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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이야기 | 책을 읽다 2018-11-3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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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정유정,지승호 공저
은행나무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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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호의 인터뷰는 2000년대 초반에 읽었었다. 그 동안 이이는 이쪽으로 전문화의 길을 걷고 있었던 거다. 이번에는 소설가 정유정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에 대해.

 

정유정이니까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그녀 소설의 강렬함을 어찌 잊겠는가. 나는 그녀 소설을 세 권 읽었다. 『종의 기원』을 먼저 읽었고, 다음으로 『28, 그리고 『7년의 밤』. 말하자면 최근 것부터 거슬러 올라간 셈이다. 나는 이 작가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에 대해서 이렇게 쓴다면이 사람은 무척 강하거나, 아니면 오히려 아주 여리거나 하지 않겠나 상상했었다. 어찌 되었든 어떤 생각을 가진 이인지 궁금했다.

 

이 책으로 그 궁금증은 많이 풀렸다. 그녀가 쓰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도 알겠고(특별히 무엇을 쓰겠다는 것은 없으나, 어떤 것을 쓰고 싶어하는지는 알겠다), 특히 어떤 식으로 소설을 쓰는지는 잘 알겠다. 그런데 더욱 잘 알게 된 것은, 이 소설가가 소설을 쓰기 위해서 얼마나 정성을 다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읽는 것도, 경험하는 것도, 초고를 쓰고, 플롯을 잡고, 다시 고쳐 쓰고이 지난한 과정을 털어놓는데, 그래서 이 사람의 소설이 그리 드문드문 나오는구나 싶다.

 

곧 정유정의 소설이 나올 거라는데(환타지라는데, 언뜻 잘 떠오르지는 않는다. 정유정이?), 그 소설을 읽을 땐 또 다른 느낌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그래야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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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 밤이 선생이다 | 책을 읽다 2018-11-30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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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저
난다 | 201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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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 선생을 몰랐다. 언제부턴가 『밤이 선생이다』란 좋은 책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그게 황현산이라는 분의 글이라는 얘기까지 들려 왔다. 언젠가 읽어야지 했다. 그러다 그분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아마 김윤식 교수의 부고와 시간상 그리 멀지 않았을 것이다(김윤식은 교수라 칭하고, 황현산은 선생이라 칭하는 이유는, 그저 그게 입에 붙기 때문이다). 그의 삶에 대해 몇 가지 짧은 덧붙임이 있었다. 거기에는 당연히 『밤이 선생이다』이 있었다.

 

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진자』와 『전날의 섬』(『제0호』는 조금 논외로 치더라도)을 바로 읽은 후라 황현산 선생의 문장은 나를 지극히 안심시켰다. 현란한 지식의 향연도 없고, 그 의미를 내가 아는지, 모르는지 자체가 궁금한 개념어도 드물다. 이윤기씨 특유의 번역투가 아니라 그냥 그대로 편한 한국말이다. 그렇게 포근히 내 눈과 머리와 가슴에 안기는 문장들이었다.

 

거기에 담긴 생각들은 어떤가. 여전히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사회와 정부를 비판하더라도 거기에는 가시 돋힌 말이 거의 없다. 그건 생각의 온유함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가 글을 쓸 때보다도 인문학 경시 풍조가 더 심해진 상황에서 자신이 하는 학문이 가지는 가치를 토로하는 목소리도 날이 서지 않았다. 그렇다고 낙담의 목소리도 아니다. 그것의 가치를 진실로 믿기에 할 수 있는 목소리. 그것이 사라지면 삭막해질 사회, 나아가 가치가 떨어질 사회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담겨 있다. 약한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았을 때 이 사회가 보여질 모습들에 대한 우려,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진지한 사색이 담백한 문장에 얹허 있다. 왜 『밤이 선생이다』이란 책이 읽히는지 알  수있다.

 

마음이 너무 아픈 상황에서 책을 읽었다.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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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블로그 11월 미션 정리 | 책읽기 정리 2018-11-29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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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의 섬』, 과학과 비과학이 혼재된 시대의 이야기 | 책을 읽다 2018-11-28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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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전날의 섬

움베르토 에코 저
열린책들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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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권으로 나뉜 1996년 초판의 하권을 마저 읽고 쓴다.)

