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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잘 알고 있다는 착각 | 기본 카테고리 2021-12-3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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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중국을 잘 알고 있다는 착각

스위즈 저
애플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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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일본어를 배우는 것이 유행이었고 일본을 심층탐구하는 책도 많이 나왔었다. 길거리 상가에도 일본어로 된 안내문이 붙어있고, 실제로 일본인 관광객이 한국을 많이 찾았다. 그런데 지금 대세는 단연코 중국이다. 중국어를 배우는게 인기고, 누구나 중국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거리의 상가에는 중국어로 된 안내판이 붙어 있는 중국인 전용 가게도 많아졌다. 보통 일본은 멀고도 가까운 나라라고 말을 하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중국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는 인식이 있는데 보통 중국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싸구려의 대명사, 짝퉁의 천국, 지저분하고 질서를 지키지 않으며 어디서나 시끄러운 사람들, 꽌시 문화, 미세먼지 주범 같은 상당히 부정적인 것들이 많다. 아무래도 우리와 이웃해있는 일본과 중국은 둘 다 우리에게 피해만 주는 양아치 국가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보니 그들에 대한 평가 또한 상당히 박한 것도 사실이다. 아무렴 하나의 나라, 하나의 민족이 이렇게까지 일방적으로 부정적일지 의문이 들지 않을수 없는데 그렇다면 과연 실제 중국의 민낯은 어떤지 궁금해진다. 

 

[중국을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은 중국에서 대학원을 마친 후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싱가포르에서 10년 간 일을 한 경력의 중국인 인문학자가 중국인의 시각과 외부인의 시각으로 자신이 속한 중국 사회를 안밖에서 바라보며 자신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중국과 중국인의 이미지와 외부인들이 생각하는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관점 사이에 얼마나 공통점이 있고, 어떻게 다른지 분석하며 중국의 문화와 민족성을 해설한다. 여기서 형식적으로는 미국과 싱가포르에서 생활한 이력 때문에 외부인, 외국인의 시선으로 중국을 바라봤다고는 하지만 어쨌건 저자 자신인 중국인이므로 중국인들이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는 중화사상 같은 민족성이 기저에 깔려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글의 첫머리에 '중화민족은 지혜롭고 근면한 민족'이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중국인이 아니라 중화민족이라는 표현을 쓴 것부터가 저자의 중국인 특유의 중국중심적 사고를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그런데 의외로 중국인들이 감추고 싶을 단점이나 부끄러운 부분들이 상당히 객관적이고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어서 생각보다는 깊이있게 중국인과 중국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가뜩이나 체면을 중시여기고 허세가 많은 중국인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 정도의 자기비판은 굉장히 아픈 것으로 나름 객관적으로 분석하려는 의도가 보여서 좀 의외라고 생각된다. 책은 총 10장으로 중국인의 언어와 음식, 모방과 창조, 사고방식, 수학능력, 도덕과 양심, 실용성과 조악함, 이미지와 전통, 권력과 신분, 허세와 체면, 절제와 질서 같은 중국인만의 문화와 민족성을 잘 보여주는 테마들로 구성되어 있다. 앞서서 우리가 중국에 대해 가지는 여러 부정적인 이미지들을 열거했었는데 책에도 그러한 내용들이 나오며 왜 그런 부정적인 문화적 특성이나 사회성을 가지게 되었는지가 언급되고 있어서 중국과 중국인을 이해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된다.

 

중국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부정적 인식은 짝퉁, 가짜, 조잡한 물건이 판을 친다는 것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하면 세계적으로 짝퉁, 조잡함 같은 인식을 가지고 있다. 우선 저자의 변명으로는 중국인은 실용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니 미적인 부분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고 한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마음은 과학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데 그런게 없으니 과학기술 발전이 억제되었다는 것. 그리고 이런 사고방식에 더해서 정교함이 상당히 떨어지고 꼼꼼함이 부족한 습관이 있다고 한다.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아무거나'라는데 말그대로 인생 대충 사는 거다. 열심히 진지하게, 정교하게 정확하게라는 인식이 부족하다보니 대충대충 그럭저럭에 만족하며 살게 되고, 이런 모습은 뛰어난 품질을 갖춘 제품을 만들어내는데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결국 적은 노력으로 대충 빨리 고만고만한 제품들을 만들게 되고 그게 지금의 메이드 인 차이나의 이미지를 가져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돈으로 성공을 판단한다.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는데 이 말은 일본에도 있고 한국에도 속담이 있으니 돈이 만능인 건 동아시아 공히 공통인가보다. 어쨌건 중국은 돈이 전부인 사회이고 강력한 역할을 한다. 돈으로 안 되는 일은 없고 돈은 중국에서 가장 큰 힘이라고 한다. 돈이 없으면 일이 안 되고, 돈이 적으면 큰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중국인들에겐 강하게 인식되어 있다는데 그래서 결국 돈으로 성공을 판단하는 사회가 되버렸다. 반대로 돈이 없는 사람, 즉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정면 승부에서 경쟁자를 이길 수 없고, 그럴 때 도덕성으로 상대를 공격하게 된다. 우리도 정치인이나 유명인의 도덕성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중국은 그 정도가 더 심한 모양. 그래서 악담과 비방은 성공한 사람의 훈장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이니 얼마나 돈많은 사람에 대해 시기, 질투가 많은지 알 수 있다.

