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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되면 그 사건을 일어나지 않는다 | 책을 읽으며 2012-08-30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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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세들라체크의 <선악의 경제학> 중 구약 성경에 대한 부분을 읽으며 재미있는 내용을 접했다. 

이런 내용이다. 

"반응이 적절히 이루어진다면, 대개 예언된 사건은 아예 발생하지 않는다." (98쪽)


말하자면, 예언이라는 것은 어떤 것을 대비하기 위해서 하게 되는데

예언을 듣고 그 사건에 대한 대비를 하게 된다면 정작 그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대로 된 예언이라는 것의 운명은 정작, 잘못된 예언이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가장 자주(?) 접하게 되는 곳은 바로 점집이 아닌가 싶다. 

미래에 대한 불안에 있음직한 사건을 덧붙여 찾아온 사람을 위협하는 곳이 바로 점집이라고 할 수 있는데(물론 아닌 곳도 있을 수 있다), 

부적이니 복채니 하는 것으로 그 액운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고나서 생기는 일은?

그 사건이 생기거나 생기지 않거나, 이다. 

생긴다면 그 점이 맞았다는 것이고, 

생기지 않았다는 것도 그 점이 맞았는데 잘 대비했다는(즉, 부적이 효험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래저래 되는 장사인 셈이다. 


예언이라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라면 어쩔 수 없고, 

그나마 그런 예언으로 우리는 대비를 하고 살아간다면 더더욱 할 말은 없지만, 

좀 허탈한 경우다. 


"어떤 예언은 표현됨으로써 (그리고 믿음으로써) 자기충족적 예언이 되지만, 

다른 예언은 선언됨으로써 (그리고 믿음으로써) 자기모순적 예언이 된다." (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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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오르기를 해도 살은 빠지지 않는다 | 책을 읽으며 2012-08-2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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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오르기를 해도 살은 빠지지 않는다.

이 충격적인(?) 내용을 월터 르윈은 아무렇지 않게 물리적으로(!) 계산하고 있다. (솔직하게 얄밉다)

 

우선 집안 일, 즉 청소 등의 일을 하면서 에너지 소모를 늘이고, 이로써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는 식의 ‘생활의 지혜’를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이 많은데, 월터 르윈은 이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

“날마다 행하는 모든 신체적 활동은 어떤가?

이에 대한 연료도 섭취해야 하지 않은가?

예를 들어 계단을 오르내린다든지 집 주위를 어슬렁거린다든지 청소기를 들고 다닌다든지 하는 활동들에 대해서는 어떤가?

알다시피 집안일은 아주 힘들 수 있고 따라서 우리는 막대한 에너지를 쓸 것 같다.

그렇지 않은가?

음, 나는 이에 대한 답변을 듣고 여러분이 놀랄까 걱정된다.

사실 아주 실망스럽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영위하는 활동은 당혹스러울 정도로 적은 에너지를 소모할 뿐이다.

따라서 그 에너지 양은 체육관에 가서 매우 힘든 운동을 하지 않는 한 음식의 열량 계산을 할 때 완전히 무시해도 좋을 정도에 불과하다.“

(나의 행복한 물리학 특강』, 252쪽)

 

자, 이 실망스러운(!) 결론은 어떤 계산에서 나온 걸까?

(실망스러워도, 아니 실망스러우니 더욱 잘 알아야 하지 않을까?)

 

70 kg인 남자가 10층(약 10m)를 하루에 5번 오른다고 가정하면 (이게 쉬운 일만은 아니라는 것은 다들 인정할 거다),

이 남자가 방출하는 에너지는 mgh의 다섯 배이다.

계산해보면, 70kg x 약 10m/s2 (실제로는 9.8m/s2) x 10m x 5 이고,

이것을 열량으로 따지면 약 3만 5천 J(줄)이다.

4.2J이 1 cal (0.001 Cal)에 해당하니까, 약 8,000 cal이다.

우리가 보통 쓰는 단위로 따지면 ‘8 칼로리’ 정도다.

(월터 르윈의 또 다른 계산을 통해) 우리가 하루에 1천만 J의 열량을 열로 방출하므로, 전체의 0.3%에 불과하다.

에게! 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이 얘기는 계단 오르기 정도로는 허리 사이즈를 줄일 수 없다는 얘기다.

별 수 없다. 좀 덜 먹고, 좀더 (본격적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

혹은 포기하던가...

