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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 수준에 맞는 정치를 갖는다." | 책을 읽으며 2020-06-29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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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 수준에 맞는 정치를 갖는다. 우리 모두가 정치인과 관료와 유권자를 예외 없이 이기적이라 생각하며 그에 따라 행동한다면, 우리는 정치로부터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없다. ... 인간 본성에 대한 우리의 추정이 정치를 초월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추정하는 대로 우리 정치가 만들어진다. ...

일부러 꾸미면서까지 정치인과 정치를 신뢰하는 척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신뢰가 없는 결정은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겉으로는 무해하게 보이는 가정이 우리를 하나로 뭉쳐주는 민주적인 결속력에 조금씩 타격을 주며 서서히 해체시키는 경우가 있다. 정당 간의 경쟁이 시장 점유율을 더 많이 차지하려는 기업 간의 경쟁에 처음 비교될 때 대부분의 유권자가 주류 정당은 '모두 똑같다'라고 생각하고, 결국에는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이 위험한 수준까지 치닫게 될 거라고 누구 상상했겠는가?

요즘의 정치가 운영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철저히 증거에 입각해 사안별로 이런 모든 가정을 평가하며 정치를 바꿔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신뢰를 다시 구축하기는 쉽지 않지만,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다." 

- 조너선 앨드리드, 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 171~172쪽



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

조너선 앨드리드 저/강주헌 역/우석훈 해제
21세기북스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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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 경제학의 추정 | 책을 읽으며 2020-06-28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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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은 주류 경제학과는 달리 인간의 (경제) 행동이 합리성에만 기초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인간의 의식과 행동이 가지는 비합리성이나, 혹은 심리적 허점 등을 많이 지적하는데, 그런 의외성 때문에 경제학에서의 위치에 비해서 독서 시장에서는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행동경제학이 그런 비합리적 인간 행동을 많이 지적하기 때문에 주류 경제학과는 완전히(적어도 상당히) 다른 편에 서 있다고 생각했다. 행동경제학자로서 두 번째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세일러(Richard Thaler, 넛지가 번역되어 나올 때는 탈러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고, 몇 년 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소개될 때는 세일러로 소개되었다)에 대해서도 그랬다. 그런데 조너선 앨드리드는 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에서 그런 내 생각과는 좀 다른 견해를 내놓는다(조너선 앨드리드는 행동경제학넛지 경제학이라고 고쳐 부르고 있다).

 

넛지 경제학자들은 선택이 이루어지는 환경을 바꾸어 우리를 호모 에코노미쿠스처럼 선택하도록 유도하려 한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실제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경제 이론에 맞추어 행동하도록 우리는 조종한다는 뜻이다. 결국 넛지 경제학은 선택 환경에 인간적인 면이 개입하지 못하게 차단하는 것이며, 인간의 결정은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기계 같은 결정보다 대체로 열등하지 결코 우월하지 않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걸핏하면 실수를 범하는 인간의 성향이 우리를 방해한다면 결국 우리가 호모 에코노미쿠스처럼 행동하고 싶어 할 것이라는 게 넛지 경제학의 추정이다.” (37~38)

 

결국 방향은 비슷한 거라는 게 조너선 앨드리드의 해석이다. 넛지 경제학, 혹은 행동경제학자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

조너선 앨드리드 저/강주헌 역/우석훈 해제
21세기북스 | 2020년 04월

 

넛지

리처드 탈러,캐스 선스타인 공저/안진환 역/최정규 해제
리더스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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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철학자들 | 책을 읽다 2020-06-2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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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히틀러의 철학자들

이본 셰라트 저/김민수 역
여름언덕 | 2014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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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젠베르크, 보임러, 크리크.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이름들이지만 이들은 히틀러의 철학자로 나치와 히틀러의 반유대주의 철학을 정립하고, 널리 퍼뜨리며, 실제 적용토록 한 인물들이다. 그들은 처음부터 그런 성향을 띠고 있었으며, 나치가 등장한 이후에는 자신들의 신념과 출세를 완전히 일치시켰다. 그들만이 아니었다. 그들이 가장 적극적이며 고위직에 올랐던 대표적인 철학자이자 대학 교수이자만, 이본 셰라트는 그들 외에도 수많은 이름들을 언급한다. 수많은 독일의 철학자들은 신념에 따르든, 자신의 이론을 버리고 출세만을 좇든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치를 옹호하고 나섰다.

