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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에서 배우는 화학 | 책을 읽다 2017-11-30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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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죽이는 화학

캐스린 하쿠프 저/이은영 역
생각의힘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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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석하게도, 또는 희한하게도 나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읽은 기억이 없다. 중고등학교 시절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도 읽었으니, 아마 그 중간에 끼어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도 읽었을 것 같지만, 내 기억엔 없다. 그래도 그녀의 소설에서 자주 쓰인 범죄의 방식에 대해선 대충 안다. 바로 독살!

 

독약을 이용한 살인을 소재로 삼는 것은 상당히 위험 부담이 크다. 왜냐하면 그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이들이 꽤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독약이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 어떤 증상을 나타내는지, 어떻게 검출하는지, 어떻게 해독하는지 등등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없이는 함부로 쓰지(writing) 못할 것 같다. 애거서 크리스티가 그런 독약을 이용한 살인 방식을 자주 기술했다는 것은, 그녀가 그에 관해서 상당히 많이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녀는 관련 분야에 종사했으며, 또 소설을 쓰면서도 꽤 공부를 했다. 모든 독약에 대해서 완벽하게 쓴 것은 아니지만, 추리소설의 여왕답게 상당히 엄밀성을 가지고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떤 경우엔 그녀의 추리소설이 실제 범죄에 아이디어를 주었다고 비난을 받을 만큼.

 

화학자이자 애거서 크리스티 덕후인 캐스린 하쿠프가 쓴 『죽이는 화학』은, 애거서 크리스티가 소설 속에서 사용한 독약 14가지를 소재로 삼고 있다. 잘 알려진 독약들인 비소나, 청산가리, 독미나리, 아편, , 리신 같은 것에서 벨라도나, 디기탈리스, 메세린, 바꽃, 니코틴, 스트리크닌, 탈륨, 베로날을 포함한다(‘잘 알려진이란 내가 좀더 알고 있다는 의미일 뿐이다. 독약계(?)에선 이 모두가 유명한 모양이다). 대부분 식물에서 추출한 알칼로이드 계열의 화학 물질인 이 독약들은 때로는 신경 반응을 지나치게 활성화하거나, 혹은 신경 반응을 저지하거나 하면서 사람을 죽인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의 해독제로 사용되기도 하고, 이 많은 독약들이 한때는, 또는 지금도 약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약으로 사용될 수 있는 이 물질들이 독약으로 사용되는 것을 보면, 인간의 욕망과 비뚤어진 심성이 얄팍하거나 심오한 화학 지식과 결합했을 때 얼마나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하는지를 알 수 있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그 욕망과 심성을 독약과 잘 결합했던 셈이다.

 

모든 독약에 대한 설명은 거의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해당 독약을 이용한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을 간단히 소개한 후 그 물질에 대해서 설명한다. 어디서 온 것인지, 어떤 원리로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래서 어떻게 약으로 쓰일 수 있으며, 또 어떻게 독약이 되는지. 그리고 그에 대한 해독 방법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실제로 그 독약과 관련해서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를 소개하고, 다시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로 돌아온다. 특이한 것은, 단 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범인을 밝히지도 않고, 범인을 찾아낸 결정적 단서를 이야기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직접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을 읽으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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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파워문화블로거 미션 목록 | 책읽기 정리 2017-11-2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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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파워문화블로거 미션 목록

 

독서의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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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아마 위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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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도마뱀은, 그 새는 어찌 되었을까? (『도도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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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산책(도리미 도미히코, 『야행(夜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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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진화, 사회성 뇌와 시간분배의 관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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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글호 항해 후의 다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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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발명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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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학살의 무기가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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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다, 철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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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척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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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惡)은 척결되지 않는다 | 책을 읽다 2017-11-2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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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저
사계절 | 2016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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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읽으면서, 정유정의 『종의 기원』을 의식하고 있었다. 이야기는 악()을 목격하고 괴로워하는 주인공을 다루고 있지만, 결국 악은 척결되지 않을 것이란 예감. 그리고 그 예감은 맞아떨어졌다. 내 예상보다도 더 파국적으로. 정유정의 『종의 기원』보다도 더 충격적으로. 정유정의 『종의 기원』에서 악인(惡人)은 악인으로 남았으며 단죄 받지 않을 뿐이었다. 박지리는 악이 단죄 받지 않을 뿐더러 악이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우뚝 서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 비관적 세계관이 어디서 왔는지 궁금하다.

