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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땅 희미한 맥박을 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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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 
ena님! 우수리뷰 선정되신 거 축하.. 
저도 이과를 선택해서 이공계열 대학을.. 
우수리뷰 선정 축하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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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 의 전체보기
바닥에 앉아 먹는 문화와 식탁에서 먹는 문화 | 책을 읽으며 2019-09-3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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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네 레제피와 크리스 잉 등의 《음식의 말》이란 책을 읽는다.

웬델 스티븐슨이 쓴 <포크를 잡는 법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라는 글에서 《식사 예절》이란 책의 저자인 마거릿 비서가 한 말을 옮긴다.

바닥에 앉아 식사하는 사람들은 한 그릇에 담긴 음식을 나눠 먹어요. 식탁에 앉아 먹는 사람들은 개인 접시에 음식을 담아 먹지요. 전자는 집단적이고 후자는 개인적이에요.”

 

너무 단순화한 것 같고, 꼭 그럴까 싶기도 하지만, 재미있는 파악이다.  



음식의 말

레네 레제피,크리스 잉 등저/박여진 역
윌북(willbook) | 2019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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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파워문화블로거 미션 정리 | 책읽기 정리 2019-09-27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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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파워문화블로거 미션 정리

 

"우리는 모두 예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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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에 관한 역사, 혼란스러움과 위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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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묻힌 거짓말》, 숨막히는 전개, 찜찜한 끝맺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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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에 대한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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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티푸스 메리(Typhoid Mary)'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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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팔이 의사 존 R. 브링클리가 지금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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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통해 역사를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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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세계사의 주연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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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와 인류의 역사

http://blog.yes24.com/document/11614619

 

바다의 역사와 새로운 비전

http://blog.yes24.com/document/11618729

 

《밤의 양들 1》, "무언가를 알아버렸다는 사실이 두렵다"

http://blog.yes24.com/document/11619647

 

예수의 마지막 주일의 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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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시간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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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세계에 대한 질문으로서 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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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본의 근세를 얼마나 알고 있나

http://blog.yes24.com/document/11629509

 

검은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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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폭력 검은 저항, 그런데 우리 안의 KKK 어쩔 것인가

http://blog.yes24.com/document/11637796

 

나치의 자식들은 어떻게 살아갔을까? 

http://blog.yes24.com/document/11638976

 

데이터를 지혜로 만들기 위해

http://blog.yes24.com/document/11641317

 

역사는 너무도 중요하기에

http://blog.yes24.com/document/11644007

 

자유를 향한 처절한 몸부림, 지하철도

http://blog.yes24.com/document/11648146

 

인류 최후의 날,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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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후의 날, 그 이후 | 책을 읽다 2019-09-2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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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1구역

콜슨 화이트헤드 저/김승욱 역
은행나무 | 201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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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에 의해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좀비로 변해버리고, 그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한 각고의 투쟁. 너무 많이 봐왔다. 특히 영화로. 그래서 너무 진부하고, 너무 뻔한 소설일 수도 있다. 그런데

 

뭔가 다르다.

마크 스피츠라고 불리는 한 사내(애칭인데, 이 수영 영웅의 애칭을 가진 이 사내는 정작 수영을 하지 못한다)의 사흘 동안의 행적을 다룬 이 소설은 그냥 재난에 관한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황량하고, 너무나도 쓸쓸하다.

 

원인을 모르는 감염(세균일까, 바이러스일까, 직업적으로 관심이 가지만 소설에서는 밝히지 않는다)으로 인한 최후의 밤이후 살아남은 이들을 중심으로 재건 작업이 이루어진다. 배경은 뉴욕 맨해튼 - 이 배경 자체가 굉장히 은유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데, 현대 문명이 가장 고도로 발달되었던 바로 그 자리에서 벌어지는 종말에 대한 설정이기 때문에 그렇다.

