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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파워문화블로거 미션 정리 | 책읽기 정리 2018-03-2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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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월 파워문화블로거 미션 정리

 

이토록 다양하고, 이토록 위대한 미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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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평론가 강헌은 역사와 사회를 알아야 음악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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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헌과 함께 진지하지만 즐거운 음악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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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가 연애 소설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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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사인 정사인 듯, 찌라시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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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덟 도시의 성장과 모순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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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과 불관용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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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에 가득찬 노(老) 신경학자의 담담하고도 열정적인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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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가 승리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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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의 비밀노트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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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는 그림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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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인문학자는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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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작가, 수십 년의 거대한 정치적 음모를 파헤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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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큰 집,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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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세상을 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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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 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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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 美를 보는 눈 | 책을 읽다 2018-03-25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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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안목

유홍준 저
눌와 | 2017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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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眼目)’이란, ‘보는 눈이다. 안목에는 예술을 보는 눈, 역사는 보는 눈, 정치를 보는 눈, 경제를 보는 눈, 사회를 보는 눈, 미래를 보는 눈, 인물을 보는 눈 등을 모두 포함한다. 여기서는 특별히 를 보는 눈이다. 예술품과 예술가의 가치를 보는 눈이다.

 

안목 자체를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안목을 가진 이들을 이야기한다. 그 안목이 어떤 걸 대상으로 하고 있는가(그림인가, 자기인가, 글씨인가 등등), 어떤 인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가(추사 김정희인가, 겸재 정선인가 등등)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안목을 가진, 혹은 가졌던 이를 얘기하다보니 그 안목의 대상의 훌륭함을 이야기하게 되고, 그 그림, 글씨의 주인공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총체적이 된다. 물론 여전히 가치를 얘기하기보다는 그 가치를 알아본 안목이 중심에 있기는 하다.

 

왜 안목이 중요할까? 그건 위창 오세창이나 소전 손재형, 간송 전형필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한국 서화사를 집대성한 위창 오세창이 없었다면 많은 작품들이 그만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사라졌을지 모르고, 소전 손재형이 없었다면 추사의 <세한도>는 여전히 일본인의 손에 있었을 것이다. 간송 전형필이 없었다면 많은 작품들이 우리의 손에 없었을 것이며, 민족적 자존감이 한 치는 낮아졌을지 모른다. 물질적 뒷받침이 없었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재산을 가진 이들이 모두 그렇게 자신의 재산을 쓰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듯이 그들의 안목은 지금의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안목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여기서는 전적으로 우리의 작품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어떤 예술 작품이든 그 예술 작품을 고귀하게 만들고, 문화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그 사회 전체의 안목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 사회의 안목이란 다름아닌 우리의 안목인 셈이다. 무엇을 가치 있게 평가할 것인가, 무엇을 후세에도 보존하고 넘겨야 할 것으로 판단하느냐는 어쩔 수 없이 선택의 문제이고, 그건 나와 우리를 포함한 사회의 안목에 따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안목을 키우기 위해서는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해야만 한다. 미술품, 특히 우리의 미술품을 보는 안목이 모자란다고 여기면서도, 그러나 고개를 돌리고, 고개를 젓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문화를 황폐화시키는 것이다. 모르니 배워야 하고, 모르는 들어야 한다. – 이건 일종의 나의 반성이다.

 

『안목(眼目)』으로 를 보는 눈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그런 반성은 할 수 있다. , 그렇게 안목이 생겨가는 것 아니겠는가,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아쉬운 점은 안목이라는 주제로 썼다고는 하지만, 통일성이 떨어지는 글이 몇 개 있다는 점이다. 유홍준의 안목이라는 점에서 <회고전 순례>, <평론>의 장()도 안목이라는 주제에 속한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들은 엄밀히 작품론이다. 그 작품들을 본 사람들, 그 작품들을 본 눈을 얘기하는 편이 훨씬 좋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 뒷부분이 흥미가 없는 게 아니라, 이게 왜 여기 있지 조금 어리둥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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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세상을 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 책을 읽다 2018-03-2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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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느 물리학자의 비행

로버트 해리스 저/조영학 역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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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비행이 무얼 뜻하는 건지 궁금했다. 원래 제목 “The Fear Index (공포 지수)”와 전혀 연결이 안 되기에 더욱 그랬다. 읽기 전에는 비행기나 패러글라이딩을 타는 걸 상상하기도 했지만, 바로 몇 장을 읽고는 그게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거의 끝까지도 그 의미를 파악하기는 힘들다. 중간에는 잘못을 저지른다는 의미(, 非行)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물론 제목의 비행은 날아간다는 의미는 맞다. 그러나 흔히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다. 사실 중요한 의미도 아니다. 그냥 파국으로 치닫고 그 상황이 마무리되는 장면을 나타낼 뿐이다.