 

2.

세 가족이 있다. 아버지들은 친구였다. 완벽하다고 여겨졌지만, 열여섯의 나이에 살해된 제이 헌터와 낙오자가 될 것 같았지만 그의 죽음 이후 완전히 다른 인물이 되어 문교부 차관 자리에까지 오른 니스 영,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이 된 버즈 마샬. 제이 헌터의 조카 루미 헌터와 니스 영의 아들 다윈 영, 버즈 마샬의 아들 레오 마샬은 제이 헌터가 죽은 나이인 열여섯이 된다. 다윈 영과 레오 마샬은 누구나 선망하며 창창한 앞길을 보장하는 프라임스쿨의 학생이고, 루미 헌터는 프라임스쿨에 대응될 만한 프리메라 여학교의 학생이다. 제이 헌터는 프라임스쿨에 합격했지만 친구들과 놀기 위해 입학을 포기하면서(실제는 그런 이유가 아니었지만) 신화적인 인물이 되었고, 버브 마샬은 프라임스쿨이라는 숨막힌 기숙학교가 싫어 일부러 시험을 망쳤다고 했다(역시 실제는 그렇지 않았지만). 니스 영은 프라임스쿨은 꿈도 꾸지 못할 성적이었다. 모두 자신의 선택과 관련해서는 비밀을 간직한 인물들이었고, 관계는 대를 이어가며 이어진다.

 

3. 아이들의 현재가 아버지에게서 이어지듯, 아버지들의 과거와 현재도 그들의 아버지에게서 왔다. 비극은 그들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다. 혹은 그렇게 믿는다. 그들 아버지에게서 온 비극도 사실은 그들의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리라. 그렇다면 악의 기원종의 기원처럼 정말로 아주 오래 전 인류가 하나의 종()으로 확립되면서부터이지 않을까? 아니 생명의 기원부터?

- 너무 많이 나갔다. 어쨌든 제목은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다. 다윈 영이라는 순수한 영혼을 지닌 인물이 어떻게 악을 받아들이고, ‘완벽한인간이 되는지를 그렸다. 마치 악을 품지 않고서는 완벽한 인간이 될 수 없다는 것처럼. 진실 찾는 걸 포기해야만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4.

박지리가 그린 세상은 기이하다. 1지구에서 9지구까지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는 사회다. 상위 지구로 올라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각 지구마다 역할이 구분되어 있다. 철저한 신분 사회야말로 인간의 본성에 맞는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안전이 유지되고, 사회가 발전한다고 믿는다. 적어도 1지구의 사람들은. 그런데 다른 지구 인물들도 아마 그렇게 믿고 있는 듯하다. 사회의 혼란은 60년 전 12월의 폭동이 마지막이었다. 60년의 안정. 이런 불평등 사회가 존재할 수 있다고 그린 것 자체가 작가의 사회에 대한 비관적 인식이다.

 

5.

우리나라 작가가 등장인물로 한국인(또는 한국인 이름을 갖는 인물)을 등장시키지 않는다는 점 역시 특이하다. 가상의 세계이고, 세계가 하나의 나라로 가정되어 있으니, 지금의 상황으로 봐서 당연히 미국식 이름이 통용되고 있으리라는 가정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독특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프라임스쿨이 원래는 수도원 건물이었다는 점이나 여러 분위기는 유럽의 어느 도시를 상상하게 하지만, 그래도 작가는 외국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 것이다. 먼 곳을 가리키는 듯 하지만 그건 속임수다.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속임수. 작가는 분명히 이 나라를 가리키고 있다. 이 사회의 구조를 가장 억압적인 양상으로 비틀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구조를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6.