 

1.

소설을 어떤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다 읽고 든 생각이다. 읽을 때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다 읽고 나서야 무척 아리송해졌다.

읽는 중간에는 과학과 비과학의 대비를 무척 많이 생각했다. 17세기를 살아갔던 성직자와 지식인들의 사고가 어떻게 분열되고, 또 통합되었는지를 몰래 지켜보는 재미를 느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인간은 자연 현상을 그럴 듯하게 설명하려 했다. 그러나 그 설명은 그럴 듯 했으나 거의 편의적인 것이었을 뿐, 실제를 이야기하지 못했다(우리는 이제 그걸 안다). 조금씩 현상의 원인을 깨우치고, 기구의 원리를 알아가다 16, 17세기 들어 그 속도가 빨라졌다. 이른바 과학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멀었다. 과학적으로 설명하려 하나, 그 과학에는 비과학이 혼입되어 있었고, 그게 비과학인 줄도 모르고 과학적이라 주장했고, 믿었다. 나는 로베르또와 그 주변을 거쳐간 박학자(博學者)들의 글과 말, 행동을 읽으며 그 시대를 읽었다. 재미 있었다.

 

2.

그러나 이 소설은 또 다른 소설을 품고 있다. 난파당한 한 청년이 써내려 간 또 한 편의 소설. 그 소설은 상당 부분 자아 분열의 낌새를 보이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있고, 자신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소설이란 상상의 소산이니, 아무리 터무니 없는 상상이라 하더라도 용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로베르또라는 이 청년은 그런 소설을 구상하고 씀으로써 자신의 운명을 정당화하고 싶었을 것이다. 더 이상 문명 세계로 돌아갈 수 없는 자신의 운명을 분개하고, 애를 쓰기보다 상상 속의 여인을 자신에게 오도록 함으로써 상황을 역전시키고자 했던 것 아닐까? 그러나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이 소설에서 여전히 그런 상상보다는 시대와 역사의 낌새를 읽고 싶었다. 그래도 하는 수 없다. 에코는 그렇게 썼고, 그는 다시 이 소설을 고치지 않았고, 이제는 고칠 수도 없다.

 

3.

경도(輕度)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경도가 인위적인, 가상의 선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또 그것은 실재하기도 한다. 그 선은 현재도 우리의 삶을 규정하기도 하지만, 대항해 시대(이 용어는 너무 중립적이다)에는 절대 절명의 비밀이었다. 그래서 이런 소설도 나왔고, 80일 간의 세계 일주』라는 소설도 나왔다(이 소설의 내용이 이 『전날의 섬』에도 등장한다. 왜 아니랴). 그 가상의 선을 실재하는 선이라 여기고, 이쪽과 저쪽이 질적으로 다른 세상이라 여긴 건, 그 시대의 무지(無知)의 소산이라기 보다는 무엇이든 대단하게 여기던, 그래서 그걸 통해서 신의 이야기를 해석하고자 했던 시대의 지혜였단 생각이 든다. 그 외의 모든 것을 그렇게 해석하고, 그러길 바랬던 것은 지금 생각으론 좀 우스꽝스럽긴 하지만, 그들의 시대로 들어가 생각해보면, 절대 웃을 수 없는 광경이다. 물론 그런 생각을 비웃은 이들이 있었고, 그래서 결투까지 벌어지는 장면이 이 소설에도 등장한다. 그런 과도기를 이 소설은 그린다.

 

4.

움베르토 에코는 여기서도 자신의 박학다식을 마음껏 펼쳐냈다. 그게 즐겁기도 하지만, 괴롭기도 하다. 그래도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내지는 그의 책을 읽는, 혹은 읽고자 하는 사람은 그 괴로움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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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도의 비밀을 향한 모험이 펼쳐지다 | 책을 읽다 2018-11-27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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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전날의 섬

움베르토 에코 저
열린책들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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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의 섬』은 2001년 새로운 판으로 출판되면서 상, 하권을 합쳐 한 권으로 나왔다. 내게 있는 책은 1996년 판으로 상, 하권으로 나눠져 있다. 우선 상권을 읽은 독후감을 쓴다.)

