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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원식당 | 기본 카테고리 2020-03-2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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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원식당

미원X이밥차 저
그리고책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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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꼬집만으로 죽은 요리도 마법처럼 맛을 살려낸다는 마법의 가루 미원. 처음 미원이 만들어졌던 무렵에는 각 가정의 찬장에 늘 있는 소금, 설탕과 같은 대표양념으로 사랑받는 조미료였다고 한다. 아주 적은 양만으로도 감칠맛을 살려주기 때문에 어떤 음식에도 미원은 투입되었고, 엄마의 손맛은 미원맛이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인공조미료가 건강에 나쁘다는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미원을 쓰는 것은 나쁜 것이고, 미원을 쓰는 식당은 나쁜 식당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되어 버렸다. 갑자기 불어닥친 웰빙 열풍에 MSG는 더욱 부정적인 이미지가 쌓여버렸다. 하지만 이미 FDA에서 MSG가 건강에 무해하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인식은 그리 좋지만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웃기게도 어지간한 식당에서는 전부 미원을 사용하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인데 밖에서는 맛있게 잘 먹으면서 집에서만 건강을 따지면서 MSG를 혐오한다. MSG는 건강에 무해한 것으로 다 허가받고 판매하는 식품첨가제다. 그러니 오바하지 말고 맛있게 먹자.


옛날에는 미원이나 다시마 같은 조미료를 많이 사용했고, 확실히 미원은 감칠맛을 확 끌어올려주었다. 적은 양으로도 맛을 살려주고, 재료가 부실해서 맛이 밋밋하거나, 간을 잘 맞추지 못해도 맛을 잡아주기 때문에 미원은 요리가 서툰 사람에겐 더욱 고마운 조미료다. 미원식당은 미원을 이용해서 만든 다양한 음식들을 소개한다. 혼밥식탁, 혼술상, 분식, 다이어트 식사, 디저트. 목차에도 나오듯이 혼자 밥을 차려 먹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음식들이 많다. 혼밥을 하는 사람들은 뭔가를 거창하게 만들거나 많은 양을 만들기가 어렵다. 특히 국 같은 것은 재료를 많이 넣고 대량으로 끓여야 재료의 맛이 우러나서 깊은 맛이 나는데 혼밥으로 먹을 정도의 소량을 만들다보면 깊은 맛을 내는 것도 쉽지 않다. 이때가 바로 미원이 등판할 때다. 미원 100g이 내는 감칠맛은 닭 100마리나 소 한마리를 우려낸 효과를 낸다고 하니 요리가 서툰 혼밥을 하는 사람에게는 빛과 소금과 같은 존재 같다.


요리가 서툰 사람을 타켓으로 해서 그런지 책의 가장 처음은 밥숟가락으로 계량하는 법이 나온다. 가루 분량 재기, 다진 재료 분량 재기, 장류 분량 재기, 액체 분량 재기의 표준 레시피를 알려준다. 요리를 많이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계량도 잘 몰라서 한숟가랑이 어느 정도의 한숟가락인지 헷갈려서 난감한데 이렇게 딱 정해주니 이후 나오는 레시피는 모두 이렇게 통일해서 사용하면 되니 편하고 좋다.

 

책은 [재료준비, 소스 및 드레싱, 양념 및 밑간, 만드는 법, 조리 TIP]의 루틴으로 구성되어 있고, 전체 레시피는 한페이지를 넘지 않는다. 어렵고 복잡한 음식은 없다는 뜻이다. 완성사진과 레시피 한장이 전부다. 역시 쉽고 간단한 것이 제일이다. 간단히 만들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감칠맛 넘치는 음식들. 계량컵이나 계량스푼도 필요 없고 책의 첫머리에서 알려준 대로 밥숟가락으로 계량해서 뚝딱 만들면 되는 간편 레시피가 총 60종이 소개되어 있다.


보통 미원이라고 하면 국물맛을 내는데 사용한다고 생각해서 국이나 찌개 만들 때 사용한다고만 생각했었다. 예전엔 나물을 무칠때도 미원을 넣었던 것을 본 적이 있지만 주로 국이나 찌개 같은 국물요리의 육수를 만들 때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의외로 온갖 형태의 음식에 다 활용을 할 수 있었다. 국물요리는 물론이고, 달걀말이, 파스타, 비빔밥, 김밥 그리고 샐러드와 빙수, 파르페, 게다가 각종소스에도 미원을 첨가하는 건 정말 의외였다. 샐러드는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고 날로 먹는다는 선입견이 있어서 샐러드에 미원을 넣는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생각해보면 안될 것도 없는 것이다.


