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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섬, 갈라파고스 | 책을 읽다 2018-10-0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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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다윈의 섬 갈라파고스

조홍섭 저
지오북 | 201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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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책을 고를 때에는 번역서라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저자가 조홍섭이었다. 들어본 이름. 과학기자다. 그래, 우리나라 과학기자라고 해서 이런 정도의 책을 쓰진 않지.

 

저자는 과학기자의 역할을 마감하는 은퇴 기념 여행으로 남아메리카 여행을 한다. 끝은 갈라파고스 제도. 전세계인이 죽기 전에 가보고 싶어하는 여행지 1위로 꼽히는 곳이다. ? 나도 다른 곳은 몰라도 이곳만은 가보고 싶다. 당연히 다윈 때문이고, ‘핀치의 부리때문이고, 갈라파고스거북 때문이다.

 

저자가 갈라파고스 여행을 계기로 책을 쓰긴 했지만, 책은 여행기는 아니다. 여행을 계기로 그곳에 관한 조사한 결과가 바로 책이다. 어쩌면 이보다 자세하고, 훌륭한 책이 외국어로 있겠지만, 우리말로, 우리 정서로 책은 아마 책이 아직까진 유일할 것이다.

 

갈라파고스 제도에 대해 가지로 나눠서 쓰고 있다. 우선은 갈라파고스의 역사, 갈라파고스가 인간의 역사에 편입되어 기술되어 역사다. 1533 표류하다 발견한 섬들을 파나마에 주재하던 베를랑가 주교가 처음 보고한 시작이다. 그리고 그곳에 서식하는 육지거북의 등딱지 모양이 안장 비슷하게 생겼다고 했고, 기록에서 제도의 이름은 갈라파고스가 되었다. 그리고 다윈이 그곳을 거쳐 갔고, 그곳은 유명해졌다.

 

다음은 갈파라고스라는 섬들이 어떻게 생겼느냐에 관한 것이다. 말하자면 지질학에 관한 내용인데, 당연히 화산 폭발에 의해 생겼지만, 여러 의문점들이 남아 있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그리고 그곳이 진화의 실험실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그리고, 하이라이트. 갈라파고스의 생명다양성에 대해서 다룬다. 갈라파고스거북, 다윈핀치, 갈라파고스이구아나, 갈라파고스바다사자, 그리고 식물들. 갈라파고스제도로 흘러들어와 생존하고 분화한 생명체들이다. 갈라파고스라고 하면 거북과 핀치만 알고 있었는데, 많은 생물들이 그곳의 역사를 보여주고, 진화를 실증하고 있다. 가슴 떨리는 이야기이고, 또한 안타까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건 인간에 의한 멸종의 위험에 대한 얘기이기도 하니까.

 

끝으로 갈라파고스의 생명다양성에 대한 위협과 보존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한다. 이제는직접 그곳의 생물들을 죽여 멸종에 이르게 하는 일은 드물지만 인간이 갈라파고스에 관여하면서 맞닥뜨릴 밖에 없는 문제. , 외래종의 문제가 생겨났다. 염소와 같은 것들을 비롯하여 적지 않은 외래종들이 갈라파고스의 생물다양성을 파괴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제도의 생명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자금이 바로 관광산업에서 온다는 것이 문제다. 관광객을 불러모으면서도 관광객으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는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과연 내가 갈라파고스를 가고 싶다는 바램을 갖는 것은 자유지만, 그곳을 직접 가는 것이 어떤 파급 효과를 갖게 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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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 21세기를 진단하다 | 책을 읽다 2018-10-0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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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유발 하라리 저/전병근 역
김영사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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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에서 인류의 과거와 미래를 조망한 유발 하라리가 인류의 현재에 대한 분석과 전망에 대해 쓴 책이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이다(그 사이에 『대담한 작전』이란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 이 책에 대해 이런 설명을 들었을 때 조금 순서가 잘못 된 게 아닌가 생각했다. ‘과거-현재-미래로 가던가, ‘현재-과거-미래가 맞는 순서지, ‘과거-미래-현재는 사고의 흐름과는 다르단 생각이었다. 어쨌든 결론은 미래여야 하지 않은가.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서, 그리고 『호모 데우스』를 읽은 기억을 되새기면서 드는 생각은 어쩌면 이 순서가 원래부터 기획했던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여기의 현재라는 것은 우리가 말하는 그 현재가 아니다. 사실, ‘현재라는 게 참 애매한 개념이긴 하다. 현재는 조금 전까지 미래였으며, 그때 말했던 현재는 바로 지금은 과거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유발 하라리가 현재라고 얘기하는 것은 과거와 미래를 포함한다. 내용도 현재를 분석하지만, 그 현재에서 가까운 미래에 대한 전망이 포함하고 있다. 현재에 대한 분석은 그 가까운 미래를 전망하고 사고하기 위한 전제인 셈이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 더 나은 오늘은 어떻게 가능한가는 오류다. 어쨌든 이 책은 더 나은 내일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유발 하라리는 다양한 측면에서 세계의 현재 모습을 바라본다. 문득 알쓸신잡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이 박학다식을 어쩌랴, 그 박학다식이 시의적절하게 인용되는 명석함은 어쩌랴, 그리고 그걸 바탕으로 자신의 견해를 분명하게 피력하는 통찰력은 어쩌랴. 유발 하라리를 그저 글쟁이로만 볼 수도 있고, 세상에 떠도는 이러저러한 견해들을 하나로 버무리는 능력으로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그의 글은 놀라우리만치 역사적으로나 시사적으로 다양한 근거를 갖고 있으며, 그것을 아주 잘 이용하고 있으며, 또한 자신의 견해를 분명하게 제시한다는 것 말이다. 그리고 이만큼 글을 잘 읽히도록 쓰는 학자도 드물다.

