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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미생물 | 책을 읽다 2021-09-1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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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치명적 동반자, 미생물

도로시 크로퍼드 저/강병철 역
김영사 |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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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학년 때 과T의 문구는 더불어 사는 미생물이었다. 학교에서 그 문구는 꽤 화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중에 동아리에 들어갔을 때 선배들이나 동기들이 그 문구에 대해 물었다. 정확하게는 웃었다. 너희는 어떻게 미생물과 더불어 사냐는 것이었다. 물론 우리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주 정확한 문구였다. 그 후로 약 20년이 지나고 Microbiome이 잘나가는 분야가 될 줄 우리는 몰랐지만 말이다. 우리는 정말 미생물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제목에서 동반자(companions)’가 바로 그런 의미다. 인류가 지구에 등장한 이래 미생물은 언제나 우리와 더불어 살아오고 있다. 아니 순서가 잘못되었다. 미생물은 원래 있었고, 인류가 등장하면서 우리는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미생물을 인식하게 된 것은 더불어 살아가는 동반자로서가 아니라 우리의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로서다. 물론 레이우엔훅이 처음 미생물을 관찰했을 때 그저 신기한 존재로 기술하긴 했지만, 19세기 말에 이르러 파스퇴르와 코흐 등에 의해 정립된 세균 병인론은 질병에 대한 대응에서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냈다. 사실 확인된 미생물 100만 종 중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것은 1,415종에 불과하지만(46), 우리가 미생물을 인식하는 것은 주로 그 소수에 불과한 병원균에 대한 것이다.

 

불과 150년 밖에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인간은 그 미생물을 정복할 수 있을 것 같은 도구도 찾아냈고(백신과 항생제), 또 금세 그 도구가 무력화되는 상황도 맞닥뜨렸다. 미생물은 인간보다 훨씬 유연하고, 또 끈질기다는 것은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COVID-19도 그렇다. 코로나바이러스 자체는 흔하디 흔한(두번째로 흔하다) 감기바이러스의 일종이다. 그러나 SARS, MERS도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이다. 사실 지금의 SARS-CoV-2(이제 정식 명칭이다)보다 더 치명도가 높았던 SARS는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고, 별로 신경도 쓰지 않던 지금의 바이러스가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바이러스의 특성상 끊임없이 변이가 나올 것이고, 우리가 그에 대해서 얼마나 면밀하게,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아직은 분명하지 않다. 항생제 내성은 또 어떤가? 1960년대 후반 감염질환에 대해 이제 감염질환에 대한 책은 덮어도 된다라고까지 할 수 있을 정도의 자신감은 이제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우리는 이 친구들을 이해해야만 한다.

 

COVID-19 팬데믹이 본격화한 이후로 세균과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의 역사에 대해 정말 많은 책들이 나오고 있다. 대체로 비슷비슷한 질환, 미생물들로 구성되고(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또 역사순으로 늘어놓는다. 이 책의 저자인 도로시 코로퍼드가 바이러스학자인만큼 바이러스 질환에 좀 더 비중으로 두고 있으면서, 세균에 대해서도 중요한 것은 빼놓지 않고 있다. 그런데 어떤 병원균(바이러스든 세균이든, 말라리아와 같은 원충이든)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최신의 연구를 인용하고 있다. 그런데 가장 큰 특징은 미생물과 인간의 상호 작용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감염질환을 묶으면서 그 기준을 그 질환이 유행하게 된 원인을 인류의 활동과 관련짓고 있다. 그래서 림프절 페스트와 천연두를 하나의 장으로 묶어서 소개하고 있는데, 이 장의 제목은 인구 증가, 쓰레기, 빈곤이다. ‘기근, 황폐가 제목인 장에서는 아일랜드 대기근을 일으킨 감자잎마름병(곰팡이가 원인), 발진티푸스(리케차가 원인), 장티푸스와 결핵(세균이 원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 특정 미생물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저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분명히 원인이 있다는 게 바로 저자의 관점인 셈이고, 나도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저자는 인두와 우두접종에서 비롯한 백신과 항생제를 통해 미생물을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면서 이어 미생물이 반격을 하고 있다는 얘기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저자는 그런 미생물의 반격이 세계 많은 지역에서 여전한 빈곤과 너무나 간편해진 여행, 그리고 미생물의 특성(이를테면 항생제 내성)이 결합해서 규모를 달리해서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바로 우리는 그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어쩔 수 없다. 우리는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되 좀 온건하게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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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이 본 일본의 장점 | 책을 읽다 2021-09-1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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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계 뉴스에 무지한 일본인 2

