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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양한 연령층이 보더군 | 영화 2014-10-1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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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긴 어게인

존 카니
미국 | 2014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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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상영이 끝났을 거로 생각했었는데, 아직도 하고 있었다. 

아내 지인이 강추했다는 영화.

뉘늦게라도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우선 가장 놀란 것은, 관객들의 분포였다. 

극장으로 들어가기 전 옆에 앉아 있던, 아들 둘을 둔 가족이 우리와 같은 극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중학생인 우리 아들 녀석을 생각하며 갸웃거렸다. 

그런데, 들어오는 관객들은 보니...

할머니 그룹들. 중학교 여학생들, 손잡고 들어오는 연인들. 우리 같은 부부들. 

참 다양했다. 


영화의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상처 치유에 관한 영화다. 

상처를 치유하고 치유받는 영화는 흔하다. 

그러니 영화의 성공은 그 상처가 치유되는지의 여부가 아니라,

그 상처에 대한 공감대, 상처 치유까지 이르는 과정에 대한 공감대일 것이다.


그러나 <비인 어게인>은 노골적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리진 않는다.

해야할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그 결과에 이른다.

그 일은 음악이었다.

그런데, 역시 음악을 통한 상처 치유 역시 얼마나 흔한가?


하지만 <비긴 어게인>은 다르단 느낌을 준다.

음악 자체에 몰입할 수 있는 여지를 주어서일까?

스토리보다는 음악에 더 공감하는 영화라서 그럴까?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인기가 있는 영화인 이유는 영화의 음악에 대해 우리가 더 공감할 수 있는 장르라서 그럴까?


꽤 긴 시간을 그리워하며 보내야 한다.

얼굴은 물론이고 목소리도 듣지 못하는데, 

그 헤어짐을 앞두고 본 영화로는 꽤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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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의 [적을 만들다] | 책을 읽으며 2014-10-1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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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의 <적을 만들다>를 읽는다.

알랭 드 보통의 <뉴스의 시대>를 읽고 쓴 리뷰(http://blog.yes24.com/document/7816946)에 guiness님이 쓴 댓글 덕에 이 책을 알았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을 꽤 읽었다.

대학, 혹은 대학원 시절의 <장미의 이름>부터 시작해서 <푸코의 진자>, <전날의 섬>이 모두 집에 있는 내 책장에 지금도 꽂혀 있다. <로아나 여왕의 불꽃>과 <프라하의 묘지>는 내 사무실 책장에 꽂혀 있다(그러고 보니 이 책들 모두 2권짜리다).

상대적으로 에코의 산문은 그다지 많이 읽지 못한 것 같다.

YES24 사이트에서 '움베르토 에코'라고 검색어를 치면 뜨는 책들 중 내가 읽은 (소설을 제외한) 책들은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인데, 그 이유는 내용 때문이 아니라 그 책이 꽂혀 있는 위치 때문이다(ㅎㅎ). 



   

적을 만들다

움베르토 에코 저/김희정 역
열린책들 | 2014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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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켄델, 통찰의 시대 | 책을 읽으며 2014-10-1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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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켄델의 <통찰의 시대>가 나왔다. 

에릭 켄델의 신경생물학의 한 획을 긋는 연구로 노벨상을 탄 인물이다. 

국내에도 켄델 교수의 제자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몇 년 전 그의 자서전 격인 <기억을 찾아서>를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이번 <통찰의 시대>는 어떨른지 기대가 된다.

이번 것은 "무의식을 주제로 과학과 예술, 인문학"을 다루고 있다고 하는데, 예술과 신경생물학의 연결고리를 탐구한 책으로 이해한다. 

주제 자체로는 정말 흥미로운데, 그게 얼마나 개연성 있을지가 정말로 궁금하다. 



 

통찰의 시대

에릭 캔델 저/이한음 역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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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 파트릭 모디아노 | 끄적이다 2014-10-0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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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을 유도하는 세균 | Science 2014-10-08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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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과 비만과의 관련성에 관한 논문은 2007년 경 Jeffrey Gordon 그룹의 선구적인 논문 이래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저 포괄적으로 어떤 그룹의 세균이 많고, 적음으로 비만한 사람의 특성을 찾는 게 초기의 연구였다면, 지금은 특정 세균을 지목하는 논문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배진우 교수와 이명식 교수의 Gut지에 실린 논문도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연구자들마다 서로 다른 세균을 지목한다는 것입니다. 

더 헷갈리는 것은 그 연구들이 다 나름대로 타당성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의 논문도 그렇습니다. 

mBio라는 미국 미생물학회(ASM)에서 내는 온라인 저널에 실린 논문에 대한 해설 기사입니다. 

