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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내가 만난 책들 | 책읽기 정리 2019-03-3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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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내가 만난 책들

 

3월 한 달 동안 내가 읽은 책들을 정리해본다.

모두 30권 읽었다(2019년 들어서 84권이다).

특별히 속도를 내야지, 하고 마음 먹지 않았는데 책 읽는 게 저절로 속도가 붙은 느낌이다.

 

다음은 목록이다.

제목

저자

출판사

마취의 시대

로랑 쉬테르

루아크

리얼 도쿄

양미석

한빛라이프

어느 칠레 선생님의 물리학 산책

안드레스 곰베로프

생각의길

수녀원 스캔들

주디스 브라운

푸른역사

르네상스 뒷골목을 가다

니콜라스 터프스트라

글항아리

뉴로트라이브

스티브 실버만

알마

아인슈타인은 양말을 신지 않았을까

크리스티안 안코비치

문학동네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

조너선 실버타운

서해문집

악마의 무늬, 스트라이프

미셸 파스투로

이마고

미셸 파스투로의 색의 비밀

미셸 파스투로

미술문화

우리 기억 속의

미셸 파스투로

안그라픽스

역사

미셸 파스투로

민음사

빨강의 문화사

스파이크 버클로

컬처룩

, 몰락한 왕의 역사

미셸 파스투로

오롯

돼지에게 살해된

미셸 파스투로

오롯

중세의 사람들

아일린 파워

즐거운상상

책으로 읽는 조선의 역사

신병주

휴머니스트

옷장 속의 세계사

이영숙

창비

맥주 인포그래픽

Michael Larson

영진닷컴

안의 역사

전우용

푸른역사

지폐의 세계사

셰저칭

마음서재

버릇 여름까지 간다

이기호

마음산책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이기호

문학동네

악의

히가시노 게이고

현대문학

앵무새 죽이기

하퍼

열린책들

파수꾼

하퍼

열린책들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마리암 아지디

달콤한책

갈증

후카마치 아키오

인어가 잠든

히가시노 게이고

재인

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

서경식

반비


목록을 보면, 3월 한 달 동안 읽은 책 종류에 흐름이 있다. 우선 초반은 거의 역사 관련 책들이었다(대부분 미셸 파스투로 책이기도 했다). 그러다 후반에는 소설책들이다. 사이에 과학 관련 서적(어느 칠레 선생님의 물리학 산책, 뉴로트라이브, 아인슈타인은 양말을 신지 않았을까,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도 몇 권 끼어 있다.

 

3월에 읽은 책들 가운데 기억에 특히 남는 건(혹은 남을 것) 미셸 파스투로의 책들과 하퍼 리의 두 편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와 『파수꾼』이다. 또한 전우용 씨의 『 안의 역사』도 기억에 남으며, 앞으로 그의 책들을 찾아볼 생각이다.

 

3월에 만난 책들에 대해 나름대로 다시 평점을 매겨 본다.

