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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나는 어떤 책들을 읽었나 | 끄적이다 2010-12-2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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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란 걸 하면서 좋은 점의 하나는 '기록'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게 믿을 만해지기 위해서는 그 '기록'의 충실함이 보증되어야 하는 것이고, 
그런 또한 성실함을 뛰어넘은 나의 거죽을 조금은 벗을 각오, 혹은 용기가 있어야 하는 것이긴 하다.
하지만 책에 관해서는 기록이 의미를 가질 정도의  성실함은 보이는 것 같고, 
내가 조금은 발가벗겨지는 각오 같은 것은 거의 필요없는 것이 책에 관한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작년과 마찬가지로 블로그를 뒤져서 2010년, 한 해 동안 내가 읽은 책을 정리해볼 수가 있다. 

읽은 책들의 권 수를 세어보니 50권이 넘는 것 같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잡다한 분야의 책을 내키는 대로 읽었지만
몇몇 저자의 책은 여러 권을 연달아 읽었고,
(예를 들어,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 크리스 앤더슨, 쑹훙빙, 후쿠오카 신이치, 이중텐, 이덕일 등)
또 어떤 저자의 책은 그 저자의 이름만으로도 찾아 읽은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장하준, 리처드 도킨스, 빌 브라이슨, 매트 리들리, 말콤 글래드웰, 주경철, 고종석, 김훈 등)

정말 지루하게 겨우겨우 읽은 책도 없지 않지만
대체로는 정말 즐겁게 읽었고, 
많은 깨달음과 지식을 내게 전해준 책들도 적지 않았다. 
다시금 가장 적은 노력으로 가장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행위 중의 하나가 
바로 독서라는 것을 깨닫는다. 

부끄럽지만 목록을 나열해 본다. 
- 분야별로 분류해보려고 했는데, 쉽지가 않다. 

[경제 관련]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의 <괴짜경제학>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의 <슈퍼 괴짜경제학>

크리스 앤더슨의 <롱테일 경제학>

크리스 앤더슨의 <프리>

쑹훙빙의 <화폐 전쟁>

쑹훙빙의 <화폐 전쟁 2>

장하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과학 또는 과학사, 진화 관련]

셔윈 눌랜드의 <닥터스>

리처드 도킨스의 <지상 최대의 쇼>

중환 <오래된 연장통>

스티브 존스의 <진화하는 진화론>

마크 W. 커슈너의 <생명의 개연성>

캔더스 B. 퍼트의 <감정의 분자>

마리오 리비오의 <신은 수학자인가?>

B. 코언의 <수의 승리>

후쿠오카 신이치의 <생물과 무생물 사이>

후쿠오카 신이치의 <동적 평형>

후쿠오카 신이치의 <모자란 남자들>

마틴 브룩스의 <초파리>

빌 브라이슨 편집 <거인들의 생각과 힘>

매트 리들리의 <이성적 낙관주의자>

A. L. 바라바시의 <버스트>

샤론 모알렘의 <아파야 산다>

제럴드 N. 캘러헌의 <감염>

E. 풀러 토리와 로버터 H. 욜켄의 <우리는 모두 짐승이다>

제프리 밀러의 <연애>

재닛 브라운의 <다윈 평전: 나는 멸종하지 않을 것이다>



[인문, 사회 관련]

마이클 가자니가의 <왜 인간인가>
대니얼 네틀의 <성격의 탄생>
정재승과 진중권의 <크로스>
리처드 니스벳의 <인텔리전스>
말콤 글래드웰의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싱커 베단텀의 <히든 브레인>
대니얼 길버트의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하름 데 블레이의 <공간의 힘>
빌 브라이슨의 <셰익스피어 순례>
이우광의 <일본 재발견>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제프리 클루거의 <심플렉시티>

[역사 관련]

주경철 <문학으로 역사 읽기, 역사로 문학 읽기>
사이토 다카시의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이중텐의 <삼국지 강의>
이중텐의 <백가쟁명>
안소영 <책만 보는 바보>
이덕일 <조선 왕을 말하다>
이덕일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강만길 <역사가의 시간>

[소설, 에세이]

법정 스님의 <맑고 향기롭게>
고종석 <독고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1, 2, 3)
김훈 <내 젊은 날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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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를 이야기하지 않는 정치 | 책을 읽으며 2010-12-2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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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가장 인상깊은 내용은 

정치와 정의 (혹은 도덕)를 연결시키는 부분이다. 