 

감염된 자들을 수색하고 처리하는 임무를 받은 마크 스피츠는 너무나도 평범한 이다. 공부를 열심히 해도 B, 하나도 하지 않더라도 B 학점을 받는, 어디서도 뛰어나지도 않고, 뒤떨어지지도 않는 딱 중간에서 왔다갔다하는, 말하자면 전형적인 인물이다. 안전구역인 1지대에서 동료들과 작업을 하면서 그가 살아온, 아니 살아나온 시절을 되돌아본다. 그 회상과 현재 시점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말하자면 현대 문명에 대한 신랄한 애도다. 언젠가는 그런 상황이 전개되리라는, 아니 그런 똑 같은 상황이 아니더라도 현대 사회 자체가 그런 상황이 아닌가 하는. 감염된 이가 살아 있는 이들의 살점을 뜯어먹고, 또 일부는 움직임을 멈춘 채 영원히 자신의 자리에서 고정되어 있는 붙박이 망령, 보자면 지금도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이들이다. 아니 거의가 그렇다. 현대 문명은 그렇게 좀비들이 들끓고 있다. (그러나 소설은 한번도 좀비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 않다. 여기의 망령과 해골 들은 감염된 자들이지 좀비가 아니다.)

 

콜슨 화이트헤드는, 말하자면 미리 문명의 종말을 쓰고 있는 게 아니라, 지금이 종말이라고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문장은 매우 다듬어져 있고, 사색적이다. 사실 그래서 쉽게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게 이 소설이 쉬운 종말론 소설이 아니란 증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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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향한 처절한 몸부림, 지하철도 | 책을 읽다 2019-09-2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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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저/황근하 역
은행나무 | 2017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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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희망이라는 단어는 존재했을까?

언젠가 마음 속에 들어온 그 꿈을 잊지 못하고, 그 꿈을 향해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지만 다다른 곳은 꿈 속에 그리던 곳이 아니었다. 아니, 어떤 것이 존재하는지 몰랐기에 상상할 수도 없었던가.

 

노예로 끌려온 할머니 아자리, 노예로 살다 탈출해 성공한(그랬던 것으로 알려진) 메이블, 그녀의 손녀, 그녀의 딸 코라는 오직 자유로운 세상을 향해 몸을 내던진다. 자유롭다고 생각했던 곳에 다다랐지만, 그곳은 전혀 자유로운 것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기만적인 곳이었다. 또다시 탈출. 그곳은 더한 폭력이 난무하는 곳이었고, 다시 탈출하여 다다른 곳은 그곳에 모인 이들은 자유롭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역시 백인들의 폭력 속에 쉽게 허물어질 곳이었다.

 

지하철도는 존재했다. 비록 사물로 존재하지 않았지만, 수많은 흑인들과 백인들이 피와 땀으로 일군 레일로드(railroad)는 존재했다. 콜슨 화이트헤드는 이 소설에서 지하철도를 실재했던 것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렇게 바꾸어 놓았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없다. 역과 역 사이를 목숨을 걸고 내달리는 걸음이나 선로의 기차나 별 다를 바는 없었다.

 

21세기도 한참을 지나 발간된 이 소설이 왜 의미를 지니고, 또 퓰리처상이라는 영예까지 얻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남북전쟁 이후 노예제가 공식적으로 폐지된 지 150년도 더 지났지만, 바톨레티의 《하얀 폭력 검은 저항》에서 보듯이 남부는 여전히 저항하고 있었고, 공공연하게 흑인들에 폭력을 저지르고도 무사했으며, KKK는 여전히 활개를 쳤다. 의아했던 것이 노예 해방이 있고도 1960년대의 민권운동이 왜 벌어졌으며, 왜 그렇게 위험한 운동이었는지에 관한 것이었는데, 사회의 변화는 매우 느렸고, 오히려 퇴행적이기도 했던 것이다.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선출되기도 했지만, 하버대교수가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흑인이 침입하는 것으로 오인한 이웃이 신고하고 경찰이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여전히 현재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래서 의미 있게 읽힐 수 있는 것이다.

