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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 책을 읽다 2020-07-30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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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거의 떠나온 상태에서 떠나오기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저/이다희 역
바다출판사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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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래 이런 제목의 책은 없다. 이 책을 구성하는 다섯 편의 글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산문집 세 권에서 가져온 것이다. 거기에는 내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를 굳건히 인식하게 한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의 글도 포함되어 있다. 그것도 이 책의 표제작으로 삼은 <거의 떠나온 상태에서 떠나오기>. 그런데 이 글은 기억에 없다. 찾아봐도 이 글은 없다. 내가 읽은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도 원래대로가 아니고 골라서 편집한 책이었나?

 

궁금한 것은 이 다섯 편의 글을 고른 기준이 뭘까? 하는 것이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도 이 책의 마지막 글 <결정자가 된다는 것: 2007년 미국 최고 에세이 특별 보고서>에서 좋은 산문을 고르는 고충(?) 내지는 기준을 이야기했는데, 정작 이 책에서는 이 다섯 편의 산문이 어떤 기준을 가지고 한 권의 책으로 엮어졌는지 알 수 없다. 두 편의 글은 100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길고, 나머지 세 편은 한 자리에 앉은 채로 다 읽을 수 있는 글인데, 이 전혀 어울리지 않음직한 글이 하나의 책으로 엮여진 사정이 궁금하다(사실 아무 이유도 없을지 모른다).

 

2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을 인상 깊게 읽었고(http://blog.yes24.com/document/10414455), 그래서 이것은 물이다까지 읽었다(http://blog.yes24.com/document/10432476). 그런데 그의 책이 더 번역되어 나온 것은 몰랐다. 계기가 된 것은 짐 홀트의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이었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가 다른 분야도 아닌 수학에 관한 책을 썼다는 게 아닌가? 칸토어에 관해서, 무한에 관해서. 아직 번역되지 않은 그 책을 찾아보는 와중에 번역된 책이 더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거의 떠나온 상태에서 떠나오기끈이론(끈이론은 제목처럼 최신 물리학에 관한 책이 아니라, 테니스에 관한 책이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가 고등수학에 일가견이 있다는 건 이 책에서도 엿볼 수 있다. <수사학과 수학 멜로드라마>는 수학소설 두 편을 평하고 있는 산문이다. 수학에 관한 소설을 소설적으로, 그리고 수학적으로 평할 수 있는 이는 어쩌면 거의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두 편에 모두 수학적으로 모자란 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 한 편이 낫다고 하는 이유는 수학 때문이 아니라 소설의 관점에서다. 수학을 잘 안다고 수학적으로 조금이라도 엄밀한 책의 손을 들지 않은 건, 그래도 그가 소설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3

일리노이주 축제, 영화 감독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 소설가 존 업다이크의 소설, 수학 장르 소설, 그리고 최고의 에세이 선정에 관한 변(). 이 다섯 가지 소재를 다룬 다섯 편의 산문에서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자의식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일리노이주에서 펼쳐진 촌스러운 축제를 단지 서술하고 묘사하는 것 같지만, 그걸 보는 시각은 철저히 월리스 자신의 것이고, 그게 어떻다고 평하지 않지만 그가 어떻게 보는지는 선연하게 드러낸다.

 

이 자의식 과잉의 산문가(나는 그의 소설을 읽은 바가 없고, 모조리 산문만을 읽었으므로)는 지금 세상에 없다. 그가 남긴 것은 글뿐이다. 자의식을 그렇게 선연하게 드러낸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나 싶기도 하다.

(그의 자살을 생각하면서, 자세한 상황은 모르지만, 바로 직전에 읽은 약국에 없는 약 이야기가 떠오른다. 우울증 약으로 인한 자살 사례들 중 하나가 바로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가 아닐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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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치 하면 기쁨이 떠오른다." | 책을 읽으며 2020-07-3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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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치 하면 기쁨이 떠오른다. 김치를 먹을 때면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다." (284쪽)


한국 사람의 얘기가 아니다. 생태학자 롭 던이 <집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에서 한 얘기다. 그는 (아마도 재미 교포인) 조권과 그의 어머니 권수희와 친분을 가지고 있고, 그와 그녀로부터 한국 음식을 적지 않게 대접받은 모양이다. 첼리스트인 조권의 돼지구이 요리에 대해선, "돼지의 사랑스러움과 우주의 장엄함을 모두 생각해보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극찬을 한다. 