 

이야기는 난파된 <아마릴리스>호에서 살아남은 젋은 귀족 로베르또가 아무도 없는(결국은 누가 있었지만) <다프네>라는 배에서 깨어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로베르또의 어린 시절부터 <아마릴리스>호에 승선하고 항해하게 되기까지의 일들(전쟁과 빠리의 살롱, 그리고 권력을 둘러싼 음모) <다프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서로 교차되면서 서술된다. 그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시점의 이야기는 상권 끝머리에서 서로 만나게 된다.

 

『전날의 섬』은 날짜변경선 저 건너편의 섬을 의미한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동화가 생각난다. 섬 하나가 이동하다(어떻게 이동했을까?) 어쩌다 날짜변경선에 걸쳐진 후에 생기는 소동(?)에 관한 동화였다. 주민들은 상황에 따라 편한 대로 어제와 오늘을 왔다 갔다 한다. (그런 내용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를테면 오늘 빚을 갚아야 하는 사람이 날짜변경선 건너편으로 가버린다. 그러면 어제에 살고 있는 것이 되고, 하루가 지나면 다시 이쪽으로 건너와버린다. 놀랍게도(?) 『전날의 섬』에서도 상권 막판에 로베르또가 <다프네>호에서 만난 카스파르 신부가 하는 말이 이와 비슷하다. 노아의 방주 때 어떻게 그렇게 많은 비를 내릴 수 있었느냐에 대한 그의 답이 그렇다(어떻게 해도 지구상의 가장 높은 산도 잠길 만한 물을 끌어올 수 없다는 계산 하에). 바로 하느님은 어제의 물을 끌어와서 오늘 퍼부었다는 것이다. 그런 일을 40일 동안 했다는 것이다. 가스파르 신부가 날짜변경선, 혹은 날짜변경선에 걸쳐져 있는 솔로몬 섬을 찾기 위해 <다프네>호에 오른 이유는 그것이었다.

 

그러나 로베르또가, 비어드 박사가, 그리고 다른 이들이 <아마릴리스>, <다프네>호에 오른 이유는 그런 게 아니었다. 명목상으로는 누군가 기록한 막대한 보물이 존재하는 솔로몬 섬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건 경도(輕度)의 비밀을 알아내는 일이기도 했다. 비밀이라고는 했지만, 사실 비밀은 아니었다. 경도가 무엇인지는 알았으니까. 그 경도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그건 솔로몬 섬을 찾는 문제보다도 더 중요한, 바로 16세기, 17세기 대양을 항해하여 식민지를 점령해나가던 유럽 열강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였다. 자신의 배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어떤 경로로 가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위도와 경도를 모두 알아야 했다. 위도는 쉽게 알 수 있었지만(하늘의 별을 보고 각도를 재면 됐다), 경도는 그렇지 못했다. 정확한 경도를 측정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이 제시되었지만, 모두 쓸모 없는 것이었다. 경도는 바다를 지배하고, 세계를 지배하는 첩경이었고, 그래서 영국 의회는 경도상(the Longitude Prize)을 제정하여 그 문제 해결에 막대한 상금도 내걸었었다. 결국 존 해리슨이라는 목수 출신의 시계공이 정밀한 시계를 만들면서 해결되기 시작했는데(영국의 세계 지배와 관련이 없지 않다), 『전날의 섬』은 그 이전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16세기, 정작 그들은 그 전쟁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랐지만, 후세가 30년 전쟁이라 부르는 전쟁의 와중이었던 그 시대는 과학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었지만, 아직은 모든 게 과학에 의해 설명되지 않았었다. 그래서 칼에 베인 상처를 낫게 하기 위해서 칼에도 연고를 바르거나 하는 공명약이 그럴듯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었고, 또 그런 공명 현상을 이용하여 경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도 하고 있었다(이런 게 실제 있었던 일이다). 피렌체의 천문학자라 하여 갈릴레오도 등장하고, 그 밖에 많은 과학자와 선각자들이 이렇게 저렇게 등장하고 있다. 앞으로도 많이 등장할 것이다. 그러니까 『전날의 섬』은 역사의 한 지점에서 갈등하고 성장하는 우리 인류 이야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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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의 섬』을 읽으며 | 책을 읽으며 2018-11-2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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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진자』를 다 읽고 『전날의 섬』을 읽는다. 이 책을 구입한 날짜는 1997113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푸코의 진자』보다도 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음과 같은 밑줄이 군데군데 그어진 것을 보면 읽은 게 분명하지만, ‘전날의 섬이라는 게 경도(輕度)와 날짜변경선과 관련이 있다는 것만 짐작할 뿐이다. 하권 끝의 번역자의 글에도 밑줄이 그어진 것을 보면 아마도 끝까지는 읽은 것 같은데도 그렇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이 소설은 『푸코의 진자』보다 읽기에 훨씬 편하다. 옮긴이의 각주가 없는데도 별로 무리가 없다.)




