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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폐렴구균 특정 혈청형의 진화에 관한 논문 | Science 2012-04-3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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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생물학회(ASM)에서 펴내는 JCM (Journal of Clinical Microbiology) 3월호에 실린 저의 논문입니다. 

이제 5월인데, 이제야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게으름 때문입니다.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보통 pneumococci라 불리는 Streptococcus pneumoniae, 즉 폐렴구균에 관한 논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혈청형 6D에 속하는 균주들의 출현과 진화에 관한 추론을 한 논문입니다. 

이 6D라고 하는 혈청형은 폐렴구균에서 가장 최근에야 밝혀진 혈청형에 속합니다. 이전까지는 혈청형 6B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기존의 6A에 포함되어 있던 혈청형 중 일부가 새로운 혈청형인 6C로 밝혀지고, 그와 비슷하게 6B에서 6D라는 새로운 혈청형이 밝혀졌습니다. 불과 1,2년 전의 일입니다. 이 새로운 혈청형이 단순하게 6A와 6B로부터 한 유전자의 재조합에 의해서(기존의 추론이었죠)가 아니라 복잡한 경로를 거쳐서 생겨났을 거란 내용은 저희가 작년에 똑같은 저널에 발표한 바가 있습니다. (Song et al. JCM 2011; 49:1758-1764)

(http://blog.naver.com/kwansooko/50110498799)


그 때도 그 새로운 혈청형인 6C와 6D가 우리나라에 상대적인 흔하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이번에는 그 중에서도 6D가 어떻게 나타나게 되었는지를 혈청형을 결정하는 유전자 좌위들에 대한 염기서열 분석과 multilocus sequence typing(MLST)라는 클론 분석 방법을 통해 알아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우리나라에 흔한 6D 혈청형을 가진 ST282라는 클론은 여러 차례의 유전자 재조합 과정을 거쳐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이 클론은 여러 항생제에 대한 내성도 함께 가지게 되었고, 또한 시판되는 폐렴구균 백신에는 포함되지 않은 혈청형을 가지게 됨으로써 선택압력에서도 벗어나 앞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란 예측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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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을 뽑고, 바람을 우러른다 | 책을 읽으며 2012-04-2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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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 정민 교수의 <일침 一針>을 이곳 저곳 순서 없이 들추며 다시 읽는데 반가운 구절이 있다.

“지난해 일 년 동안 인터넷 카페에 인문학 강의 연재를 진행했다. 다산과 제자 황상과의 만남이 그 주제였다.”

<삶을 바꾼 만남> 얘기다.

 

물론 내용은 그 얘기는 아니다.

발초첨풍(拔抄瞻風). 일단 정민 교수는 이 뜻을 그냥 풀어 ‘풀을 뽑고, 바람을 우러른다’라고 했었다. 그리고 인터넷 댓글을 읽고 찾아본 결과에 이 문구가 어디서 나왔는지를 찾아본 결과가 나온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풀을 뽑아 길을 낸 후 풍모를 우러른다’라고 해석했다.

 

여러 문헌을 근거로 ‘발초’는 성실함을, ‘첨풍’은 겸손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성실함과 겸손을 바탕으로 해야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다산과 황상과도 연결해서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를 얘기하는데, 문득 나를 돌아본다.

 

삶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전공과 관련해서도 아직도 배울 것이 많지만 그래도 직업으로 가르치는 입장이기도 하다. 가르치고 배우는 것을 게을리 할 수 없는 처지다. 그렇지만 자주 어느 한쪽을 잊을 때가 많다. 길을 내기를 주저할 때, 험한 바람을 거스르기를 두려워할 때 다시 생각해보면 좋은 글귀다.

 

발초첨풍(拔抄瞻風).

