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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에 읽은 책들 | 책읽기 정리 2020-10-31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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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해졌다. 아직 두 달이나 남았는데 한 해를 조금씩 마무리해가는 느낌마저 든다.

10월은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 조건에 있기도 했고, 그렇지 않은 조건에 있기도 했다.

읽은 책을 꼽아보니 모두 22권이다.

그래도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 환경에 있을 때 많이 읽어둔 덕분이다.

 

제목

지은이

출판사

지식인의 두 얼굴

폴 존슨

을유문화사

작고 거대한 것들의 과학

김홍표

궁리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

정준호

후마니타스

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예수는 왜 죽었는가: 신화가 아닌 역사

빌 오라일리, 마틴 두가드

문학동네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민음사

언던 사이언스

현재환

뜨인돌

별별 생물들의 희한한 사생활

권오길

을유문화사

이윽고 슬픈 외국어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

전란으로 읽는 조선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글항아리

뇌물의 역사

임용한, 김인호, 노혜경

이야기가있는집

유러피언

올랜도 파이지스

커넥팅

페르시아 전쟁

톰 홀랜드

책과함께

루비콘

톰 홀랜드

책과함께

다이너스티

톰 홀랜드

책과함께

험블파이

매트 파커

다산사이언스

이슬람 제국의 탄생

톰 홀랜드

책과함께

도미니언

톰 홀랜드

책과함께

차일드 인 타임

이언 매큐언

한겨레출판

스위트 투스

이언 매큐언

문학동네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

키트 예이츠

웅진지식하우스

과학과 계몽주의

토머스 핸킨스

글항아리

 

이렇게 목록을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건 톰 홀랜드의 책 다섯 권을 읽은 것이다. 톰 홀랜드라는 저자 자체를 몰랐지만, 과감하게 맘을 먹고 다섯 권을 연달아 읽었다(대체로 다른 경우에 한 저자의 책을 한꺼번에 읽게 되는 건, 책을 한두 권 읽고 마음 먹는 경우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두 권 읽었고, 이언 매큐언의 책도 두 권 읽었다(이건 조금 다른 상황인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은 이미 번역되어 나온 지 오래된 것들이고, 이언 매큐언의 것은 처음 쓰여진 시기와는 상관없이 국내에 번역된 건 두 권 모두 올해다).

과학 관련한 책으로는 김홍표 교수의 <작고 거대한 것들의 과학>, 정준호 박사의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이건 두 번째 읽은 것이다), 현재환의 <언던 사이언스>, 권오길 선생님의 <별별 생물들의 희한한 사생활>, 매트 파커의 <험블 파이>, 키트 예이츠의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 토머스 핸킨스의 <과학과 계몽주의>.

 

읽은 책들에 대해 다시 평점을 매겨본다.

제목

지은이

평점

지식인의 두 얼굴

폴 존슨

★★★

작고 거대한 것들의 과학

김홍표

★★★★☆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

정준호

★★★★

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

예수는 왜 죽었는가: 신화가 아닌 역사

빌 오라일리, 마틴 두가드

★★★★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

언던 사이언스

현재환

★★★☆

별별 생물들의 희한한 사생활

권오길

★★★★

이윽고 슬픈 외국어

무라카미 하루키

★★★★☆

전란으로 읽는 조선

규장각한국학연구원

★★★★

뇌물의 역사

임용한, 김인호, 노혜경

★★★☆

유러피언

올랜도 파이지스

★★★★★

페르시아 전쟁

톰 홀랜드

★★★★★

루비콘

톰 홀랜드

★★★★★

다이너스티

톰 홀랜드

★★★★★

험블 파이

매트 파커

★★★★★

이슬람 제국의 탄생

톰 홀랜드

★★★★★

도미니언

톰 홀랜드

★★★★★

차일드 인 타임

이언 매큐언

★★★★☆

스위트 투스

이언 매큐언

★★★★☆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

키트 예이츠

★★★★★

과학과 계몽주의

토머스 핸킨스

★★★★

 

별 다섯을 준 책이 많은데, 사실 톰 홀랜드의 책은 다섯 권을 한꺼번에 평가한 것이고, 하나씩 보면 어떨지 모르겠다. 그 밖에 올랜도 파이지스의 <유러피언>은 상당히 공들여 읽은 것에 대한 보상으로, 매트 파커의 <험블 파이>와 키트 예이츠의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은 굉장히 대중적인, 즉 쉽게 읽을 수 있는, 그래서 재미있는 수학책이라 평가해서 별 다섯이다. 이 평점은 또 한 달이 지나고, 한 해가 지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냥 지금의 생각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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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과학혁명과 계몽주의 | 책을 읽다 2020-10-3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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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과학과 계몽주의

