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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책읽기 정리 | 책읽기 정리 2020-11-3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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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한 달 동안 읽은 책들을 정리해 본다. 늘 그랬듯이.

모두 23권 읽었다. 이 정도면 꾀부리지 않고 꽤 열심히 읽은 셈이다. 올 한 해 늘 그랬듯이.

 

제목

저자

출판사

고양이를 버리다

무라카미 하루키

비채

그 시절 우리는 바보였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재인

타인의 고통

수전 손택

이후

수전 손택: 영혼과 매혹

다니엘 슈라이버

글항아리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조엘 레비

;

과학을 아우르는 스토리텔링

랜디 올슨

북스힐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다닐 그라닌

황소자리

냉정한 이타주의자

윌리엄 맥어스킬

부키

길 잃은 사피엔스를 위한 뇌과학

마이클 본드

어크로스

메이지라는 시대 1

도널드 킨

서커스

메이지라는 시대 2

도널드 킨

서커스

청일?러일 전쟁 어떻게 볼 것인가

하라 아키라

살림

빨간 코트를 입은 남자

줄리언 반스

다산책방

텐 드럭스

토머스 헤이거

동아시아

조지 오웰의 길

아드리앙 졸므

뮤진트리

수술의 탄생

린지 피츠해리스

열린책들

1210

조지 손더스

알에이치코리아

바르도의 링컨

조지 손더스

문학동네

드링킹

캐롤라인 냅

나무처럼

명랑한 은둔자

캐롤라인 냅

바다출판사

먼 길로 돌아갈까?

게일 캘드웰

정은문고

하버드 첫 강의 시간관리 수업

쉬셴장

리드리드출판

폴른: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

데이비드 발다치

북로드

 

다양한 책을 읽었는데, 이렇게 목록을 보면 가장 내 눈에 먼저 띠는 저자는 수전 손택과 캐롤라인 냅이다. 수전 손택의 책은 타인의 고통한 권이고, 캐롤라인의 책은 드링킹명랑한 은둔자두 권뿐이지만, 수전 손택 평전인 다니엘 슈라이버의 수전 손택: 영혼과 매혹과 캐롤라인 냅을 추억한 게일 캘드웰의 먼 길로 돌아갈까?가 있어 특히 두 여성 저자의 이름이 도드라져 보인다.

 

그리고 일본에 관한 책(정확히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역사다)도 도널드 킨의 메이지라는 시대 1, 2청일?러일 전쟁 어떻게 볼 것인가를 읽었는데, 일본과 한반도의 관계가 변곡점을 이루었던 시점의 얘기라 특히 뼈아프게, 또 교훈적으로 읽었다. 그와 함께 연달아 나온 히가시노 게이고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짧은 회고록도 의미 있게 읽었다. 소설로 읽은 책은 조지 손더스의 소설 21210바르도의 링컨, 데이비드 발다치의 폴른: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뿐이다. 소설은 아니지만 소설가인 줄리언 반스의 빨간 코트를 입은 남자와 조지 오웰을 다룬 아드리앙 졸므의 조지 오웰의 길을 읽었다.

 

과학에 관한 책으로는, 엄격하게 분류하자면 마이클 본드의 길 잃은 사피엔스를 위한 뇌과학과 토머스 헤이거의 텐 드럭스, 린지 피츠해리스의 수술의 탄생정도인데, 좀더 넓혀보면 조엘 레비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과 다닐 그라닌의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도 포함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는 시간 관리에 대한 책으로도 분류할 수 있어 쉬셴장의 하버드 첫 강의 시간관리 수업과 같이 묶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늘 그랬듯이 평점을 다시 매겨본다.