 

뻔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뻔해질 거랑 생각했다. 당연히 천재 물리학자 알렉산더 호프만 박사는 정신이 온전치 않은 인물일 것이다. 그가 쌓은 모든 것은 온전치 않은 기초 위에 세워진 것이므로 허물어져 버릴 것이다. 예상으로는 그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호프만 박사가 이중 인격체로서 다른 자아가 벌인 일이거나, 혹은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은 일인데 그렇다고 여기거나 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또는 기욤 뮈소의 『센트럴 파크』처럼 어떤 착각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닐까 생각도 했다. 물론 자신이 지시한 일들을 까마득히 잊고 있다는 점에서 호프만 박사는 이중 인격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지금 그에게 벌어진 일들이 가상의 일이거나, 자신이 직접 벌이는 일은 아니란 점에서 몽상적이지는 않다. 예상에서 조금 비틀어진다. 조금때문에 뻔할 것이란 예상이 맞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희한한 일이다.

 

소설의 세계는 공상적일 지 모르지만, 매우 현실적이다. 호프만 박사 같은 이들이 어디 한둘일까, 그들과 같은 이들이 만든 가상의 공간, 알고리즘(책에서는 알고리듬이라고 쓰고 있는데, 많이 거슬렸다. 더불어 언급하면, ‘리셉션이라고 번역을 하고 있고, 이 단어가 매우 많이 등장하는데 더욱더 거슬렸다. 현관이나 로비, 대기실 등의 의미 같은데 굳이 그냥 리셉션이라고 써야 했을까)을 통한 금융 거래는 매우 흔하며, 그로 인한 부의 집중, 내지는 파국도 사실 낯설지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절대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볼 수가 없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아직은 현실이 아니다. 알고리즘이 자체적인 진화를 통해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난다는 것에서 나아가 알고리즘 자체가 하드웨어가 파괴되더라도 어딘가 살아남아 활동을 한다는 것은 영화 <터미네이터>의 세계에서도 더 나아간 셈이다. 그럼에도 이런 알고리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 없는 게, 요즘의 AI의 발달을 보면 알 수 없는 사항이다. 그러니까 바로 201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은 맞고, 그럼에도 그게 2010년에는 벌어지지 않을 일이라고 자위할 수는 있지만, 실은 그게 많은 사람들의 착각일 뿐일 수도 있다. 소설이 시대를 앞질러 가는 게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는 세상을 충실히 그리고 있을 수도 있다.

 

많은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 특히 금융 쪽 얘기는. 그게 중요하다면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잘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소설은 읽을 수 있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우리는 소설만 읽으면서 그 세계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쪽 사람은 이런 소설을 읽지 않을 것이다.

문득 생각나는 말. 강헌 씨의 책에서였을 것이다. 예술가들은 모이면 돈 얘기를 하고, 부자들은 모이면 예술 얘기를 한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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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운명? | 책을 읽으며 2018-03-2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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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는 책장 내에 책을 금하는 것과 집에 초판 희귀본들을 전시하는 열정 사이에 어떠한 이율배반도 없었다. 과거의 유품들이 다 그렇듯 책들 역시 골동품이다. 베네치아 촛대를 수집하는 사람이나, 전구나 수세식 변기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리젠시 기업을 욕하는 이들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로버트 해리스, 『어느 물리학자의 비행』 (68)

 

정말 책이그런 운명을 맞게 될까? 로버트 해리스는 그걸 믿는 쪽일까? 그걸 바르는 쪽일까?


어느 물리학자의 비행

로버트 해리스 저/조영학 역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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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를 만드는 세균 | Science 2018-03-2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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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세균은 못하는 게 없다: 휘발유 성분 만드는 세균 발견!