 

중국인들은 공정하고 긍정적인 경쟁을 통해 모두가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상향평준화가 아니라 자신보다 높은 상대를 끌어내리고, 비슷한 사람을 발로 밝고 올라가는 상대적 상승을 중시한다. 어쨌건 너보다 잘 살면 된다는 경쟁 전략인데 이런 나라는 발전이 없다. 병적으로 경쟁을 하며 어떻게든 상대를 밟고 올라가려고만 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나만 잘 살고, 내가 이길 수만 있다면 법이나 도덕 같은 건 그야말로 나 하나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무시해버리게 된다. 영토가 넓고 인구가 많아서 나 하나쯤이야 하는 사고가 자연스럽게 생겨났는데 작은 이익으로 차근차근 성실하게 돈을 벌려는 마음보다는 법이나 규범을 무시하며 큰 해악을 끼쳐서라도 큰 돈을 쉽게 벌려고 하는 성향이 더해져서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중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 중의 하나가 환경 문제인데 미세먼지와 오염된 강물은 이런 중국인들의 여러가지 의식들이 모여서 만든 재난이라는 것이다.

 

책은 10개의 챕터로 되어 있지만 그 내용들이 제각각이 아니라 챕터마다 주제는 달라로 기본적인 중국인의 인식과 성향, 사고방식들이 서로 공유되고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하나로 귀결되는 부분이 많다. 책을 통해 중국인의 문화와 민족성을 살펴보고 이해하고 나니 그동안 중국과 관련된 기사나 게시글을 보며 중국인들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고, 이상하게만 여겨졌던 문화와 중국 사회의 여러 현상들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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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철학] 5분 뚝딱 철학 : 생각의 역사 2 | 기본 카테고리 2021-12-2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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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5분 뚝딱 철학 2

김필영 저
스마트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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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조차 철학이 무엇이고 철학의 쓰임, 쓸모에 대해서 물어보면 쉽게 답을 하지 못한다. 우선 저자는 철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연 철학의 쓸모는 무엇일까? 보통은 철학은 우리의 삶에 유용하고,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서 커다란 지식과 혜안을 준다는 등 뜬구름 잡는 말만 하게 되는데 사실 현실적으로는 일상생활에서 철학적 지식이 없다고 해서 큰 어려움을 겪는 것도 아니고, 학문적이고 이론적인 철학인문지식이 그다지 많이 쓰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그걸 모르면 왠지모를 열등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 그러한 괜한 열등감 때문에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철학의 필요를 공동체과 개인의 개임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인간에게는 광장과 밀실 두 개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광장이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간이고 밀실은 혼자 사유하고 사색하는 공간이다. 우리는 보통 가족이나 학생으로서, 직장인이나 사회인으로 광장 속에서 살아가다가 광장에서 에너지를 소비하고 번아웃이 되면 개인만의 밀실에 들어가서 치유와 회복을 하게 되는데 이때 철학은 완벽한 밀실이 되어준다고 한다. 이 때 철학이 만드는 밀실은 단순히 치유와 회복을 시켜주는 역할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메타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대상이나 어떤 목적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데 그 대상이나 목적이 왜 중요한지는 생각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철학이라는 밀실은 그런 것들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점검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그러면 철학이란 무엇인가? 여기에 대한 답을 얻는 것은 쉽지가 않다. 애초에 철학자들은 이 질문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과 답을 내어놓았을 정도로 이 질문 자체가 심히 철학적이고, 철학이 무엇인가라는 것을 찾아가는 그 자체가 철학의 원론적인 주제라는 점에서 우리는 철학이 무엇인지를 간단명료하게 정의내리기보다 여러 철학자들의 관념을 따라 공부하는 것이 철학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철학을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까?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는 철학을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나의 새로운 개념은 느닷없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다른 철학적 개념들이 서로 접속하면서 만들어진다. 이전의 철학 개념을 이어받건, 그것을 부정하건 어떤 형태로건 이전의 철학의 개념에 기반하여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것.