여기서는 Clostridium ramosum이라는 세균을 지목하고 있네요. 생쥐에서의 얘기지만 이 세균이 고지방 음식의 이용 효율을 높여 비만을 유도한다는 내용입니다. 


 (출처: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마우스의 비만을 유도하는 위장관의 세균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51205&cont_cd=GT




Clostridium ramosum라는 이름의 위장관 세균이 고지방 사료의 이용 효율을 높여서 동물들의 비만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German Institute of Human Nutrition Potsdam-Rehbruecke의 연구팀의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미생물학회의 대중 공개 저널인 `mBio` 온라인판에 발표되었다. 이번 시험에서는 실험용 마우스에게 사람의 위장관에 존재하는 C. ramosum과 고지방 사료를 투여했다고 한다. 세균과 고지방 사료가 모두 투여된 마우스들은 고지방 사료만 투여된 마우스와 비교하여 체중과 체지방이 크게 증가했으며, 세균만 투여되고 저지방 사료가 투여된 마우스들은 처음과 동일한 마른 상태를 유지했다고 한다. 

장내 미생물 균총(gut microbiota)이라 불리는 수조 마리의 세균들이 사람들의 위장관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 중 몸에 이로운 미생물들은 우리가 먹은 음식에서 영양을 얻어낸 후에 나중에 이용하도록 저장시키거나 에너지로 이용하도록 만든다. 이전 여러 동물시험에서 장내 미생물 균총이 체중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확인되어서, 이들 미생물들을 조절하는 방법이 미래에 비만 치료법이 되는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동 연구소 위장관 미생물 부서 책임자인 Michael Blaut 박사는 이전 연구에서 비만한 사람들의 위장관에서 C. ramosum과 Erysipelotrichi 계열의 세균를 발견했다고 한다. 이러한 점은 소화관에서 고지방 식사의 자극을 받은 이들 세균들의 증식이 영양분 섭취를 개선시키고 체중의 증가와 지방의 축적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 Blaut 박사는 “이번에 우리는 세균 1종의 존재와 결실이 마우스의 체중과 체지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3그룹의 마우스들에서 C. ramosum의 역할을 조사했다고 한다. SIHUMI라 불리는 첫 번째 그룹은 C. ramosum을 포함하여 8종의 세균으로 구성된 인간의 장내 미생물 균총을 접촉시켰으며, SIHUMIw/oCra라 불리는 두 번째 그룹은 C. ramosum이 없는 인간의 장내 미생물 균총을 접촉시켰다. 마지막 세번째 그룹은 C. ramosum만을 접촉시켰다. 이들 그룹들의 마우스들에게는 고지방 사료 또는 저지방 사료가 4주간 공급되었다. 

고지방 사료를 섭취하고 4주 후에 마우스들은 에너지 섭취, 사료의 분해 능력, 시험된 낮은 수준의 염증 표지자에서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고지방 사료를 섭취한 SIHUMI 그룹과 Cra 그룹의 마우스들은 SIHUMIw/oCra 그룹보다 체중이나 체지방이 현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점은 C. ramosum이 위장관에 도입된 SIHUMI 그룹과 Cra 그룹의 마우스들이 C. ramosum이 없는 SIHUMIw/oCra 그룹의 마우스보다 사료를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능력이 훨씬 우월함을 가리카고 있다. 한편 저지방 사료를 섭취한 3그룹의 마우스들은 모두 날씬한 상태를 유지하여 C. ramosum에 의한 영향이 없음을 보여주었다. 

체중과 체지방이 늘어난 SIHUMI 및 Cra 그룹 마우스들은 포도당과 과당의 흡수를 촉진시키는 당 수송체 2(glucose transporter 2: Glut2)와 지방산 translocase(Cd36)를 포함하여 지방 수송 단백질의 발현도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Blaut 박사는 “우리 결과는 Clostridium ramosum이 소장에서 영양분 섭취를 향상시켜서 비만을 촉진시킴을 가리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연구자들의 논문에서는 염증을 유발시키거나 단쇄 지방산이라는 분자의 형성을 늘리는 그람음성균의 세포벽 구성성분인 지질다당체(lipopolysaccharide)의 증가는 비만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이러한 점에 기초하여 Blaut 박사는 “장내 세균이 비만을 유도하는 기작은 적어도 2개 이상은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Blaut 박사는 C. ramosum이 숙주의 에너지 대사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다 잘 이해하는 동시에 일반 마우스에서도 이 세균이 동일한 효과를 내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한다고 한다. 그는 “관련 기작을 밝히는 것이 비만을 예방 및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림설명: 1. 고지방 사료와 저지방 사료를 먹인 마우스들의 미생물 균총에서 각 균의 비율, 2. 3그룹의 마우스에서 체중과 체지방의 변화 

