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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가 헌법을 쓰자 | 책을 읽다 2019-02-2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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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헌법을 쓰는 시간

김진한 저
메디치미디어 | 2017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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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대해 잘 몰랐다. 가장 최고의 법이란 것은 알고 있었고, 헌법을 바탕으로 다른 법이 제정되어야 하고, 국가의 모든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헌법이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어떤 역할을 하고, 그것을 지킨다는 것은 어떤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몰랐었다. 아니, 잘 알려고 하지 않았다.


사실 우리가 제대로 된 헌법의 가치 아래서 산 것이 그리 오래 되지도 않았다. 헌법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헌법이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은 87년 이후라고 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때의 헌법도 급작스레 제정되었고, 그 이전의 불합리하고, 비민주적인 요소들을 그대로 끌고 온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이기도 하고, 권력 구조의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통령 선거 때마다 헌법 개정 문제가 떠오른다. 재작년의 선거도 그랬고, 작년 상반기까지 헌법 개정의 문제는 첨예한 문제였다. 그러나 이제는 많이 사그러들었고(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지), 아마 다음 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거의 상황은 비슷할 것이다. 생각해보면 작년 같은 경우엔 헌법 개정의 적기였다. 그래서 이러 저런 논의가 있었고, 그 와중에 나온 책 중 하나가 바로 이 책, 김진한의 『헌법을 쓰는 시간』이었다.


이 책의 제목은 헌법을 쓰는시간이다. 헌법을 읽는시간이 아니다. 이게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을 의미한다. 우리가 어떤 헌법을 이고 살아가는지, 그게 어떤 효과와 의미가 있는지,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잘 알아보자는 책이 아니란 점이다. 물론 그게 전제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이 책도 그에 관한 내용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그렇게 헌법을 읽는 목적은 바로 헌법을 쓰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 이 책의 목적이다. 헌법을 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헌법 개정의 논의가 대통령과 국회, 그리고 전문가들만으로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문제 의식이다(제대로 된 논의라도 이뤄지면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바로 시민이 헌법 개정의 주체 중 하나로서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헌법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목적을 가진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이 적지 않다. 헌법이란 가장 최고의 법이지만, 가장 추상적이고 구체적이지 못한 법이며, 강제력을 지니지 못한 가장 허약한 법이 될 수 있다. 권력이 무시하고, 국민이 그에 적극적으로 항거하지 않으면 거의 구실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과거의 독재 정권에서 헌법은 거의 구실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대법원이며 많은 법관들이 헌법이란 법이 아니라 정책적 선언에 가깝다고 여긴다고 하는 부분은 사실 충격적이기도 하다. 헌법과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또한 법치주의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저자는 법치주의의 원칙이란, ‘법에 의한 질서라든가 법에 대한 준수의 강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권력을 헌법에 복종시켜야 한다는 원칙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법치주의와는 정반대를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엄정한 법질서의 실행은 그 전제가 바로 시민들의 자유여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의 법인 그런 역할을 하고 있고, 공권력이 그걸 지키고 있는지에 대해서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것이다.


헌법은 또한 권력을 제어하는 목적을 갖는다. 이 부분도 어쩌면 생소한 부분이다. 헌법은 권력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를 규정하는 것이 가장 큰 부분이라고 생각해온 경향이 있다. 그래서 헌법 개정의 논의도 권력 구조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가장 첨예하고, 논의도 많이 되는 문제다. 하지만 그런 권력 구조에 대한 논의도 실제로는 권력을 어떻게 하면 제어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귀속되어 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비로소 배운다. 저자는 권력을 제어하는 헌법의 원칙을 여섯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앞에서도 얘기한, 우리가 그 의미를 잘못 알고 있는 법치주의의 원칙, 민주주의의 원칙, 권력분립의 원칙, 자유의 원칙, 표현의 자유, 헌법재판제도. 이렇게 여섯 가지인데, 어떻게 보면 당연하고, 그런 걸 누린다고도 생각하고, 또 어떤 관점에서는 그 원칙의 제한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것들이 실제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그게 정말로 왜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또 그것들이 어떻게 침해받아 왔으며, 어떤 방향으로 헌법 개정의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지도 제시하고 있다.


그래도 법조인 출신이라서 그런지 앞서 읽은 조지형의 『헌법에 비친 역사』에 비해 다소 건조하다. 그러나 그건 문체의 문제이지, 읽고 이해하는 데는 오히려 더 낫다. 헌법(특히 미국의 헌법)의 역사를 이해하고, 그것에 비춰 우리나라 헌법을 바라보는 데는 조지형의 『헌법에 비친 역사』가 낫지만, 헌법의 가치를 이해하고 그것을 어떻게 지켜내고, 발전시켜 나가는 논의를 위한 준비로는 이 책 『헌법을 쓰는 시간』이 훨씬 낫다. 정말 좋은 책이라고 할 때, 이런 책을 빼놓으면 안된다.