 

즉, 어떤 한명의 뛰어난 철학자 가령 소크라테스건, 플라톤이건 그들의 철학적 사상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그들의 철학만을 공부해서는 되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철학사를 전부 따라가며 그 철학자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만이 진정으로 소크라테스가 말한 것의 의미, 플라톤이 주장한 개념의 찐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 그래서 이 책의 전작에서는 철학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어려운 철학을 조금 더 쉽게 받아들이기 위해서 철학사를 공부했었다. 철학자들이 가졌던 문제의식을 시대별, 분과별로 알아보면 철학이 뭔지 알 수 있고, 서양철학사라는 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릴 수가 있게 되는데 그래서 전작에서는 시대별, 분과별로 나누어 철학이론들을 하나씩 설명해 나가며 철학의 전체 흐름을 짚어봤다.

 

이번 [5분 뚝딱 철학 : 생각의 역사 2]에서는 전작에 이어서 서양철학자 전체 지도를 마무리한다. 철하을 진선미의 세 영역으로 구분하고, 이것을 다시 존재론, 인식론, 논리학, 과학과 수학, 언어와 구조, 윤리학, 종교철학, 정치철학, 심리학, 미학의 10개 분과로 분류하고, 다시 이것을 고대, 중세, 근대, 현대의 각 시대별 핵심 질문으로 정리하여 설명하고 있다. 예컨데 존재론은 고대, 중세, 근대, 현대 각 시대별로 어떻게 인식되어졌고, 어떤 질문을 통해 이것들을 탐구하였는지를 알아보는 식이다. 앞서서 철학의 사상과 개념을 이해하는 데는 철학사적 흐름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전작에서는 철학자의 문제의식과 개념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받으며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탐구했다면 여기서는 하나의 철학 개념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논하는 것이다.

 

철학이란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는데 이렇게 개념을 중심에 두고 연대기별로 철학사를 이해하는 것이 철학자, 사람을 중심으로 철학사를 살펴보는 것보다 훨씬 더 철학의 개념의 흐름과 변화를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서양철학사가 머리 속에 잘 정리되는 것 같다. 각 시대별로 중요하게 생각하던 철학적 가치는 무엇인지, 그에 대한 철학적 해답을 제시한 철학자들도 쭉 살펴볼 수 있어서 확실히 개념 잡기에 편리하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철학자들이 던져온 핵심 질문 30개와 그 답들의 변화를 알아보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특히 현대 파트에서는 지금 가장 핫한 질문들과 논쟁을 정리되어 있어서 이 내용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점검해보며 조금 더 쓸모있는 철학. 철학이란 자신의 생각을 점검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했는데 확실히 그런 점에서 현대 파트의 내용들은 유용하다.

 

각각의 내용은 3~4장을 넘지 않게 간략하고 쉽게 설명하고 있다. 간략하고 쉬운 설명이 이 책의 또 하나의 장점인데 책은 설명이 굉장히 쉽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예시를 들고 설명을 하고 있다. 철학이 어려운 이유는 역사가 오래되서 내용이 방대하고, 철학사의 흐름을 파악하기가 힘들고, 용어들이 생소하다는 등의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내용 자체가 어렵고 설명이 난해해서 내용을 들어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려운 내용을 우리들에게 익숙한 현대적 상황이나 아이템, 캐릭터를 가져와서 쉽게 풀어서 해석을 하고 있어서 개념을 잡기도 쉽고, 이해하기에도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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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까발린 영화감독 세르조 레오네 | 기본 카테고리 2021-12-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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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국을 까발린 영화감독 세르조 레오네

박홍규 저
틈새의시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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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지오 레오네는 총 6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저자는 무명인 3부작이라 칭했지만 통상적으로는 무법자 3부작 또는 달러 3부작이라 불리는 스파게티 웨스턴 시리즈와 ONCE UPON A TIME 3부작이 그것이다. 레오네 감독은 소위 스파게티 웨스턴이라 불린 하나의 장르를 구축했는데 스파게티 웨스턴은 정통 서부극의 장르 비틀기를 통해 미국의 아메리칸 드림을 비판하고 미국식 정의와 영웅주의를 까발린 일련의 서부극을 말한다. 세르지오 레오네가 만든 서부극은 겨우 5편뿐이고 그 중에서도 스파게티 웨스턴에 해당하는 작품은 3편에 불과하지만 장르적 특징을 만들었고, 워낙 이들 영화 자체의 작품성과 임팩트가 강하다보니 세르지오 레오네는 스페게티 웨스턴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레오네는 무숙자라는 서부 영화의 각본을 쓰고 제작까지 했는데 이로써 6연발의 리볼버가 꽉 차게되는 셈이다. 이후 유사한 소위 수정주의 웨스턴이 쏟아졌지만 레오네 감독의 영화만큼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는 없었기 때문에 세르지오 레오네의 이름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것이기도 하다.