 

-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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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붓을 사용하라!" | 책을 읽으며 2012-04-2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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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식탁>에서 장대익 교수는 진화 연구자들 사이의 대립(이를테면 르원틴과 에드워드 O. 윌슨, 또는 스티븐 J. 굴드와 리처드 도킨스 등)에 대해 재치있게 보여주었다. 그것이 학문적 대립에서 그치지 않고, 감정적 대립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다양한 저서와 논문, 발표, 그리고 개인적 경험까지 포함해서 그런 대화를 만들어냈을 테니 당연한 것이지만, 대니얼 데닛의 <자유는 진화한다>에서도 그게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 예로 리처드 르원틴, 레인 카민, 스티븐 로즈, 세 생물학자는 자신들이 소방대라고 말한 바 있다.” (40쪽)

“그것은 더러운 짓이지만,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그들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크릭과 왓슨, E. O. 윌슨,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핑커, 나 같은) 책임감 있고 신중한 자연주의자들을 몇몇 무모한 허풍주의자들과 한통속으로 묶고, 우리가 그저 부인하고 비판하는데 주의를 기울여 온 양 우리에 관해 날조한다는 것이다. 전략으로서는 뛰어나다. 즉 정말로 무언가를 시꺼멓게 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넓은 붓을 사용하라. 그래야 안전하니까.” (41쪽)

 

거의 선전포고다!

 

-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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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 책을 읽으며 2012-04-28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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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힘써 일한 지가 30년인데 일찍이 하루도 시서(詩書)를 폐한 적이 없다.”

- 정민의 <삶의 바꾼 만남> 중 초의의 글 (521쪽)

 

이 줄에서 오래 머물렀다.

짠하다.

삶이 그처럼 한결같을 수가 있을까?

 

황상의 노년의 거처 ‘일속산방(一粟山房)’에 대한 글을 봐도 그렇다.

 

정학연의 글과 김류의 글이다.

“황자(黃子)가 사는 산은 궁벽하게 바닷가에 치우쳐 있어 좁쌀 한 톨에 지나지 않는다.” (526쪽)

“이것으로 좁쌀 한 톨 속에 허다히 많은 도서와 엄청나게 큰 세계를 품고 있어 드넓어 여유가 있음을 알 수 있겠다.” (527쪽)

 

좁쌀 한 톨에 큰 마음을 담았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란 말을 쓰니, 참 어려운 경지란 생각이 든다.

 

- 4. 19

 

<일속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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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산을 주목하나' | 책을 읽으며 2012-04-2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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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다산 탄생 250주년이라는 것을 오늘 신문(한국일보 4월 16일)을 보고 알았다. 한국일보는 “다산 정약용 다시 읽기”라는 시리즈를 시작했고, 첫 번째가 ‘왜 다산을 주목하나’라는 제목으로 다산연구소의 박석무 이사장 인터뷰다.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도 다산 정약용과 그의 제자 황상의 이야기를 그린 <삶을 바꾼 만남>이다.

박석무 이사장은 다산의 사상이 지금 우리 사회에도 적용할 수 있는 사상이라고 하면서, 특히 인본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바로 애민(愛民)이라는 것인데, 여기서 민(民)은 지금 식대로 한다면 국민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라 한다.

역사 인물의 사상을 해석하는 것도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게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흠이 아니라 시대 속에 살아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산의 사상은 지속적으로 해석되고 변형될수록 더 현재화되고 의미를 가져갈 것이다.

박석무 이사장도 다산의 한계를 이야기한다. 유교적 국가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인데, 시대적, 신분의 한계에 다름 아니다. <삶을 바꾼 만남>에도 드러난다. 하지만 그의 사상이 그것마저 뛰어넘는 것이었다면 그는 사상가가 아니라 혁명가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랬다면 그 사상의 풍부함은 훨씬 줄었을 것이고, 지금에 전해지는 것도 장담을 못했을지 모른다.

모르겠다. 시대적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 과연 칭찬이 되는지, 아니면 지나친 요구인지.

 

-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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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공부법 | 책을 읽으며 2012-04-27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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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교수는 <다산 선생 지식 경영법>에서 다산 정약용이 어떻게 공부를 하고, 어떻게 그것을 책으로 남겼는지에 대해서 가득 썼었다. 비록 그 시대와 지금의 공부법이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적지 않은 부분이 지금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었다. 물론 그걸 따라하지는 못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도 다산 선생이 책을 만들어가는 방법은 어느 정도는 적용하고 있다.