 

사실 그의 견해들은 상당히 논쟁적일 수 있다. 이를테면 민족주의에 대한 견해라든가, 인공지능(AI)에 대한 견해 같은 것들이 그렇다. 신에 대한 견해는 더욱 그렇고, 이스라엘에 대한 그의 비판은 이스라엘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하다. 그런데 읽으면서 어쩔 수 없이 그의 견해에 동의해가는 나의 모습을 본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의 글은 선언적이지 않다. 그러니까 근거도 없이 선언하고 따르라는 식이 아니다. 분명한 근거를 가지고 조금씩 자신의 핵심 견해에 다가가고 있다. 그래서 근거를 읽는 독자는 그 근거에서 나오는 그의 견해를 부정할 수 없게 된다. 또한 글의 흐름은 매우 부드럽지만 결론은 매우 단호하다. 그래서 그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인지 헷갈리지 않는다. 책을 읽고, 읽었다는 사실만 남을 뿐 무엇을 읽었는지 흐릿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유발 하라리의 경우엔 전혀 그렇지가 않다. 그는 정보과학과 생명과학이 바꾸어놓고 있는 세상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으며, 전지구적인 차원에서 사고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으며, 몸이 느끼지 않는 그 무엇에 대한 복종을 반대한다. 이 견해와 주장에 대해 반대할 수는 있지만, 그가 제시하는 근거를 따라가면 이것을 부인하고 부정하기가 힘들다. 명징한 사고와 유려한 글쓰기의 힘이다.

 

그러나 유발 하라리의 책을 읽었다는 것만으로 우리가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에 대해 대비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유발 하라리의 책은, 말하자면 발화점에 불과하다. 아니 그래야 한다. 그도 쓰고 있듯이 내가 생각해야 한다. 그 생각은 온전히 나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의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것이다. 그래야 무관함(irrelevance)’의 지경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유발 하라리의 견해를 따르지 않더라도 그가 제시한 이 방대한 주제에 대해서 하나씩, 가끔씩이라도 생각해 볼 작정이다. 과학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디지털 독재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민족주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정의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작정이다. 그 정도면 나도 꽤 괜찮은 독자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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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심리학자와 고고학자의 인간 뇌 진화에 관한 연구 | 책을 읽다 2018-10-0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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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회성, 두뇌 진화의 비밀을 푸는 열쇠

로빈 던바,클라이브 갬블,존 가울렛 공저/이달리 역
처음북스(CheomBooks) | 2016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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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인 클라이브 갬블과 존 가울렛,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는 2002년 영국의 인문, 사회과학에 관한 국가기구인 영국학술원이 창립 100주년을 기념한 연구프로젝트대회에 공동으로 제안서를 내고 80 1 이상의 경쟁률을 뚫고 채택된다. 그들의 프로젝트 이름은 <루시에서 언어까지: 사회적 뇌의 고고학 Lucy to Language: The Archaeology of the Social Brain>이었고, 간단히 <루시 프로젝트>라 불렀다. 루시란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요한슨과 동료들이 발견한 인류의 고화석에 붙인 이름이다(워낙 유명한 화석이라 더 이상의 설명은 불필요). 말하자면 인간의 뇌 발달에 대한 연구인 셈이다. 연구는 2003년부터 7년간 수행되었고, 이 책은 그 결과물 중 하나다(아마 논문 형태로도 발표했을 것이고, 보고서도 작성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파급력이 큰 것은 이런 대중적 책이 아닐까 싶다).