 

세르지오 레오네의 무법자 시리즈를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앤리오 모리코네의 이름을 빼고서는 말할 수 없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무법자 3부작에 출연했고, 모리코네는 레오네 감독 6편의 영화음악을 모두 담당했는데 워낙에 영화적으로 궁합이 잘 맞다보니 흔히 이 세 사람을 3총사처럼 소개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스트우드는 레오네나 모리코네와는 결이 상당히 다르다. 일단 이스트우드 옹은 잘 알려진대로 대놓고 공화당을 지지하는 우파이고(지금은 진보 쪽으로 돌아선 희귀한 케이스다) 레오네와 모레코네는 좌파이다. 기본적으로 레오네 영화에서의 정의란 사회주의적 정의로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것이다. 이런 좌빨 영화에 공화당원인 이스트우드가 출연했다는 것도 재미있다. 좌빨이라는 말이 거슬리겠지만 레오네는 마르크스나 바쿠닌을 자주 인용하는 사회주의자 혹은 아나키스트라는 것을 생각하면 어쨌건 이스트우드와는 정반대 급부에 있는 사람인것만은 분명하다.

 

레오네 감독이 사회주의자이고 그의 정의가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것이라는 점이 스파게티 웨스턴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존 웨인(그리고 존 포드)으로 대변되는 기존의 정통 서부극은 전형적인 백인 우월주의, 미국 제일주의, 자본주의식 정의를 바탕에 깔고 있다. 애초에 존 웨인부터 골수 공화당원이고 그는 백인 지상주의를 믿고, 흑인이 노예였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 가치관을 가진 수꼴 존 웨인이 만든 서부극이라니 안 봐도 비디오 안 들어도 오디오다. 서부극은 역사가 짧은 미국에 있어서는 국가 탄생설화와 같은 것이다. 존 웨인식 영웅 서사는 하나같이 정의를 수호하는 백인 보안관이 야만으로 상징되는 악당인 인디언을 죽이는 백인을 미화하는 내용이었다. 이런 인종차별적인 영웅주의를 사회주의자인 레오네가 비틀고 비판하며 스파게티 웨스턴을 만든 것이다

 

무법자 3부작 중 제일 처음 나온 황야의 무법자에서 이스트우드는 이름이 없는 노바디로 나온다. 이 무명의 노바디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책에서는 그것이 황야의 무법자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오디세이에서 어떤 점을 따왔는지는 설명이 없이 그저 오디세이에 나온다고만 알려주고 있다. 여기서 노바디는 무감각하고 무관심, 나태함을 동반한 과소주의적 비쥬얼을 보인다. 이름 없는 남자는 실존적 이방인으로 사회 집단에 통합되기를 원치 않기 때문에 한 곳에 머물거나 공동체의 일원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영화의 내용도 마을의 두 세력 사이를 오고 가며 자신을 돈 몇 푼에 팔아넘기는 게임을 한다. 이는 사회적, 경제적, 이념적인 당파에 반대하는 개인적인 반항의 상징이라고 한다. 그리고 노바디는 기독교적 이미지 안에 있어서 영화 곳곳에서 종교적으로 해석될만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사실 이 영화와 관련해서 영화 평도 많이 봐왔는데 노바디를 종교적으로 해석한 것은 처음이라 신선하다.

 

속편인 석양의 무법자는 무법자 3부작 중 상대적으로 평이 나쁜데 반대로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좋은놈, 나쁜놈, 추한놈일 것이다. 이 영화 놈놈놈에선 곳곳에 전쟁과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세 명이 찾고 있는 보물은 애초에 남군의 군자금이고, 보물을 찾기 위해 전쟁 속으로 뛰어들기도 하고, 그 속에서 의미없이 죽어가는 군사들 대신 다리를 폭파하는 임무를 맡기도 한다. 세 명의 쫓고 쫓기는 관계는 군대의 의도치 않은 개입이나 전쟁에 의해 계속 상황이 바뀐다. 이들은 남북전쟁의 전장을 종횡무진 휘젓고 다니지만 정작 이들에게 전쟁은 배경이 되어줄 뿐이고 세 사람에게는 완전히 남의 전쟁이다. 이들은 전쟁터를 누비면서도 전쟁에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그들 뒤로 의미 없이 싸우며 죽어가는 병사들을 보여주며 병사들은 무엇을 위해 싸우고 죽어가는지를 묻는다.