타니모토 마유미 저/박보신 역
보윤북스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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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의 인상은 세계 흐름에 쫓아가지 못하는 일본인에 대한 자아비판 같아 보인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그렇지 않다. 다른 나라, 대체로 미국과 유럽의 형편을 보면 그들은 참 형편없는 데 비해 일본은 잘 하고 있는데 잘못된 정보 때문에 자기 비하를 한다는 내용이다. 그건 세계 뉴스에 대해 눈감고 있기 때문이고, 또 언론, 특히 좌파 언론이 그걸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 대해 자부심을 강조하는 내용이니 조금은 역겨울 수 밖에 없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많이 익숙한 느낌이 든다. 여기서도 이 책의 계기가 되었다 하고, 또 많이 언급하고 있는 COVID-19만 보더라도 그렇다. 한쪽은 우리나라의 확진자 수의 증가와 백신 수급의 문제 등을 강조하면서 정부 등을 비판하는데, 또 다른 한쪽은 다른 나라들의 예로 들면서 우리나라 방역의 상대적 성공과 백신 접종의 일시적 혼란을 극복한 상황을 강조한다. 특히 후자의 경우에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했던 국가들의 COVID-19에 대한 대처를 보면서 그들의 민낯을 보게 되었다고 평가를 하기도 한다. 우리는 잘 몰랐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선진국의 민낯을 운운할 때 일본도 포함시키는데, 이 책은 다시 유럽(특히 영국을 예로 드는데, 저자가 현재 영국에 거주하기 때문이다)과 미국과 대비해서 일본의 대처라 너무나도 훌륭하다고 한다는 점이다. 야당이나 진보 언론은 정부를 비판만 하는데 그들이 세계의 뉴스를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감추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한다. 현재 진보와 보수의 관계가 반대인 한국과 일본의 처지를 보면, 정부의 반대편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지 않겠냐고 이해가 되는 상황인 셈이다. 그래도 정보라는 게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상반되게 평가되는 것을 보게 된다.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유럽이나 선진국이라고 해서 모든 게 좋고, 우리는 그에 비해 뒤쳐졌다고 무조건 비하할 필요는 없다. COVID-19 팬데믹에서 분명하게 보았듯이 그들이 쌓아올린 탑이 그렇게 견고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우리보다 더 불안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들을 무조건 내려 볼 수는 없다. 아무리 불안하게 쌓아올린 탑이지만, 그래도 그 탑을 쌓아올리는 데 들인 시간과 공력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다. 또한 서로 다른 문화라는 것도 있다. 그들이 우리의 문화를 무시하면 안 되듯이 우리도 그들을 무시하면 안된다. 그것은 유럽이니 미국만이 아니라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도 마찬가지다. 여기의 내용을 모두 인정할 수 없지만, 그래도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가치는 다시 얻을 수 있다.

 

* 그런데, 맞춤법에 맞지 않은 게 너무 많고, 너무 번역투인 것을 넘어 그냥 구글번역기를 돌린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문장도 적지 않다(뒤로 갈수록 그렇다).

기후도 엄중하여, 겨울에는 통근도 어려운 토지도 많아, 원격근무는 회사 자체의 목적에 걸맞게 존속시키기 위해서도 필수불가결입니다.”

- 이런 식의 문장은 좀 문제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독립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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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프라 수도원과 마술적 사랑 이야기 | 책을 읽다 2021-09-1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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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수도원의 비망록

주제 사라마구 저/최인자 등역
해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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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분명 왕의 전쟁에서 왼쪽 팔을 잃은 사내 발타자르와 마녀의 딸이자 다른 이의 영혼을 들여다볼 줄 아는 블리문다이다. 그러니 이 소설을 구분하자면 러브 스토리이다. 그러나 주제 사라마구는 그들이 서로 사랑하는 것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그 사랑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듯 많은 이야기를 덧붙여 놓고 있다. 어쩌면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그 많은 이야기들의 배경처럼.

 

이 소설은 또한 역사소설이다. 유럽 역사의 오점 중 하나인 마녀재판과 종교재판이 그들의 사랑을 시작하고 끝을 맺는다. 만남 자체가 비극이었고, 기이했듯이 그들의 마지막도 비극적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받아들이면 될까?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것은 시대였다.