미원은 한식과 중식, 분식, 양식, 다이어트식, 디저트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될 수 있어서 요리의 국적과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맛을 내는 것을 도와준다. 그리고 라면땅이나 분홍소세지칩 같은 옛날 생각이 나는 레트로한 요리부터 멘보샤 같은 최근 유행하는 뉴트로 요리까지 다양하게 소화할 수 있어서 젊은 세대의 입맛도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맛있는 것에는 나이가 없으니까 말이다. 물론 책에 나오듯이 8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레트로한 그릇, 컵, 도시락을 굳이 사서 뉴트로 감성에 맞게 음식을 담아 먹지는 않겠지만 요리가 서툴러서 밥을 잘 챙겨먹지 않던 사람이 미원의 마법으로 맛을 낸 다양한 요리에 도전해서 맛있게 혼밥을 할 수 있다면 미원 한꼬집은 식탁을 풍성해게 해주는 마법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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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덤, 어떻게 자유로 번역되었는가 | 기본 카테고리 2020-03-25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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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프리덤, 어떻게 자유로 번역되었는가

야나부 아키라 저/김옥희 역
AK(에이케이 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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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문명의 학문과 사상이 한자문화권의 동양(여기서는 일본)으로 넘어오면서 그 사상의 의미를 담아내는 말이 어떤식으로 번역이 되었는지에 대해선 그다지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프리덤'은 당연히 '자유'라는 사전적인 의미로 등치되어 번역이 되었을 것이라고만 생각을 했을 뿐 특별히 다르게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서양의 사상이 일본으로 유입된 에도시대(1603~1867)와 메이지 시대(1868~1912)에선 그 유입된 서양의 단어들은 사실상 신조어에 가까운 것도 있었고, 기존에 사용되던 단어가 번역어로서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번역어가 가지는 한계 때문에 의미가 불분명하고 모순이 생기기도 해서 사람들이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게 된다고 한다. 특히 후자의 경우 기존에 사용되던 단어에 새로운 사상의 의미가 더해지게 되면 기존에 단어가 가졌던 의미와 혼용되기 때문에 서로 모순을 가지게 되기도 해서 더욱 문제가 된다.


19세기 중반에 일본은 서구의 사상, 제도, 지식 체계 등을 모방하고 흡수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 과정에서 생소한 개념과 전문용어를 어떻게 번역하여 보급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한다. 단순한 번역의 문제가 아니라 그 당시에는 그 개념이나 현상 자체가 일본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롭게 개념어로 만들어야 했고, 번역을 위해 한자를 이용해 새로 용어를 만들거나, 기존의 일본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형태로 개념어를 만들었다. 어떤 경우건 번역어가 원어의 의미를 고스란히 담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번역과정에서 서구의 개념들이 일본적으로 변질되거나 가공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러한 번역어의 문제는 한국으로 오면 더욱 심해진다. 한국은 일제강점기와 근대화시기를 거치면서 서양의 사상이나 철학, 문화들이 모두 일본을 거쳐서 한국으로 유입되었기 때문에 일본의 번역어를 다시 번역해야 하는 2중번역의 과정을 피할 수가 없었고, 그로 인해 처음의 의미는 더욱 희석되고, 일본식 정서를 지닌 번역에 함몰되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개념어는 일본인이 정서에 맞게 만들어진 것이므로 같은 한자권이긴 하지만 정서가 다른 한국에선 그 의미가 완벽하게 다가오지 않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회, 개인, 근대, 미, 연애, 존재, 자연, 권리, 자유, 그/그녀 총 열가지 개념어를 설명하고 있으며 각 단어가 가진 오류나 오역, 모순에 대해 설명한다. '사회, 개인, 근대, 미, 연애, 존재' 는 신조어이고, '자연, 권리, 자유, 그/그녀'는 일본에서 일상어로 쓰이던 말에 번역어로서의 새로운 의미가 추가된 것이다.