토머스 핸킨스 저/양유성 역
글항아리 | 2011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근대 과학과 계몽주의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그런데 그걸 상식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여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18세기의 과학은 계몽주의와 어떤 관련성을 갖는지에 관해 논의해보라고 하면 술술 나오는 건 아니다. ‘관련이라는 간접적인 관계성을 나타내는 표현보다 서로가 서로에게 강력한 영향을 주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으면서도 단순한 연대적 관련성을 넘어서는 논의를 전개하는 데는 어려움을 느낀다.

 

토머스 핸킨스의 과학과 계몽주의는 계몽주의라는 철학적 조류와 함께 근대과학사라는 또 다른 분야를 동시에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준다. 칸트가 난 계몽의 시대(an age of enlightenment)에 살고 있다라고 한 데서 유래한 계몽주의는 18세기 과학혁명의 전개와 명백하게 관련되어 있다. 계몽주의라는 의식의 변화가 과학의 발전을 이끌었다고도 할 수 있고, 또 반대로 과학에서의 발전이 계몽주의라는 새로운 의식의 출현을 가져왔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토머스 핸킨스의 관점은 아무래도 후자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이른바 계몽주의의 철학자들이 대부분이 과학적 배경을 갖추고 있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계몽주의 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한 달랑베르는 수학자였고, 심지어 칸트도 과학과 관련한 논문을 발표했었다. 논리적으로도, 이성을 중시한 계몽주의의 자양분은 당연히 과학에서 올 수 밖에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근대과학은 그 시기에 혁명적 발전이 이루어졌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다시 계몽주의, 혹은 그에 비견되는 의식의 전환에서 찾을 수 밖에 없어, 어쩌면 순환 논리에 갇히게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근대과학이 추동해낸 계몽주의라는 개념이 더 화살표의 두께가 두꺼울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토머스 핸킨스는 계몽주의와 관련한 18세기 과학의 흐름을 몇 가지로 나누고 있다. 그건 지금의 과학의 분과에 강력하게 이어지면서도 다소 다르기도 한다. 우선은 수학과 정밀과학이다. 수학이면 수학이지, 왜 정밀과학이 덧붙여졌냐를 보면, 수학이 더 이상 세계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원리를 찾아내고 의미를 부여하는 학문에서 벋어서 실제적인 물리적 자연현상을 계산하고, 기술하는 데 기여하는 학문적 언어로 변해가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 다음은 실험물리학이다. 18세기 과학혁명으로, 비로소 실험이라는 과학적 방법론이 정착되었다. 그리고 연금술의 미신적 요소와 결별하고, 물질과학으로 전환한 화학’, 생물학의 기초가 된 생리학’(물론 이 생리학이 지금 예기하는 생리학과는 다소 다르긴 하다). 이런 것들이 당시 과학혁명의 구성 요소였고, 계몽주의에 기여한 분야였다.

 

다소 의외인 것은 마지막 장인데 제목이 도덕과학이다. 당시의 과학이 포괄하는 분야가 지금과는 달리, 과학으로 사회 정치적인 영역까지 포괄하고, 인간의 자유의지나 신의 문제까지도 답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 역시 계몽주의와 관련성을 갖는 과학혁명의 한 성과이자 한계라고 할 수 있어 보인다.

 

현대의 과학은 그냥 불쑥 튀어나온 게 아니다. 이런 사상적 변화를 가져온, 혹은 그 사상적 변화에 기초한 과학이 있었기에 지금의 과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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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쉬어야 한다 | 책을 읽으며 2020-10-3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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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습관 캠페인 참여

COVID-19가 유행하면서 상당히 많은 행동 지침과 권고 사항이 나왔는데, 그중 하나가 아프면 쉬라는 것이다.

아파도 굳이굳이 등교하여 12년 개근하는 것을 자랑으로 삼았던 게 그리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물론 시대가 변한 것도 있다). 하지만 왜 그렇게 하는지에 대한 근거를 제시한 건 보질 못했다. 그냥 상식적으로 판단해서 그래야 한다고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러면 단지 이 COVID-19와 같은 팬데믹에만 해당하는 얘기일까?