 

그들 연구의 바탕은 사회적 뇌 가설이다. 사회적 뇌 가설이란, 인간의 뇌가 발달한 이유는 사회적인 압력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접촉하고, 공감해야 하는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서 뇌의 용량도 커지고, 기능도 발달했다는 것이다. 이는 로빈 던바의 연구와 그 연구의 보급판인 책에서 주장해왔던 것이기도 하다. 지금은 유명해진 던바의 수도 여기서 나온다. 인간에게 있어서 사회적 관계망의 크기가 약 150명이라는 수적 한계가 있다는 것인데, 이 숫자는 상황에 따라서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인간이라는 종이 형성된 이후에 아주 일관적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의 연구는 바로 이런 가설에 기초한 것이고, 그 가설을 입증하고자 여러 증거들을 모으고, 발굴하고, 실험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 책의 원제는 <Thinking Big>, 크게 생각하기. 이 말만 봐서는 의미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은데, ‘크게 생각한다는 표현은 책의 말미에 가서야 등장한다. 진화 심리학과 고고학의 전문가로서 조금 뒤로 물러서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인간의 진화를 바라 본다는 의미로 쓰였다. 인류 진화 과정에서 변화한 어느 한 가지 기관이나 기능에만 집중하지 않고 전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의미이리라. 그리고 그게 바로 사회성(Sociality)’인 셈이다. 그러니까 인간의 뇌가 지금같이 커지게 된 것은 인지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이다(‘더 세련된 사회성이 요구됨에 따라’). 그리고 그 한계가 지금은 150명이라는 것이고, 그 결과가 5단계 이상의 인지 단계라는 것이다. ‘사회가 지금의 인간(Homo sapiens)을 만들었다.

 

사실 내용은 기존의 로빈 던바의 저서에서 많이 벗어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내용이 단순 반복만은 아니다. 고고학자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그 증거가 풍부해지고, 또 정교해졌다. 그리고 훨씬 그림과 사진이 볼 만해졌다. 몇 가지만 다시 음미하게 되는 것을 얘기하자면, 우선 인상 깊은 것은, ‘인류의 핵심 역량이 직립 이족 보행의 결과로 자유로워진 이라거나 신석기 혁명이 일어난 마을과 도시가 아니라, ‘상상의 세계에서 생활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그들이 제시하는 현재의 언어로 이어진 흐름도 재미있다. 바로 털 고르기라고 할 수 있는 그루밍에서 웃음으로, 음악으로, 그리고 언어로 이어졌다고 본다. 바로 상대방과의 감정적 공유의 방법들인데, 그 방법들은 일 대 일에서 일 대 다로, 그리고 결국엔 집단으로 확장되어 왔다.

 

그런데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번역과 검토다. 우선 오자가 너무 많다. 책에 오자가전혀 없을 수는 없지만, 이런 정도는 성의 문제라 생각한다. 그래도 오자야 오자인 줄 알고 읽지만, 책을 읽으면서 종종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거나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번역문을 만나야 했다. 학자들의 언어는 선명한 편인데, 원래 문장이 그랬을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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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이 알려주는 돈을 지키는 법 | 책을 읽다 2018-10-01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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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댄 애리얼리 부의 감각

댄 애리얼리,제프 크라이슬러 공저/이경식 역
청림출판 | 201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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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것인가?, 이런 물음에 대한 답변 같다. 어차피 경제학에 관한 책이니 몇 단계를 거치면서 따지고 보면 그게 아닌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엄격히 말해서 부(), 즉 돈(money 혹은 원제에 따르면 dollars)에 대한 개념을 바로잡기 위한 기획이다.

 

그 바탕은 행동경제학(Behavior Economics)이다. 우리말 제목에 댄 애리얼리의라는, 원제에 없는 딱지를 붙인 것을 보고 알 수 있듯이 댄 애리얼리는 꽤나 유명한 저자다. 바로 『상식 밖의 경제학』이란 책을 통해서다. 행동경제학의 원조,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대한 생각』보다 먼저 우리나라 독서계에 행동경제학이란 걸 소개한 게 바로 이 댄 애리얼리의 『상식 밖의 경제학』다. 아마 (노벨 경제학상 덕분에) 그보다 더 유명해진 리처드 탈러(혹은 세일러)의 『넛지』보다도 먼저 나온 책이다. 『상식 밖의 경제학』 이후 『경제 심리학』, 『거짓말 하는 착한 사람들』, 『왜 양말은 항상 한 짝만 없어질까?』가 지속적으로 번역되어 나왔고, 나는 이 책들을 다 읽어 보았다. 어떤 책은 두 번 구입했고(『경제 심리학』), 어떤 책은 매우 실망했다(『왜 양말은 항상 한 짝만 없어질까?). 그러나 그만큼 기대감을 갖게 하는 저자이고, 행동경제학도 그만큼 관심의 영역이다.

 

이번에는 제프 크라이슬러와 함께 썼다. 제프 크라이슬러의 이력이 독특하다. 프린스턴대학교라는 어마어마한 대학을 나와 변호사가 되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금방 그만두고(설마?), 코미디언으로, 저술가로,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가 댄 애리얼리와 함께 책을 쓰게 된 것은, 그가 행동경제학의 신봉자이기 때문이다(책 날개의 소개에서도 알 수 있고, 책의 내용으로도 잘 알 수 있다). 책에서는 댄에 대해, 제프에 대해 마치 딴 사람 얘기를 하듯 사생활을 포함해 이러저런 얘기가 등장한다. 2인 저자가 상대방에 대해 쓴다는 느낌으로 그렇게 쓴 모양이고, 두 사람을 함께 지칭해서 우리라는 표현도 자주 등장한다. 그게 꽤 자주 재미있는 얘기를 하는 모양새인데(제프 크라이슬러가 코미디언이니까?), 글쎄, 내 감각으로는 웃음이 나올 만큼 재미있는 얘기나, 표현은 아니다.