권수희씨와 관련해선 해물파전, 짜장면, 떡볶이 등을 언급하는데, 권수희씨가 '음식에 사랑을 담는 법을 배웠다'고 쓰고 있다. 그가 음식에서 '사랑'을 느끼지 못했다면 쓰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롭 던이 권수희씨의 요리 얘기를 하는 것은, 그 요리가 맛있다, 없다, 사랑이 담겼다 등의 얘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한국 음식에서 흔히 하는 '손맛'에 대해서 언급하기 위해서다. 외국인이, 그것도 과학자가 '손맛'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좀 낯설긴 한데, 그는 바로 사람과 집들의 고유성이 그 사람과 집에 존재하는 세균을 비롯한 생물에서 온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연구하는 과학자라는 점에서 충분히 그럴 듯하다. 


"집 안의 생물과 한국 음식을 만드는 일은 별 상관이 없겠지만 딱 한 가지, '손맛'이라는 개념과는 연관이 있다. 손맛은 음식 자체가 아니라 만드는 사람이 음식에 부여하는 맛을 가리킨다. 말 그대로 손으로 내는 맛이지만, 상징적으로는 만드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 사람이 어떻게 만지고, 다루고, 요리를 하는지가 모두 손맛에 일조한다. 이런 개념에서 영감을 얻은 나는 조와 그의 어머니와 함께 한 가지가설을 실험해보고 싶어졌다. 한국 요리사가 만든 음식이 그녀의 여동생과 사촌이 만든 음식과 다른 맛을 내는 것은 어쩌면 그녀의 몸에 있는 미생물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282쪽)


그러고는 발효 음식, 특히 김치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결국 그는 그 실험을 하지는 못했다. 대신 빵을 이용해서 실험하고, 그의 가설을 어느 정도 입증했다. 김치였으면 얼마나 더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을까 궁금하다. 



집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롭 던 저/홍주연 역
까치(까치글방)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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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 곤충으로 가득찬 우리의 집 안 | 책을 읽다 2020-07-29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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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집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롭 던 저/홍주연 역
까치(까치글방)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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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 던은 굳이 규정하자면, 생태학자다. 생태학자의 연구 대상이란, 흔히 자연이라고 불리는 광활한 대지나 숲, 바다를 생각하기 쉬운데, 그가 탐구하는 생태는 바로 집 안이다. 집 안에 존재하는 세균, 고세균, 진균, 절지동물, 식물 등이 그의 연구 대상이다. 지하실을 뒤지고, 샤워 헤드를 면봉으로 문지르고, 꼽등이를 찾아 나서고, 꼽등이에 갈아 장에 존재하는 세균을 탐색한다. 집에 존재하는 바퀴벌레의 종류를 구분하고, 개와 고양이에 존재하는 세균과 기생충을 조사한다. 집 안에 존재하는, 사람 이외의 모든, 살아 있는 존재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그의 탐색 결과는, 그도 놀랐지만, 독자들은 더 놀랄만한 결과다. 집 안은 세균이 득실거리고(나는 놀라지 않는다), 온갖 종류의 절지동물이 가득 찬 세상이다. 우리 눈 앞에 바로 있는 것이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들이다. 우리의 집은 결코 깨끗하지도, 적막하지도 않은 세상인 것이다(원제 Never Home Alone은 정말 절묘한 제목이다).

 

그런데 그가 발견한 것들에서 중요한 것은, 단지 그렇게 많은 세균과 절지동물, 곰팡이가 우리 곁에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미생물과 곤충 들의 다양성이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정말 해를 끼치는 세균의 종류는 그렇게 많지 않다. 곤충도 그렇고, 곰팡이도 그렇다. 그런 유해한 존재들에서 우리를 보호하는 데도 다양한 세균과 곤충 들의 존재가 필요하다. 우리는 무조건 깨끗함을 외치지만, 절대 달성하지 못할 미션이면서, 잘못 하다가는 우리 울타리의 다양성을 파괴해서 오히려 병원균이나 병원성 곤충들이 그 자리를 차지해버리는 사태가 올 지도 모른다. 17세기 세균을 처음 관찰해서 기록한 안톤 판 레이우엔훅의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많은 흥미로운 연구 결과로 채운 이 책은 바로 그런 교훈을 준다.

 

롭 던의 연구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그 연구 결과의 의외성 같은 것들이 아니다. 그의 연구는 항상 누군가와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집들을 탐사하는 데도 지역 주민들을 설득해서 함께 하고, SNS를 통해서 전 세계의 자원자를 모집한다. 빵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탐구하는 것도 제빵회사를 통해 수십 명의 제빵사와 함께 한다. 또한 하나의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워나간다. 과학이란 절대 홀로즐거운 것이 아니란 것을 빼곡하게 보여준다.