제목

저자

평점

마취의 시대

로랑 쉬테르

★★★★

리얼 도쿄

양미석

★★★★☆

어느 칠레 선생님의 물리학 산책

안드레스 곰베로프

★★★★☆

수녀원 스캔들

주디스 브라운

★★★★☆

르네상스 뒷골목을 가다

니콜라스 터프스트라

★★★★☆

뉴로트라이브

스티브 실버만

★★★★★

아인슈타인은 양말을 신지 않았을까

크리스티안 안코비치

★★★★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

조너선 실버타운

★★★★☆

악마의 무늬, 스트라이프

미셸 파스투로

★★★★☆

미셸 파스투로의 색의 비밀

미셸 파스투로

★★★★

우리 기억 속의

미셸 파스투로

★★★★☆

역사

미셸 파스투로

★★★★☆

빨강의 문화사

스파이크 버클로

★★★★☆

, 몰락한 왕의 역사

미셸 파스투로

★★★★☆

돼지에게 살해된

미셸 파스투로

★★★★★

중세의 사람들

아일린 파워

★★★★☆

책으로 읽는 조선의 역사

신병주

★★★★☆

옷장 속의 세계사

이영숙

★★★★☆

맥주 인포그래픽

Michael Larson

★★★★

안의 역사

전우용

★★★★★

지폐의 세계사

셰저칭

★★★★☆

버릇 여름까지 간다

이기호

★★★★☆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이기호

★★★★☆

악의

히가시노 게이고

★★★★☆

앵무새 죽이기

하퍼

★★★★★

파수꾼

하퍼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마리암 아지디

★★★★

갈증

후카마치 아키오

★★★

인어가 잠든

히가시노 게이고

★★★★☆

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

서경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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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인어가 된 소녀를 통해 장기기증에 대해 질문을 던지다 | 책을 읽다 2019-03-30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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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저/김난주 역
재인 | 2019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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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들을 조이고 풀어가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솜씨, 이것 하나만은 히가시노 게이고는 거의 장인급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이 모두다 기가 막힌 미스터리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이유로 항상 읽을 만하게 여겨지는 것일 거란 생각을 한다. 이 소설은 특히 그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걸 가지고 치밀한 구성이라고 한다고 하는데, 그것과 더불어 이야기의 흐름을 조절해가는 솜씨가 두드러지는 작품이 바로 이 소설이다.

 

이 소설은 그런 이야기의 흐름에 대한 절묘한 조절이 중요한데, 이 소설이 미스터리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라면 당연히 미스터리물이라고 생각해야 하지만, 여기에선 이렇다 할 사건이 없다. 사고가 있었다. 초등학교(일본으로 말하면 소학교) 입학을 앞둔 한 소녀가 수영장 배수구 구멍에 낀 사고다. 그 사고로 소녀는 거의뇌사(腦死) 상태가 된다(여기서 거의란 말이 이 소설에서 아주 중요한 표현이다). 소녀의 인생이 완전히 바뀐 것은 물론 그 사고는 여러 사람의 인생의 행로를 바꾸어 놓는다. 이혼을 앞두고 있었던 부모는 부득이 이혼을 미룬고, 한 연구원은 사랑을 잃는다. 아이의 엄마와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었던 한 정신과 의사는 다른 이와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그러나 그런 바뀐 인생 행로가 이 소설의 중심은 아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다른 소설에 비해 아주) 평탄한 이 소설에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모든 소설은 메시지가 있기 마련이지만, 여기서는 노골적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미 그런 적이 있었다. 『공허한 십자가』에서 사형 제도의 존속에 대해서, 『천공의 벌』에서 핵발전에 대해서 등등. 이 소설 『인어가 잠든 집』에서는 뇌사와 장기 기증의 문제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장기 기증을 서약해야만 뇌사 판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한(뇌사 판정이 난 후 장기 기증을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일본의 제도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할 뿐 아니라(우리나라는 어떤지 모르겠다), 인간에게 생명이 어디까지 존속하고 있는지 봐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인간은 어디까지 살아 있다고 봐야 하는가?

 

정답은 없는 질문이다. 비록 가즈마사와 가오루코 부부는 몇 년의 망설임과 고뇌 끝에 답을 찾았지만, 사실 그게 답일 수는 없다. 그렇게 얻어지는 답이라면 이 세상 거의 누구도 그런 답에 접근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부부의 혼란을 통해서 독자로 하여금 뇌사와 장기 기증의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어떤 캠페인보다도 소설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냥 당위적으로 생각하거나 피상적으로 생각하던 것들이 간접적으로 특정 상황에 놓이게 되고, 이 때 내가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그게 직접 나의 상황이 되었을 때 똑 같은 행동을 하게 될 것이란 보장은 할 수 없지만, 이렇게 고민했던 흔적은 남아 있을 것이다. 문학은, 그래서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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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 역겨운 진실을 마주하다 | 책을 읽다 2019-03-29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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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갈증

후카마치 아키오 저/양억관 역
도서출판 잔 | 2018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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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형사 후지시마는 경찰에서 쫓겨나고 사설경비업체에서 일하는 중이다. 어느 비바람 몰아치는 날 편의점에서 잔인한 살인 사건의 최초 목격자가 된다. 그리고 며칠 후 이혼한 아내로부터 딸이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는다. 딸 가나코를 찾기 위해 가나코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가나코가 자신이 생각하던, 그런 소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잊고 있던 추악한 자기 자신도 만나게 된다.

