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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우주에선 더 강력해진다 | Science 2015-11-13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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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우주에선 더 강력해진다

항생제 내성 커지고 산성에도 안 죽어





이달 2일로 지구 상공 약 400km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인류가 거주한 지 15주년이 됐다.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미국은 2030년 유인 화성탐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화성까지 가는 데만 8개월이 걸리는 긴 여정이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우주 공간과 같은 무중력 상태에서 미생물의 변화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인간이 우주에 오랫동안 머물 경우 우주선이나 실험 장비 등에 딸려 올라간 지구 미생물이 우주 탐사의 복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생물은 식중독이나 각종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 우주에서 식중독균 더 강해져
 

여름철 단골 식중독 원인균으로 꼽히는 대장균 O157은 우주에서 독성이 더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석 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팀은 무중력 상태로 만든 회전 체임버에 O157을 넣은 뒤 생리적 특성이 어떻게 바뀌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무중력 상태에서 O157은 암피실린과 같은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강해졌으며, 산성에서도 더 오래 살아남았다. 우리 몸에 유해균이 침입했을 때 1차 방어막 역할을 하는 위액이 산성인 만큼 우주에서 미생물이 생존할 확률이 더 높아진 셈이다. 또 무중력 상태에서는 대장균의 번식 속도가 1.5배가량 빨라졌고 크기는 1.8배 늘었다.



이 교수는 “열, 항생제 등 스트레스 상황에서 미생물의 생존 능력이 더 강해지는데, 무중력 상태도 미생물에게 일종의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해 스트레스 저항 기작이 발현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미생물 분야 국제학술지 ‘응용 및 환경미생물학’에 실렸다.
 

또 다른 식중독균인 살모넬라균의 경우 무중력에서 독성이 최대 5배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와 미 항공우주국(NASA)은 무중력 환경에서 키운 살모넬라균에 감염된 쥐의 치사율이 일반 살모넬라균에 감염됐을 때보다 더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무중력에서 자란 살모넬라균은 일반 살모넬라균의 5분의 1만으로도 쥐에게 치사량으로 작용했다.

 

● 지구 오면 미생물 번식력 달라져
 

지구와 우주에서 잘 번식하는 미생물의 종류가 다르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카스투리 벤카테스와란 NASA 제트추진연구소 박사팀은 ISS에서 채집한 시료를 분석한 결과 미생물의 번식 능력이 지구에 오면 달라진다고 미생물 분야 국제학술지 ‘마이크로비옴(microbiome)’ 10월 27일자에 발표했다.
 

ISS의 공기 필터와 청소기 먼지봉투에서 채취한 시료 속 미생물을 지구로 가져와 배양하자 미생물 조성이 우주에서와 다르게 나타났다. 일부 미생물의 비율이 지구에 있을 때보다 100~300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이 교수는 “미생물은 그람(Gram) 양성균과 음성균으로 나뉘는데, O157이나 살모넬라균 등 음성균의 경우 무중력 상태에서 더 강해지는 반면 황색포도상구균이나 리스테리아 같은 양성균은 별 차이가 없거나 약해지는 경향을 보인다”며 “우리가 알고 있는 미생물에 대한 상식이 우주에서는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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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들을 모두 복원하고 | 끄적이다 2015-11-13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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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 올렸다. 

부주의로 그동안 YES24블로그에 올렸던 리뷰들을 다 날려버린 게 지난 달 30일(http://blog.yes24.com/document/8264198). 

그 이후로 워드 파일로 저장해두었던 파일과 다른 블로그에 올렸던 글들을 다시 올리는 작업을 했다. 

그래서 2012년 1월 이후의 것들을 다 올렸다. 거의 500개 가까운 지난한 작업이었다.  

다 올렸는지는 모르겠다. 몇 개가 누락된 것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글들을 올리면서, 올리고 나서 전의 내 생각들을 다시 읽어볼 기회가 있었다. 

그 땐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싶었다. 

오히려 더 좋은 기회인 듯도 싶었다. 

물론 뺏어먹은 시간은 회복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별점 매기는 것과 제목을 짓는 것이었다. 

별점은 다시 지금의 느낌대로,

제목은 워드 파일에 제목이 있으면 그것으로, 혹은 대충 읽어보고 짓거나, 다른 블로그에 올릴 때의 제목을 썼지만, 그도 아닐 경우엔 그냥 책제목을 썼다. 어쩔 수 없다. 


2012년 이전의 리뷰들도 있긴 한데, 그건 나중에 기회봐서 복원을 해야할 것 같다. 


*이렇게 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이 정도로 쓰면 랭킹이 1위가 된다는 것을. 

별 의미는 없다. 


