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여러분에게 소개해 드릴 책은 매일 경제 신문사에서 출간된 <우리 역사 속 전염병>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와 백성의 삶을 뒤흔들었던 전염병에 대한 역사적 발자취를 소개해 주고 있다. 책의 저자 신병주 교수는 코로나19의 유행을 계기로 역사를 전공한 학자로서 우리 역사 속에 나타난 전염병에 대해서 살펴보는 계기를 가졌고 그 과정에서 연대기 자료만이 아니라, 개인의 일기나 문집 등에 조선시대 전염병에 대한 기록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전염병은 어느 날 갑자가 우리 곁으로 슬그머니 찾아온 것이 아니라, 우리 역사를 발견할 수 있듯이 전염병은 끊임없이 찾아왔었다.
당시 우리 선조들이 전염병을 극복해 나가는 방법, 의학적인 방법의 동원, 의료인 양성, 전염병 발생지역에 대한 국가적 지원 등 현재의 모습과 너무나 유사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 선조들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만큼 열악한 환경에서도 전염병을 극복한 발자취를 따라간다면 현재 코로나19 가운데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너무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 판단되어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의학이 상당히 발달한 시대도 쉽게 제어할 수 없는 전염병의 대유행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이 열악한 환경이었던 과거에는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을 것이다. 전염병에 대한 기록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기원전 15년 백제 온조왕 4년의 일이다. 삼국사기를 보면 당시 전염병이 들끓었던 시대상을 짧게 기록해 놓았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역병이나 역질에 관한 기록을 찾아보면 무려 2,000여 건 이상의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당시 백성들이 전염병을 전쟁보다 더 무서워했던 사실을 현종실록 속에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렇다면 전염병을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조선시대에도 역병이 유행하면 도성밖에 설치된 활인서로 보내 격리조치를 취했다. 이곳에서 약으로 치료하고 음식물을 공급하여 죽음에 이르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귀신을 겁주어서 쫓아내는 방법도 동원하였다. 역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여제가 상시적으로 또는 임시적으로 진행되었다. 굿을 하고 제사를 지내도 역병의 유행을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었다. 결국 의학적인 치료를 통해서 해결해야 했다.
조선의 3대 의료기간은 내의원, 전의감, 혜민서로 신분에 따라 갈 수 있는 곳이 달랐다. 내의원은 왕실의 의료기관으로 궁궐 안에 위치해 있었다. 전의감은 관리들의 진료를 담당했다. 뒤를 다룰 혜민서는 백성들의 의료를 담당하였다. 이곳은 고려시대에 처음 설치한 혜민국을 계승한 것으로 세조 때 제생원이 합속되면서 기구가 확대되었다.
그런데 조선왕조실록과 양아록에 전염병에 대한 기록들이 담겨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의학과 의료기관이 지금처럼 발달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선조들에게 전염병은 전쟁보다 더 무서운 위험이었을 것으로 짐작해 본다. 당시 의녀들의 활약이 대단했던 것 같다. 우리가 드라마를 통해서 익히 알고 있는 대장금도 의녀였다고 한다. 허준은 광해군의 배려 속에서 동의보감을 저술하였던 종두법을 보급한 지석영과 정약용에 대해서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이제 당시 전염병들은 어떤 것이 있었으면 그들은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대해서 살펴보면 조선 초기 천연두가 있었으며 후기에는 전염병으로 홍역이 있었다. 19세기에는 콜레라가 있었다. 이 외에도 문종 당시 악병, 질병, 학질 등이 있었으며 15세기와 16세기 온역이 대표적인 전염병이었다. 당시 종기가 흔한 질병이었다. 지금은 우리가 예방접종과 약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병들도 있지만 지금과 같이 의학과 의료기관과 의료기기들이 발전하지 않았던 당시 하나같이 무서운 병들이었다. 저자는 역사학자로서 우리 역사 속에 남아 있는 전염병들에 대해서 자세하게 소개해 주는 것도 놀라웠다. 이 과정을 보면서 더욱 놀라웠던 것은 우리 역사 속에서 있었던 전염병들에 대한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역사적 기록으로 남아있는 사실이 놀라웠다.
우리의 삶에 찾아온 고통은 우리로 하여금 고통스럽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가 고통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고통은 단순히 아픔과 상처만 남겨주는 것이 아니라, 의학적 발전에 도약적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전염병의 유행은 사람을 치료하고 살리는데 필요한 의학적 발전의 계기가 되었다. 예를 들면 허준의 동의보감은 임진왜란으로 발생하게 된 기아와 역병으로부터 백성을 지키라는 왕의 명을 받아 편찬하게 된 책이다. 정약용은 18세기 후반 조선시대를 휩쓴 홍역의 발병과 백성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 홍역에 대해서 연구하기 시작했다. 홍역은 어떤 질병보다 전염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책의 필요성이 중요했다. 그리하여 정약용에 의해서 만들어진 책이 바로 마과회통이다. 이 책 가운데 우두법을 다룬 신증종두기법상실은 종두법에 대한 내용을 소개한 것으로 근대 의학자 지석영이 종두법을 체계화하는 과정에도 일정한 영향을 주었다. 물론 정약용이 홍역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된 계기는 자녀들의 죽음이라는 개인적인 사정도 한 몫으로 작용했다. 조선후기 정약용이 단초를 놓은 종두법 연구는 근대를 대표하는 의학자 지석영에게로 이어졌다. 지석영은 의학뿐만 아니라, 한글 보급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콜레라가 유행하던 시기에 정약용은 목민심서를 통해서 당시 상황과 대처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 담아 놓았다.
이 책을 읽으며 몇 가지 사실들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되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었던 허준의 스승 유의태는 가상의 인물이었다는 사실이다. 허준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보니 후대 사람이 여러 가지 정황들을 모아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우리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대장금은 본래 수랏간 나인이었다가 어의녀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의녀였다는 사실이다.
지난 2년 동안 전세계는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에 대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어려움을 겪으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물론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현재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 지에 대해서 처음보다 순조롭게 대처하며 이전의 삶을 회복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정확한 때는 언제인지 아무도 모르지만 과거 전염병에 대처한 우리 선조들의 발자취를 통해서 현재뿐만 아니라, 앞으로 또 다시 찾아온 바이러스에 대해서 당당하게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였으면 좋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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