 

책의 내용은 돈에 대한 우리의 무지(라기보다는), 잘못된 개념, 내지는 인지적 착각 등을 다룬다. 바로 행동경제학이 밝혀낸 많은 인간의 체계적실수(『생각에 대한 생각』 내지는 『생각에 대한 생각 프로젝트』의 표현이다)에 관한 것들이다. 상당히 많은 내용이 댄 애리얼리의 책에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항상 합리적이지 못한 우리의 근본적 한계 때문에 돈에 관해서도, 분명하게 비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는 것이다. 그걸 10가지 정도로 나누어서 체계적으로설명한다. 어쩌면 알고 있었던 내용들이다(그걸 몰라서 우리가 부자가 되지 못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는 걸 저자들도 아마 거의 인정할 것 같다. 그럼에도 한 권의 책이 되는 이유는, 그걸 알면서도 우리는 꾸준히 실수하고, 잘못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들은 그걸 다시 콕 짚어 얘기한다. 그리고 아는 것이 첫걸음으로 중요하지만, 이 분야에 관해서는 행동, 즉 무언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들이 바로 이 책을 썼다. 물론 그 행동이라는 게 그렇게 명확한 것은 아니고, 또 항상 정해진 것도 아니라는 게 함 힘든 일이다. ‘에 관련된 일이니 안 그렇겠나. 저자들도 인정하는 바다.

 

저자들은 돈에 대해 꼭 알아야 할 10가지로 정리해놓았는데, 그 중에서 한 가지가 가장 인상 깊다. 우리가 가격을 평가할 때 노력의 을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문이 잠겨 열쇠수리공을 불렀을 때(우리나라에선 119를 부르나?) 어떤 이는 1시간 동안 뻘뻘 땀을 흘려가면서 문을 열고, 또 어떤 이는 단 1,2분만에 문을 열었다. 두 사람이 동일한 요금을 요구했을 때, 우리는 대부분 전자에 대해서는 별로 불만을 갖지 않지만, 후자에 대해서는 매우 큰 불만을 갖게 된단다(정말 그렇다. 외장하드가 망가져 파일 복구 서비스를 이용했을 때 금새 복구해버리면 돈이 아깝다. 그래서 아마도 서비스업체는 복구에 드는 시간을 불려 얘기할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우리는 가격을 노력의 양으로 따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결과보다 작업에 들인 노력을 더 평가하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유능한 사람보다 무능한 사람에게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셈이 되어버린다. 저자들은 이렇게 쓰고 있다.

생산원가가 얼마인지 알 때, 사람들이 부지런히 움직일 때, 즉 투입되는 노력이 눈에 직접 보일 때 사람들은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한다. 노동집약적인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더 가치 있다는 생각을 부지불식간에 한다. 어떤 금액을 지불하겠다는 심리를 추동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노력이라기보다는 노력의 외양이다.” (248)

우리는 이런 경향에 저항할 수 있을까? 글쎄, 극복은 할 수 있겠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데 대해 저항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책의 내용이 대체로 그런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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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은 어떻게 탄생했나 | 책을 읽다 2018-10-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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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

마이클 루이스 저/이창신 역
김영사 | 201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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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Behavior Economy)’란 걸 알 게 된 건 댄 애리얼리의 『상식 밖의 경제학』를 통해서였다. 조금은 충격이었고, 더 크게는 흥미로웠다. 경제학이라기보다는 심리학 같은 생각이 들었고, 인간에 대한 또 다른 의미의 해부란 여겨졌다. 그 후로 행동경제학에 관한 책을 적지 않게 읽었다. 댄 애리얼리의 책들을 비롯하여. 그 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책은, 작년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세일러(원래 책 제목에는 탈러라고 되어 있었다) 『넛지』였다. 행동경제학이 이론이나 사례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서 실제로 응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었다. 행동경제학을 탄생시킨 대니얼 카너먼의 책이다(행동경제학이란 용어를 만든 건 리처드 세일러이다). 말하자면 이 분야에 대한 가장 큰 지분을 가진 이의 책이다. 대니얼 카너먼은 심리학자로는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2년의 일이다.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대니얼 카너먼은 아모스 트버스키의 얘기를 했다. 길게 한 건 아니지만, 자신의 연구가 아모스 트버스키와 공동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노벨 경제학상도 그와 공동으로 주어졌어야 했다고 했다(내 기억이다). 그때는 그렇구나, 했다. 둘이 공동으로 만든 분야가 이 분야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어느 정도로 그들이 함께 일을 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당연했다).