*또 하나 신기한 것은 내가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이 <뼈가 들려준 이야기>인데, 저자인 진주현 박사가 그 일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된 책이 <루시, 최초의 인류>라는 책이라고 쓰고 있다. 내가 리뷰들을 복원하면서(시간 역순으로 했다) 가장 마지막에 복원한 글이 바로 <루시, 최초의 인류>에 대한 리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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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류학 발굴의 역사상 가장 유명한 화석, 루시 | 옛 리뷰 2015-11-1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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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루시, 최초의 인류

도널드 조핸슨 저/이충호 역/진주현 해제
김영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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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에는 테이프리코더가 한 대 있었는데, 비틀스의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아아몬드 (Lucy in the Sky with Diamond)’가 흘러나왔다. 우리는 흥에 겨워 볼륨을 최대로 올리고 그 곡을 계속 들었다. 잊을 수 없는 그 날 밤 어느 시점에 새로 발견한 화석에 ‘루시’라는 이름이 붙었고, 그 후로 그렇게 알려졌다. 물론 정확한 이름은 하다르에서 발굴된 화석에 붙는 식별 번호인 AL 288-1이다.” (37쪽)

 

고인류학 발굴의 역사상 가장 유명한 화석인 ‘루시’의 이름은 그렇게 붙여졌다. 유명한 얘기다.

그 ‘루시’를 발굴한 도널드 조핸슨은 바로 그 화석 하나로 (스스로 칭하기에도) ‘과학계의 신데렐라’가 되었다.

 

도널드 조핸슨의 <루시, 최초의 인류>는 바로 ‘루시’에 얽힌 고인류학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는것은 20세기 초 인류의 조상을 밝히기 위한 초창기 발굴의 역사와 그에 얽힌 학자들의 고투와 질투로 시작하여 자신의 학문적 성장과 루시의 발견, 리처드 리키, 티모시 화이트 등과의 학문적 격돌 등 학문과 발굴의 세계에서 벌어진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철저히 도널드 조핸슨, 저자 자신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이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화석 중 하나를 발굴하고 그에 대해 기술하고 인류 기원의 중요한 가설을 확립한 인물이니 만큼 관련 연구의 중요한 부분은 다 섭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1980년대 초반에 씌여진 책이니 그 동안 당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게 늘어난 화석들과 관련 연구의 방법론의 발전 등에 대해서는 해제를 통해서 짐작할 수 밖에 없다(그래서 이 책은 해제가 꼭 필요하다).

 

이런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이런 인류의 조상을 밝히는 연구가 도대체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실용적 이득이 무엇인가? 글쎄 이런 질문의 정답은 아마도 ‘없다’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학자들이 인류의 조상과 기원에 관한 연구를 하고, 대중들은 그와 관련한 연구의 성과에 관심을 갖는다. 아무런 실용적 이득과도 상관없는 연구에 왜 이토록 관심을 갖는 것일까? 그건 우리의 ‘존재’와 관련된 것일 거라 생각한다. 우리가 처음부터 이렇게 만들어지지 않은 이상 우리는 다른 존재로부터 진화한 존재이며, 그 존재를 알고자 하는 것은 지구 역사상 최초로 (최재천 교수의 표현으로라면) ‘설명하는 뇌’를 가진 인간이라면 당연한 본능과도 같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인류의 기원에 대한 것은 이 책이 씌여진 1980년대에 비하여 보다 더 가능성이 높은 가설을 제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설과 추측에 불과하다. 어쩌면 우리는 영원히 그런 가설로써 그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니 그러하기에 그런 가설을 다듬고 보다 나은 가설로서 우리 존재의 기원을 찾아가는 노력 역시 영원할 것이다. 도널드 조핸슨의 <루시, 최초의 인류>는 그런 노력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엿보게 하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루시, 최초의 인류>에서 가장 흥미있는 부분들은 과학자들의 질투 섞인 논쟁이다. 어쩌면 개인적인 원한과 질투에 휩싸여 다른 이의 성과를 인정하지 않은 과학자도 등장하고, 자신의 발굴과 해석에 기초해서 다른 이의 것을 해석하는 바람에 의견이 대립하는 경우도 있다. 또 도널드 조핸슨의 경우와 같이 티모시 화이트와의 뜨거운 논쟁을 거쳐 자신의 의견을 철회하고 새로운 해석에 도달하는 경우도 있다. 전에도 지적했지만 과학도 사람이 하는 것이고, 그래서 과학사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드라마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것을 바라보는 나와 같은 독자는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20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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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인데... | 옛 리뷰 2015-11-13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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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다윈지능

최재천 저
사이언스북스 | 201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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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지능>은 여러 모로 좋은 책이다.

우선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는 진화론과 다윈에 대해서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책이라서 좋다. 이 책 이후에 도킨스든, 매트 리틀리든, 에드워드 윌슨든, 아니면 최재천 교수의 다른 책을 읽든 진화에 관련한 책을 읽을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면 더욱 좋은 책이 될 것이다.


