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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알못도 빠져들 책 추천! | 기본 카테고리 2022-12-30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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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

피터 스콧-모건 저/김명주 역
김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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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로봇공학자 피터 스콧-모건은 가장 잔혹한 병이라고 불리는 불치병루게릭 병을 진단받아 2년 시한부 환자가 된다하루를 살아도 온전한 자신으로 존재하겠다는 열망으로그는 자기 몸을 AI와 융합하기로 결심한다."

 

김영사 서포터즈 12월 도서 신청을 하면서 위와 같은 책 소개를 읽고 얼른 떠오른 인물은 스티븐 호킹 박사였다그런데 이 로봇공학자는 자신의 몸을 AI와 융합해 피터 2.0으로 명명했다고 한다인간이 사이보그로 변신어떻게 가능했을지 궁금해졌다하지만 과알못 중의 과알못인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신청하지 말라는 속살거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과학 분야 책은 내돈내산 한 적이 없고서평을 써야하는 의무로 읽을 수밖에 없는 강제를 부여해서 겨우 읽어왔다당연히 로봇공학자가 쓴 책은 한 번도 읽지 않았다이번 달이 마지막 활동이니 도전해보자는 심정으로 <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를 신청했다.

 

이 책을 선택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하며 내 머릴 쓰담쓰담하며 읽었다딱딱하지도 어렵지도 않았다. <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는 로봇공학자가 자신의 몸을 실험한 실화다피터는 루게릭병의 진단(2년 여명)을 받고 침대에 누워 병에 지배당해 죽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사이보그가 되기로 한 것이다간병인의 도움 없이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위결장방광에 관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다그리고 침이 기도로 넘어가 질식하지 않도록 후두절제술을 하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되었다하지만 녹음해둔 자신의 목소리를 이용해 합성목소리를 냈다가슴에는 스크린을 달아 얼굴을 스캔한 3D 아바타로 감정표현도 했다.

 

병을 진단받고 수술을 결정하고 일련의 과학의학적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기술된다한참을 읽다가 어안이 벙벙해졌다루게릭병의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데 괴로워하거나 울부짖는 문장이 어디에도 없었다이렇게 술술 진행될 수 있었다고그동안 읽었던 질병을 겪은 사람들이 쓴 책은냄새나고 더러운 장면을 전시하듯 서술하거나 통증 때문에 눈물 쏟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그는 루게릭 병증을 나열하려고자신의 고통을 전시하려고이 책을 쓴 게 아니었다십대 때 꿈꾸던 상상이 40여년이 지나 자신의 몸을 통해 현실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그러니 통증을 호소할 겨를도 필요도 없었던 거다그는 자신의 이런 도전이 인류의 번영으로 확장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과학의 궁극적 목표가 개인의 배경과 상황포부와 관계없이 모두 번영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고백하자면 나는그가 사이보그가 되기 위해 수술을 하는 과정에 대한 의?과학적 지식에 대한 설명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그럼에도 이 책이 감동적이었던 이유는 그의 러브스토리 때문이었다나는 사랑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편이고변치 않는 사랑 같은 말은 믿지 않는다피터는 프랜시스를 처음 만났을 때 바로 사랑에 빠졌고 40년이 넘도록 그들의 사랑은 변함이 없었다평소의 나였다면 이런 사랑 이야기를 읽으며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헌데 사랑에 빠진 피터의 모습이 한눈에 선하게 그려지며 아름답다는 생각마저 들었으니... 나는 피터의 문장에 매료되었다.

 

이 책은 피터가 루게릭 병을 진단 받고 사이보그가 되어가는 현재와 십대 때의 모습이 교차로 편집되어 있다처음엔 의아했다자신을 사이보그로 만든 로봇공학자의 이야기라더니 십대 때 이야기는 왜그러나 이내 수긍했다부유한 집안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이에게서 드러나는 반골 성향그 아이러니적 상황에 빠져들어 읽었다그는 십대 때 스스로의 성정체성을 발견했고 20대 초반에 만난 프랜시스와 사랑에 빠졌고 평생을 함께 했다

 

그는 오랫동안 이어져온 억압에 맞서는 삶을 사는 한편 첨단 과학 기술 위에 서서 미래를 살아가는 학자였으며주저 없이 자신의 몸을 실험대상으로 삼는 용기있는 인간이었다그 누가 이토록 파란만장한 삶을 살 수 있을까피터는 최근에 책으로 만난 인물 중에 가장 매력적인 이다아래 그의 연설의 일부를 보면 인정하게 될 것이다.