 

한 가지 더 인상 깊은 대목이 있다면, 그가 한국인과 한국의 음식에 대해서 깊이 있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김치데 대한, 그의 아이디어는 (비록 그가 실현시키지 못하고 빵으로 대신했지만) 누군가(우리나라에서라면 더욱 좋겠다) 꼭 연구를 해봤으면 하는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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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집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 한줄평 2020-07-29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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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재미있고, 유익하고, 게다가 수준 높은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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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학 연구로 다시 쓰는 질병의 역사: 바이러스는 언제부터 인류를 공격했나? | Science 2020-07-2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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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유전학 연구로 다시 쓰는 질병의 역사: 바이러스는 언제부터 인류를 공격했나?

출처: [BRIC Bio통신원] [바이오토픽] 유전학 연구로 다시 쓰는 질병의 역사: 바이러스는 언제부터 인류를 공격했나? (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19741 )


유전학 연구에서, 천연두를 비롯한 바이러스가 인류를 공격하기 시작한 시기는 지금껏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일렀던 것으로 밝혀졌다.


천연두의 사망일은 명백하다. 20세기에 3억 명 이상이 천연두로 목숨을 잃은 후 1978년에 마지막 희생자가 보고되었고, 그로부터 2년 후인 1980년 5월 8일 세계보건기구(WHO)는 "두창 바이러스(variola virus)─천연두를 초래하는 바이러스─는 박멸되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출생일(기원)은 지금껏 오리무중이었다. 이제 유전적 증거를 통해 '천연두가 맨 처음 인류를 공격하기 시작한 시기'가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다.

수년간 고대인의 유해에서 바이러스의 DNA를 사냥한 끝에, 다국적 연구팀은 지난주 《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인간이 천연두에 처음 걸린 시기는 기원후 600년이었다"라고 보고했다(참고 1). 또한 그들에 따르면, 천연두 바이러스가 인간들 사이에서 유행한 시기는 그보다 훨씬 이전─지금으로부터 최소한 1,700년 전, 그러니까 서로마 제국이 멸망할 즈음의 혼란한 시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유라시아 전역으로 이주한 시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이번 연구는 천연두의 기원에 대한 DNA 증거를 무려 1,000천 년이나 앞당겼다. 2016년 연구자들은 리투아니아의 미라에서 추출된 DNA를 이용해(참고 2), 천연두의 기원을 17세기로 추정한 적이 있었다. "우리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천연두는 그보다 1,000년 전인 바이킹 시대에 유럽에 꽤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었다"라고 연구팀의 일원인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의 마틴 시코라(진화유전학)는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고(古) DNA 분석」을 통해 역사의 상당부분이 다시 쓰여진 '심각한 감염병'은 천연두뿐만이 아니다. 올해 초 한 연구팀은 "홍역 바이러스─종전에는 9세기경 인간들 사이에서 처음 나타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가 기원전 6세기 소(牛)에서 인간으로 점프했다"고 보고했다(참고 3). 그들에 따르면, 홍역 바이러스는 (지금은 멸종한) 우역 바이러스(rinderpest virus)에서 갈라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시코라가 이끄는 연구팀은 2018년 "B형간염 바이러스가 5,000년 전 청동기시대 이후 인간을 감염시켜 왔다"고 보고했으며(참고 4), 2015년에는 페스트균(Yersinia pestis)이 초래하는 페스트(https://www.nature.com/news/bronze-age-skeletons-were-earliest-plague-victims-1.18633)도 청동기시대에 처음 시작되었다고 보고했다(참고 5).

그러나 모든 유전학 연구가 질병의 기원을 앞당긴 건 아니었다. 2014년 한 독일의 연구팀은 "결핵이 최소한 6,000년 전 인간을 감염시켰다(https://www.nature.com/news/seals-brought-tb-to-americas-1.15748)"고 보고했는데, 이 시기는 '70,000년 전 설(說)'은 말할 것도 없고, 정설이었던 '12,000년 설'보다도 한참 늦다(참고 6).

"이러한 발견들은 '질병이 인간집단에 영향을 미친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자들의 이해를 뒤흔들고 있다"고 블루밍스턴 소재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페스트의 역사를 연구하는 앤 카마이클은 말했다. "DNA 증거에 따르면 페스트나 B형간염과 같은 질병들은 선사시대의 대이동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천연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구이동이 질병을 새로운 지역으로 확신시켰는지' 아니면 '질병의 등장이 인간의 이동을 촉발했는지'는 고고학자·역사학자·유전학자들이 해결하고 싶어하는 의문이다."