 

우선 히틀러 자체가 독특했다. 그는 자신이 철학적 지도자를 자처했다. 뮌헨의 비어홀 폭동(,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었지만) 이후 감옥에서 나의 투쟁을 집필한다. 히틀러는 앞선 철학자들(대부분 독일 출신)로부터 자신의 입맛에 맞는 부분만 취사선택하여 반유대주의에 기초한 3류 철학을 펼친다. ‘철학적 지도자를 자처한 히틀러는 감옥에서 풀려난 후(얼마 있지도 않았다), 자신의 이념을 뒷받침할 철학자들을 찾아나섰고, 로젠베르크부터도 그의 노선에 동참한다.

 

히틀러가 기초하고 있는 독일의 철학은, 정말 대단하다. 칸트(그는 다른 건 몰라도 유대교를 비하했다), 헤겔, 바그너(음악가였지만), 니체, 마르크스, 해켈(다윈의 진화론을 받아들인 독일의 진화론자). 그들은 명시적으로, 혹은 암시적으로 게르만 민족의 우수성을 강조했고, 유대인에 반대했다. 히틀러와 독일 민족의 반유대 철학은 그냥 우연이 아니었다는 게 이본 셰라트의 생각이다.

 

히틀러의 나치의 이념에 적극 동조한 인물로 가장 충격적인 인물은 마르틴 하이데거다. 그는 나치 등장 이전부터 철학계의 세계적 스타였다. 그는 유대인이었던 자신의 스승 후설을 내쫓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대학 총장으로 취임한다. 그는 나치의 몰락 이후에도 자신의 죄과를 절대 인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세계적인 철학자로 존경받으며 생애를 마감했다. 그는 단죄 받지 않았다. 그만이 아니라 많은 철학자, 대학교수들이 나치에 적극적으로 협력했으면서도 죗값을 받지 않거나 아주 가벼운 처벌만을 받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본 셰라트는 유대인으로서 핍박을 받고 프랑스로 탈출했다 다시 스페인으로 넘어가는 도중 좌절되어 자살한 발터 벤야민, 미국으로 망명한 테오도어 아도르노, 유대인 여성으로 겨우 죽음을 면하고 탈출한 후 나치에 반대했지만, 결국은 (자신의 연인이었던) 하이데거를 옹호한 한나 아렌트, 유대인이 아니면서도 백장미회를 결성한 대학생들과 함께 행동하다 교수형에 처해진 쿠르트 후버를 소개한다. 그들을 소개하는 이유는 그런 삶을 살 수도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있지만, 그들보다 지금 더 많이 기억되고 추앙받는 나치 부역자들의 상황을 고발하기 위한 것도 있다. 이본 셰라트는 철학의 기본은 윤리학이라고 한다. 윤리에 바탕을 두지 않은 휘황찬란한 철학에 과연 가치를 둬야 하는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이 책이 우리에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는 분명하다. 독일만이 아니라 우리도 그런 학자들을 호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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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해체에 이르는 장면, 장면들 | 책을 읽다 2020-06-26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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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1991

마이클 돕스 저/허승철 역
모던아카이브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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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돕스의 냉전 3부작을 모두 읽었다. 1945, 1962에 이어 1991까지. 마이클 돕스가 책을 쓰고 낸 순서는 읽은 순서는 1991부터 거슬러 올라갔지만, 나는 연도 순으로 읽었다(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온 순서도 연도 순이다). 1945, 1962를 읽고, 1991를 읽다 사정상 중단되었다 이제 마저 읽었다.

http://blog.yes24.com/document/12522733

http://blog.yes24.com/document/12524056

 


199119451962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냉전의 주요 장면(시작에서 절정기, 그리고 종결)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1945, 1962이 바로 그 해의 일을 다루고 있다면, 19911980년대 초반부터 1991년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따라가고 있다. 1945, 1962이 그 해에 일어난 사건들을 농도 짙게 다루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지만, 1991은 그렇지 않다. 냉전의 종결은 결국 한 순간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많은 모순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서서히 일어나다 마지막에 끝이 난 일이었다.

처음에는 왜 1991년인가 싶기도 했다(물론 ‘1991’은 우리나라에서 번역하면서 붙인 제목이다). 사람들의 인상으로는 냉전의 종결과 관련해서 가장 극적인 사건은 1989년의 베를린 장벽의 붕괴이고, 나도 그렇다. 하지만 결국 냉전이 완전히 종결된 것은 소련의 해체(1991)이며,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그 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그러므로 19451962에 대응하는 제목은 1991일 수밖에 없다.