 

키트 예이츠의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의 마지막 장, 7장은 그 근거를 ‘S-I-R 모형에 근거하여 비상 상황이 아닌 경우에도 지켜야 하는 것임을 명확히 수학적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그것의 사회적 함의까지도. 이렇다.

 

최근에 0시간 계약(zero-hour contract)와 임시직 증가-급성장하는 기그경제(gig economy)의 특징-로 몸이 아파도 출근하는 사람의 수가 늘었다. 잦은 결근은 광범위한 연구 주제가 된 반면, ‘프리젠티즘(presentism)’은 최근에 와서야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수학 모형과 출근율 데이터를 결합한 연구에서 놀라운 결론이 나왔다. 유급 병가 감축을 포함해 결근율을 줄기기 위한 조처들 때문에 건강이 아무리 나빠도 출근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으며, 그 때문에 의도치 않게 직원의 건강이 더 나빠지고 전반적으로 작업 능률이 떨어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319~320)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

키트 예이츠 저/이충호 역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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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수학으로 생각하는 힘 | 한줄평 2020-10-3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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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수학적 사고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을 깨우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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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때로는 생과 사가 달린 문제 | 책을 읽다 2020-10-3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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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마지막 주 리뷰 이벤트 (~10.31) 참여

[도서]수학으로 생각하는 힘

키트 예이츠 저/이충호 역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키트 예이츠의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에서 사실 새로운 수학의 내용이 있는 건 아니다. ‘알고 보면 수학으로 이루어진 세상이라는 표현에서도, ‘일상의 모든 순간이라는 표현에서도 여기서 얘기할 수 있는 수학에 관한 이야기가 이미 익숙한 것일 수도, 잘 알려진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일상의 것들이, 세상이 수학과 관련이 있는 데도 그것이 아직도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라는 게 놀라운 일 아니겠는가.

 

여기서 다루는 것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사례의 놀라움과 위험성 - 이를테면 체르노벨 원전 사건이나 미술품의 연대 측정 방법, 인구 폭발의 비밀 같은 것들.

암 진단을 받았을 때의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수학적센스(간단히 표현하자면 조건부 확률)와 진단 검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쉽다! 두 번 검사하면 된다!).

법정에서 오용된 수학, 통계의 사례. 이는 드레퓌스 사건이라든가, 영아돌연사 사건이라든가, 아만다 녹스의 사건 같은 경우인데, 법정에 선 수학같은 책을 비롯한 많은 책에서 다루었던 문제다.

통계에 속지 않는 법에서는 교실 안이나 술집에서 임의의 두 사람의 생일이 같을 확률과 같은 고전적인 문제와 대선의 여론 조사, 평균회귀와 같은 통계의 함정 등을 다룬다. 거기에 과학과 의학에서의 트릭!

또 수 체계(십진법이라든가 12진법, 2진법 등) 때문에 곤경에 빠지는 경우와 단위 문제(우리는 별로 겪지 않는 문제인데, 미국이나 그보다는 조금 드물게 영국에서는 매우 심각하다).

알고리즘과 최적화의 문제-알고리즘으로 결정한다는 것은 이미 그 알고리즘을 구상하고 짠 인간의 선택이 들어 있는 문제.

그리고 팬데믹 시대의 수학.

 

이렇게 보면 모두 익숙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책에서 다루지 않는 것은 없다.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고 보면 될 터인데, 그럼에도 이 책이 신선한 점은 다루는 예에 있다. 이를테면 생일 문제에서, 키트 예이츠는 바로 생일 문제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많은 교양 수학책이 그렇다), 이슬람 광신도의 테러 문제와 그에 대한 진부하고 그릇된 해석을 이야기한다. 주로 유방암 진단을 예로 들고 있는 조건부 확률에 대한 이야기는(물론 그 이야기도 하지만) 시대에 맞추어 개인 유전자 검사에 대한 얘기로 시작한다. 이렇게 수학으로 이루어진 세상에 대한, 어쩌면 잘 알려진 얘기를 하면서도 참신함을 유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이미 많이 소개된 예마저도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장은 마지막 장이다. 이 책은 COVID-19 팬데믹 이전에 쓰였지만, 그래서 그 단어는 하나도 나오지 않고, 천연두, 에볼라, 홍역, 수두, 인플루엔자 등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마치 COVID-19를 경험하면서 쓰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 지금의 이 사태는 매우 특별한 것이긴 하지만 역시 수리역학을 통해서 설명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얘기다(참고로 그는 수학자인데, 좀 더 자세히 얘기하자만 수리생물학이 전공이다). 다음과 같은 문장은 바로 지금 저자가 이 부분을 쓰고 있다고 하더라도 바꿀 단어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검역과 격리는 전파율을, 따라서 그와 함께 유효 재생산 지수를 줄이는 데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감염자를 격리하면 확산 속도를 줄일 수 있고, 건강한 사람을 격리하면 유효 감염 대상군을 줄일 수 있다.” (339)