또한, DNA 증거는 옛날 옛적 천연두의 병독성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예컨대 다국적팀의 이번 연구에 따르면, 바이킹들이 전파했던 (지금은 멸종한) 천연두 계통은 현대의 천연두 계통과 사뭇 다르다고 한다. "우리의 과제는, 유전학과 역사학·고고학을 통합하는 것이다"라고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교의 쇠렌 신드벡(고고학)은 말했다. "우리는 그런 사건들을 면밀히 검토하여 인간적 척도와 일치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를 다시 쓰는 데는, 좀 더 진일보한 고품질 연대결정이 필수적이다."

옛 병원균의 유전체

「고 DNA 혁명(ancient-DNA revolution)」이 일어나기 전, 연구자들은 골격?또는 그보다 드물지만 미라?에 의존하여 질병(예: 한센병, 매독)의 가시적 증거를 수집하고 전형적 징후를 포착한 다음, 역사적 기록과 크로스 체크해야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감염병들은 뼈에 가시적 표지를 남기지 않는다. 한편, 일부 질병의 연대에 대한 간접적 단서는 '인간의 방어적 변이(protective mutation)'의 시기와 지리적 분포를 추정함으로써 수집되었다. 예컨대 적혈구에 더피항원(Duffy antigen)이 결핍된 사람들은 말라리아 기생충(Plasmodium vivax)을 방어하는 혜택을 누린다.

연구자들은 1990년대 이후, 인간의 유해에서 병원체의 DNA 단편을 추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 무수한 단편들을 읽을 수 있는 '차세대 DNA 시퀀서'?손상된 DNA를 수백 년 또는 수천 년 후 시퀀싱하는 데 유용하다?가 등장하자, 연구자들은 고(古)병원체의 전장유전체(entire genome)를 재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2011년, 과학자들은 (14세기에 수천 명의 흑사병 희생자들이 묻힌 런던의 한 묘지에서 발굴한 4개의 골격에서 수집된) 흑사병균(Y. pestis)의 유전체(https://www.nature.com/articles/478444a)를 사상 최초로 출판하는 개가를 올렸다(참고 7).

"요즘에는 옛 사람들의 유해에서 알려진 병원체를 검색하는 게 일상사가 되었다"고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천연두를 연구하는 에스키 윌레슬루(진화유전학)는 말했다. 이번 연구는 첫 번째 밀레니엄 후기에 일어난 바이킹 이동(Viking diaspora)의 지도를 작성하기 위한 프로젝트(참고 8)의 일환으로 시작되었지만, 어쩌다 보니 초대형 분석으로 발전했다. 연구팀은 32,000년 전부터 150년 전 사이에 유라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에 살았던 1,867명의 사람들에게서 추출된 DNA를 분석했다. 그들은 그중 26명에게서 (현대의 천연두 바이러스와 유사한) 천연두 바이러스의 DNA를 발견하고, 그 사람들의 유해로 다시 돌아가 표적지향 포착(targeted capture)?실험실에서 합성된 DNA를 이용해, 뼈나 치아에서 그와 유사한 가닥을 찾아내는 기법?을 이용해 더 많은 천연두 바이러스 DNA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바위뼈(petrous bone)?귀에 가까운 두개골의 일부?에 집중했는데, 그 이유는 포유류의 뼈 중에서 가장 빽빽해서 DNA를 많이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원체는 치아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은데, 그 이유는 바위뼈보다 혈류가 많이 흐르기 때문이다"라고 윌레슬루는 말했다.)

26명 중 11명의 연대는 기원후 600~1050년으로 바이킹 시대와 겹치며, 오늘날의 스칸디나비아·러시아·영국에 거주했다. 한 명은 영국 옥스퍼드의 공동묘지에서 발굴되었으며, 1002년 성(聖)브라이스일 대학살(St Brice’s Day Massacre)?잉글랜드의 왕 에설레드 2세(Ethelred the Unready)가 데인 족(9-11세기에 영국에 침입한 북유럽 사람)으로 확인된 사람을 모조리 죽이라고 명령한 사건?때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4명의 바이킹 시대 사람들은, 연구자들이 두창 바이러스의 유전체를 거의 완벽하게 재구성하는 데 충분한 바이러스 DNA를 제공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바이킹 시대의 사람들을 감염시킨 바이러스 계통은 19-20세기 바이러스 계통의 직계조상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것(바이킹 시대인을 감염시킨 천연두 바이러스)은 어느 시점에 멸종한 별도의 가문(진화적 계통)이며, 우리가 아는 범위에서 오늘날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시코라는 말했다.

