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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라는 문자의 기적 | 책을 읽다 2019-10-06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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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글의 탄생

노마 히데키 저/김진아,김기연,박수진 공역
돌베개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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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생각해보니, 한글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한글날을 의식하고 읽은 게 아니라는 얘기다. 한글날을 앞두고 읽어 더욱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 놀라운 책은 한글날에서 벗어나 읽어도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책이다.

 

한글이라는 문자의 위대함은 귀가 따갑도록 들어 왔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은 한국어라는 언어의 위대함이 아니라 그 한국어를 기록하는 문자로서의 한글이 위대하다는 것이다. 한글날을 즈음해서 뉴스 등에서 지적하는 것들 중에는 이 한국어와 한글을 혼동하는 경우가 흔하다. 물론 한국어 사용의 문제점도 중요한 것이지만, 한국어라는 언어와 한글이라는 문자를 혼동한다는 얘기다. 이 책은 한국어에 대해서도 얘기하지만, 주로는 한글이라는 문자, 그 문자의 발명에 관해 쓰고 있다.

 

우선 가장 먼저 감안하게 되는 것은 일본인 학자가 쓴 한글에 대한 책이라는 점이다. 우선은 일본어로 일본에서 발간한 책이다. 일본인을 대상으로 쓴 책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일본어를 빗대서 설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야만 했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런 이유로 이 책이 상당히 넓고, 깊은 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그냥 한글이 우수하다는 선언을 하는 게 아니라, 한자나 일본어로 표현했을 때 이러저러했을 것을 한글을 표현했을 때 이렇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걸 훌륭하다느니, 우수하다느니 하는 식으로 표현하지도 않는다. 무엇이 다른지를 보여준다(옮긴이는 언어학적 궤도 안에서 일본어와 대조하며 한글과 한국어를 제시한다고 쓰고 있다). 다만 내가 일본어에 까막눈이라 이 책의 진가를 최대한 누리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저자는 한글이라는 문자의 발명은 동아시아사에서 우뚝 솟은 ()’의 혁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자라고 하는 분명한 문자가 존재하는 조건에서, 그 한자와는 완전히 다른 체계의 문자를 만들어내고자 한 의도부터, 그 문자를 발음 기관을 표현하는 것으로 만들어낸 독창성과 기발함, 문자의 조형성을 감안하고, 한자와의 어울림을 위해 초성, 중성, 종성을 하나의 글자로 모은 발상, 그러한 문자를 이용하여 각종 한자 서적을 번역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창작을 하거나 하여 문자를 실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실행력 등등을 언급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것이 바로 위대한 ()’의 혁명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언어이고, 쓰는 문자라 언어와 문자의 특징과 조성의 특별함에 대해서 별로 의식하지 못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야 비로소 좀더 깊게 생각하게 되는데, 읽으면 과연 그렇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그래도 내가 의심 없는 한국어화자이며, 게다가 한글을 불편 없이 쓰고 있는 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을 얘기하자면, 민족주의의 자장(磁場)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누가 읽더라도 내용을 이해하는 속도와 폭, 깊이가 다를 수는 있지만 충분히 이해하고 긍정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글이라는 문자는 기적이었다. 그 기적은 투쟁 끝에 우리에게 일상과 같은 것, 전혀 특별하지 않은 것으로 남게 되었다.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깨달을 필요도 없이 우리는 지금도 그 글자를 쓰고 읽는다. 얼마나 대단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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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를 | 추천 8        
조커, 악당 영웅의 탄생 | 영화 2019-10-0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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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조커

토드 필립스
미국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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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시리즈에서 가장 인상 깊은 악당을 들라면 거의 조커(Joker)를 들 것이다(혹 캣 우면을 지목하는 이도 있을까?). 그 역을 맡았던 히스 레저의 비극과도 연관되어 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 영화가 벌써 30년이나 되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2019년의 영화 <조커>는 시간을 거슬러 조커라는 악당의 탄생을 다룬다. 분명 조커는 악당이지만, 영화로서 <조커>, 그리고 조커라는 존재는 다양한 해석을 낳을 수 밖에 없다.