 

키트 예이츠는 수학의 힘을 이용하여 도움을 받기를, 그리고 수학을 잘못 사용하는 이들의 권위에 도전할 것을 이야기한다. 수학을 통해 최선의 선택을 하고, 최악의 실수를 피할 수 있기 해며, 변화에 대해 냉정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자동화의 시대에 현실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수학을 이해한다면 확실성의 착각을 깨뜨리고, 비율 편향, 잘못된 틀 짓기, 표본 추출 편향을 이해하여 신문이나 정치인들, 광고의 통계 수치가 반쪽의 진실, 혹은 완벽한 거짓임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백신이야말로 생명을 구할 수 있고, 치명적인 질병으로부터 인류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수학적으로이해할 수 있다.

 

수학은, 때로는 생사가 달린 문제이다. 그러니 우리는 그것을 이해하고, 또 속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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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논문, 미디어에서의 ‘잘못된 틀 짓기(mismatched framing)’ | 책을 읽으며 2020-10-3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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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학의 연구 결과를 보도하는 미디어를 다 믿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발표되는 수치의 의미를 꼬치꼬치 따지지는 않는다. 심지어 과학자도 자신의 분야와 조금만 멀어져도 그러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래서 이런 왜곡도 쉽게 찾아내지 못한다.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에서 키트 예이츠는 다음과 같은 데일리 텔레그래프2009년 기사를 인용한다.

 

과학자들은 전체 인구 중 약 90%가 고혈압을 발병할 확률을 18%나 증가시키는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받아들이며 고혈압에 대해 조심해야겠구나, 생각한다. 그런데 키트 예이츠는 이 기사의 자료가 된 논문을 찾아본다. Nature Genetics라는 훌륭한 저널에 실린 논문에는 적힌 바는, 유전자 변이를 가진 10%의 사람들은 인구 집단 중 다른 변이를 가진 나머지 90%의 사람들보다 고혈압의 위험이 15% 더 낮다는 것이었다.

 

영 다른 이야기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일단은 그렇지 않다(그게 그거인 얘기)는 쪽에서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기사를 해석하면 이렇다. 원래 논문에서는 기준이 다른 변이를 가진 사람들’(실은 변이라기보다는 대부분이 가진 염기서열일 것이다)인 데 반해 데일리 텔레그래프에서는 위험이 낮은 10%의 사람들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 사람들의 감소한 위험도 15%(그래서 이 사람들의 위험도는 85%라고 보고) 90%의 다른 사람들의 위험도는 100%이니 85에서 100으로, 18%가 증가했다는 식의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기준이다. 다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 소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의 문제인데, 상식적으로 기준은 다수가 되어야 옳다. 그래서 완전히 다른 이야기(, “10%의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을 90%의 사람들에게 나쁜 소식”)가 되어 버린 것이다.

 

사실 이런 예도 부지기로 많을 것이다. 아마도 나도 그런 식으로 논문을 쓴 적이 있을지 모르고, 혹은 그런 식으로 해석을 한 적도 있을 것이다. 키트 예이츠가 인용한 바로는 그러한 잘못된 틀 짓기(mismatched framing)’의 예를 의학 학술지 논문의 1/3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

키트 예이츠 저/이충호 역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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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는 희극 아니면 비극" | 책을 읽으며 2020-10-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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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매큐언의 소설 두 권을 읽고, 이제 수학 관련 책으로 넘어왔는데(키트 예이츠의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

몇 십 페이지를 읽다 문득 뒷표지를 봤는데, 어! 이언 매큐언이다!


"우리 삶과 이 세상이 수학으로 가득 차 있음을 절묘하게 알려주는 책. 무지는 희극이 아니면 비극을 불러온다. 흥미진진하면서도 퍽 진지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이 책은 나처럼 수학에 약한 사람도 푹 빠져들어 읽을 수 있다." 


떠올려보면, 이언 매큐언이라면 자격이 있다고 여겨진다. 