 

코라의 여정에는 무수한 죽음이 함께 했다. 흑인만이 아니라 백인도 함께 희생되었다. 한 사람의 자유에 이렇게 많은 이의 희생이 뒤따른다니, 때론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자유는 그만큼 핏빛 서린 것이고 소중한 것이다. 비록 우리가 흑인은 아니지만, 현재 우리가 누리는 자유 역시 그런 피의 과정을 통과한 것이고, 그만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작가는 코라의 여정을 마무리짓지 않았다. 그녀가 어떻게 살았고, 그녀의 후손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여전히 탈출을 감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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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투성이 과학 | 책을 읽으며 2019-09-2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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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에서 가져왔습니다. 


[논문 밖 과학읽기] 

구멍투성이 과학 (스튜어트 파이어스타인 저, 김아림 역/ 리얼부커스)

오피니언  LabSooniMom (2019-09-23 10:23)


학회나 출장을 가기 전에는 항상 바쁘다. 적어도 일주일을 자리를 비워야 하니 해결해야 하는 일들과 이미 예정되어 있는 실험들을 마무리 지어야 하니 더 바쁘다. 7월 말, 학회를 가기 전엔 우리 팀과 외부의 다른 기관과의 공동 실험을 시작하고 가야 했다. 그렇게 처음 계획했던 것처럼 계획에 맞추어서 모든 일이 딱 들어맞으며 좋으련만, 비행기를 타고 남반구에 도착해서 날아오는 이메일들은 무언가 잘 못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출장에서 돌아오니 이미 우리 팀 연구원들과 외부팀 연구원들 사이에 주고받은 이메일은 날이 서있었다. 직접적으로 ‘네 탓이야’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는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땅에 과학이라는 학문은 결코 돈 없이 할 수 없듯이 꽤 큰 꿈을 안고 꽤 많은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 앞에서는 누구나 들인 돈(연구비)을 생각하고 누구나 내가 아닌 누군가를 마음속으로 손가락질한다. 


컬럼비아대 생물학과 교수이자 학장인 스튜어트 파이어스타인은 [구멍 투성이 과학]에서 과학자들이 겪는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랩 미팅 현장을 상상해보자. 보통 랩에서 일주일 혹은 이주일에 한 번씩 랩 미팅을 하고 순서를 정해서 자신들의 결과를 프레젠테이션하기도 한다. 자신의 랩 미팅 발표가 있으면 일주일은 ‘실험 전폐’하며 발표 준비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폭풍 실험’으로 비어있는 슬라이드를 채우기 위해서 바쁘다. 또 누군가는 성공한 실험 데이터로 멋들어지게 슬라이드를 채운 이들이 있는가 하면, 결과가 아닌 ‘진행 중’ 혹은 ‘계획’이란 말로 그 순간을 모면하려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파이어스타인은 이런 랩 미팅에서 ‘실패’를 드러내 놓는 이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자신을 한 번 되돌아보자. 정말 한 번도 실험에 실패한 적이 없는가 말이다. 나의 경우를 돌아보니 새로운 바이러스를 분리하기 위해 수개월의 시간을 쏟아부었지만, 맹탕 미디어 밖에 없었을 때도 있었고, 어렵게 얻은 샘플을 고이 염색했건만 컴컴한 어둠 속에서 형광을 찾아 헤매었던 때도 있었다. 공을 들여 직접 마우스에 접종까지 하며 만들었던 단일클론 항체는 내가 원하는 단백질이 아닌 다른 단백질에 대한 항체만 뿜어냈었고, 구하기 어려운 샘플로 간신히 RNA 뽑아서 돌린 NGS는 시그널이 불안정해 데이터를 쓸 수 없었던 적도 있었다. 크고 작은 실수와 실패를 값비싼 시약과 더 값비싼 시간과 날려 버렸던 것이 어디 이 것뿐이겠는가. 