Journal Reference: Anni Woting, Nora Pfeiffer, Gunnar Loh, Susanne Klaus, and Michael Blaut. Clostridium ramosum Promotes High-Fat Diet-Induced Obesity in Gnotobiotic Mouse Models. mBio, September 2014 DOI: 10.1128/mBio.015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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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본주의"를 읽으며 | 책을 읽으며 2014-10-07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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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어딜 가면서 그곳으로 미리 책 몇 권을 택배로 보내놓고, 그 사이 일주일 동안 읽을 책으로는 장하성의 <한국 자본주의>와 에릭 홈스봄의 <만들어진 전통>을 남겨두었다. 움베르토 에코의 <적을 만들다>가 오늘 도착했으니 세 권이 내 수중에 있다. 

<한국 자본주의>를 먼저 읽고 있다. 

피케티는 여전히 화제인 모양이다. 

피케티가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닌 것처럼 장하성도 좌파니, 우파니 하는 도식으로 바라보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다. 

그런 도식, 편가르기는 실력에 자신이 없을 때 무기로 사용하는 것이다. 


한국 자본주의

장하성 저
헤이북스 | 2014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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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만남 | Science 2014-10-07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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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양병찬씨의 글을 올립니다. 

(http://bric.postech.ac.kr/myboard/read.php?id=251293&Page=&Board=news)


어제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습니다.

사람의 뇌가 위치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밝힌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존 오키프 교수와 노르웨이에 있는 카블리 시스템 신경과학 연구소의 에드바르드 모세르와 마이 브리트 모세르 부부가 그 주인공입니다.


양병찬 씨의 글은 그들 중 모세르 부부의 삶과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흥미 차원에서 당연한 것 같습니다). 



 

결혼 28년차인 에드바르드 모세르와 마이 브리트 모세르 부부는 지난 30년간 함께 연구생활을 해 왔지만, 뇌(腦)에 대한 열정은 전혀 식지 않았다. 두 사람은 아침을 먹다가 뇌에 대해 이야기하고, 오전에 열리는 랩 미팅에서도 세부사항을 논의한다. 그리고 올여름의 어느날 저녁에 들른 레스토랑에서도, 뇌의 위치인식 방법과 귀소본능에 대해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의 뇌는 위치를 인식하고, 진행방향은 물론 회전 및 정지 시기를 정확히 안다. 우리가 길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라고 마이 브리트는 말했다.

'인간이 집을 찾아가는 방법'에 관한 권위자는 단연 모세르 부부다. 두 사람은 2005년 랫트의 뇌 깊은 곳에서 격자세포(grid cells)를 발견하여 갑자기 유명해졌다. 이 흥미로운 세포(격자세포)들은 GPS와 매우 흡사하게 작동하여, 동물들로 하여금 위치를 인식하게 해 준다. 물론 인간도 격자세포를 보유하고 있다. 두 사람은 그 후 '격자세포가 다른 전문화된 뉴런들과 상호작용하여, 완벽한 내비게이션 시스템(행선지와 경유지를 알려주는 시스템)을 완성하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격자세포를 연구하면 기억이 형성되는 메커니즘을 설명할 수 있고, 우리가 사건에 관한 기억을 떠올릴 때 특정 장소(예: 방, 거리, 풍경)가 연상되는 이유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연구방식은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키 크고 인상 좋은 그들은 - 비록 몸은 둘로 나뉘었지만 - 하나의 뇌를 가진 것처럼 행동한다. 그들은 북극권에서 남쪽으로 약 350km 떨어진, 노르웨이의 트론헤임에 있는 카블리 시스템 신경과학 연구소에서 풍족한 연구비를 지원받으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그들은 책도 함께 쓰고 상도 함께 받는다. 가장 최근(이번 주)에 받은 노벨 생리의학상도 - 그들의 보스였던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존 오키프 교수(신경과학)와 더불어 - 두 사람이 함께 받았다. 두 사람은 40대 중반이던 2007년 카블리 재단이 실시한 공모전에서 우승하여, 전세계에 17개뿐인 카블리 연구소 중 하나를 설립하고 지휘하는 영예를 누렸다. 두 사람은 현재 노르웨이에서 유명인사가 되었으며, 그들이 일하는 연구소는 많은 신경과학계의 인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다른 연구자들은 "그들과 같은 연구소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적 자극을 받는다"고 말한다.

