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영화 다운로드해서 <행복 목욕탕>을 봤다.
이웃이신 파란하루키님 블러그에서 엿보고 기억했다가 봤는데, 평범한 우리네 이웃집 이야기 같지만
그 이웃집 사정은 평범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콩가루 집안인데다 가장은 무책임하며 철딱서니가 없는 듯...
영화의 시작이 범상치않았다.
수증기가 뿜뿜대고 희뿌연 연기가 퍼져나가야 될 목욕탕 문이 잠겼다.
사장이 사라져서 목욕탕이 비정기휴무에 들어갔다고.
가장이 없는 집, 남은 가족의 삶은 허공이다.
그 와중에 딸 아즈미는 학교에서 왕따였다. 아침은 지옥이다. 학교에 가기 싫지만,
엄마 후타바는 기어이 깨워 학교에 보낸다. 아이를 보면 안쓰럽고 엄마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지만
엄마 후타바가 아즈미에게 왜 그랬는지 알게 되었을 땐 뭉클했다.
지금, 물러서서 학교에 가지 않으면 영영 못 간다고.......
당장 마음은 아프지만 어떻게해서든 여린 아이 강하게 키워내려는 어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하루 하루가 피곤한 삶의 연속이다. 그리고, 후타바가 많이 아프다. 췌장암 말기(4기).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는데 덜컥 병에 걸려 시한부 삶이 되다니.... 딸 아즈미가 걱정된다.
진단 받은 날, 목욕탕 안에서 홀로 늦은 밤까지 앉아 흐느껴우는 후타바의 모습에 마음이 넘 아팠다.
얼마남지 않은 삶, 후타바는 사라진 남편을 찾는다. 탐정을 고용해 의외로 쉽게 찾은 남편.
찾은 남편의 삶은 더 기구했다. 바람 피워 낳은 딸인 아유코와 사는데, 아유코의 엄마는 집 나갔다.
남편 가즈히로와 아유코가 행복 목욕탕에 들어와 함께 살게 되었다.
1년동안 후타바와 아즈미 모녀만 살았던 집에 간만에 식구가 늘어 북적북적해졌다.
그리고 그들은 함께 다같이 모인 기념으로 저녁 메뉴로 샤브샤브를 먹는다.
1년동안의 시간이 아무렇지도 않은 채... 그저 잠깐 여행갔다 온 사람들처럼 어느 누구에게도 묻지 않는다.
4월 25일만 되면 항상 긴다리게를 삶아 먹는 날처럼.
아빠 가즈히로의 귀환과 더불어 행복 목욕탕 문이 열렸다.
아즈미가 학교에서 교복이 없어져 체육복 차림으로 돌아온 다음 날 아침, 다시 엄마와의 한바탕 싸움이 시작되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아이라 고백하는 아즈미의 마음에서 요즘 아이들의 외로움과 관계로부터 오는 힘겨움과 공부로부터의 압박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어디에도 하소연할 수 없는 그들은 지금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아즈미에게 엄마는 위로이자, 힘이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말이 아즈미에게 딱이란 생각이 들었다. 결국 아즈미는 학교를 계속 갔고,
홀로 아픔과 힘겨움을 감당하며 교복을 찾아, 입고 엄마에게로 왔다. 아즈미가 걱정되어 계속 밖에서 기다리는 엄마를 보면서 아유코도 자기 엄마 생각이 간절했을터 아빠와 살던 집으로 가서 돌아오겠다는 엄마를 기다리지만 엄마는 오지 않았다. 엄마 대신 아유코를 걱정하고 찾은 것은 후타바와 언니 아즈미였다.
행복목욕탕에서 함께 살았으면 좋겠고, 오지않는 엄마를 조금만 생각해도 괜찮느냐고 묻는 아유코를 향해
따뜻하게 안아주는 후타바의 애정어린 시선과 진심이 느껴졌다.
이집트를 가고 싶다는 엄마, 후타바. 그리고 이집트를 보내주겠다고 또 지키지못할 약속을 하는 가즈히로.
대신 두 딸(아즈미&아유코)과 후타바가 함께 하는 여행길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모녀의 여행.
얼마남지 않은 시간 속에서 후타바는 아즈미에게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회자정리인가???
해마다 4월 25일에 맛보게 되는 긴다리게는 사실 아즈미의 친엄마가 보내준 게였다.
자신의 아이도 아닌 아이를 15년동안 키웠다. 그리고 이제 아이와 친엄마의 끈을 다시 이어준다.
아이가 엄마의 부재를 느끼지 않도록. 후타바의 어린시절이 아즈미, 아유코와 같으니깐.
자신에게 허락되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엄마의 생존 소식을 알았던 후타바.
엄마를 만날 수 있을거란 기대를 안고 엄마가 사는 곳에 갔지만..... 엄마는 후타바의 존재를 부정했다.
그런 아이 모른다고........ 상실감과 함께 얼마나 분할까? 생때같은 자식을 모른다니....
이런 상실감 때문에서라도 후타바는 남겨진 두 딸, 가슴으로 낳은 딸들에게 가족을 만들어주고 싶은거다.
통증완화센타에 입원하게 된 후타바.
아즈미와 아유코는 매일 엄마에게로 온다. 후타바는 더이상 외롭지않다. 딸들이 있어서.
그럼에도 계속 악화되기 시작하는 몸. 이집트에 갈 수 있을까?
마지막 남편 가즈히로의 선물이 기막히다. 늦게나마 철 들은 듯 싶다.
직접 깍아 만든 피라미드 조각과 후타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벤트.
인간 피라미드와 귀여운 아유코 스핑크스.
후지산이 떡하니 펼쳐보이고, 후타바를 행복하게 만든 행복목욕탕 안에서 그녀의 장례식.
그녀가 사랑했던 사람들과 그녀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모여 그녀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후타바의 가슴 따스한 사랑이 없었다면 가족이란 이름으로 모일 수 있었을까?
후타바에게 가족이란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상처가 많은 사람들은 그 서로를 알아보는 법, 그래서 더 보듬어안을 수 있음을 알게된다.
콩가루 집안이면 어때? 함께 어우러져 더 많이 서로 사랑함으로 부족했던 부분 채워 더 잘 살면 되지^^
남의 차 타고 목적없이 여행했던 길 위의 여행자, 타쿠미가 후타바를 만나 삶의 의미와 삶의 목적을 깨닫고
이제 여행자가 아닌 정착민으로 후타바네 가족에 합류된 것 처럼^^
<행복 목욕탕>으로 괜시리 가고 싶다. 때를 미는게 아닌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후타바를 만나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