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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오감을 깨우는 정원 생활 | 기본 카테고리 2023-03-2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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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오감을 깨우는 정원 생활

토바 마틴 저/킨드라 클리네프 사진/김희정 역
터치아트 | 2023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요즘, 힐링하기 딱 좋은 책이다. 수록되어 있는 사진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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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정원 생활을 꿈꾸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누구든 자연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어느 정도 정원 가꾸기의 꿈을 갖고 있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집은 정원이 있는 주택이었다. 그  때는 정원 생활이라는 개념이 없었던터라, 마당의 풀을 뽑고, 뭔가를 심어 가꾸고, 물을 주고, 또 뭔가를 따와서 반찬을 만들고 하는 일들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가끔 마당에 물 줘라, 나가서 파 좀 뽑아와라, 이 상추 좀 씻어 놔라, 하는 등의 부모님에 의한 강제 노동(?)이 귀찮고 성가시기만 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키우고, 나만의 집을 가꾸고 있는 지금, 아파트를 마다하고 옥상이 있는 주택을 구매하여, 옥상의 공간에 텃밭을 만들고, 봄이 되면 꽃이 피는 것을 보고, 여름이 되면 풍성해진 상추를 뜯어와서 식탁에 올리는 소소한 행복이 얼마나 귀한 것인 줄 진심으로 느끼며 살고 있다.

 

저녁에는 손전등을 들고 나가서 가지가 휘어지게 매달린 통통한 꽃망울 중에서 단 몇개라도 안쪽에 숨겨둔 샛노란 빛을 드러내지 않았을까 살핀다. 그러다가 꽃이 피기 시작하면 마치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느낌이 든다. 황금빛 파도가 밀려들기 시작했음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종소리. 그런 다음 얼마 가지 않아 개나리가 요란하게 뒤를 잇는다. (p.23)

 

이 설렘과 흥분이 나는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하나 둘 초록 잎이 돋아나는 걸 보면, 겨우내 잘 버티고 있다가 봄을 알려주는 아가(?)들이 그렇게 기특하고 감사할 수가 없다. 작은 초록빛이라도 발견하게 되면 함박웃음을 짓는 일을 멈출 수가 없게 된다.

이 정원은 나만을 위한 자연이 아니라는 것을 시시각각 계절이 무르익을수록 깨닫게 된다. 나의 집에 있는 나만의 정원이지만, 그들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는 알림을 계속해서 받는다.

 

모든 감각을 섬세하게 열고 정원을 둘러보기 시작하면서 나는 정원이 지닌 잠재력을 깨닫기 시작했다. 어딘가를 식물로 채우기 시작하면 다른 생물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모두 함께 그 공간을 생명으로 가득 채운다. 우리가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곳에서도 온갖 생물들이 먹을거리를 찾는다. 귀를 열고 그곳에 있다 보면 큰 그림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커다란 그림이. (p.91)

 

아침마다 합창을 해대는 새들, 특히 블루베리 나무 곁에서 떠날 줄 모르는 각종 크기의 벌들, 저녁이 조금이라도 서늘해지는 듯 하면 어김없이 나타나서 BGM을 선사해주는 귀뚜라미를 비롯한 풀벌레들이, 여기에 내가 만들어 놓은 이 정원이 나의 것만은 아니라고 끊임없이 알려준다.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을 따라가며 각 계절에 느낄 수 있는 시각, 후각, 청각, 촉각, 미각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작가가 있는 그 정원으로 달려가 그 많은 경험을 같이하고 그 많은 감각을 직접 느끼고 싶은 충동이 일곤 한다.

 

나는 제왕나비 번데기에서 나비가 나오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검정, 노랑, 하얀 줄이 쳐진 애벌레가 나비로 변하는 변태 과정은 2주나 걸렸는데, 그중 번데기에서 나비가 나오는 데는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총알 정도 크기의 작은 번데기를 찢고 나온 나비는 순식간에 날개를 펴고 몸에 공기가 주입되듯 커졌다. 날개를 펄럭이며 비행할 준비를 하는 데 한두 시간이 다시 흘렀고, 그 뒤에 바로 브들레야 탐험에 나섰다. 마술쇼와 브로드웨이 뮤지컬도 제왕나비의 탄생만큼 극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p.97)

 

그 많은 설명과 묘사 중에서 가장 함께하고 싶었던 장면이다. 이토록 극적이고 감동적이고 또 신기한 경험을 직접 한다면 감성이 얼마나 풍부해질까, 생명이 얼마나 소중해질까, 또 자연이 얼마나 신비로울까. 부러움과 경탄을 금치 못하며 책 속에 푹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감성적인 즐거움 외에도, 어떤 계절에는 어떠한 품종의 꽃을 심는 것이 좋은지, 정원을 잘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부분에 어떤 식물을 심고, 또 어떤 식물은 어떻게 보살펴줘야 하는지 등에 대한 설명도 제법 자세히 나와있다. 정원 가꾸기를 한 번도 안해 본 사람이라도 이 책을 보며 품종을 고르고, 농기구를 고르고, 식물들을 배치하고 하는 등의 정원 생활이 가능할 것 같다. 전문가적인 관점을 갖고 쓴 책인 만큼,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이끼는 쪼그려 앚은 자세로 할 수 있는 모든 경험 중 가장 감촉이 좋고 감성적으로도 풍부한 만족을 느끼게 해준다. 잔디밭과는 전혀 다른 희열을 얻으면서 관리는 거의 하지 않아도 된다. 이 공간에서 저 공간으로 효율적으로 이동하는 것이 삶의 전부가 아니다. 가끔은 푹 가라앉는 느낌이 절실할 때가 있고, 그럴 때 이끼는 분명 가장 믿음직한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p.167)

 

이끼를 새롭게 만나게 된 순간이다.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그 동안 이끼를 보면 제거하기 바빴다. 이끼가 생기면 왠지 관리가 안 된 느낌이었고, 없애야만 될 것 같은 느낌에 이끼를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고 터부시했던 것 같다. 이제는 이끼를 만나게 되면 한번 쓰다듬기라도 해줘야겠다.