 

마이클 돕스의 다른 책도 그렇지만, 1991은 더욱 입체적이다. 읽을수록 알 수 없는 압도적인 느낌이 생기는데, 이 압도적인 느낌은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이자 역사 속에 결코 흐지부지되지 않을 커다란 사건을 다루고 있어서도 그렇지만, 그 커다란 사건을 다양한 인물과 다양한 시간, 다양한 장소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는 점, 바로 그런 입체감에서 나온다. 사건들을 시간 순서로 배치하고, 그 장면마다 장소를 한정시키고 있어 단편들의 모음 같아 보인다. 하지만 그 장면들은 점점 절정을 향해 치달아가는 과정 속에서 적절히 배치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 서로 엮이면서 하나의 커다란 구조를 이룬다. 그리고 모스크바 주재 <워싱턴포스트>지 기자였던 마이클 돕스는 그 현장에 있었고, 그랬기에 여기의 기록은 생생하다. 바로 그 생생함이 입체감을 더 도드라지게 만든다.

 

첫 장면은 197912월에서 시작한다. 공산당 서기장 브레즈네프의 사망(1980년에는 유고슬라비아연방을 묶어주는 유일한 끈이었던 티토가 사망한다). 브레즈네프는 내가 뉴스를 볼 수 있게 된 나이 때부터 알고 있던 첫 소련 지도자였다. 그 이후 안드로포프, 체르넨코의 이름이 올라왔다 사라졌고, 무언가를 내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쯤에는 바로 고르바초프가 등장했다.

 

소련 지도자들이 명멸하며, 고르바초프로 이어지는 그 사이, 그때는 냉전 종식과의 연관성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폴란드에서 바웬사의 자유노조 운동이 있었고,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있었다. 체르노빌에서는 원전 사고가 일어났고, 그 밖에 그때는 전혀 뉴스로 내 인식 속에 들어오지 않았던 몇몇 동유럽 국가의 처절한 움직임이 있었다. 마이클 돕스는 소련의 그 지도자들의 부침 속에 저 사건들을 배치하면서 소련의 공산주의가 기울어가는 현장들을 보여주고 있다.

 

고르바초프의 등장은 그때에도 인상적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이전의 노쇠한 소련 지도자와 비견되게 젊은 나이에, 그렇게 열린 인물이 어떻게 소련 공산당의 권력을 쥘 수 있었을까? 마이클 돕스의 기술은 결국 어쩔 수 없었다라는 쪽이다. 소련의 경제 문제가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인데, 어쩔 수 없음으로 고르바초프가 등장했고, 그 고르바초프의 품성이 최대한으로 평화적인 소련의 해체가 이뤄졌다는 것은 역사의 필연성과 우연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마이클 돕스는 이렇게 쓰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공산주의 지도자의 도덕적 실패와 정치적 고립을 드러나게 했다. 안드레이 사하로프는 소련인 대부분이 침묵할 때 인권의 보편성을 강조했다. 레흐 바웬사는 노동자 국가로도 불리는 사회주의 국가에 대항하는 노동자 반란을 주도했다. 아프간 무자헤딘은 붉은군대가 무적군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로널드 레이건은 소련 지도부를 상대로 소련이 이길 수 없는 군비경쟁을 했다. 보리스 옐친은 소련 공산당이라는 거대한 단일체를 산산조각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소련 인민 수백만 명이 비극적인 과거에 직면하게 했다.” (596)

 

그러나 역시 덧붙이고 있듯이, ‘소련의 공산주의는 자멸했다.’