 

레오네는 놈놈놈으로 달러 3부작을 마무리하고 뒤이어 옛날 옛적 3부작 시리즈를 시작한다. 옛날 옛적 시리즈에서 레오네는 폭력을 은유로 사용하여 정치와 비즈니스 세계 및 폭력 자체를 묘사한다. 그리고 그것을 우화처럼 만들어버렸다. 제목이 옛날 옛적인 것에서도 우화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옛날 옛적 시리즈 중 첫 번째 옛날 옛적 서부는 자본주의에 의해 저물어가는 서부를 그린다. 이 영화의 배경은 변경지대에 대륙 간 횡단철도가 놓이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데 보통 서부영화에서 철도는 신생 국가 미국의 상징이자 이민자와 남북군의 갈등을 봉합하는 숭고한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철도가 자본가들이 탄생하고 무법자로 대변되는 서부 시대가 끝날 것임을 암시한다. 기존의 철도의 이미지와는 정 반대로 쓰이는 것이다.

 

옛날 옛적의 두 번째 영화 옛날 옛적 혁명은 레오네 영화 중 가장 덜 알려졌거나 인기가 적은 작품이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이 영화가 그다지 많이 언급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아마도 이스트우드나 찰스 브론슨, 헨리 폰다 같은 인기 배우가 나오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고, 영화의 배경 자체가 멕시코 혁명이라는 우리에겐 생소한 외국의 역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인 탓도 있을 것이다. 영화의 두 주인공 중 한 명은 무지한 원주민 무법자로 이는 앞선 영화들과 통한다. 또 한 명은 아일랜드 혁명가인데 이 사람을 통해 아일랜드 혁명과 멕시코 혁명을 연결한다. 즉,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멕시코 혁명 뿐만 아니라 아일랜드 혁명까지 알아야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 영화를 봤을 때 이런 역사적 사실을 모른채 봐서 영화의 내용이나 레오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스파게티 웨스턴이라고 하면 그저 반영웅주의, 악당 같은 안티 히어로, 도덕적 정의가 아닌 돈의 정의에 따라 움직이는 쾌남. 이런 이미지들만이 떠오르고 액션장면이 간지나는 그런 영화로만 기억되는데 레오네의 영화에는 훨씬 깊은 함의가 숨어 있었다. 미국식 서부 개척사를 부정하고 백인 우월주의와 영웅주의를 전복한 영화라는 정도는 많이들 알고 있겠지만 책 속에서는 신화적 해석 같은 좀 더 깊이 있고 색다른 분석이 담겨 있어서 레오네 감독과 그의 영화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참고가 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레오네 감독의 영화를 다시 한번 본다면 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많은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 같다. 레오네 감독을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고전 영화 팬에게 추천할만한 레오네 평전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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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샤 스튜어트의 케이크 퍼펙션 | 기본 카테고리 2021-12-26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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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Cake Perfection : 마샤 스튜어트의 케이크 퍼펙션

마사 스튜어트 저 / 최경은 역
티나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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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시즌이다.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홈파티 같은 것을 하지 않더라도 괜히 케이크를 사게 된다. 또 연초에는 가족 생일이 많아서 매년 이 무렵이면 케이크를 많이 사게 된다. 꼭 생일이 아니어도 달달한 케이크를 좋아해서 자주 먹는 편인데 사실 그렇게 먹으니 케이크 가격도 무시를 못 한다. 가끔은 요즘 유행하는 홈베이킹으로 집에서 케이크를 만들어서 먹거나 생일 때 수제 케이크를 만들어서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사실 홈베이킹이라는 것이 말처럼 간단한 것이 아닌데다가 특히 케이크는 더욱 손도 많이 가고, 예쁘게 만들기가 어려운 장르라서 집에서 케이크 만들기를 시도한적은 많지 않다. 카스테라를 구워서 생크림을 덕지덕지 바르고 과일로 대충 장식을 한 못 생긴 생크림케이크 정도는 몇 번 만든 적이 있지만 역시 케이크는 사서 먹는게 제일 편하고 맛있다는 교훈 만을 얻었다. 

 

집에서 케이크를 만들다보면 홈베이킹으로 따라할 수 있는 케이크의 종류가 제한적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제과점이나 케이크 가게에서 본 맛있어 보이는 멋진 케이크는 따라서 해보고 싶어도 그렇게 만들만큼 특별한 기술도 없고, 도구도 제한적이라서 사실 집에서 만들 수 있는 케이크의 종류는 많지가 않다. 애초에 케이크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생크림 케이크, 초코 케이크, 치즈 케이크 같은 몇몇 레귤려하고 정형화된 디자인의 케이크만이 머리 속에 떠오르는데 그나마도 집에서 따라서 만들 수 있는 케이크는 그런 가장 베이직하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기껏 생크림 정도만을 따라하게 된다. 그 이외의 케이크는 과정이 복잡할 것 같아서 레시피가 있어도 따라하기 힘들거라는 생각부터 들게 된다. 하다못해 티라미수 같은 것도 도전할 엄두가 안 난다.