제목

저자

평점

고양이를 버리다

무라카미 하루키

★★★★☆

그 시절 우리는 바보였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

타인의 고통

수전 손택

★★★★★

수전 손택: 영혼과 매혹

다니엘 슈라이버

★★★★★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조엘 레비

★★★★

과학을 아우르는 스토리텔링

랜디 올슨

★★★★☆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다닐 그라닌

★★★★

냉정한 이타주의자

윌리엄 맥어스킬

★★★★

길 잃은 사피엔스를 위한 뇌과학

마이클 본드

★★★★☆

메이지라는 시대 1

도널드 킨

★★★★☆

메이지라는 시대 2

도널드 킨

★★★★☆

청일?러일 전쟁 어떻게 볼 것인가

하라 아키라

★★★★

빨간 코트를 입은 남자

줄리언 반스

★★★★☆

텐 드럭스

토머스 헤이거

★★★★★

조지 오웰의 길

아드리앙 졸므

★★★★☆

수술의 탄생

린지 피츠해리스

★★★★★

1210

조지 손더스

★★★★

바르도의 링컨

조지 손더스

★★★★☆

드링킹

캐롤라인 냅

★★★★★

명랑한 은둔자

캐롤라인 냅

★★★★☆

먼 길로 돌아갈까?

게일 캘드웰

★★★★

하버드 첫 강의 시간관리 수업

쉬셴장

★★★★

폴른: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

데이비드 발다치

★★★★☆

 

 

타인의 고통

수전 손택 저/이재원 역
이후 | 2004년 01월

 

수전 손택 : 영혼과 매혹

다니엘 슈라이버 저/한재호 역
글항아리 | 2020년 09월

 

텐 드럭스

토머스 헤이거 저/양병찬 역
동아시아 | 2020년 11월

 

수술의 탄생

린지 피츠해리스 저/이한음 역
열린책들 | 2020년 10월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

캐롤라인 냅 저/고정아 역
나무처럼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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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트를 | 추천 9        
저주받은 도시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 책을 읽다 2020-11-30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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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폴른: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

데이비드 발다치 저/김지선 역
북로드 | 201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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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에이머스 데커는 동료요원 재미슨의 언니가 살고 있는 배런빌이라는 작은 도시로 휴가를 간다. 배런빌은 한때는 배런 1세에 의해 광산업 등으로 번성했으나(그래서 도시의 이름도 그 배런의 이름을 따서 배린빌이다) 지금은 쇠락할 대로 쇠락해서 마약으로 찌든 도시가 되어버렸다. 이른바 러스트벨트의 전형적인 지역이다(우리는 미국 대선 뉴스를 통해 이 용어가 매우 익숙해졌다). 데커는 그곳에 도착하 얼마 지나지도 않아 기묘한 살인 사건을 목격하고 만다. 신원도 분명하게 알 수 없고, 사망 시간도 정확하게 추산할 수 없는 시체 두 구를 빈 집에서 발견한 것이다. 그런데 배런빌에서는 이미 2주 동안 기묘한 살인 사건으로 4명이나 살해당한 상황이었다. 당연히 데커는 이 사건을 해결하고자 나선다.

 

전에도 느낀 것이지만 데이비드 발다치의 소설에서는 작은 사건처럼 보이는 사건이 점점 그 스케일이 커져간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괴물이라 불린 남자, 죽음을 선택한 남자에서 모두 그랬으며, 여기서도 우연히 맞닥뜨린 소도시의 살인 사건이, 거대한 네트워크의 한 부분이라는 게 드러난다. 그것을 풀기 위해서는 작은 단서들을 겨우겨우 찾아 직소퍼즐처럼 짜맞추어야 하고, 데커와 동료는 죽음의 위험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소설이니 만큼 당연히 사건은 해결되겠지만, 소설의 흥미진진함은 이 이야기의 퍼즐이 어떻게 정교하게 맞춰지고, 그리고 기대에 어긋나면서, 그래서 기대에 부응하면서 전개되느냐이다. 이 소설은 그 한 장면을 읽고 나면 다음 장면에선 어떻게 연결될까 궁금하게 만든다. 데커가 사건의 결론에 이르는 길은 매우 복잡하지만, 그것을 읽는 독자는 단숨에 거기까지 다다르고 싶게 한다.