 

중국을 생각하고, 북한을 생각한다. 중국에 대해서는 단 2개의 장에서 다루고 있다(북한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지 않는다. 1980년 티토의 장례식장에 참석한 김일성이 잠깐 언급될 뿐이다). 천안문 사태에 관해서인데, 그 천안문 사태를 겪고도(혹은 그렇게 진압했기에?), 어쨌든 이념적으로 공산주의를 유지하고 있으며, 또 이른바 G2 체를 만들어냈다. 이 책이 시작되고 있는 시점 1979, 1980년이면 중국이 소련을 대체해서 미국과 맞서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러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어떻게 될까, 하는 것도 관심을 넘어서는 문제다. 저 체제가 계속 갈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절대 착한 전쟁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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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위대함, 또는 보잘 것 없음 | 책을 읽다 2020-06-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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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기억 1,2 세트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전미연 역
열린책들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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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까지 읽고, 이 소설의 가장 큰 덕목은 상상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끝까지 읽은 소감은, 물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이 이 소설을 이끄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그보다더 더 인상 깊은 것은 역사.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그 상상력이 다다르는 지점도 역사의 한 지점이다. 그 역사의 지점은 정말 역사 속에 기록된 거창한 것이기도 하지만, 사소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사소한 지점을 통과하는 순간에도 그 순간을 살아간 사람에겐 전 우주와 같은 역사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전생 체험이라는 방식을 통해(이 방식에 100% 동의할 수는 없지만) 우리 인류가 겪어온 역사의 지점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은 그 역사의 지점들이 드러나 비밀이 벗겨지는 판도라의 상자가 옳은 제목이기도 하고(원제가 그렇다), ‘역사의 기억에 대한 책이란 점에서 기억이 옳은 제목이기도 하다.

 

(여기서 그는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이기도 하고, 소설 속 주인공인 르네 톨레다노이기도 하다)가 이끌어 가는 역사는 주로 잊혀지거나 왜곡된 역사다. 역사 교사인 르네가 학생들에게 바칼로레아에는 나오지 않을 역사를 가르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며, 역사에서 가르치는 것 너머에 개인으로서 겪는 숨겨진 진실을 체험하는 것도 그렇다.

 

작가의 상상력은 12천년전 사라진 대륙이라는 아틀란티스까지 이른다. 거기에서 르네에게 최초의 전생이랄 수 있는 게브를 만나면서 소설은 르네와 게브의 이야기가 동시에 전개되는 형식을 띤다. 그 대륙의 존재라든가, 그때의 인물이 지금보다 10배나 컸다든가, 아틀란티스가 가라앉기 전 방주를 만들어 이집트로 탈출하고, 그들이 신의 개념을 인간들에게 주입시켰다는 것 등등은 사실 허무맹랑한 상상력이다. 이를테면, 인간보다 10배 큰 존재라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길이가 2배커지면, 표면적은 4, 무게는 8배가 커지면서 도저히 그 무게를 견딜 수가 없다). 그러나 소설은 그런 물리적인 진실을 뛰어넘는다. 과학만 따진다면 작가의 상상력은 너무 협소해질 것이 뻔하기도 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가장 먼 기억이 그때쯤으로 여긴 것 같다. 그로부터 인간의 역사는 굴곡져 왔다. 그것 대부분에 대해서 우리는 기록하지 못하지만, 그것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우리의 뇌 어딘가에, 신체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는 게 작가의 메시지다. 100여 개의 전생을 모두 불러모았을 때 나는 그들의 총합이면서, 그 숫자로 나눈 아주 작은 값이기도 하다. 그것은 지금 사는 나의 위대함이기도 하고, 또 나의 보잘 것 없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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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평단 모집]『마음이 움직이는 순간들』 | 이벤트 관련 2020-06-2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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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클럽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들

댄 애리얼리 저/강수희 역
생각정거장 | 2020년 06월


신청 기간 : 71일 까지

모집 인원 : 5

발표 : 72

신청 방법 : 댓글로 신청해주세요!

* 신청 전 도서를 받아 보실  기본주소를 꼭 확인해주세요.




* 서평단 여러분께

* 리뷰를 쓰신 뒤 함께 쓰는 블로그 ‘리뷰 썼어요!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세요.  

* 리뷰에 아래 문구를 꼭 넣어주세요.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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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브나르 베르베르의 전생에 대한 상상력 | 책을 읽다 2020-06-2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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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기억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전미연 역
열린책들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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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의 가장 큰 덕목은 뭐니뭐니해도 상상력이다. 그가 펼치는 상상력은 대체로 애매모호한 지점에 있다. 뭔가 근거가 있으면서도, 과학적으로는 보편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그런 것들이다. 기억도 그렇다. 최면이라는 수단도 그렇고, 전생이라는 조건도 그렇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받아들이지만, 그렇다고 확고히 과학적 근거를 갖는 것도 아니다. 그가 소설 중간중간에 마치 위키피디아의 한 대목처럼 서술하는 내용은 그의 상상력의 근거를 보여주지만, 결국 상상은 상상이며 근거를 넘어선다.