 

<삶을 바꾼 만남>에서도 제자를 어떻게 공부시켰나가 중요한 내용 중 하나이기 때문에 군데 군데 공부법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중 한 가지다.

“다산은 무슨 공부를 하든, 반드시 기록으로 남기게 했다. 공부는 기록을 통해서만 누적되어 이전될 수 있다고 믿었다. 자신도 그렇게 했고, 제자와 자식들에게도 같은 것을 요구했다.” (185쪽)

 

100배 공감!

기록으로 남지 않은 공부가 허망해질 수 있음을 지금도 느끼고 있다.

 

-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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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깨끗한 환경에서 키웠다간 ... (Science 논문) | Science 2012-04-2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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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 가설'(hygiene hypothesis)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특히 어릴 적에 자꾸 세균이나 기생충에 노출되었을 때 그에 대한 면역력이 생긴다는 것인데, 형이 있는 경우, 동생이 병에 덜 걸리는 경향 같은 것을 그런 가설로 설명합니다. 즉 형이 자꾸 밖에서 흙과 함께 놀고 들어오면 동생은 자연히 어릴 적에 그 흙에 있는 감염체에 노출이 되어 면역력이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너무 깨끗하게만 하면 오히려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결론을 얘기하는 것이 이른바 '위생가설'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심각한 반박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이를 확실하게 입증할 만한 과학적 증거도 그리 확고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점점 이 위생가설은 과학적 증거를 획득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오늘 날짜의 Science지에도 이와 관련한 논문이 한 편 실렸습니다. 




논문에 실린 Data 그림들은 무척 복잡하지만, 메세지는 분명합니다. 어릴 적 미생물에 노출된 경우  면역과 관련하여 아주 중요한 세포인 Natural Killer T 세포의 기능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그 영향이 굉장히 지속적이라는 것입니다. 생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저자들은 이를 밝혔는데 저자들 스스로 논문의 결론 부분에 자신들의 결과가 "위생가설(hygiene hypothesis)"와 부합하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더불어 어릴 때 특정한 미생물이 풍부한 환경에 노출되는 것이 염증성 장 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 IBD)나 천식과 같은 데 저항성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제안하고 있습니다. 반명에 너무 어릴 때 항생제 치료를 하는 것은 오히려 반대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도 의미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많은 것을 의미하는 논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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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나를 괴롭힘에서 나오고 | 책을 읽으며 2012-04-2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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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나를 괴롭힘에서 나오고, 헐뜯음은 나를 즐겁게 함에서 나온다. 찬미함은 상대를 두텁게 하는 데서 나오고, 원망은 상대를 박하게 여기는 데서 생긴다.”

- 정민 지음, <삶을 바꾼 만남> 144쪽

 

다산 정약용이 초의(草衣)에게 써준 글에 나오는 부분이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라는 격언과 호응하는 글이다.

안다. 하지만 쉽지 않은 말이다.

이 경지에 도달하는 것에 도달하는 것에 애를 써야 하지만, 과연 도달할 수 있을까? 자신할 수 없다. 



-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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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공부의 주체성 | 책을 읽으며 2012-04-2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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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과 그의 유배 시절 제자, 아니 평생의 제자 황상의 만남을 그린 정민 교수의 <삶을 바꾼 만남>을 읽고 있다.

 

다른 다산 정약용에 대한 책에서도 몇 번 언급되었던 <천자문 千字文>과 <사략 史略>에 대한 정약용의 입장과 대안이 다시 가장 먼저 눈길을 끌고,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조선 모든 서당에서 첫 학습서였던 <천자문>과 <사략>은 여러 가지 면에서 어린 아이들이 읽고 문리를 깨치기에 전혀 적합하지 않았다. 끝까지 읽어본 적도 없는 <천자문>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이처럼 어려운 한자들을 맨 처음 배웠다? 이해가 어려웠다. 보니 <천자문>은 “중국 남조 양나라 때 주홍사가 무제의 명을 받아 명필 왕희지의 초서 필적을 모아 만든 책”이고, 사언시 형태란다. 원래 주어진 글자에서 운을 뽑고, 그에 맞춰 글을 만들다 보니 말도 맞지 않고, 한자도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천자문>은 그렇다 치더라도 <사략>은 더욱 문제였다. 왜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중국의 역사를, 그것도 제대로 편집된 책이 아니라 멋대로 편집된 책을 배워야 했을까? 게다가 이 <사략>을 엮은 “강지는 이름난 학자도 아니고, 시골 의원이자 훈장에 불과한 인물”이었다니 참 어이없는 일이다. 전형적인 사대주의라 아니할 수 없다. 정민 교수의 말대로 “정작 중국에서도 까맣게 잊힌 책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경전과 나란한 지위를 차지해버린 것이다. 통탄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64쪽)