 

우선 영화를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본다면, 이 영화는 부의 불평등으로 인한 자본주의의 위기를 다룬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배트맨이 다루는 고담시의 우중충함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렇다고 영화는 불평등의 해소 방법으로 광장의 폭력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광대 마스크를 쓴 이들의 폭력을 누가 보더라도 긍정할 수 없는 것이다. 감독은 어떤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냥 위기를 강조하는 것 자체로 영화로서 임무를 다한다고 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꼭 영화를 사회정치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 단순히 한 명의 악당이 탄생하는 데 있어서의 비극을 중심에 놓고 영화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사회에 버림 받고, 부모에게 학대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기만까지 당하고, 정신질환까지 지닌 아서 플렉이(해피라는 애칭은 그래서 아이러니하면서 시사적이다),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키게 되는 과정을 그리는데 호아킨 피닉스의 놀라운 연기는 바로 그 과정을 대단히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표정이나 대사로서가 아니라, , 즉 춤으로서 표현되는 감정이 인상 깊다. (호아킨 피닉스가 등장하지 않는 장면은 단 한 장면도 없다. 그래서 이 영화는 <조커>이고, 호아킨 피닉스의 영화다.)

 

이 영화는 오락 영화는 아니다. 그러니 이 영화가 재미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거부감이 드는 경우도 있을 지 모른다. 게다가 블록버스터도 아니다. 하지만 한 인간의 악한 내면을 표현하면서, 오락 영화의 프리퀄로서 악당의 출현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빠져들어 보기에 충분한 영화다.

 

난 이렇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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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 돈에 관해 이야기하다 | 책을 읽다 2019-10-0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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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행동경제학 교과서

토마스 길로비치,개리 벨스키 공저/미래경제연구소 역
프로제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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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 교과서라는 거창하고도 딱딱한 제목을 붙여 놓았는데, 물론 번역서의 제목이다. 원래 제목은 <Why Smart People Make Big Money Mistakes And How To Correct Them>. 굳이 해석해보자면, <왜 똑똑한 사람들이 큰 돈에 대해 실수를 하고 어떻게 바라잡는가> 정도가 될 것 같다. 아주 행동경제학 책다운 제목이다. 행동경제학이란, 바로 그런 내용, 즉 이성적인 인간이라고 가정한 주류 경제학과는 달리 경제학적으로 이성적인 인간을 부분적으로 다룬다.

 

행동경제학에 관한 책을 적지 않게 읽어왔는데, 그런 행동경제학에서 다룬 인간의 경제적 행동 패턴에 있어 모순적인 면, 혹은 자연스런 면을 다 다루고 있다. ‘마음의 회계’, ‘손실 회피’, ‘매몰비용의 오류’, ‘현상 유지 편향’, ‘소유 효과’, ‘화폐 착각’, ‘앵커링(혹은 닻 내리기)’, ‘확증 편향’, ‘자기 과신’, ‘정보 폭포’. 이런 용어만으로도 무엇을 얘기하는지 대충은 짐작이 갈 수 있고, 혹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무엇에 대한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만큼 행동경제학의 내용은 상당히 많이 알려져 있다. 대중화되어 있단 얘기다. 하기야 노벨경제학상을 두번이나 수상했으니(한번은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대니얼 카너먼이, 또 한번은 행동경제학이라는 용어를 만든 리처드 탈러(혹은 세일러)). 또한 경제학에 관해서도 연구하는 학자야 주류경제학이 대부분이라지만, 대중교양서적으로 보면 주류 경제학보다 행동경제학에 관한 책이 훨씬 많이 나와 있다. 흥미도로 따졌을 때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 책은 심리학에서 출발한(대니얼 카너먼과 그와 함께 행동경제학을 창시한 트버스키는 모두 엄밀히 말하면 심리학자다) 행동경제학이라 행동경제학을 정말 경제학답게 에 관한 얘기로 거의 일관하고 있다. 각 장(chapter)의 끝에 달린 글들은 내가 부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를 또박또박 적고 있고, 난 부자가 되기 글렀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도 한다(물론 저자들은 그걸 극복하라고 하지만, 쉽게 극복되는 거라면 행동경제학이란 학문 분야가 생겨나지도 않았을 것이고, 부자 아닌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잘 아는 얘기만 있지 싶다. 내가 그만큼 많이 알아서인가? 가만 보니, 이 책에서 저자들이 예로 들고 있는 논문과 연구가 모두 1990년대 이전 것들이다. 카너먼이 노벨경제학을 받은 게 2002년이고, 탈러는 2017년에 받았는데, 그 얘기도 없다. 그래서 다시 앞장으로 돌아와 찾아 봤다. 이 책의 원서는 1999년에 처음 발행되었다. 어쩐지… (그런 의미에서 교과서인가 싶기도 하다.) 행동경제학에 관한 초창기에 밝혀진 논의들을 잘 정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행동경제학에 관해서 처음 접근하기 위해서는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이나 댄 애리얼리의 《상식 밖의 경제학》이 훨씬 포괄적이고 쉽다.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오타가 심심찮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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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짜 엄마라 할 수 있을까? | 책을 읽다 2019-10-0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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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엄마가 틀렸어