당시에 만들어진 학문과 사상의 기본 용어의 신조어들은 한자어 두글자로 된 번역어가 많다. 새로 들어온 단어에 일본인들에게 친숙한 단어를 대응해서 의미가 어긋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그럼으로 해서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말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신조어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보니 원어의 의미와 통용되는 기존에 일본에서 써오던 단어들도 함께 배포가 되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라지게 되고 결국 신조어만 남게 된다고 한다.


society도 이에 해당되는데 society에 대응하는 사회(社會)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당시에는 society에 해당하는 말이 일본에는 없었다. 당시 가장 널리 쓰인 영일사전에 society는 동료, 조합, 동참자, 교제, 일치, 동아리라고 나오는데 당시에는 society를 좁은 범위의 인간관계라고만 해석했으므로 지금의 넓은 의미의 인간관계를 나타내는 사회라는 의미와는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사회뿐만 아니라 세간, 교재 와 같은 원어의 의미와 일부 통용되는 단어가 함께 유토되었지만 society의 원 뜻을 담을 수 없어서 그 의미로는 사용되지 않게 되었다.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미(美)도 일어에는 없던 추상적인 관념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아름다움이란 말이 너무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어서 아름다움, 미(美)라는 관념이 없었다는 것이 이해가 쉽게 되지 않지만, 당시엔 아름다운 꽃이란 개념은 있어도 꽃의 아름다움이란 관념은 없었다고 한다. 꽃의 아름다움이란 개념 역시 서양에서 넘어왔다고 하는데 그 전에는 미에 대한 추상적인 의미와 개념만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유녀, 호색, 미남처럼 부정적인 의미의 개념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새롭게 추상적이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번역어가 탄생된 것이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연애란 남녀가 서로 사랑하는 것인데 이 연애라는 것이 외국에서 온 개념이라는 것이다. 연애라는 말 이전에도 물론 남녀가 만나 사랑을 했고 그것을 연, 애, 정, 색과 같은 말로 표현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기존의 일본의 일상어들은 부정적이고 불결한 늬앙스를 가진다고 한다. 물건너온 love는 그런 불결한 느낌으로는 나타낼수 없기에 연애라는 새로운 번역어를 만들어 내었다는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러브'는 고상한 감정이고 '색', '정'은 비속함을 연상시킨다고 생각했다. 미(美)나 연(戀) 등의 감정을 과거에는 나쁘게 생각했다니 감정적으로 굉장히 닫힌 사회였던 것 같다.


권리로 해석되는 right는 권력으로서의 권(權)과 묘하게 뒤섞여버렸다. right는 옳은 올바른. 맞는, 정확한이란 의미로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관념으로, 실제 구체적인 운동이 아니라 정신적인 관념의 의미였으나 여기에 권력과 같은 힘의 이미지가 더해졌다. 오히려 서양에서는 right가 힘과 대립하는 뜻을 가진 말이었다고 한다. 인위적인 법과는 전혀 다른 질서에 속하는 법의 개념이었는데 일본으로 건너오며서 힘을 뜻하는 권력의 의미가 강해졌다.


서양의 철학과 사상, 문화가 일본으로 건너오면서 당시 사람들의 관점에 맞에 새로운 번역어로 바뀌게 되는데 그 과정을 살펴보면 그 번역어가 그렇게 만들어진 사회배경을 알 수 있다. 실증적인 자료들을 통해 그렇게 번역된 배경을 알아보고 그 번역어에 담긴 의미와 시대상을 파악하여 그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공된 일본 번역어을 통해 서양의 개념을 받아들인 한국인은 원어와 일본의 번역어의 흐름을 앎으로서 그것이 우리에게 어떻게 전해지고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그 변화의 과정을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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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은 처음이지 | 기본 카테고리 2020-03-2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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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양자역학은 처음이지?

곽영직 저
북멘토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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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이란 말은 굉장히 많이 들었지만 어떤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이쪽 학문은 너무 어렵고 복잡하고 전문적인 내용인지라 전공이 아닌 사람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그래서 양자역학이라는 말에 항상 궁금증과 호기심을 느끼긴 했지만 공부를 해보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공부라니 건방진 말처럼도 들린다. 공부라기보단 기본 상식 수준에서의 개요 정도만이라도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조차도 선듯 손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과학이 꼭 어려운 건 아니라고, 양자역학을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고 당당히 말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리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고 한들 과학은 어렵다. 양자역학은 더욱 어렵다.