대학생 이후 다윈과 그 이후의 진화론에 대해서 조금 아는 독자들에게도 좋은 책이다. 비록 전문적인 내용을 자세히는 다루지는 않았지만 풍부하게는 다뤘다는 점에서 진화론이 우리 삶에 얼마나 많이 다가왔는지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책이다.

진화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이들에게도 좋은 책이다. 다른 진화 관련 책에서는 볼 수 없는 최재천 교수의 개인적인 체험과 생각으로 조금이라도 풍부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다윈 지능>에 담긴 내용 대부분은 대체로 잘 알려진 내용들이다. 뭔가 신기하고 새로운 내용을 찾는다면 굳이 이 책을 찾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학자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다윈을, 진화론을 한번 듣고 싶다면 선택하더라도 후회가 없는 책이다.

나에게도 그렇다. 최재천 교수가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의 얼개들 중 내가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은 드물었다. 하지만 <다윈 지능>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번역된 책이 아니기 때문이었고, 저자의 생각이 곳곳에 스며있어 그것을 읽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의 지도교수이신 에드워드 윌슨과 <이기적 유전자>, <눈먼 시계공>, <만들어진 신>의 리처드 도킨스, 포괄적 적응도의 개념을 만들어낸 윌리엄 해밀턴, 그리고 스티븐 제이 굴드 등 그와 관련된, 그리고 진화론의 대가들의 속을 조금씩 엿볼 수 있는데,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이 책의 가장 큰 진가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는 스티븐 제이 굴드를 학문적으로는 존경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부분에서는 한참을 머물렀다.)


그러나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다.

바로 종교 문제다. 그렇게 명쾌한 논리를 이어가던 저자는 종교 문제에 이르러서 그 논리가 엉켜 버리는 느낌이다. 비록 얼치기라고는 하지만 종교를 가지고 있는 저자의 입장 때문인가, 종교와 진화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거의 드러나지 않고 몇몇 진화학자의 의견을 설명하는데 그쳐버리고 만다. 끝에 굳이 집어넣은 것이 ‘도덕성’이라는 하나마나한 단어 하나라는 것은 중요한 문제라서 넣기는 해야겠는데 내가 해야 할 말을 별로 없고… 뭐 그런 느낌이다.


최재천 교수의 강의를 직접 들은 적은 없다.

기회는 있었고, 수강 신청도 했었다. 최재천 교수는 막 한국에 부임했을 때이고 나는 대학원생 때의 일이다.

그러나 몇 가지 사정으로 수강 신청을 변경한 바 있다.

조금 아쉽다. 그래도 진화학을 전공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진화학의 언저리를 맴돌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최재천 교수가 좀더 전문적이고 본격적인 진화관련 책을 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드는 것은 그래서이기도 하다.

그래도 <다윈 지능>은 좋은 책이다.



(20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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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초이스 THE CHOICE

엘리 골드랫,에프랏 골드랫-아쉬라그 공저/최원준 역
웅진윙스 | 201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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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는 독특한 형식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보여주는 책이다.

책 제목 ‘초이스’, 즉 ‘선택’은 <선택의 과학>처럼 ‘선택’을 할 때의 뇌의 변화라든가 ‘선택’의 의미 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수행해야 하는 수많은 실제적인 ‘선택’을 의미한다. 즉, 우리가 하루에도 수백 번의 선택을 한다고 했을 때의 일상적인 선택 아니라, 우리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특정 상황에서의 지침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충만학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 <초이스>는 자기 계발서와 비슷해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다. 의미는 있어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동어반복적인 시중의 자기 계발서와 비교하여 뭔가가 다르다. 그건 아마도 물리학자에서 경영이론가가 된 저자(엘리 골드랫)의 이력 때문이기도 한데, 저자는 ‘충만한 삶’을 위해서는 ‘명확하게 하고’해야 한다고 쓰고 있다.

(사실 ‘쓰고 있다’는 표현도 좀 어색하다. 독특한 형식이라고 했는데, 이 책은 골드랫 박사와 대화를 하고, 논쟁을 하는 딸의 입장에서 쓴 책이니 말이다. 딸, 에프랏 골드랫-아쉬라그가 아빠와의 대화를 통해서 깨달아가는 과정을 스스로 밝히는 형식의 책이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골드랫 박사의 보고서들을 넣음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역시 스스로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독특한 형식이다.)


그렇다면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한 명확한 사고는 어때야 하는가?

골드랫 박사는 과학자의 생각법을 이야기한다.

과학자의 생각법은 ‘겸손’과 ‘교만’을 동시에 가져야 하는데, 또한 몇 가지의 근본적인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


그 네 가지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현실은 복잡하다는 인식’

‘갈등을 어쩔 수 없고, 우리는 갈등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인식’

‘남 탓 하는 경향’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


근본 원인만 찾아내면 현실은 내재적으로 단순하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따라서 문제는 곧 해결될 수 있다. 그리고 갈등은 타협해야 할 상황이 아니라 제거해야 할 대상이다. 즉, 불만족스러운 타협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남 탓 하는 습관도 명확하게 생각하는 데 분명한 걸림돌인데, 갈등 상황에서도 조화를 생각해야 하며, 상대방이 선하다고 믿게 되면 서로 이기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끝으로 ‘이미 다 알고 있다’는 것은 생각의 함정이며 더 이상 나아가지 않으려는 비진취적인 태도이므로 항상 존재하는 개선의 여지를 파고들어야 한다.