정말 우리 시민이 헌법을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시민으로서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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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평단 발표]『아인슈타인은 왜 양말을 신지 않았을까』 | 이벤트 관련 2019-02-2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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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은 왜 양말을 신지 않았을까

크리스티안 안코비치 저/이기숙 역
문학동네 | 2019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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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헌법을 통한 역사 보기 | 책을 읽다 2019-02-2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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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헌법에 비친 역사

조지형 저
푸른역사 | 2007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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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남의 『재판으로 본 세계사』에서 헌법에 대한 이해를 위해 몇 가지 책을 추천했다. 그 중 조지형의 『헌법에 비친 역사』와 김진한의 『헌법을 쓰는 시간』을 읽는다.

 

우선 조지형의 『헌법에 비친 역사』이다.

조지형은 헌법학자가 아니다. 역사학자다. 미국 헌법과 헌법의 역사를 연구했다. 책 제목이 헌법에 비친 역사라고 했지만, 여기서 헌법이란 주로 미국의 헌법을 말하고, 역사는 또한 미국의 역사다. 거기에 우리나라의 헌법과 우리나라의 역사는 비교 대상이다. 거꾸로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지만(우리의 헌법을 이해하기 위해서 미국의 헌법을 보는 식으로), 이 책은 미국의 헌법을 뼈대로 두고 있다. 물론 미국의 헌법을 연구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헌법을 이해하고, 올바른 헌정을 위한 것이긴 하다. 여기서 올바르다는 게 다분히 자의적인 것이라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긴 하지만.

 

저자의 추천대로 (헌정사적 관점에서 이 책을 읽기 위하여) 마지막 장인 <미국 헌법의 제정> 부분부터 읽었다. 미국 헌법이 미국의 독립 이후 바로 제정되지 않았다는 것부터 잘 알지 못했던 사실이다. 11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고, 11년 후에는 왜 헌법이 필요해졌고, 헌법이 제정되는 과정은 어떠했는지, 그 헌법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를 이 장에서 알려준다.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건국의 아버지들과 필라델피아 제헌회의에 참여했던 이들이 겹치기도 했지만, 동일하지 않았다는 것도 흥미로운 얘기이고, 연방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한 타협의 소산이 바로 미국 헌법이라는 것도, 그리고 그 타협의 내용이 어떤 것들인지도 것도 매우 흥미롭다. 기본적으로 역사를 기저에 깔고 있기 때문에 그런 흥미가 나오는 것인지도 모르고, 문답체인 서술 방식도 이해를 돕는다.

 

사실 흥미만으로 이 책을 읽을 수는 없는데, 그건 바로 헌법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200년이 넘는 동안 한번도 헌정 중단을 경험하지 않은 미국과 달리, 우리는 수차례 헌정이 중단되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한 지금은 좀 시들해졌지만,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헌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었다. 1987년 민주화 투쟁 이후 급작스레 만들어진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지만, 주로는 권력 구조 문제에서 한발짝도 못나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래서 이 책을 무겁게 읽을 수 밖에 없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헌법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고, 특히 미국 헌법이나 우리 헌법이 왜 그런 제도를 취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해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솔직하게 좀 불편한 부분도 있다.

우선은 미국 헌법에 대한 긍정적 시선이다. 우리나라 헌법과 비교할 때 더더욱 그런 시선이 두드러진다. 물론 미국 헌법의 탄생에서의 불완전한 점이 있었고, 지금도 그런 부분이 없지 않다는 점은 지적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미국은 운용의 묘를 활용하고 있으며, 그 취지에 대해서 대체로 긍정적인 표현을 하고 있다. 분명히 우리의 헌법이 역사적인 측면에서나 헌법을 운영해온 측면에서나 불완전하고 허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겠지만, 일방적인 편들기 같은 느낌은 그렇게 기분이 좋은 게 아니다.

 

또 비판이 노무현 전대통령에게 집중되는 것은 불편하다. 어떤 정치적 입장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2007년에 발간된 책이니 그 당시의 대통령인 노무현에게 헌법과 관련한 위반에 대해 비판하는 게 당연할 듯도 하지만, 이 책만 보면 노무현 전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한 대표적인 인물처럼 보인다(물론 저자는 노무현 전대통령은 그때까지 가장 민주적인 대통령이라고 평가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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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평단 발표]『어느 칠레 선생님의 물리학 산책』 | 이벤트 관련 2019-02-2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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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칠레 선생님의 물리학 산책

안드레스 곰베로프 저/김유경 역/이기진 감수
생각의길 | 2019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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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스코틀랜드에서 벌어진 한 살인 사건에 관하여 | 책을 읽다 2019-02-2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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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블러디 프로젝트

그레임 맥레이 버넷 저/조영학 역
열린책들 | 201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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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미스터리 소설로 분류할 수 밖에 없지만, 전혀 미스터리하지 않다.