번역: 양병찬


1986년 과학자들은 스위스의 한 호수 바닥에서 연료를 만드는 세균을 발견했다. 이제 그들은 그 메커니즘을 알아냈다.



지금으로부터 32년 전, 스위스의 미생물학자들은 취리히호(湖)의 토양 깊은 곳에서 불가사의한 생물체 하나를 발견했다. 그것은 놀랍게도 휘발유의 성분 중 하나인 톨루엔(toluene)을 스스로 만드는 세균이었다. 이제 연구자들은 일부 세균들이 그 독성 탄화수소(hydrocarbon)를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을 알아냈다. 하지만 ‘그 미생물들이 왜 그런 물질을 만드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그것은 연구하기 어려운 미생물을 메타유전체학과 생화학을 이용하여 알아낸 좋은 사례로, 과학을 구성하는 멋진 퍼즐조각이다"라고 스탠퍼드 대학교의 알프레드 스포먼 박사(화학공학)는 말했다.


'취리히호의 발견'을 계기로 하여 톨루모나스 아우엔시스(Tolumonas auensis)라는 세균이 톨루엔 생산자(toluenemaker)로 부각되며, '그 세균을 배양하여 탄화수소를 연료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제시되었다. 탄화수소를 만드는 세균은 T. auensis 하나뿐이 아니지만, 그 부산물이 독특하다. 톨루엔에는 에너지가 가득 들어있는데, 이는 미생물이 그것을 생산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게 틀림없음을 시사한다. 게다가 톨루엔은 독성이 있다. 그러나 T. auensis는 배양접시에서 배양하기가 특히 어려워, 통상적인 분자생물학 도구를 이용하여 연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리하여 연구는 중단되었다.


그런데 몇 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에머리빌에 있는 바이오에너지 공동연구소(JBEI: Joint BioEnergy Institute)의 해리 벨러 박사(환경미생물학)가 연구를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그가 이끄는 연구진은 먼저 1986년의 실험을 재현하여 T. auensis으로 하여금 톨루엔을 만들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여러 번의 시도에서 실패를 거듭한 연구진은, 1986년 《Nature》에 발표된 논문의 선임저자 프리드리히 위트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위트너는 벨러에게 "T. auensis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인근의 아무 호수나 방문하면 침전물에서 동일한 일을 하는 유사한 미생물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래서 벨러가 이끄는 연구진은 차를 몰고 13킬로미터를 달려, 인근의 버클리에 있는 틸덴 공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주얼호라는 작은 저수지 바닥에서 진흙을 채취했다. 연구실로 돌아온 연구진은 위트너의 선견지명에 감탄했다. 그 호수의 샘플에서 미량의 톨루엔이 검출된 것이다. 게다가 연구진은 인근의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채취한 샘플에서도 유사한 흔적을 발견했다.


다음으로, 연구진은 진흙과 하수(sewage)를 여러 개의 연속된 분획으로 나누고, 탄화수소의 징후를 보이지 않는 부분을 걸러냈다. 그리고는 그 '보유자들(keepers)'을 유전체 검사기에 통과시켜, 600개의 가능성 높은 유전자후보 목록을 작성했다. 선행 유전자분석 연구에서는 "톨루엔 생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은 글리실 라디칼 효소(GREs: glycyl radical enzymes)와 관련될 가능성이 높다"고 제안한 적이 있었는데(참고 1), GREs란 다른 복잡한 화학반응을 수행하는 작은 단백질군(群)을 말하며 활성화 효소(activating enzyme)와 짝을 이루는 게 상례였다. 그리하여 연구진은 하수 샘플에서 GRE의 일종인 페닐아세테이트 탈카르복실효소(Phd B: phenylacetate decarboxylase)와 그 활성화제인 Phd A를 세트로 발견했다. "우리는 호수의 배양물에서 찾던 것을 드디어 발견했다"라고 벨러 박사는 말했다.