책은 굉장히 천천히, 친절하게 쉽게 설명을 하려고 한다. 쉬워 보이는 삽화에, 알기 쉽게 비유를 하기도 하고, 수학적 설명은 빼버리고, 깔끔한 책의 구성까지 모든 면에서 쉽고 친절하게 설명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양자역학 자체가 쉬운 학문이 아니다. 기본 내용 자체가 어렵다보니 아무리 입문서나 개론이라고는 해도 어려운 내용이 많이 있다. 하지만 워낙에 어려운 걸 이정도로 설명하는 것도 실력이고 잘한다고 해야할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이해를 못하는 부분도 있음을 인정해야겠다. 설명하는 그 용어와 말 자체가 어려워서 내용은 고사하고 그 설명에 쓰여진 단어를 이해하는데도 버벅일 때가 있다. 그러니 오해하지 말자. 과학이 꼭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했지 쉽다고는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쉽게 설명을 해준다는 뜻이지 유아용 과학책처럼 술술 읽힌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천천히 글을 읽으며 따라가다보면 전혀 이해못할 수준은 아니고, 의외로 재미있게 양자역학을 이해할 수도 있다.


양자역학은 현미경으로도 보이지 않는 원자보다 훨씬 작은 미립자의 세계를 다루는 역학이다. 현미경을 사용해도 직접 볼 수 없는 작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기란 무척 어렵다. 저자는 양자역학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을 양자역학이 성립되는 과정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원자의 구조를 밝혀내려는 수많은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양자역학 법칙이 도입된 이유를 할 수 있고, 그것의 의미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책은 처음에 원자론이 등장할 때부터 양자역학이 나오게 된 배경, 양자역학의 과학적 문제제기와 이후 전개되는 과학 개념과 실험적 증명으로 양자역학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을 하고 마지막으로 우리 생활과 연결된 생활 속의 양자역학에 대해서 알아보는 식의 점층법으로 양자역학의 중심으로 조금씩 다가간다. 중간중간 쉬어가는 코너처럼 양자 세상 산책 코너가 들어가 있는데 우리 생활 속의 양자역학이나 과학자의 이야기, 양자역학과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 등을 소개하고 있다.


1800년대에 모든 물질은 원자라는 작은 알갱이고 이루어져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원자는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가장 작은 알갱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1900년대 초에 원자가 양성자, 중성자, 전자 같은 더 작은 알갱이들로 구성되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자 내부구조를 연구하며 원자의 내부도 일반적인 물리법칙인 뉴턴역학과 전자기학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을것으로 예상하였는데 원자내부는 일반적인 물리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뉴턴역학과 전자기학의 법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원자보다 작은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기존 물리 법칙과는 다른 새로운 물리법칙을 찾아낼 필요가 있었고,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새로운 역학이 양자역학이다.


책은 원자론의 등장부터 원자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는 과정과 원자와 관련된 새로운 사실들을 설명하기 위한 과학자들이 양자역학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따라가고 있다. 그중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슈뢰딩거의 고양이]실험이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은 굉장히 유명한데 그동안은 이 실험이 정확히 뭘 뜻하는지 알지 못했다. 지난 몇 년동안 이 슈뢰딩거의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인터넷 등을 찾아서 어떤 내용인지 알고자 했지만 그때마다 도저히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접어야 했었다. 그러던 것을 이 책을 통해 이제 속시원히 그것이 어떤 실험인지 드디어 알게 되었다. 10년 묵은 채증이 내려가는 것 같다. 첨엔 난 이것이 확률에 관한 실험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을 이해하기 위해선 측정과 상보성 원리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 그동안 내가 읽었던 글에선 그것과 관련된 내용이 없이 바로 이 실험을 설명했었고, 일반 물리학적 사고만으로 양자역학을 이해하려니 도무지 설명이 되지 않았던 것이었다.


일반 물리학에서는 물리량을 측정한다고 물리량이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양자역학에서는 측정하는 행동이 물리량에 간섭하여 물리량이 변한다고 한다. 측정을 통해 얻은 측정치는 고유의 물리량이 아니라 물체의 고유한 성질과 측정이라는 행동의 상호작용으로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다. 빛은 어떻게 측정하느냐에 따라 입자의 성질을 나타낼수도, 파동의 성질을 나타내기도 한다. 하지만 하나의 실험에서 파동의 성질과 입자의 성질이 동시에 나타나진 않는다. 이것을 상보성 원리라고 한다. 그럼 측정하지 않는 평소에는 어떤 상태로 존재하고 있을까. 양자역학에선 │빛의상태>=a│입자의 상태> + b│파동의 상태>라고 설명한다. 측정이 물리량에 간섭을 하기 때문에 어떻게 측정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그 전까진 두 상태가 중첩하여 존재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기본전제를 알아야 비로서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빼버리고 단순히 그 실험만을 얘기하면 어떻게 알아먹냐고.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은 아이러니 하게도 양자역학 발전에 크게 기여한 슈뢰딩거가 양자역학을 반대하며 내놓은 사고실험이다. 1935년 슈뢰딩거가 아인슈타인과 함께 발표한 이 사고실험은 이 자체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많은 과학자들이 많은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중 하나가 유명한 평행우주론이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에서 평행우주론까지 이어질줄은 몰랐다. 그리고 양자역학를 설명하는 또 한가지 예로 인간은 부처와 돼지의 본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고 하는 유명한 이야기도 상보성 원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하는데 고사성어를 양자역학으로 풀다니 무척 재미있다.