- 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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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과 다윈 | 책을 읽으며 2012-08-2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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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에서도 강의 잘 하기로 유명한 월터 르윈 교수의 물리학 강의를 지면으로 옮겨놓은 『나의 행복한 물리학 특강』. 정말 오래간만에 물리학에 대해서 읽는다. 이전 읽었던 물리학에 대한 책이 어떤 것이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생물학이야 당연하게 익숙하고, 다음으로는 아무래도 화학 쪽인데(사실 그걸 가깝다고 표현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물리는 정말 아득한 느낌이다. 사실 지금은 물리와 화학 사이의 거리가 거의 없는 분야도 있어(그건 필립 볼의 『실험에 미친 화학자들의 무한도전』에서도 인정한 바다), 둘 다 점점 까마득해져가는 느낌이다.

아무튼 그래도 훌륭한 교수님의 쉬운 물리학 설명이란 기대를 가지고 읽고 있다.

 

그래서 우선 언급하게 되는 구절은 전혀 물리학 쪽이 아니다.

“지난 세기에 천문학은 물론 전체 과학에서조차 가장 충격적이고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인 허블의 발견에 맞설 만한 것은 아마 자연선택이라는 메커니즘을 내세운 찰스 다윈의 진화론뿐일 것이다.” (55쪽)

 

여기서 허블의 발견이란 ‘1925년 에드윈 허블이 우주의 머나먼 은하들이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한다. 그게 그렇게 충격적이었나 싶다. 지난 세기에 다른 것은 비할 만한 것이 없을 정도로.

그런데 여전히 여기서 내가 눈길이 가는 것은 ‘허블’이 아니라 ‘다윈’이다. 허블을 다윈과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하나의 깨달음 같다고 할까?

하지만 이 문장은 오류다. 다윈의 자연선택설은 지난 세기, 즉 20세기의 것이 아니라 19세기의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세기에 허블의 발견에 비할 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얘기인가?

- 8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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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책에서 만나는 올리버 색스 | 책을 읽으며 2012-08-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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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 볼의 『실험에 미친 화학자들의 무한도전』의 ‘감사의 말’에 올리버 색스(Oliver Sacks)에 대해 언급한 것을 보면서 그러려니 했다. 올리버 색스는 『... (원제 ‘텅스텐 삼촌’』에서 그의 화학에 대한 애정과 재능을 가감없이 표출했으니, 그리고 그는 또한 일류의 과학자이기도 하니 <네이처>지의 편집위원 출신의 저자와 모를 리도 없을 것이리라.

그런데 중간에 다시 그의 이름과 그의 책이 다시 등장하리라고는 쉽게 생각을 못했다. ‘아무 열정이 없는’ 불활성기체가 실제로는 다른 원소와 반응할 수 있음을 밝힌 닐 바틀릿의 실험에 대해 설명하면서이다. 원소들을 사람의 성격에 빗대어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납덩이처럼 가라않는, 염소처럼 기분 나쁘게 썩는, 황처럼 톡 쏘는, 철처럼 녹슨 유머감각” (313쪽)

그런데, 이처럼 원소를 사람의 성격과 관련시키는 데 있어서 가장 최고는 바로 올리버 색스라는 것이다. “원소를 의인화한 문학의 백미는 올리버 색스의 반자전적 소설 『텅스텐 삼촌(Uncle Tungsten』이다.” (313쪽)

그랬었나? 생각해보게 된다.

그게 ‘반자전적 소설’이었는지, 번역자는 이 책이 다시 다른 제목을 달고 우리나라에 다시 출판되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지 등등에 대한 자잘구레하고, 다소 신경질적인 꼬투리는 뒤로 하고...

명확하게 어떤 비유들이 무릎을 칠 만큼 절묘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 건, 아마도 나의 화학에 대한 무지와 올리버 색스의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한 탓일 게다.

 

그런 나에 대한 의심을 더욱 굳게 하는 것은, 정말로 다음과 같은 구절을 읽은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플루오린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적어도 제논, 가장 무거운 불활성기체인 제논과는 결합하지 않을까?”

그래서 닐 바틀릿이 제논과 플루오린과의 결합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정말로 기뻐했다는 올리버 색스란다.