 

마이클 루이스의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는 바로 그 행동경제학의 탄생기,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의 공동 연구에 관한 얘기다(마이클 루이스는 『머니볼』의 작가다. , 그 책을 읽고 여기저기 선물한 기억이 있다). 노련한 이야기꾼이라면 그렇듯 바로 카너먼과 트버스키에 관한 얘기로 시작하지 않는다. 『머니볼』에서 마저 하지 못한 이야기, 아니 간과했던 이야기. 미국프로농구 휴스턴 로키츠의 단장 대릴 모리에 관한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대릴 모리는 단순한 수치만으로 선수를 스카우트할 수 없고, 실수가 나타나는 이유를 찾으려 했고, 그 답을 찾았다. 바로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만들어낸 행동경제학이 그것이다.

 

지금은 누구나 카너먼과 트버스키라 하지만, 과거에는 당연하게 트버스키와 카너먼이라 불렀다는 걸 이 책을 통해서 알았다. 트버스키와 카너먼은 모두 유태인으로 이스라엘에서 만나고, 활동했다. 히브리대학 심리학과 세미나실에서 둘이 하루 종일 앉아 웃으면서 아이디어를 내고, 논문을 썼다. 전쟁이 나면 전투복을 입고 전쟁터로 달려나가기도 했다(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이었다. 그들에게는). 재미있는 건, 그들이 인간의 실수가 당연한 것이며, 그 실수에는 심리적 근거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는 과정이 그리 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이나, 어떤 계기를 통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두 사람의 아이디어 나누기를 통해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사실 과학적 발견도 그렇다. 이게 뭔가 대단한 거라는 느낌보다는 이거, 재밌는데, 하는 느낌에서 정말 대단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내용은 그들의 활동에 대한 것이 주()일 수 밖에 없다. 그들이 밝혀낸 이야기들, 그리고 그들 주변에서 벌어진 일들도 흥미롭지만, 더 흥미를 자아내는 것은 두 사람의 관계다. 둘은 아주 성격이 달랐다. 트버스키는 낙천적이면서 천재적이었다. 카너먼은 비관적이 성격이었으며 신중했다. 그들이 그렇게 공동 연구를 하는 게 다른 사람들 눈에는 매우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였다고 한다. 이뤄질 수 있는 조합이랄까. 문제는 그들의 연구가 주목받고, 인정받으면서다. 명성은 한 사람에게 더 많이 쏠리는 것이다. 바로 아모스 트버스키였다. 미국의 유명 대학의 교수로 초청받는 것에서, 맥아더 천재상 같은 상을 받는 것에서 아모스 트버스키가 우선이었고, 대니얼 카너먼은 뒤로 쳐졌고, 인용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트버스키와 카너먼이었던 것이다. 트버스키는 그에 대한 무심했고, 카너먼은 무척 신경을 썼던 모양이다(『생각에 관한 생각』이란 책에서는 그런 내용이 없다). 서로 반복하고, 대립하는 데 까지는 가지 않은 모양이지만, 갈등 정도는 있었고, 급기야는 카너먼이 결별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바로 그 결별 선언 직후 아모스는 악성흑생종에 걸린 것을 알았고,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린다. 그리고 1996년 세상을 뜬다. 그 후로 그들의 업적은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것으로 불리고, 노벨 경제학상도 카너먼에게만 주어진다(노벨상은 살아 있는 이들에게만 주어지니까) (그래서 오래 살아남아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살아남아야 자신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래야 남들이 기억할 수 있다. 아모스 트버스키는 누군가의 기억에 대단한 사람이라 기억되지만, 대니얼 트버스키는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이자, 심리학자 최초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기억된다.)

 

리처드 세일러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으로 행동경제학은 이제 조금 더 인정받은 모양새다. 그러나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행동경제학은 경제학의 주류가 아니며, 결코 그렇게 되지 않을 운명인지도 모른다. 인간의 행동에 대한 탐구로서 가치가 있고, 그래서 무척 흥미롭지만, 그것을 무엇을 해야할지, 거시적 경제적 전망을 짜는 데도 도움이 되는지, 세부적인 전략을 짜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없다. 그래도 선스타인의 예처럼 정부 정책에 영향을 주는 데까지는 갔으니, 좀더 나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시작은 바로 트버스키와 카너먼이었다.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는 그들의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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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 | 책을 읽다 2018-10-0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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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윤기 신화 거꾸로 읽기