두 사람의 연구는 21세기 최고의 도전과제인 '뇌의 계산방법'과도 관련되어 있다. 컴퓨터가 자바와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뇌도 자체적인 작동언어(operating languages)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 코드는 (뇌 회로 사이를 왕래하는) 리드미컬한 전기활성과 뉴런발화의 속도 및 타이밍 속에 숨어 있다. 뇌는 이 코드를 이용하여 외부세계의 특징(예: 소리, 빛, 냄새, 공간적 위치)을 자체적인 언어로 표현한 다음, 이해하고 계산한다. 모세르 부부는 격자세포에 관한 연구결과를 이용하여, 세계 최초로 뇌 속 깊은 곳에 있는 코드를 해킹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신경학계의 과제는 (그들이 아직 해결하지 못한) 나머지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다.

"두 사람의 연구는 인지-신경과학의 중심부에 있다. 그들은 인식에 관한 신경코드를 이해함으로써, 생물학을 컴퓨터과학, 심지어 철학과도 통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라고 파리 대학교에서 의식을 연구하는 스태니야스 드엔 박사는 논평했다.


(1) 별들의 만남

모세르 부부는 노르웨이인으로, 북대서양의 다른 섬에서 각각 성장했다. 그들이 자란 곳에서는, 여름에는 낮이 계속되고 긴 겨울밤에는 오로라가 춤을 춘다. 양가(兩家)는 모두 학자를 배출하지 않은 평범한 집안이었다. 두 사람은 각각 1962년생과 1963년생으로 같은 학교에 다녔지만, 1983년이 되어 둘 다 오슬로 대학교에 진학할 때까지 서로를 알지 못했다.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뭘 공부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지만, 자신들이 신경과학과 뇌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세상이 환하게 밝아졌다.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싹트면서, 지적 호기심이 융합반응을 일으켜 함께 평생 동안 추구할 미션이 자연스럽게 결정됐다. 그들의 미션은 '뇌가 인간의 행동을 생성하는 과정'을 밝혀내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오슬로 대학교의 권위있는 교수 중 한 명인 페르 안데르센 교수(전기생리학)를 찾아가, 학부생의 신분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안데르센 교수는 해마의 뉴런 활성을 연구하던 중이었는데, 두 사람은 "해마 뉴런의 활성을 동물의 행동과 연관짓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당시 안데르센 교수는 - 대부분의 신경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 두 명의 풋내기가 내세운 거창한 주제에 대해 회의를 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매달렸고, 안데르센 교수는 마지못해 두 사람에게 간단한 프로젝트를 하나 맡겼다. 그들이 맡은 프로젝트는 '해마의 뉴런을 얼마나 잘라내면 랫트가 새로운 환경을 기억하지 못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임무를 기꺼이 받아들였고, 머지않아 뭔가 중요한 것을 발견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해마는 동질적"이라는 가설이 지배적이었지만, 두 사람은 "두 개의 해마 중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공간기억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참고 1). 이 연구결과는 "뇌의 기능을 이해하려면 뇌의 해부학적 구조를 상세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 교훈은 두고두고 두 사람의 연구생활에 보약이 되었다.

아직 학부생 신분이던 1984년, 두 사람은 킬리만자로의 휴화산 꼭대기에서 약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은 "아기를 빨리 낳고, 해외에서 포스닥 경험을 쌓은 다음, 세계 어딘가에 우리들만의 연구실을 갖자"고 다짐했다. 계획은 기대했던 것보다 빨리 실현되어, 두 사람은 박사논문을 방어하기도 전에 오키프 교수의 연구실에서 나란히 포스닥 과정을 밟기로 결정되었다.

1970년대에, 오키프 교수는 랫트의 해마에서 장소세포(place cells)라는 뉴런을 발견했는데, 이 뉴런은 동물이 특정 장소(예: 쳇바퀴 근처, 문 앞)에 있을 때만 발화되는 뉴런이었다. (그 이후, 다른 내비게이션 관련 뉴런들이 잇달아 발견됐는데, 그중에는 고개를 특정한 방향으로 돌릴 때 발화되는 뉴런, 또는 경계선이 보일 때 발화하는 뉴런 등이 있다.) 내비게이션 분야의 연구가 뜨겁게 달아오르자, 두 사람은 연구 범위를 좀 더 확장시키고 싶었다.

그러나 포스닥 과정을 시작한 지 몇 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1996년, 두 사람은 트론헤임에 있는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교로부터 파격적으로 교수직을 제의받았다. 그들은 망설였다. 제안을 수락할 경우, 세계 연구의 주류에서 벗어나 변방의 조그만 대학교에서 외롭게 연구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부부인 두 사람에게 똑같은 대학교에 교수 자리가 두 개 났다는 것은 너무 매력적이어서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그들은 두 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노르웨이로 날아갔다.