미셸 뷔시 저/이선화 역
달콤한책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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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뷔시의 책으로 벌써 다섯 권째다. 개인적으로는 《검은 수련》이 가장 인상 깊다. 마지막 장면에서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그런 인상을 만들어낸다. 《엄마가 틀렸어》는 그에 비하면 다소 긴장도가 떨어진다. 물론 뒤로 갈수록 빨리 책장을 넘기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 몰입도가 올라가고, 마구 펼쳐진 수수께끼들이 하나로 모아지면서 흥미를 자아내지만.

 

긴장도가 떨어진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중간 쯤에서 이 소설의 키는 앙젤리크, 즉 앙지가 쥐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아서일 것이다. 쓸데 없는 인물을 등장시키지 않는 미셸 뷔시이고,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가운데 등장 인물 중 가장 필요 없어 보이는 인물이 다름 아닌 앙젤리크였다. 다만 아동심리학자 바질 드라공만과의 관계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것 같은 그녀의 존재감은 점점 더 커져가고, 급기야는 이 이야기 전체를 모두 기획한 인물이 된다(이렇게 쓰면 완벽한 스포인가?).

- 이건 아마도 미셸 뷔시에 익숙해져서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미셸 뷔시의 작가적 역량을 믿는다는 얘기다. 그러니 이 작품에서 긴장도가 조금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칭찬일 수도 있다

 

마리안 경감의 최종 선택은 현실에서는 별로 있음직하지 않지만, 소설에서는 가장 그럴듯한 것이었다. 현실과 소설이 달라서야 되겠냐고 하는 이도 있을 수 있지만, 소설에서도 그런 선택을 하지 못한다면 너무 빡빡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방금 얘기한 최종 선택 이후에도 한 가지 선택을 더 한다. 그건 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 그렇게 아기를 원하는지, 일을 하는 중간에도 계속해서 남자들에 관심을 갖는다든지, 그리고 결국 선택한 이가 그라는 것 등등은 문화의 차이인지 그렇게 납득이 가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그게 중요한 소설은 아니라고 본다).

 

소설을 읽으면서 바질 드라공만의 질문을 따라 내 최초의 기억, 들어서 그랬을 것라는 기억 말고 이미지로 남은 기억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다. 아주 어린 시절, 그 시골에 어느 공터에서 영화가 상영되었는데, 이모를 따라 그 영화를 보러 갔던 기억일까? 영화 제목은 당연히 생각나지 않고, 정말 그런 일이 있었는지 이모에게 물어보지도 못했다. 언제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게 가장 고색창연한 기억인데, 재미 있는 게 그 기억 속에 엄마가 없다는 거다. 아마 평소와 달랐던 상황이라 기억의 형태로 남아 있는지 모른다. 그러면서 세 명의 엄마를 오갔던 말론은 과연 이 상황을 얼마나 기억할까 궁금했다. 네 살 즈음. 어쩌면 기억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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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명의 《선한 이웃》, 1987년과 지금 | 책을 읽다 2019-10-0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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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선한 이웃