전날의 섬

움베르토 에코 저
열린책들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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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비밀스런 음모에 대한 야유 | 책을 읽다 2018-11-2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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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푸코의 진자 3

움베르토 에코 저/이윤기 역
열린책들 | 2007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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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푸코의 진자』라는 소설은 사라지지 않고 끈질기게 살아남아 세상을 어지럽히는 모든 음모론에 대한 진지한 야유였다. 성당 기사단도 그 예의 하나일 뿐이다. (성단 기사단과 같은 단체가 여전히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 단체를 표방하거나, 승계했다는 단체는 있는 모양이다.) 비밀스럽게 전해져 내려오는 무언가를 믿고자 하는 마음은 그게 무엇이든 믿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자신의 역할에 대한 망상으로 이어진다. 자신들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믿음, 내지는 자신들이 그래야 한다는, 혹은 그렇게 될 거라는 망상. 그러나 그것은 허무하다. 비밀은 비밀일 때에만 의미가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비밀은 누구도 알지 못해야 하는 것이며, 그래야만 비밀을 매개로 유지되는 조직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움베르토 에코는 까소봉의 말을 빌어 이렇게 얘기한다.

벨보가 비밀 드러내기를 거절하면 거절할수록 <그들>은 그 비밀이 그만큼 더 위대할 것이라고 믿었다. 벨보가 가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주장할수록 <그들>은 그만큼 더 굳게 벨보가 비밀을 알고 있으리라고 확신했다.”

 

믿고자 했으니 믿는 것이고, 그 믿음은 존재하지도 않는 비밀에 의해 유지되는 것인 셈이다.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비밀의 내용이 별 것이 아니라는 두려움, 더 이상 비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두려움으로 비밀을 쫓아다니기만 하면서 그들의 목적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움베르토 에코는 결국 현대가 중세, 근대와 무엇이 다를 바 있냐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1980년대의 현대를 쓰고 있지만, 2010년대의 현대도 다를 바 없다. 벨보가 애지중지한 아불라피아, 즉 컴퓨터를 매개로 한 현대의 신화도 그 망상과 미신을 물리치지 못하고 있다. 비밀이 존재한다고 믿고, 그 존재하는, 혹은 존재하지 않는 비밀을 통해서 세상을 지배하려는 욕망은 여전하다. 더 커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혹은 드러내지 않으면서 자신들이 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그런 망상.

 

이 소설이 바티칸 교황청의 맹비난을 받은 이유를 알겠다. 기독교의 믿음이 결국은 그것과 관련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지 않냐는 문제 제기. 그리고 중세 이후 그 믿음을 매개로 은밀한 조직을 통해 행해온 세계 지배의 야욕에 대한 폭로. 그런 것이 이 『푸코의 진자』에는 가득하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속 장치는 정교하고 현란하지만, 굳이 그걸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 굳이 행간을 읽지 않아도 명백하다. 그러나 어쩌랴. 그런 야유를 견디어 내야 하는 것이 세계적 종교의 책무 아닌가. 그렇지 않다면 사라져간 종교들, 그 종교가 사이비라 칭하여 지하로 떠돌게 한 다른 믿음들과 다를 게 무엇이랴.