<칠드런 인 타임>에서는 물리학자(정확히는 물리학 강사이자 저자)가 등장하고, <스위트 투스>에서는 주인공이 수학과 출신이다. 또 폴 몬티 문제라는 아주 유명한 수학 문제가 등장한다. 다른 소설들에서도 이언 매큐언은 무척 이과(理科) 친화적이었다. 그래서 "무지는 희극이 아니면 비극을 불러온다."라는 표현이 매우 인상 깊으면서 공감이 간다. 이와 관련해서 책의 "들어가며"에서는 이렇게 쓰고 있다. 


"나무의 프랙터 가지나 눈송이의 다중 대칭에서 어떤 모티프를 발견했다면, 그것은 바로 수학을 본 것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발로 바닥을 탁탁 치며 박자를 맞추거나 샤워를 하면서 흥얼거리는 목소리가 울려 공명을 일으킬 때 우리가 듣는 소리도 바로 수학이다. 공을 감아차 그물을 흔들거나 포물선 퀘적으로 그리며 날아오는 크리켓 공을 붙잡을 때에도 우리는 수학을 한다." 


그렇다. 모든 게 수학이다. 그걸 모르면 희극, 혹은 비극이다.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

키트 예이츠 저/이충호 역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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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의 사랑에 관한 메타 소설 | 책을 읽다 2020-10-2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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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스위트 투스

이언 매큐언 저/민승남 역
문학동네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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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후반과 1970년 초반의 아주 좁은 시간대의 영국정보기관에서의 에피소드를 다룬다? 냉전의 절정기를 향해 치닫기 시작하는 시기다. 그런데 이미 공식적으로는 해체된 냉전 시기의 정보기관에서의 얘기를 21세기에 하는 거지? 소설 스위트 투스에 대한 궁금증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스토리가 단순하지 않다는 얘기다. 어쨌든 스파이 얘기이니 속임수가 난무할 것이고, 그러니 마지막에 무언가 !’하고 반전이 기다린다는 얘기다. 우리는 끝을 미리 읽지 말아야 한다. 작품 설명(다행히도 옮긴이의 말 같은 게 없다)도 미리 읽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이 소설이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스위트 투스1970년대 초반, 영국정보기관이 반공산주의 작가 포섭을 목적으로 한 작전의 명칭이다. 그리고 소설의 화자이자 주인공 세리나 프룸은 그 작전을 수행한, 가장 하부 조직원이었다. 공작기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경력을 가진 그녀가 M15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모순이었고, 그래서 그녀에게 주어진 임무는 실패해도 가장 무해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자신의 공작원(소설가)과 사랑에 빠진다. 그러니 소설은 스파이 소설이자, 사랑 이야기인 셈이다. 스파이로서의 임무를 위해 사랑하는 이에게 거짓말을 해야 하는 처지에서 갈등할 수 밖에 없다. 말하자면 톰 헤일리를 포섭하는 것도, 그가 소설을 쓰게 하는 것도,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것도 그녀에게는 모두 그 프로젝트의 일환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반전. 21세기에 공개된 이 소설은 그 시절에 대한 추억이자, 폭로인 셈인데, 또한 톰 헤일리가 쓴 것이기도 하고, 세리나가 쓴 것이기도 하다(사실 그게 참 묘하고, 궁금하다).

 

이 소설은 영국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인카운터라는 잡지가 미국 CIA의 자금으로 운영되었던 것이 폭로되었던 사건인데, 어쩌면 그게 폭로되는 게 사건이지 냉전 시기에 매우 보편적인 공작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언 매큐언은 여기에 사랑 이야기를 넣었고(매우 통속적이랄 수도 있게. 그러나 그래야 소설이 되고 재미가 생긴다), 극적인 반전을 넣었다. 반전 자체야 예상할 수 있는 범위의 것이었지만, 이 소설 자체가 소설 속의 소설가가, 그리고 스파이의 소설이라는 설정은 신선하기 그지없다.

 

이언 매큐언에겐 냉전의 대립을 소재로 한 소설이 또 있다. 이노센트. 이노센트에 비해 스위트 투스가 작전의 무게라든가, 사랑의 절박성 같은 면에서는 조금 가벼워 보이지만, 자신의 전문 분야, 즉 글쓰기라는 창조적이고, 자유로움을 전제로 하는 분야에 침투하는 정보기관의 작전과 조작에 대한 폭로는 비록 이미 한 세대 전의 이야기이지만, 결코 낡은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서 이노센트보다 현재성을 갖추고 있지 않나 싶다.