 

우선 소설을 읽으면서 스토리는 따라가겠고, 나름 상당한 궁금증을 갖고 읽겠는데, 대화 장면들이 매우 헷갈렸다. 둘의 대화 장면에서 이 말이 누구의 말인지 알려면 다시 돌아가서 셈을 헤봐야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말마다 누구의 말인지 적시를 하지 않더라도 말투나 상황으로 알게 되는데, 이 소설은 그게 매우 헷갈린다. 그건 나의 집중력 문제일 수도 있지만, (소설이 독자를 탓하지 말아야 한다는 전제에서 분석한다면) 대화의 톤 같은 게 등장인물 별로 분명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그리고 폭력적인 성관계 장면들을 읽으면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과연 이렇게 가학적인 성관계가 필요한가. 전처를, 비리 형사의 아내를 그렇게 강제적으로 관계를 하게 만드는 것이 소설의 주인공 후지시마의 달에 대한 과거를 설명해주는 장면들이라 할 수 있겠지만 별로 상식적이지도 않고, 또 역겹다(그걸 노렸다면 성공이다). 제목이 갈증” (원제는 끝없는 갈증”)인데, 갈증인가 생각해봤을 때, 그런 류의 갈증인가 싶기도 하다. 그게 주제는 아닌데 말이다.

 

미스터리 소설의 특징 한 가지는 의외성이다. 그 의외성으로 반전을 만들어낸다. 이 소설에서 의외성이라고 한다면 딸이 아빠가 알던 그런 딸이 아니란 게 아니라(그건 너무 초반에 드러났다) 3의 소녀가 왜 그런 일을 하게 되었는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의아한 건 그 딸이 아빠한테 당한 일은 그렇게 충격적인 것이었음에도 그렇게 충격적이지 않게 서술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걸 계기로 삼고, 핑계로 삼은 것은 아닌가 의심될 정도다. 그에 반해 좋아하던 남자 친구의 자살, 자살로 이끌었던 폭력에 대한 분개는 너무도 냉정하고 추악한 복수로 이어졌다.

 

반전도 문제다. 이 소설의 최대 반전은 당연히 맨 마지막 에필로그의 장면이라고 해야 맞는데, 이 반전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매우 불친절하다. 미스터리 소설에서 불친절이란 교묘한 장치에 의한 것이라야 하는데, 여기의 불친절은 그냥 건너뜀이다. 어떤 단서도 없이, 혹은 어떤 단서도 독자에게 제공하지 않고 마지막이라고 그 동안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이가 범인이라는 식의 반전은 소설을 끝까지 흥미롭게 읽어온 독자에 대한 (심하게 말하면) 조롱 같은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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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기 파워문화블로거 3월 미션 | 책읽기 정리 2019-03-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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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기 파워문화블로거 3월 미션


이제 도쿄로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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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와 현대자본주의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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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에서 보내온 과학에 대한 생각들

http://blog.yes24.com/document/11115368


17세기 이탈리아 수녀원에서 벌어진 사건에 관한 기록

http://blog.yes24.com/document/11116554


르네상스 피렌체에서 사라진 소녀들

http://blog.yes24.com/document/11121448


자폐증, 또는 신경다양성의 잃어버린 역사

http://blog.yes24.com/document/11127307


문지방을 넘어가면 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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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는 것들에 관한 푸짐한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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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프, 악마의 무늬에서 유행하는 무늬가 된 역사 

http://blog.yes24.com/document/11136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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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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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는 색, 파랑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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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의 색, 모순의 색, 빨강