 

20여 년 전 읽다 포기한 이 소설을 다 읽었다. 그때 얻은 게 없었으니 지금 읽은 것과 비교는 할 수는 없다. 분명한 건 에코의 소설이 잘만 참으면(혹은 이 책을 번역한 이윤기가 전하는 에코의 말대로라면 준비 운동을 잘 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 그리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많이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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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진자』를 쓸 때의 에코의 마음을 헤아려보면... | 책을 읽다 2018-11-2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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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푸코의 진자 2

움베르토 에코 저/이윤기 역
열린책들 | 2007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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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진자 2』는 까소봉벨보디오탈레비가 중세 이후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신비주의 의례나 집단에 더더욱 관심을 갖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연인을 따라 브라질로 갔던 까소봉이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오고벨보가 관여하는 출판사 일에 관여하면서 그들은 동일한 관심사로 뭉치게 된다(물론 그 이전부터 그들의 관심은 대체로 비슷했지만). 그들이 하는 일이란 게 꽤 괜찮은 출판사 일을 하면서그 출판사의 관계되는 출판사를 하나 더 운영하는 것이었다직접 출판사에서 출판하기에 곤란한 책들의 경우자비 출판을 하도록 유도하는 일이었다.

 

자비 출판이라는 게 거의 사기성이 짙은 것이었지만출판을 의뢰하면서 맡기고 가는 원고를 읽으면서 이 편집자들은 점점 그 세계에 빠져들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면서 그들은 아이디어를 낸다그 넘치는 이야기들에 한 가지를 더 보태기로 하는 것이다존재하지 않는 조직 하나를 결성된 것처럼 넣자는 것이다그게 바로 <계획>에 덧붙여진 <음모>였던 것이다(이 내용은 1권에서부터 암시되지만그게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된 것인지는 2권 마지막에 가서야 밝혀진다). 그리고 왜 프랑스 빠리의 국립 공예 박물관인지도 이제는 밝혀진다성당 기사단이 비밀스런 장소였던 생 마르뗑 데 샹 수도원의 자리에 들어선 것이 바로 프랑스 국립 공예원이었다는 것이다그러니까 푸코의 진자가 들어선 바로 그 박물관이야말로 성당 기사단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 외에도 여럿이 그들 주위를 맴돌지만그들은 까소봉과 벨로의 이야기를 진행시켜주는 보조적인 역할만 하게 되는데결국은 벨보에게 무슨 일이 있었으며까소봉은 왜 그 국립 공예 박물관에 잠입하게 되었는지를 밝히는 게 이 소설이 최종 종착역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이 소설은 매우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갖기도 하고(그래서 어렵지 않다), 그 이야기 구조 사이에 어마어마한 지식들이 곁가지를 치면서 방대하게 서술되고 있기도 하다(그래서 어렵기도 하다).

 

2권까지 읽으면서 움베르토 에코이 양반이 이 소설은 어떤 태도를 썼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아마 진지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으리라그리고 자신의 중세 이후의 역사에 대한 지식기호학에 대한 지식을 마음껏 펼치고 있다아마 자부심도 느끼면서그리고 어떤 장난스런 마음도 있었으리라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믿을까말까어디까지 진실이라고 믿을까교회는 이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어쩌면 그건 시험인지도 모른다움베르토 에코는 신났을 것이다적어도 그 자신은 괴롭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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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진자』를 다시 읽기 시작하다 | 책을 읽다 2018-11-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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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푸코의 진자 1

움베르토 에코 저/이윤기 역
열린책들 | 2007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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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갖고 있는 『푸코의 진자 1』은 1995920일에 구입한 것으로 되어 있다. 아마 읽었을 것이다. 그러나 푸코의 진자’ (푸코가 지구의 자전을 증명하기 위해 어느 성당에 설치한 진자를 말한다)와 관련한 어떤 비밀을 얘기한 것 정도만 기억날 뿐 거의 기억에 없다. 20년도 더 넘었으니 제대로 읽은 것과는 상관 없이도 기억에서 지워졌을 수 있다. 그런 경우라도 읽다보면 조금씩 기억에서 살아나는 부분이 있는데, 이건 그것도 아니니 그 당시에 어떻게 읽었는지가 짐작이 간다.