솔직한 개인적 경험을 말하자면, 명확한 언어로 기술되지 않기 때문에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하는 건지 정확히 짚어가면서 읽지 못했지만, 다 읽고는 이 책이 이야기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골드랫 박사의 접근법은 비록 회사들을 상대로 한 경영 컨설턴트의 입장에서 나오는 사고법이다. 그렇지만 그가 이 책을 쓴 이유는 그런 접근법이 바로 과학자의 사고이며, 그것을 통해서 현실을 명확하게 생각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성과를 내고 ‘편안한 삶’이 아니라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모르겠다. 나의 사고 방식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을 것이다. 수많은 편견과 불확실함을 가지고 있고, 타협과 회피 속에서 방황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골드랫 박사의 충고는 분명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쉽게 어찌 해야할 지는 잘 모르겠다. 우선 그의 충고의 가장 근본이 되는 ‘충만한 삶’이라는 것도 잘 다가오지 않는다. 무엇이 ‘충만한 삶’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아마 서로 (많이) 다를 것이다. 그래서 어떤 충만한 삶에 그의 사고법이 의미가 있는 것인지부터 헷갈릴 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사고 방식의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이 책은 충분히 제공한다.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 혹은 그 이전에 문제가 있다고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 모든 해결책의 시작이다.



(20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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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내, 몰입, 기억과 망각, 그리고 변화 | 옛 리뷰 2015-11-13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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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뇌를 훔친 소설가

석영중 저
예담 | 201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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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뇌를 훔친 소설가>는 러시아 문학 전공자가 흉내, 몰입, 기억과 망각, 변화 등 네 가지 키워드를 통해 신경생물학과 문학을 연결시킨 시도이다.

 

2. 우선 <뇌를 훔친 소설가>와 같은 책이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책이라는점부터 지적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융합이니, 통섭이니 하는 말을 쓰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을뿐더러, 그런 말이 씌여지기 시작한 후로도 과학 혹은 공학과 문학 사이의 간극이 좁혀졌다는 징후는 별로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석영중 교수는 용감한 사람이다. 과감하게 신경생물학이라고 하는 현대 과학 중에서도 최근에 가장 급격하게 발달하고 연구 성과가 쏟아지는 분야와 자신의 전공인 문학을 접목시키려 했으니. 시도 자체로 칭찬할 만한 것이고, 또한 흥미를 가져야 마땅할 책이다.

 

3. 저자인 석영중 교수가 신경생물학을 이해하기 위해서 읽은 책들을 보면 자못 놀랍기도 하다. 그냥 몇 권 개론서를 읽고 이해했다 ‘치고’ 그것을 자신의 전공 분야에 끌어다 놓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성과들을 다 흡수할 수도 없으니 부족한 면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번역되어 뇌 관련 서적들은 물론, 몇 가지의 review 논문들까지 읽고 이해하려고 한 것은 러시아 문학 전공자에게는 참 놀라운 일이라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는 한두 가지 신경생물학 서적만을 거의 인용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한계일 수 밖에 없다. 또한 그런 연구 성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재미도 반감되고, 의미 연결도 불완전해진 면이 없지 않다. (한 연구의 의미는 그 이전 연구에 대해서 알지 못하면 거의 항상 부정확해지는 측면이 있다.)

 

4. 인용하고 있는 문학 작품이 편향적이라는 것도 지적해야겠다. 러시아 문학 전공자이니 당연히 러시아 문학 작품과 작가가 중심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또한 근현대 러시아 문학의 위대성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푸슈킨, 톨스토이, 파스테르나크, 체홉, 고골 등 얼마다 위대한 작가들인가. 하지만 그것만인 것은 아무래도 지나치게 편향적이다. 더군다나 멜빌의 <백경>과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같은 책은 다 읽지도 않았다고 고백하면서 분석하는 것은 아무래도 지나치다.

 

5.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그 시도의 시작으로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라고 한다면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을 것 같다. 비록 저자의 신경생물학 이해도 훌륭하고, 러시아 문학에 대한 분석도 (당연히) 훌륭하지만 그 연결은 아직 표피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신경생물학의 궁극적 목표가 인간의 생각에 대한 이해라면 그 동안 인간을 이해하는 방편으로 삼아왔던 문학에서의 인간이 신경생물학의 연구 성과로 설명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반대로 문학에 등장하는 인간이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의 한 모습을 상징하는 것이라면 그 인간이 신경생물학에서 얘기하는 원인을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현상적으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좀더 깊은 성찰과 좀더 깊은 분석을 원하는 것이다. 아직은 신경생물학의 한계, 혹은 신경생물학과 인문과학의 결합에 있어서의 초기 단계라는 한계 등등으로 그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것이 시도의 시작이라면 충분히 의미 있지만, 이것으로 둘을 잘 조화시켰다고 한다면 착각이 될 가능성도 많다고 하는 것이다.