이정명 저
은행나무 | 2017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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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명은 1987년을 쓰면서 2017년을 본다고 했다. 무려 30. 그런데 그만큼의 시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정치 체제부터 87년 체제라고 하지 않나. 그때로부터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겉모양은 많이 달라진 듯 하지만(내가 보기엔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전철에서 신문 대신에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정작 살아가는 진짜 모양새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사람들의 의식 저변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본다. 그래서 2010년대에 1987년의 일을 소설을 쓰면서 별로 저항감을 느끼지도 않고, 오히려 현재감을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 소설이 발표된 이후 벌어진 일을 생각하면.

 

기준과 태준. 그들은 모두 한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고 관리되어온(그래서 관리관인가?) 요원이었다. 한 사람에게는 미끼의 역할을, 다른 이에게는 사냥개의 역할을 맡겼지만, 그 경계는 사라지고 결국엔 미끼이자 사냥개인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이 그런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다고 생각했을 뿐, 자신들이 커다란 연극 속의 배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지독히도 성실히 연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과연 이런 일이 있었을까 싶긴 하다. 그 정도로 정보 기관이 오랜 기간(10년도 넘는?)을 들여 공작을 하고, 그것도 이렇게 복잡한 관계를 만들었을까 싶은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실이 있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소설이며, 소설은 허구적인 상황을 통해 시대와 인물을 이해하는 장치니까.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1987년의 모순적이고, 파괴적이고, 허무적인 상황을 그려낸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한쪽 면만을 그려내고 있으며, 그게 모든 것의 진실일 수는 없는 것이지만. 특히 당시 운동 진영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많이 허술하게 파악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너무 연극에 대해서, 연극과 등장 인물의 상징에 대해서 강의하듯이 풀어놓은 것은 소설 답지 못하다. 대부분 이중적인 상징인데, 그런 이중성을 통해서 인간이, 상황이 하나로만 정의 내릴 수 없으며, 그렇게 파악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사회학 서적도 아닌데 그런 부분을 명료하게 파악하면서 소설을 읽어나가는 것은 좀 피곤한 일이다.

 

기준이 최민석이 되고, 최민석이 국회의원이 되는 설정은 절묘했다. 이중 스파이가 항상 파멸하란 법은 없지 않은가? 혹시 그런 인물이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 봤지만, 소설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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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책읽기 정리 | 책읽기 정리 2019-10-0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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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책읽기 정리

 

9월이 지나면서 이제 꽤 선선해졌다. 태풍도 자주 오고.

9월은 정말 열심히 읽었다. 모두 26권을 읽었으니.

물론 권수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란 건 알고 있다.

몇 달 만에 온전한 한 달을 보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던 것 같다.

 