 

p.313

 

우리는 모두 무지개를 좇고 망령에서 도망치며 삽니다그리고그것까지는 좋습니다꿈을 추구하고 망령에 사로잡히는 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측면입니다하지만 희망과 공포가 인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니죠중요한 것은 그런 희망과 공포 앞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입니다그것이 인간다움을 정의하고나아가 인간이라는 존재의 진정한 의미를 정의합니다.

(……)

우리가 무엇보다 명심해야 할 점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절망과 공포를 느낄 때 어떻게 행동하느냐 하는 것입니다그럴 때는 세상의 규칙을 파괴하고 운명에 맞서십시오그렇게 하면 기적처럼 우주의 이치를 바꿀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과학 분야로 분류되어 있을 것이다과학 책은 아예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선택되지 못할까봐 우려된다소설이라면 더 믿을 수 있음직한 내용들이 거침없이 펼쳐지는 <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는 문학 장르만 읽는 독자들에게 주저 없이 추천한다후회하지 않을 것이다성소수자로서 영국에서 최초의 역사를 썼고스스로 사이보그가 된 인간 1호 피터를 만나 과학과 철학그리고 인간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눠보길...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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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초보가 꼭 읽어야할 책! | 기본 카테고리 2022-12-26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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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종우의 넥스트 스텝 2023-2025

이종우 저
김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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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넥스트 스텝 2023~2025>라는 책 제목만으로는 내용이 쉬이 가늠되지 않는다애널리스트 이종우라는 사람을 알고 있는 독자라면 그가 이 책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감이 올 것이다나는 저자를 전혀 모른 채 읽었는데 소개 멘트가 책 내용 요약으로 딱이다.

 

주식시장에 각인된 DNA를 읽고 대 침체의 시간을 견뎌라!

어두운 시간이 지난 후 시장을 지배할 새로운 주제를 찾아라!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쓴 유명한(아는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이 처음 들으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할문장에서코스피가 3000이상을 찍을 때 네이버 주식을 40만원에 산 나는 찢어지는 가슴을 움켜잡았다.

 

주식 투자를 처음 하는 사람이 자주 듣는 말이 있다주가가 높을 때 사서 낮을 때 팔지 말라는 말이다처음 들으면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가 싶고, ‘사람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고 말하지만고점에서 주식을 사서 저점에서 내다 파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싸게 보이니 사고반대로 하락하면 할수록 주가가 비싸 보이니 팔기 때문이다.

 

주식 생초보인 내가 코스피 고점을 찍던 작년에정말 우연찮게도 여윳돈이 조금 생겨 주식이란 걸 사보았다그런데 지금은? 40만원이었던 네이버 주식이 16만원에서 18만원 선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다그나마 다행아니 어리석지는 않은 건지네이버 주식을 아직 들고 있다증권 계좌에 자주 들어가 보지도 않으면서 다시 40만원대까지 오르기는 할까전전긍긍 하기만 한다나 같은 사람 포함 향후 3년간 주식시장의 미래가 궁금한 사람, 주식 투자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종우의 넥스트 스텝 2023~2025>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주식시장의 DNA에서는 미국중국한국 주식시장의 특징을 역사를 통해 정리해 보여준다

2장 무엇이 주식시장을 움직이는가는 섣부르게 주식을 사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하고 싶은 내용이다그렇다작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그런 얼치기 같은 짓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하지만 그 땐 주식투자를 장밋빛으로 그리는 책들만 쏟아져 나왔었다특히 이 장에서는 금리의 변동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초저금리에서 현재의 금리까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짚어주어 이해가 쉬웠다이 책 전반에 걸쳐 금리에 대한 내용이 계속 언급되기 때문에 금리와 주가의 상관관계를 알 수 있었다. 2장의 두 번째 챕터의 주요 내용을 인용한다.

 

☞ 초저금리 시대의 종언

- 초저금리 시대에는 이자의 개념이 무너진다.

- 금리가 바닥을 지났으므로 다시 0%대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 합리적으로 볼 때 3%대에서 금리의 균형점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 2022년의 금리 상승은 경기와 상관없이 인플레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 앞으로 상당기간 주식시장은 유동성이 줄어드는 상황을 견뎌내야 한다.