http://blog.yes24.com/document/11150443 


곰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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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에게 살해된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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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보통 사람들에 대한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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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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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속에서 꺼낸 세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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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잔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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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우리의 근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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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로 세계를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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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고 찡한 이기호 가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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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주는 이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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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惡意), 혹은 인간의 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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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전형성과 보편성, 문학의 위대함

http://blog.yes24.com/document/11177772


하퍼 리의 『파수꾼』

http://blog.yes24.com/document/11182679 


그녀는 왜 페르시아어를 배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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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목소리 | 책을 읽으며 2019-03-28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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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암 아지디의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장면)은 글쓴이이자 화자인 마리암이 자신의 모국어(사실 그녀에게 모국어라는 것의 의미는 명료하지 않다)와의 화해를 이뤄가는 과정이 아니다. 그 과정은 매우 지속적이고, 연속적이라 쉽게 알아차리기도 힘들다. 그것보다는 그녀의 삼촌이 감옥에서 만난 기자 출신 저명 활동가의 사연이 훨씬 감동적이다. 

 

첫해에는 아주 대단한 기자와 함께 갇혀 있었어. 그 기자가 쓴 글들은 이란 지식인 사이에서 아주 유명했지. 그 사람과 같이 있었다니, 정말 영광이지 뭐야. 그런데 이 사람은 아주 웃긴 버릇을 가지고 있었어.

아침마다 텔레비전을 틀고 매일 똑 같은 만화를 보는 거야. 특별한 것도 전혀 없는 평범한 만화였거든. 매일 아침 넔을 잃고 보더라고. 한 회도 안 빼먹고 <뉴사베의 모험>을 봤어. 뉴사베는 만화 주인공이야.

하루는 왜 매일 그걸 보느냐고 물었어. 그 사람들처럼 유명하고 잘 알려지고 정치신념에 따라 사회운동을 하다가 수감된 사람이 그런 바보 같은 만화를 좋아한다는 게 정말 놀라웠거든. 솔직히 걱정이 되더라고. 그런 집착이 퇴행현상이 아닌가 싶어서 말이야.

기자가 머리를 들고 나를 뚫어지게 보다가 미소를 짓더군.

그리고 뜸을 들이다가 천천해 대답했어.

이건 바보 같은 만화가 아니야. 난 정상이니 걱정 마. 만화에서 뉴사베 봤지? 말을 하는 작은 병 말이야 뉴사베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내 아내야.”

사모님 목소리라고요?”

아내는 성우거든. 아내는 뉴사베 대사를 말하고, 나는 아침마다 아내 목소리를 들어.”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33~34)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마리암 마지디 저/김도연,이선화 공역
달콤한책 | 201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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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를 죽이는 죄" | 책을 읽으며 2019-03-28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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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를 읽기 전 왜 제목이 앵무새 죽이기인지 궁금했다(그에 비하면 『파수꾼』이란 제목은 쉬웠다). 이 제목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 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뭘 따 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 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 거야.”

- 『앵무새 죽이기』 (178)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저/김욱동 역
열린책들 | 2015년 06월

 

파수꾼

하퍼 리 저/공진호 역
열린책들 | 2015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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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왜 페르시아어를 배우는가 | 책을 읽다 2019-03-27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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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마리암 마지디 저/김도연,이선화 공역
달콤한책 | 201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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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이란 반정부 활동을 하던 부부 사이에 한 아이가 태어난다. 1979년 샤 왕조를 무너뜨린 회교 혁명 이후의 일이다. 아이가 여섯 살 때, 아버지가 먼저, 그리고 엄마와 아이가 프랑스로 떠난다. 자유를 찾아서. 아버지의 동생, 그러니까 아이의 삼촌은 감옥에 갇혀 있었다.

 

아이는 프랑스에서 망명자의 가족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프랑스어를 배운다. 집에서는 페르시아어를 써야 한다는 아버지의 원칙에 저항하면서. 그렇게 그녀는 자라고, 프랑스인이 된다. 그러나 그녀는 또한 페르시아어를 잊지 못한다.