시시각각 시간이 변화하고 계절이 지나면서, 모든 계절에서 각기 다른 오감을 깨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이제는 정원 일을 하면서 의무감이나 결과에 집중하기 보다는, 흙을 만지고, 새소리를 듣고, 푸른 잎을 감상하고, 열매가 생기면 바로 따먹어도 보면서, 그 과정과 순간 순간을 즐기도록 해봐야겠다. 책의 내용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글이 읽기 싫다면 중간 중간을 장식하고 있는 사진만 훑어봐도 그 자체로 힐링이 되는 책이다.

자연을 사랑하고, 또 자연을 사랑하고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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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 기본 카테고리 2023-03-0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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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하재영 저
휴머니스트 | 2023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엄마를 미워하는 나와 엄마를 사랑하는 내가 서로 화해하는 느낌이었다. 엄마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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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의 관계는 실로 복잡하고 미묘하고 다채롭다. 나의 엄마도 나에게 그런 존재이다. 항상 나를 가장 사랑하는 동시에, 가장 많이 좌절시키고 슬프게 만드는 사람이다.


어릴 때는 엄마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으려고 애썼다. 청소년기에는 반항하고 상처 주려고 모든 힘을 쏟아 부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내가 처한 상황을 견디느라 엄마를 멀리했다. (p.13)


요즘 넘쳐 흐르는 육아서 및 육아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 엄마는 나에게 왜 저렇게 하지 않았지? 혹은 왜 저렇게밖에 할 수 없었지? 하는 원망과 서운함이 내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나도 이상적이고 사이좋은 딸과 엄마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내 마음에 저런 원망과 부정적인 감정이 쌓여 있는 줄은, 아마 우리 엄마도 꿈에도 모를 것이라 확신한다. 남자 형제들과의 차별적인 대우는 (나도 엄마도) 당연한 듯 받아들였고, 그러한 시대를 살았던 엄마에게 그 모든 것은 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으리라.


엄마는 나를 "꺾었다"고 표현하지만 당시에는 '꽃 피우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엄마에게 여성의 일생이란, 특별한 사람으로 고독하게 지내는 삶과 평범한 사람으로 원만하게 지내는 삶으로 이분되어 있었고, 양자택일해야 한다면 후자가 더 행복한 삶이라고 믿었다. (p.34)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년 전에 크게 유행했던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 자꾸 떠올랐다. 그러나 그때 그 시절의 부조리함은 지금와서 후회한들 분노한들, 다시 과거로 되돌아가 바꿀 수 없을뿐더러, 또 그러한 시절을 겪었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 아닐까.

 

이 책의 시작은 '엄마와 나'가 전부였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지금 사춘기를 심하게 겪고 있는 '아들과 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엄마가 나에게 했던 원망스러운 언행으로 억울해 있다가 한순간, 아! 지금 아들이 나를 보는 모습이 저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아들을 위한다고 하는 행동과 말들이 아들에게는 독이 되고 있는 걸 수도 있겠구나.

 

네가 피기도 전에 내가 꺾어버린 것 같아(p.96)

 

여기서부터 책의 분위기는 급 전환한다. 책 속의 '나'가 가출과 함께 격동의 시절을 보내고, 이를 겪은 '엄마'의 마음이 급변하면서 사회적 관념과 강요(?)를 벗어 던지고 '나'의 아픔을 물어봐주고, 입장을 헤어려주고, 관계를 개선하려고 애쓰며 '나'의 회복에 힘쓴다. 나도 이 부분에서 아들과 나의 관계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책 후반부의 엄마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가정을 지켜내는 강인한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아빠가 건재할 때는 집 안에서 노동함으로써, 아빠가 부재할 때는 집 안팎에서 이중으로 노동함으로써. 엄마의 노동은 개인적 포부나 의식의 변화에 따른 것이 아니라 오로지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에 기인한 것이었다. (p.135)

 

홈 스위트 홈을 지키기 위해 집 안에서는 가사 노동을 전담하고, 아빠가 부재할 때에는 집안 식구들을 먹여 살리느라 밖에 나가 일하면서도 또 집 안의 가사 노동을 전담하고, 집안의 평화를 위해 (너무나 부당하고 비 상식적이라고까지 여겨지는) 시어머니의 모든 요구를 소화해내고, 심지어 본인이 큰 병에 걸렸을 때 조차도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고자 방법을 강구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지구를 지켜내고마는 '히어로'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은 나만의 상상일까?

 

아픈 시절을 묵묵히 견뎌내고, 그 당시에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자식들에게, 그때 더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해하고 가슴 아파하는 우리들의 엄마는, 이제는 이해받고, 사랑받고, 또 칭송받아야 마땅하다. 엄마가 되어 고군분투하고 있는 지금, 우리의 엄마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얼마나 외롭고 슬퍼했을 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엄마를 미워(?)하고 원망했던 것이 아주 많이 미안해진다. 이제부터라도 엄마에게 잘 해 드려야지. 그리고 나도 좋은 엄마가 되어야지, 하고 다짐하게 하는 책이었다. 가슴이 뜨끔하기도 했고, 눈물이 나기도 했으며, 또 나의 이야기가 왜 여기 쓰여있지? 하면서 깔깔 웃기도 했다.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그리고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또 세상의 모든 아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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