 

6. 그래도 이런 시도는 많아져야 한다. 자신의 분야에서 대가가 되는 것도 어렵지만, 이렇게 다른 분야에 대한 탐구를 통해 자신의 분야에 대한 이해를 넓혀 나가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고, 또한 더 의미 있는 일이다.

 



(20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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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은 흔적은 지울 수 없다 | 옛 리뷰 2015-11-13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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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울 수 없는 흔적

제리 코인 저/김명남 역
을유문화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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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중에 진화를 사실로 알고 있는(‘믿고 있는’이 아니다!) 사람은 30~40% 정도라고 한다. 아직도 진화를 학교에서 가르칠 것인지에 대해서 재판까지 하는 나라이니 … 유럽은 그보다 좀 많은 모양이다 (영국의 경우엔 약 절반에서 75% 정도가 사실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그리고 종교적 색채가 강한 터키 같은 나라는 미국보다 더 많은 사람이 진화를 믿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일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약 60% 정도란다.


그런 내용을 읽을 때마다 좀 답답하다. 어떻게 명명백백한 증거들로 가득한 진화를 받아들이지 않을까?


제리 코인의 <지울 수 없는 흔적>은 원제(Why Evolution Is True) 그대로 왜 진화가 사실인지를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예를 통해서 증명하는 책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지상 최대의 쇼>와 비슷한 작업인 셈이다. 그러나 훨씬 짧으면서, 따라서 대중적인 책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지상 최대의 쇼>는 장황했다면 제리 코인의 책은 조금은 요약본 같은 느낌이다.


제리 코인은 종종 진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창조론 혹은 지적설계론을 믿고(!) 주장하는 이들을 비판한다. 그가 내놓고 있는(실제로는 지구와 생명의 역사가 만들어왔고, 수많은 연구자들이 연구한) 수많은 증거들을 보고도 어떻게 이를 받아들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내가 약간은 요약본 같다고 했지만 그가 제시하고 있는 증거의 분야들은 실로 다양하다. 화석 증거, 발생학적 증거, 지리학적 증거, 시험관 내에서의 증거, 생화학적 증거, 유전학적 증거 등등. 그리고 그 분야의 증거들의 가짓수나 증거의 효력이 적거나 미약하지가 않다. 그러니 그가 보기엔 이 명명백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진화를 거부하는 것은 눈을 감는 것에 다름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우리말 제목 <지울 수 없는 흔적>은 잘못 되었다고 생각한다. ‘흔적’이라니!)


이 책이 대중적이면서도 다른 진화 관련 책보다 더 논리적으로 느껴지는 이유가 있다.

제리 코인이 그런 진화가 사실임을 밝히는 방식은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진화론에서 이야기 하는 내용을 설명한다. 그리고는 지금까지의 증거, 주로 관찰된 증거들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다른 사항을 예측한다. 끝으로 그 예측이 그대로 발견되거나 실현되는 것을 보여준다. 엄밀한 과학적 논증 방법이다.

그러나 저자가 맨 끝장에 군더더기 같이 덧붙인 이유가 있듯이, 이 책은 한계가 있다.

진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이 책을 읽지 않을 것이며, 읽더라도 전향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그게 믿음이기 때문이다. 그가 진화를 받아들이더라도 도덕성이니, 인간성이니 하는 것들을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것은, 말하자면, 이런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즉, 저자가 애써서 진화가 사실이라는 것을 수많은 증거를 통해서 입증을 하더라도 창조론이나 지적설계론을 믿는 사람이 “아! 그렇구나!”하고 진화 쪽으로 돌아오기는 힘들 거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이런 책은 자기 만족적일 뿐일까?

아니다. 나는 그래도 진화가 사실임을 풍부하게 입증하는 책들의 존재 의미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이런 책은 이쪽도 저쪽도 확신을 갖지 못한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진화를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진화의 논리와 증거를 덧붙이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건 학생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씩이나마 진화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늘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다시 답답해진다.

이 명백한 자연의 사실을 가지고 ‘조금씩이나마’ 받아들이는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다.

그런 조금의 기대만이라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이 책이든 다른 책이든 읽어서 우리 생명이 지구 상에서 펼쳐온 기적 같은 진화의 역사와 원리를 알 수 있다면 다행이다. 아니 고맙겠다.