 

이 단상 모음 같은 소설을 읽으며 줌파 라히리의 소설들이 생각났다. 그녀는 미국에 정착한 인도인의 정체성을 다루었다. 그런 정체성의 혼란, 내지는 고민이 이 소설에도 있다. 그러나 여기의 갈등은 거의 언어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해가 된다. 언어야말로 한 나라, 혹은 민족의 정체성의 정수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니.

 

중동이라고 쓰는 언어가 똑같지 않다는 것을 안 게 그렇게 오래된 것 같지 않다. 이란과 다른 아랍 국가들의 민족이 다르며, 이란은 페르시아어를, 다른 아랍국은 아랍어를 쓴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상식이 이 소설에서는 별로 의미가 없다. 내 조상이 속하고, 내가 속했던 곳의 언어와 내가 새로이 뿌리를 내려야 하는 곳의 언어 사이의 충돌이니 무척 보편적인 갈등이다. 그런 갈등이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라 망명이라는, 어쩌면 폭력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니 더욱 심각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갈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소설에서 그걸 어떻게 해소해가는지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게 되겠지, 하는 예상을 하면서 읽어서 그런가 그 과정은 자연스럽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미리암(소설에서도 작가 자신의 이름을 쓰고 있다)이 자신의 석사 논문 주제로 비교언어학을 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즉 페르시아어 수업을 다시 찾게 된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 내가 놓쳤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또 하나의 궁금증. 이렇게 자신을 완전히 드러내놓은 소설을 쓰고, 이 작가가 그 다음 작품은 어떤 걸 쓰게 될까? 궁금증이라기보다는 걱정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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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의 『파수꾼』 | 책을 읽다 2019-03-26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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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파수꾼

하퍼 리 저/공진호 역
열린책들 | 2015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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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앵무새 죽이기』는 하퍼 리의 첫 작품이자 유일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2015년 하퍼 리의 작품으로 『파수꾼』으로 발표되었다(옮긴이 공진호에 의하면 『파수꾼』은 전세계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발표되었고, 발표 전에 보안도 아주 철저했다고 한다). 그러나 『파수꾼』은 『앵무새 죽이기』가 나온 뒤 45년이나 뒤에 발표되었지만 『앵무새 죽이기』의 후속작이 아니다. 오히려 『앵무새 죽이기』보다 먼저 쓰여진 작품이며, 따라서 『파수꾼』은 하퍼 리의 처녀작이면서 후속작이고, 또 최후의 작품도 되는 묘한 상황이다.

 

『파수꾼』은 『앵무새 죽이기』의 화자였던 소녀 스카웃(진 루이즈 핀치)가 성장한 이후의 이야기이다(반대로 말하면, 『앵무새 죽이기』는 『파수꾼』의 젊은 여성 진 루이즈 핀치가 스카웃으로 불리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얘기다). 진 루이즈는 남부 앨라배머의 테이콤을 떠나 뉴욕에서 살고 있다. 그녀가 테이콤을 방문하면서 『파수꾼』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테이콤에는 『앵무새 죽이기』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헨리가 등장한다. 진 루이즈와는 사랑과 우정 사이의 관계이며(물론 헨리는 굳건히 사랑이라 믿고 있다), 젬 오빠 제임스는 군대를 제대한 후 동맥혈로 사망했다. 『앵무새 죽이기』에서 젬과 스카웃의 소꿉동무였던 딜은 유럽으로 떠나 방황 중이다(잠깐 헨리가 딜이 아닌가 하는 착각도 했었다). 『앵무새 죽이기』에서 정의로운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는 일흔 둘이 되어 있고, 그 뒤를 헨리가 이을 예정이다.