파이어스타인은 이런 과학자의 실패는 과학자가 얼마나 헌신적인지를 알 수 있는 시험대이기도 하다고 이야기한다. 랩 미팅이나 동료 연구자 혹은 PI에게 실패를 고백하고 함께 생각하고 다시 길을 찾아나가는 것, 그것이야 말로 과학자들이 함께 연구하며 진실성과 용기를 배워나가는 시간인 것이다. 실패는 세렌디피티(우연한 행운)로 성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부지런한 실패를 통해 발전하고, 되돌아보고, 또 나아갈 수 있는 성공의 밑거름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루이 파스퇴르의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는 말을 이렇게 바꾸었다. “실패도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


과학 기술의 전쟁이나 마찬가지였던 2차 세계 대전이 끝날 무렵, 루스벨트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과학 고문 바바라 부시는 방어와 공격을 위한 과학 연구를 평화로운 시대를 위한 창의력으로 전환하고자 했다. 그는 [과학, 끝없는 프런티어]라는 보고서를 통해 과학 연구를 정부의 주도로 만드는 구조를 선택했다. 경제 발전, 교육, 복지 등 사회에 대해 과학이 갖는 가치를 국가의 책임으로 정의했다. 그래서 과학에 세금을 들이는 일은 이 사회 전체를 위한 투자일 뿐 아니라 국가 구성원들의 삶을 위한다는 암묵적 인식을 갖고 있다. 한국의 보건복지부와 같은 역할을 하는 미국의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 (HHS)는 이름 그대로 국민을 위한 건강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HHS 산하의 국립보건원(NIH)의 지원금은 과학자들이 과학자적인 호기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기초연구보다는, 인류의 건강과 직결되는 분야로 편향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NIH를 비롯한 여러 미 정부 기관에서는 ‘혁신 지원금 (innovation fund)’를 선정해 지급하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지급된 NIH 지원금 중 혁신 지원금에 해당하는 연구는 78 개로 약 1.5% 밖에 되지 않는다. 저자는 왜 ‘위험이 높지만 영향력이 큰’이러한 연구에 지원하는 이유와 그 비율이 1.5% 밖에 되지 않는 것을 비판하지 않는다. 반대로 왜 98.5% 의 연구비가 ‘예측 가능하고 평범하며, 성공할 확률이 높지만 영향력은 아주 적은 연구들’을 지원하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 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국가적 주도가 된 과학 정책은 과학의 일상인 실패를 담아둘 곳을 찾지 못했다. 과학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게 만들기 위해서 성공에 자금을 대는 대신 실패, 또는 실패할 잠재력에 자금을 지원해야 하며, 과학 연구 지원에 시장 모델을 도입해 연구자들에게 ‘성공’만을 기대하는 것이 아닌 ‘합리적인 기대’를 하고, 창의적 사고를 할 정도의 실패에 대한 여유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연구비를 받기 위해 이미 반 이상 진행 중인 연구에 대한 지원서를 쓰거나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분야로의 전환하거나, 학연과 지연에 따른 급조된 네트워크를 구성해 정부의 눈먼 돈을 쫓아가는 행위는 이제는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망한 실험’은 몇 시간의 토론 끝에 깨끗하게 포기하기로 했다. 그 실험에 사용했던 동물들은 수의사에게 이야기해 다른 부서의 프로젝트나 동물실험교육을 위해 써 달라고 전환 신청을 했으며, 우리 팀의 문제점과 외부기관의 문제점을 찾기 위해 거꾸로 하나씩 짚어가고 있다. ‘망한 실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이 모든 행위가 ‘과학’이 되기 위해 열심히 달려 나가야 하는 이유가 생긴 것이다. 