연구팀은 분자시계 접근방법을 이용하여 그 가문들의 족보를 추적했다. 즉, 그들은 '바이킹 시대 가문'과 '현존하는 가문' 간의 차이를 측정한 다음. '유전적 차이가 축적되는 속도'를 이용하여 '두 가문이 분기(分岐)한 이후 경과한 시간'을 계산했다. 그 결과, 두 가문의 마지막 공통조상은 지금으로부터 약 1,700년 전 지구상에 존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인간이 최초로 천연두에 걸린 시기가 1,700년 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이번 연구에 참여한 베를린 샤리테 대학병원과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계산생물학자인 테리 존스는 말했다. "1,700년 전은 지금껏 수집된 다양한 바이러스들의 유합일(date of the coalescence)일 뿐이다." 물론 인간이 그보다 훨씬 이전에 천연두에 걸렸을 가능성은 낮다. "우리는 청동기시대·신석기시대·중석기시대(기원전 약 15000년~1200년)의 사람들을 충분히 살펴봤지만, 두창 바이러스를 발견하지 못했다. 따라서 천연두 바이러스가 3,000~4,000년 전 광범위하게 유행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윌레슬루는 말했다.

다른 연구자들은, 두창 바이러스가 1,700년 전보다 훨씬 전에 인간을 감염시켰을 거라고 추측해 왔다.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3,000여 년 전 천연두와 유사한 질병이 인간과 함께 있었으며, 심지어 기원전 12세기에 젊은 파라오 라메데스 5세(Rameses V)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라메세스 5세가 정말로 천연두에 걸렸었는지, 설사 그가 천연두에 걸렸더라도 사망했는지 여부를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신 DNA 증거는 그 의문을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현재 이집트에서 수행되고 있는 「이집트 왕실 미라의 DNA 분석 프로젝트」의 결과는 2022년에 발표될 예정이다.

천연두 연구에 관여하지 않은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결과를 인상 깊게 생각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우리가 완전히 간과했던 천연두 바이러스 계통이 존재했음을 증명했다"라고 투손 소재 애리조나 대학교의 마이클 워로비(진화생물학)는 말했다. 그러나 (2016년에 천연두 연구를 수행했던)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교의 헨드릭 포이나(고유전학)는 '바이킹 시대 가문'과 '현존하는 가문' 간의 차이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며, "바이킹들이 앓았던 질병은, 우리가 알고 있는 천연두가 아닐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주장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예컨대 누적된 유전자불활성화(gene inactivation)가 바이러스의 병독성을 증가시킨 것으로 보인다. 100% 장담할 수는 없지만, '17세기 이전에 천연두가 유행했으며 그 증상이 경미했다'는 주장은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존스는 말했다.

질병의 역사 다시 쓰기

고(古)병원체(예: 페스트균, B형간염 바이러스, 천연두 바이러스)에 관한 연구들에서, 질병의 징후를 보이지 않는 유해에서 병원체를 탐지하는 게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이제 과학자들은 그들의 분석을 굳이 흑사병 구덩이(plague pit) 속의 유해에 국한시킬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는 '병원체가 고대세계에 미친 영향'을 더욱 포괄적으로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된다.

병원체 유전형(pathogen genotype)의 분포와 경시적(經時的) 변화과정은, 인류 조상들의 이동과정에 한 줄기 빛을 비출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동유럽의 초원에서 유럽으로 이주한 얌나야 유목민의 치아 속에 보존된 페스트균(Y. pestis)은, 그 침입자들이 기원적 3500년 이후 페스트를 퍼뜨림으로써 신석기 농경사회의 몰락을 가속화시켰다는 이론을 낳았다. "그러나 그 이론은 아직 논란이 많은데, 그 이유는 '얌나야인이 유럽에 도착하기 1,000년 전 신석기시대의 몰락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고고학적 증거가 있기 때문이다"고 독일 마인츠 소재 라이프니츠 고고학연구소의 데틀레프 그로넨보른(고고학)은 말했다.