이윤기 저
작가정신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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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자 번역가 이윤기는 2010년 심장마비로 급작스레 우리 곁을 떠나갔다. 『이윤기 신화 거꾸로 읽기』는 2002년에 나온 책을 이윤기 다시 읽기의 차원으로 다시 펴낸 책이다. 이윤기는 번역가였으며(나는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그의 번역이라는 걸 잘 안다), 소설가였으며(아쉽게도 나는 그의 소설을 읽은 적은 없다), 그리고 신화 연구가였다. ‘신화 연구가라는 게 뭔지 쉽게 감이 잡히지 않지만, 그의 책을 보면 신화 연구라는 게 뜬구름 잡는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그의 신화는 대체로 그리스 신화. ‘그리스-로마 신화라 흔히 하지만, 로마의 것은 문화적 열등감에 따른, 그리스 문화의 수입에 따른 것일 뿐이다. 그런데 거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리스 신화를 얘기하다가도 우리의 신화도 등장하고, 중국의 신화도 등장한다. 뿌리는 두되, 폭넓게 전세계의 신화를 섭렵했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의 책을 읽으면 풍성하단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그의 신화는 현대의 해석으로 이어진다. 그는 그리스 신화를 소개하고, 그것의 상징을 해석하지만, 시작도 우리 곁이고, 끝도 우리 곁이다. 여행 중에 만난 어떤 건물의 상징, 동상으로 신화 이야기를 시작하고, 우리 곁의 어떤 문화적 양식을 가지고 신화에 등장하는 신과 영웅 이야기를 꺼낸다. 그리고 결국은 그것이 현재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로 마무리 짓는다. 그러니까 신화란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는지가 더더욱 중요한 것이란 보여준다.

 

그러나 이윤기는 의미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교훈에만 집착하지 않는다. 신화란 인류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신화 이야기를 할 때, 고리타분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글솜씨가 필요하다. 바로 이윤기가 그런 능력을 지녔었다. 고색창연한 이야기, 어쩌면 낯선 이야기를 아주 현대적인 문체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야기처럼 쓴다. 문체도 사뿐사뿐하다. 곁에서 들여주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의 신화 이야기는 재미있고, 쏙쏙 들어온다.

 

그의 신화 해석은 교조적이지 않다. ‘교조적이란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다. 그는 신화의 상징을 해석하는 방법이 한 가지만 있다고 하지 않는다. 신화에서도 어떤 현상이나, 인물의 운명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이야기하듯이, 신화를 해석하는 것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한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중요한 것이라 한다. 어쨌든 신화란 그렇게 존재했었단 얘기가 아니라, 그렇게 존재했을 것이란, 그렇게 존재했었으면 하는, 우리 인간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신화를 잘 알면, 그리고 잘 기억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건 그 전에도 그랬다. 그럼에도 그게 쉽지 않다. 그래도 이윤기의 이 책을 읽으며 백화점의 문양을 보면서, 군의관의 계급장을 보면서, 혹은 어떤 그림을 보면서 조금은 할 얘기가 많아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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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책을 읽는다는 것! | 책을 읽다 2018-10-0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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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

조 퀴넌 저/이세진 역
위즈덤하우스 | 201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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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 느낌을 어떻다고 해야 하나.

참 많은 느낌이 들었다.

우선 ‘1장 책만 읽고 살면 소원이 없겠네를 읽으면서는 내가 정말 그렇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책에 대한 애정이 그렇고어디서나 책을 들고 다니며 시간이 날 때마다 읽는 것이며… 그래서 내가 평생 몇 권의 책을 읽었을까어림짐작해 보기도 했다(조 퀴넌은 6, 7천권 정도 읽었다고 했다).

 

그런데 2장부터는 좀 달랐다그는 소설 위주로 읽었으며책에 대한 선호도도 매우 분명했다사실 선호도라기보다는 특정한 계기로 절대 읽지 않는 책이 있다예를 들어뉴욕 양키스를 좋게 다룬 책 등그리고 그는 한번에 최소한 열 다섯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다나도 대학 시절에는 네댓 권의 책을 동시에 읽게 될 때도 있었지만지금은 서로 다른 두 권을 동시에 읽는 경우도 거의 없다그렇게 읽으면서도 책 내용을 모두 쫓아가는 것은그의 비상한 기억력 덕분이다(스스로 기억력이 좋다고 한다). 또한 사 놓고도 읽지 않는 책이 있다읽으려고 시도했지만읽다 말고또 시도하다 관두고 하는 책도 있고그냥 읽지 않는 책도 있다죽을 때까지 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아무렇지 않게 한다그런 책이 거의 없다내 수중에 들어온 책은 99%는 끝까지 읽는다물론 나도 조 퀴넌과 함께 절대 킨들과 같은 e-book은 읽지 못할 것 같다.

 

조 퀴넌은 어찌 되었든 책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있고나와 조 퀴넌은 좋아하는 책이나책 읽는 방식이 비슷하다고 할 수는 없다하지만 그럼에도 책의 각 장(chapter)에 붙여 놓은 제목들(<책만 읽고 살면 소원이 없겠네>, <더 많은 책이 필요할 것 같군요>, <킨들로는 어림도 없지>, <하루는 스물네 시간책만 읽기에도 모자라>,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책을 읽지>, <아직 다 읽지 못했으니 죽음의 천사여나중에 오라>)에 매우 공감한다그러니까 비슷한 부류란 얘기다그래서 좀 서글프다그 스스로 책을 읽는 행위가 그렇게 보편적인 행위는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책만 읽고 살 수도 없다(그가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며 생계를 유지하는매우 행운아임에도 불구하고). 더군다나 항상 좋은 책만 읽을 수도 없고세상의 책을 다 읽을 수는 더더욱 없다그러니까 이 책은 좀 슬픈 얘기다.