Phd B와 Phd A가 톨루엔을 생성하는 단백질(효소)인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관련된 유전자들을 배양하기 쉬운 대장균(Escherichia coli)에게 이식하여 단백질을 발현하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그 단백질들을 정제하여 페닐아세트산(phenylacetic acid)이 들어있는 바이알에 첨가했다. (Phd B의 통상적인 출발물질인데, 연구진은 그 운명을 추적하기 위해, 탄소(C) 대신 희귀한 동위원소(13C)를 사용했다.) 마침내, 바이알 속의 효소들은 13C가 표지된 톨루엔을 만드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Phd B와 Phd A가 호수의 침전물에서 작동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T. auensis도 그 효소들을 사용할 것으로 추측된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 과정을 정리하여 이번 주 《Nature Chemical Biology》에 기고했다(참고 2).


이번 연구의 특징은 전통적인 방법을 탈피하고 첨단 생명과학 기법들을 과감히 사용했다는 것이다. 즉 연구진은 '분리된 단일 미생물'이 아니라 '복잡한 미생물 군집(유전자 30만 개 이상)'에서 효소를 발견했으며, 그 과정에서 메타유전체학(metagenomics)과 메타단백질체학(metaproteomics)을 이용한 생화학 기법을 사용하고 재조합 효소를 이용한 in vitro  확인을 병행했다. 또한 이번 연구는 GREs의 촉매범위(종전에는 겨우 7가지 반응형태가 기술되었다)와 방향족 탄화수소 생성효소의 종류를 확장함으로써, 재생 가능한 원천(석유가 아닌 목질섬유계 바이오매스)에서 방향족 탄화수소 연료가 생합성되는 길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하나 있다. 미생물들이 톨루엔을 생성하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그들은 독성 화합물을 이용하여 경쟁관계에 있는 세균들을 물리치는 것 같다"라고 벨러 박사는 말했다. 그러나 좀 더 그럴 듯한 설명은 '톨루엔이 생성됨으로써 단세포 미생물을 위한 에너지가 창출된다'는 것이다. "세포대사의 화학적 화폐(chemical currency)라 할 수 있는 ATP(adenosine triphosphate)가 생성되려면, 수소가 세포 밖으로 방출되어 환경에 편입됨으로써 세포막 안팎에 pH 기울기(gradient)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톨루엔을 생성하면 탄소를 세포 안으로 효과적으로 불러들임으로써 에너지생성 시스템을 되돌릴 수 있다"라고 벨러 박사는 말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벨러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다른 '배양하기 쉬운 미생물'의 유전자를 변형하여 톨루엔을 만들게 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그 연구는 궁극적으로 휘발유의 핵심성분 중 하나를 합성하는 산업용 미생물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합성된 톨루엔보다는 원유에서 추출된 톨루엔의 가격이 저렴하므로, 설사 완벽한 기능을 발휘하는 미생물이 탄생할지라도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당분간 미스터리를 해결했다는 데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참고문헌
1. https://www.nature.com/articles/srep31362
2. http://nature.com/articles/doi:10.1038/s41589-018-0017-4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8/03/1986-scientists-found-fuel-producing-bacteria-bottom-swiss-lake-now-they-know-how-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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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평전』과 로버트 해리스 소설 『어느 물리학자의 비행』 | 책을 읽으며 2018-03-22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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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드리언 데스먼드와 제임스 무어의 『다윈 평전』을 읽고 있지만 너무 두꺼워서 들고 다니지는 못해 집에서만 읽고 있다. 그래서 다른 책을 함께 읽는데 이번에 꺼내든 책은 로버트 해리스의 『어느 물리학자의 비행』(원제: The Fear Index)이다(사실 요즘 로버트 해리스에 빠져 있다).

 

무슨 내용인지는 알아보지 않고 읽기 시작하는데 이 책의 첫 장을 펼치자 마자 다윈의 책이 등장한다. 바로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이라는 책이다. 『종의 기원』 이후에 다윈이 만년에 쓴 책이다. 우연이긴 하고, 이런 경우가 종종 있지만 그럴 때마다 신기하단 생각도 든다.

 

소설에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1872년 런던의 존 머리 출판사가 출간했고 2쇄로 7000부를 찍었으며 2쇄본 208페이지에 크것이라는 오타가 있다(아마 그것의 오타라는 뜻일 것임)는 사실 정도는 그도 알고 있었다.”