 

소설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이 소설의 원제가 왜 <판도라의 상자>인지를 깨닫게 된다. 우리 속에 봉인되어 있던 무언가가 풀려나오는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그걸 바로 전생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그냥 기억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앞선 생()에 대한 기억이라는 도발적인 이야기가 된다.

 

역사교사 르네 톨레다노는 퇴행최면 경험을 통해 전생을 체험한다. 첫 경험에서 충격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결국 다다른 것은 아틀린티스. 이 사라진 대륙, 혹은 상상 속의 대륙의 삶을 보게 된다. 경찰에 잡혀가고, 정신병원에 입원한 후 탈출하는 데까지가 1편의 줄거리다.

 

나는 전생이란 건 없다고 생각한다. 물질적인 육체에 이미 사라진 육체의 정신이 깃드는 것은 아무래도 인정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런 상상마저 무시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상상하는 이유가 있다고 받아들인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에 관한 소설을 읽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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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을 지닌 '사막의 전사', 혹은 아라비아의 로렌스 | 책을 읽다 2020-06-2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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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라비아의 로렌스

스콧 앤더슨 저/정태영 역
글항아리 | 2017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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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에드워드 로렌스, 줄여 T.E. 로렌스. 그냥 로렌스라고 해도 그 사람인 줄 아는 사람. 혹은 아라비아의 로렌스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인물. 바로 그 제목으로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던 인물(1963년 그해 아카데미상 7개 부문을 휩쓸었다).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아랍의 독립을 위해 사막을 내달렸던 풍운아라고도 하며, 혹은 단지 영국의 스파이일 뿐이라고도 한다. 그가 당시 중동 정세에 매우 큰 영향력을 지녔다고 보기도 하지만, 그냥 장기판의 졸()에 불과했다고 하기도 한다. 그의 기록 역시 진솔하고 문학적으로 평가하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은 과장과 거짓투성이라고 폄훼하기도 한다. 어쨌든 그가 제1차 세계대전 시기 아랍에서 파이살 후세인 등의 아랍 반란군과 함께 오스만 제국에 대해 함께 싸웠던 것은 사실이며, 또 그가 영국군의 장교로서 영국의 이익을 위해서 스파이 역할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의 기록 역시 모든 것을 믿을 수는 없지만, 그의 모험담은 그야말로 매력적인 한 인물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스콧 앤더슨의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바로 그 로렌스에 대한 기록이다. 그의 삶 중에서도 바로 불꽃 같던 시기를 자세히 추적하고 있으며, 그의 발자취와 함께 그의 마음 속까지도 추적하고 있다. 스콧 앤더슨은 적지 않은 논란이 있지만, 로렌스가 아랍의 독립을 위해 혼신을 다한 고독한 영웅이라고 본다(로렌스는 푸른 눈을 지닌 사막의 전사였다!). 그는 모험을 위해서 아라비아로 떠났고, 세상의 중심에 서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고, 그의 활동이 영국을 위한 활동이라는 것을 잊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그게 아랍의 독립을 위한 것이라는 데 대해서도 진정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그의 약속과 투쟁이 정치인과 장군들에 의해 배반당했을 때 크게 절망했다고 쓰고 있다.

 