박지리라는 작가가 그린 세계와 인물들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으면서도 소설에 빠져들었다. 뻔한 권선징악, 또는 뻔한 파멸이 아니라 여운을 가질 수 있었다. 예감은 했지만, 만일 그런 권선징악, 또는 파멸의 소설이었다면 마음은 편했을지 모르지만 이 소설을 금방 잊고 말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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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읽으며 적어둔 문구들 | 책을 읽으며 2017-11-2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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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리의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읽으며 다음과 같은 문구들을 적어 두었다. 그 문구들이 이 소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며 메모한 건데, 글세이 문장들도 박지리라는 소설가가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라는 소설을 쓰면서 생각한, 그리고 원래부터의 그녀의 생각을 드러낸 것일 거다. 하지만 옳음보다 그름을 남겨둔 소설의 결말을 생각하면

 

루미야, 그건 어린아이들이 꾸는 하룻밤의 몽상일 뿐이란다. 갖고 놀던 장난감이 지루해 발로 부수어서 재조립하는 것과 비슷하지. 아이들은 잠깐씩 그래도 돼. 어차피 금방 꿈에서 깰 테니. 하지만 나이를 먹고도 그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주의하고 경계해야 한단다. 이 완벽한 세상을 바꾸려 한다면 그건 용서할 수 없는 반란이고 폭동이니……. (213)

 

이 세계를 생각하고, 의심하고, 판단할 줄 아는 진정한 인간” (241)

 

『종의 기원』이 첫 번째에 있어야 모든 순서가 바로 잡히는 기분이 들거든.”

제목만으로도 완벽한 책이니까. 종의 기원이라니, 꼭 이 세상 모든 질문의 해답이 되는 문구 같지 않니?” (346)

 

진실의 가치는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다. 그것이 내가 믿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가치 있는 진실이다.” (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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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다, 철학한다 | 책을 읽다 2017-11-2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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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프레데리크 그로 저/이재형 역
책세상 | 2014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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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철학’. 조금은 연결짓는 게 낯선 이 조합이 로제 폴 드루아는 아주 밀접한 관련을 갖는 것으로 전제하고, 전개하고, 또 결론짓는다.

 

드루아는 걷기, 특히 인간이라는 종()의 단독파생형질인 두발로 걷기란 매우 불안정한 것이어서 일단은 추락으로부터 시작한다고 본다. 그러나 인간은 그 추락을 저지하고, 혹은 추락을 저지하기 위해서 재빨리 다음 발을 앞으로 내밀고, 다시 추락의 위기에서 다시 한 발을 내밀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인간이 안정적인 자세에 만족했다면 이 불안정한 두 발로 걷기라는 놀라운 발명품은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물론 과학적 설명은 좀 다를 수 있다).

철학도 다를 바 없다는 게 드루아의 주장이다. 철학 역시 영혼의 평온을 거부하고, 문제를 끄집어 내는 데서 시작된다. 질문을 하며,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를 따진다. 그렇게 비틀거리다가 자세를 바로잡지만, 다시 질문을 던지며 비틀거린다. 그렇게 정신은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걷기와 철학은 서로 은유한다.

 

걷기와 관련된, 많은 철학자들을 소개한다.

어떤 철학자는 정말 걷기와 철학하기를 거의 동일선상에 놓았던 철학자도 있다. 이를테면, 아리스토텔레서나 칸트, 티야나의 아폴로니우스, 루소, 니체 같은 이들이다. 그들의 철학을 걷기로 이해할 수 있는 철학자도 있다. 이를테면 붓다도 그렇고, 데카르트도 그렇고, 헤겔도 그렇다. 마르크스도 빼놓을 수 없다.

직접적 관련성을 갖거나, 은유적으로 관련성을 갖거나 할 것 없이 드루아의 관점에서는 철학하는 것은 걷는 것이다. 앞으로 걷는 것. 여기서 앞으로가 중요하다는 것은 소로에 대한 글에서 나타난다. 드루아는 소로의 걷기가 퇴행이라고 규정한다. 문화 밖으로, 문화에 맞선 걷는 것, 야생으로 들어가기 위해 걷는 것, 그리고 그것을 과대평가하는 것은 지독하고 위험한 악취를 풍긴다고 쓴다. 드루아는 이른바 진보를 믿는다. 믿는다기 보다는 걷는다는 것의 본질은 빠르거나 느리거나 비틀거리거나 바른 자세이거나 모두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철학도, 뒤를 돌아볼지언정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칸트에 관한 중요한 에피소드가 문득 끼어든다.

그런데 어느 날, 기계가 고장 났다. 칸트가 여정을 바꾼 것이다. 그가 정신을 딴 데 판 것도 아니고, 아픈 것도 아니었다. ... 이날, 그는 급히 신문을 사러 가야 했던 것이다. 프랑스에서 혁명이 일어났고, 인간과 시민의 권리에 대한 보편적 선언이 선포되었으며, 민중이 공화 체제를 쟁취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151)

- 칸트의 걷기를 멈춘 그것. 그것은 또 다른 걷기였던 것이다. 역사의 걸음.