다윈 평전

에이드리언 데스먼드,제임스 무어 공저/김명주 역
뿌리와이파리 | 2009년 11월

 

어느 물리학자의 비행

로버트 해리스 저/조영학 역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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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습관의 동물 | 책을 읽으며 2018-03-2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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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은 어떤 번뜩임이라기보다는 일관성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매일매일 같은 자리에서 같은 것을 가지고 궁리하는 사람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다윈도 그렇다. 그에게 비글호 항해는 전환점이었고 기회였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그런 여행을 했다. 다윈이 자연선택이라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그것을 체계화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쌍둥이 같은 하루하루에 있었다.

 

에디드리언 데스먼드와 제임스 무어는 다윈을 습관의 동물이라고 칭하고 있다.

 

다윈은 여전히 습관의 동물이었다. 이제 그의 생활은 완전히 시계바늘처럼 규칙적으로 돌아갔다. 아침--편지--산책-점심-편지-낮잠--휴식--독서-취침. 그는 이런 단조로운 일상을 좋아했고, 다운의 시간 가는 속도는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에디드리언 데스먼드와 제임스 무어, 『다윈 평전』 中 (564)





다윈 평전

에이드리언 데스먼드,제임스 무어 공저/김명주 역
뿌리와이파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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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큰 집,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집 | 책을 읽다 2018-03-2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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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상에서 가장 큰 집

구본준 저
한겨레출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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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라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구본준의 『세상에서 가장 큰 집』을 읽으면서는 생각이 달라진다. 건축이라는 걸 이렇게 친숙하게 이해할 수 있구나.

 

2014년 돌연 세상을 떠난 건축전문기자 구본준의 미발표 원고를 모아 낸 『세상에서 가장 큰 집』은 말 그대로 큰 건축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종묘, 파르테논신전, 이세 신궁, 자금성, 경복궁 등. 그러나 이 커다란 건축물을 얘기하면서도 조그만 세부에 대해서 눈을 놓지 않고 있다.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높고 길게 짓는다는 원칙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그런 건축물들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룰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건물이 어떤 생각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어떤 이념을 구현한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 남았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그 건물들에 애정을 가지게 된다. 비록 자금성의 무지막지한 크기에 바쳐진 수많은 목숨을 생각하면서 비정한 권력을 비판하지만(“자금성이나 베르사유 궁전은 황제가 백성을 얼마나 함부로 다루며 횡포를 부렸는지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자금성이 건축학적으로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는 것(‘문화의 힘’!). 그런 기조가 그리 두껍지 않은 이 책 전체에 흐르고 있고, 그래서 그 메시지는 책의 두께보다 훨씬 두텁다.

 

인상 깊은 것은 우리의 종묘와 일본의 이세 신궁이다. 극도의 엄격성을 지니면서 단순하고 웅장함을 함께 나타난 종묘는 왕조와 함께 성장해나갔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의 상징 건물과도 차별점을 지닌다. 또한 이세 신궁은 영원성을 지키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발상을 한 건물이다. 건물의 신성함을 보존하는 방법으로 오히려 20년마다 새로 짓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구본준은 이 두 건물을 함께 다루면서 한 번에 시간을 뛰어넘는 건물을 짓지 않고 건물 안에 시간을 담아 시간과 공존하는 건물이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방식이 그대로 건물에 들어간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크게, 혹은 화려하게 지은 건물이 아닌 것이다. 그런 건물을 보는 눈을 구본준은 조심스럽게 제시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주변의 건물들을 생각해보았다. 물론 우리에게도 정감이 가는 건물이 있고, 또 신성함을 느끼게 하는 건물도 있다. 그런 건물들을 찾아가 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주위를 돌아보니 모두 콘크리트로, 혹은 유리로 싸맨 건물뿐이다. 이 건물들이 수백 년이 지나 구본준 같은 기자가 봤을 때 어떤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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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 오스트레일리아를 떠나며 | 책을 읽으며 2018-03-21 15:37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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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다윈이 비글호 항해 도중 들른 오스트레일리아를 떠나면서 쓴 글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대륙이라고 생각했으며, 처음에는 좋은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나중에는 무료하고 매력 없는 땅이라고 했다. 그 양쪽의 감정이 이 글에 실려 있다.

 

잘 있거라, 오스트레일리아여. 너는 자라는 아기이니 틀림없이 언젠가는 남쪽의 위대한 공주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너무 원대하고 야심 찬 꿈이다. 아직은 존경을 받을 만큼 위대하지 않다. 나는 슬픔도 후회도 없이 너의 해변을 떠나노라.”