 

이 소설이 발다치의 이전의 데커 시리즈와 좀 다른 점이 있다면, 데커의 사건 해결에서 그의 기억력이 별달리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건 해결 도중 부상으로 기억력에 약간의 문제가 생길 조짐을 보이기도 하지만(사실은 그게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이기도 하다), 그의 기억력 보다는 지력(知力)과 끈기가 이 사건을 해결하는 원동력이 된다. 초능력자라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인간이기에 사건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처럼. 그리고 시리즈를 통해 아주 조금씩이나마 상승해온 데커의 공감 능력이 여기서는 거의 정상에 가까워졌다. 그게 한 꼬마 숙녀 때문이라는 것은 공식과 같은 것이지만 데커를 괴물이 아니라 사람으로 보여주고 싶은 작가의 의도로 보이고, 그래서 다음 작품을 더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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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의 첫 강의, 시간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 책을 읽다 2020-11-2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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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하버드 첫 강의 시간관리 수업 (10만 부 기념 리커버 에디션)

쉬셴장 저/하정희 역
리드리드출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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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류의 책을 잘 읽지 않는다. 우선 누가 들어도 다 옳은 얘기를 다시 활자로 읽어야 하는 건 일종의 시간 낭비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간관리에 관한 책을읽으면서 시간 낭비 생각을 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긴 하다.

 

그리고 또 하나는 하버드’, 이런 것도 상당히 마뜩찮다. 하버드가 아니더라도 맞는 것은 맞고, 틀린 것은 틀린 것인데, 하버드라는 권위에 기대어 여기의 마땅히 옳은 내용을 강요하려는, 일종의 욕심, 상술 같은 게 느껴져서 그렇다.

 

이런, 책장을 펼치기 전부터 가졌던 의심, 내지는 선입견은 책을 읽으면서도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그닥 감동적이지 않은, 당연히 옳은 얘기들이었고, ‘하버드는 별로 필요치 않은 부분에서도 마구 튀어나왔다. 그러나 한참을 읽다보니 생각이 좀 달라진다. 당연히 옳은 얘기를 여기서 다시 강조하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그렇게 옳게 살지 못한다는 얘기다. 하버드가 자꾸 튀어나오는 것은 그런 대학에서, 미래의 리더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긴다는 얘기다.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는 얘기란 얘기이며, 또한 실천이 필요한 조언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여기서 하고 있는 얘기가 중요하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결국은 여기의 조언을 실제로 내 삶에 적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가끔 이런 책을 통해서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여기의 모든 내용을 요약하기 보다는 좀 와 닿은, 또는 조금 의외의 내용을 몇 개 인용하면서 내 생각을 조금 덧붙여 본다.

 

선배가 한 말에는 책 한 권에 80%의 가치가 있다면, 이미 읽은 20% 정도의 페이지에 다 이야기되었을 것이니 책의 20%만 읽으면 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115)

- 말하자면, 독서에서의 파레토 법칙인 셈이다. 독서 자체를 즐기는 게 아니라면(그러니까 나한테는 해당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굳이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책의 20%만 읽더라도 그 책의 가치 80%는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니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저자는 이것을 시험 공부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전 시험문제를 분석해서 20%만 공부한 다음, 과목과 관련한 내용을 조금 더 준비해도 시험문제의 80%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 생각은... 과연 그럴까? 이다.

 

당신이 거절하는 것은 상대방이 부탁한 일이지, 상대방 자체가 아니라는 걸 분명히 알도록 해야 한다.

3자를 통한 거절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148)

- <제대로 못 하는 것보다 거절하는 것이 낫다>는 제목의 절에서 언급하고 있는 거절의 법칙중 일부다. 기억해 둘만 하다. 거절을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 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니.

 

관리자가 다음 주 금요일까지 잘해놓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해당 업무를 통제하는 것이다. 여기에 수요일 오후에 현재까지의 업무 진도를 체크하고,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봅시다.’라고 한마디를 덧붙이면 업무를 감독하는 것이다.” (210)

- 당신은 통제하는가, 감독하는가? 나는 통제하는가, 감독하는가?

 

면담은 오후에 배치하는 것이 좋다. 오전에 면담을 하면 하루의 업무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한다.” (282)

- 그래. 맞는 말이다. 웬만하면 그렇게 해보자!

 

이렇게 보면,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얻은 것도 만만치가 않다. 그래도 역시 중요한 건, 실제 어떻게 하느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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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하기와 추억의 대상이 되기, 어느 쪽이 더 행복할까? | 책을 읽다 2020-11-2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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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먼 길로 돌아갈까?