 

그런데...

지금은 다를까? 그런 자문에 깨끗하게 전혀 없다, 또는 상당히 나아져 거의 없다라고 할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다. 


-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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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슬은 쓸모없고 디자인은 쓸모가 있기 때문에 | 책을 읽으며 2012-04-26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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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언어>에서 조금은 당혹스러운 내용 중 하나는 쓸모없는 것일수록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이 직관에 반하는 얘기는 디자인의 예술적 성격에 탐색하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이다. 저자인 데얀 수직은 이러한 상황을 맨처음 언급할 때는 ‘괴이한 역설’이라고는 하지만 바로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쓰고 있다. 그런 역설은 디자인과 예술의 가격 차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데, 왜 디자인(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물건들)보다 예술(로 인정되는 물건들)이 더 비싼 가격표가 붙는가를 설명하는 거의 유일한 내용이기도 하다. 바로 ‘예술은 쓸모없고 디자인은 쓸모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생각해본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버거운 이들에게는 아무런 필요도 없는 얘기이지만, 상당한 영역에서 그렇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먹고 사는 데 대한 걱정이 덜어진 계급, 혹은 계층에서 가격이라는 것은 상당 부분 과시적이다. 그러니 쓸모 없는 것에도 내 지갑을 열 수 있다(또는 신용카드를 긁을 수 있다)는 것을 보이는 것은 자신을 드러내는 가장 확실한 방안인 것이다. 저자도 쓰고 있듯이 ‘돈은 주위를 의식한다.’

 

 

조금 서글픈데, 세상이 그렇고 원리가 그렇다면 어찌해 볼 도리도 없다. 나도 그럴 것이란 얘기이기 때문에.

 

 

“훨씬 근본적인 수준에서 보자면 예술은 쓸모있고 디자인은 쓸모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20세기 문화에서 피카소가 르코르뷔지에보다 훨씬 더 중심적인 인물인 것이며, 게르니카가 만약 팔리게 된다면 그 값은 르코르뷔지에의 유니테 다비타숑보다 훨씬 더 높을 것이다.” (247쪽)

 

 

“디자인이라는 활동은 대량생산된 물건들의 물질적이고 상업적이며 유용한 세계에 관한 것이고, 예술이라는 활동은 보다 불명료하고 잘 잡히지 않는 관념의 세계, 그리고 독특한 것과 쓸모없는 것의 아우라에 관한 것이다.” (249쪽)

“무엇보다도 별 가치 없는 재료를 가지고 대단히 귀한 물건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예술의 힘에 대해 말해준다.” (250쪽)

“모마(MoMA)는 유용성과 대량생산의 미덕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면서도 쓸모없는 것들과 일회적인 것들을 고이 떠받들고 있는 것이다.” (256쪽)

“그것(MoMA에 걸린 헬리콥터)은 아름다운 동시에 쓸모없는 것이다.” (259쪽)

“디자인과 예술 사이, 쓸모 있음과 쓸모 없음 사이에서 앤디 워홀보다 더 미묘하고 복잡한 길을 따라간 사람은 없다.” (266쪽)

“디자인 작품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물건들은 실제로 유용성이라는 짐을 짊어지고 있고, 따라서 문화의 위계에서는 본질적으로 쓸모없는 예술의 범주보다 낮은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이 피할 수 없는 결론이다.” (295쪽)

 

근데, 예술의 쓸모없음을 이렇게 강조해도 되는 것일까? 문득 궁금해지고 예술가들에게 묻고 싶어진다.

 

-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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