에디드리언 데스먼드와 제임스 무어, 『다윈 평전』 中 (308)

 

왜 이 구절을 인상 깊게 읽었느냐면아마도 오스트레일리아 쪽에서는 앞의 문장만 인용하지 않을까 해서다.



다윈 평전

에이드리언 데스먼드,제임스 무어 공저/김명주 역
뿌리와이파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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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의 뿌리를 찾아서 | Science 2018-03-1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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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질병의 뿌리를 찾아서
칼 짐머 (번역:  양병찬)

- 한 어린이의 겸상적혈구 변이가 세상을 말라리아에서 보호한 이유

지지난주 목요일, 과학자들은 "지금으로부터 7,300년 전 서아프리카에서 단 한명의 사람에게 겸상적혈구변와 관련된 유전자변이가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그 변이의 이점은 '아프리카에 만연하는 말라리아에 대한 방패로 작용한다'는 것이었다.



서론: 겸상적혈구빈혈증의 역사

지금으로부터 수천 년 전,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에서 한 특별한 어린이가 태어났다. 그곳은 당시에는 사막이 아니라, 사바나·숲·호수·강으로 이루어진 그린벨트 지역이었다. 수렵채취인 무리가 번성하며, 물고기도 잡고 하마도 사냥했다.

하나의 유전자변이가 어린이의 헤모글로빈(산소를 전신에 공급하는 적혈구 속의 분자)을 변형시켰지만, 건강에 해롭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모든 유전자들은 한 쌍인데, 어린이가 보유한 또 하나의 헤모글로빈 유전자는 정상이었기 때문이다. 그 어린이는 생존하여 일가를 이룸으로써, 그 변이를 미래 세대에게 대대손손이 물려줬다.

기후변화로 인해 녹색지대가 사막으로 바뀜에 따라, 수렵채취인의 후손들은 소(牛) 모는 목동과 농부로 변신하여 아프리카의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 문제의 변이는 세대를 거듭하며 지속되었는데,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하나의 변이유전자를 보유한 사람들은 아프리카인들에게 가장 큰 위협 중 하나인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유전적 이점에는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그 어린이의 후손 두 명이 때때로 만나 가정을 이룬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들의 자녀 중 일부가 - 하나 대신 - 한 쌍의 변이헤모글로빈 유전자를 보유하게 되었다.



한 쌍의 변이유전자를 보유한 어린이들은 정상적인 헤모글로빈을 더 이상 만들 수 없었다. 그 결과 그들의 적혈구에 결함이 생겨 혈관을 폐쇄하게 되었다. 오늘날 겸상적혈구빈혈증(sickle cell anemia)으로 알려진 그 질병은 극심한 통증, 호흡곤란, 신부전, 심지어 뇌졸중을 초래할 수 있다.



초기 인류사회에서 겸상적혈구빈혈증을 앓는 어린이들은 대부분 다섯 살을 넘기지 못했다. 그러나 '단 하나의 겸상적혈구변이'가 제공하는 말라리아 예방효과는 변이 전파의 원동력으로 계속 작용했다.

그로부터 250여 세대가 지난 오늘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겸상적혈구 변이를 물려받았다. 대다수의 보인자(保因)들은 아프리카에 살고, 상당수가 남부유럽, 근동, 인도에 산다. 그 보인자들은 매년 약 30만 명의 '겸상적혈구빈혈증을 앓는 어린이'를 낳는다.


겸상적혈구빈혈증의 현주소

지금까지 소개한 '인류가 겸상적혈구 변이를 보유하게 된 스토리'는 필자(칼 짐머)가 쓴 게 아니라,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유전체학 및 글로벌 건강연구센터(Center for Research on Genomics and Global Health)의 대니얼 슈라이너 박사와 찰스 N. 로티미 원장이 수행한 연구결과에 나오는 대하소설이다. 그들의 논문은 지난 3월 8일 《미국 인간유전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Human Genetics)》에 실렸다(참고 1).

슈라이너 박사와 로티미 박사는 약 3천 명의 사람들에게서 채취한 유전체를 분석하여, 겸상적혈구빈혈증의 유전자 역사를 재구성했다. 그들의 결론은 "문제의 변이가 약 7,300년 전 서아프리카에서 처음 생겨났다"는 것이었다.