제목

저자

출판사

발칙한 예술가들

곰퍼츠

알에이치코리아

세상을 측정하는 위대한 단위들

그레이엄 도널드

반니

파묻힌 거짓말

크리스티나 올손

북레시피

파시즘

매들린 올브라이트

인간희극

위험한 요리사 메리

수전 캠벨 바톨레티

돌베개

돌팔이 의사

포프 브록

소담출판사

도시를 걸으며 세계사를 즐기다

한태희

성균관대 출판부

날씨가 만든 그날의 세계사

로날트 D. 게르슈테

3의공간

시그널

벤저민 리버만, 엘리자베스 고든

진성북스

처음 읽는 바다 세계사

헬렌 M. 로즈와도스키

현대지성

밤의 양들 1

이정명

은행나무

밤의 양들 2

이정명

은행나무

밀라노, 안개의 풍경

스가 아쓰코

문학동네

나의 영국 인문 기행

서경식

반비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신상목

뿌리와이파리

검은 감자

수전 캠벨 바톨레티

돌베개

하얀 폭력 검은 저항

수전 캠벨 바톨레티

돌베개

나치의 아이들

타냐 크라스냔스키

갈라파고스

데이터를 철학하다

장석권

흐름출판

현대사 몽타주

이동기

돌베개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은행나무

1구역

콜슨 화이트헤드

은행나무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

스가 아쓰코

문학동네

베네치아의 종소리

스가 아쓰코

문학동네

아침의 책들

스가 아쓰코

한뼘책방

음식의

레네 레제피, 크리스

윌북


대충 훑어 보아도 역사에 대한 책이 많다.

수전 캠벨 바톨레티의 책을 3권이나 읽었다.

그 밖에도 스가 아쓰코의 에세이집도 4권 읽었다.

콜슨 화이트헤드의 소설도 2권 읽었다.

 

이 책들을 다시 떠올리며 평점을 매겨본다.

읽었을 때 어떤 평점을 주었든지 간에 지금 무슨 내용이었지 금방 떠오르지 않는 책에 좋은 평점을 주지는 못하겠다.

 

제목

저자

평점

발칙한 예술가들

곰퍼츠

★★★☆

세상을 측정하는 위대한 단위들

그레이엄 도널드

★★★★

파묻힌 거짓말

크리스티나 올손

★★★★

파시즘

매들린 올브라이트

★★★★☆

위험한 요리사 메리

수전 캠벨 바톨레티

★★★★☆

돌팔이 의사

포프 브록

★★★★☆

도시를 걸으며 세계사를 즐기다

한태희

★★★★

날씨가 만든 그날의 세계사

로날트 D. 게르슈테

★★★★☆

시그널

벤저민 리버만, 엘리자베스 고든

★★★★☆

처음 읽는 바다 세계사

헬렌 M. 로즈와도스키

★★★★☆

밤의 양들 1

이정명

★★★★☆

밤의 양들 2

이정명

★★★★☆

밀라노, 안개의 풍경

스가 아쓰코

★★★★☆

나의 영국 인문 기행

서경식

★★★★☆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신상목

★★★★☆

검은 감자

수전 캠벨 바톨레티

★★★★☆

하얀 폭력 검은 저항

수전 캠벨 바톨레티

★★★★★

나치의 아이들

타냐 크라스냔스키

★★★★

데이터를 철학하다

장석권

★★★★☆

현대사 몽타주

이동기

★★★★★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

1구역

콜슨 화이트헤드

★★★★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

스가 아쓰코

★★★★☆

베네치아의 종소리

스가 아쓰코

★★★★☆

아침의 책들

스가 아쓰코

★★★★

음식의

레네 레제피, 크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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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파두부는 어디서 온 말? | 책을 읽으며 2019-10-0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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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말》에서 건진 몇 가지 음식 이름의 기원

- 모두 루크 차이가 쓴 <우리가 원하는 건 좋은 이야기다>에서 나오는 얘기다.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에 있는 개츠비 샌드위치는 1970년대 어느 식당 주인이 비번인 노동자들을 위해 당장 손에 있는 재료로 만들어준 샌드위치로 알려져 있다. 이 거대한 샌드위치에는 볼로냐 소시지, 감자튀김, 짠맛을 내는 조미료인 에이카 등이 듬뿍 들어가는데, 영화관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막 관람하고 나온 어느 노동자가 그 푸짐함에 흡족해 하며 이 샌드위치를 다 때려 넣은 개츠비라고 불렀다. 이 샌드위치는 그렇게 이름이 정해졌다.”

 

“’스파게티 알라 까르보나라는 이탈리아어로 석탄 노동자의 스파게티라는 뜻이다. 이 스파게티는 이탈리아의 아브루초 광부들이 먹기 시작해 2차 세계대전 기간에 베이컨과 달걀 요리를 즐기던 미국 병사들에게 전해졌다고 알려진다.”