 

이언 매큐언의 소설을 읽을 때면 늘 그 문장의 정교함에 대해서 감탄을 하곤 했는데(이 소설이라고 그게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 소설에서는 소설 구조에 대해 주목하게 된다. 전체 소설 자체가 메타적이고, 소설 속에 여러 소설이 들어 있다. 말하자면 여러 층위를 갖추 메타 소설인 셈인데, 소설 하나를 쓰면서 실제로는 여러 소설을 써야 했다는 얘기다. 어쩌면 소설집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궁금한 것은 세리나와 톰은 결국은 어찌 되었을까 하는 것인데, 나는 좀 동화스럽게도 그들이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살고, 한참 나이가 들어 이 소설을 내놓았다는 식으로 맺고 싶은, 어쩌면 유치스런 결말을 상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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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매큐언의 《차일드 인 타임》, 정교한 문장 속 위안 | 책을 읽다 2020-10-28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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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차일드 인 타임

이언 매큐언 저/민은영 역
한겨레출판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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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인 타임1987년도 작품이니 이언 메큐언의 초기 소설이다. 위키피디아를 보면(https://en.wikipedia.org/wiki/Ian_McEwan), 그의 커리어 초반을 첫 사랑 마지막 의식에서 이 소설까지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이언 매큐언 특유의 섬세한 관찰과 정교한 문장은 차일드 인 타임에서도 여지없이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첫 사랑 마지막 의식과 같은 충격적인 소재에 자극적인 묘사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대가로서의 원숙함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야기는 성공한 아동문학가이자 아내와 딸을 둔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는 스티븐이 슈퍼마켓에 장을 보러 갔다 순식간에 딸 케이트를 잃어버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당연히 충격과 상실감에 허우적대고, 아내 줄리와도 별거 상태에 이르게 된다. 스티븐과 줄리가 그 충격과 상실감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방식은 서로 달랐던 것이다. 이런 줄거리는 통속적이라 여겨질 정도로 매우 익숙하다. 그런데 이언 매큐언은 그 과정에 여러 이야기들을 배치하면서 단순히 아이를 잃고 상실감에 빠진 한 남자의 파멸만을, 그리고 극복에 대해 다루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우선은 스티븐이 속한 정부위원회가 있다. 여기서는 아동 보육에 관한 논의를 하는데, 사실 거기서의 논의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이미 결론은 내려진 상황이었고, 그것이 폭로된 이후에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는 아동문학가로서의 성공을 이끌어준 (그리고 친구가 된) 출판업자이자, 결국은 정치가가 되어 내무차관까지 된 찰스와 그의 부인 (물리학자) 셀마가 있다. 찰스는 갑자기 은퇴를 선언하고 시골로 틀어박힌다. 아이로의 퇴행. 아이의 삶으로 되돌아가 새로운 현실을 만들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결국 죽음으로 끝나고 만다. 그에 반해 스티븐은 환상(자신의 탄생과 관련하여 아버지와 어머니의 과거를 들여다본다)을 겪으면서, 또한 트럭의 사고를 직접 목격하면서 시간의 상대성을 인식하고 현실을 붙들어가게 된다(아랍어를 배우고, 테니스를 하는 게 바로 그 현실로의 귀환인 셈이다).

 

결국 스티븐과 줄리는 케이트의 부재(죽음이 아니라)를 인정하고, 아이를 얻는다. 끝까지 딸의 부재는 그들에게 상실감을 안겨주고, 잊을 수 없겠지만, 그래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서로에게 위안을 주면서.

 

이 소설을 감히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는 없다. 여전히 딸은 찾지를 못했고, 친구는 죽었으며, 정부위원회의 일은 의미가 없어졌다. 그래도 살아간다. 허약하기 이를 데 없는 삶이지만, 기댈 수 있는 가지 하나만 있더라도 버티고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고 슬프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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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을 오래 응시하고 있으면 심연 또한 당신을 응시한다.” | 책을 읽으며 2020-10-2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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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과 싸우는 자는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심연을 오래 응시하고 있으면 심연 또한 당신을 응시한다.”

- 프리드리히 니체, <선과 악을 넘어서>


오토 딕스가 실물 크기로 제작한 프리드리히 니체의 흉상

"끔찍한 지진 뒤에는 새로운 질문들로 엄청나게 심오한 '명상'을 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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