그 후 이주민들이 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에 변이를 퍼뜨렸고, 뒤이어 그 변이는 전 세계의 다른 지역에까지도 퍼져나갔다. 말라리아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방어적 유전자(protective gene)가 득세했지만, 겸상적혈구빈혈증이라는 후유증이 뒤따랐다.

오늘날 겸상적혈구빈혈증은 공중보건의 커다란 부담으로 남아있다.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겸상적혈구빈혈증에 걸린 어린이들은 대부분 어린 나이에 사망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겸상적혈구빈혈증 환자의 평균 수명은 40대 초반으로 연장되었다.

"겸상적혈구빈혈증의 역사에 대한 이해가 향상되면 좀 더 나은 의학적 치료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연구자들은 '가장 심각한 증상을 겪는 사람'과 '경미한 증상만을 경험하는 사람'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고, 의사들은 겸상적혈구빈혈증 환자를 글로벌한 관점에서 치료하게 될 것이다"라고 로티미 박사는 말했다.


겸상적혈구의 역설: 호모와 헤테로의 차이

미국의 의사들은 일찍이 1900년대 초 겸상적혈구빈혈증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그들은 적혈구의 형태가 '원반'에서 '비정상적 곡선'(낫 모양: 겸상)으로 변한다는 의미에서, 질병을 그렇게 명명했다.


대부분의 사례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중에서 발견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중 8%가 낫 모양의 적혈구를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중 대다수가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는 거였다.


1950년, 연구자들은 '관련된 헤모글로빈 유전자를 하나 보유한 것'과 '두 개 보유한 것' 간의 차이를 발견함으로써 그 역설을 해결했다. 그 즈음 겸상적혈구빈혈증은 미국 특유의 질병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프리카의 연구자들은 (서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에서부터 동아프리카의 탄자니아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낫 모양의 적혈구를 보유한 사람들을 발견했다. 또한 근동의 일부, 인도, 남부유럽(예: 그리스)에서도 겸상적혈구를 보유한 사람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전학적으로 볼 때, 이러한 현상은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두 개의 변이 유전자를 물려받는다는 게 치명적이라면, 그 변이의 출현 빈도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감소하는 게 상례다. 그러나 되레 증가한다니...


1954년, 남아프리카 출신의 유전학자 앤터니 C. 앨리슨은 우간다에서 "겸상적혈구 변이를 하나 보유한 사람은 정상적인 헤모글로빈을 보유한 사람들보다 말라리아에 덜 감염된다"는 현상을 관찰했다.


앨리슨 박사는 후속연구에서 그 현상을 과학적으로 해명했다. 즉, 겸상적혈구 변이는 '말라리아를 초래하는 단세포 기생충'을 굶겨 죽임으로써, 보인자를 말라리아에서 보호한다는 것이었다. 그 기생충은 헤모글로빈을 먹고 사는데, 헤모글로빈의 겸상적혈구 버전에서는 성장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겸상적혈구는 인간 진화의 드문 사례다. 우리는 이 사례를 통해 '어떤 형질이 진화하고, 그 원인은 뭔지'에 대한 통찰력을 얻게 되었다"라고 영국 워윅 대학교의 말라리아 전문가 브리짓 펜먼 박사는 말했다.


겸상적혈구변혈증의 뿌리를 찾아서: 일배체형 비교분석

선행 유전학 연구에서는 "상이한 유형의 DNA(일배체형) 다섯 가지가 변이에 관여한다"고 제안했었다. 그 일배체형(haplotype)들은 가장 흔히 발견되는 지역의 이름을 따서 아랍/인도형, 베냉(Benin)형, 카메룬형, 중앙아프리카공화국형, 세네갈형으로 명명되었다.



이 일배체형들은 겸상적혈구빈혈증을 진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매김했다. 왜냐하면 그중 어떤 것은 다른 것보다 더 심각한 질병을 초래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배체형은 과학자들 사이에서 '변이의 역사'에 대한 논란을 야기했다.