게일 캘드웰 저/이승민 역
정은문고(신라애드) | 201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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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는 멀리 가냘픈 두 여성작가가 보이고, 그들을 바라보는 두 마리의 개의 뒷모습이 있다. 두 마리의 개는 책이 쌓여 있고, 원고들이 연필과 함께 흩어져 있으며, 담배가 놓여 있는 식탁, 혹은 책상에 앉아 있다.

 

캐롤라인 냅의 드링킹명랑한 은둔자을 거의 다 읽을 즈음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됐다. ‘두 여성작가가 나눈 7년의 우정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여기서 두 여성작가란 말할 것도 없이 캐롤라인 냅과 게일 캘드웰이다.

 

캐롤라인 냅은 20024월 폐암 말기를 선고받고, 그로부터 7주 후 죽는다. 그 사이에 오랜 연인 사이였던 모렐리와 결혼식을 올렸다. 게일 캘드웰은 세상을 떠난 친구를 기억하며 이 책을 썼다. 캐롤라인 냅과 게일 캘드웰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지고 성장했으면서도 보스턴에서 를 매개로 만나 7년 간 진한 우정을 나눴다. 모두 글을 쓰는 작가였고, 개를 키우며 애정을 쏟는 애견가였다. 둘 다 알코올 중독에서 극적으로 벗어난 경험을 공유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수영을, 또 한 사람을 로잉(캐롤라인 냅의 책에선 조정)을 즐겼고, 서로에게 자신이 자신 있는 운동을 가르쳤다. 둘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둘의 사정을 조금은 알고 책을 읽으면서 떠나지 않은 생각이 있다.

세상을 떠나고 자신을 기억해주며 책을 쓰는 이가 있는 있다는 게 행복한 것일까,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아남아 죽은 이를 추억하며 글을 쓰는 이가 더 행복한 것일까?

남아 있는 사람이 자신을 그토록 그리워한다는 게 더 행복한 일일 것 같기도 하고, 죽음이란 의식이 사라지는 것이니 의식을 가지고 누군가에 대해 글을 쓸 정도로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이 더 행복한 일일 것 같기도 하다.

이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질문을 여러 차례 되내이며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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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 동의 혹은 인정 | 책을 읽다 2020-11-26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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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저/김명남 역
바다출판사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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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은둔이라는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러나 꽤 매력적인 삶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제목을 달고 나온 명랑한 은둔자Caroline Knapp의 유고 에세이집이다. 2002년 마흔둘의 나이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그녀가 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남긴 에세이들을 모았다. 여기 실린 글에는 여성으로서의 삶과 자각, 고독한 인간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자세, 아버지와 어머니를 연이어 잃은 상실감과 그 상실감을 껴안고, 혹은 극복하며 살아가는 방법, 친구와 개와 맺은 소중한 관계의 의미, 그리고 자신을 옭아맸던 거식증(섭식장애)과 알코올 중독에 대한 솔직한 얘기들이 지적인 문체에 실려 있다. 어쩌면 그녀가 낸 책들,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 세상은 왜 날씬한 여자를 원하는가, 남자보다 개가 더 좋아의 이야기들의 원본, 내지는 요약본이 담겨 있는 셈이다(난 이 책 직전에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만 읽었다).

 

물론 여기에 실린 글에는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에서 볼 수 있는 집요한 자기 응시는 덜하다. 하지만 날카로운 세상 읽기가 있다. 과거의 자신에 대한 반성적 인식과 현재의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그것은 현재의 자신이 완벽하기에 그런 게 아니라 현재 자신에게 부족하고 모자란 것이 있지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비록 그것을 완벽하게 극복하지 못하더라도 그 극복의 길에 서 있을 수 있다는, 자기 자신의 성장에 관한 인식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과 주변을 통해서 세상으로, 즉 보편적 인식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선명하게 읽을 수 있다. 홀로 존재하는 고독감에 대해 긍정적이고, 남의 시선보다 자신의 인식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며, 떠나보낸 사람들에 대해 그리워하며... 그렇게 무척이나 개인적인 이야기들로 점철되어 있는 것 같지만, 결국은 그 이야기들은 자신이 친구와 가족과, 사회와 분리될 수 없다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Caroline Knapp은 자신의 이야기를 보편적인 이야기로 전환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비록 Caroline Knapp이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 세상에 대한 인식에 대해 모두 동의할 수는 없지만(그게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런 인식으로 나아가는 모습만큼은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그녀의 삶의 자세를 인정하게 된다. 동의하고 찬성할 수는 없어도 인정할 수는 있게 만드는 글, 그게 Caroline Knapp이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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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과 갈망, 헤어짐 - 술에 관한 러브 스토리 | 책을 읽다 2020-11-2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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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