 

『장미의 이름』 하나로 소설가로서도 대가의 반열에 오른 움베르토 에코가 8년만에 내놓은 소설이 바로 『푸코의 진자』였다. 학자로서 절정에 오르고 있었고, 소설가로서도 자신감이 생겼을 터였다. 그래서인가, 이 『푸코의 진자』에서는 에코의 현학(玄學)이 최고조에 이르러 있다. 故 이윤기씨가 번역한 책에서 한자어가 많이 쓰이고 있지만, 아마 원본에서도 그런 식으로 쓰였으리라 충분히 짐작이 간다. 아마 더 어렵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잘 읽다보면 그게 왜 그랬는지 알 수 있다. 자신의 지식 자랑이 아니라(물론 지식이 있어야 이렇게 쓸 수 있지만), 중세 이후 비밀스럽게 이어온 비교(秘敎)와 그 집단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런 언어밖에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이해하고 읽으니 글자가 아니라 내용이 조금씩 다가온다.

 

『푸코의 진자』 1권에서는 주인공이자 화자인 까소봉이 푸코의 진자가 전시되어 있는 프랑스 빠리의 어느 박물관에 잠입한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까소봉의 회상이 이야기를 전개시키는데 , 그 회상은 그 박물관에 잠입한 시점까지의 회상과 그 이틀 후에 다시 사건을 반추하는 회상으로 구성된다. 그 회상들은 서로 중첩되는데, 어느 시점이냐에 따라서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른 것 같다. 1권에서는 성당 기사단에 대한 관심을 매개로 만나, 재미로, 혹은 어떤 의미를 갖고 가짜로 쓴 어떤 계획이 실은 실제로 존재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몇 사람이 실종되었다는 정도만 알 수 있다. 그렇게 이야기의 전모가 어떤 것인지 밝히지 않으면서 성당 기사단이니, 브라질의 어떤 비교(秘敎) 등에 대해서 아주 자세하고, 난해하고 썼다. 아마 내가 20여 년 전에 나가떨어졌다면 더신 스토리 전개 때문이 아니라 그 낯선 단어들을 쫓아가지 못해서였을 것이고, 그것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도무지 파악하지 못해서였으리라.

 

그런데 지금 다시 읽어보면, 그게 그럴 정도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에코는 나름 유머를 섞고 있으며, 다양한 고리로 그 내용들을 엮고 있었다. 여전히 글자와 문장과 씨름해야하지만 그게 전혀 무용(無用)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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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의 소설들 | 책 모음 2018-11-2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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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의 소설들:

움베르토 에코는 생전 일곱 편의 소설을 썼다. 『장미의 이름』에서 『제0호』까지.

올해 초 『장미의 이름』을 다시 읽고,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들을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마음 먹었었지만 그리 되지 않았고, 『제0호』를 읽고 다시 그런 마음을 먹었다.

나는 『바우돌리노』를 제외하고는 움베로토 에코의 소설은 모두 읽어는 봤다’.

읽어는 봤다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책장에 꽂혀 있는 『푸코의 진자』는 1995, 『전날의 섬』은 1997년에 구입한 책이다. 아마 읽었을 것이다. 그러나 3권까지 있는 『푸코의 진자』는 2권까지 밖에 없고, 『푸코의 진자』나 『전날의 섬』은 그게 어떤 소설인지는 들어 알고 있는 정도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푸코의 진자』를 다시 읽으면서보니 2권 중간에 책갈피가 곱게 꽂혀져 있다. 거기서 읽기를 멈춘 것이다.)

이제는 끝까지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장미의 이름 세트

움베르트 에코 저/이윤기 역
열린책들 | 2006년 04월

 

푸코의 진자 세트

움베르토 에코 저/이윤기 역
열린책들 | 2000년 09월

 

전날의 섬

움베르토 에코 저
열린책들 | 2001년 11월

 

바우돌리노 (상)

움베르트 에코 저/이현경 역
열린책들 | 2002년 04월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상)

움베르토 에코 저/이세욱 역
열린책들 | 2008년 07월

 

프라하의 묘지 세트

움베르트 에코 저/이세욱 역
열린책들 | 2013년 01월

 

제0호

움베르토 에코 저/이세욱 역
열린책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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