 

[마샤 스튜어트의 케이크 퍼펙션]은 홈베이킹은 어렵고, 집에서 만드는 케이크는 다양하지 못하다는 케이크 만들기의 고정관념을 깨준다. 간단한 케이크부터 아주 화려한 케이크까지 100개 이상의 레시피를 담고 있는데 짤주머니로 로제트 짜기, 반짝이는 클레이즈 만들기, 흩뿌리기 같은 다양한 기술들로 아름다운 쇼 케이크를 만드는 비법과 맛있는 재료들을 층층이 쌓아올려 만드는 레이어 케이크 레시피, 그리고 일반적인 시트케이크 부터 컵케이크, 파운드케이크 등 다양한 형태의 케이크 레시피와 꼭 오븐에 굽지 않아도 케이크를 만들 수 있는 노-베이크 케이크까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케이크의 개념을 뛰어넘어 새로운 케이크의 영역을 보여준다.

 

일단 책을 펼치면 완성된 케이크의 화려한 비주얼에 시선을 빼앗긴다. 케이크의 종류가 이렇게나 많았고, 이렇게나 다양한 디자인과 갖가지 재료와 수많은 방식으로 케이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에 정말 놀랐다. 책에 수록된 케이크의 다양함이라는 것이 가령 기본 생크림 케이크에 딸기를 올리면 딸기 생크림 케이크, 여러 과일을 올리면 과일케이크 이런 식의 단순한 형태는 아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케이크의 개념을 완전히 뒤바꾸는 형태와 디자인의 케이크가 잔득 소개되고 있다. 일반적인 제과점이나 케이크 가게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종류의 케이크도 많아서 재료나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수제 케이크의 매력이 이런 것이다 하고 보여주는 것 같다.

 

책에 소개된 케이크는 쇼 케이크, 레이어 케이크, 일상의 케이크, 시트 케이크, 컵케이크, 축하 케이크로 구분해서 각자의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게 했으며, 마지막에는 베이킹 기초도 간략히 알려주고 있어서 베이킹의 기본적인 사항을 체크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기본적인 베이킹 기초는 마지막 챕터에서 설명하고 있지만 중간중간 특정 케이크에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따로 그 레시피에서 별로도 추가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완성된 케이크 사진과 레시피를 각각 한페이지씩 묶어서 하나의 케이크는 한장으로 설명을 끝마친다. 케이크 이름과 함께 케이크의 개요라고 할 수 있는 간략한 특징과 소개가 나오고 바로 재료소개와 레시피가 이어진다. 재료 소개는 캐이크, 필링, 토핑, 크러스트 등 각 파트별로 나누어서 정리해 놓았고, 레시피는 간략하게 정리해 놓았다.

 

100여개의 수많은 케이크를 소개해 놓은 것은 좋지만 한정된 지면에 많은 수의 케이크를 넣어두다 보니 레시피는 별도의 사진 설명 없이 텍스트로만 설명을 하고 있는데 이 점이 좀 아쉽다. 나 같은 베이킹 초짜는 사진 설명이 있는 편이 이해하기에도 좋고 따라하기에도 좋은데 글로만 설명을 하고 있어서 좀 불편하다. 하지만 설명이 상세하게 되어 있어서 그 자체는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순서대로 꼼꼼하게 읽고 따라하면 큰 문제는 없지만 정작 문제가 되는 부분은 기술이 들어가는 부분이다. 그런 건 완성된 사진을 보며 과정을 유추하며 따라하는 수 밖에 없는데 사진 설명이 없으니 그런 것들이 좀 따라하기 까다로울 것 같다. 그런데 이런 건 제빵사들도 실제로 연습을 하면서 실력을 쌓아가는 부분이라서 몇번 해보다보면 어떻게 하는 건지 감이 올 것이다.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평범한 원형 모양의 케이크 디자인에서 벗어난 여러 가지 형태의 화려한 모양의 케이크와 그 위를 장식한 창의적인 데코레이팅 아이디어이다. 케이크는 맛도 중요하지만 디자인도 굉장히 중요하다. 케이크는 눈으로 디자인을 먼저 맛보고, 혀로 맛을 느끼게 되는데 이렇게나 멋진 케이크라니 너무 멋있다. 이런 케이크를 홈파티 때 내놓거나 선물해주는 상상을 하니 괜시리 어깨가 으쓱해진다. 물론 직접 만들면 책에 나오는 것처럼 멋지게 되지는 않겠지만 정성과 성의가 느껴져서 여전히 제과점에서 파는 평범한 케이크보다는 훨씬 좋을 것 같다. 꼭 선물을 하지 않더라도 집에서 다양한 맛을 느껴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 아닐까 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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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 그와 다시 마주하다 | 기본 카테고리 2021-12-23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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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갈량, 그와 다시 마주하다