캐롤라인 냅 저/고정아 역
나무처럼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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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에 빠졌지만, 그 사랑이 내가 아끼던 모든 것을 망쳐버린 탓에 결국 헤어졌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러브 스토리다(사실 원제도 “Drinking: A Love Story”). 바로 술, 알코올에 관한.

러브 스토리는 사랑하는 얘기만이 아니다. 유혹하고, 빠져들고, 갈등하고, 후회하고, 헤어지고... 그 모두가 러브 스토리를 구성한다. 거기에는 열정이 있고, 쾌락이 있으며, 욕망이 있고, 두려움이 있다. 여기에는 그 모두가 있다.

 

캐롤라인 냅은 자신이 술과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나 결국에 헤어진 얘기를 하고 있다. 가족에 대한 얘기, 남자들과의 관계에 대한 얘기 등 사생활이 너무나 솔직하게 담겨 있다(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가족과 남자들, 동료들과의 관계가 결국은 술과 관련 맺을 수밖에 없었으므로 그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술에 집착하는 행위는 결국 결핍에 대한 반응이다. 결핍 때문에 술을 마시고, 술을 마셔 더욱 결핍과 외로움을 느끼고, 그래서 더 술을 마신다. 이 순환에 접어들면 우리는, 그걸 알코올 중독이라고 한다. 불행하기에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술을 마셔 불행해지는 것이다.

 

캐롤라인 냅은 20년 간 술을 마셨지만, 그녀는 이른바 고도 적응형 알코올 중독자였다. 고도 적응형 알코올 중독자는 직장에서 아무런 문제 없이 일을 한다(그녀가 쓴 칼럼들은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가족 부양에 문제가 없으며,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는다. 오랜 시간 동안 술을 함께 하며 삶의 많은 영역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낸다. 그래서 자신이 알코올 중독자임을 인정하기 쉽지 않으며, 알코올 중독자라고 인정하더라도 마음만 먹으며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술은 그렇게 쉽게 중독자에게서 떠나지 않는다.

 

알코올 중독은 개인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인 것이기도 하다. - “채워라, 채워라. 너의 빈자리를 채워라. 외로움과 두려움과 분노의 구덩이를 메워 당장 눈 앞에서 사라지게 하라.” 술은 외로움과 결핍, 두려움에 대한 가장 손쉬운 해결책이다. 그 해결책은 너무나 가까이 있으며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녀는 술에 빠졌던 자신을 해부 대상으로 삼아 심리학적으로 낱낱이 해부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매혹적인 문장으로 쓰고 있다. 그녀가 술에 빠졌다 거기서 벗어난 과정보다 술과 맺은 관계에서 나오는 심리적 통찰과 그것을 묘사하고 서술하는 매혹적인 문장이야말로 이 책의 매력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자신과 인간관계의 황폐화와 같은 알코올 중독의 폐해를 고발하기도 하는 이 책을 읽으며 술 생각이 났다. 맥주 한 모금을 머금고 책을 읽는 모습을 여러 차례 상상했다. 물론 나는 인내심을 발휘하여 이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술을 마시지 않았다. 캐롤라인 냅의 매혹적인 문장은 술을 불렀지만, 그 문장이 다음과 같은 것이라 겨우 참을 수 있었다. “술은 거짓된 미혹이다. 알코올은 힘을 주지만, 준 만큼 그대로 앗아간다.” (138)

 