트론헤임에서 자리를 잡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들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지하실에 연구실을 꾸리고 동물 사육시설도 만들었다. 그러자 몇 년 후, EC 와 노르웨이 연구위원회에서 거액의 연구비를 선뜻 지원했다. 그리고 그때쯤 되자 연구결과가 서서히 나오기 시작했다.


(2) 격자세포 발견

두 사람이 트론헤임에서 세운 첫 번째 목표는, 장소세포가 주고받는 신호의 기원을 상세히 밝히는 것이었다. 장소세포는 해마 속에 있지만, 다른 곳에 존재하는 세포가 장소세포에게 발화시기를 지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학부시절 연구실에서 깨달은 교훈을 떠올려, 그들은 "장소세포의 신호전달 과정을 연구하려면 먼저 뇌의 해부학적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표준 실험기법을 변형하여 장소세포를 연구했다. 즉, 전극을 랫트의 해마에 직접 이식한 다음, 랫트를 커다란 박스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게 하면서, 해마에서 나오는 전기신호를 기록했다(첨부그림 참조). 전극은 개별 뉴런으로부터 나오는 전기신호를 받아들여 컴퓨터로 전송하고, 컴퓨터는 개별 뉴런이 발화하는 장소를 지도 위에 정확히 (검은 점으로) 표시했다. 랫트가 모든 장소를 골고루 돌아다니도록 하기 위해, 두 사람은 박스 바닥 전체에 초콜릿을 뿌렸다.

두 사람은 장소세포에 신호를 보내는 부분을 찾기 위해, 화학물질을 이용하여 해마와 주변의 다양한 부분들을 불활성화시키면서, 장소세포가 정상적인 발화를 계속하는지를 테스트했다. 그 결과, 장소세포에 신호를 보내는 부분은 내후각피질(entorhinal cortex)인 것으로 밝혀졌다(참고 2). 선행연구자들은 내후각피질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었는데, 그 주된 이유는 접근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내후각피질은 커다란 혈실(blood chamber)에 인접해 있어, 전극을 이식하느라 잘못 구멍을 뚫었다가는 랫트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두 사람은 신경해부학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안전한 전극 삽입장소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는 다시 실험을 실시하여 내후각피질에 존재하는 단일 뉴런의 신호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뜻밖의 사실이 밝혀졌다.

내후각피질 뉴런의 일부는 - 해마의 장소세포와 마찬가지로 - 랫트가 특정 장소로 다가가거나 통과할 때 발화하지만, 다른 여러 장소에서도 발화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컴퓨터를 이용하여 뉴런이 발화하는 장소들을 지도 위에 표시해 보니, 발화지점들은 서로 겹치며 일종의 패턴을 그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것이 정확히 어떤 형태인지는 알 수 없었다.

정확한 사실히 밝혀진 것은 그로부터 몇 달 후, 좀 더 커다란 박스를 이용하여 실험하고 난 뒤였다. 큰 박스 안에서 돌아다니는 랫트들의 뉴런발화 지점을 지도에 표시해 보니, 그 궤적이 거의 완벽한 6각형의 격자 모양을 그리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마치 벌집처럼 말이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그 결과를 믿을 수 없었다. 그렇게 간단하고 규칙적인 패턴이 나오리라고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험을 여러 번 반복해 본 결과, 두 사람은 내후각 피질의 역할을 이해하게 되었다. 박스 바닥에는 육각형이 전혀 그려져 있지 않지만, 랫트의 뇌 속에는 추상적인 육각형 격자가 그려져 있어, 랫트가 격자의 특정 좌표를 통과할 때마다 하나의 뉴런이 발화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육각형이라는 패턴보다는, 특정 패턴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다. 그것은 뇌의 언어가 공간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신경과학자들이 오랫동안 찾아 왔던 '뇌가 주변의 세계를 표현하는 코드'인 것이다. "그것은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유레카의 순간이었다"라고 에드바르드는 회상했다. 두 사람은 이 연구결과를 2005년 Nature에 발표했다(참고 3).