류종민 저
박영스토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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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은 삼국지의 수많은 캐릭터 중 가장 인기있고 비중있는 인물 중 하나이다. 악인 포지션이었다가 최근 들어 새롭게 재평가 받고 있는 조조 같은 인물이나, 조운이나 관우, 여포 같은 시대의 명장들도 인기가 많지만 역시 전통의 강호는 제갈량이 아닐까 한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는 당시 한나라의 정통성을 잇고 있는 촉한의 유비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소설은 크게 세부분으로 초반은 유비가 거병하여 이리저리 떠돌며 쩌리 취급을 받는 이야기고, 중반부는 그런 유비가 제갈량공명을 얻고서 승승장구하며 촉을 세우고 천하삼분지계를 이루는 내용이며, 마지막 후반부는 유비가 죽은 이후 제갈량 혼자 남만을 정벌하고 위나라를 치기 위해 출사표를 내고 여기저기 싸우고 다니는 이야기로 나뉜다. 말하자면 중반까지의 주인공은 유비지만 중후반의 사실상의 찐주는 제갈량인 것이다.

 

제갈량은 삼국지 게임에서 지력 100을 단 한번도 놓친적이 없는 삼국지 세계관 최고의 지력왕 지략가이고, 적의 계략을 손바닥보듯 보고 적의 움직임을 모두 완벽하게 예상하며 신출귀몰한 계책으로 적을 물리치는 병법가이자, 제사를 지내서 동남풍을 부르거나 수명을 늘리고 별을 보고 미래를 예측하는 등의 신묘한 주술을 부리는 신선과 같은 포지션에 있다. 삼국지에는 제갈량 외에도 지능 높은 똑똑이들이 많이 있지만 유독 제갈량만이 이런 인기를 얻는 이유는 단순히 머리만 좋은게 아니라 이런 신출귀몰한 계책과 신묘한 신통력을 보여주고, 멘탈을 흔드는 심리전에도 능통하고, 뛰어난 행정가에다가, 가무에 능하며, 어디가서 말로는 지지 않는 말빨을 지녔으며 끝없는 충성심과 청렴한 성품을 지닌 만능형 기믹으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제갈량의 이런 캐릭터는 나관중에 의해 만들어진 부분이 많다. 연의에서는 초야에 묻혀 고고한 선비처럼 살다가 유비에게 스카웃되어 등판한 후 거칠것없이 중원을 주무르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가혹한 인생의 고난과 역경, 좌절을 겪었고, 막중한 책임감 속에서 고뇌와 걱정을 안고 살았다고 한다. 소설과는 완전히 상반된 이미지다. [제갈량, 그와 다시 마주하다]는 소설에 의해 꾸며진 모습이 아니라 역사서에 기록된 제갈량의 실제 인생을 어린 시절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50개의 흥미로운 주제로 살펴보며 신화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실제 모습을 고찰하고, 제대로 이해하고자 한다. 실제로 정사충 중에는 제갈량이 거품이라고 역으로 박하게 평가하기도 하는데 이 책으로 실제 제갈량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알아볼 수 있다.

 

책은 총 6파트로 되어 있는데 파트1은 출생부터 유비에게 임관하기 전까지로 말하자면 제갈량이 본격적으로 소설에 등장하기 전의 스토리이다. 파트2와 3은 각각 유비에게 임관한 후부터 적벽대전까지, 유비의 익주정벌부터 이릉대전 발발 전까지의 이야기로 이때가 신출귀몰하고 신묘한 모습을 보였던 제갈량의 가장 전성기이자 소설에서도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다. 파트4 이릉대전 발발부터 사망까지는 유비가 죽은 후 제갈량 혼자 동분서주하며 촉을 이어가던 시기의 이야기고 파트5의 제갈량 사후부터 촉의 멸망까지의 이야기는 연의에서는 잘 다루어지지 않는 내용인데 일반적으로 연의는 제갈량의 죽음과 함께 끝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다지 많이 접하지 못했던 제갈량 사후의 촉의 상황을 다루고 있어서 파트1과 함께 새로운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파트6은 제갈량에 대한 후세의 평가와 일화를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삼국지를 좋아하지만 연의 위주로만 알고 있어서 실제 제갈량은 어떤 인물이었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가장 의외였던 것은 제갈량이 상당히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냈다는 것이었다. 양친이 모두 죽어서 숙부의 손에 길러졌고, 13~4살 무렵 그러니까 초6중1 시절에 그 유명한 조조의 서주대학살을 경험했을 것이라고 한다. 아무리 전쟁이 빈번하게 일어나던 난세라고는 해도 아이에게 너무 가혹한 환경이었다. 연의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천재인 완성형 인물처럼 그려지지만 실제로는 이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것이다. 그런데 당시는 다들 어려운 시절이었기 때문에 제갈량만이 특별히 더 어려웠다고 말하기도 힘들지 않을까 하는데 어쨌건 그런 상황에서도 학문에 힘써서 자수성가했으니 난인물이긴 하다.