양자역학은 처음이다. 그래서 어렵다. 공대생이었지만 이런 쪽의 분야는 아니어서 양자역학은 여전히 생소하고 어렵다. 그런데 책으로 접한 양자역학은 의외로 흥미로운, 뭔가 철학적인 느낌도 나는 신비한 학문인 것 같다. 물론 이 책에서 접한 양자역학은 수박 겉 핥기도 안되는 수준이겠지만 적어도 양자역학이 어떤 학문인지 정도만이라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몰랐던 슈뢰딩거의 고양이도 알게 되어서 꽤나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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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사람과 역사를 기록하다 | 기본 카테고리 2020-03-24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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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얼굴, 사람과 역사를 기록하다

배한철 저
생각정거장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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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년의 시간을 견뎌온 그림과 유물들의 안에는 무수히 많은 역사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한 장의 초상화는 텍스트 위주의 역사를 풍성하게 해주는 중요한 유산이다. 복식과 문양 등 텍스트로는 알기 어려운 내용으로 그 시대의 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초상화를 통해 역사에 관한 새로운 사실도 알 수 있다. 초상화에는 당대의 경제, 정치, 사회, 문화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왕의 얼굴을 담은 초상화인 어진, 공신이나 문신을 그린 영정, 기생, 내시, 예술가 등 특별한 사연을 지닌 인물들의 초상화도 많다. 그 시대의 사람들이 모습을 담은 초상화 속에서 그 사람들의 삶과 함께 이면의 역사를 엿볼수도 있다.


조선은 초상화의 나라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무수한 초상화가 그려졌다고 한다. 살아 생전에 공신으로 봉해졌을 때 기념으로 제작되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 인물이 사망한 이후 추모용으로 그려졌다. 임금은 공신에게 농공행상의 하나로 왕의 초상화를 전문으로 그리는 어진화사가 그린 초상화를 하사했고, 벼슬과 토지, 노비를 받는 것보다 초상화를 받는 것이 더 명예로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조선시대의 초상화는 일호불사 편시타인, 즉 터럭 한올이라도 같지 않다면 곧 다른 사림이다는 화풍을 계승하여 극사실주의로 그려졌고, 후손은 조상의 영정을 실제 조상과 동일시하여 정성으로 모셨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전쟁을 거치면서도 초상화가 잘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실제 얼굴을 그대로 담은 얼굴을 보면 그것을 함부로 취급하진 못했을 것 같다.


조선시대의 초상화는 극사실주의를 지향했다. 그래서 털끝 하나까지 세세하게 그림에 담아내었다. 서양이나 혹은 일본의 초상화는 그 사람의 권위나 권세를 나타내기 위해 초현실주의로 풍채를 크게 하거나, 키를 키우거나, 단점을 지우거나, 아예 얼굴 자체를 다르게 그리기도 하는 것 같다. 어디선가 본 바에 의하면 일본 메이지 시대 일왕의 초상화는 서양인의 얼굴을 흉내내어 엄청난 뽀샵으로 수정을 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조선은 극사실주의로 주름 하나, 털 한올까지 실물과 똑같이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정조 치세에 10년간 재상의 자리에 있으면서 탕평책을 성공으로 이끌고, 문예부흥정책을 주도한 조선 후기의 최고의 재상인 채제공의 초상화는 사팔뜨기로 그려졌고, 이인좌의 난을 진압한 공로로 우의정에 발탁됐던 오명항과 추사체로 유명한 김정희 등은 얼굴에 천연두, 즉 곰보자국이 그려져 있다. 아무리 명재상이고, 명서예가라도 초상화 앞에선 가차없다. 권력보정 따윈 없이 사진을 찍듯 생긴대로 그대로 그려내었다.