 

『앵무새 죽이기』이 진 루이즈의 어린 시절 3년 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다룬 반면, 『파수꾼』은 약 열흘 간의 이야기다. 진 루이즈가 테이콤을 방문한 그 열흘 간 무슨 일이 있었는가? 진 루이즈는 그때까지 우상으로 여겨온 아버지 애티커스의 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인간의 평등에 대한 신념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흑인을 변호했던 아버지 애티커스 변호사는, 이제 흑인들의 권리를 제한해야 한다는 모임의 지도자로 변신해 있었던 것이다. 결혼까지 생각했던 헨리도 마찬가지다. 파수꾼이라 여겼던 이는, 그녀가 생각하는 파수꾼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진 루이즈에게도 당황스러웠지만, 독자인 나도 당황스럽다

 

사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애티커스 변호사나 그의 동생이자 진 루이즈의 삼촌 핀치 박사에게 진 루이즈가 저항하지만 승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이 모순적인, 변명 같은 이야기를 단칼에 물리치지 못하고, 저항하기만 할 뿐, 그리고 그냥 그 입장과 내 입장이 다르다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될까? 물론 지금도 애티커스 핀치와 같은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이도 있겠지만, 그게 『앵무새 죽이기』의 애티커스라는 것은 좀처럼 믿기가 힘든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가 쓰여진 것은 흑인민권운동이 들불처럼 퍼져가던 1960년대 초반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말하자면 여기서 다루는 주제는 매우 민감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오히려 주류였다. 아니 지금도 그렇게 비난만 받는 입장은 아니다(오바마 대통령을 낸 나라에서 다시 쓰레기 같은 백인들의 지지로 트럼프가 당선된 걸 보면). 그래서 이 『파수꾼』이라는 소설은 놀랍게도 현재성을 획득하고 만다. 그래서 명작이 아닐 수가 없는 것이다.

 

또한 나는 세대의 갈등을 생각했고, 또 내 아버지를 생각했다. 어쩌면 모든 아버지와 그 자식의 얘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내가 아는 아버지와 실제의 아버지가 같을까?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내 딸과 아들이 생각하는 나는 같을까?

 

하퍼 리는 이 책이 나오고 1년쯤 후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앵무새 죽이기』의 놀라운 성공 이후 세상의 관심을 몹시 부담스러워했다고 한다. 그래서 『앵무새 죽이기』이 후속작으로 내놓기로 했던 『파수꾼』도 출판하지 않았다. 그래도 『파수꾼』이 그녀가 돌아가시기 전에 출판된 게 다행이다. 그녀의 의지도 없이 이 작품이 발표되었다면 뭔가 찜찜했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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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원숭이

로버트 더들리 저/김홍표 역
궁리출판 | 2019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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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우리는 술을 마시고 알코올에 탐닉하는가? 
    당신이 술에 끌리는 자연적이고도 과학적인 이유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일과 후의 술 한 잔! 혼술이든 친구나 가족과 함께하는 술자리든 적당한 음주는 우리에게 힐링과 창조적 영감, 사회적 유대감을 선사해 삶의 여러 면을 유택하게 해준다. 그러나 과도한 음주는 사람 사이에 말다툼을 부르고 음주 운전 교통사고, 가정폭력, 간경화, 조기 사망 등의 부작용을 낳는다. 알코올에 과하게 탐닉하면, 알코올 중독 당사자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 익명의 사람들도 고통을 겪을 수 있다. 알코올과 관련하여 개인 및 사회적으로 치르는 비용은 상당하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심각한 인명 사고로 이어지는 음주 운전을 줄이기 위해 법, 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양날을 가진 칼처럼 즐거움과 고통을 동시에 주는 알코올. 왜 우리는 술을 마시는가? 그것도 많이 먹어서 남용하게 되었을까? 알코올 소비와 중독 문제를 풀기 위해 술이 익어가는 자연의 양조장인 열대 우림에서 맥주, 포도주, 증류주, 발효주 등 다종다양한 대량의 술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슈퍼마켓까지 누비며 써내려간 진화생물학자의 알코올 이야기.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통합 생물학 교수이자 파나마 스미스소니언 열대연구소 연구원인 로버트 더들리가 연구실과 열대 우림을 오가며 알코올 소비와 알코올 중독의 생물학적?진화적 기원을 탐구한 결과를 담았다.