 

조 퀴넌은 책을 읽어서 훌륭하게 된다고는 하지 않는다책을 읽지 않더라도 훌륭해질 수 있으며반대로 책을 읽고도 보잘 것 없거나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다그러나 책을 읽은 사람이 더 많은 생각을 할 시간을 가지며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할 여유를 더 많이 가지며더 창조적인 생각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절대적인 게 아니라단지 가능성의 차원이지만그것이라도 어디인가아니그런 게 없더라도 책을 읽는 건 정말 훌륭한 오락이다재미가 없다면책 읽으면서도 고통스럽더라도 결국엔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책을 읽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아니그런 걸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책은 읽게 된다굳이 이유를 따져이유가 있어야만 읽게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책을 읽는 건 그런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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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銀)과 근대 | 책을 읽다 2018-10-0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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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스페인 은의 세계사

카를로 M. 치폴라 저/장문석 역
미지북스 | 2015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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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변방에 불과했던 스페인이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하고, 그곳에서 난 은을 확보함으로써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된 과정에서 시작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은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하고, 다시 세계의 중심에서 밀려나게 된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여러 조건들이 우연히(?) 맞아떨어지면서(코르테스의 멕시코 정복, 피사로의 잉카제국 정복, 포토시에서의 은광 발견, 시카테카스에서 은맥 발견, 수은과 소금을 이용한 은 추출법 개발, 수은 광산의 존재 등등) 스페인이 신대륙에서 은을 캐고, 그것을 유럽으로 운반하는 게 아니었다. 이 장면은 자신들의 것이 아닌 것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제국주의의 지독함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물론 그런 걸 의식했을 리는 없다). 오히려 스페인이 그런 막대한 은의 유입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벌인 전쟁 때문에 그 보물을 구경조차 못하고 빚을 갚는 데 쓸 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는 것이 더욱 흥미롭다. 국가의 부()가 어떤 식으로 유지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의 교훈이라 할 수 있다. 그게 운이었든, 자신들의 노력에 의한 것이었든 은으로 인한 기회를 단 몇 십 년 만에 날려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은, 특히 통화의 가치로로서는 신통치 않았던 8레알 은화가 화폐의 여왕으로 등극하고, 각국이 그것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하는 장면과 중국이 은화로서가 아니라 단지 은 자체로서 그 은화를 다루었다는 것 역시 흥미로운 얘기들이다. 그리고 이 은화의 얘기가 아편 전쟁까지 이어지는 것 역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중국에서 사갈 것은 많았지만, 중국인의 관심을 끌어 팔 것은 매우 드물었던 유럽(그 중 예외적인 것이 시계라는 것은 『시계와 문명』에서 다룬다)이었기에 은화는 중국으로 흘러 들어 갈 뿐 나오질 않았다. 심각한 무역적자였던 셈이다. 그걸 바로잡기, 아니 역전시키기 위해서 서양이 찾은 해법은 바로 아편이었다. 치폴라는 이를 악마적인 계획이라고 비난한다. 그리고 그 악마적인 계획에 속절없이 당한 중국에 대해서 역시 비판한다.

 

은화의 이동이 그 시기의 세계 무역에서 중심을 차지했다는 것은 주경철 교수의 『대항해 시대』 등을 통해 알고 있었으나, 그 속사정을 자세히 알게 된 것은 바로 이 책을 통해서다(물론 『대항해 시대』에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었을 것이나, 그것은 전체 중의 일부다). 책으로는 분명 훌륭하고, 역사를 알아가는 재미도 있지만, 세계화의 전조, 그것도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전조를 보는 것 같아 그 역사의 전개가 쓰디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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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치폴라를 알게 되다 | 책을 읽으며 2018-10-0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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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M. 치폴라의 『시계와 문명』을 읽고 『스페인 은의 세계사』를 읽는데, 이 책도 카를로 M. 치롤라의 책이다. 그런데 이건 전혀 의도된 게 아니다.

 

앨버트 S. 린드먼의 『현대 유럽의 역사』를 읽고, 그 책의 번역가의 장문석 교수의 또 다른 번역서인 『스페인 은의 세계사』를 대출해 놓았었. 누구의 저서인지는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전에 단지 제목에 끌려 『시계와 문명』을 대출해 놓았었고, 이제야 이 책을 읽었다. 읽다보니 왠지 『스페인 은의 세계사』라는 책에 눈길이 갔다. 그냥 그랬다. 그래서 『시계와 문명』을 다 읽고, 『스페인 은의 세계사』를 꺼내 들었다. 그제서야, 이 두 책의 저자가 모두 카를로 M. 치폴라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치폴라가 굉장히 유명한 역사학자라는 걸 알게 되었다.