이야기는 시작하자마자 스코틀랜드 하일랜드 지역의 일열곱 살 소작인(로더릭 멕레이)이 끔찍한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을 밝힌다. 다른 미스터리 소설이라면 그 사실을 의심하게 만들며 반전을 암시하기라도 할 텐데 이 소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가 살인을 저질렀고, 그것을 인정한다는 사실은 끝까지 변함이 없다. 반전도 전혀 없다. 그러니까 범죄 자체에 대해서는 전혀 미스터리한 요소가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왜 미스터리 소설이고,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 못하게 만들까?

우선 이 소설은 마치 역사적 사실에 관한 문건들을 입수해 이를 재구성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머리말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연상케 하는데, 그보다는 훨씬 짧고, 또 건조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어지는 기록들이 정말 작가가 발굴한 기록인 양 느껴진다. 주변 인물의 진술, 살인을 저지른 로더릭 멕레이가 직접 쓴 기록, 부검 보고서, 로더릭 멕레이를 조사한 정신심리학자의 비망록, 재판에 관한 이야기 등을 그저 엮어 놓았을 뿐인 것처럼 구성함으로써 이 이야기를 소설로 받아들여야 할지 머뭇거리게 만드는 것 자체가 이 소설의 첫번째 미스터리 요소다.

 

다음은 과연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이 소년을 처벌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관한 논쟁에 관한 부분이다. 처음에는 그게 당연한 일처럼 여겨진다. 그 자신이 살인을 인정하고 있으며, 주변 증언과도 일치하며, 스스로 자신은 정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만, 그를 구제하려는 변호사 싱클레어의 노력만이 이 사건을 단순하지 않은 것으로 몰고 간다. 신기하게도 그런 싱클레어의 노력은 살인 사건의 성격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지고, 또 그 과정에서 한 사건을, 한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이 굉장히 다를 수 있다는 게 보여진다. , 한 사람의 단순한 행동이 별 것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정신 이상자의 행동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는 것, 한 사건이 우발적인 것으로 보여질 수도, 계획된 것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건의 의도는 또 어떤가? 그것을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까? 소설은 그것을 묻는다. 그래서 이 소설은 결국은 미스터리 소설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 가장 깊게 읽게 되는 것은 그런 부분들이 아니다. 오히려 19세기 스코틀랜드 하일랜드의 사회상이 그것인데, 사실 그 시대와 그 지역을 이해하는 데서 그치게 된다면 역시 이 소설이 그렇게 평가받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사회상의 이해는, 보다 보편적으로 이어진다. , 소작지를 둘러싸 착취의 구조가 그렇다. 한가로이 사냥을 즐기는 지주, 그 아래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마름, 그 마름 밑에서 행동대원 같은 역할이면서 실질적인 착취를 행하는 치안관, 그리고 소작인. 소작인들은 치안관의 횡포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전혀 손을 쓰지 못한다. 마름은 그런 치안관의 횡포를 못 본 척 하면서, 오히려 일을 잘 한다고 옹호한다. 소작인은 치안관을 건너뛰어 마름에게 다가갈 수 없으며, 치안관은 마름을 뛰어넘어 지주에게 다가갈 수 없다. 공고한 지배 구조다. 한 소년의 살인은 이 공고한 착취 구조가 만들어낼 수 밖에 없는 갈등 속에서 벌여졌다. 그래서 이 소설은 쉽게 읽을 수가 없다.

 

그런데 정신이상을 주장하여 법에 의한 처벌을 받지 않는 상황에 대해선, 아마 우리나라 독자들의 경우엔 매우 반감이 많을 듯 하다. 최근의 사건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반감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그래서 이 소설의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당연히 처벌받아야 할 행동에 대해서 정신이상을 호소해 범죄자를 구해내려는 변호사의 노력이 오히려 이해가 가지 않을뿐더러 지탄받을 것 같다. 이게 심지어 19세기 말의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더더욱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런 법 집행의 전통과 논리가 그 이전부터 정립되어 왔다는 게 재판 과정을 설명하면서 보여준다. 사실은 인도주의적 전통이 악용되어 왔기에 문제인 셈이다. 내가 이 재판의 배심원이라면 정신 이상과 정상 사이를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유죄 쪽에 손을 들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뭔가 찜찜한 구석이 남을 것이다. 그건 이 소설은 쉽게 읽을 수가 없는,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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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기 파워문화불로거 2월 미션 | 책읽기 정리 2019-02-2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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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기 파워문화불로거 2월 미션


비만, 고혈압, 우울증, 뇌졸증은 진화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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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학과 은유의 맛 -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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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미등록자]: DNA 정보를 활용한 수사는 언제나 믿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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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라스의 마녀의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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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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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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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삶, 지금과 다르면서도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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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아니라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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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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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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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렇게 많은 것을 잘못 알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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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미술과 뇌과학의 매혹적인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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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쓰기에 관한 유시민의 읽기, 그리로 나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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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이 사라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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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꼼꼼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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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멈추는 법: 기억, 역사, 그리고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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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서의 상상력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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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기원과 진화에 관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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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의 매혹과 황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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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은 우리 몸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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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적 생명관은 어떻게 생물학의 패러다임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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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10미터 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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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10미터 앞에 있다 | 책을 읽다 2019-02-2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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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진실의 10미터 앞