물론 우리는, 아니 나는 술 없는 세상을 상상하긴 싫다. 그러나 술에 빠져 허우적대며 사는 세상도 아름답지 않다. 물론 캐롤라인 냅은 술과 절연을 선언하고, 적어도 이 책을 쓸 당시까지는 술을 다시 입에 대지 않았지만, 나는 술의 유혹(혹은 미혹)은 여전하고, 그 유혹에 흔들리고, 굴복하고, 혹은 거부하고, 겨우 빠져나오며 살고 있다. 그럭저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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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도의 링컨, 질문을 던지게 하는 소설 | 책을 읽다 2020-11-2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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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바르도의 링컨

조지 손더스 저/정영목 역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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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기 전

누구라도 그래야겠지만 제목에 대해서부터 알아야 했다. 우선 바르도(Bardo)’. 티베트 불교에서 죽고 나서 다음 생을 받을 때까지를 의미한단다. 구천(九天)을 떠돈다는 의미는 아니고, 어쩌면 다음 생을 위한 준비라는 의미에서 긍정적인 단계일 수도 있다는 느낌이다. 다음은 링컨(Lincoln)’.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링컨의 링컨이지지만, 링컨 대통령이 아니라 그의 셋째 아들(윌리 링컨)이다. 18622월 장티푸스로 열 한 살의 나이로 죽은. 남북 전쟁 와중이었다.

 

소설의 형식도 미리 알아야 했다. 많은 부분이 실제 기록 자체를 인용하고 있다. 또 다른 부분은 바르도에 속한 인물들의 목소리를 번갈아 들려 준다. 독특한 구성이다. ()의 이쪽 기록과 그 건너편의 목소리가 맞서고 있다. 바르도에 속한 이들의 목소리만이 소설가가 창조해낸 문장들이지만, 실제 기록을 엮어놓은 것도 소설가의 몫이다. 이것 역시 소설가의 문장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 읽으면서

독특한 구성이라 처음에는 어리둥절하고, 익숙해지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어렵지 않다. 이쪽인가, 저쪽인가는 분명히 구별되고, 이쪽의 이야기도, 저쪽의 이야기도 누구의 기록인지, 누구의 목소리인지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단지 서로 다른 세상이라는 게 중요하다.

 

윌리 링컨은 남북 전쟁 도중 죽었다. 미합중국의 운명이 갈리는 전쟁이었다. 링컨은 전쟁의 최고 책임자였다. 공적이라고 하기에도 너무나 무거운 책임이 그에게 있었지만(그래서 많은 비난도 받고 있었다), 그는 또한 소년의 아버지였다. 아들은 연회가 펼쳐지는 하얀 돌집(백악관)의 위층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아들은 묘지 납골소에 임시로 안치하고 돌아서서 전쟁을 지휘해야만 하는 대통령. 소설가는 납골소를 찾아 주검을 안아 흐느끼는 링컨의 이야기를 듣고 피에타의 이미지를 떠올렸다고 한다(워싱턴 DC의 링컨 기념관의 링컨 상은 이 이미지와 얼마나 다른가? 아니 떠올릴 수 있는가?).

 

그러나 다시 한 소년의 목숨이 이렇게 중요하게 다뤄지는데, 한 전투에서 죽어간 수천의 목숨, 전쟁 동안 죽어간 수만, 수십만의 목숨은 어떤가? 대통령은 하나의 죽음에도 애통해 했고, 많은 죽음에도 애통해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애통함이 같은 의미였을까? 그 생각에 이르자 몸서리쳐졌다.

 

나는 내세를 믿지 않음에도, 아니 믿지 않기에 죽음 이후의 세계가 두렵다. 이렇게 죽음 이후의 세계가 없다면 죽는다는 것은 허망한 일일까? 아니면 그래서 더욱 이 생애를 후회 없이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걸까? 그래서 나를 기억하도록? 그런데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모른다면, 모른다는 것도 의식할 수 없는 게 죽음이라면? 오랜만에 죽음을 생각하며 다시 몸서리쳐졌다.