화학에 대해선 샘 킨의 『사라진 스푼』도 있었다. 필립 볼의 책을 읽으며 화학자들의 이름이 조금이라도 덜 낯설다면 샘 킨의 책을 읽어보았기 때문일 텐데, 다시 읽어야 필립 볼의 이 책도 좀 더 이해가 될 것 같다.

- 8월 21일









실험에 미친 화학자들의 무한도전

필립 볼 저/정옥희 역
살림Friends | 201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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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생물학 vs. 화학 | 책을 읽으며 2012-08-2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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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생물학의 경우, 그 학문적 기원이 자연을 관찰하는 자연사에 있다.”(19쪽)

“... 화학은 연구 대상을 자체 제작하는 학문이다. 굳이 자연을 탐문할 필요가 없다.” (21쪽)

생물학이란 분야를 하는 입장에서 극히 공감하는 내용이다. 필립 볼의 <실험에 미친 화학자들의 무한도전>에서다.

- 8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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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불갈비, 구석기? 혹은 일상적인 삐딱함 | 책을 읽으며 2012-08-27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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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랐다.

세 번째 등장하는 ’, 즉 먹는 것에 관한 장(chapter)에서 한국 음식점 얘기가 나왔다 (A.J. 제이콥스, <한 권으로 읽는 건강 브리태니커>). 그런데, 그게 글쎄다.

 

혹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사람을 위해 설명하자면, 한국 숯불갈비집에서는 테이블 한가운데에 원반 크기의 그릴을 놓고, 즉석에서 음식을 요리해 먹어야 한다. 불과 고기의 만남이라...... 다분히 구석기 시대적이다.” (290)

 

그렇게 느낄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친구는 무엇을 먹는데 있어서 어떤 것이 현대적이라 여기는지...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이 얘기를 쓰기 바로 직전 야채 생식 얘기를 했다는 점이다.

불에 구워 먹는 것과 아무런 조리도 하지 않고 먹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원시적일까?

 

물론 나의 이런 (약간의) 흥분이 지나친 것만은 분명하다.

그는 매사에 대한 반응이 이런 식이니 말이다. 정말로 그러는지 궁금할 정도로.

일상적인 삐딱함

- 8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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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에 민감하면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 | 책을 읽으며 2012-08-27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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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띤다는 주장” (108)

초기 인류가 세균을 품고 있는 타 부족들과 잦은 접촉을 하게 되면서 변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진화 방향에는 다른 편에 대한 혐오감이 추가되었고, 타 부족과 상호 교류를 최소화하려는 성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때의 혐오감이 외부인을 보다 경계하는 성향, 보수와 연관된다.” (108)

 

비록 세균, 그것도 병원균을 연구하는 사람이지만, 생각해보면 나는 세균(의 존재)에 대해 그리 민감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럼 나의 정치적 성향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세균병인론(germ theory)'19세기 말에서야 나왔는데, 어떻게 세균과 초기 인류, 타 부족에 대한 혐오감 등이 연결될까 하는 것이다. 뭘 모르는 상황에서도 타 부족과의 접촉이 병과 관련되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 수 있었다는 얘기일 텐데, 꼭 맞는 것인지 역시 의문이다.

- 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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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 빻던 러닝머신 | 책을 읽으며 2012-08-27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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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일 주일에 두세 번 정도 분당 탄천을 걷는데, 어딜 가게 되면 하는 수 없이 러닝머신에서 운동을 대신 하게 된다. 아침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러닝머신 앞에 설 때까지는 고민의 연속이지만 일단 거기에 몸을 맡기게 되면 기분이 상승하기 시작한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러닝머신의 어원에 대해서 읽었다.

A.J. 제이콥스의 <한 권으로 읽는 건강 브리태니커>에서다.

이 친구는 미국 친구이고, 영어로는 running machine이라는 말은 없으니까, treadmill에 관한 얘기다.

 

러닝머신treadmill은 원래 1800년대에 말을 연결해 곡물을 빻거나(그래서 이름에도 분쇄기mill'라는 뜻의 단어가 들어간다), 범죄자를 교화하는 용도를 쓰였다. 그리고 러닝머신은 비교도 안 되게 쉽긴 하지만, 시지푸스가 받은 벌을 생각나게 한다.” (50)

 

곡물을 빻거나, 혹은 범죄자 교화 용도에 올라서 하루를 시작한다니 생각이 묘해진다.