지금의 과학 교과서에 담긴 내용들과 의약품, 치료제, 백신 등으로 우리 앞에 있는 것들의 그 처음은 ’ 실패’라는 ‘구멍 투성이 과학’이 이룬 성공’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과학은 대단한 보물이며 엄청나게 매력적인 모험이다. 과학을 위한 최선의 환경은 민주주의이고 최악의 환경은 제국의 통치를 받는 상태다. 이 사실만으로도 우리가 과학에 가치를 부여하는 이유를 알 수 있으리라. 과학은 세대를 넘나들기 때문에 이전 세대의 문 앞까지 도달했다가도 후속 세대까지 이를 수 있다. 과학은 국제적이라 어디서든 작업할 수 있고 그 결과는 어디서든 유효하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과학이 엘리트나 특별한 집단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  (스튜어트 파이어스타인)


구멍투성이 과학

스튜어트 파이어스타인 저/김아림 역
리얼부커스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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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철도 | 책을 읽으며 2019-09-2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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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캠벨 바톨레티의 《하얀 폭력 검은 저항》을 먼저 읽으면서도 예전에 골라 책꽂이에 꽂아 둔 콜슨 화이트헤드의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를 떠올리지 못했었다. 이 소설의 제목을 우리 말로 옮겨 놓았거나, 나 스스로 옮겨 생각했다면 달라질까? 바로 첫 페이지를 읽으면서 다시 《하얀 폭력 검은 저항》을 꺼내 확인했다.

 

대부분이 독실한 신앙인이었고 남북전쟁 이전부터 노예제도에 반대했던 노예 폐지론자들, ‘지하 철도조직의 에 해당하던 마을 출신이 많았다.” (153)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가 바로 지하 철도란 뜻이니, 같은 얘기인 셈이다.

여기에 옮긴이가 덧붙인 각주를 읽으면 이 소설이 무엇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지 좀더 분명해진다.

“’지하철도19세기에 노예주에서 살고 있는 흑인 노예들을 다른 주나 캐나다로 탈출시켰던 비밀 조직이다. 실제로 기차나 철로를 이용하지는 않았고 흑인 노예의 탈주를 도우면서 차장’(안내자), ‘’(은신처, 중간 대기 장소), ‘소포또는 화물’(탈출하는 사람), ‘노선’(탈출로), ‘수송과 같은 철도 용어를 은어로 사용했기 때문에 철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물론 소설은 이 몇 줄의 설명을 뛰어넘을 것이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저/황근하 역
은행나무 | 2017년 09월


 

하얀 폭력 검은 저항

수전 캠벨 바톨레티 저/김충선 역/오찬호 해제
돌베개 | 2016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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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너무도 중요하기에 | 책을 읽다 2019-09-2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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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현대사 몽타주

이동기 저
돌베개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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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사람들의 핏빛 절규와 집단적 참화의 연속이었다역사는 한편으로 끈질긴 인간적 가능성과 저항의 결기로 찬연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문명 단절과 생명 파괴의 굴곡으로 비틀거렸다특히 20세기 현대사는 지구 곳곳에서 처참한 정치 폭력과 국가 범죄 및 이에 맞선 파릇한 인간적 고투로 넘쳤다역사에 대한 개념적 이해도 이젠 폭력과 고통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중심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384)

 

이동기는 현대사즉 20세기의 역사를 다루면서 이 세기를 관통하는 전쟁과 폭력냉전을 주제로 삼고 있다(그의 전공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역사 이해에 대한 중심을 주로 역사 행위자로서의 사람에 두고 있다역사의 행위자를 중심에 놓는 것은 역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 전쟁이나 냉전이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었다는혹은 필연적인 것이었다는 사후적 인정에 그치지 않겠다는 태도이기도 하고어떤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인식의 출발점이기도 하다그래서 20세기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 대해서도 전쟁을 일으키고 참전한 열강의 지도자들의 책임을 강조한다이를테면 1차 세계대전에 대해서 쓰면서 이 전쟁이 제국주의 간의 경쟁에 의한 필연적인 결과만으로 보지 않고그런 모순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막을 수 있는 기회가 무수히 있었음에도 각국의 지도자들의 역량 부족 등으로 일어났다고 보고 있다.