우리는 흔히 정치(인)가 서로 다른 가치관에 대해 어느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는 것을

'중립' 또는 '중용'이라 칭하며 공적인 문제를 처리하도록 내버려둔다.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리라. 

논란에 휩쓸리지 않기 위하여 침묵하거나

이쪽도 옳고, 저쪽도 옳다는 식의 방관자의 자세를 취하는 것이야말로

다른 이의 삶에 분명한 침해를 가하지 않는 공동체적 가치관이라 여기는 식이다. 

하지만 마이클 샌델 교수는 바로 그 지점에서 많은 문제가 일어난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런 중립의 자세는 실제로는 실재하지 않다고 본다. 

현실에서는 피해가지도 못하는 문제를 

피하는듯한 태도를 취하면서 실제로는 아주 편견이 심한 판단을 내리거나

혹은 그때 그때 다른 임기응변식의 처방을 내리는 것이 문제이며

이는 사람들이 '정의'와 '도덕'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아왔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정치란 도덕적 가치관과는 별개, 

혹은 적지 않은 거리를 가지고 있다는 일반적인 생각에 대해, 

그래서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론은 신선하다. 



다시한번 대한민국의 현실과 마이클 샌델 교수의 글을 나름대로 연결시켜본다. 



정의와 권리에 관한 뜨거운 쟁점 중 상당수가 도덕적, 종교적으로 논란이 되는 문제를 피해가지 못한다. 시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할 때, 좋은 삶에 관한 여러 견해를 항상 배제할 수는 없다. 가능하다 해도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민주 시민에게 공적 영역에 들어갈 때는 도덕적, 종교적 신념을 내려놓으시라고 주문한다면, 관용과 상호 존중을 보장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 반대다. 가능하지도 않은 중립을 가장한 채 중요한 공적 문제를 결정하는 행위는 반발과 분노를 일으키는 지름길이다. 중요한 도덕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 정치는 시민의 삶을 메마르게 한다. 그런 정치는 편협하고 배타적인 도덕주의로 흐르기 십상이다. 그리고 자유주의자들이 건드리기 두려워하는 곳에는 근본주의자들이 몰려든다. 

(337쪽)



무슨 생각이 드는가? 

바로 요새 들끓는 불교계의 반발이 떠오르지 않는가? 

분명한 종교적 색채를 가지고 있으면서 굳이 아니라고 하고, 

그 문제에 대해서 회피하는 정치가 바로 분노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종교적 가치관에 대해서 분명한 입장을 내놓고, 

다른 종교의 가치관에 대해 이해를 하고자 한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정치적 판단을 한다면, 

비록 정치인의 종교가 분명하다고 하더라도 굳이 그것을 내려놓으라고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맞으면서 굳이 아니라고 하는 이유. 

그건 자신이 없어서이며, 철학이 없어서이며, 종교를 잘못 알고 있어서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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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와 롯데마트 통큰 치킨 ([정의란 무엇인가]) | 책을 읽으며 2010-12-21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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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우리들에게 의미있는 까닭은 바로 그동안 잘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들을 던지는 것이다

저자 스스로는 답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고또는 사람마다 자신의 신념 체계에 따른 답을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대체로는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을 통해서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이고, 그 옳다고 생각하는 것의 헛점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 질문들은 사실은 잘 생각해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답만 거의 일방적으로 주어졌던, 경직된 가치였다

그러나 그 질문들은 또한 사실 우리가 지금도 맞부딪히고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하나만 생각해봐도 그렇다

맨 첫장에 등장시키는 것은 바로 '가격폭리논쟁'이다

2004년 허리케인 찰리가 플로리다를 휩쓸고 간 후 주유소며 생필품 판매소며, 호텔까지 엄청난 바가지 요금이 등장했다

적지 않은 소송이 벌어졌고, '가격폭리처벌법'에 의해 바가지 요금이 환불된 경우도 있었다 한다

그런데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 '가격폭리처벌법'에 이의를 제기했다

시장사회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 '공정가격'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므로 그런 가격폭리라는 것도 그런 균형 속에서 나온 것이고, 따라서 이를 처벌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것이다

 

조금 다른 상황이지만 우리는 2010년 이마트 피자와 롯데마트 치킨에서 자유시장의 의미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어느 한쪽에 서서 싼 피자와 치킨을 먹는데 만족을 하거나