 

마파두부에 대한 얘기도 바로 나온다.

마파두부 혹은 얼굴이 얽은 노인의 두부는 중국 청두 지역의 한 식당 주인에게서 유래한 이름이다. 이름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그 주인의 얼굴에는 얽은 자국이 있었다.”

 

이야기를 가진 음식은 언제나 흥미롭다.



음식의 말

레네 레제피,크리스 잉 등저/박여진 역
윌북(willbook) | 2019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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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관한 온갖 얘기들 | 책을 읽다 2019-10-0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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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음식의 말

레네 레제피,크리스 잉 등저/박여진 역
윌북(willbook) | 2019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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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글을 모았다. 식재료를 기르고 공급하는 사람, 요리하는 사람, 요리를 연구하는 사람, 요리에 관한 글을 쓰는 사람 등등. 글의 형식도 다양하다. 음식 자체에 대한 글도 있고(<카레는 어디를 가든 진화한다>와 같은 글), 음식의 역사에 대한 글도 있고(<모두가 납작한 빵에 고기를 싸 먹는다> <우리가 원하는 건 좋은 이야기다>와 같은 글들),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 글도 있다(<음식은 관문이다> <커피가 생명을 구한다>와 같은 글들). 좀 생뚱맞게도 메노나이트에 관한 글도 있고(<메노나이트 치즈는 멕시코 치즈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온갖 동식물의 이름만 열거한 <인간은 무엇이든 먹는다>와 같은 글도 있다. 음식 문화에 글이 가장 많다. 그런데 그런 글도 좀 결이 다르다. 어떤 글은 지역의 식재료를 중심으로 한 음식 운동에 관한 것이고, 또 어떤 글을 다양성과 절충성이 핵심인 미국 음식의 정체성에 관한 글도 있다. 말하자면 음식에 관한 온갖 얘기들이다.

 

이 온갖 얘기들을 모아 놓은 것 자체가 음식의 본질을 얘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비빔밥처럼, 이것저것을 합쳐 놓았을 때 새로운 음식, 때로는 단순히 잡탕이지만, 또 때로는 환상적인 음식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 음식은 세계 어디에나 있다. 또한 하나의 음식도 정말로 많은 사람을 거쳐서야 우리의 입 속으로 들어갈 수가 있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온갖 사람들의 별로 통일성 없는 얘기들을 모아 놓아야 그것을 깨달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내용도 하나는 차려진 식탁 뒤에 감춰진 많은 소외되고 탄압받은 이들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른다는 것을 탄식한 글이고, 또 하나는 음식 자체가 어떤 의미를 지닌다는 착각을 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다(“칸쿤에서 신혼여행을 하거나 멕시코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고 해서 그 사람의 멕시코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이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음식에는 커다란 의미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거듭해서 해석하자면, 음식에 의미를 담거나 담지 않거나는 그것을 만드는 사람의 몫이기도 하고, 또한 그것을 먹는 사람의 몫이기도 하다. 물론 그들 말고도 식재료를 만드는 사람, 유통하는 사람 등등이 모두 포함될 것이다. 그만큼 음식은 그 자체로 다양할 뿐 아니라, 의미도 다양하게 해석된다.

 

나는 미식가가 아니다. 맛집을 일부러 찾아 다니지도 않는다. 대단히 실용적인 목적(이를 테면, 배를 채우는 단순한 목적)으로 음식을 먹는다. 그러니 음미라는 것을 잘 모르고, 또 음식을 먹으면서 그 의미를 잘 생각지도 않는다. 다만 음식을 하나의 문화로, 역사로 기술하는 것은 즐겨 읽는다. 글로 음식을 배운 달까? 이 책에서 자꾸 기억나는 것은 바로 그런 것들이지만, 이 책 전체에 담긴 정신만은 오래 기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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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먼 아침의 책이 있었음을... | 책을 읽다 2019-10-01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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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먼 아침의 책들