 

그래서 이 소설은 시대에 대한 비평서이다. 18세기 포르투갈의 대역사인 마프라 수도원 건립의 동기는 지배 계급의 허위의식을, 그 수도원을 건립하는 과정은 피지배계급에 대한 착취를 폭로한다. 그래서 마프라 수도원은 (사진으로) 지금 보아도 웅장하고, 관광객들을 불러모으지만, 그냥 그 모습 그대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 거기에는 왕궁의 허위의식과, 교회의 탐욕과, 피지배계급의 피가 섞여 있는 것이다.

 

사랑 이야기이고, 역사를 담고 있지만, 또한 이 소설은 모험담이고 판타지이다. 하늘을 나는 기계를 만드는 바스톨로메우 신부의 시도는 다분히 역사적이지만, 그 동력이 인간의 영혼(의지)라는 것은 이 소설을 단순한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에서 벗어나게 한다. 하늘을 나는 것, 지금은 너무나 손쉬운 일이 되었지만, 그것은 실은 하느님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계적 동력만이 아니라 인간의 의지를 수없이 모여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단으로 몰릴 여지를 주는 것이기도 했다(남들은 하지 못하는 것이었으므로).

 

힘겹게 읽었다. 더 길게 이어지는 문단으로 구성된 눈먼 자들의 도시눈뜬 자들의 도시보다 더 힘겨웠다. 주제 사라마구의 역사적 상상력을 따라가기 바빴다고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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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은 끝이 없을 것이다" | 책을 읽으며 2021-09-1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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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남자에게 붙여줄 수 있는 온갖 이름이 있었고 그 이름만큼이나 온갖 형태의 삶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삶은 고통과 빈곤으로 점철된 것이었다. 우리는 이 인부들의 삶을 하나하나 세세히 살펴볼 수는 없다. 그 숫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기록에 남겨 놓을 수 있다. 그것이 우리의 의무이고, 이 글을 쓰는 유일한 이유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의 이름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알시누, 브라스, ..........., 샤비에르, 자카리아스와 같은 이름들이 계속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름들은 한결같이 우리 문자로 지어진 것이다. 이런 이름들이 모두 다 그 시간과 장소에 어울릴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남자에게 붙여주기에는 부적절한 이름일 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자가 있는 한 노동은 끝이 없을 것이다. 또 어떤 노동은 누군가가 와서 자신의 이름과 직업을 기록으로 남겨주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는 한, 먼 미래에도 노동자의 것이 될 것이다.”

- 주제 사라마구, 수도원의 비망록(418)

 

손과 발을 써서 땀을 흘리는 노동!

 

 

수도원의 비망록

주제 사라마구 저/최인자 등역
해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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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 책을 읽으며 2021-09-1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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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아름다운 것을 찾아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법이다. 그 아름다움이 무엇이든, 머리 위로 하늘이 펼쳐져 있는 소박한 전원이든, 낮이나 밤의 어느 한때이든 혹은 렘브란트가 그려놓았음직한 나무 두세 그루이든 혹은 한숨이든 간에 말이다. 우리는 그 길이 막혀 있는지 혹은 우리를 어디로 인도할지, 도 다른 전원과 시간과 나무와 한숨으로 인도할지 알지 못한다. 하나의 신을 내쫓고 다른 신으로 대신하려는 이 신부를 보라. 그는 이 새로운 충성이 결국에는 해가 될지 득이 될지 알지 모 했다. 또한 전혀 다른 종류의 음악을 작곡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 음악가를 보라. 그는 지금부터 100년을 더 살아서 9번 교향곡이라고 불리는 첫 번째 교향곡을 듣게 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한쪽 손밖에 없는 저 병사를 보라. 비록 자신은 일개 보병 이상으로 진급한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놀랍게도 날개 제조자가 되었다. 그러므로 사람이란 삶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잘 모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람의 의지를 읽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이 여자를 보라. 신비한 눈을 지닌 그녀는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종양이나 질식으로 인하여 죽은 태아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 주제 사라마구, 수도원의 비망록(310)

 

왕의 전쟁에서 왼손을 잃은 발타자르, 남의 영혼을 읽는 눈을 가져버린 블리문다, 하늘을 나는 꿈을 가져버린 바르톨로메우 신부, 그리고 그 꿈을 하프시코드로 연주하는 스카를라티. 그들은 그렇게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다. 우리도 그렇다.