그런데 스콧 앤더슨은 (물론 로렌스가 모든 분량에서 중심이지만) 이 책에서 로렌스만을 쫓지 않고 있다. 로렌스와 함께 당시 중동에서 활약했던 여러 인물들을 함께 쫓고 있는데, 학자이자 스파이로서 독일 첩보 기관의 수장 역할을 한 쿠르트 프뤼퍼, 미국 스탠더더오일의 직원으로 석유꾼이지만, 나중에는 미국 유일의 중동 정보요원으로 활약한 윌리엄 예일, 그리고 농학자이면서 철저한 시오니스트로서 유대인 첩보조직을 이끌었던 아론 아론손이 그들이다. 서로 다른 이해 관계를 갖고 있는 인물들의 활동을 로렌스의 활약과 병렬시키면서 당시 아랍 세계(지금은 중동이라 불리지만)의 재편에 관해 역동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들이 활약은 서로 교차되거나 서로 멀어지면서 조금씩 결론으로 치닫는다. 당연히 주인공은 로렌스이지만, 다른 책에서라면 주인공이 되고도 남을 이들이 자신들의 국가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또 좌절하는 이야기는, 로렌스만을 다루었을 때보다 훨씬 입체적이다. 이를 통해서 현대 중동의 위기가 바로 그때의 제국주의자들의 욕심과 무지에서 비롯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 중동의 모순이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영국, 프랑스 등의 모순된 협정과 이기심 등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현대 중동의 탄생에서 데이비드 프롬킨이 잘 보여준 바가 있다. 그런데 아라비아의 로렌스현대 중동의 탄생의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일, 그리고 그때의 일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결론까지도 비슷하지만 서로 상당히 다르다. 현대 중동의 탄생이 중동 정책을 좌지우지하던 정치인과 장군의 얘기라면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바로 그들의 지휘 아래 바닥에서 실제 활약한 이들의 얘기다. 현대 중동의 탄생이 그냥 그대로 중후한 역사서라면,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기본으로는 역사서이지만(분량도 현대 중동의 탄생에 못지 않다), 한 고독한 영웅의 모험담이면서, 소설처럼 읽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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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생각했던 '독립' | 책을 읽으며 2020-06-23 14:22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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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 당시 사정이 급했던 영국은 아랍 쪽의 협력을 얻기 위해서 아랍의 독립을 약속하는 맥마흔-후세인 협정을 맺더니, 중동 지역의 분할 점령을 골자로 하는 사이크스-피코 협정을 비밀리에 맺는다. 서로 상반되는 협정을 맺고는 상대방에게는 다른 협정의 내용을 비밀로 했다. 사이크스-피코 협정이야말로 현재 중동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받는데, 사실은 아랍의 독립을 약속했다는 맥마흔-후세인 협정에서도 독립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달랐다.

 

스콧 앤더슨이 쓴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여기서는 독립의 정의에 관한 의미론적 문제도 포함된다. 오늘날 독립이란 말은 명백하게 한 가지 뜻을 가리킨다. 하지만 1916년에는 전혀 달랐다. 제국주의 시대 말기, 시혜적 태도에 푹 빠진 대다수 유럽인에게 독립이란 토착민들의 자립을 의미하기보다는 좀더 온정적인 무언가를 뜻했다. 그것은 백인의 부담이 요구되는 새로운 장을 뜻하는 것으로, 다시 말해 토착민이 현대적 문명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그리고 불특정한 어느 미래 시점에 그들만의 문명을 세울 수 있도록 가정교사 노릇을 (물론 이와 함께 착취도)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런 관점을 지닌 사람들에게 이쪽 끝에 있는 독립과 저쪽 끝에 있는 위임통치’, ‘통치 구역’, ‘종주국등은 그리 다른 개념이 아니었고, 모순의 골도 깊지 않았다.” (314)

 

요컨대 영국이 생각하는 독립,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그런 독립은 아니었던 셈이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우드로 윌슨이 주창했던 민족자결의 원칙이 아시아의 식민지에는 해당되지 않았던 것과 별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아라비아의 로렌스

스콧 앤더슨 저/정태영 역
글항아리 | 2017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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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맛이 차가울 때와 상온에서 다른 이유 | 책을 읽으며 2020-06-21 15:54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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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미오도닉의 흐르는 것들의 과학을 보면 처음 알게 된 것, 알았었지만 잊고 있었던 것, 알았는지 몰랐는지 애매한 것, 알고 있지만 그 의미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이런 것들이 무수히 많다. 그 중에서 한 가지만 언급한다.

 

와인에 대한 것이다. 와인을 차게 마실 때와 상온에 둔 걸 마실 때 맛이 다르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왜 그럴까? 마크 미오도닉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물론 그가 발견한 것은 아닐 테지만).

 

더 차가운 온도에서는 과일향의 맛 분자 대부분이 액체 속에 녹아 갇혀 향기를 내지 못하게 된다. 이것이 맛의 균형을 변화시켜 산미와 드라이한 느낌이 뚜렷해지고, 사람들은 생동감(crispness)과 깔끔함(clarity)을 느끼기도 한다. (중략) 같은 와인을 상온에서 내어주면 맛은 완전히 달라진다. 과일향이 산미를 가려버리면서 차가운 와인에 비해 생동감보다 따뜻함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58)

 

당연히 이것은 어느 것이 더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선호의 차이다



흐르는 것들의 과학

마크 미오도닉 저/변정현 역
MID 엠아이디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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