요네자와 호노부 저/김선영 역
엘릭시르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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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10미터 앞』은 다치아라이 마치라는 여성 기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여섯 편의 단편소설을 묶어놓았다. 첫 번째 단편이자 표제작인 <진실의 10미터 앞>에서는 다치아라이가 화자이지만, 나머지 다섯 편은 모두 다치아라이와 함께 하는 서로 다른 인물들이 화자로 이야기를 이끈다. 전혀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진실의 10미터 앞>을 다 읽고 나서도 다치아라이가 여성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두 번재 소설 <정의로운 사나이>도 거의 다 읽고서, 뭐지 싶어 다시 앞의 소설을 뒤적였다(물론 나의 편견 때문이기도 하고, 일본어를 모르니 다치아라이라는 이름에 여성성이 있는 줄로 몰랐다).

 

소설들은 그 다치아라이라는 기자의 천재적인 추리를 보여준다. 분명 추리소설의 형식이지만, 다치아라이와 소설 속의 화자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의 천재적인 추리 능력으로 사건의 의문점을 파고들어 사건을 다시 해석하고, 문제점을 알아낸 후 다시 정리하긴 하지만 말이다. 그녀는 그냥 기자로서 사건을 들여다보고 다른 눈으로 볼 뿐이다. 결국 해결의 몫은 소설 속에 전혀 등장하지 않는 경찰에게 남겨둔다. 끝내 사건의 전모를 파악했으면서도 자신이 사건의 전모를 파악했다는 것을 알리지 않으면서 사건과 나름의 겉보기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또 그 사건 속으로 깊게 들어갈 수 있는 내면의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나이프를 잃은 추억 속에> 같은 경우엔 작가의 자의식도 짙게 녹아 있는 듯 하고, 그걸 주인공에게 투영시키며 사회의식까지도 보여주고 있다.

 

이 긴 머리의 키 크고, 커다란 숄더백을 매고 다니며, 아무렇게나 옷을 입고 다니는 기자는 무뚝뚝하다. 그래서 오해를 사고, 주변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하는 타입의 인물이다. 하지만, 그녀가 무척이나 예민한 감성의 소유자라는 것은 사건을 바라보고, 사건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서로 모순이 되지만 남들은 잘 보지 못하는 것, 흘려 듣는 것을 잡아내서 그것을 간단한 질문으로 캐묻고, 논리적인 추리를 하는 것이 바로 이 마치아라이라는 묘한 매력의 기자가 발휘하는 솜씨다.

 

그래서 생각해보면, 추리 능력이라는 걸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겠다. 추리 능력 자체가 있다기 보다는 관심과 예민함, 그리고 논리력, 집중력 같은 것들이 추리 능력을 구성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것을 모두 갖추기란 정말 힘들지만, 우리는 그런 인물들을 추리 소설에서 보는 것이다.

 

새로운 타입의 추리 소설이면서, 추리가 무언지, 그 본질, 혹은 구성 요소에 대해서 나름 정리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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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적 생명관은 어떻게 생물학의 패러다임이 되었나 | 책을 읽다 2019-02-2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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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생명의 사회사

김동광 저
궁리출판 | 2017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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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생물학의 주류는 분자생물학이다. 1930년에야 비로소 처음 용어가 제시되었고(그때는 좀 다른 의미였지만), 1950년대 왓슨과 크릭에 의해 DNA 구조가 밝혀지고 나 후에야 비로소 시작된 게 분자생물학이다. 하지만, 그 이후로 방법론적으로 혁신이 일어나면서 큰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분자생물학이란 구체적인 목표나 대상을 가진 학문이라기보다는 대부분의 생물학자, 생명과학자, 의생명학자(뭐라고 명명하든) 들이 자신의 연구 방법론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유전학자는 말할 것도 없고, 면역학자도 분자생물학적 방법론을 사용하며, 심지어 분류학자도, 생태학자도 분자생물학적 방법론을 이용한다.

 

그래서 실제 (생명과학) 연구에 종사하는 연구자의 경우에는 분자생물학이라는 학문 분야, 또는 방법론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생각할 이유가 별로 없다고 생각하고, 또 그럴만한 여유도 갖지 못한다. 그것은 실험대 위에 주어진 것이고, 그것을 이용하는 것이라 여길 뿐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분자생물학이 현대 생물학의 주류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까? 이 분야의 의제와 방법론을 채택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과학기술사회학 전공의 김동광이 묻는 것은 바로 그런 것들이다. 많은 현장 과학자들이 별로 묻지 않지만, 실제로는 그들의 연구에 깊이 스며들어 연구의 방향과 영향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들이 그런 것들이다. 그래서 한번은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는 문제가 바로 그런 문제들이다.