"'겸상적혈구 변이가 단 한 번 진화했는가, 아니면 여러 번 진화했는가?'는 과학계의 공공연한 의문이었다"라고 펜먼 박사는 설명했다. 어떤 연구자들은 다섯 가지 일배체형을 '다섯 개 지역에서 다섯 번 각각 일어난 변이'의 증거로 간주했지만, 어떤 연구자들은 '유전적 날벼락이 그렇게 빈번히 떨어졌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40년간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연구에 착수했다"라고 로티미 박사는 말했다. 로티미 박사와 슈라이너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전 세계에서 수집한 2,932명의 유전체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156개의 표본(주로 아프리카인들의 것이지만, 바베이도스, 미국, 콜롬비아, 카타르 사람들의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에서 단 하나의 겸상적혈구 변이유전자가 발견되었다.

연구진은 156개의 유전체에서, 변이 주변의 DNA 염기서열을 비교분석했다. 그랬더니 대부분의 염기서열은 동일했지만, 몇 군데는 사람마다 달랐다.

연구진은 이러한 공통점과 차이점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156명의 사람들은 한 명의 공통조상에게서 동일한 변이를 물려받았으며, 그 공통조상은 약 7,300년 전 사하라 지역에서 태어났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겸상적혈구빈혈증의 시조(始祖)를 발견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 질병을 이해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자부한다"라고 펜먼 박사는 말했다.


겸상적혈구 변이의 전파과정

이번 연구는 '겸상적혈구 변이가 수백만 명의 후손들에게 퍼져나간 과정'을 밝히는 데도 단서를 제공했다. 겸상적혈구 변이 중에서 가장 오래된 버전은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 주민에게서 발견되었는데, 그들은 녹색 사하라(green Sahara)에 살았던 조상에게서 그 변이를 물려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 변이는 반투족(Bantu)이 세력을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아프리카의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약 5천 년 전 오늘날의 카메룬과 나이지리아 주변에서 등장하여, 숲을 농경지로 바꾸는 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농사를 짓기 위해 삼림을 벌채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모기에 의한 말라리아 전파를 촉진했을 것이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Anopheles gambiae)들은 농장 주변의 정수(standing water)에 알을 낳고, 늘어나는 농민들의 피를 빨아먹으며 번성했다. 인간 개체군에서 말라리아가 극성을 부리다 보니, 방어적인 겸상적혈구 변이의 전파도 가속화되었을 것이다.



"그 후 수천 년 동안, 반투 족은 동아프리카, 중앙아프리카, 남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에 겸상적혈구 변이를 퍼뜨렸다. 말라리아가 유행하는 지역에서는 그 변이가 말라리아를 예방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널리 퍼졌지만, 말라리아가 드문 남아프리카에서는 변이의 보인자도 드물었다"라고 슈라이너 박사와 로티미 박사는 결론지었다.

그 후 아프리카인들은 겸상적혈구 변이를 전 세계에 전파했다. 이민자의 물결은 근동지방을 향했고, 그곳에서 다른 민족들과 결혼하여 아이를 낳음에 따라 변이유전자는 더욱 멀리 퍼져나가 유럽과 인도에까지 진출했다.

서아프리카인 중 일부는 노예무역의 희생자가 되어, 미국으로 건너가 겸상적혈구 변이를 전파했다. 그러나 미국과 같은 곳에는 말라리아가 드물거나 존재하지 않으므로, 그 변이의 진화적 이점(evolutionary advantage)이 적었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보인자 비율은 아프리카인들보다 낮게 되었다.

논평

"겸상적혈구 변이에 대한 유전자기반 연구(genome-based study)의 규모가 좀 더 커졌으면 좋겠다"라고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의 프레더릭 B. 필 박사(역학)는 논평했다. "156명이 아니라, 수천 명의 보인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이번 연구결과와 동일한 패턴이 발견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다른 유전자변이에 대한 연구도 요망된다. 그 변이들은 '겸상적혈구 변이가 어떤 사람에게는 치명적 증상을 초래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경미한 증상만 초래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아직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펜먼 박사는 말했다.

"그 이유가 밝혀지면, 겸상적혈구빈혈증 치료에 영감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 참고문헌
1. http://www.cell.com/ajhg/fulltext/S0002-9297(18)30048-X

※ 출처: 뉴욕타임스 https://www.nytimes.com/2018/03/08/health/sickle-cell-mutatio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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