- 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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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콥스의 '건강 브리태니커' 이 책은 어떨까? | 책을 읽으며 2012-08-27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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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J. 제이콥스의 <한 권으로 읽는 건강 브리태니커>를 집어 들었다. 이 제목은 참 그렇다. 그의 처녀작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를 그냥 썼다. 속편도 아닌데, 속편인 듯. 그런데 속편이 원작보다 훌륭한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에(그렇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제목은 정말 별로다.

 

사실은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라는 제목은 원제와도 좀 떨어져 있고, 내용과도 좀 떨어져 있다. ‘브리태니커를 한 권으로 묶는다는 내용 같아 보이지만, 그가 브리태니커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은 이야기를 다룬 것이니 말이다.

어쨌든 그래도 나는 <한 권으로 읽는 건강 브리태니커>를 집어 들었다. 물론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 때문이긴 하다. 그렇다면 이 제목이 어떤 효과를 발휘했나 싶겠지만, 정확히 보자면 책 제목 때문이 아니라 저자 때문이다. 물론 책 제목 때문에 저자를 떠올렸을지 모르지만 아무튼 정확히 말하자면 그렇다.

 

그렇다고 A.J. 제이콥스에 푹 빠졌단 것도 아니다. , 빌 브라이슨이나 후쿠오카 신이치, 닉 레인 같은 정도는 아니란 얘기다. 그럼에도 그의 책을 이렇게 네 번째(책 권수로는 다섯 권) 읽게 되는 것은, 그것도 1~2년 사이에, 그래도 그가 내게 중요한 인상을 남겼단 얘기이긴 하다.

 

당연히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는 좋았다. 하지만 그 다음에 읽은 <미친 척하고 성경 말씀대로 살아본 1>은 솔직하게 사실 별로였다. 두 권으로 나눈 것부터 별로였고, 종교서가 아님에도 마치 종교서로 포장해 선전하는 방식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성경대로 살아본다는 것 자체가 그렇게 신선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에 나온 <나는 궁금해 미치겠다>는 좀 나았다. 그러나 그 책은 저작은 아니었다. 그의 여러 글을 묶은 책이었다. 당연히 이 친구의 무턱댄 시도의 결과이기 때문에 맥이 닿아 있었고, 꽤 재미있게 읽었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 이 책은 어떨까? 궁금하다.

-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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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새학기? | 책을 읽으며 2012-08-2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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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신이치의 <베이츠 하늘소의 파랑>은 여러 주제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중에서도 공감가는 부분 중 하나는 가르치는 입장에서 쓴 글들이다. 

이를테면 이런 구절이다.


“우울하다. 새학기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교수가 되어서야 비로소 깨달은 일인데, 새학기의 시작은 학생보다 교수 쪽이 더 우울해한다. 학생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강의를 듣는 것이지만, 교수의 입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지난해와 똑같은 강의를 또다시 가르쳐야 하는 일이다.” (99쪽)


매년 강의 내용을 조금씩 업그레이드를 하더라도 기본적인 내용은 똑같고, 학생들의 반응도 대체로 예상이 가능하다. 반응이 없는 경우는 더 끔찍하지만, 단 몇 년의 경험으로도 같은 강의를 반복하는 것이 그다지 행복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얼마나 지겨울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똑같은 이유에서다. 같은 얘기를 하루에 몇 번을 해야 한다는 게 얼마나 지겨운 일일까 하는 것이었다. 대학의 교수가 매년 비슷한 내용의 강의를 하는 것에 비할까 싶다.

그래서 새로운 강의를 기회해보지만, 처해진 조건이 그걸 가능하게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대학원 강의라면 모를까, 학부, 특히 의대 학부 강의를 거의 정해진 틀과 내용이 있기 마련이다. 이거는 반드시 알게 해주고 가야하는...


이런 걸 ‘우울’이라고까지 표현하기엔 그렇지만 아무튼 그렇다. 그와 더불어 새로운 학기의 시작은 새로운 학생들, 즉 작년보다 한 살이 어린 학생들을 맞는 일이다. 그러나 나는 한 해 나이가 들어간 것을 의미한다. 사실 그게 더 우울한 일인지 모른다. 젊음, 푸르른 시절. 그걸 보는 것은 흐뭇한 일이지만, 돌아서 내 모습을 보는 일이 흐뭇할 수는 없다.


그리고, 시험 출제와 관련된 내용이 지금의 나의 상황과 관련해서 매우 흥미롭거니와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 8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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