파괴되는 소상인들의 삶에 대해 걱정을 하거나

탐욕스러운 대기업의 횡포에 몸서리를 치거나 한다

장하준 교수는 이를 '자유시장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답하겠지만

마이클 샌델 교수는 이를 '정의'의 차원에서 바라본다

, '행복 극대화', '자유 존중', '미덕 추구'의 세 항목과 관련하여 이런 문제를 바라보면서 우리보고 생각 좀 해보자고 하는 것이다

어떤 정의론을 택하느냐에 따라서 도출되는 답은 달라질 것이다

어떤 정의론을 택하더라도 한계가 없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것은 그동안 생각해오지 않았던 문제를어떻게 하는 것이 행복을 극대화하는 것이며어떤 것이 자유가 존중되는 것이며그리고 인격과 관련한 미덕이 존중되는 것인지 나름대로 생각해볼 여지를 갖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도덕'에 대해 무수히 많이 얘기하고 살아왔지만 정작은 '도덕'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묻지 않음으로써 다들 자기 위주로 '도덕'을 판단하고, 남에게 강요하거나 스스로 자위하면서, 실은 잊고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래서 많은 사안에 대해 쉽게 '양비론'에 빠지기도 하고그저 뒤에 서서 모든 사안에 대해 무관심해지기도 해왔다<정의란 무엇인가>는 그런 개인적 편견에 입각한 정의가 아니라 분명한 기준과 원칙에 입각한 정의가 과연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기를 강요하고 있다그래서 서로 다른 답이 나올지라도 그렇게 치열하게 사고한 과정 자체가 소중한 것이리라

 

"우리는 도덕적  추론을 타인을 설득하는 수단으로만 생각할 때가 있다

하지만 도덕적 추론은 자신의 도덕적 신념을 가려내는 수단이자

우리가 어떤 생각을 왜 하는가를 이해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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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고 올해의 책을 꼽으라해도 이 책을... | 책을 읽으며 2010-12-2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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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에서 올해의 책을 꼽았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장하준의 <그들의 말하지 않는 23가지>.

2010년의 올해의 책을 꼽으라고 한다고 해도 나도 이 책 두 권을 꼽을 것이다. 
중앙일보에서 제목을 잘 뽑았다. 
아마도 올해 우리는 '무엇이 옳고 바람직한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당연히 옳고, 바람직하다고 여겼던 것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혹은 그런 것쯤은 고민할 여유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 정확하게는 옳고 그름에 대해 판단하고 고민해야 할 이유가 많아진 2010년인 듯하다. 
물론 책이 관심을 받는 까닭은 단지 시대적 요구 뿐 아니라
여러가지 타이밍이 잘 맞아야 하겠지만
책으로 시대를 읽어야 하는 요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2010년은 무척이나 정의와 거짓에 대해 고민해야할 이유가 정말로 많았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무엇이 옳고 바람직한가, 우리시대는 궁금하다

[올해의 책] 32개 출판사 편집장대표가 뽑았습니다

예상대로다. 연례행사인 ‘올해의 책’ 선정은 어떤 형식으로 뽑든 임자가 정해져 있다는 게 출판계의 정설이었다. 편집자·대표 등 출판계 인사 32명에게 물은 결과, 예상대로 나왔다. 『정의란 무엇인가』 ,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가 각축을 벌였다. 이 두 권을 중심으로 중앙일보 선정 ‘올해의 책’을 살펴 본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나쁜 사마리아인들』 『쾌도난마 한국경제』 등 전작으로 전문성과 대중성을 인정 받은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저서이기에 어느 정도의 성공은 점쳐졌다. 하지만 이 정도의 호응을 얻을 줄은 몰랐다. 10월 말 출간 직후 교보문고 등에서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차지한 뒤 내려올 줄 모른다. 하루 판매 5000부씩 ‘장하준 열풍’은 6주째 진행형이다. 올해의 책 선정에서도 22명의 추천, 81점의 득표를 해 아주 근소한 차이로 1위를 기록했다.