 

장문석 교수가 『스페인 은의 세계사』의 앞부분에 쓴 옮긴이 해제에는 치폴라의 생애와학문적 업적, 저서 등에 대해 상세하게 풀어 놓았다. 『시계와 문명』에 대한 해설도 잘 되어 있다. 치롤라는 말하자면, 미시사에도 능통하고(미시사라는 말이 생기기도 전에), 거시적인 측면에서도 훌륭한 경제사학자였다고 한다. 다른 책도 찾아보게 된다.

 


시계와 문명

카를로 M. 치폴라 저/최파일 역
미지북스 | 2013년 08월

 

스페인 은의 세계사

카를로 M. 치폴라 저/장문석 역
미지북스 | 2015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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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가 유럽 근대에 미친 영향 | 책을 읽다 2018-10-0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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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시계와 문명

카를로 M. 치폴라 저/최파일 역
미지북스 | 2013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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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 책 중에 가장 유명한 책은 『이기적 유전자』이고, 이기적 유전자라는 용어는 매우 유명해져 거의 일반 명사처럼 쓰이지만, 그것 외에도 『눈먼 시계공』이란 책의 제목 눈먼 시계공도 진화를 설명하는 데 매우 유용하게, 흔하게 쓰인다. 신을 시계공’(watchmaker)에 빗대어 창조론을 옹호하는 데 맞서 시계공이 존재한다면 눈먼 시계공’(blind watchmaker)라는, 즉 의도와 목적을 갖지 않은 진화의 힘을 이야기하였다. 여기서 시계가 등장하는 이유는, 시계가 복잡함의 상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물론 기계식 시계를 말한다. 그처럼 복잡한 시계를 만들어내는 존재가 무엇이냐를 놓고 다투는 것이다(내가 보기엔 어느 쪽이 옳은지는 정해져 있다고 보지만).

 

그런데 시계가 보편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한 게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17, 18세기에 들어서야 개인이 소장할 수 있는 시계가 제작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보면 신을 시계공에 빗대어 설명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란 얘기고, 또 그만큼 시계에 대한 경외심도 컸다는 얘기다. 그리고 또 하나 흥미로운 얘기는 수도사 중에 시계를 제작했던 인물들이 꽤 있었다는 것이다. 카를로 치폴라의 『시계와 문명』에 나오는 얘기다.

 

카를로 치폴라는 『시계와 문명』이란 얇은 책을 통해서 시계가 유럽 문명에서 어떻게 등장했고, 유럽을 어떻게 변모시켰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시계가 중국과 일본으로 어떻게 넘어갔고, 중국과 일본은 어떻게 이 시계를 받아들였는지도 이야기한다. 카를로 치폴라의 기본적인 생각은, 사회의 구조와 필요에 의해서 기계가 만들어지고, 그 기계는 또한 사회 구조와 필요는 변모시킨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시계로 보고 있다. 그래서 산업 혁명은 증기기관이 아니라 시계에 의해서 일어났다는, 다른 학자의 글도 인용한다.

 

그런데 유럽에서 시계가 발달하고, 시계공들이 많아지게 되는 과정을 다룬 1(유럽, 시계를 만들다)도 꽤 흥미롭지만, 더욱 흥미로운 것은 2 <중국, 시계와 조우하다>이다(아니 그럴까?). 중국으로부터 많은 것들을 얻어갔던 유럽은 중국에 내어줄 게 별로 없었다 한다. 유럽이 중국에 내놓은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시계였다(유럽의 제품은 아시아 국가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아시아의 유사한 제품과 경쟁도 되지 않았다 한다. 극소수의 예외 중 하나가 바로 시계였다). 유럽보다 더 발달된 시계를 제작했던(비록 기계식 시계는 아니지만) 중국은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종소리로) 시계를, 신기한 장난감처럼 여긴다. , 중국은 별로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반면, 일본은 시계에 대한 태도가 중국과 조금 달랐다. 그들은 나름대로 개량하면서 창의적인 시계를 만들어나갔다. 카를로 치폴라는 이러한 태도의 차이가 중국은 세계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일본은 그런 의식이 희미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러한 논의들을 통해서 중국이 시계와 대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산업화로 나아가지 못한 이유가, 단지 삶의 방식이 달랐고 세상을 보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지 우열(優劣)의 문제가 아니라고 결론짓고 있다.

 

그러고 보면, 기계식 시계의 개발과 제작은 아이러니한 일이기도 했다. 기계식 시계를 처음 만들 당시에는 해시계나 물시계 같은 것들에 비해서도 정확도가 떨어졌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유럽인이 그런 시계를 만들었다. 카를로 치폴라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13세기 사람들이 시간을 측정하는 문제를 기계적 관점에서 생각한 이유는 그들이 기계적 세계관을 발전시켜왔기 때문” (156). , 그들이 시계를 만들기 전에 이미 시계공이 되어 있었다는 얘기다. 시계공이 만든 시계는 지속적으로 그들의 생활 방식과 더불어 사고 방식도 바꾸었다. 우리가 시간을 자꾸 확인하는 것처럼, 시계에 얽매어 사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렇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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