 

연의 속에서 제갈량은 겸손하고 자신을 낮추며, 상대를 띄워주고, 자중하는 인물처럼 그려진다. 그런데 청년 시절의 제갈량은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과했다고 한다. 연의만 봐온 연의충으로서 제갈량에게 그런 면이 있다니 의외의 모습에 놀라게 된다. 제갈량은 스스로를 관중과 악의에 비유했는데 말하자면 자신이 문무의 능력을 모두 갖춘 당대 최고의 인물이라고 떠벌리고 다녔던 것이다. 이런 사람은 굉장히 비호감 캐릭터가 되는데 실제 기록에서도 당시 주위 사람들은 이를 수긍하지 않았다고 한 것으로 봐서 제갈량도 주위로부터 비웃음과 조롱을 당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역시 예나 지금이나 나대면 안된다. 그런데 제갈량이 그렇게 자신을 관중과 악의에 비유하고 다녔던 것은 벼슬을 얻기 위해 마케팅의 일환으로 계속 홍보를 한 것이라는 설도 있는 것 같다.

 

책에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앞서 얘기한 제갈량의 유년기와 청년시절의 이야기처럼 전혀 모르던 내용을 알게 된 것도 재미있지만 평소 연의를 읽으면서 궁금하게 생각하던 것들을 실제 역사에서 답을 찾아보는 것도 매우 재미있다. 가령 제갈량은 유비의 삼고초려로 유비 휘하에 들어가서 유비를 도운 이후로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은 아마 삼국지를 읽다보면 한번쯤 하게 될 것이다. 만약 유비가 삼국을 통일했다면 모를까 촉은 한번도 위나라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번번히 깨졌고, 유비는 세번이나 제갈량을 청할 정도로 제갈량에게 매달렸지만 막상 제갈량의 말을 지지리도 안 듣고 매번 자기 멋대로 하다가 위기를 몰고 오더니 마지막엔 결국 이릉에서 나라를 말아먹고는 뒷일을 부탁한다며 아둔한 아들까지 떠안겨버렸으니 제갈량의 심정이 얼마나 짜증났을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런 제갈량이 한 번도 유비를 원망하지 않았을까?

 

또 하나 궁금했던 건 제갈량의 형 제갈근이 이미 오나라에서 고위 공직자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제갈량은 왜 오나라가 아니라 유비한테 갔을까 하는 것이다. 당시에는 과거시험 같은 형태로 임관하는 것이 아니라 인맥에 의해 인재를 천거하고 등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제갈량 정도 되는 인재라면 충분히 천거해서 오나라로 불러들일 수 있었음에도 왜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일까? 제갈근이 안 불렀던 것일지 제갈량이 안 간다고 한 것인지 궁금했다. 저자는 아마 두 형제가 서로의 인생에 터치하지 않는 관계였을 것으로 추측한다. 좋게 말해서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것이지 실제로는 형제애가 없었던 것이라고 한다. 사료에도 그러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제갈량과 제갈근은 애초에 형제애가 없어 공적으로 마주치게 될 때에도 형제간의 반가움을 드러내지 않는 남보다 못한 관계였다고 보는게 맞겠다.

 

유비는 관우의 복수를 위해 촉의 물량을 탈탈 털어 이릉으로 치고 들어가는데 그 무리한 원정을 제갈량은 왜 말리지 않았던 것일까? 실제로 촉나라의 기세는 이때 확 꺾여버리고 유비도 이 이릉전투로 인해 사망하게 되는데 제갈량이라면 이런 결말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고 당연히 유비를 말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정사에는 조운을 비롯한 많은 신하들이 말렸지만 유비가 말을 듣지 않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정작 제갈량은 이와 관련해 찬성이건 반대건 별 말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가장 발언권이 강한 제갈량이 말렸어야 하는데 왜 아무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일까? 저자는 그 이유를 형 제갈근 때문으로 추측한다. 오나라 여몽이 관우를 죽일 때 제갈근이 토벌군에 참여했었고 그러한 사실이 알려져 있는 상황에서 제갈량이 동오를 치러 가는 것에 가타부타 말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연의에서는 거의 신적인 존재로 등장하는 제갈량. 그 때문에 연의가 재미있고 스토리가 풍성해지지만 제갈량은 너무 신격화되고 신화화되버려서 실제 인간 제갈량의 모습은 가려지게 된다. 소설에 의해 만들어진 이야기 속의 모습이 아니라 역사 속의 실제 모습을 봐야지 제갈량이란 불세출의 영웅을 제대로 평가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에서 허구의 거품을 걷어내고 제갈량의 인간적인 본모습을 마주하는 것으로 삼국지의 이야기와 제갈량이란 인물이 새롭게 다가온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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