 

김동광은 1부와 2부에서 기계론적 생명관이 어떻게 출현하고, 어떻게 과학의 주류가 되었는지, 생물학적 결정론을 우생학과 관련지어 그 뿌리를 캐고 있다. 1부와 2부는 3부와 4부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의 전제일 뿐이다. 3부에서는 생명에 관한 분자적 패러다임의 생성에 관한 역사를 다루고 있다. , 분자생물학의 탄생, 록펠러 재단의 후원에 힘입은 발달, 왓슨과 크릭에 의한 DNA 구조의 발견, 냉전 시대에 생명을 정보로서 이해하게 된 이유(이 부분은 전체 맥락에서 너무 도드라져 보인다), 그리고 사회생물학의 등장에 대해서 쓰고 있다. 그리고 4부에서는 이러한 분자생물학과 사회생물학(분자생물학과 사회생물학을 한 가지로 취급하는 것이 매우 어색하긴 하다)이 어떤 연구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준다. 재조합 DNA 기술과 인간유전체사업이 그 중심인데, 그런 기술이 등장했을 때 사회적으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를 더 핵심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분자생물학의 역사에 대해서는 이미 미셸 모랑쥬가 『실험과 사유의 역사, 분자생물학』에서 비판적으로, 그리고 아주 훌륭하게 다루고 있다(이 책에서도 미셸 모랑쥬의 책은 아주 핵심적인 참고문헌이다). 1980년대 초반의 재조합 DNA 기술의 출현까지 다루고 있는 한계가 있지만, 사실 이 책도 거기서 별로 나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자꾸 이 책과 그 책을 비교하게 된다. 큰 차이는 현장감이다. 미셸 모랑쥬의 책은 연구자로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분자생물학이라는 학문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발전해왔는지를 쓰고 있다. 그런데 김동광의 이 책은, 솔직하게 자꾸 이질감이 든다. 현장과학자와 그 현장의 과학은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과학기술사회학자의 차이를 늘 느끼게 된다. 실험 한번 해보지 않은 이가 실험을 비판하고 있다는, 왠지 모를 반항심 같은 것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실험을 하는 것과 실험의 의의와 영향을 비판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고, 당연히 인정해야 할 부분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부분적인 것을 전체적인 것으로 확대시켜서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그런 비판적 생각이 자꾸 든다.

 

그 중 한가지는, 앞서도 지적했듯이 분자생물학의 발전과 사회생물학의 출현을 연관짓고 있는데, 이는 뭔가 이상하다. 물론 1970년대 에드워드 윌슨이 사회생물학을 처음 주창하게 된 배경에는 분자생물학의 성과가 있었지만, 사회생물학의 윌슨과 분자생물학의 왓슨이 하버드에서 전쟁을 벌인 것을 보면, 그 둘 사이에는 긴장 관계가 더 크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현재 과학자의 경우에도 사회생물학과 분자생물학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하기도 하고.

 

그래서 현대 생물학의 탄생과 발달 과장에서 배태된 근시안적이고, 우생학적 함의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해서는 수긍하지만, 이 책에서 얘기하는, 모든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게 나의 입장이다.


************************** 

저자의 견해나 주장에 대해서는 오류라고 지적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실 관계에 대해서는 오류를 지적해야 할 것 같다.

우선, 40쪽 각주의 결국 해리슨 형제가 이 상을 받았다

- 여기서 이 상이란 경도상(Longitudinal Prize)’를 말한다. 영국이 경도 문제를 해결할 정밀한 시계를 제작한 이에게 주어지기로 했던 상이다. 그 일을 해낸 게 존 해리슨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그 상과 상금은 주어지지 않았다. 다만 이에 항의한 존 해리슨의 후손에게, 해리슨 사후 일부 상금이 주어졌을 뿐이다.

 

다음은 51쪽의 이탈리아의 안토니 반 뢰벤후크

- 안토니 반 뢰벤후크는 현미경으로 작은 생물체를 보고, 그림으로 기록한 이이다. 그래서 그 이름을 딴 (미생물학) 학술지도 존재하다. 그런데 그는 그는 이탈리아인이 아니라 네덜란드인이다.

 

158쪽의 생물철학자 자크 모노란 표현도 잘못 되었다. 자크 모노의 책 『우연과 필연』은 생물철학에 관한 책이 맞지만, 자크 모노를 생물철학자라고 할 수는 없다. 그는 대장균에서 젖당 오페론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은 생물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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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룸] 저자 김우재 인터뷰 | 책을 읽으며 2019-02-24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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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를 배우듯 살면서 한번은 실험과학자가 돼보자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883324.html#csidx7208f342200ddc1be0a293e34b80604 


[토요판] 인터뷰
시민참여 실험실 준비 김우재 교수

과학자·시민 함께 하는 실험실 ‘타운랩’
최근 저서 ‘플라이룸’에서 구상 밝혀
이르면 올해 1호 여는 게 목표

“상업화 추구, 과다경쟁, 연구부정 등
기초과학 낭만의 시대는 끝나
캐나다도 대학원 입학 점점 줄어”