 

* 읽고 나서

조지 손더스는 첫 장편인 이 소설로 2017년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형식상의 독창성뿐만 아니라 내용의 진정성에 대한 평가였을 것이다. 기록을 찾아내 얽어낸 수고로움도 그렇고, 유령의 목소리들을 엮어 놓은 세심함 모두 새로운 양식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고, 그런 형식과 내용이 모두 생의 이편과 저편에 대한 질문을 하도록 한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질문을 던지게 하는 작품은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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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손더스의 세계를 처음 접하다 | 책을 읽다 2020-11-2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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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12월 10일

조지 손더스 저/박아람 역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5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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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이 단편집의 소설들을 이해하는 데는 조금 시간이 걸린다. 그냥 읽으면서 이 소설이 무엇을 이야기하는 건지 아는 게 아니라 다 읽고 나서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게 뭐지? 하는.

 

그렇다고 난해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니다. 난해하다기보다는 좀 걸리적거리게 하면서 시간을 지체시켜 생각해보도록 한다고 해야 할까? 그 과정에 의미를 두는 소설들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들의 배경은 대체로 현실적이지 않다. <거미머리 탈출기>에서는 교도소 내의 연구시설이 배경인데, 거기서는 화자를 비롯한 여러 남녀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아직까지는 현실화되어 있지 않지만, 어딘가에는 있을 것 같고, 어쩌면 언젠가는 가능할 것 같은 약들의 효과를 시험하고 있다. <셈플리카걸 다이어리>에서는 셈플리카걸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여러 제3세계 국가들에서 돈을 벌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온 여성들로, 뇌를 마이크로라인이라는 줄로 꿰어서 높은 곳에 매달려서 흰옷을 휘날리며 정원을 장식한다. 존재하지는 않지만, 존재할 지도 모르고, 또 그 비슷한 상황은 반드시 존재하는 존재들이다(솔직하게 이게 무언가 인터넷에서 검색해 봤다). <1210>은 어떤가? 여기서는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만 용감한 한 소년과 호수에서 자살을 기도하는 한 말기 암 환자가 등장한다. 없지 않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 현실적이지도 않은 이야기다. 이 소설들 말고도 다른 소설들도 그런 현실적이지 않으면서도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또한 조지 손더스는 이런 이야기들을 표현하는 방법을 매우 다양하게 채택하고 있다. 실험적이라고 하기에는, 그래도 소설적 기법이지만, 그렇다고 전통적인 소설의 기법은 아니다. 그래서 읽히지만 쉽게는 읽히지 않는, 그런 소설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가 은유하고, 비판하고, 혹은 비아냥거리고, 또 좌절하는 세계가 어떤 곳인지는 분명하다. 그러나 조지 손더스의 소설이 메시지만을 내세우는 소설이 아니라는 점, 그렇다고 흥미 위주의 소설도 아니라는 점 등등이 그의 소설이 자리한 위치가 매우 독특할 것이라는 걸 예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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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집에서 치유의 집으로, 조지프 리스터 | 책을 읽다 2020-11-2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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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수술의 탄생

린지 피츠해리스 저/이한음 역
열린책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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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병원에서 병()을 얻어 온다는 말을 종종 하지만(그래서 소송이 걸리곤 한다), 과거엔(사실 그리 오랜 과거도 아니다) 병원은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죽기 위해 가는 곳이란 인상이 깊었다. 오랫동안 유럽에서 병원에 가는 것은 가난한 사람뿐이었다. 돈이 있는 사람은 의사를 집으로 불렀다.

 