그러나 지금껏 시퀀싱된 고병원체의 전장유전체가 겨우 200개?각 병원체별로 겨우 몇 개씩?에 불과하므로(참고 9), 현재로서 계통발생학적 분석(phylo-genetic analysis)에서 도출된 결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현재의 팬데믹에서 수만 개의  SARS-CoV-2 유전체가 분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은 간혹 '바이러스의 확산경로'에 대해 잘못된 결론을 내리고 있다(참고 10).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샘플의 수가 더욱 적어지므로, 확대해석의 위험은 더욱 증가한다"고 포이나는 말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바이러스의 진화사를 이해하면 인간을 미래의 질병에서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바이러스가 진화하는 방향을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라고 이번 연구의 공저자인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의 라세 비너(바이러스학)는 말했다. "그러나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면, 변이의 가능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한편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천연두를 연구하는 안드레아 맥컬럼(역학)은 이렇게 말한다. "바이러스의 계통수를 작성하면, 현재 남아 있는 천연두 백신 재고가 관련된 오소폭스바이러스(orthopox virus)를 무찌르는 데 사용될 수 있는지를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

한편 질병의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새로운 의문에 대답할 수 있음을 깨닫고 있다. 예컨대 2011년 Y. pestis가 흑사병을 초래했다(https://www.nature.com/articles/478444a)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14세기 유럽을 휩쓸었던  팬데믹의 원인을 둘러싼 논쟁이 종식되었다. 그리고 흑사병의 균주가 현대적인 Y. pestis와 매우 비슷했던 것으로 알려짐으로써, 역사가들은 새로운 의문을 제기하게 되었다. 그것은 "현대 이전의 흑사병이 현대의 흑사병보다 더 치명적이었던 이유가 뭘까?"이다. 동반질병(co-morbidity)과 생활방식(way of life)이 부분적인 이유가 될 수 있지만, 그 대답은 아직 불분명하다. "그 의문을 해결하는 것은 유전학자의 일이 아니라 역사학자의 일인 듯하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69/6502/eaaw8977
2. https://doi.org/10.1016%2Fj.cub.2016.10.061
3. https://doi.org/10.1126%2Fscience.aba9411
4. https://doi.org/10.1038%2Fs41586-018-0097-z
5. https://doi.org/10.1016%2Fj.cell.2015.10.009
6. https://doi.org/10.1038%2Fnature13591
7. https://doi.org/10.1038%2Fnature10549
8. https://doi.org/10.1101/703405
9. https://doi.org/10.1038%2Fs41576-019-0119-1
10. https://doi.org/10.1101/2020.05.21.109322

※ 출처: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0-02083-0

출처: [BRIC Bio통신원] [바이오토픽] 유전학 연구로 다시 쓰는 질병의 역사: 바이러스는 언제부터 인류를 공격했나? (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197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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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에 있는데도 놓치고 있는 것들 | 책을 읽으며 2020-07-2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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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동물 세계 전체가 눈앞에 있는데도 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 작아서 보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버젓이 눈앞에 있는데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162쪽)


롭 던은 집 안에 살고 있는 절지동물 등을 조사한다. 자신의 집을 비롯하여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의 집들, 그리고 자신이 구축한 네트워크를 통해 지원한, 전 세계의 자원자들의 집들이 대상이었다. 조사 결과 거의 모든 집에서 최소한 100종 이상, 60과(科) 이상의 절지동물이 나왔다. '과(科, family)'라면 종, 속의 상위 분류 단계다. 상상하지 못했던 숫자다. 


이처럼 뻔히 있으면서도 보지 못하고, 인식 못하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집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롭 던 저/홍주연 역
까치(까치글방)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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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세균, Acinetobacter | 책을 읽으며 2020-07-2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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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이든 감마프로테오박테리아(Gamma-Proteobacteria), 특히 아시네토박터속(Acinetobacter)에 속하는 세균의 종류가 다양할수록 알레르기 유병률이 낮았다. (중략) 피부에 아시네토박터가 많은 사람일수록 면역체계에서 면역적 평화 유지와 관련된 물질이 더 많이 생성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실험실에서 쥐에게 아시네토박터를 투여했을 때에도 같은 물질이 생성되었다.” (84)

 

이 대목을 읽으며 매우 놀랐다. 일단은 특정 세균이 많이 피부에 존재할수록 알레르기가 덜하다는 발견 자체가 그렇다. 이전까지는 이른바 위생가설이라고 해서 어린이들이 저농도의 알레르기 유발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즉 외부 활동을 많이 했을 때 천식이라든가 알레르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특정 세균을 지칭하기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여기의 아시네토박터가 바로 내가 연구하는 세균이라는 점이다(번역서에는 아케네토박테르라고 했는데, 일반적으로 아시네토박터라고 한다). 내가 왜 몰랐지? 아마도 병원균의 관점에서만 봐서 그랬을 거다. 그런 좁은 시각은 이 책의 저자인 롭 던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논문을 찾아봐야겠다.