(3) 격자세포의 기능

두 사람은 격자세포의 기능을 테스트하는 실험에 착수했다. 실험 결과, 격자세포의 발화 패턴은 어둠 속에서도 일정하고, 동물이 움직이는 속도나 방향과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참고 3). 장소세포의 경우 환경이 조금만 바뀌어도(예: 벽의 색깔이 바뀜) 발화속도가 바뀌지만 , 격자세포의 발화속도는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내후각피질에 존재하는 상이한 세포들은 박스의 경계에 따라 (크기, 방향, 위치가 다른) 다양한 형태의 격자를 생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뇌의 격자세포들은 정확한 수학적 규칙에 따라 배열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크기가 작고 간격이 촘촘한 격자를 생성하는 세포들은 내후각피질의 꼭대기에 위치하고, 크기가 큰 격자를 생성하는 세포들은 내후각피질의 바닥에 위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일한 크기와 방향성을 가진 격자를 만드는 세포들은 서로 뭉쳐 모듈을 형성하는데, 이 모듈들은 내후각피질을 따라 단계적으로 배열되고, 한 단계가 지날 때마다 1.4배씩 격자 크기가 확대되는 것으로 밝혀졌다(참고 4). 이와 동시에, 박스의 경계를 기준으로 하여 상이한 위치를 표시하는 격자세포들은 내후각피질 전체에 무작위로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간의 격자세포 배열도 이와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우리가 길을 걷거나 여러 방 사이를 헤맬 때, 격자세포가 - 마치 GPS 장치처럼 -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위치를 추적한다"고 말할 수 있다.

(4) 모든 것은 머릿속에 있다.

두 사람은 격자세포를 연구함으로써, 고대그리스 이래로 뇌, 기억, 위치 간의 관계를 궁리해 온 과학자와 철학자들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긴 연설 내용을 기억하고 싶을 때, 건물이나 거리의 배치를 머릿속에 그리고는, 연설의 중요 부분을 상이한 랜드마크에 연관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머릿속으로 건물이나 거리의 이곳저곳을 걸어다니는 생각을 하면서, 각각의 랜드마크에 연관된 기억을 떠올림으로써 모든 연설을 거뜬히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기억과 위치와의 연관성은 20세기까지 이어져, 행동과학자들은 “동물의 뇌 안에도 공간에 관한 추상적 지도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행동과학자들의 주장은 좌표세포의 발견에 의해 사실로 입증되었다.

또한 두 사람의 연구는 이론가들을 경악내지 흥분시키고 있다. 왜냐하면 육각형 패턴은 최소의 격자세포로 나타낼 수 있는 최고의 공간적 해상도이기 때문이다. 육각형은 에너지를 절약하게 해 주므로, 뇌가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증명해 준다. “동물의 뇌 속에 그렇게 아름다운 육각형 패턴이 존재할 거라고 누가 감히 생각이나 했겠는가?”라고 독일 뮌헨 대학교의 안드레아스 헤르츠 교수(컴퓨터 신경과학)는 말했다. “우리가 수천 년 동안 수학에서 사용해 온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를 뇌가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뜻밖이다. 이는 ‘뇌가 사용하는 계산원칙을 과학자들이 궁극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준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뇌가 사용하는 계산원칙을 이해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뇌가 세상의 상이한 측면을 표현하는 데 사용하는 신경코드가 그렇게 단순할 리는 없으며, 개별 뉴런들마다 각각 다른 코드를 이용하여 세상의 다양한 면을 표현할 것이기 때문에, 뇌의 언어를 이해하기는 매우 어렵다. 격자코드가 가치있는 것은, 뇌의 위계질서에서 높은 곳에 존재하므로, 감각정보를 직접 입력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망막에 들어오는 빛의 영향을 받는 시각피질과는 달리, 내후각피질은 뇌의 다른 부분이 받아들인 환경정보를 통합하여 고유의 육각형 패턴을 내부적으로 만들어낸다.

영향력 있는 논문들을 대량으로 발표함으로써, 모세르 부부는 많은 우수 연구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물론 다양한 지원단체들로부터 풍족한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격자세포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실들이 많다. 내후각피질의 신경망이 격자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격자세포, 장소세포, 기타 내비게이션 세포들이 만들어내는 지도들이 통합되어 동물의 이동에 도움을 주는 과정도 아직 불투명하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보다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한편 격자 시스템이 언제쯤 형성되는지도 중요한 관심사다. 초기연구에 의하면, 랫트는 출생후 3~4주 만에 격자 시스템이 확립된다고 한다(참고 5, 6). 이는 - 랫트는 물론 인간도 - 매우 원시적인 공간감각을 갖고 태어나며, 뇌가 세상에 적응하면서 공간감각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게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랫트를 평평한 우리 대신 구(球) 모양의 우리에서 기를 경우, 육각형 모양의 격자가 변화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신경코드라는 추상적 개념 말고도, 격자세포는 기억 및 기억상실을 이해하는 데 또 다른 시사점을 던진다. 내후각피질은 알츠하이머병에 의해 영향받는 것으로 알려진 최초의 구조체이며, 알츠하이머병의 초기증상 중 하나는 길을 잃는 것이다. 두 사람은 “내후각피질에 존재하는 모종(某種)의 세포가 알츠하이머병의 조기발병을 돕는 역할을 한다”는 가설을 제시하고, 다른 분야의 과학자들이 이 수수께끼를 풀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 첨부그림 설명