스가 아쓰코 저/송태욱 역
한뼘책방 | 2019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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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아쓰코는 다른 책에서 자신과 인연을 맺은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면, 《먼 아침의 책들》에서는 제목 그대로 책을 매개로 떠오르는 기억들에 대해서 쓰고 있다. 가족 이야기,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의 추억, 책을 매개로 한 친구와의 우정, 책과 함께 떠오르는 당시 일본의 모습, 그리고 책 자체에 대한 이야기. 특히 이 책은 스가 아쓰코가 병상에서 마지막까지 퇴고하던 책이라고 한다. 자신을 온통 둘러쌓던 책에 관한 이야기를 아끼다 마지막에 세상에 내어 놓은 것일까? (하지만, 그녀가 또 다른 명성을 쌓은 번역한 책들에 관해서는 한 꼭지의 글도 없다.)

 

그녀에게 책은 놀이였고, 인생의 좌표였고, 생계 수단이었고, 삶의 정리하는 방법이었다. 스가 아쓰코는 어린 시절부터 책 읽기를 장려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책 읽기를 즐겼다. 아버지의 영향이라는 표현은 참 애매하고, 또 모순적이다. 《베네치아의 종소리》에서 쓰고 있듯이 스가 아쓰코에게 아버지는 불화의 표적이었다. 아버지는 모든 것을 자신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고 판단한다는 점에서 이기적이었다. 두 집 살림을 한다는 것을 안 장녀에게 또 얼마나 경멸스런 존재였을까 싶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녀에게 큰 그림자를 남길 수 밖에 없었다. 책을 좋아했으며, 공부를 하겠다는 딸을 만류하지 않았다. 유학도 반대하지 않았으며, 자신이 젊었을 때 여행했던 궤적을 따르기를 권하기까지 했다. 딸에게 아버지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기도 했지만, 기댈 수 밖에 없는 존재이기도 했다. 말하자면, 이 짧지 않은 목록의 책들에 대한 이야기는 아버지에 대한 극복과 친화의 메시지로도 읽힌다.

 

그녀가 인생의 행로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다는 것은 의외였다. 그 시절(1950년대)에 외국 유학을 결심하고, 그 결심을 여러 차례 실행에 옮길 정도로 당찬여성이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외국 유학 자체가 방황의 산물이었다니. 그 방황에 불씨를 던진 것도 책이었고, 해결책의 단초를 제공한 것도 책이었고, 유학 생활 동안, 그리고 13년의 이탈리아 생활 동안 삶의 근거를 마련해 준 것도 책이었다.

 

이 책에는 그녀의 학창 시절의 일본에 대해서도 단편적으로 나온다. 일본이 일으킨 전쟁. 하지만 그 불의의 전쟁에 대해 어떤 각성이 있었던 건 아니었고, 불안함과 두려움이 모든 것이었다. 오히려 나중에 책을 읽으며 유럽 젊은이들이 당시 전쟁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행동을 했는지를 알게 되어 부끄러워했다는 대목도 있다. 스가 아쓰코의 책들을 읽으며 가장 의아스러웠던 점 중 하나는 그런 시대를 거치고, 또 이탈리아 진보적 문화 운동의 최전선에 섰던 서점과 관련을 맺고, 그 서점의 중심 인물과 결혼을 했었으면서도 그런 의식을 전면적으로 내비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녀가 활발히 문필 활동을 하고 책을 낸 건 1980년대와 1990년대였다. 그 시대의 일본은 지금보다는 훨씬 덜 우경화되었던 것으로 안다. 그런데도 왜 그럴까 싶었다. 이 책에서도 그런 의문은 완전히 가시지는 않지만, 그냥 정부의 명령에 단순히 복종만 한 당시의 자신들에 대해서 부끄럽다는 대목만으로 그녀가 의식이 어디로 향하고 있었는지는 짐작할 수 있다. 어쩌면 그가 겪은 진보 운동이 1968년과 잇닿아 있어, 당시의 불타오르던 의식이 너무 과도해지며 순식간에 사그러들었던 기억이 어떤 영향을 준 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어린 시절도 생각났다. 아버지는 회사 사무실로 찾아오는 외판원에게 전집을 몇 번이나 사들였다. 풍족하지 않은 살림을 꾸려가는 어머니의 한숨 소리, 혹은 외마디 비명 같은 것도 들은 것 같다(여전히 아버지는 최신 제품을 좋아하신다). 난 그 전집의 책들을 고등학교 때까지 다 읽어 치웠다. 그 뿐 아니라 하드 커버로 되어 있는 그 책들은 내 놀잇감이기도 했다. 지금 같으면 레고 블록 같이 책들을 이용해서 성을 쌓고, 부수곤 했다(방문을 꼭 닫고, 책을 갖고 그런 짓을 벌이는 것을 어머니는 알고 계셨을까?) 시골 학교 앞에 가판 비슷한 것을 차려놓고 단행본 동화를 팔러 왔을 땐 주저 않고 어머니를 졸라 책을 샀고, 그 영향으로 나도 동화를 쓰겠다고 마음 먹기도 했었다. 그 책들의 제목이 기억나지 않으니 나는 스가 아쓰코처럼 그 때의 일을 글로 쓰기는 글렀지만, 어쨌든 나에게도 어린 시절부터 책은 귀중한 놀잇감이었다.