    추천평 

    환상적인 책이다. 진화적 관점으로 알코올과 알코올 중독을 주시하는 더들리의 시도는 가히 혁명적이고 도전적이다. 그는 냉철한 분석과 확고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가 결코 알지 못했던 진화 이야기를 그려낸다. 알코올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달디 단 과일과 효모 그리고 우리 유인원 조상 사이에 복잡하게 얽힌 공진화의 현장이 곧바로 펼쳐진다. 
    - 산도르 엘릭스 카츠 (『발효의 예술』 저자)

    알코올의 좋고 나쁨에 대한 현재 의학의 패러다임을 가볍게 뛰어넘으며 보다 심오한 이야기 속으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새롭고 혁명적이다. 
    - 패트릭 맥거번 (『술의 세계사』 저자 )

    미생물의 생애와 식물 그리고 동물이 뒤얽혀 펼치는 알코올의 자연사에 관한 아름다운 글이다. 광범위한 생물학적 내용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면서 알코올 탐닉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 해럴드 맥기 (『음식과 요리』 저자) 

    탄탄한 구성, 유익한 정보, 알기 쉽고 상세한 이 책의 서술은 훌륭한 과학적 글쓰기의 본보기다. 
    - 「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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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전형성과 보편성, 문학의 위대함 | 책을 읽다 2019-03-25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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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저/김욱동 역
    열린책들 | 2015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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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문학 작품이 위대하다는 얘기를 듣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위대하다는 재미있다훌륭하다 등의 수준과는 다르다그럼 문학이 위대하다는 건 무얼 의미하는 걸까나는 전형성과 보편성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작품이 다루고 있는 시대와 공간을 대표할 수 있는 전형성이 담겨져 있고시대와 장소를 넘어서는 보편적인 가치를 표현할 때 비로소 작품은 위대할 조건을 갖추게 된다고 본다바로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처럼.

     

    스카웃(진 루이스 핀치)의 오빠 젬(제임스 애티커스 핀치)이 열세 살 무렵 왼쪽 팔이 부러졌다『앵무새 죽이기』은 스카웃이 오빠의 팔이 부러지기 3년 전부터 팔이 부러질 때까지를 회상하고 있다거기에는 변호사이자 주의회 의원인 아빠 애티커스 핀치의 고뇌와 멋이 있고오빠와 스카웃의 성장이 있었고딜과의 우정이 있었다그리고 사건이 있었다그 사건은 인간이 다른 인간을 그토록 편협하게 바라볼 수 있고파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그런 사건은 많았다모두 기록되지도 않을 만큼남북 전쟁 이후 노예 제도는 없어졌지만흑인에 대한 차별(차별이라는 표현은 너무 얌전하다)은 여전했다분명해 보이는 진실 앞에서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고또 교도소에서 살해당한다이 과정을 어린 스카웃은 지켜보면서 성장한다또 다른 숙녀의 모습으로.


    『앵무새 죽이기』는 하퍼 리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이다최근까지도 유일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파수꾼』을 내기 전까지). 이 한 작품으로 하퍼 리는 위대한 작가가 되었다. 1930년대 앨라배마 주의 작은 마을 메이콤에서 스카우트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한 소녀와 그 주변에서 3년 간 일어난 일을 회상하며 쓴 이 소설은 1930년대의 미국 남부의 분위기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그 시대와 그곳을 겪지는 않았지만대공황이 휩쓸고 간 미국 남부의 황량하면서도 인정이 남아 있는 분위기그러면서도 날카로운 대립의 현장이 『앵무새 죽이기』를 읽으면서 선연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앵무새 죽이기』는 그 시대와 그 장소만을 알 수 있게 하지 않는다메이콤이라는 마을 넘어서 앨라배마 주로 대표되는 미국 남부그것을 넘어서 미국 전체그리고 더 넘어서서 전세계의 보편적인 이야기를 한다또한 1930년대만이 아니라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보편적인 가치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이 소설은 분명 한 작가의 어린 시절에 대한 자전적인 회상이지만그게 인종과 계급나이성 등 인류가 보편적으로 대립해온 문제에 대해 다룬다그것도 매우 감동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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