 

에드바르드 모세르와 마이 브리트 모세르 부부는 뇌의 내후각피질에 존재하는 격자세포를 연구한다. 격자세포는 동물들로 하여금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도록 도와준다 

① 달리는 랫트 

두 사람은 랫트의 내후각피질에 전극을 삽입하고, 상자 속을 달리며 초콜릿을 먹게 하면서, 개별 격자세포로부터 나오는 전기신호를 측정했다. 

② 발화패턴 

랫트가 상자의 바닥에서 특정 지점을 지날 때마다 하나의 격자세포가 발화했는데, 이 발화지점의 궤적은 마치 벌집처럼 육각형 격자를 형성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③ 위치정보 시스템 

육각형 패턴은 최소의 세포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공간적 해상도이다. 개별 세포는 각자 고유의 격자를 만들며, 중첩된 패턴들은 동물로 하여금 위치와 방향을 인식하게 해 준다.



※ 관련 동영상: 에드바르드 모세르와 마이 브리트 모세르가 설명하는 격자세포(http://youtu.be/jYCR0pQLd_U)
※ 참고문헌
1. Moser, E., Moser, M.-B. &Andersen, P. J. Neurosci. 13, 3916–3925 (1993).
2. Moser, M.-B. &Moser, E. I. J. Neurosci. 18, 7535–7542 (1998).
3. Hafting, T., Fyhn, M., Molden, S., Moser, M.-B., Moser, E. I. Nature 436, 801–806 (2005).
4. Stensola, H. et al. Nature 492, 72–78 (2012).
5. Langston, R. F. et al. Science 328, 1576–1580 (2010).
6. Wills, T. J., Cacucci, F., Burgess, N. &O'Keefe, J. Science 328, 1573–1576 (2010).

※ 출처: http://www.nature.com/news/neuroscience-brains-of-norway-1.16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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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레티우스, 현대적인, 너무도 현대적인 | 책을 읽으며 2014-10-06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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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De rerum natura)』이 이브 파칼레의 『신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와 연결되는 지점을 이제서야 파악했다는 내 지식의 얕음에 대한 고백을 했는데(http://blog.yes24.com/document/7820811), 이어서 스티븐 그린블랫은 『1417, 근대의 탄생』에서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De rerum natura)』의 주요 내용을 잘 요약해주고 있다(233~249).

이것을 읽은 내 느낌은... 아니 이렇게 현대적일 수가! 그런 것이다.

왜 루크레티우스의 저작의 재발견이 '근대의 탄생'이 될 수 있는지를 충분하게 이해할 만하다.

 

구체적인 해설은 빼고 그 굵은 제목만을 옮겨보면 이렇다.

"사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입자들로 만들어진다."

"물질을 구성하는 기초 입자인 '사물의 씨앗들'은 영원하다."

"기본이 되는 입자들은 그 수는 무한하나 형태와 크기에는 제한이 있다."

"모든 입자는 무한한 진공(void)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우주에는 창조자도 설계자도 없다."

"사물은 일탈(逸脫, swerve)의 결과로 태어난다." (참고로 Swerve는 이 책의 원제다!)

"일탈은 자유의지의 원천이다."

"자연은 실험을 멈추지 않는다."

"우주는 인간을 위해서 혹은 인간을 중심으로 해서 창조된 것이 아니다."

"인간은 특별하지 않다."

"인간 사회는 평화롭고 풍부하던 황금시대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원시의 전쟁 속에서 시작되었다."

"영혼은 죽는다."

"사후세계는 없다."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

"모든 체계화된 종교는 미신적인 망상이다."

"종교는 일관되게 잔인하다."

"천사니, 악마니, 귀신이니 하는 것들은 없다."

"인생의 최고 목표는 쾌락의 증진과 고통의 경감이다."

"쾌락에의 가장 큰 장애물은 고통이 아니라 망상이다."

"사물의 본성을 이해하는 하는 것은 깊은 경이로움을 낳는다."

 

이 목록 가운데 현대의 사람들이 동의하지 못하는 것도 있겠지만, 그 주장들은 고대와 중세의 세계관을 뛰어넘는 것임은 분명하다. 현대적인, 너무도 현대적이다.