 여기엔 하반기 출간돼 인상이 강하게 남은 덕도 작용했겠지만 뛰어난 콘텐트가 없었다면 있을 수 없는 현상이다. “완전 자유시장은 없다” “복지가 성장과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등 주류 경제학의 상식과 통념을 깨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경제학 교수답게 치밀한 논리와 통계를 동원했지만 쉽게 읽히는 것도 강점이다. 책을 출간한 박윤우 부키 대표는 “신뢰할 만한 필자가 옳지 않은 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이 현 경제 상황에 문제점이나 불만을 느끼는 이들에게 어필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의란 무엇인가』=올해 이변의 주인공이다. 인문서로는 8년 만에 주요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12주간 1위를 지키면서 60만 부가 넘게 팔렸다. 여성 독자와 젊은 층도 많았지만 40~50대 남성들도 서점으로 끌어들였다. 국회도서관 7월 도서대출 순위에서도 으뜸이었다.
이같은 쾌거에 “하버드 대 명강의를 앞세운 마케팅의 승리” “대입 논술을 겨냥한 학부모들의 선택”이란 주장도 있었지만 권향미 김영사 주간은 “정의를 갈구하는 시대정신에 맞았던 데다가 내용이 매끄럽고 정리가 잘 됐기에 많은 독자들이 찾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북이십일 임병주 기획이사는 “다원화된 민주사회에서 신념 및 가치체계의 기준점을 잡는 데 도움을 준다”며 추천했고, 부키 박 대표는 “여태까지 읽은 책 중 가장 훌륭한 도덕철학 개론서”라고 평했으니 콘텐트의 승리로 보는 것이 마땅하겠다. 뒤어어 출간된 『왜 도덕인가?』(한국경제신문)의 성공도 이같은 평가를 뒷받침한다.
 
 
◆눈길 끄는 추천서=정의와 함께 올 한해 출판 트렌드를 상징하는 키워드가 ‘행복’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행복의 조건』(조지 E. 베일런트 지음, 프런티어)과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 지음, 은행나무)가 각각 복수의 추천을 받았다. 전자는 하버드생 268명을 72년 동안 조사해 행복에 이르는 길을 모색한 책으로 김수진 푸른숲 기획이사는 “리서치의 설득력”을 매력으로 봤다. 후자는 의사 출신의 코미디언이 쓴 유쾌한 에세이집으로 행복이 스스로 찾아오게끔 하는 팁이 담겼다.

 어린이 책으론 『달 샤베트』(백희나 글· 그림, 스토리보울)가 복수로 추천됐다. 무더운 여름밤 녹아내린 달로 샤베트를 만든 반장 할머니 이야기인데 “환경의 중요성을 알려주면서도 찾아도 찾아도 또 이야기가 숨어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어떻게 뽑았나=올해 활발하게 단행본을 낸 출판사의 편집자 또는 대표에게, 임의로 고르되 순위를 정해 달라고 부탁해 순위별로 가중치를 주는 방식으로 선정했다. 대상을 특정하기 않았기에 모두 68권이 책이 추천됐고 이중 10권이 두 자릿수 점수를 기록했지만 선두 두 권이 나머지 책의 2~8배에 달하는 점수를 얻을 만큼 압도적이었다.

김성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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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이 비글호를 타지 않았다면 | 책을 읽으며 2010-12-2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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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이 아버지의 계획에 따라 의사 공부를 하다 만 것이라든가, 
이후에는 시골 교구의 목사가 되고 위해 케임브리지를 다녔지만
결국은 목사가 되지 않고 비글 호에 탑승하게 된 것은
어쩌면 운명 같은 것이었는지 모른다. 
만약 다윈이 비글호에 타지 못했더라면 그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누군가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라는 생명의 비밀을 밝혔냈겠지만
그게 다윈은 아니었을 것이 분명하다. 
아마 알프레드 월레스가 그 영광을 차지했을지 모르지만
그 주인공이 다윈이 아니라는 점에서 극적이지도 
그리고 그처럼 파급력이 있지도, 
적지 않은 협력자들이 그처럼 맹렬하게 지지하거나 보호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진화론의 운명이 예상하기 힘든 것과는 달리
다윈의 운명에 대해서는 예상이 그리 어렵지는 않은 모양이다. 
재닛 브라운은 쉽게 예상하고 있고, 그게 그렇게 터무니없어 보이지 않는다. 