 

Fyhrquist N et al. Acinetobacter species in the skin microbiota protect against allergic sensitization and inflammation. Journal of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 2014; 134:1301-1309.

 

집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롭 던 저/홍주연 역
까치(까치글방)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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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약(藥)들에 대해 | 책을 읽다 2020-07-27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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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약국에 없는 약 이야기

박성규 저
MID 엠아이디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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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편, 모르핀, 코카인, 대마, 엑스터시, LSD ...

절대 곁에 두어서는 안되는 약들이다. 이른바 마약(痲藥)이라고 불리는. 말하자면 약국에는 없는 약이다.

그런데 이것들이 처음에는 각광받던 약()으로 시작되었다. 그런 약들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까?

 

약은 인간만의 것이다. 그래서 약에는 인간의 욕망이 아주 짙게 배어 있다. 고통을 피하려는 욕망, 오래 살려는 욕망. 부정할 수 없는 욕망이고, 그런 욕망을 지녔다고 누구도 비아냥거리지도, 탓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고통과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사실 진짜 약의 시대가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1874년 살리실산을 공장에서 대량 합성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비로소 근대적인 약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제약회사 바이엘의 펠릭스 호프만은 부작용이 심했던 살리실산을 변형하여 아세틸살리실산을 만드는데, 바로 아스피린이다. 아스피린이야말로 진짜 약의 시초인 셈이다. 그 전에야 약이라는 게 위약 효과 정도에 의지하거나 운에 맡기는 정도라고 할 수 있었다. 근대 이후의 약은 그 효과를 예상할 수 있는 화합물에 기초한다.

 

그러나 저자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아스피린 이후 정상적인(?) 약의 역사가 아니다. 바로 약국의 약장에는 두지 못하는 약들에 대한 얘기다. 앞에서도 언급했던 마약 종류다. 그런데 그 마약 종류들이 처음에는 거의 만병통치약과 같은 취급을 받았다. 담배까지 포함해서(사실 담배의 중독성이야 잘 알려진 사실이라, 마약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다). 저자는 그 마약들이 어떤 식으로 처음 인간의 욕망 속으로 들어왔으며, 어떻게 각광을 받다가 이제는 건드려서는 안되는 금기의 약이 되었는지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그는 이 마약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금기시된 상황에 의구심을 품는다. 아편 등의 약이 흑인이나 아시아인들에 대한 견제의 측면에서 미국에서 처음 금지되기 시작했고, 1960년대에는 반전, 반문화 운동의 중심에 서 있던 히피들을 옥죄기 위한 수단으로 LSD 등을 금지하고, 처벌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정신을 혼란시키는 물질을 탐닉하는 집단이 하는 주장은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말이다.

 

반면에 이른바 Happy drug이라고 불리는 프로작과 같은 항우울제가 얼마나 엉터리 약인지도 고발하고 있다. 전혀 처방 허가를 받을 수 없는 지경이었던 약이 로비와 운에 의해 시장에 나올 수 있었고 대박을 친 약이 프로작이었지만, 개발 당시부터 임상시험 중에도, 그리고 나중에도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바로 많은 사람들이 자살했던 것이다. 전혀 해피하지 않은 결말을 맞이한 이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그 약을 복용한 사람들이 원래 우울증을 앓았기 때문에, 우울증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해버리면 그만인,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참 편리한 약이었다.

 

저자는 약국에 없는 약을 통해서 약과 마약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조금은 뒤집어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도 마약에 관해서 더 엄격하고 보수적이라, 이런 서술 자체(마약의 긍정적 측면, 또는 금지의 부당성)가 위험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최근에 오후의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와 같이 일반 독자에게 마약류에 대해 그 역사와 효과 등을 자세히 보여주고, 나아가 치료 효과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임상시험에 들어간 경우들이 종종 생기고 있다)를 보여주는 책들이 나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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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o indoorus | 책을 읽으며 2020-07-27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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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호모 인도루스(Homo indoorus), 즉 '실내 인간'이 되었거나 혹은 되어가고 있다."


오늘 하루 얼마나 실내가 아닌 곳에 있었는지를 계산해봤다. 

이동 시간 4시간을 제외하고는 실외라고 할 수 있는 곳에 있던 시간은 약 15분?