 

또한 역사에서도 우리가 지금까지 무시하거나 외면했던 역사를 많이 소개한다이를테면 2차 세계대전에 대해서도 흔히 하듯이 전쟁의 발발에 대한 독일 나치의 책임이라든가영국-독일-소련 사이의 모순적인 태도 등을 주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전쟁이 끝난 이후 해방이라는 사건 이면에 벌어졌던 추악한 역사를 고발한다그런 역사에 대한 서술은 1968년으로, 1989년으로 이어진다.

 

그런 역사의 행위자로서 사람을 주로 다루는 관점은 2부의 폭력과 책임’ 부분에서 두드러진다전범 재판에서 아렌트를 절묘하게 속인 아이히만에 대해서 쓰면서는 악의 평범성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또한 작은 나치들의 책임을 묻는다그러면서 숫자로서는 적지만 유대인을 적극적으로 구해낸 역사의 의인들을 찾아낸다이는 나치의 반인륜적인 범죄가 단지 지도부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힘들지만 거부하고 다른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그리고 지금 일본과의 관계에 대한 시사점을 줄 수 있는 과거에 대한 배상 문제도 적극적으로 이야기한다독일이 어떤 식으로 전쟁과 폭력에 대한 배상을 했는지를 보면일본의 행위가 얼마나 기만적이고 참담한 것인지를 비교해볼 수 있다.

 

1970~1980년대 민주사회주의의 삼총사독일의 브란트스웨덴의 팔메오스트리아의 크라이스키에 대한 얘기 역사 역사 행위자로서의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한번도에 사는 우리에게는 낯선 인물일 수도 있는(빌리 브란트를 제외하고는 잘 다루지도 않는다이들을 통해서 정치가가 어떤 인물이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몽타주라고 해서 역사의 장면을 보여주는 데 급급하지 않는다역사란 무엇이고역사를 기술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으며역사 교육은 어떠해야 하며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은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힘들여 강조하고 있다. 5부의 기억과 전승은 그래서 조금은 지루한 면이 없지 않지만저자가 역사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소중한 부분이기도 하다왜 역사 국정교과서가 모순된 것인지역사를 독점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위험한 시도인지(왼쪽이나 오른쪽이나), 현대사 공부를 통해서 어떤 역사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역사는 너무도 중요하다그래서 우리는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제대로 공부해야 하고제대로 배워야 한다또한 스스로 역사를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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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를 지혜로 만들기 위해 | 책을 읽다 2019-09-2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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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데이터를 철학하다

장석권 저
흐름출판 | 201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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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는 이제 완전한 대세가 되었다. 이 흐름을 허상이라는 부인이나, 그것에 의해 이루어지는 세상이 옳으냐, 그르냐에 대한 논쟁은 이제 소용이 없다. 단순한 흐름도 아니고,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거대한 파도가 되어 다가온다.

 

그런데 빅 데이터를 얘기하기 전에, 데이터가 뭐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데이터가 정말 무엇인지를 얘기하라면 말문이 쉽게 트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 데이터란 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 것인지에까지 다다르려면 더더욱 쉽지 않다.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은 내가 알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빅데이터는커녕 데이터의 시대에도 제대로 헤엄쳐 나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장석권 교수의 《데이터를 철학하다》는 바로 현대를 살아가야 할,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제대로 살아가야 할 이라면 알아야 할 데이터에 대해서, 그 데이터의 의미와 활용에 대해서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다.