 

 

3장 가까운 미래는 한국의 주식시장이 계단식 흐름을 보여온 역사를 1장에 이어 다시 정리하며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그러나 2024년 이후에는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4장 변화하는 투자 패러다임에서는 9종류의 성장주를 제시한다가장 마지막 챕터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는 앞서 과거의 통계를 이용한 정리에 지친 독자에게 숨통을 틔워준다.

 

사실 나는 1~3장을 읽으며 시원답답했다이렇게 주식시장의 흐름이 깔끔하게 정리한 내용을 읽으면서 머릴 쿵쿵 쥐어박았다미리 알았다면 그런 무모한 짓은 하지 않았을까한편 내가 어떤 상황 속에서 무슨 짓을 한 건지 정확하게 알게 되어 속시원했다. 4장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9가지 성장주 설명은 유익했다나는 뒷북치는 심정으로 읽었지만 주식투자를 시작하려는 이들은 이 책을 먼저 읽기를 권한다아래 인용하는 머리말 일부를 보면 왜 추천하는지 알 것이다.

 

이 책에서는 과거 주식시장의 사례를 분석해 실제 상황에 적용할 수 있게 했다오늘날 주식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과거 유사한 사례가 있었던 사건들이다시간이 지나고 기술이 발전해도 공포와 탐욕이라는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같은 상황에 처하면 유사한 행동을 한다그래서 과거 유사한 사례를 살펴보면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대강 짐작할 수 있다우리나라 주식시장을 비롯해 주요 선진국 주식시장까지 범위를 넓혀 사례를 분석하고투자자들이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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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바그다드 카페에서 우리가 만난다면 | 기본 카테고리 2022-12-20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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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문학, 영화, 음악으로 표현한 사랑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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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나는 서간소설 | 기본 카테고리 2022-12-20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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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바그다드 카페에서 우리가 만난다면

황주리 저
파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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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만난 적 없으면서 편지만 주고받았는데 사랑에 빠진다? 웬 펜팔시절 이야기인가 할 것이다. 보고 싶으면 바로 만나면 될 터이다. 만약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1분, 아니 수초 안에 문자로 소통 가능한 세상이다. 얼굴이 보고 싶으면 영상통화를 하면 된다. 이런 시대에 편지로 사랑하는 서간소설이라니! 소설 <바그다드 카페에서 우리가 만난다면>은 오히려 그래서 관심이 갔다.

이야기는 오래전 뉴욕의 한 화랑에서 스쳐 지났던 두 사람이 SNS에서 다시 만나 대화를 이어가며 전개된다. 화가와 의사라는 이질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 서로를 신뢰하고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촉매가 되었던 건 영화 〈바그다드 카페〉다. 이후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게 되지만, 단 한 번의 만남도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위 출판사 책 소개를 보고 서평단에 신청했다. 급하게 만나고, 즉각적 소통이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닌 듯 치부하는 시대에 이런 소설을 쓴 이가 누구일지 궁금했다. 작가는 화가이면서 소설을 쓰는 황주리씨이고 소설 속에 실린 그림 몇몇은 소설 장면이 바로 연상되었다. 이런 소재의 소설이 요즘 독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조금은 우려스러웠다. 그러나 나는 작가가 꾸며낸 그 가상의 세계가 마음에 들었고, 두 주인공의 편지를 인상 깊게 읽었다.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 외과 의사가 뉴욕 소호의 어느 화랑에서 인사만 나누었던 한국인 여성 화가의 그림을 사게 된다. 그 뒤로 몇 번 화랑을 찾았지만 그녀를 다시 만날 순 없었고, 그 즈음 영화 〈바그다드 카페〉를 보다가 그녀가 생각났다. 영화 속 여성 주인공과는 어떤 접점도 없는데 왜 어눌한 영어로 인사 몇 마디 나눈 한국 여성을 떠올렸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페이스북에서 본 박경아가 그때 그녀임을 확인하고 긴 편지를 보낸다. 그 남자 A는 당시의 상황과 영화 〈바그다드 카페〉를 연결해 이야기를 이어나가는데 현재는 테러가 일상인 아프가니스탄에서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의 편지에 박경아도 답장을 보냈고 이제 그들의 편지왕래가 시작된다.