* ‘진화론’이라는 명칭에서 이를 하나의 이론에 불과한 것이라고, 그래서 다른 경쟁 이론이 있고, 따라서 이를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다분한 것이라고 (즉, 가설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서 리처드 도킨스의 <지상 최대의 쇼>에서와 마찬가지로 제리 코인도 ‘이론’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이를 비판하고 있다. 둘이 모두 『옥스포드 영어 사전』을 애용하나 보다.


“『옥스포드 영어 사전』에 따르면, 과학적 이론이란 ‘알려지거나 관찰된 어떤 현상의 일반 법칙, 원리, 원인으로 여겨지는 진술’이다.”

즉,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이게 나의 이론이야.”라고 쓸 때의 이론과는 다른 것이다. 즉, ‘중력 이론’이나 ‘상대성 이론’과 같은 의미에서 ‘진화론’인 것이다.



(20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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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 이야기 | 옛 리뷰 2015-11-13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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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저/홍은택 역
동아일보사 | 200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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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영어산책』 (Made in America)

『거의 모든 것의 역사』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

『빌 브라이슨의 셰익스피어 순례』 (Shakespeare: The World as Stage)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 (At Home: A Short History of Private Life)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미국학』 (I’m A Stranger Here Myself)

『빌 브라이슨의 아프리카 다이어리』 (African Diary)

『거인들의 생각과 힘』 (Seeing Further: The Story of Science & The Royal Society)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 (Neigher Here Nor There)

 

내 책장에 꽂혀 있는 빌 브라이슨의 책 목록이다.

『발칙한 영어산책』에서 시작해서 이어오는 목록에 『나를 부르는 숲』(Walk In The Woods)를 보탠다.

펴낸 순서로 따지자면 그의 책 중 앞쪽에 위치하는 책이다.

어차피 순서를 따져 읽지 않아도 재밌고, 유익하고, 동화되는 건 마찬가지다.

- 난, 그의 팬이니까.

 

기행문을 읽으면 “아! 나도 떠나고 싶다!”고 생각이 들어야 제대로 된 기행문이다.

『나를 부르는 숲』도 마찬가지다.

애팔래치아 트레일 전도를 보고는 나도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를 시도해봐야지, 하는 생각은 이내 접어버릴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이번 주말 근처 야트막한 산이라도 올라봐야지, 아니면 통일이 되면 백두대간 종주라도 시도해봐야지, 하는 생각은 든다.

 

그러나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은 그런 ‘떠나게’ 만드는, 그런 기행문이 아닌 듯 하다. 물론 빌 브라이슨은 떠나길 권하지만, 읽는 사람은 그렇게 일상에서 벗어나 숲으로 떠나는 데 의의를 두는 것이 아니라, 그의 책을 읽음으로써 대리 만족하는데 더 의미를 두지 않을까 싶다.

 

그는 굳건한 의지를 가지거나, 혹은 보통 이상의 신체 조건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게다가 젊지도 않다. 또한 그보다도 더 악조건의 친구 카츠까지, 그런 그가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에서, 그리고 그가 툭 내던지는 조크와 신랄한 비판에서 사람들은 안도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책을 읽으면서 낄낄대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쯧쯧 거리기도 하고, 혹은 탄성을 지르기도 하고. 그래서 사람들은 빌 브라이슨을 읽는다.

 

더군다나 그의 빛나는 표현들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싶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아무데나 들추어본다)

“대부분은 침묵을 사귀어 친구로 삼았다.” (85쪽)

“수면을 튀기는 마지막 햇빛” (366쪽)

- 그는 나무랄 데 없는 글쟁이면서 시인 같다 (그래서 더 좋아한다).

 

끝으로 그들이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에 성공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마 징그럽지 않았을까?

오히려 그들의 자기 만족적인, 실패(?)는 오히려 애교스럽고, 마음이 놓이게 만든다.

나와 비슷한 인간이 시도를 하였고, 나보다는 훨씬 더 버텼으나, 끝내는 끝내지 못하고 돌아온, 그래서 더욱 인간적이고, 끌리는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온갖 곤란을 겪고 끝내 성공한 이야기는 감동을 주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좌절감을 주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 그래도 그들이 걸은 거리는 백두대간 종주한 것과 맞먹는다!



(20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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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왜 선택했나 | 옛 리뷰 2015-11-13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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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선택의 과학

리드 몬터규 저/박중서 역
사이언스북스 | 201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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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아침 좀더 침대에서 뭉갤 생각을 버리고 벌떡 일어나게 되었나?

나는 왜 지금 이 순간 이 책에 대해서 쓰려고 컴퓨터를 켜게 되었나?

 

사람은 하루에도 수백 번의 선택을 하게 된다는데, 물론 그 선택은 늘 의식적인 것은 아니고 우리가 의식하지 않는 선택이 훨씬 더 많다. 그리고 그런 의식하지 않는 선택이 우리의 생존에 중요하기에 무의식적으로 각인되어 있고, 따라서 훨씬 더 중요한 선택이다.