 

우선 데이터가 무엇인지부터 설명한다. 데이터를 사물, 현상, 사건, 인간관계 등 모든 것에 대한 관찰 기록이라고 정의한다. 이렇게 정의하지만, 데이터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의미를 지니는 객관적인 것은 없다(“데이터는 보고 싶은 대로 보인다”). 데이터는 계층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불확정성을 지닌다. 그래서 이 데이터를 누가 어떻게 가공하고 활용하는가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누구에게는 단순한 사실들의 나열, 정보의 집적일 뿐일 수 없지만, 다른 이에게는 귀중한 자원이 되어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지닌 게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정보, 데이터가 힘이 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정보, 데이터가 가치를 지니게 되는 상황, 조건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정보의 지도를 그리는 법, 그것을 통해 숲을 보는 법을 알려준다. 정보를 탐색하는 네 가지 방법을 이야기하고(스캐닝, 모니터링, 개관, 연구), 정보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 즉 희소성, 비대칭성을 이해해야 하며, 가치를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리고 데이터를 활용한 지능의 미래를 탐색한다. 인식, 분석, 검증, 추론, 예측, 판단과 의사 결정의 단계를 통해 제대로 된 판단과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런 인식과 과정을 통하여 데이터를 지혜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지만,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최악을 대비하는 태도를 지니는 것이다. 국가든, 사회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마찬가지다. 거대한 흐름에 낙오하지 않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속성과 가치를 파악하고 그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는 뜻이다.

 

하나의 주제로 좁혀지면서 강조하는 서술 방식이 아니라 조금은 어수선한 느낌도 들고, 개인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주장도 없지는 않지만 현대 사회에서 데이터라는 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그것을 활용하기 위해서, 그리고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게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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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포드의 법칙 | 책을 읽으며 2019-09-2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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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포드의 법칙(Benford’s law)

 

미국의 천문학자인 사이먼 뉴컴(Simon Newcomb) 1881년 저명한 수학 저널 《미국수학저널 American Journal of Mathematics》에 두 장 짜리 논문을 발표한다.

내용인즉, 당시 과학자들이 많이 사용하던 로그 함수 책을 보니, 유난히 1로 시작되는 앞부분 페이지가 빨리 닳더라는 것이다. 이 현상에 호기심을 가지고 들여다본 뉴컴은 자연에 존재하는 수들의 첫 자리가 1 또는 2일 확률이 상대적으로 다른 수에 비해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로그 함수 책에서 1로 시작되는 부분이 빨리 닳는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중략)

50년쯤 지났을까? 제너럴일렉트릭(GE)에 근무하던 물리학자 프랭크 벤포드(Frank A. Benford)가 이 문제를 깊게 들여다보게 된다. 그는 실제로 다양한 소스로부터 2 229개의 숫자를 수집한 후, 그 첫 자리가 무슨 수인지를 세어 보았다. 그 결과, 1 30.6퍼센트, 2 18.5퍼센트, 3 12.4퍼센터, 4 9.4퍼센트 등 그 빈도가 점차 작아져 마지막 9 4.7퍼센트에 불과함을 확인했다. 자연에서 발견하는 수의 첫 자리 숫자별 분포가 1 30퍼센트에서 시작해서 점차 이렇게 줄어드는 법칙은 나중에 그의 이름을 따서 벤포드의 법칙이라고 명명되었다.”

- 장석권, 《데이터를 철학하다》 (258)

 

이 취미 생활 중 발견한 법칙 같지 않은 법칙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장석권 교수는 바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1993년 미국 애리조사 주 공무원인 웨인 넬슨이 200만 달러를 횡령하려던 사건인데, 그가 특정 업체에게 물품 대금을 지급하도록 수표를 23장 발급했는데, 수표에 적힌 금액을 보니 23장 중 21장의 수표 첫 자리가 7, 8, 9였다는 것이다. 벤포드의 법칙에 너무나도 어긋난 것이다. 그래서 의심을 받은 넬슨은 조사를 받았고, 결국 그 수표가 자신의 계정으로 지급된 사실이 발각되었다고 한다.