나는 영화 〈바그다드 카페〉를 본 적도 없으면서 각종 미디어에서 소개하거나 인용한 것만을 보고 듣고선 마치 본 것마냥 느끼고 있었다. 주제음악도 익히 알고 있었다. 이 책에서 주인공 남녀가 영화 내용을 언급할 때마다 고개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러나 한편 그들의 심정이 다 공감되지 않는 미진함은 두 주인공과의 거리감을 만들었다. 아마 영화를 본 사람이 이 소설을 읽는다면 한층 몰입감을 느낄 것이다. 책을 다 읽은 후 꼭 영화를 보고 리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건만 주말 이틀간 지방에 다녀오느라 영화를 못 봤고 결국은 그냥 리뷰를 쓰게 되었다.

서로 아는 사이라고 할 수도 없고,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 한번 나눠본 적 없는 남녀가 어떤 말을 주고 받으면 감정의 교류가 일어날까. ‘그들은 이러이러하게 사랑의 감정을 갖게 되었답니다’ 라고는 쓰지 못하겠다. 내가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니 여기까지의 소개로도 책 내용이 궁금하다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대면한 적 없는 사람들이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설정이 억지스럽다고 생각한다면 역시 읽어보길 권한다.

이 소설 속 남녀의 감정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할 독자들도 있겠으나 나는 납득이 되었다. 예전에 지인에게서 목소리(전화 통화)만으로 사랑에 빠진 사람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연을 들을 당시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처음 남자의 목소리를 들은 여성은 자신이 그에게 반응한 것에 깜짝 놀랐지만 이내 그들은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여기서 놀라운 건 그들의 첫 통화는 일 때문에 연결된 것이었고 전혀 낯모르는 사이였다는 사실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예전에 들었던 그 이야기가 오버랩 되었고, 그들과 소설 속 편지를 주고 받는 남녀 모두 이해가 되었다. 소설 속 남녀가 쓰는 편지 내용은 영화 <바그다드 카페> 이야기와 자신의 생활, 전배우자, 그리고 테러(혹은 전쟁 같은 일상)에 대한 것들이다. 이 소설의 장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자신의 이야기와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테러, 책이나 작가의 이야기가 이렇게 자연스레 연결되니 말이다. 그리고 같은 사안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나누며 책의 문구나 유명인의 말을 빌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그것은 고도의 은유다. 남자가 자신의 감정을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남자가 만약 소호거리에서 다시 만났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가정의 뒤에 소세키의 소설 <마음>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

‘죽기 전에 단 한 사람이라도 믿어보고 죽고 싶다. 당신이 그런 사람이 돼줄 수 있습니까?’

이 편지에 대한 답으로 여자는 이렇게 시작한다.

당신의 편지를 읽고 내내 이 구절이 마음속에 맴돌았어요. “죽기 전에 단 한 사람이라도 믿어보고 싶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할 만큼 과연 운이 나빴던 걸까?

 

과연 우리는 믿어보고 싶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걸까? 여기서 믿어보고 싶은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바꾸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며 읽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여자의 편지 내용은 너무나 흔해서 당연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믿는다는 건 나에 대한 그 사람의 정절, 혹은 세상의 모든 것을 같이 공유하는 그 많은 믿음에 관한 수많은 정의겠지요.

(……)

사랑이란 믿음이라기보다는 그냥 주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가 오면 우산을, 감기 걸리면 감기약을, 따뜻한 이부자리와 먹음직한 빵과 고기를. 이 유물론의 한 가운데서 물질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음을 벗어날 수 없는 우리들 인간의 사랑입니다.

 

 

정말 그렇지 않은가. 우리는 사랑하면 뭐든 주려고 한다. 마음보다는 물건을 줄 때 더 뿌듯함을 느끼고, 명품백이나 보석을 받으면 그만큼 사랑받는다고 여긴다. 헌데 이들의 사랑은 어떤가? 아무 것도 주고 받을 수 없는 관계인 이 남녀의 사랑은 어쩜 무의미 그 자체다. 여자가 쓴 저 문장이 품은 역설은 편지로만 사랑을 나누는 둘이 지독한 모순 속에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그러니 사랑하면 무엇이든 주고 싶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속물적이니 뭐니 해도 말이다.

소설 말미에는 페소아의 <불안의 책>이 여러 번 인용되고 있다. 남자는 이 책을 여자의 편지를 읽듯 아껴서 읽고 있다고 말한다.