“과학 경험해보면 과학 이해하고 존중
사회도 달라지고 정치도 달라질 것
교수 아닌 사회 속 과학자로 살고파”


최근 펴낸 책 <플라이룸>에서 김우재 캐나다 오타와대학 교수는 기초과학의 다양성과 가치를 갈수록 위축시키는 과학 연구의 상업화, 양극화 풍토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과학자와 시민이 함께하는 타운랩 실험실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김우재 제공


▶ 스스로 ‘아웃사이더 과학자’ ‘급진적 생물학자’로 부르며, 과학계와 사회를 향해 도전적 발언을 해온 초파리 유전학자 김우재 교수가 시민참여 실험실을 만들자는 색다른 제안을 하고 나섰다. 갈수록 위축되는 기초과학의 가치를 대학에서 사회로 가져나와 과학자와 시민이 함께 경험하고 일궈가는 실험실을 이곳저곳에 만들겠다는 것이다. 변신을 준비 중인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초파리로 세계를 정복하자. 여전히 나의 꿈입니다.”


뭔 뜬금없는 얘기인가. 하지만 이 하찮고 성가신 작은 날벌레와 진지한 과학자가 실험실에서 만나면 얘기는 달라진다. 유전학 실험실의 대표적 실험동물 중 하나인 바로 이 초파리 덕분에 지난 120여년 동안 과학자들은 인류 유전학 지식의 기초를 쌓아올릴 수 있었으니까. 또 ‘세계 정복’이란 말을 영토 확장이란 뜻으로 듣지 않고, 과학을 이해하는 삶의 양식을 더 넓게 퍼뜨리겠다는 야심 정도로 새겨듣는다면, “초파리로 세계 정복”은 기초과학에 매달려온 초파리 유전학자의 현실적인 꿈을 재밌게 드러내는 비유로 다가온다.


초파리 유전학자로 불리는 김우재 캐나다 오타와대학 세포·분자의학과 교수(45)는 요즘 대학 바깥에서 과학자와 시민이 함께하는 사회 속의 생물 실험실을 준비하고 있다. 실험실 이름도 ‘타운랩’이라고 일찌감치 지어두었다. 그가 타운랩 구상을 구체화하던 시기는 지난해 말 출간한 책 <플라이룸: 초파리, 사회 그리고 두 생물학>을 쓰던 시기와 겹쳐 있다. 이 책은 그가 “사랑에 빠졌다”고 표현하는 초파리 유전학의 과거와 현재를 정리하면서, 현대 과학의 상업화 경향과 기초과학의 위기, 더 나아가 한국 과학계의 풍토를 비판한다. 타운랩은 그런 비판의식을 바탕으로 그가 생각해낸 대안적 과학 활동으로 보인다. 그의 구상을 듣기 위해 캐나다에 있는 그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더이상, 다윈과 아인슈타인은 없다


그는 언론 칼럼 등을 통해 직설적인 어법으로 과학자 사회의 문제를 들춰내고 현장 연구자들의 어려움을 대변하며, 때로는 우리 사회의 불합리를 비판해왔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대학원생 시절엔 ‘생명에 취한 사람, 취어생(取於生)’이라는 별칭을 쓰는 “평화로운 블로거”였지만 미국산 소고기수입협상 파동, 즉 ‘광우병 사태’ 때(2008년)부터 ‘급진적 생물학자’라고 스스로 칭하며 현실 비판의 글을 자주 쓰기 시작했다. 인터뷰는 책 이야기에서 시작했다.


―책 제목이 ‘플라이룸’, 그러니까 ‘파리방’이네요. 초파리 실험실을 가리키는 듯해요.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초파리의 매력에 푹 빠진 연구자’라는 느낌을 받아요.

“초파리 유전학 실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그 매력을 설명하는 건 정말 어려워요. 가족도 잘 몰라요. 하지만 발견의 기쁨을 아는 생물학자라면 초파리를 만나 사랑하게 될 건 분명해요. 마치 갖가지 레고블록이 잔뜩 쌓인 방을 발견한 그런 기분이랄까. 초파리 유전자들은 지난 120년 동안 연구됐고, 그래서 이제는 예컨대 어떤 행동을 일으키는 신경회로, 그 신경회로를 작동하는 유전자들도 초파리 모델 연구를 통해 드러나고 있어요. 그게 제가 해온 초파리 행동유전학입니다. 초파리 연구는 인간 유전자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기초과학이지요. 생긴 게 그다지 예쁘진 않지만, 유전자의 신비를 발견하고 싶어 하는 과학자에게 초파리는 정말 사랑스러운 동물일 수밖에 없어요.”


―책에 현대 과학의 상업화, 양극화 같은 풍토를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이 많더군요.


