대와 부모에게 주고 싶지만 줄 수 없는 선물, '1등 성적표'때문에 공부기계로 전락한 아이들은 자유가 없다. 외로워도 마음을 나눌 형제가 없으니 친구와 스마트폰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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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상실]

"자기가 잘못해서 때려놓고, 왜 돈으로 쳐바르냐고요. 잘못했다고 한마디 들리지도 않게 해놓고 이거 사주고, 저거 사주면 내 마음의 상처가 아무냐고요. 잘못했으면 제대로 사과를 하고 다음부터 안 그럴 방법을 찾아야지, 돈이면 다냐고요. 그리고 누가 돈 달라고 했어요? 어른들이 왜 짜증나는 줄 알아요? 바보같은 어른들이 자기들이 돈으로 다 되니까 우리도 돈으로 되는 줄 알고 그러는데 그렇지 않다고요. 돈으로 안 된다고요!"

아이들은 마음으로 제대로 된 사과와 또 진심어린 위로를 받고 싶다고 하는데 어른들은 그것이 어려운가 봅니다. 그러니까 사과와 위로가 아닌 돈으로 해결하려 드나 봅니다.

p.128

 

어른들은 상대를 대할 땐 진심어린 공감을 해야한다며 교과서적으로 말해와놓고 정작 아이들을 대하면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실제 사례들로 이루어진 책 내용들을 읽으며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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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의 상실]

이젠 아이들이 할 수 없는 경험들이 너무나 많고 이것도 우리가 그들을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저지르는 잘못들이구나 싶어 한숨이 나왔다. 몸으로 직접 해 볼 수 있는 체험도 차단되고 자신을 탐험하는 여행(친척집에서 지내보는 것 포함)도, 독서도, 할 시간이 없다. 그놈의 입시공부에 매달려야하니 말이다. 가족과 함께 떠난 패키지 여행에까지 학습지를 들고가서 풀게 만든 사례를 보니 기가 막혔다.

 

"헐, 선생님, 낮에는 관광하고 놀다가 저녁때 숙소로 돌아오면, 호텔이 마치 우리집 공부방처럼 변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건 낮에 체험 활동, 밤에는 공부방이 되니까 쭈욱 신나게 노는 게 아니지요. 더군다나 휴가는 4박5일인데, 엄마가 치사하게 학습지를 무려 5일치를 가져가서 하루치는 비행기 안에서 했단 말이에요. 너무 억울해요."

p.159

 

아이들에게 존경하는 현실의 인물, 동네 사람들은 사라졌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닮고 싶은 타인들은 모두 텔레비전과 휴대전화 안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아이들은 한 번도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에게 의존하기도 합니다. 존경을 표할 만한 타인이 없는 유아독존, 자신만의 세상에서 결국 자신에게 집착해서 아름다운 몸매를 위해 거식증에 걸리거나, 완벽하게 상처받지 않는 숨은 덕후가 돼서 지냅니다. 은둔하면서 자신과만 지내는 것입니다. 결국 타인이 없는 세상의 다른 단면은 홀로 지내는 것입니다.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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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이 이렇게 힘들구나... 그럼 이렇게 만든 어른들이 바꿔야지,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고민하면서 읽어나갔다. 7장과 8장은 어른들과 이 사회가 해야할 일들을 조언해주고 있다. 일견 쉬워보이나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관성처럼 해오던 생각과 말투를 고쳐야 하고, 우리 사회의 구조도 뜯어고쳐야할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저출산 정책이 그저 아이를 낳도록 하는데에만 골몰해서 될 일이 아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 많다. 앞길이 까마득하다...

그러나!!

지금, 여기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이 조금이라도 마음고생하는 아이들을 어루만져 줄 수 있다는걸 직시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작가는 어른들이 먼저 행복한 삶을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아이들을 지적하지 말고 긍정성을 발견해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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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이들도 어른도 사는게 힘들다. 그러나 암울한 미래를 아이들에게 넘겨주는 무책임한 어른이 되지 않으려면, 어른들 모두 이 책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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