"만약 비글호 항해에 합류할 기회를 잡는 대신에, 아버지의 새로운 계획에 따라 충실히 목사의 길을 걸었다면 다윈은 시골을 사랑하는 신사적인 목사로서의 미래 책임과 친절하며 탐구적인 성격-많은 아이들과 친척과 동물들 사이에서 충족할 만한 일을 찾아냈던-모두에 있어 육촌과 똑같은 성향을 보였을 테고, 아마도 과학 저널들에 정통했을 것이고, 정원과 양계장에서 몇몇 실험을 감행했을 것이다. 그리고 케임브리지셔의 시골을 말을 타고 달렸던 것을 추억했을 것이다."
(<찰스 다윈 평전:종의 수수께끼를 찾아 위대한 항해를 시작하다>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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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편지 프로젝트 | 책을 읽으며 2010-12-1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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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브라운이 쓴 <다윈 평전: 나는 멸종하지 않는다>는 말하자면 <다윈 평전>의 2권 격이다. 1권은 <다윈 평전: 종의 수수께끼를 찾아 위대한 항해를 시작하다>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어 있다. 2권이 다윈이 윌리스의 편지를 받은 순간부터 시작되고 <종의 기원>을 발표한 이후의 이야기라면, 1권은 다윈이 태어나고 비글호를 타고 항해를 하고, <종의 기원>에 담긴 진화의 매커니즘에 대해 파악해가는 시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내가 2권부터 읽게 된 것은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서점에서 2권이 먼저 내 눈에 띄었고, 나는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책을 집어들었을 뿐이다. 그리고 책 표지의 날개에서 바로 1권이 또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뿐이다. 900페이지가 넘는 2권을 다 읽은 나의 선택은 당연히 1000페이지가 넘는 1권을 읽는 것이다.

그런데 2권을 펼치기 전에 나는 바라바시의 <버스트>를 다시 펴들었다. 네트워크 이론과 인간 행동의 폭발성에 대한 책인 <버스트>와 다윈과 무슨 관련이 있다고...

 

바로 다윈의 편지 때문이다. 다윈은 평생을 편지로 의사소통을 했다. 우리가 지금 이-메일로, 전화로 의견을 전하고, 자문을 구하듯 그는 수많은 편지를 통해 과학 활동을 수행했다. 전세계에 남아 있는 편지만 해도 1만 4천 통 정도가 된다고 하니 그가 얼마나 열심히 편지를 써댔었는지를 알 수 있다. (없어진 편지는 얼마나 많을까?) 그만큼 다윈은 다운 (Downe)이라는 한적한 시골에 은둔(?)하면서도 끊임없이 편지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다윈의 편지를 분석한 사람이 있다. 정확히는 다윈이 편지를 쓰고 보낸 패턴을 분석한 것이다. 바로 바라바시다. 사실은 바라바시도 다윈의 생애와 과학 활동에서 편지가 차지한 역할을 알게 된 것이 이 책, 재닛 브라운의 <다윈 평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책에서 이 두 권의 책을 ‘주’에서 충실히 소개하고 있다 (<Charles Darwin: Voyaging>, <The Power of Place>). 그리고 또한 그는 다윈의 편지들이 16권의 책으로 묶여져 있다는 사실과 함께 다윈의 편지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사이트 (http:www.darwinproject.ac.uk)도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 바라바시는 도대체 무엇을 분석했을까? 다윈의 편지를 분석하기 전에 아인슈타인의 편지부터 분석했다. 바로 아인슈타인의 편지를 받고서 답장을 쓰는 데 걸린 시간, 즉 응답 시간의 분포가 멱함수 법칙을 따른다는 것을 다윈의 편지에서도 마찬가지로 발견한 것이다. 멱함수라는 것은 지수함수라고도 하는데, 바로 종 모양의 정규분포함수와 달리 지수함수의 그래프처럼 한쪽 끝으로 갈수록 감소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바라바시는 <링크>에서 척도없는 네트워크 이론을 말하면서 웹페이지들이 갖는 링크의 분포가 그러한 멱함수 법칙을 딸고 있으면 상당히 많은 네트워크들이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그런데 다윈의 편지에서도 그런 멱함수 법칙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다윈도 대부분의 편지들에 대해 즉각 답했고, 극소수의 편지에 대해서면 늑장을 부렸다.” (<버스트>, 200쪽) 이는 ‘메세지가 인터넷을 통해 전달되는 증기 엔진을 통해 느리게 전달되든, 아무런 차이가 없는’ 모든 사람들의 ‘기본적인 응답 패턴’이며, ‘사람들에게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선 순위를 설정할 수 밖에 없”으며, 이런 “우선 순위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지연, 폭발성, 멱함수 법칙이 등장한다”고 바라바시는 쓰고 있다.