 

정답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짜를 식별하는 어려운 과제는 이렇게 수학의 법칙을 바탕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법칙이 벤포드의 법칙이라고 명명된 것은 또 다른 법칙, ‘스티글러의 법칙이 적용된 예라고 할 수 있다. ‘최초의 발견자는 외면받는다’ (http://blog.yes24.com/document/8246693)



데이터를 철학하다

장석권 저
흐름출판 | 201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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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의 자식들은 어떻게 살아갔을까? | 책을 읽다 2019-09-2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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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치의 아이들

타냐 크라스냔스키 저/이현웅 역
갈라파고스 | 2017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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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아버지가 반인류적 범죄로 처형 받고 오래도록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자식은 어떨까? 자식들은 어떤 삶을 살아갔을까?

《나치의 아이들》은 이런 질문에서 시작한다.

 

나치의 고위직을 지내고 위세를 부리다 전범으로 처벌받거나, 자살, 혹은 끝까지 숨어 살았던 이들, 다음과 같은 이들이다.

홀로코스크의 설계자 하인리히 힘러,

제국 원수 헤르만 괴링,

히틀러의 후계자 자리까지 올랐던 루돌프 헤스,

폴란드 크라쿠프의 백정이라 불렸던 한스 프랑크,

히틀러가 유언으로 자신의 뒤를 잇는 총리로 임명했던 마르틴 보어만,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소장 루돌프 회스,

히틀러가 열광했던 악마의 건축가 알베르트 슈페어,

생체실험으로 죽음의 천사라 불렸던 의사 요제프 멩겔레.

아마 그 이름만으로도 무시무시한 이들이었다.

이들이 몰락하고 난 후 이들의 자녀들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졌을까? 그리고 어떻게 살아갔을까?

 

자신의 아빠에 대한 태도는 다양했다.

누구는 아빠의 반인륜적 범죄를 부인하거나, 심지어 국가사회주의의 이상을 지금도 옹호한다(힘러, 괴링의 딸들이 그렇다).

누구는 모든 죄를 히틀러에게 전가하면 자신의 아버지는 그냥 실행만 했을 뿐이라고 항변하고,

누구는 아버지의 행위가 분명하게 단죄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여긴다.

 

이런 다양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공통점은 있다. 모자랄 것 없는 공주님, 왕자님으로 살아가면서 어렴풋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짐작하고 있었음에도 대체로는 잘 몰랐다고 변명하지만, 결국은 혼란을 느끼고 절망한다는 점이다. 그 혼란과 절망은 어떤 성격인가에 대해서도 역시 자녀들마다 다르다. 자신 아버지의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충격을 받고 혼란을 느끼고 절망하기도 하지만, 아빠의 몰락과 죽음이 어떤 음모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혼란과 절망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공통점과 다양한 태도는 독일인들이 과거에 대해 바라보는 자세와도 관련이 있는데, 실제로 그들의 태도는 나치 시대 독일에 대한 독일인들의 다양한 태도와도 어쩔 수 없이 닮아 있다.

 

부모의 죄를 자식에게까지 전가하는 것은 물론 잘못된 일이다. 자식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를 파악할 수는 없다. 그래서 많은 학교에서 그들의 자식들을 교육하는 것을 거부하는 상황이 생겼었고, 또 사람들마다 그들의 성()을 듣고는 멀리하게 된다. 나라면 어떠했을까 생각해보면, 그렇게 반가운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라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그래서 제대로 살아야 한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물론 그게 마음대로 쉬운 일이 아니란 것도 깨닫는다).

 

사실, 이 책이 나치의 자식들에 대해 쓴 책이라고는 하지만, 적지 않은 분량이 그들의 자식이 아니라 바로 그 나치들의 삶, 2차 대전 이후의 행보를 다루고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어쨌든 그 나치들의 삶이 그 자식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정하든, 무시하든, 단죄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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