수술은 더욱 그랬다. 마취제가 개발되고 쓰이기 전의 수술은 고통스러웠다. 외과의들의 실력은 얼마나 고통 없이 잘 치료하느냐보다 얼마나 빨리 수술을 마치느냐로 가늠되었다. 그러다 1840년대 즈음 클로로포름 등 마취제가 나오면서 수술은 고통이 덜한 상태에서(고통이 없을 수는 없으므로) 이뤄질 수 있는 것으로 바뀔 수가 있었다. 하지만 살기 위해서 수술을 받고도 죽는 사람은 여전히 많았다. 수술을 받고 난 후 고름이 차오르고, 열이 나면서 며칠 만에 죽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당시의 지식으로는 이유를 몰랐다. 이유를 몰랐으므로 생()과 사()를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 등장한 인물이 빈 병원의 이그나즈 제멜바이스였다(그 이전의 인물들, 알렉산드 고든, 웬델 홈스 같은 이들도 있지만). 파스퇴르와 코흐에 의해 세균설(혹은 배종설)이 나오기 전에 산부인과 병실 사이의 사망률에 대한 세심한 관찰을 통해 병실로 들어가기 전 손씻기를 주장했다(그래서 제멜바이스는 감염관리의 아버지(Father of infection control)이라고도 불린다). 그 조치는 사망률 급감으로 나타났지만, 그의 주장은 다른 의사들을 설득시키지 못했다. 대신 정신병자로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그래서 (린지 피츠해리스가 쓰고 있듯이) “제멜바이스의 방법과 이론은 의학계에서 거의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188)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수술에서 감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확산시킨 사람은 누구였을까? 바로 조지프 리스터였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현미경을 의학 연구에 활용했고, 파스퇴르의 세균 이론을 듣고는 이를 수술 기법에 접목하여 석탄산을 이용하여 소독법을 확립했다. 간단한 과정은 아니었지만, 그의 소독법은 전 세계의 외과의들이 받아들이게 되었고, 병원이 죽음의 집이 아니라 치유의 집이 될 수가 있었다.

 

그는 그 이전부터, 그리고 그 이후는 더욱더 최고의 외과의로서 칭송을 받았지만, 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던 제멜바이스에 비해서 덜 알려진 것도 사실이다(우리가 어떤 것을 기억하느냐는 사실 좀 편의적이긴 하다). 하지만 그의 명성을 알 수 있는 예가 있다. 지금도 어느 편의점이나 약국이나 선반을 차지하고 있는 구강청결제 리스테린(listerin)’이 그것이다. 소독법을 확산시키고자 미국 필라델피아를 방문한 리스터의 강연을 듣고 조지프 조슈아 로런스라는 의사가 조제하고, 약제사인 조던 휘트 램버트가 상업화한 것이 지금도 가장 널리 쓰이는 구강청결제 중 하나가 바로 리스테린이다.

 

리스트의 삶은 자신의 소명에 대한 충실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외과의로서 사람을 살리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생각했고, 그것을 단지 기존의 방법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에 기초해서 연구하고,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고 실제 수행하고, 또 개선함으로써 수술의 개념을 완전히 바꿀 수가 있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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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과 집착, 그리고 복수 (영화 [런]) | 책을 읽다 2020-11-2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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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니쉬 차간티
미국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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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치>의 감독(아니쉬 차간티)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봐야 했다. 그러면서도우려가 있었다. <서치>는 뭐니뭐니 해도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그 아이디어가 없었다면 너무나 평범했을 것이다). 그런 경우 두 번째 작품은 굉장히 딜레마에 빠진다. 그 아이디어를 반복할 수도 없고, 거기서 너무 많이 벗어날 수도 없다. 아이디어를 반복하는 경우 식상할 게 뻔하고, 거기서 벗어나고자 하다 아주 평범한 작품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정말 흔하다. 좋은 평가를 받은 신인 감독이 두 번째 작품에서 무너지는 경우는 특별하지 않은 예이다.

 

하지만 <(run)>은 그런 우려를 깨끗이 씻어낸다. <서치>에 머무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감독의 연출에 있어서 신선함이 사라지지도 않았다. 90분 내내 긴박감이 흐르도록 클로즈업과 배경 음악을 적절히 사용하면서 두 배우(사라 폴슨과 키에라 앨런)의 연기를 과하지 않게 조절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전환과 반전이 모두 계획된 것이라 꽉 짜인 느낌을 준다. 모험하지 않으면서 안정을 추구하였지만, 여러 차례의 반전으로 그 안정성이 구태의연하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반전의 내용이 이 영화의 모든 것은 아니지만, 만약 그 내용을 알아버린다면 영화의 재미를 대부분 앗아갈 것이기 때문에 스포일러를 자처하지는 않겠다. 대신 이 영화의 주제가 의심과 집착, 그리고 복수라고까지는 해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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