 

나는 걷는 걸 좋아한다. 음악을 듣지 않으면서 걷는다. 매일매일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풍경을 보는 것을 좋아하며, 걸으며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연구 주제를 생각하며, 논문을 어떻게 써야 할 지를 구상한다. 내일은 누구를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해야 할 지 가늠해보기도 한다. 이런 걸 철학이라고 할 수 없을 지 모르지만, 그래도 걷는다는 것은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생각하는 것을 조금만 넓히면 철학이다.

걷는다는 것은 철학하는 것이다. 이제 그다지 낯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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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와 철학하기 | 책을 읽으며 2017-11-2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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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는 균형 깨기를 전제한다. 땅에 단단히 닻을 내린 안정적인 부동자세에서 이 균형 깨기로 추락이 시작되는데, 추락은 이내 모면되고 안정을 되찾아야만 한다. ...

철학적 걷기는 언제나 문제 삼기, 다시 말해 동요로부터 시작된다. 확실하다고 믿고 있던 것을 뒤흔드는 하나의 의문, 하나의 의혹으로부터 말이다. 확신과 신념에 둘러싸여 있던 여러분은 평온했다. 의문 하나가 확신을 흔들기 시작하면 더는 평온할 수 없다. ...

철학적 사유는 여러분이 지각하는 것, 그 명백한 사실을 불안정하게 흔드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 로제 폴 드루아 지음, 『걷기, 철학자의 생각법』 106~107



걷기, 철학자의 생각법

로제 폴 드루아 저/백선희 역
책세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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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리 | 책 모음 2017-11-2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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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박지리의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앞에 두고 있다.

한 페이지도 읽지 않고, 저자의 약력부터 본다.

 

박지리

1985년 생. 스물다섯의 나이에 『합체』로 제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수항하며 등단. 독특한 글쓰기와 인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쓴 작품으로 『합체』, 『맨홀』, 『양춘단 대학 탐방기』가 있다.

 

나는 박지리라는 작가를 모른다. 분명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 따왔음에 분명한 소설 제목이 이끌려서 책을 골랐을 뿐이다. 혹은 역시 ()’의 끝간 데를 그린 정유정의 『종의 기원』을 의식했을까?

언뜻 요절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요절(夭折). 참 오랜만에 떠올린 단어다. 그래 요절. 1985년 생 소설가가 2016, 혹은 2017년에 죽었다면 요절이다. 다른 직업의 사람이라면 쓰지 않을 말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요절한 천재(이 말을 써야 요절의 의미가 더 분명해질 것 같다) 작가의 마지막 소설인 셈이다. 856쪽의 분량도 어떤 운명을 느끼게도 한다. 무엇이 적혀 있을지 궁금하다.


(정보가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쓰고, 수정 없이 업로드했다.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 확인해보니,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 아니라 <맨홀>이 마지막 소설이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저
사계절 | 2016년 09월

 

맨홀

박지리 저
사계절 | 2017년 07월

 

합★체

박지리 저
사계절 | 2010년 08월

 

양춘단 대학 탐방기

박지리 저
사계절 | 2014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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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학살의 무기가 될 때 | 책을 읽다 2017-11-2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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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대량살상 수학무기

캐시 오닐 저/김정혜 역
흐름출판 | 2017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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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에서, 해지펀드의 퀀트(quant), 그러다 2008년 대침체 이후 금융에 수학이 저지르는 만행(?)에 대한 환멸을 갖게 된 후 월가점령그룹의 하위조직을 이끌게 된 수학자이자 데이터과학자, 캐시 오닐. 그녀는 수학이 학살의 무기로 이용되는 것을 대량학살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에 빗대어 대량학살수학무기(Weapons of Math Destruction)이라는 용어를 만들고, 책에서는 WMD라고 지칭하고 있다(이 두 용어는 발음도 거의 비슷하다. 미국인들이 구분할 지 모르지만 한국인들은 거의 구분 정도로.