<불안의 책>을 펼치니 밑줄을 쳐 놓은 구절 중에 이런 구절이 눈에 띕니다. “나는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도 나처럼 이길 수 없는 전쟁에 깃발도 없이 참전한 군대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내가 지금 딱 그런 기분이네요. 이길 수 없는 전쟁에 깃발도 없이 참전한 군대 속의 탈영병, 이제 나는 군복을 벗고 모하비사막으로 달려가 당신과 함께 ‘바그다드 카페’를 운영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문득 이 행복한 꿈이 진짜 현실로 바뀔 것만 같은 기분 좋은 저녁입니다.

 

테러가 만연한 곳에서 탈영병이 된 것만 같은 심정이 든 어느 날, 남자는 그녀와 카페를 함께 하는 꿈으로 현실을 잊는다. 남자는 여자의 손을 꼭 잡아보는 상상을 하고, 그녀를 만나러 한국에 가볼까 마음을 먹기도 하면서 그녀와 함께 하는 일상을 꿈꾼다. 남자는 편지 말미마다 희망을 드러내지만 실천은 한 번도 하지 못한다. 서로의 목소리조차 들어보지 못한 채 둘의 편지는 종료된다. 100세까지 편지를 쓰며 살 수 있을까 예상해본 여자의 기대가 무색하게...

 

남자는 마지막 편지에서 <불안의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이렇게 마무리한다.

 

“더 좋은 시절의 왕자여. 나는 한때 당신의 공주였고, 우리는 다른 종류의 사랑으로 서로를 사랑했다. 그 기억은 지금도 나를 아프게 한다.”

그 길고 지루하고 끝이 없는 우리들 인생의 불안을 묘사한 ‘불안의 책’ 속에서 나는 많은 위안을 느꼈다는 걸 고백합니다.

(……)

나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아니 당신을 위해 기도합니다. 한순간도 신을 믿지 않았던 나는 이제야 신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합니다. 어쩌면 정말 신은 나를 위한 당신의 기도로 인해 존재할지도 모르니까요.

 

 

무신론자인 나도 기도를 할 때가 있다. 특정한 어떤 신에게 빌지는 않지만 누군가를 위하는 심정이 클 때는 기도라는 형식을 쓴다. 남자는 신을 믿지 않았으나 마지막 문장에서, ‘나를 위한 당신의 기도로 인해’ 신이 존재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당신의 기도’에 방점을 둔 문장이 신의 존재보다 더 중요한 의미인 셈이다.

편지만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힘들다고 본다. 그러나 이 소설 <바그다드 카페에서 우리가 만난다면>에서는 가능했다. 문학, 영화, 음악 등으로 표현하는 사랑의 은유를 읽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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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느끼는 감각에 집중해보기! | 기본 카테고리 2022-12-11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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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녀석의 깃털

윤해연 저
비룡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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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비룡소 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윤해연 작가는 그동안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주로 발표해왔다이번에 6편의 단편을 모은 단편집 <녀석의 깃털>이 비룡소에서 나왔다청소년이 주인공이고 한 편의 분량이 30쪽 정도로 짧지만 주제는 간단치 않다출판사의 익숙한 감각을 낯설게 깨우는 여섯 편의 이야기라는 소개처럼 시각청각후각 같은 감각과 연결되는 몸에서 발견되는 이상한 징후들이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작가는 고단한 세상을 살아야 하는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깃털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어떤 강연에서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자기는 날 수 있다고 사뭇 진지하게 말하던 아이에게 깃털을 주었다.(이 책을 통해이 책의 청소년들에게 벌어지는 상황은 일반적이지 않다책을 읽는 청소년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그러나 그럴 일이 전혀 없지는 않다직접 겪어보지 않았더라도 한번쯤은 나도 이렇다면하고 생각해본 적도 있을 것이다.

 

이 소설집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와 열린 결말이 기존 청소년 소설과 차별점이 있다내게 특이한 감각이 하나 있다면 어떤 것이 좋을까그저 재미로만 상상하기엔 주저하게 된다책 속에서처럼 우리 사회는 조금만 다르면 이상한 취급을 하기 때문이다개성을 강조하지만 통일성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없어질 줄 알았던 중고생 교복착용이 지속되는 것만 봐도 그러하다.