 

하나 덧붙이자면, 이 책의 표지는 보티첼리의 <베누스(비너스)의 탄생>을 쓰고 있는데, 이 그림이 그저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그림이기 때문이겠거니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스티븐 그린브랫은 이 지극히 현대적인 주장의 목록의 끝에 이렇게 덧붙이고 있다.

"이 시에 매혹되었던 사람 중에서 최소한 15세기 후반의 한 이탈리아인은 이렇게 살아남은 시로부터 빚어낸 것을 우리에게 환각을 일으킬 만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일렁이는 바닷물 속에서 나타난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베누스를 그린 보티첼리의 걸작이 그것이다."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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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에 관한 진실 | Science 2014-10-0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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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에볼라(Ebola) 를 현실적 위협으로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Science> 같은 잡지에서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과학자들이 껀수를 잡았다는 식으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이번 것은 아무래도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Science>지는 "Top Stories" 중 첫번재로 Ebola 얘기를 꺼내고 있는데, 제목은 "에볼라는 어떻게 전파되는가? 연구를 통해 밝혀진 확고한 진실"이다.

http://news.sciencemag.org/africa/2014/10/how-does-ebola-spread-hard-facts-key-studies


이 기사는 다른 소스의 기사들과 함께 양병찬이라는 분이 친철하게 번역해놓았다. 

http://bric.postech.ac.kr/myboard/read.php?id=251177&Page=&Board=news


핵심은 에볼라가 공기를 통해 전염될 수 있는가? 에볼라 감염자가 만진 물건을 만지면 감염되는가?와 같은 지극히 현실적이고도 공포스러운 질문이다. 

대체로는 '공기로는 전염되지 않는다'가 현재까지 정답인 듯 하다. 그렇지만, '감염자와의 신체 접촉', '감염자와의 침대 공유', '오염된 체액 접촉' 등이 감염 경로라고 하니, 에볼라 감염자가 한 나라, 한 지역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심리적으로 공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유가 되는 것 같다. 여기서 체액이라는 것은 주로 타액, 모유, 눈물, 콧물, 정액  같은 것들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 땀도 의심스럽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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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본성에 관하여]가 그 책에 등장한 이유 | 책을 읽으며 2014-10-0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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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그린블랫의 『1417, 근대의 탄생』은 르네상스, 나아가 근대를 낳게 한 정신에 관한 얘기지만 기본적으로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De rerum natura)』를 둘러싼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루크레티우스?

누구지? 이 별로 익숙해질 것 같지 않은 이름을 어디선가 들어봤는데...

풍부하지 못한 내 독서 이력에도 이 이름이 낯이 설지 않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이 이름을 언급하고 있는 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주말 동안의 내 예감은 한 권의 책을 향하고 있었다. 출근하자 마자 그 예감을 확인해야 했다(참고로 내 책들은 거의 모두 내 사무실 책장에 보관하고 있다).

맞았다! 바로 이브 파칼레의 『신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신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에서 이브 파칼레는 수도 없이 루크레티우스를 인용했다. 안타깝게도 나는 왜 그렇게 루크레티우스를 인용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다.

루크레티우스가 그 『신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에 적절하게 인용될 수 있는 책임을 이 『1417, 근대의 탄생』을 읽으면서야 이해한다.

 

에피쿠로스의 후계자 루크레티우스가 쓴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는 어떤 책인가? 스티븐 그린블랫의 글을 그대로 인용해본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7,400행에 달하는 이 시는 압운(押韻) 없이 이루어진 6개 음절로 한 행을 구성하는 표준적인 6보격 형식을 취하고 있다. (중략)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는 소제목 없이 6권으로 나뉘어 있는데, 다양한 주제가 한데 얽혀 있다. 강렬한 서정적 아름다움의 순간, 종교에 관한 철학적 명상, 쾌락, 죽음, 물질계, 인간 사회의 발전, 성의 위험과 즐거움, 그리고 질병의 본질 등에 관한 복잡한 이론들을 하나로 아우르고 있다. 시의 언어는 대체로 까다롭고 어려우며, 구문은 복잡하고, 전체적으로 놀랄 정도로 수준 높은 지적 야망으로 가득하다.” (229)

 

이 내용만으로는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와 『신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가 연결되지 않는다. 그 연결점은 바로 이것이다.

루크레티우스가 가져온 질병에 붙일 수 있는 다른 단순한 병명은 이른바 무신론(atheismus, atheism)이다.” (230)



1417년, 근대의 탄생

스티븐 그린블랫 저/이혜원 역
까치(까치글방) | 2013년 05월

 

신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이브 파칼레 저/이세진 노래
해나무 | 2012년 07월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루크레티우스 저/강대진 역
아카넷 | 201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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