 

그럼 이 책이 무슨 얘기를 전하고자 하는 지 예상할 수 있다. 이른바 빅데이터에 기반한 수학적 모델이 후기자본주의 사회를 농단하는 상황에 대한 고발이다. 교사의 능력에 대해 대리 데이터를 이용해서 평가하고, 약탈적 금융자본에 논리와 약탈의 방법을 가르쳐주고, 대학을 평가라는 미명하에 줄 세우고, 알고리즘을 이용해 약탈적 광고를 통해 약자들을 노리고, 사람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그 사람이 속한 집단을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예비 범죄자, 예비 신용불량자, 직장 부적격자로 판단하고, 직원들을 회사의 진정한 부속품으로 만들고… WMD는 이런 일들을 한다는 것이다.

 

사실 요즘 대학의 수학과가 각광을 받는다. 신입생 학력을 비교해 보았을 때 의대 다음이라는 얘기도 들리고, 국내의 연구비도 수학 관련 분야에 점점 많이 편성되고 있다. 바로 빅데이터 때문이다. 그게 바로 WMD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그 이유의 부분집합이 된다. 수학자가 만들어내는 모형을 통해, 그리고 수집되는 데이터를 취사선택하는 과정을 통해, 아니면 취사선택해야만 하는데도 불구하고 무차별적으로 적용하는 바람에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 더 큰 문제는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자신이 무엇 때문에 그런 피해를 입었는지, 나아가 정작 피해를 입었는지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WMD의 은밀한 속성이 그런 것이다.

 

대다수 WMD는 모형에 현실을 반영해 수정하기보다는 원하는 현실을 창조한다. 관리자드은 모형이 계산한 점수가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기꺼이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근거를 갖추어서 인간이라면 망설일 결정을 쉽게 내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생각한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직원들을 해고하면서 그 같은 결정에 대한 책임을 객관적인 숫자에 떠넘기는 것이다. 그들에게 숫자가 진실을 담고 있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225)

 

저자가 수학이 모형을 만드는 것, 빅테이터에 기반하여 마케팅을 하거나 정치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전면적으로 반대를 하는 것은 아니다(그녀도 수학자이고, 그것에 기반한 활동을 하고 있다). 수학이 WMD에 기여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플랫폼을 공개하고, 공정성을 위해서 효율성을 조금은 양보하고, 기업과 단체들의 빅데이터에 기반한 활동에 대해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런 일이 쉽게 가능해질지 모를 일이지만, 은밀하지만 무차별적 학살이 될 수 있는 무기에 대한 통제가 반드시 필요한 것만은 사실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책을 펼치기 전에 기대는 좀더 정교한 논리를 기대했다. 주장을 떠받히는 정교한 논리가 있어야 선동이 아니라(이 책이 선동이라는 것은 아니다), 깨달음과 행동으로 나아가기에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기에는 아직 WMD의 속살에 대한 파헤침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추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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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살상수학무기와 대학 평가 | 책을 읽으며 2017-11-2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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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살상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 WMD)”에 빗대어 수학적 알고리즘을 현실세계에 적용할 때의 문제점에 대해 대량살상수학무기(Weapons of Math Destruction, WMD)”라는 용어를 써서 고발하고 있는 캐시 오닐이 군비 경쟁이라는 chapter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놀랍게도(?) 대학 랭킹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오래 전부터 도입했고, 국민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학 관계자들은 꽤나 신경을 쓰는 게 외국의 기관이나 국내 신문사에서 발표하는 대학 랭킹이다. 캐시 오닐은 2류 잡지였던 <US News & World Report>지가 대학평가를 시작하면서 벌어진 일에서 시작하고 있다. 대학 본연의 임무, 교육과 연구를 직접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조건에서 그것을 반영하고 있다고 잡지사의 인력이 믿는, 그리고 점수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항목에 대해 대리 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게 바로 대학평가이다.

 

캐시 오닐도 그렇게 쓰고 있고, 나도 그렇게 믿지만 평가란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평가가 가져올 의미에 대해서도 냉철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캐시 오닐은 대학 평가가 WMD의 하나라고 보고 있다. WMD의 문제가 되는 세 가지 요소인 불투명성, 확장성, 피해 중에서 대학 평가는 확장성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고 평가한다: “문제는 <유에스 뉴스> 모형 자체가 아니라, 그 모형의 확장성에 있다.” (107)

, 모든 대학들이 그 모형에서 제시하는 대로 똑 같은 목표를 향하여 달리도록 강제한다는 점이다. 그 모형에서 제시하고 있는 평가 요소가 잘못된 것은 아닐지라도 대학의 본질상 그것만이 평가 대상이 될 수 없음에도, 또한 그것이 대리 평가임에도 불구하고 그 항목의 점수만을 올리기 위해서 노력하게 된다. 혹은 꼼수를 부리고, 때로는 속임수도 쓴다(우리는 그런 사례를 우리나라에서도 찾을 수 있다).