리드 몬터규(Read Montague)의 『선택의 과학』 (원제는 『Why Choose This Book?』)은 바로 이러한 선택이 란 어떤 것이며, 어떤 경로로 이루어지며, 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어디선가 인간이 뇌 (그리고 뇌의 작용)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읽었었다. 그건 이해해야 할 대상(인간의 뇌)과 이해해야 할 주체(인간의 뇌)가 같기 때문에 철학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그 어려운 작업에 뛰어들고 있다. 분야도 다양하다. 생물학, 물리학, 의학, 심리학, 컴퓨터과학, 인지과학, (행동)경제학 등등. 사실 나는 그 분야들을 다 열거할 수도 없다. 그리고 그 분야에서 접근하는 방식에 대한 지식도 일천하다. 그만큼 다양한 접근 방법을 가지고 ‘뇌’에 대해서 이해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그건 그만큼 의미가 있으며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얘기라고 본다. 또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도 된다.

그러면 리드 몬터규가 밝히고(책의 부제가 바로 ‘뇌과학이 밝혀낸 의사 결정의 비밀’) 있는 ‘선택’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솔직하게 다 읽고 나서도 명확하게 잡히는 것은 없다.

그건 대부분은 나의 한계에서 비롯되는 것이지만, 또 어떤 면으로는 현재 뇌과학의 한계이기도 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분명하지 않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현재 알고 있는 ‘의식’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리드 몬터규의 생각은 비교적 명료하다.

선택이란 하나를 취한다기 보다는 나머지를 버린다는 것이고, 그것이 자동화되는 단계를 거친다는 것이다.


그런 선택의 과정은 바로 ‘계산’을 거치게 되는데, 그 ‘계산’은 ‘목표’를 가진 인간이 가치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이런 ‘목표’와 ‘가치판단’, ‘계산’ 등의 작용이야말로 인간이 본능에 대해 거부권을 가질 수 있는, 즉 ‘선택’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책은 왜 똑 같은 행위를 반복하게 되는지, (생물의 목적과는 전혀 반대되는) 생존에 반하는 행동, 이를테면 단식 투쟁이나 자살 등을 하게 되는지, 신뢰와 후회가 선택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설명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 분야에 일천한 독자가 이 책을 선택하고, 적지 않은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읽었을 때 가장 기억에 남을 부분은 도박과 마약 중독에서의 ‘도파민’의 역할과 ‘펩시와 코카콜라’에 관한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간단히 얘기하면 이렇다. 도파민(dopamine)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은 원래 쾌락을 이끄는 물질로 알려져 있고, 여기서는 보상의 예측과 그에 대해 이루어지는 보상 사이의 오류를 측정하고, 실제로 의식의 선택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알려지고 있다. 예측과 보상이 끝나면 뇌의 시스템은 도파민의 분비를 중단시키고 학습을 멈추게 되는데 마약(여기서 들고 있는 것은 코카인)은 뇌의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약간의 도파민의 분비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뇌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기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계속해서 마약을 투입하도록 하면서, 투입된 마약은 지속적으로 그것을 또다시 기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즉, “중독자의 뇌는 이후의 약물 사용을 예견하는 이미지를 원하며(학습된 가치를 지니고 있으므로) 실제로 약물을 원한다.” (222쪽)


펩시와 코카콜라의 길거리 테스트는 워낙 잘 알려져 있는 얘기다. 길거리에서 지나가는사람들을 대상으로 두 콜라의 라벨을 떼어놓고 (혹은 눈을 가리고) 맛을 비교해본 결과, 더 맛있다고 한 것이 바로 펩시인 것을 발견하고 놀라는 모습! 그래서 펩시가 더 낳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하지만 라벨을 붙인 후에는(판매는 그렇게 이루어지니까) 완전히 반대 현상이 나타나버렸다. 여전히 펩시는 코카콜라를 뛰어넘지 못한다. 리드 몬터규는 이것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이 실험에는 평소에 현존하던 어떤 것이 빠져 버리고 말았다. 바로 브랜드 말이다. (중략) 어느 누구도 자기 돈을 탄산음료 자동판매기에 집어 넣은 다음, 아무런 표식도 없는 알루미늄 캔이나 플라스틱 병을 기꺼이 선택하지는 않는다. (중략) 브랜드가 중요한 까닭은, 뇌가 뇌로서 존재하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줄곧 보상 예견 경험을 ‘브랜드화’해 왔기 때문이다.” (288쪽)

다소 어려운 이 말은 쉽게 풀이하자면, 우리는 콜라를 ‘선택’할 때 ‘맛’으로만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로 ‘브랜드’도 같이 소비하는 것이며, 그건 예전의 경험들을 통해서 ‘뇌’가 자동적으로 선택하도록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뇌 과학은 현재 가장 빨리 발전하는 분야임에 틀림없다.