“제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UCSF)에서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하던 2008년 무렵부터 상황이 빠르게 심각해진 듯합니다. 당시 <네이처>에 대학 연구실을 ‘학위공장’에 빗댄 글이 실렸고, 이후 과학의 양극화, 연구노동 착취, 과도한 경쟁, 연구부정 등이 세계 과학계에서 화두가 되기 시작했어요. 한국도 마찬가지였죠. 정규직은 줄고 연구노동 환경은 악화되는 그런 환경에서 과학연구를 해야 했습니다. 특히 생명과학 연구의 중심이 의학 응용 쪽으로 바뀌면서 연구비 시장은 질병과 응용 위주로 재편됐어요. 기초 중에 기초를 담당하던 초파리 연구자들 중 상당수가 실험실을 떠난 건 이런 이유였죠.”


―기초과학 위축의 큰 배경은 뭐라 보는지.


“정부와 대학, 학술지 기업(엘스비어, 스프링거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학술지를 출판하는 기업)의 ‘삼각동맹’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정부 관료는 기초연구를 무시했고 대학은 ‘학위공장’이 되어 논문과 연구비로 업적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강화했고 학술지 기업은 경쟁과 줄 세우기로 과학을 올림픽처럼 만들어버렸어요. 기초과학을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학생도 크게 줄었어요. 과학은 앞으로도 살아남겠지만 우리는 더 이상 다윈이나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를 보지 못할 겁니다. 낭만의 시대는 끝났어요. 대학에서 인문학이 고사하는 것처럼 10년 내로 대학에서 기초과학 학문을 찾기 어려울지 모릅니다.”


돈 되지 않은 연구는 외면


그는 포스텍에서 분자생물학자로 박사학위를 받고 2008년부터 미 캘리포니아대학에서 6년 넘게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했다. 초파리 유전학이 그의 전공이 된 건 이때였다. 2015년 캐나다 오타와대학에서 조교수로 자리를 잡았고, 과학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자신의 제자들과 함께 하는 랩(실험실)을 꾸렸다. 자신감이 넘쳤던 때였고 자신만의 주문 같았던 ‘초파리로 세계 정복하자’를 되뇌었다. 어쩌면 ‘초파리로 세계 정복’이라는 구호는 점차 밀려나고 있던 기초과학 연구자의 자존감과도 같은 것이었는지 모른다. 그는 고대하던 교수 생활을 하며 뜻밖의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책에는 후학들에게 ‘기초과학 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대목도 있어요. ‘대학원에 가지 마라’, ‘대학원에 가려거든’ 제목의 칼럼을 <한겨레> 등에 써서 화제가 된 적도 있지요.


“칼럼들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은 이미 사라졌기 때문에, 순수 학문의 이상을 가지고 대학원에 가려는 인재들을 더 나은 길로 인도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차라리 젊을 때 돈을 벌고 일찍 은퇴해 나중에 학문을 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하루가 멀다 않고 쏟아져 나오는 (일부이긴 하지만) 학자들의 부패와 비리를 보면서 어떻게 학문을 하러 대학원에 가라고 권유할 수 있겠어요? 또 제 주변엔 박사과정, 박사후연구원을 10~15년을 하고도 정규직이 못 된 사람이 절반이에요.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 사람들이 알려고 하지 않을 뿐이죠.”

간편하게 만들고 간편하게 쓸 수 있도록 고안해 개발 중인 초파리 실험장치. 김우재 제공


―어려움은 캐나다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세계적인 위기입니다. 이미 이 분야에 들어서려는 기초과학 연구자들이 줄어들고 있어요. 다들 의대를 가려고 할 뿐 가난한 기초과학자가 되려 하지 않아요. 당장에 우리 학과에도 대학원생 입학이 줄어 비상이 걸렸으니까.”


그는 몇 년째 초파리의 시간 지각을 연구하고 있다. 그건 신약 개발이나 유전자치료술 같은 인기 있는 연구 분야에 비하면 너무나 한가한 주제였나 보다. 번번이 연구비 지원 심사에서 떨어졌고 그것은 큰 좌절의 경험이었다. 그는 2018년 봄 무렵에 더 이상 교수직에 연연하지 말자는 다짐을 하기에 이르렀다.


―4년째인 교수 생활을 접고서 대학 밖에 실험실을 차리겠다는 결심은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니었을 텐데.


“연구비가 없는데도 연구를 계속 하겠다고 버티긴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강의를 늘려 교수직을 유지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만두기로 했어요. 그런 결심을 굳히게 한 중요한 계기는 교수가 된 지 2년쯤 지나 실험실의 엔지니어, 디자이너들과 함께 개발한 아주 간편한 초파리 실험장치였어요. 3차원(3D) 프린터와 간단한 전자회로, 컴퓨팅 도구를 이용해 만들었죠. 그때 아, 이거면 실험실의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겨우겨우 연구비를 받아 생존하는 교수가 아니라 하고 싶은 연구를 함께 하는 과학자인 나, 그 가능성을 생각하게 된 거죠.”