다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의 또 하나가 바로 그를 분석하는 것인 셈인데 내가 흥미를 가지게 되는 것은 한 개인의 편지가 그런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인간 행동의 법칙을 탐고했다는 것과, 그런 주제를 가지고 그들은 논문을 쓰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Nature"에. (Oliveira and Barabasi. "Darwin and Eistein Correspondence Patterns" Nature 2005; 437:1251.)


무엇이든 연구할 수 있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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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이 말하는 더 나은 자본주의 | 책을 읽으며 2010-12-0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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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국방부에서 불온도서로 낙인찍는 바람에 오히려 판배 부수가 급증했던 <나쁜 사마리아인들>에 이은 책이다.

장하준은 자유 시장 자본주의의 위험과 폐해를 지적하고 더 나은 자본주의를 위한 자신의 제안하면서 “이제는 불편해질 때가 왔다”라며 이 책을 맺고 있다. 불편함은 자신의 생각이나 상식과는 다른 견해를 받아들이고 고려해봐야 하는 데서 오는 헷갈림 같은 것이리라.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사실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책을 읽는 것이 의미 있는 이유는 생각할 수 있는 꺼리를 제공받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내가 쉽게 납득할 수 있는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상관없이. 그런 의미에서 장하준 교수의 이 책은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읽어볼 만한 책이다.

그러나 내게는 그 ‘불편함’이 크지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자유시장이라는 주장이 엄밀하게는 하나의 이데올로기이며 중요하게는 부자와 빈자의 차이만을 심화시키는 주범이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사실은 그런 주장쯤 (자본주의의 한계와 인간의 합리성에 대해 인정하고, 인간이 물질적 이익만을 위해 일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북돋으며, 금융 부분에 대한 비중을 줄여서 실질적인 제조업을 바탕으로 한 경제 성장을 추구하고, 더 크고 적극적인 정부가 경제 성장과 풍요로움을 위해 더 낫다는 주장 등)은 불편하지도 않고, 오히려 손뼉을 치며 제발 좀 이런 목소리에 귀기울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 정도이다. 그런데 그건 오늘도 신문에는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전직 경제부총리의 주장이 실리고, ‘금융 선진화’ (이 책에서 그건 실은 투기에 다름 아니다)를 촉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실리는 상황에서 쉽지가 않은 상황인 듯 하다. 그래서 이런 불편한 주장들이 더 의미있는 것인지 모르지만.


정작 내게 불편한 주장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 내가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상황에서 불편하다는 얘기.

“사람들이 항상 ‘받아 마땅한’ 만큼 보수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332쪽). (Thing 5)

- 대학 4학년 여름 학기의 정운영 교수 강의 (<노동가치론>)이 생각난다. 대학 청소부보다 대학 교수가 월급을 더 많이 받을 근거가 그리 충분하지 못하다는 얘기였다. 여기서도 생산성만을 따지고 보았을 때 부자 나라의 국민이 가난한 나라의 국민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리는 것이나 대기업의 CEO가 노동자보다 수백 배의 보수를 받는다는 것은 사실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나의 생산성만을 근거로 월급을 받겠냐고 누가 묻는다면 선뜻 ‘그러겠소’하고 답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이러한 상황만큼은 인정을 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자본주의를 향한 길이리라.


또 하나는 지금 우리가 ‘탈산업화 사회’, ‘지식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은 착각이라는 것이다. 장하준 교수는 그렇게 여기는 것 자체가 착각이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예전부터 우리는 ‘지식’에 기반한 경제를 유지해왔으며, 만약 제조업을 등한시하고 오로지 인터넷 같은 것에 기반을 둔 탈산업화에 몰두한다면 오히려 경제 성장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하고 있다. 사실 이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지 않는 나로서는 신선한 주장이다. 그리고 귀담아 들어야 할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이 우리 생활을 많이 바꾸었다고 하지만 실은 세탁기보다도 영향력이 없다는 것, 역시도 지금 우리가 무엇게 기반을 두고 경제를 생각하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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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의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된 걸까? | 책을 읽으며 2010-12-0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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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다 읽은 게 한참 전인데 아직까지 독후감을 쓰지 못하고 있다. 

다른 책들에 대한 느낌을 적는 일은 계속해왔으니 이러저러한 일로 바쁘기도 한 것은 핑계일 뿐이고, 

워낙에 묵직한 주제이면서 계속해서 스스로 생각해야만 하는 내용 때문에 선뜻 다시 펴들기 힘든 것이리라. 

그래서 오래 가기 전에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메모해놓았던 글을 그냥 옮겨본다. 