 

내게도 먼 아침의 책들이 있었음을 이 《먼 아침의 책들》은 상기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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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언저리 | 책을 읽다 2019-10-01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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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베네치아의 종소리

스가 아쓰코 저/송태욱 역
문학동네 | 2017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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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이탈리아에서 인연을 맺었던 이들에 대한 추억을 얘기하는 《밀라노, 안개의 풍경》,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과는 조금 달리 《베네치아의 종소리》에서는 자신 주변에 대해서 쓴다. 여전히 사람 이야기이지만, 상황이 더 많이 담기고, 또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있다. 어쩌면 하기에 민망스러울 수도 있는 아버지의 두 집 살림 얘기도 하고 있고, 어머니의 고독에 대해서도 공감과 이해할 수 없음을 동시에 이야기한다. 《밀라노, 안개의 풍경》,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에서는 객관적인 얘기 아니면 삼가던 남편 페피노에 대한 얘기도 좀더 하고 있다. 궁금한 그와의 사랑 얘기는 없지만. 《밀라노, 안개의 풍경》,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에서 다른 이들의 얘기 가운데 남편의 죽음을 그냥 하나의 사건처럼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여기서는 그의 죽음이 얼마나 사무치게 안타깝고, 허망했는지, 죽음 이전부터 그의 죽음을 예감하며 공포스러웠는지를 토로한다.

 

그래서 죽음에 대항하며, 죽음의 손에서 그를 떼어놓으려다 지쳐버린 나를 남겨놓고, 나보다 더 지친 그는 어느 초여름 밤 아무 말 없이 홀로 떠나버렸다.” (277)라는 대목에서 내 마음도 툭 놓아져버림을 느낀다. 그녀는 참고 있었구나. 수십 년을. 그래서 그를 둘러싼 인물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그와의 추억 언저리를 돌고 있었구나.

 

여기서는 스가 아쓰코 자신의 유학 생활의 시작에 대해서 여러 차례 이야기한다. 역시 《밀라노, 안개의 풍경》,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에서는 그렇게 자세히 얘기하지 않았던 얘기다. 책을 쓰고 내놓으면서 아버지, 어머니 얘기와 함께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얘기할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이 생겼달까, 아니면 아껴놓은 얘기랄까. 그녀의 삶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엿볼 수가 있다.

 

그래서일까. 《베네치아의 종소리》의 문장은 좀더 비유와 수사가 많아졌다. 여전히 정갈하지만, 묘사가 직접적이지 않고, 무언가를 빗대는 경우가 늘었다. 자신과 관련된 얘기는 그렇게 직접적일 수 없는 것일까 싶다. 앞서의 정갈하고 깔끔한 문장도 좋지만, 이런 조금 수사가 붙은 글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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