그중 저자가 가장 손에 꼽는 그림은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이다. 윤두서의 자화상은 국보이기도 한데 강렬한 눈과 수염 한올한올이 섬세하게 그려졌다. 마치 영화 '관상'의 영화 포스터처럼 보일만큼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그려져있다. 특이한 것은 윤두서의 자화상은 얼굴만이 덩그라니 그려져 있는데 유교국 조선에서 신체의 일부를 떼어내 그림으로 그리는 것은 금기시 되었기 때문에 이 그림은 당쟁 속에서 형제와 친구를 잃고 암울한 조선의 현실에서 자신의 길을 가고자 했던 굳은 의지를 담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미완성작이라는 소수의견도 있었던 모양이지만 대체적으로는 강한 결기와 굳은 의지라는 해석으로 결론을 내렸던 것 같다. 그런데 적외선, X선 촬영 등으로 분석해보니 그림은 완성작이고 옷도 입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옷을 그린 부분은 퇴색되고 얼굴만 남은 것이라는 반전이 있었다. 그럼 옷은 퇴색됐는데 왜 얼굴은 그대로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쨌건 윤두서가 마이웨이를 다짐하며 굳은 의지를 그림에 그려넣었다는 해석은 한마디로 해석의 과잉이었던 것이다. 과연 꿈보다 해석이다.


책은 현전하는 초상화 외에 전해지지 않는 초상화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임금의 초상화는 셀 수 없이 많이 전해지지만 충무공 이순신, 다산 정약용 선생, 퇴계 이황, 민비를 비롯한 황후들의 초상화는 남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많이 봐오던 이순신 장군과 이황 선생, 정약용 선생의 초상화는 당시에 그려졌던 초상화가 아니다. 특히 우리가 알던 이순신 장군의 초상화가 상상화라니 충격이었다. 수많은 위인들 중 유일하게 성웅이란 칭호가 붙는 불멸의 영웅 이순신. 전쟁이 끝나고 1등 공신에 올랐으니 사후이긴 하지만 초상화가 제작되었을 개연성이 크다고 하는데, 현재는 영정이 남아있지는 않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시대에는 전국의 사당 몇곳에 오래된 초상화가 있었지만 전부 행방불명되었고, 일본에 의해 의도적으로 훼손됐다는 주장도 있단다. 실제 이순신 장군의 얼굴은 고손자인 이봉상의 외모와 사료에 나오는 장군에 대한 묘사를 통해 추측해볼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은 후덕하거나 풍만하지 못하고, 입술이 뒤집히고 얼굴에 살집이 많지 않다고 적혀있다니 우리가 많이 봐왔던 인자하고 덕이 있어 보이는 레귤러 초상화와는 거리가 있다고 하겠다.


반대로 우리가 아는 초상화와는 다르게 실제로는 더 후덕하고 풍만한 얼굴을 가진 위인이 있는데 바로 세종대왕이다. 고기반찬이 없으면 밥을 먹지 않았고, 운동을 꺼렸던 세종대왕은 당뇨와 관절질환, 어깨통증 등 성인병으로 보이는 온갖 질병을 달고 살았는데 사료에는 몸이 뚱뚱하고 무겁다, 몸이 장대하다는 등의 표현이 있는 것으로 보아 지금 우리가 아는 세종대왕의 이미지보다 훨씬 후덕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세종대왕의 초상화 역시 지금은 남아있지 않아서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올라운드 히어로 넘버 원투를 다투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얼굴을 모른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깝다.


책에는 외가 쪽의 조상인 이복원과 이천보의 초상화도 소개되고 있다. 조선시대 양대 문벌이었던 두 가문이 있는데, 이 두 가문을 일컬어 연리광김이라 불렀고, 이른바 공부의 신 집안인 것이다. 조선 시대 사대부들은 정승보더 더 영광스럽게 여겼던 벼슬이 대제학이라는 직책인데 글공부 좀 한다고 하는 사람이 대제학 자리에 오를 수 있었고, 이 두 집안은 대제학을 몇 번씩이나 했다고 한다. 그렇게 대제학을 몇번씩 할 정도의 공부의 신 가문인데 그 후손은 나는 왜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지, 외가쪽 후손이어서 그런건지 조상님 초상화를 보며 묻고 싶어졌다.