‘과학적 삶의 양식’이 고급교양


기초과학의 열정을 대학 바깥의 실험실에서 풀어보자는 생각은 그때부터 구체화했다. 오히려 이게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라는 생각은 굳어갔다. 그의 머릿 속에선 타운랩의 꿈이 점점 많은 부분을 차지해갔다.

―‘과학과 사회가 만나는 실험실’을 강조하는데 어떤 의미인지.


“과학자가 되려면 무조건 대학원에 들어가야 하고 교수와 학생의 도제관계를 통해 학위를 취득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필요한 과학이라는 게 고도로 훈련받은 과학자의 것일 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과학이 책으로 읽는 교양지식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실험을 설계하고 실행하며 체득하는 ‘삶의 양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성과가 좋으면 시민들도 과학논문을 쓰고요. 어쩌면 이런 과학적 삶의 양식에서 얻을 합리성과 혁신의 감각이 우리사회에 부족해 불합리하고 비과학적인 문제들이 계속된다는 생각도 듭니다.”


―누구나 과학자가 되는 경험을 실제 해보자는 제안은 흥미롭네요.


“저는 되도록 모든 사람이 일생에 한번쯤은 과학자가 되는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악기 하나쯤을 일생에 한번쯤 다뤄보잖아요, 그런 경험은 음악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만들어줘요. 과학도 그럴 수 있죠. 모든 사람이 과학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과학적인 삶의 양식을 경험하면서 과학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과학이 사회의 고급교양이 되고, 나아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사상이 되는 꿈을 꿉니다. 그러면 사회도 달라지고 정치도 달라질 거라고 믿어요.”


“되도록 모든 사람이 일생에 한번쯤은 과학자가 되는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모든 사람이 과학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과학적인 삶의 양식을 경험하면서 과학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김우재 제공
“되도록 모든 사람이 일생에 한번쯤은 과학자가 되는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모든 사람이 과학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과학적인 삶의 양식을 경험하면서 과학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김우재 제공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니 캐나다에서 타운랩 시험그룹이 벌써 구성된 듯한데요.


“시간을 쪼개어 타운랩 학생들을 받아 프로그램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열심히 초파리 실험장치를 만들고 있고요. 이르면 올해에, 늦으면 내년에는 한국에 타운랩의 모습을 드러낼 겁니다. 올해 한국에 들어가 엔젤투자를 유치할 생각이에요. 규제가 있을 수도 있는데 현실과 부딪혀 봐야죠. 타운랩 수가 늘어날수록 박사급 연구자들의 일자리도 늘어날 거라고 기대해요.”


―얘기를 듣다보면 사회 안에서 기초과학을 진흥하기 위한 초파리와 과학자의 ‘동맹’처럼 느껴집니다.


“맞아요. 연구비 경쟁에서 밀려난 초파리, 하지만 유전학의 강자였고 여전히 강자인 초파리가 든든한 동맹자인 것이고,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이 꽃피우는 새로운 실험장치들이 초파리를 대학 실험실의 구속에서 자유롭게 할 겁니다.”


―타운랩이 지속가능할까요?


“궁극적으로는 타운랩의 경험이 세상의 변화에 기여하게 하는 것이고, 그렇기 위해선 수익모델을 외면해선 안 됩니다. 수익모델이 없으면 지속가능하지 않아요. 일종의 교육스타트업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단지 영리 기업을 만들자는 건 아니고, 타운랩을 통해 과학과 사회가 새로운 방식으로 대화하고 사회가 과학을 통해 건강하게 발전하게 하자는 겁니다. 대학 밖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기초과학도 살리고요”


―이번 겨울방학 때 한국에 와서 많은 분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었는데 반응은 어땠는지.(그는 에스엔에스로 모임 공지를 띄우고 여러 도시를 돌며 일종의 설명회를 열었다.)


“몇 백 명을 만난 거 같아요. 일단 신기하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이런 구상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실제 사례만 보여준다면 투자 받는 것도 가능하다는 확신을 얻었고요. 차분히 준비해 선보일 생각입니다.”


―초파리로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말을 자주 했는데 지금도 유효한 말인지.


“이제 진짜 정복에 나서는 거죠. 교수직은 달콤한 유혹이긴 합니다만 세계를 정복할 직업은 아닌 것 같아요. 돈도 벌겠습니다. 세계 정복은 돈으로 하는 거래요.(웃음)”


10년 뒤를 상상해달라는 질문에 대해 그는 “잘 된다면 과학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운동을 시작하고 싶다. 재단이 될 수도 있고 대안적인 대학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책은 꾸준히 쓰고 싶다”고 말했다. 어쩌면 내년쯤 우리나라 어디에선가 볼 수도 있을 과학자와 시민의 생물실험실 타운랩 모습이 궁금해진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플라이룸

김우재 저
김영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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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생명의 사회사 | 한줄평 2019-02-2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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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중독의 증상이 나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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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9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