우리의 뇌를 우리가 완전히 이해할 날이 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지만(하긴 우리가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지도 의문이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의 의식과 선택에 대해 조금씩 더 많이 알아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의식적으로든, (더 중요하게는) 무의식적으로든 어떤 선택을 하게 될 때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조금은 더 알게 될 것이다. 그런 길이 인간을 좀더 자유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저자는 기대하고 있다. 물론 나도 기대한다.



(20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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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크릭, 그의 탐구정신 | 옛 리뷰 2015-11-1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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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열광의 탐구

프랜시스 크릭 저/권태익,조태주 공역
김영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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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명의 과학자로서 과학자의 자서전을 읽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과학적 발견에 대한 경외이다. 또한 그도 나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심리도 있다. 그리고, 그건 또한 하나의 과학사이기에 지적 관심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치인의 자서전과는 그 정도나 유는 다르지만 과학자의 자서전도 허영과 과장이 적지 않게 개입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자서전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하는 것이 바로 자서전이다.

그렇다면 이 프랜시스 크릭이라는 가장 유명한 과학자 중의 한 사람의 자서전은 어떤가? 물론 과학적 발견(가장 중요하게는 DNA 구조의 발견, 그리고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와 못지않게 중요한 유전부호 발견에 있어서의 역할)에서 그의 위치에 대해서 어느 정도 자신 위주로 쓸 수 밖에 없으면서도 상당히 겸손한 자서전이랄 수 있다.

 

 

2. 성공한 과학자가 “내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다”라고 자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프랜시스 크릭의 자서전에서는 그게 자주 등장한다.

그는 실험생물학자가 아니었다.

이를테면 이론생물학자였다고 할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이론적으로 이러저런 것들을 예측했고, 그의 이론에 맞는 것에는 환호를 하고, 자랑스러워 했지만, 잘못된 것에 대해서 변명을 하지는 않는다. 여러 제약 조건 때문에 그런 잘못된 예측을 했고, 그건 자신이 부족한 탓이라고 하는 것이다.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과학자다운 태도라 생각한다.

이 점은 왓슨의 자서전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와 분명히 대비되는 점이다. 왓슨의 자서전에는 그의 잘못이라는 부분은 거의 없다.

 

3. 왓슨과 크릭 중 과학자들에게 ‘과학자’로서 더 존경받는 이는 분명히 크릭이다. 크릭은 끝까지 과학자였다. 물론 왓슨의 역할 (이를 테면 과학행정가)도 분명히 의미가 있는 것이었으며, 왓슨이라는 거물이 있었기에 많은 연구 기금이 탄생할 수 있었고, 중요한 과학 기관이 탄생하고 유지될 수 있었다. 하지만 ‘과학자’로서 크릭이 죽기 전까지 걸어온 길은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길이었다. <열광의 탐구>는 1988년에 나온 책이니 그가 죽기 거의 20년도 전에 쓴 책이다. 그 후의 그는 매트 리들리의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으나, 이 자서전만으로도 그가 만년에 걸어간 길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가 쓴 대로 걸어갔으니.

 

4. 책에 대한 얘기를 잠깐 해보자.

이 책은 왓슨의 <이중나선>과는 다르다.

<이중나선>이 과학교양서이긴 하지만 드라마와 같은 플롯을 가진 책이라면 (그래서 더욱 대중적이고 더 많이 팔렸지만), 이 <열광의 탐구>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서 표지의 부제로 쓰인 ‘DNA 이중나선에 얽힌 생명의 비밀’은 적절하다. ‘DNA 이중나선 발견에 얽힌 뒷 이야기’가 아니란 점에서.

그건 이미 왓슨이 썼고, 크릭은 조금 교정하고 있을 뿐이다.

대신 그 의미에 대해서 크릭은 좀 더 힘을 들이고, 또 그 후의 유전부호 (genetic code)에 얽힌 이야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자서전은 과학사에 대한 공부로도 충분한 책이 되고 있다고 본다.

 

5. 그러나 뒤로 갈수록 무미건조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자서전의 약점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사람의 일생을 볼 때 그 사람이 만들어지는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의 대충 엇비슷한 모습들을 지나, 본격적인 활동의 시절이 가장 역동적이고 재미있고, 말년의 모습들은 성찰의 시기이기 때문에 재미가 덜한 것은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확 떨어지는 재미 때문에 책에 대한 집중력을 좀처럼 회복할 수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6. 중간에 나는 이렇게 썼다.

‘김영사’라는 출판사에서 이처럼 오자투성이의 책을 낸다는 것은 내용과 상관없이 상당히 의아스럽다. 좀 부끄럽게 생각해야지 않을까?

나는 이 책 읽기를 추천하겠지만, 상당한 오자와 어이없는 띄어쓰기 오류는 바로잡혀져야 한다. 솔직히 신참 편집자가 책을 만졌는지, 아니면 이 책에 무신경했는지 실망스럽다.



(20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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