 

사실은 대학 평가는 그 대학이 부족한 면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지에 대한 반성과 지향을 정하는 데 중요하다. 그러나 사람들은(평가와 무관한 사람뿐만 아니라 평가하거나 평가를 받는 사람도 그다지 다를 바가 없다) 마지막 숫자만 본다. 몇 등. 그리고 그 몇 등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서만 노력할 뿐이다. 대학이 정말 좋아지는 것과 무관한 그 숫자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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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발명한 인간 | 책을 읽다 2017-11-2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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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래중독자

다니엘 S. 밀로 저/양영란 역
추수밭 | 2017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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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철학자 다니엘 밀로는 상당히 보편적인 발견에 이어 꽤 도발적인 주장을 펼친다. 인간 말고는 미래를 생각하는 동물은 없고, 미래는 인간의 발명품이라는 것은 발견이다. 이런 발견은 그의 독창적인 발견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밀로도 많은 과학자들의 문헌을 참조하고 있으니까. 보통은 미래를 발견한 인간이야말로 이러저러한 장점을 지니고 있으며, 그 장점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등으로 이어져야 할 건데, 밀로는 정반대의 태도를 취한다. 바로 그 미래의 발명이 거품이라는 것이다. , 그런 것 없이도 잘 살 수 있었을 텐데, 그 추가품 때문에 인간은 불행해지기 시작했다는 주장을 펼친다.

 

밀로는 내일 보자!”라는 단순한 문장이야말로 인간이 떠올린 가장 위대한 문장이라고 한다(“어느 날 문득 사피엔스는 내일을 떠올렸다.”, 139). 그 말에 이르게 한 인간 사유의 질적 전환이야말로 인간 진화에서 가장 중요했다고 볼 수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사실 위대하다기 보다는 가장 결정적이었다는 게 전체적인 맥락을 보았을 때는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그저 미래를 예측할 뿐만 아니라 그 의미를 파악하고 의식적으로대비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인간에게는 지식과 물적 축적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

 

다양한 형식으로 책 속의 내용을 구성하고 있고(그래서 좀 산만하기도 하지만 읽는 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또 많은 책을 인용하고 있다(고문헌들을 모두 불살라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던 자신의 고백과는 그다지 호응하지 않는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의 인용과 해석이 굉장히 자의적이라는 것이다. 어떤 때는 자신의 경험을 보편화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한다. 그래서 도발하기 위해서 쓴 책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뇌의 진화가 미래의 발명을 가져오게 한 게 아니라 반대로 미래의 발명이 뇌 크기의 발달을 가져왔다는 주장도 그다지 근거가 없는 얘기이기도 하다. 과연 내일, 미래를 떠올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룩한 문명이 필요 없는 것이었다는 저자의 관점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것이 폭주한 상황에서 그것을 저지할 수단이 없다는 것은 충분히 반성해야 할 것이지만, 신석기 혁명 이래의 모든 문명 자체를 쓸 데 없는 것이었다고 하는 것은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철학자가 진화이론을 공부한 결과라고 했는데, 그는 (다윈 그를 생물학의 아버지라고 부는 것도 처음 봤다) 진화이론을 정체이론이라고 고쳐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공한 종은 그대로 머물러 있으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진화이론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하고 있지만, 정작 그 자신이 진화이론을 잘못 읽었다. 정체와 변화는 상대적인 것이다. 진화에서 성공이라는 것도 상대적인 개념이다. 그가 예로 들고 있는 실러캔트가 수천 만년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가 (실종된 줄 알았지만) 발견된 것을 보고 그것을 성공의 표상으로 볼 수는 없다. 만약 성공했다면 그것은 그렇게 어렵사리 발견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진화이론을 충분히 공부했겠지만, 그것을 철학적으로 해석하려 했지, 과학적으로 분석하지 않은 것 같다. 틀렸다고 할 수 없다면, 편파적이다. 그 바람에 논리가 도약에 도약을 거듭한다.

 

‘‘내일이라는 개념을 발견한 인간이라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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