초상화는 단순히 옛날 사람들의 얼굴을 그린 그림이 아니라 그 이면에 역사와 시대상이 숨어 있는 귀한 사적 자료이다. 우리도 단순히 그림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얼굴에 담긴 역사적 배경과 의미, 화가에게 영향을 끼친 사건, 인물의 사생활 등의 작품 외적인 역사를 알아가다보면 초상화를 통해 역사를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가 있다. 그리고 관복의 복식이나 허리에 차는 벨트, 문양, 모자 등을 통해 그림이 언제 그려졌는지 시대와 그림 속의 인물의 관직 등도 파악할 수도 있고, 제작기법과 화풍을 통해서도 초상화가 만들어진 시기를 유추할 수 있다. 이렇듯 국보와 보물 초상화로 그림 자체에 대한 지식도 얻고, 그림 보는 법을 배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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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수의 시대 | 기본 카테고리 2020-03-22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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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펭수의 시대

김용섭 저
비즈니스북스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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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해는 펭수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펭수가 핫했습니다. 영국 BBC에서는 펭수 신드롬을 보도했고, 12월 31일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서 시민이 뽑은 타종 인사 11인 중 1위를 득표하여 타종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고, 2019 올해의 인물 선정에서 BTS를 제치고 1위에 올랐습니다. 책에 나오는 타임라인을 보면 작년 3월 21일에 유뷰브로 처음 데뷔를 했는데 1년도 되지 않은 신인으로서는 굉장한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BTS급 인기를 끌었다는데 전세계적으로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국내 한정으로는 그에 준할 정도로 굉장히 핫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2020년 1월 기준으로 펭수의 유튜브 검색량이 BTS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그 인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펭수의 인기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으로, 펭수가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 문화 현상이자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는 반증입니다. 펭수 신드롬의 원인과 배경을 분석하면 그 이면에 숨겨진 세대와 시대의 변화의 비밀도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펭수의 시작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지만 2030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여 지금은 2030 직통령이라 불리며 성인들의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직설적이고 당당한 태도와 '잔소리하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같은 돌직구 발언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 것 같습니다. 펭수가 데뷔를 했던 2019년은 밀레니얼 세대, Z세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았고, 직장 내 세대 갈등과 꼰대 논쟁이 거셌고, 기성세대와 새로운 세대 간의 차이, 갈등을 주목하던 때였습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펭수는 세대 갈등과 꼰대 논쟁을 건드리며 트랜드를 구축해 갔습니다


펭수의 세계관

현재 펭수는 연기자가 탈을 쓰고 연기하는 가상의 캐릭터가 아니라 하나의 사람, 하나의 살아있는 인격체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펭수가 인기 있는 것은 펭수의 외모나, 웃기고 재미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이 아니라 2030세대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때문입니다. 펭수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듯 사회와 기성세대에 거침없이 바른말을 하기 때문에 펭수에게 열광을 합니다. 관성에 눌리지 않고 행동하는 것이 펭수의 세계관인 것입니다. 인형 속 연기자가 혼자 만들어낸 성격이 아니라 제작진이 만들어낸 세계관인 셈입니다. 펭수는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실제 사람들과 어울리며 현실 세상의 구성원처럼 행동했습니다. 방송의 화면속에 가두지 않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받아들인 이전의 캐릭터에게선 보지 못한 독특한 세계관을 가집니다. 기존 캐릭터들과 달리 유튜브와 접목하면서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신개념의 개릭터인 것입니다


안티꼰대

펭수를 살아있는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10살이라는 나이 설정을 했습니다. 실존인물처럼 자리잡게 하기 위해 나이를 부여한 것입니다. 그동안의 캐릭터들은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며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특정 세계관 안에 묶여 있는 가상의 존재였기 때문에 현실의 규칙이나 통념을 따를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펭수는 가상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 세계로 나온 캐릭터가 되었기 때문에 우리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 것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펭수가 타켓으로 한 초등학생과 또래의 설정을 위해 10살이라는 나이를 설정한 것이지 살아있는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나이 설정을 한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 운좋게도 이것이 펭수를 모니터 속의 가상의 캐릭터가 아니라 현실에 살아있는 캐릭터처럼 만들어 주고 있는 것입니다.