"<정의란 무엇인가>가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

이건 무얼 의미하는 걸까? 

그만큼 우리나라, 혹은 우리 국민이 성숙해지고, 또한 수준이 높아졌다는 걸 의미할까?

또는 그만큼 '정의'에 대해 고민할 기회가 없었다는 걸 의미할까? 

이제는 '정의'에 대해서 고민할 만한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는 걸까? 

전두환 식의 '정의'말고...."


이 메모를 적은 내 노트에는 다음 부분이 인용되어 있다. 

"가능하지도 않은 중립을 가장한 채 중요한 공적 문제를 결정하는 행위는 반발과 분노를 일으키는 지름길이다. 

중요한 도덕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 정치는 시민의 삶을 메마르게 한다. 

그런 정치는 편협하고 배타적인 도덕주의로 흐르기 십상이다. 

그리고 자유주의자들이 건

드리기 두려워하는 곳에는 근본주의자들이 몰려든다." (3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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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책을 읽으며 2010-12-0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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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에 관한 여러 가지 말 중에 가장 이해하지 못할 말 중에 하나는 "파이를 먼저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경제적 약자들이 제 목소리를 죽이고 대세에 따라서 경제 규모를 키워야 부스러기라도 얻어먹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다른 분야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경제 쪽에서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이 늘 있어왔다. 단지 느낌만으로도 키워놓은 파이가 대부분은 기왕에 부자인 사람들에게 갈 텐데과연 그 부자들이 자신들의 파이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내놓을까 하는 의구심은 의구심 수준이 아니라 생각했다.

그런 구호는 언제나 많이 가진 사람들이 적게 가진 사람들에게 요구를 넘어선 강요의 양보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13세번째 꼭지의 글에서 장하준 교수는 그런 양보의 강요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한다.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부자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진다고 전체 경제가 함께 두둑해지는 것이 아닐 뿐더라

부자의 자비심을 기대하기에는 인간의 이기심은 원초적인 것이라는 점.

그렇기에 자유 경제(정말 그런 것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체제 하에서는 불가능한 신화일 뿐이며 국가 혹은 사회의 강제적인 힘이 있어야만 국가 경제의 열매가 가난한 사람에게까지 돌아갈 것이라 말한다.

또한 경기활성화라는 측면에서도 '부자 감세' 보다는 복지 지출의 증대가 더 큰 효과가 난다고 말한다.

 

"저소득 가계에 복지 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10억 달러를 추가 지원할 때 얻을 수 있는 경기 활성화 효과는 같은 액수의 돈을 부자들에게 감세해 줄 때보다 크다. 임금이 최저 생계 수준 혹은 그 이하가 아니라면, 노동자들은 추가 소득을 자신의 교육이나 건강에 더 투자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노동 생산성과 경제 성장이 촉진될 수 있다. 더욱이 소득 분배가 보다 평등해지면 파업이나 범죄가 줄어들면서 '사회적 평화'가 이루어지고 이는 다시 투자를 촉진한다.

사회적 평화가 이루어지면 재화를 생산하고 부를 생성하는 과정이 방해받을 위험이 줄어든다. 상당수의 학자들은 소득 불평등의 수준이 낮으면서 빠른 경제 성장이 이루어졌던 '자본주의의 황금기'는 이 같은 메커니즘이 작동한 덕분에 가능했다고 믿는다." (196쪽)

 

- 그러니 요즘 우리나라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부자 감세' 혹은 '부자 감세 철폐'라는 화두는 사실 포퓰리즘이나 선거에서의 '표'의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이러한 장하준 교수의 주장을 사회주의적 책동이 아니냐고 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장하준 교수 스스로도 밝히고 있고, 한국의 경제 성장에 대해 상당히 인정하는 바에 따르면 그는 분명히 '자본주의'를 옹호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을 순진한 기대에 기댄 꿈 같은 얘기라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분명한 수치를 가지고 하는 얘기라는 점에서 달리 말할 수 없을 것이고,

만약 부자들이 부자가 되기 위한 노력과 덕목을 너무 깔아뭉개는 것이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부자들이 지금 부자가 된 것은 개인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실은 국가와 사회의 조직화된 시스템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한다면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어야 할 의무나, 나아가 이유는 없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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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이네, 김훈, [내 젊은 날의 숲] | 책을 읽으며 2010-12-0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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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이네 
푸르고 푸르던 숲
 