 

 

수도원의 비망록

주제 사라마구 저/최인자 등역
해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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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이 물리학을 만나다 | 책을 읽다 2021-09-1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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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생명의 물리학

찰스 S. 코켈 저/노승영 역
열린책들 |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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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생물학자 찰스 코켈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개미는 어떻게 거대한 집단을 유지하면서 개미집을 만들어 나갈까?

집단을 이뤄 나는 새들은 어떻게 서로 부딪치지 않으면 날 수 있을까?

무당벌레는 어떻게 중력을 이겨내며 벽을 기어다닐 수 있을까?

곤충들은 왜 크기가 그 정도뿐일까? (옛날에는 아주 큰 곤충도 있었다는데)

두더지의 생김새는 왜 그럴까? 흙을 굴을 파는 동물들의 생김새는 왜 다들 두더지를 닮았을까?

바퀴 달린 생물은 왜 없을까? 프로펠러로 헤엄치는 물고기는 왜 없을까?

모든 생물의 세포는 왜 비슷한 크기에 비슷한 모양일까?

생명체가 에너지를 만드는 방법은 왜 다들 똑같을까? (물론 예외는 있지만)

생명의 부호는 왜 G, A, T, C 네 가지뿐일까? 왜 아미노산은 20가지로 생명을 구성할까?

왜 생명을 구성하는 원소는 CHNOPS일까?

 

참 어려운 질문들이지만, 찰스 코켈은 이에 대해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생명도 물리 법칙의 지배를 받고 있고, 그런 물리학의 제한 속에서 생명이 탄생하고, 진화하고,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윈 이래 진화학자를 비롯한 생물학자는 생명의 진화는 우연성에 의해 이뤄졌다고 했지만, 찰스 코켈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 우연성이라는 것은 분명 존재하지만 사실상 부차적인 문제이며, 실제로 중요한 것은 그렇게 진화할 수 밖에 없었던 물리 법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는 진화를 부인하지도 않으며, 생명 현상의 다채로움에 눈을 감지도 않는다(그는 엄연히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 트레이닝을 받은 생물학자다). 하지만 생명 현상에 물리 법칙이 관여한다는 것을 이해할 때 생명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고 본질적인 된다고 생각한다. 그는 생물학과 물리학이 행복하게 만나는 지점이 있다고 여기며, 그러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런 견해가 나오게 된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찰스 코켈을 우주생물학자이다. 우주생물학? 그러려니 할 때는 넘어갈 수 있지만 조금 생각해보면 좀 난감한 분야다. 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이 분야는 N=1문제에 봉착해 있다. 표본이 1개뿐인 생물학.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 엄격하게 말해 연구할 대상이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주생물학자는 무엇에 관심을 가질까? 바로 이런 내용이다. 생물이 어떤 조건에서 탄생하고 진화하는지, 어떤 제한 속에서, 어느 정도의 한계를 가지고 존재할 수 있는지, 어느 정도의 다양성이 용인되는지 등등. 그래서 추론하는 것이다. 이는 현실적으로 지구상의 생물이 어떤 물리적 조건 속에서 존재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통할 수 밖에 없다. 찰스 코켈은 다소 온건한 입장이긴 하지만, 이러한 연구는 지구 밖의 생명체도 탄소와 물에 기반한 생명체일 수 밖에 없는 결론에 다다른다. 또한 생김새도 행성의 크기나(이는 중력을 결정한다) 기체 밀도에 따라서 결정될 것인데, 이 역시 지구의 생물과 비교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상당히 재미있는 것은 이런 연구가 생명의 경이로움을 하나도 훼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생명 현상을 물리적으로 설명하고자 한 슈뢰딩거의 최초의 시도(생명이란 무엇인가) 이후 수십 년이 지났지만, 그 시도는 DNA 구조 발견 등으로부터 생명에 대한 연구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켰고 생명의 아름다움, 경이로움을 돋보이게 했다. 여기에서와 같이 생명은 복잡하지만, 그것들이 일관된 단순한 법칙 내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설명은 생명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학문의 발전은 당연히 만남에서 나온다. 경계에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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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생명의 물리학 | 한줄평 2021-09-13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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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생명에 대한 당연하지만 새로운 시각: 생명의 물리 법칙의 한계 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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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해부학 수업을! | 책을 읽다 2021-09-12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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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술관에 간 해부학자