 

표제작인 <녀석의 깃털>의 경우 친구의 날갯죽지 아래에 돋아나는 깃털을 일주일에 한 번씩 뽑아준다그런데 그것을 스터디카페 화장실에서 했던 것이 화근이었다남학생 둘이 화장실에 같이 들어갔고 신음소리도 났기 때문에 음란행위를 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는다사장에게 신고한 사람에게 따져 묻는다우리가 무슨 행동을 했는지 직접 봤냐고보진 않아도 예상 가능한 거 아니냐고 더 큰소리친다아무리해도 말이 안 통해서 결국은 깃털이 나오는 등을 보여주고 나서야 수긍을 하기에 이른다나는 게 꿈이라고 한 깃털이 나던 그 친구는 어느 날 사라진다.

 

p.61

 

순간 깨달았다녀석은 사라진 게 아니라 꿈을 이룬 것이라고이루어지면 더는 꿈이 아니라고 했지만 녀석은 꿈을 이룬 게 분명했다세상에서 꿈을 이룬 사람이 한 명쯤은 있어도 되니까.

나는 정말 믿기로 했다녀석이 환한 저 하늘 위로 거대한 날개를 힘차게 펼쳐서 날아간 게 틀림없다고그래서 영영 이 지구에 발을 딛지 않고 살게 되었다고 말이다.

 

 

이루어질 수도 있는 건 꿈이 아니라 목표라고 했던 친구가 사라졌는데 날아갔을 거라고분명 꿈을 이루었을 거라고 예상하는 마지막에선 제발 그랬길독자도 같이 기도하게 만든다목표든 꿈이든우린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날갯짓을 하다보면 언젠간 날 수 있을 거라는 꿈을 믿어줄 이가 몇 명이나 될까그보다 남자 둘이 화장실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면 게이일거라고 확신하는 사람의 숫자가 더 많을 것이다우리는 자신의 사고 테두리 안에서 세상을 보고 믿는다꿈과 믿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나 실은 우리의 편협한 사고방식에 대한 것이었다.

 

<여섯 번째 손가락>과 <페이머스 양>은 남들이 못 본 것과 못 들은 것에 대한 이야기다. <여섯 번째 손가락>은 손가락이 여섯 개인 2학년 오지수가 1학년 체육시간에 들어와 같이 농구를 한다주인공은 오지수의 손가락이 여섯 개이니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경기가 끝난 후 주인공은 분명 보았던 오지수의 여섯 번째 손가락을 다른 아이들은 아무도 못 봤다는 사실경기는 졌지만 모두 즐겁게 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왜 그 손가락이 자신에게만 보였을까결과에 상관없이 즐기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페이머스 양>에서는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 공중화장실에서 혼자 출산한 뒤 아이를 방치한 사건이 발생한다사건의 당사자 B양은 상담 중에 양의 소리가 들려서 화장실로 갔다고 진술한다상담자 박소장은 B양이 출산 후 아기 울음소리가 듣기 싫어서 살해한 것으로 사건을 정리하려고 유도한다그러나 B양은 계속 양 울음소리가 들렸다고 한다부검 결과 아기는 출산 과정에서 사망했고, B양이 직접 죽음에 관여한 바는 없다고 나왔다박소장은 결과지를 보고 B가 죄책감 때문에 계속 양의 울음소리를 듣는다고 짐작한다.

 

이 소설에서는 잊을 만하면 뉴스에 등장하는 10대의 출산과 인터넷 댓글 문제를 같이 다룬다짧은 분량 안에 두 가지를 다루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작가는 청소년들이 직접 겪고 고민하는 문제와 사회 문제를 자연스레 연결했다이 소설에서도 사건은 영아출산 및 유기 사건인데 기사의 댓글에서 B양이라는 호칭으로 설왕설래하다가 양들의 침묵이라는 영화 얘기로 넘어간다급기야 B양의 신상을 털자고 하다가 양이 뭔지 찾아야 한다며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이 댓글 장면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각 소설들의 마무리는 명쾌하지 않다그렇기에 독후 활동을 다양하게 해 볼 수 있다.청소년 독자들이 작가가 되어 결말을 바꾼다든지 뒷이야기를 상상해 보자각기 독립된 소설이지만 연작 시리즈가 되도록 등장인물들을 연결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활동이 될 수 있다또 작가가 왜 이렇게 결말을 썼을지 그 이유를 생각해보고 토론거리를 찾아 토론해보는 것도 좋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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