내 어린 날의 눈물 고인
 

저 숲에서 나오니 숲이 느껴지네
 
어둡고 어둡던 숲
 
내 젊은 날의 숲
 

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이네
 
푸르고 푸르던 숲
 
내 어린 날의 슬픔 고인
 

저 숲에서 나오니 숲이 느껴지네
 
외롭고 외롭던 숲
 
내 젊은 날의 숲
 

그 알수 없던 나무
 
나무 사이를 끝없이 헤매이며
 

어두운 숲 속을 날아다니던 시절
 
저 파란 하늘 한 조각 보고파 울던
 
그 수많던 시간들을 남긴 채
 
광야로 광야로 광야로
 

저 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이네
 
푸르고 푸르던 숲
 
내 젊은 날의 숲

- 하덕규 <>

 

 

김훈 <내 젊은 날의 숲>하덕규의 노래 (혹은 시)의 마지막 구절에서 제목을 따왔다가 밝히고 있다

좋아하던 노래다.

하덕규, 혹은 시인과 촌장의 노래를 좋아했다.

깨끗하고, 희망적인 노래라고 생각했다

<한계령>도 그랬고,<비둘기에게>도 그랬다

노래 자체가 밝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리고 노랫말 자체에 무슨 '희망' 같은 단어를 담고 있지는 않았지만 나름의 소망을 담고 있는 노래였다

 

김훈 <내 젊은 날의 숲>은 그런 내가 '소망'을 그리고 노래에서 제목을 따왔다

'저 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이네/ 푸르고 푸르던 숲 / 내 젊은 날의 숲'

그렇다면 소설을 읽고 나는 '소망'이나 '밝음' 같은 단어들을 떠올려야 하는데

다 읽고 난 지금, 도저히 그런 단어들을 떠올릴 수가 없다

뭔지 모를 처연함과 고단함, 그리고 허무함 같은 것들이 내 머릿속을 맴돈다

그런 무거움을 견디어 냈기에,

'젊은 날'이 아닌 지금,

비로소 그런 무거움을 털어내고 밝은 날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얘기는 그냥 그 ''을 벗어나오는 것을 끝이 난다

그래서 소설 속의 화가(이름이 단 한번 나오는데 까먹었고, 어디쯤 오는지도 가늠이 가질 않는다)의 숲은 과연 '푸르고 푸르던 숲'이었는지 궁금하다

 

김훈의 소설은 사실 '소설' 같지가 않다

소설로서 품격이 떨어진다거나, 읽을 만하지 않다거나 하는 얘기가 아니라

그냥 '소설' 같지가 않다는 느낌이다.

소설 속의 비유와 언어들은 너무 '김훈'적이다

과연 이런 생각들을 소설 속의 인물들이 했을까 싶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생각이 많다고 했으니까), 

안실장이나 김민수 중위나, 어머니나 

그런 인물들, 즉 세상을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그런 철학적이고 중의적인 말들을 너무도 쉽게 뱉어냈다는데 현실감이 들지 않는다

실은 이게 김훈 소설의 매력인지도 모른다

김훈은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 자기가 느낀 세상의 질감들에 대한 언어를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뱉어내는 것인지 모르고

나를 비롯한 독자들은 그걸 '소설'이라는 형식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저 '김훈'을 읽고 있는지 모른다

하기사 이 소설에서 무슨 교훈을 얻을 수는 없으므로

소설가라고 하기에는 뭔가 어색한 김훈이라는 이의 (자신의 약력에 '자전거 레이서'라고 해놓았으니 스스로를 소설가라 여기지는 않는가 보다) 언어의 이음과 엇갈림을 만끽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을 지 모른다

실제로다 '소설'에 빠져 읽더라도 심한 앓이를 하지 않고

소설가 자신도 빠지지 않는 것 같은 염세주의에 빠지지 않고

그저 세상에 대한 몇 가지 시선을 얻을 수 있다면 만족이지 않은가

 

문득 나무들을 보면서 그 표정을 살피고 싶은데 (마친 처럼)

그게 쉽지 않다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어떻게 했을까

 

 

 

"'외롭다'는 상태는, 본래 그러한 것이어서 외롭다, 라고 말하는 것은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말로 나는 알고 있었다. '존재한다'는 뜻 이외에 '외롭다'라고 말하는 글이나 노랫가락이 어떠한 상태를 말하고 있으며,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 것인지를 사실 나는 정확히 체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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