이재호 저
어바웃어북 |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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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가장 관련이 깊은 학문을 들라고 하면 해부학이 빠질 수 없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든가 미켈란젤로는 스스로 시체를 해부하면서 인체의 구조를 연구했다. 그림이나 조각에서 정확한 인체를 구현하기 위해서였다. 미술대학에서는 해부학이 필수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실제로 그러는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해부학자가 미술관에서 무엇을 찾아내는지는 굉장히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미술관에 간 화학자의 성공에 힘입어 <미술관에 간 지식인> 시리즈가 이어지는 것인데, 그 이후 인문학자, 의학자, 수학자, 물리학자 등을 거치면서 다소는 식상한 감이 커지는 경향이 없지 않다. 좀 억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해부학자 편도 별로 관계가 없는데도 해부학을 억지로 들이미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사실 해부학자들은 어떤 인체의 그림이나 사진을 보더라도 해부학의 관점에서 설명하려 들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그만큼 미술과 해부학의 거리는 멀지 않다). 그러니 해부학자의 미술 이야기는, 어떤 그림이나 조각을 보았을 때 다른 그림이나 조각에서는 하지 못할 해부학 얘기가 나와야 할 것 같다. 실제로 그런 얘기는 앞부분의 <해부학으로 푸는 그림 속 미스터리>에서 찾을 수 있다. 여러 그림이나 조각에서 일반인은 잘 찾지 못하는 비밀 같은 얘기들이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을 차지하는 <명화에서 찾은 인체 지도>는 그림을 통해서 해부학 수업을 진행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림을 보여주고,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 그리고는 거기에서 찾을 수 있는 인체의 구조, 즉 해부학적 구조를 이야기하는 것에서는 당연한 관련성 외에는 뜻밖의 것을 찾기는 힘들다. 그림 얘기에서 흥미를 갖다가도 해부학으로 들어가면 금새 흥미가 가라앉아 버린다.

 

미술관에 간 화학자에서 시작된 이 시리즈는 이제 해부학자까지 왔다(7번째다). 이 시리즈에서 가장 흥미 있는 지점은 사실 하나의 그림을 보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다양하다는 것이다. 각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던 것이 눈에 띤다는 점이다. 예술을 즐기는 것은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 누구라도 자신의 관점에서 예술을 즐기로 뭔가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시리즈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가장 소중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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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와 궁둥이의 차이? | 책을 읽으며 2021-09-11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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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와 궁둥이는 뭐가 다른 걸까? 이제껏 어감의 차이쯤으로 생각했었는데, 이재호의 미술관에 간 해부학자를 보니 해당하는 부위가 분명히 다른 용어다.

 

일단 엉덩이는 영어로 buttock, 궁둥이는 hip region이라고 한다고 한다.

바닥에 앉았을 때 지면과 닿는 부위는 궁둥이, 지면에서 떨어진 부위를 엉덩이라고 부릅니다.” (262)

이 두 부위를 합쳐서 볼기(gluteus)라고 한단다. 그러니까 볼기는 허리 아래에서 허벅지 위를 가리키는데 그 부위 중에서 아래쪽이 궁둥이, 위쪽이 엉덩이인 셈이다.

 


 

미술관에 간 해부학자

이재호 저
어바웃어북 |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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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인물로 나라 정의하기 | 책을 읽으며 2021-09-1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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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망겔은 끝내주는 괴물들에서 여러 나라를 정의하는 방법으로 그 나라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화 속 인물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예컨대 잉글랜드는 끊임없이 부조리한 사회적 규칙과 편견에 부딪히는 앨리스, 이탈리아는 반항적이고 재미를 좇으며 진짜 남자아이가 되고 싶어 하는 피노키오, 스위스는 착한 아이인 체하는 하이디, 캐나다는 총명하고 걱정 많은 생존주의자 빨강 머리 앤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라면 아마 도로시에게서 자기 모습을 발견할 것 같다.” (276)

 

이 대목을 읽으면서 문득 드는 생각. 우리나라는 누구를 들 수 있을까?

 


 

끝내주는 괴물들

알베르토 망겔 저/김지현 역
현대문학 |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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