펭수가 나이 많은 선배나 연장자, 사장에게 일침을 날리고, 사이다 발언을 하는 것에서 전복의 쾌감을 느끼게 되는 것도 10살이라고 나이가 설정되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한쪽에선 무례하다고 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시원하다고 말합니다. 2030세대가 펭수를 좋아하는 이유는 귀엽기 때문이 아니라 다앙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어리고, 지위가 낮다는 이유로 할말도 하지 못하고 참아야 했던 2030세대들이 자신들을 대신애 당당하게 말하는 펭수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입니다. 시원한 펭수의 발언들은 나이가 권력이고 서열인 사회에 대한 반발이자 저항이었습니다. 만약 펭수가 나이를 중요하지 않게 다루었거나 100살이라고 설정했다면 젊은 세대의 공감을 얻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펭수가 2030세대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안티 꼰대의 감성을 건드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대간 갈등은 언제나 있어온 문제지만 점점 신구세대의 갈등은 커져만 갔고 2018년부터는 꼰대 논란이 사회적으로 큰 화두가 되었습니다.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은 밀레니얼 세대를 대표하는 안티 꼰대의 상징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펭수가 꼰대 문제를 건드렸고, 2030세대들은 거기 응답을 한 것입니다. 펭수는 시대가 선택한 캐릭터였던 것입니다. 안티 꼰대 정신은 스쳐가는 유행이 아니라 트랜드가 되었으며 패러다임으로 진화하여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펭수가 있는 것입니다.


젠더 뉴트럴

펭수의 프로필을 보면 [성별 모르고 관심없음]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기존의 캐릭터들은 반드시 성별을 정해놓고 그에 맞는 색의 옷을 입고, 성정체성에 맞게 행동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펭수는 이렇게 성별을 모르는 것은 고사하고 관심도 가지지 않습니다. 이것 역시 2019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성인지 감수성, 성차별 근절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캐릭터 성격에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들어서는 기업의 마케팅에서도 과거에 비해 노골적인 성 상품화나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드러내지 않게 되었는데 아마 펭수를 기획하면서도 이런 사회적 트렌드를 반영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성역할의 고정관념을 거부한 것도 제작진이 기획단계에서부터 의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과 기성세대들이 보여준 성차별적 관행을 아이들이 물려바는 것만큼 비교육적인 것도 없습니다. 이건 교육방송의 캐릭터가 할 짓이 아닌 것이겠죠


느슨한 연대

물들어 왔을 때 노 젓는다고 펭수는 한창 인기 있을 때 쉬지 않고 활동합니다. 실제로 수많은 행사를 뛰고 있어서 워커홀릭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하지만 펭수에게도 원칙이 있습니다. 휴일에 연락하면 지옥갑니다' '이롣 쉬어 가면서 해야죠'라며 당당히 말을 합니다. 워라벨은 2030 세대들이 가장 원하는 삶의 방식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워라벨을 많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휴일이나 휴가 때에도 카톡으로 업무적인 대화를 해야만 합니다. 인터넷과 통신 기술의 발달로 초연결 사회가 되었고 원치 않는 연결로 묶여있어야 하는 부작용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사생활을 간섭하고, 상대의 상황이나 사정은 고려하지도 않고 업무지시를 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연결되지 않을 권리'입니다. 갑을 관계로 묶여있는 회사에서는 그런 권리를 주장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로 인해 많은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정신적 고통까지 느끼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펭수가 외치는 느슨한 연대의 목소리는 직장인들에게는 시원한 배출구가 되었습니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문화적으로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다면 선배와 꼰대들의 태도도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그런 문화적 확산에 법이나 제도보다 펭수의 한마디가 더 의미있게 작용하는 것입니다.


나이가 중요한게 아니고, 어른이고 어린이고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면 되는 거에요


여기까지만 말하면 펭수는 안티꼰대를 외치는 2030세대의 대변인으로만 보일 수 있겠지만, 오히려 펭수는 나이라는 벽에서 탈피한 캐릭터입니다. 펭수를 좋아하고 지지하는 사람 중 2030이 많은 이유는 그들이 이런 나이 서열화의 폐해를 가장 많이 겪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펭수의 말처럼 나이가 중요한게 아니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중요하고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나이에 구애받지 않게 될 것입니다. 어린이부터 중장년층까지 펭수를 좋아한다면 펭수와 동년배라는 뜻의 펭년배도 이런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나이나 수준이 서로 비슷한 또래나 나이가 같은 또래인 동년배로서가 아니라 펭수와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펭수를 좋아하고 지지한다면 모두가 펭수가 동년배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펭수의 진정한 가치는 펭수의 세계관에 숨겨진 트렌드와 시대정신을 읽어내었을 때 비로서 보일 것입니다. 펭수라는 캐릭터에 담겨 있는 비민주적인 꼰대 조직문화를 바꾸고, 차별과 혐오에 대항하는 시대목소리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코 펭년배가 되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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