이동 시간 중에서도 실외라 할 수 있는 시간, 약 30분을 포함하면, 오늘 하루 내 머리 위에 지붕을 지고 있지 않은 시간은 겨우 45분 정도였던 셈이다. 

Homo indoorus 맞다!


집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롭 던 저/홍주연 역
까치(까치글방)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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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에 대한 선호 | 책을 읽다 2020-07-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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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뇌는 왜 아름다움에 끌리는가

마이클 라이언 저/박단비 역
빈티지하우스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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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퉁가라개구리 전문가다. 전 세계에 6000종이 넘는 개구리가 있다는데, 이 퉁가라개구리는 파나마의 어느 습지에 있다(정확히는 바로콜로라도섬, BCI). 그는 이 퉁가라개구리를 통해 성선택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일어나는지를 연구했다. 수컷이 내는 울음 소리 중 어떤 것을 암컷이 선호하는지, 그 선호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밝혀냈다. 그 선택(이를 성선택이라고 한다)이 그저 어떤 울음 소리를 가졌는지에 대한 단순한 판단이 아니라 뇌의 작용이라는 것을 그는 밝혀냈다(단순히 현장 연구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는 개구리를 실험실로 가져와서 실험하고 해부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연구를 일반화시켜간다. 바로 성선택은 바로 뇌의 작용이라는 것.

 

우리말 제목도 그렇고, 원제도 그렇고 아름다움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지만, 성선택이 바로 아름다움에 대한 선택은 아니다. 저자가 중점적으로 연구한 퉁가라개구리의 울음소리에 대한 선택이, 그 울음소리가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아름다움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것은, 우리가 성선택이라는 것을 상상할 때, 무언가 좋은 거를 선택하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 때문으로 보인다(물론 그런 건 아니다).

 

저자는 성선택이 이루어지는 현장을 세 가지 감각을 통해서 서술하고 있다. 바로 시각, 청각, 후각이 그것이다. 공작의 깃털이나 바우어새의 집짓기 같은 것이 시각적 선택이라면, 저자의 퉁가라개구리의 울음소리 같은 것이 청각이다. 후각은 체취나 페로몬에 대한 얘기로 시작하는데(저자는 체취와 페로몬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다), 결국은 MHC라고 하는 면역과 관련한 유전자 얘기로 맺고 있다(이 얘기는 많이 나오는 얘기이고, 또 아직도 연구할 게 많은 분야다). (각 장의 제목들이 특히 재미있다. 시각에 관한 장은 목숨을 건 도전 혹은 도발, 청각에 관한 장은 침대 위의 세레나데‘, 후각에 관한 장의 제목은 환상적인 땀 냄새.) 이 부분은 관찰과 연구의 나열이면서 결론을 위한 재료라고 할 수 있다. 그런 현장의 연구가 있어야만 일반화가 가능해진다.

 

그러고는 그런 감각적인 것들이 다시 어떻게 변용되는지를 보여준다 ? 생물학의 특징, 본질은 다양성이고, 다양성은 예외 없는 원리를 허락하지 않는다. 마감 시간의 법칙이라든가, 선택 복제 같은 것은 이런 자연과학 서적에서만 다루는 얘기가 아니라 행동경제학이나 심리학 같은 서적에서도 다루는 얘기다. 이를테면 젊을 때는 눈이 높아 어지간한 짝은 거부하다, 나이가 들면 눈을 낮춰 결혼을 한다든가(마감 시간의 원리), 미끼 상품에 홀려 자동차를 사는 심리(선택 복제) 같은 것들이다. 이런 것들이 성선택과 관련되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이런 것은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자연과학 서적 뿐만 아니라 인문사회 서적에서도 자주 다루었던 것이라 그렇게 낯설지 않은데, 마지막 장의 숨겨진 선호와 같은 것은 그렇게 익숙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퉁가라개구리 암컷이 어떤 특정한 울음소리를 선호하는데, 그런 울음소리가 아닌 여러 울음소리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들려주었을 때 새로운 울음소리를 더 선호하는 경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 아직은 알려지지 않은 선호가 존재한다는 것이고, 그것이 의외의 장면에서 선택되기도 한다는 것을 몇 가지 예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것을 배웠다.

 

성선택에 관한 책은 많다. 또 그것을 뇌과학과 관련지어 설명하려는 책도 적지 않다. 그런데, 퉁가라개구리에 대해서, 그리고 그밖에 현장 연구의 결과를 이처럼 흥미진진하게 소개하는 책은 그렇게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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